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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 _해당되는 글 177건
2009.02.04   귀농풍경-- 많이 변했다. 
2009.02.02   귀농풍경--산골의 워낭소리 
2009.01.31   귀농아낙의 산골편지--건물만 봐도 두근두근하는 인연 
2009.01.24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2009.01.17   귀농아낙의 산골풍경--'전원주택 저널' 1월호에 나온 하늘마음농장 1
2009.01.15   귀농아낙의 책이야기--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 
2009.01.14   귀농일기-- 비싼 내 장난감 
2009.01.11   귀농풍경--할머니표 가마솥 두부와 오징어 식혜 
2009.01.11   귀농아낙의 신골편지--산골의 첫 벙개 후기 
2009.01.04   귀농풍경-- 간이 철렁... 

 

귀농풍경-- 많이 변했다.
+   [산골풍경]   |  2009. 2. 4.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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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을 보면서 요즘 하는 말이다.
"많이 변했다"

서울생활에서 못보던 면을 귀농하고 많이 본다.
아마도 귀농하지 않았으면 죽을 때까지 모르고 살다 갈뻔 했던 남편의 다른 면 말이다.

물론 모르고 죽는다고 해도 아리고 씨릴 것은 없겠으니 한평생 인생의 길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함께 걸었던 동반자인데 가령 따사로운 면을 모르고 소풍길을 접으면 그건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지 싶다.

몇 달 전에 대구 교육을 가면서 화분파는 곳을 보았단다.
그 날은 보았다는 보고만 있었다.
한 달 후의 교육때 그는 그곳을 기억했다가 화분을 사다 주었다.

알아서 사다준 것이 아니고 내가 혼잣말처럼 했던 말을 귀에 잘 담아두었던 모양이다.
두 번의 기억을 되살려 내가 좋아할듯한 때깔을 골랐단다.

귀농 전 같았으면 그런 혼잣말에 귀기울일 여유가 없어서도 못사다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귀농하고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인지, 자연을 조금이나마 닮아가서인지 마음에 담아두었다 행동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초보농사꾼의 행동이 하도 기특(?)하여 화분을 받자마자 그에 어울리는 작디 작은 놈에게 집을 주었다.
집 입구의 계단에 올려놓으니 이쁘다.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난 그의 마음을 읽는다.
그래서 배부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풍경--산골의 워낭소리
+   [산골풍경]   |  2009. 2. 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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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홈의 누나격인 치자꽃님이 영화 '워낭소리' 사진을 올려주셨을 때,
그 사진에 빨려들어가는줄 알았다.

할아버지와 소...
그 풍경이 너무 소박하고, 맑아서 숨이 멎을 정도였다.

동물 중에서 어떤 동물이 제일 좋냐고 물으면 소가 아닐지...나는 그렇다.
맑은 눈망울에, 그 순박한 울음소리...

국민학교 다닐 때 방학이 되면 천안 병천에 갔었다.
뚝방에서 풀을 뜯다가 사람이 닥아가면 먼저 뚝방 아래로 피하곤 하던 소...
그 덩치에 난 늘 무서워 그 길을 못가고 돌아돌아 다른 길로 다녔었다.

그렇게 무서웠던 소가 왜 좋으냐고 물어도 할 수 없다.

한길(시골에서는 행길이라고 불렀다.)에 그 똥덩어리가 떨어져 있어도 더럽지 않았고 냄새도 없었다.

난 유독 고향에 대한 향수가 많은 것같다, 언니 넷과 오빠에 비해...
그래서 귀농 전에도 골동품을 사모으곤 했다.
큰돈 들어가는 것은 못사고...소품정도...

이 워낭도 내 기억으로는 옛날 청계천의 벼룩시장에서 샀지 싶다.
초보농사꾼은 서울사람이었으면서도 내가 그런 것을 좋아한다고 하면 대뜸 사라고 부축이곤 했다.
그 점이 지금 참으로 고맙게 느껴진다.

그렇게 생긴 워낭,,,
당연히 귀농하면서도 모셔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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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꽃님의 영화 사진 한 장을 보고
바로 내려가 사진을 찍어 왔다.

아래의 사진은 작은 종의 속을 찢은 것인데 찍사가 시원찮아서 감흥이 덜한 것같다.

치자꽃님 덕분에 한참 워낭을 흔들며 그 소리를 듣다 왔다.
그 소리로 귓 속을 소제해서 그런지 그 소리로 눈이 소독되어 그런지 내 눈도 소처럼 맑아진 기분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산골편지--건물만 봐도 두근두근하는 인연
+   [산골편지]   |  2009. 1. 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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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31일

서울에 갔었다.
어머님이 명절 쇠시러 산골에 오셨다가 가시는 날이고, 아이들도 방학마다 서울에 가서 며칠 보내다 오기때문에 겸사겸사 모두 같이 나섰다.

연례행사대로라면 올 초에 아이들과 귀농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해외여행을 가야 하지만 선우가 이제 고2라서 고등학교 졸업때까지는 잠깐 쉬는 것이 옳다는 가장의 말에 모두 수긍했다.
공부를 많이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고2정도 되었으면 마음자세, 정신자세라도 거기에 맞추어야 한다고 덧붙여 주었다. 자상하지도 않은 가장이...

그러니 이번에는 서울행으로 여행을 땡쳐야 한다.
해외여행과 상관없이 방학마다 서울엔 보냈었다.
핏줄들도 만나고 나름대로 가보고 싶은 곳도 경험하고...

산골에서 아침을 손님들과 먹고 손님들이 먼저 떠나시고 우린 집단속과 짐정리를 하고 바로 길을 나섰다.
오랫만에 5식구가 한 차로 이동하다보니 모두가 기분좋아한다.

서울가는 날은 3시 30분에 수원의 아주대병원에서 어머님의 MRI결과를 봐야 했기때문에 아침에 서둘렀었다.
병원에서 결과가 좋게 나와 가벼운 마음으로 본가로 가려고 하는데 초보농사꾼이 병원 대기실의 누군가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우린 시누이랑 멀리에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온 초보농사꾼의 얼굴에 그늘이 짙다.
현대자동차 동기란다.
그렇게 착할수가 없는 동기녀석이 회식하고 나오다 잠깐 부딪쳤는데 머리를 다친 모양이라며 말을 잇지 못한다.

우리가 귀농하고 TV에 나온 것을 보았다며 반갑게 메일을 보내주던 친구였다고...
머리를 다쳐서인지 조금 어눌하고 그렇다고...

나중에 산골에 와서서 또 친구가 걱정되었는지 전화를 해서는 답답할텐데 산골에 며칠 다녀가라고 하니까 지금 초등학교 2학년 정도의 수준이라 가기가 어렵다고 하며 웃더란다.

아마도 어느 기능 하나가 고장이 나서 제 구실을 못하는 모양이다.
글과 숫자를 보는 수준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그래도 공기좋은 곳에 다녀가라며 몇번이나 말하고는 힘없이 전화를 끊는 초보농사꾼.
전화를 끊고도 초보농사꾼 마음이 많이 아픈지 서성인다.

무엇이 이리 돌아가는지...

하여간 다시 서울이야기로 돌아가면,,,,
병원을 나와 아이들은 분당의 큰이모네로 보내고 어머님을 본가로 모셔다 드렸다.
어머님과 이른 저녁을 먹고는 분당의 큰언니네 집으로 출발했다.
큰언니네 다니러 친정 엄마가 거기에 와 계신다는 정보를 접수했기때문이다.

그렇게 마천동에서 분당으로 달리는데 여기가 문정동 로데오 거리라며 우리 홈에 오시는 김태경 형님 건물이 나올 거란다.
그 소리를 듣는데 왜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난 카메라를 꺼내 흔들리는 차안에서 건물을 찍었다.
그렇게 인연의 건물을 담고서라도 산골로 가려고...

그런데 초보농사꾼이 형님께 들려 차 한잔 얻어 마시고 가잔다.
안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퇴근 시간이 9시로 들었는데 그리 바쁜 분에게 불쑥 가는 거 아니라고...

그런데도  서운했는지 그래도 딱 차 한잔만 하고 가야지 어떻게 코앞을 지나가냐며 차를 길가 주차장에 세우고 주차료를 지불하고 있다.
초보농사꾼 전화에 건물 현관까지 나오시는 태경 오라버님....

처음 뵙는 얼굴이지만 낯설지 않고 푸근하다.
정말 친오빠처럼 다정한 향기에 끌려 그 분 건물에 있는 사무실로 올라갔다.

일전에 삼성동 벙개때에도 함께 오셨던 이준봉 사장님 사무실에서 들렀는데  농사로 아픈 몸에 테이핑을 해주시는며 이런 저런 주의사항과 함께 테이프를 또 한아름 선물로 주시는 마음이 따사로워 거절도 못하고 덥석 받았다.

그렇게 헤어져 분당으로 가려는데 아쉬우신지 생맥주 한 잔을 권하신다.(이거 초보농사꾼에게는 마약인디....)
생맥주야 초보농사꾼이 거절할 이유가 없지만 술을 마시면 운전하고 분당으로 가는 일이 어려워진다며 가야한다고 말하는 초보농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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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짐이 서운한건 나도 마찬가지라 모두 모즈21 건물 지하에 있는 '샤갈...'로 내려갔다.

생맥주에 아픔과 즐거움을 토해내다 보니 한 잔이, 두 잔되고, 두 잔이 석잔되고, 그렇게 맥주잔을 정신없이 들락거리다 그만 분당으로 가는 것을 포기한 다음에는 편하게 마셨다.
일단 나도 큰언니에게 전화를 하여 오늘은 못가고 내일 산골로 가면서 들리겠다고 연락을 취해 놓았다.

사람의 인연은 어떤 모습일까...
그 완전한 모습을 본 사람이 있을까...
내가 경험하고 상상하는 인연의 깊이는 늘 새로운 인연 앞에서 그 기록이 깨지기 일쑤였다.

진정한 깊이와 향기는 어디까지일까를 분간하기 어렵다.
태경 오라버님과 만난 자리에서, 난 끊임없이  인연의 신비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자리의 사람을 둘러보니  인연의 깊이와 향기의 끝이 어디까지일까 더 의아해지고, 궁금해졌다.

핏줄이고 아니고의 구별이 필요없다.
초보농사꾼은 외아들이라 든든한 형님이 생겨 더더욱 따사로웠을 것이고, 나야 달랑 한 명 있는 오빠가 있을 뿐이다 보니 그 친오빠와 구별이 안되긴 마찬가지다.
산골의 앓이를 토해낼 때는  함께 눈을 찌푸리며 맥주를 들이켰고,  산골의 좋은 일을  언급할 때는 모두 산골살이를 함께 한듯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셨다.

그때 이 두 줄짜리 시가 떠올랐다.
나 태주 시인의 '자운영꽃'

자운영꽃

잃어버린 옛날 이야기가
모두 여기 와 꽃으로 피었을줄이야.


이것 말고 뭘 바라겠는지....
내 아픔과 기쁨을 정녕 머리카락 빠져나갈 구멍 하나 없이 온전히 함께 느끼는데 무엇이 더 필요한지...

태경 오라버님은 내가 대학때 한창 방송에서 난리가 났던 '이산가족찾기'에서 잃어버렸던 막내 여동생을 찾은 사람처럼 그렇게 반가워하시고 좋아하셨다. 손을 잡고 우린 놓지 않았으니까...

과연 난 저렇듯 맑으신 태경 오라버님에게 그 분과 같은 맑은 영혼을 유지하며 기쁨을 드릴 수 있을까....
수없이 자신에게 물어 보았는데 내 안의 난 대답을 신통하게 못한다.

초보농사꾼도 기분이 좋아서 생맥주를 연거푸 마시며 지난일을 토해내고 앞으로의 계획도 말씀드린다.
그 모습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아주 늦은 시간...
이제 헤어져야 한다.

서울에서는 운전을 못하고 울진 신호등 없는 곳에서나 운전을 하는 들떨어진 나는 인연의 힘을 얻어 용기가 났는지 문정동에서 본가까지 초보농사꾼이 시키는대로 운전을 해서 잘 왔다.

늦은 시간, 오늘의 일을 영상으로 떠올리니  잠이 안온다.
인연의 홍역을 앓고 있는중이다.
인연을 떠올릴수록 정신이 맑아지고 자꾸 걷고 싶어진다.

산골살이,
귀농살이,
이제는 나홀로 걸어가는 길이 아니다.

우리 홈에 오시는 많은 분들의 응원과 격려, 관심, 사랑 그리고 기도로 난 밭을 갈고, 씨를 뿌릴 것이며, 풀을 뽑고, 화단에 물을 줄 것이다.
그 자양분으로 난 산골살이를 해나가는 거다.

그러니 어떤 어려움, 힘듬이 있어도 오뚜기처럼 일어나야 한다.
그 응원을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내가 아무리 까막정신이라도 그것만은 잊어서는 안된다.

산골에 비가 온다.
봄비처럼 주룩주룩 비가 온다.
엊그제 내 어깨를 두들겨주던 그 인연의 손길이 느껴지는듯 난 서서 통창으로 그 소리처럼 들린다.
소리는 귀로 듣는데 어깨가 따사로워진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   [산골편지]   |  2009. 1. 2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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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이 “뉴잉글랜드 지방은 아홉 달은 겨울이고, 석 달은 썰매타기에 나쁜 날씨”라고 했다는데 산골도 만만치가 않다.
10월부터(9월에도 간간히) 나무를 때기 시작해서 얼추 5월까지는 그 일을 계속해야 한다.

 

낮의 기온은 봄이라 하더라도 밤기온은 현저히 곤두박질치니 거의 한 해의 반은 나무를 부등켜안고 살아야 한다.

요즘 그나마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고는 하나 산골의 겨울은 이러나 저러나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장작더미 몇 개를 거덜내고서야 끝의 기미가 보인다.

지금 산골의 연통에서는 펑펑 연기가 잘도 나온다.
아무리 불경기라지만 그것을 보는 이의 마음은 풍요롭기만 하다.

*************************

난 사실 TV를 틀줄 모른다.
도시에서야 기본 채널을 틀면 나왔지만 산골은 스카이 라이프인지 뭔지가 있어야 TV가 나온다.
그러다 보니 리모콘의 버튼을 이러 저리 공기돌 놀리듯 돌리면 엄청 많은 채널의 방송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아는 분이 메가 TV인지 뭔지 하나 신청해 달라고 하여 끄덕였더니 TV트는 일이 더 복잡스러워졌다.
단순해도 볼까말까한 TV를 더 틀일이 없다보니 난 혼자 틀줄도 모르게 되었다.


배우고 싶은 마음도 없을뿐더러 TV에 목매일 일이 없으니 불편하지도 않고 아쉽지도 않다.
같은 시간을 주고 TV볼래, 책 볼래 하면 난 단연 후자이니 그깟 TV를 못튼다고 하여 아리고 씨릴 일도 없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초보농사꾼이
“당신이 좋아할 프로가 있어”하며 나를 끌어다 앉히고 채널을 돌려준다.
타샤 튜더 할머니에 대한 방송이었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타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맘이 많이 설겅거렸었다.
그 속내를 아는 초보농사꾼이 그런 마음을 쓴 것이다.

이 프로는 그 분이 돌아가시고 한국인 둘째 며느리랑 동행하면서 찍은 것이다.
그토록 화려하고, 귀티나고, 품격있고 아기자기하던 그 화원은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주인의 그 온기가 사라지자 그 짧은 시간에 정원을 황폐화시키고 있었다.


‘할머니는 이 분신과도 같은 정원을 두고 어떻게 신발을 둘러 신으셨을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에 젖어 있는데 TV에서 며느리의 이 말이 귀에 박혔다.
타샤 할머니는 나이들어서의 삶을 너무 좋아하셨다고 했단다.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좋아할 이유가 없다고...


많이 의아했다.
과연 그럴까.
누구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며느리의 이야기가 계속 되면서 내 의문은 안개걷히듯 사라졌다.

타샤 할머니는 젊어서 이혼을 하고 아이들 셋의 책임을 져야 했단다.
그래서 그림을 그려 팔면서 가정을 꾸려야 하는 가장이 된 것이다.


그것도 힘들 판에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침튀기는 상처가 더 젊은 여자 가장은 버거워 했다는 거다.

신기한 일이다.


남의 일에 그리들 침튀기는지...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왜 깡통은 차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것은 지구상의 악습인가보다.
젊어서는 혼자 벌어 아이들 키우고 가르치는 일에 힘겨워 했다고 했다.


그런 무게를 벗게 되었을 때는 새털처럼 어깨가 가벼웠을 것이다.
그러니 그때부터의 삶은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대로 사는 삶이었으니 그 나이가 얼마나 좋았을까...
그 생각에 미치자 이해가 되었다.


그러다 박경리님의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유고 시집을 사게 되었다.
그 시집을 읽으며 박경리 할매와 타샤 할매가 공통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박 할매 역시 결혼한지 4년만에 남편과 사별하여 가장이 되었단다.


‘옛날의 그 집’이라는 시가 두 할매가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옛날의 그 집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심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번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거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 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그렇게 시는 끝이 났다.
가장으로서의 힘듬도 힘듬이었겠지만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이 으르렁거렸다고 했다.
그 짐승이 무엇이겠는가.

남에게 상처주는 일.


남의 일에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 아무 짝에도 쓸데 없는 모습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음이 분명하다.
지금의 내 상처를 봐도 그렇고...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이 풍진 세상에 왜 그런 일에 사람들은 흥미로워할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박 할매 역시 그냥 두어도 힘든 가장인데 대문 밖 짐승들은 늘 그렇게 발톱을 세웠던 것이다.
그래서
‘모진 세월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며 숨통트여 한 것이다.

타샤 할매는 그나마 위로자가 꽃과 나무였을 것이고, 박 할매는 글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두 분은 늙어서야 편안함을 느끼고 홀가분해 하신 것같다.

오늘 두 분의 책을 다시 읽었다.
책을 유독 느리게 읽는 내가 두 권의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두 분의 삶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우리 모두는 이 두 분의 삶을 내 삶에 접붙이며 살의 상채기를 돌보아야 한다.

살면서 남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양면성이 있어 긍정적인 면, 부정적인 면이 있는데 우리는 전자에 관심을 갖을 일이다.
돈 안드는 말이라고 함부로 해버려서도 안되며, 내 일이 아니라고 감놔라 대추놔라 쉽사리 판단하여 세 치 혀를 놀릴 일도 아님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밤이다.

남의 말할 일이 아니고 내 단속이나 잘 할 일은 아닌지...
내 안의 나에게 여러 번 묻고 또 물어본다.

(사진은 불영사의 모습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산골풍경--'전원주택 저널' 1월호에 나온 하늘마음농장
+   [산골풍경]   |  2009. 1. 1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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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저널' 1월호에 산골가족 이야기가 나왔어요.

기사 내용 중 사진 하나가 잘못나왔네요.
산골아이들 사진이 아니고 지난 가을에 왔던 초보농사꾼 후배의 아이들 사진인데...
그 사진을 제외한 나머지는 산골아이들 맞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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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잡지는 흔히 보는 잡지는 아니고 건축자재, 집짓기 , 이외의 집재료 등을 소개하는 데에 주 목적이 있지 싶은 잡지예요.
그런데 구석구석 볼꺼리는 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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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한번  보 세요.
날이 찹니다.
새벽의 쌀쌀함보다야 조금 낫다고 위로하는 밤입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책이야기--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1. 15. 15:00  

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 상세보기
강제욱 지음 | 이른아침 펴냄
초원 위로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몽골을 찾아서! 대초원과 사막을 사랑한 사진ㆍ여행 전문가 6인이 만난 몽골과 내몽골의 모든 것.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눈이 시릴 만큼 푸른 하늘을 가진 나라 몽골의...


어제 늦은 밤...
몽골...
그 야성과 철학의 나라를 떠올리며 장편의 후기를 썼다.
사진을 여러 장 올리는 과정에서 글을 날아가고 사진만 편집하다가 그만 허망한 마음에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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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그렇다.
내가 최선을 다해 쌓아 올린 것이 너무 터무니 없는 일로 물거품이 되었을 때 , 마음과 발이 함께 서성인다.
그러나 이제 그럴 것 없음을 쪼금 느꼈다.
그냥 잠자리에 들면 된다.
즉, 이룬다는 것은 그렇게 잠자리에 들 때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것이니 그렇게 단념하는 연습도 많이 해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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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었다.

이 책은 초보농사꾼이 사왔다.
제목을 보는 순간 살만하겠네...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날로 그가 열심히 읽는다.
묻지도 않았는데 왜 이 책을 샀는지를 설명한다.

그에게는 나와 다른 꿈을 꾸는 것이 있다.
그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좋아하듯이 그는 그 눈덮인 산을 올르려 하는 그 무엇이 있는 사람이다.
나처럼 한 우물 파는 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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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형이 좋고 나쁨은 없다.
그에게는 그런 야성이 있다.
그런 사람이 나처럼 고리타분하게 한 우물파는 배우자를 만났으니 그의 야성은 다 낡아 너덜너덜해졌으니....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을 사기도 했지만 석재현 사진작가가 함께 쓴 책이라 샀단다.

아하, 석재현 작가...

석 작가는 몇 년 전에 우리 산골에 사진촬영을 왔었는데 제자 2명과 함께 왔는데 장비가 한 차 가득이었다.
그리고 그 제자들에게서 그 분의 화려한 경력을 들었다.
그쪽 계에서는 잘 알려진 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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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으로 겸손하고 맑은 분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사진작품활동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다.

몇 장의 사진이 대구은행이 만드는 책자에 나오는데 하루 종일 사진을 찍고 또 찍고 했다.
그 추운 한겨울에....
하나도 안추운듯 신들린 사람처럼 셔터를 눌렀었던 그 모습에서 프로라는 단어를 떠올렸었다.

그리고 그 책이 나오고 한참만에 그 책에 나온 분들의 사진을 모아 전시회를 연다는 연락이 왔는데 못갔었다.
얼마나 아쉽던지...

서론이 또 길었다.
그렇게 산 책이 이 책이란다.

이 책은 6명의 사진작가가 몽골의 한 지역을 방문하여 보고 느끼고 찍은 것을 각자의 편지형식을 빌려 쓰여진 책이다.
작가 각자의 작품특성과 활동경향 , 지향하는 컨셉이 잘 나타날 정도로 사진은 제 각각의 빛을 발했다.

몽골...
누구나 이 나라를 떠올리면
어디에 묶이지 않는 야성, 철학, 그리고 하늘, 말, 양떼, 게르, 사막을 떠올린다.

그렇듯이 그 잡초와 같은 야성을 지닌 몽골의 생활사에서 그들의 문화, 철학 등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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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설명보다는 한 장의 사진 한 컷이 그들의 종교를 말해주고,
다른 한 장의 사진 한 컷이 그들의 문화를 말해 준다.
어느 사진 한 컷은 그들의 눈물과 기쁨을 고스한히 배껴내고 말이다.

사진은 그렇듯 말 대신 사람을 감동시키는 또 다른 구실을 한다.

책 표지 한 쪽에 작은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카메라가 쓰는 책2'라고 되어 있다.
처음엔 뭔가 했는데 말 그대로 카메라가 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음은 그들의 주거형태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설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게르가 그것이다.
우리네 처럼 황토가 최고다, 통나무가 최고다 뭐다 할 필요가 하나도 없음을 그들은 지금도 보여주며 살고 있다.
잠깐 바람처럼 땅을 딪다 가는 것이 인생인 걸...하는 삶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있는 곳 몽골....

그 나라도 이제 산업화에 눈을 돌린 마당이라 아쉬운 점은 많이 남아 있다고들 표현한다.
그것 또한 욕심이리...
우리 자신은 그런 물에 발을 담그고 살면서 누구에게는 전통을 지키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주길 바라는 것....
그것 또한 욕심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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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가지 개발을 하되 온전히 변화에만 눈을 돌린 탓에 세월이 흘러 이제는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늦게 깨닫고 처음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다른 나라들의 시행착오는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숨죽이고 사진 속에서 몽골에 다녀왔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과 몽골의 초원을 달려 보길 바라고 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일기-- 비싼 내 장난감
+   [귀농일기]   |  2009. 1. 1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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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0일

갑자기 산골의 날씨가 추워졌다.
벌써 내려야 할 눈이 지난번 한번 내리고 난 이후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아랫마을 덕거리는 며칠 전부터 물이 끊겨서 소방차가 긴급으로 물통을 이동해와 비상
급수중이다.
작년 말 덕거리 마을 급수시설을 새로 했는데 그게 잘못되었는지 아니면 정말로 가뭄이
심해서 그랬는지…….

덕거리보다 한참 위에 사는 우리 집은 그나마 물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아랫마을 덕거리 할매, 할배들이 물을 길어 나르면서 가끔 마주치면 부터골은 물이 잘 나오냐고 묻느라 정신이 없으시다.

아마도 당신들은 그나마 국도에  인접한 마을이라 물이 끊겨도 이렇게 비상급수라도 하지만 산골 독가촌은 그것도 힘들까봐 염려하시는 말씀인 것 같다.

이렇게 올해 물 때문에 난리인 와중에도 그나마 우리가 물 걱정이 아직까지 없는 공은 전적으로 달길님의 덕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워낙 꼼꼼한 달길님이 우리 집 수도공사를 완벽하게 해 주어서 그나마 이렇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덕거리에 내려가서 물을 실어 나르는 할매들을 볼 때마다 달길님께 고마운 생각이 든다.
집수정이 워낙 추운 장소라는 내 경고를 무시해서 가끔 모터가 어는 것만 빼고 ㅎㅎ


올 겨울 눈이 아직까지 쌓이지 않은 관계로 나에게 있어서는 큰 목표를 세웠다.

작년 초에 우발적(?)으로(이렇게 불면 안되는데 산골아낙에게는 몇날 며칠 고민고민하고 따져보고 구입했다고 했는데...) 구입한 포크레인의 작동방법을 이번 농한기에 확실히 익히는 목표 말이다.

 맨날 산골아낙에게 “당신에게 저 포크레인은 산골에 있어서 꼭 필요한 농기구나 장비가 아닌 비싼 장난감이야!!! 저 포크레인 가격만 하더라도 우리 선우, 주현이 어렸을 때 사다준 장난감 가격의 몇 십배는 되겠다!! “라는 타박을 보란 듯이 벗어 버리겠다고...

나름대로 마음을 먹다가 주위에 일하러 온 전문 포크레인 운전기사에게 어떻게 하면
포크레인을 작동 잘 하겠냐고 물어봤더니 장비라는 것은 천차만별이라 장비와 운전자가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하루 1시간씩 10일을 하는 것 보다는 하루에 10시간을
하는 것이 중고 농기계의 성질도 알고 자기도 그 기계에 맞출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마음먹고 하려니 급한 성질에 운전대에 30분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장비는 가만있는데 내 얼굴만 시뻘게 져서 내려온 것이 수차례....

이번 겨울에는 그나마 땅이 얼지 않고 야콘즙 만드는 것도 며칠 미루고 운전연습에
들어갔다. 최소한 4시간이상 운전석에 앉아 있기로 마음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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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타겟은 두릅밭이다.
두릅이 많이 죽어서 다 밀어내고 나무를 심으려고 한다.
두릅을 밀어내는 공사는 달길님이 도와주셨었다.
그렇게 공사한 것의 잔나무들을 모두 끌어내고 정리를 하는 작업이다.

맨 위 두릅밭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신바람나게 작업에 임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노을처럼 붉어지는 얼굴을 담배 한 대로 식혀가며 조금 조금 하다 보니 정말 쬐끔(?) 감이 오기 시작했다.

신이 나서 점심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열심히 기계의 감각을 익히던 중 ..........?????????
포크레인이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가질 않았다.

처음에는 내가 작동을 잘 못했나라는 생각에 마음을 추스르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천천히
하나하나 되짚어서 하는데도 제자리걸음이다.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에 포클레인에서 내려와서 쳐다보니…….
포크레인의 트렉(바퀴)이 조금 빠진 것이 아니라 완전히 이탈되어서 바퀴하고 몸체하고
따로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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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실 트렉이 한쪽만 빠져도 전문 기사들은 감으로 느끼는데 나는 워낙 감각이 무디고
처음으로  본격적인 운전을 해보는 것이라 엔진소리, 그리고 조금씩 감각을 익혀 간다는 희열에 바퀴가 통째로 빠져나간 줄도 몰랐다.
이런걸 보고 황당이라고 하나 당황이라고 하나....

일단 철수 후 다음날 올라가서 어찌 해 보려니 트렉과 몸체가 점점 더 멀어져만 가고
처음보다 더 어렵게 되었다.

“멀어져간 사랑아,,,가 아니고 멀어져간 바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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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꼬인다 꼬여.
내일 달길님께 전화해서 부탁 한번 해야겠다.


산골에서 초보농사꾼(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풍경--할머니표 가마솥 두부와 오징어 식혜
+   [산골풍경]   |  2009. 1. 1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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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동네 할머님들의 김장김치를 죄다 선물로 받아 먹고 있다.
그댁 그댁마다의 맛이 있다.
어느 댁은 생선을 많이 넣으셨고,
어느 댁은 꽁치젓을 많이 넣으셨고,
어느 댁은 무채를 많이 넣으셨고...

얻어 먹는 사람이 입이 발달한다더니...
내가 그 짝 났다.

젊은 사람이 김장 김치를 맛있게 해서 드려야 하는데 거꾸로 이렇게 받아먹으니...
세상 뒤집어졌다.

오늘은 성당 다녀오니 전화가 왔다.
남계용 할머님 댁이다.
지금 두부를 해놓았으니 빨리 와서 먹으라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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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난 짬뽕을 먹었고, 나머지 박씨들은 잡채밥을 아침 겸 점심으로 사먹고 들어왔다.
지금 배부르니 4시경에 퇴비를 실으러 갔다가 들리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전화를 끊는 초보농사꾼...

뭐 하나라도 주고 싶어하시는 우리 반 어르신들...
반장이라고 하는 일도 없는데 얼마나 반장님, 반장님 하시면서 깍뜻하게 대해주시는지...

초보농사꾼이 퇴비를 실어러 갔다가 들려 술 한잔 얻어 먹고 두부랑 오지어 식혜를 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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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두부를 따끈하게 뎁히고, 식혜를 꺼내 놓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은 없다.
두부는 할머니가 자주 집에서 직접 만드신다.
그런 날에는 꼭 초보농사꾼을 불러 먹이고 몇 모는 나머지 식구들 주라고 싸보내주신다.

오늘 저녁은 사랑이 듬뿍 들어간 할머니표 두부와 오징어 식혜로 맛난 저녁을 먹었다.
나의 귀농생활도 이렇게 맛들어가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잘 먹었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신골편지--산골의 첫 벙개 후기
+   [산골편지]   |  2009. 1. 11.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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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9일

오늘만큼은 눈이 오면 안된다.
바쁜 중에 몇 번이나 밖을 내다 보았다.
하늘은 내 초조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누가 봐도 금방 눈을 쏟아낼듯 눈을 잔뜩 모금고 있는 표정이다.
아마도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이다.

하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바람의 느낌도 예사롭지 못하다.
동네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눈이 올 것같다며 초조한 내 마음을 부채질한다.

***********************

오늘은 울진분들 벙개하는 날이다.
전국 단위 벙개를 한번 하고 싶은 맘이야 오래 되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내 마음을 읽지 못했던 것같다.
그러다 안되겠다 싶어 울진분들만이라도 벙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홈에서 요즘 활약하고 계시는 황루시아네 가족과 장현칠님네 부부가 오시기로 한 날이다.
눈이 오면 산골엔 겁나게 많이 쌓이니 오늘 만남도 수포로 돌아간다.
그런데 오늘은 눈이 금방이라도 올 것처럼 내 눈치를 살핀다.
'오늘만은 참아다오............'
몇 번이나 싱크대에 매달려 화살기도를 했다.

처음 벙개에 재뿌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늘이 한 모양이다.
눈은 오지 않았으나 날은 무지 추웠다.
그러나 그쯤이야 감지덕지하다는 생각으로 택배발송준비를 부지런히 끝내고 청소를 하고 나니 4시가 넘었다.

장현칠님 부부와 황루시아 부부 모두 직장생활을 하니 6시가 넘어 퇴근하고 집에 들려 애들 데리고 오려면 7시는 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의 메뉴는 오갈피 백숙...

일단 닭을 주문했다.
집에 키우는 닭을 주문하면 바로 잡아서 연락을 해준다.
그리고 차타고 10분 정도 거리로 닭을 찾으러 가는 일은 초보농사꾼이 맡아주었다.

닭백숙을 하고 7살 채영이가 먹도록 밑반찬 두어 가지 해놓고 준비를 하는데 전화는 많이 오고 맘은 급하고...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퇴근해서 오는 사람들 일찍 밥을 먹여야 하는데 내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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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이는 환영의 뜻으로 풍선을 불어 현관 앞 외등 앞에 걸었다.
지난번 프랑스 신부님들이 오셨을 때 풍선을 샀는데 몇 개 남아서 그걸로 썼다.

장현칠님 부부가 먼저 산골에 도착했다.
정현칠님은 지난 1월 1일 봉평해수욕장에서 있은 해돋이 미사때 와주었다.
산골가족 만난다고...

그때 인사를 했고 그의 부인 외경씨는 초면이다.
그런데 낯설지 않았고 왠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같았다.

집을 둘러보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7시가 넘어서 황루시아 가족이 도착했다.
읍에서 방학인데도 학교를 다니는 선우를 태우고...

다시 인사를 시작했다.
두 가족은 모두 초면...

홈에서 아주 익숙해져서 그런지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나서는 이내 오래 묵은 포도주처럼 농담이 오가고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초딩인 용선이는 어깨 부위를 다쳐서 못오는줄 알고 서운해 했는데 오게 되어 얼마나 반갑던지...
붕대를 감아 조금 불편해 했지만 채영이와 함께 주현이 누나 방에서 선우 형이랑 넷이서 노는 소리가 밖의 자지러지는 소리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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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리에 술이 빠지면 클난다.
술은 이원무 신부님이 찬조해 주신 안동소주로 했다.
20도가 조금 넘는지라 부담이 없다나...

안동소주 총 6병에 1.8리터 들이 소주 패트병에 남아 있던 소주를 다 마셨다.
세 남자들 모두 서로 주거니 받거니 목으로 술 넘어가는 소리에 환하게 터뜨리는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추운 겨울밤에 열기를 더해주었다.

세 남자 중 한 명이라도 술을 마시지 못하면 마시는 사람도 못마시는 사람도 신경이 쓰일테지만 물만난 사람들처럼 술을 만나 즐거워 하는 세 남자들...
초보농사꾼 보다 모두 동생들이라 외아들인 초보농사꾼이 두 동생을 보는 눈빛도 따사롭다.

어깨를 다쳐 못오는줄 알았던 황루시아 아들 용선이가 와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안그래도 오고싶었다고 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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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칠님의 부인 외경씨랑 황루시아는 한끗발 차이...
그러니 그들 또한 동생뻘이라 여간 이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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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칠님이 전날 술을 하고 노래방에서 솜씨를 뽐내다 그만 못이 잠겨 말을 별로 못하자 외경씨가 이쁜 입으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황루시아는 중간중간에 깔끔한 멘트로 분위기를 푸근하게 해주고...그 두 사람이 얼마나 이뻐보이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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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채영 공주는 오면서 차멀미를 했다며 양 미간을 찌뿌리더니 집에 들어오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두꺼운 옷을 벗어 던지고 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내복 패션으로 다큰 언니랑 오빠 틈바구니에서 공주티를 내며 오가는 동작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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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웃고 노는 사이 날은 바뀌고 새벽이 되었다.
헤어지려는데 차 한잔을 따뜻하게 해야 한단다.
일단 상을 밀어 놓고 우린 차를 한 잔 나누었다.

구수한 차 한잔에 '인연'도 구수하게 가슴에 스며든다.

모두가 헤어질 시간,
초보농사꾼이 기념사진 찍는다며 폼을 잡으란다.
칼날같은 바람 사이에 서서 우린 '인연'의 날 기념 사진촬영을 했다.

(찍사가 시원찮아 멋진 얼굴들이 이리 된 점 정말 양해를 구한다.)

각자 차에 몸을 싣고 산골을 빠져 나가는 두 차량...

오늘 하루,,,
직장에서의 작은 피로라도 씻고 갔으면,,,,

살면서
'인연'이라는 단어를 한번이라도 떠올리는 날이었으면....

훗날 지금의 인연이 등시린 날 작은 손난로처럼 느껴지는 그런 순간으로 기억되었으면....

하고 화살기도를 하면서 차량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풍경-- 간이 철렁...
+   [산골풍경]   |  2009. 1. 4.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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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 다녀와서 초보농사꾼은 쉬지 않고 나무를 하러 간다고 차에 시동을 건다.
나야 원고에 책 읽다만 것 정리에 할 일을 줄 서 있고...

그렇고 초보농사꾼이 출발하고 저녁시간이 되었다.
어두워져도 안오면 덕거리 일명 방앗간에서 한 잔 하고 있는 거다. 막걸리...

나무를 하면 땀이 났을 것이고 오다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지나갔겠지...

그런데 9시가 가까워지도록 안온다.
저녁 준비를 다 하고 주현이랑 나는 기다리고 있는데...

주현이에게 옷을 두둑히 입으라고 하고 같이 나섰다.
걸어서 가는 길...
주현이가 별자리를 알려주고, 신화 이야기를 해준다.

그렇게 딸고 단둘이 재미나게 내려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당연히 유시정 전 이장님 댁 마당에 초보농사꾼 세레스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

마을을 눈으로 휩쓸었는데 없다.

덜컹...

엔진톱을 가져갔는데 혹시 저번에 나무를 한 깊은 산에서 혹시 사고가 난 것은 아닌가.... 그 생각만 머리에 남았다.
주현이도 나도 핸드폰을 안가져왔고 어르신들은 일찍 불끄고 주무시는데 ...
일단 집으로 뛰어야 했다.

집에 가서 아는 형에게 그 깊은 산에 가보자고 할 판이다.
거기에도 만약 없으면???
무슨 일일까...

주현이도 놀란 표정...
그래도 신화얘기를 하라고 하고는 혼잣말로 아빠 걱정을 중얼거리는 나를 보더니 입을 다문다.

그렇게 별의 별 걱정을 다 하며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보일러실에 불이 켜져있다.
'어, 아까 분명히 껐는데...'하고 불을 끄러 돌아가니 초보농사꾼이 차에서 나무를 내린다.

분명히 우리가 오갈 때 차가 안올라 왔는데...
반갑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해서 어디를 갔었냐고 하니 집 위로 가는 우리 반원댁에 갔었단다.
어제 팔순잔치를 하신 할매께 갔었던 것....

거기서 한 잔 하면 한다고 전화해주면 될 일을...
형이랑 그 높디 높은 산중에서 헤맬뻔 했다.

궁시렁궁시렁거리며 걱정한 것을 다 쏟아냈더니..
걱정도 팔자라는 표정이다.

귀농하고는 더더욱 작은 일에 놀란다.
아마도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곳으로 와서 그런가 보다.

늦은 저녁을 주현이랑 먹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린 딸을 놀라게 하여 미안한 마음이 든다.
조금 내가 침착했더라면 딸과 별이야기, 신화이야기를 하며 오붓하게 왔을 것을....

"휴~~~"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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