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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 _해당되는 글 177건
2009.04.03   귀농일기--한개피에 35만원짜리 담배 
2009.03.26   귀농일기--귀도 호강하고 있다. 
2009.03.20   귀농일기--드디어 고쳤다 2
2009.03.18   귀농일기--내가 좋아하는 곳은?? 
2009.03.18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오랫동안 주저앉고 싶다. 
2009.03.17   귀농일기--서울 삼성동 번개를 다녀와서... 
2009.03.17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이 죽일 놈의 건망증 
2009.03.10   귀농풍경--너를 기다리마!! 
2009.03.04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영혼을 깨워주는 일 
2009.02.08   귀농아낙의 산골편지--한양에 다녀온 아이들과 저러고 있다. 

 

귀농일기--한개피에 35만원짜리 담배
+   [귀농일기]   |  2009. 4. 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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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26일

내 생전 담배 한개피를 이토록 달게(?) 피워본 적이 없을 것이다. 머리에 털나고 ...
한 열흘 전의 일이다.
그날도 전과 다름없이 가공실에 들어앉아 야콘을 아내와 씻고, 일일이 물에서 건져내어 칼로 다듬은 다음(이 일은 아내 몫)에 슬라이스 기계로 슬라이스를 한 다음 증탕기에 넣는 일을 했다.

그러고 나면 가공실 물청소를 하고 나선다.
일단 그렇게 해두고 다른 일을 한다.
시간이 다되면 뜸을 들이고 김을 마저 뺀 다음 포장기 앞에 앉는다.

사실 말이 포장기이지 아마도 이 증탕하는 기계들중에서 이 포장기가 제일 기술을 요하는 기계이다.
기계치라고 나를 놀리는 아내에게 난 엔지니어라고 큰소리를 치는데에는 이 말썽많은 포장기가 한몫을 한다.
그 포장기를 싣고 논산에도 한번 갔었고, 서울에도 한번 가서 고쳐왔다. 이건 중고가 아니고 삐까반짝한 새것을 샀는데 말이다.
저녁이 되어 즙을 짜려고 가공실에 들어갔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일을 해서인지 피곤함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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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탕기 안의 야콘을 일일이 퍼내어 유압기에 넣은 다음 그 압력으로 즙을 짠다.
유압기에서 다 짠 것을 다시 한번 끓인다.(균이 없도록 한번 더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러고 나면 포장이 하나하나 되어 떨어지면 그것을 박스에 넣는 것인데 자주 포장기가 말썽을 피워 즙이 한가득 쏟아지기 일쑤다.
가공실 바닥에...

그래서 포장은 아주 신경이 쓰인다.
하여간 포장기까지 가기 전에 유압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유압기에 증탕기에서 꺼낸 야콘을 넣은 다음 유압기를 ON해 놓고는 잠시 진짜 잠시다.
피곤도 풀겸 담배 한대를 피우러 나갔는데 요란한 소리에 놀라 뒤돌아보니 ...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

유압기의 통을 잘 맞춘 다음 유압기에 전원을 넣어야 하는데 그 통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작동을 한 다음 잠시 담배를 피운 것이다.
일단 우당탕하는 소리에 가보니 상황은 끝...
그 통이 우그러들면서 동그란 판으로 누르는 유압기 둥근 바닥을 스텐이 감싼 것이다.
그 감싼 스텐레스를 펴내어 분리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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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 별의 별 장비를 다 갖다 놓고 해도 안된다.
그 날은 고생고생했는데 일은 더 악화시켰지 싶다. 결국 다음 새벽까지 계속 되었지만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선우도 걱정이 되는지 안자고 내려왔다.

결국 아내도 무슨 일인가 하고 내려왔다.
아내는 단박에  지금 이래서 될 일이 아니니까 일단 너무 피곤하니 들어가 자고 했다.
그런 면에서는 가끔 맺고 끊는 구석이 있다.

일단 자고 내일 하자는 바람에 멈추었다.
그러나 머리속에서 그 유압기가 떠나질 않았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난 씻지도 않고 그대로 쇼파에서 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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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주일에 미사를 보고 부속을 사서 그 스텐을 끊은 다음 그 유압기 통을 빼냈고 다시 하나 사려고 알아보니 35만원이란다.
단돈 10원도 안깎아 주기에 그대로 주고 샀다.
한 순간에 35만원 해먹은 거였다. 세상에...

고물상이 마침 오기로 되어 있어서 기념사진이라도 찍고 보내려고 한방 박았다.
이렇게 비싼 담배를 피워본 사람이 있을까...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귀도 호강하고 있다.
+   [귀농일기]   |  2009. 3. 2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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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3일

새 집으로 입주하고 각종 전자제품 등을 찬조받았는데 주로 처형들에게서 찬조를 많이 받았다.
자진 찬조인지, 협박에 의한 찬조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오디오는 논산의 이 베다 신부님의 찬조품이다.
농사짓고 들어와 음악들으며 쉬라고 하셨던 마음을 산골아낙을 들을 때마다 언급을 한다.
그런데 사람의 욕심이 한이 없어서 말이다, 안에서만 잘 들으면 될 일인데 또 밖에서도 일하며, 쉬며 듣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말씀을 들으시고 신부님이 다시 외부용 스피커를 사 보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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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단다, 단다 하면서도 달지 못했다.
핑계는 다 있다. 우선 집에서 나오는 선을 연결하려면 집을 뚫어야 한다.
거창하게 말해서 그렇지 구멍을 내면 된다.
물론 뚫는 도구도 문제지만 만약 조준을 잘못해서 '이게 아닌가벼' 했다가는 그 황소바람을 겨울에 끌어 안아야 한다.

그런 저런 이유로 달지를 못하다가 보내주신 분의 마음이 있는데 하면서 서둘렀다.
우선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오면서 달길님네 들려 드릴을 빌려왔다.
우리도 드릴이 있지만 그것으로는 어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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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뚫을 위치를 조준하는 일이 제일 신경이 쓰였다.
그런 걱정을 안고 뚫었는데 정말 귀신같이 뚫었다.
아마 신부님이 이 광경을 보셨다면 '소가 뒷걸음치다가...'운운하시며 웃으실 것이다.
이건 분명 실력인데...ㅎㅎ

하여간 걱정한 위치는 잘 잡았으니 달면된다.
사다리를 가져다가 위치를 잡아 매달고 드러난 선은 안보이게 노력했다.
아내가 그 모습을 보더니
"당신 성격 무지 변했다"며 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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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급하고 꼼꼼하지 못한 것을 빗대며 사다리를 잡아 주는 산골아낙.
그리고 하나는 안 방 앞에 달아야 하기 때문에 선을 데크밑으로 지나가도록 했다.
데크밑에는 덩치가 작은 아내가 들어갔다.

그렇게 해서 두개의 스피커를 달았다.
음악을 틀으니 죽음이다.
달밭에서도 들리고 저 아래 다리결까지 잘 들린다.

<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360.jpg">

그렇게 신바람이 나서 진종일 꽝꽝거리며 음악을 들었다.
야콘즙을 짜는 일도 신바람이 났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댁인 남씨 할아버님댁이 걱정이 되었다.
혹시???

물론 그 댁에 가려면 걸어가는 것이 좀 그럴 정도로 우리집과는 떨어져 있고, 작은 동산이 가로 막혀 보이지도 않지만 노인분이 작은 소리라도 들리면 못주무시거나 신경쓰여 하실까봐 일하다 말고 그 댁까지 저녁에 걸어갔다 왔는데 다행히 거기까지는 안들린다.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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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맘대로 틀어놓고 음악을 들으면 된다.
제일 좋을 때는 일을 한 다음 저녁을 먹고 담배 한대 물고 커피 한잔 타서 가지고 나와 있을 때 음악을 들으니 세상 누구도 안부럽다.
또 이곳이 독가촌이라 소리를 질러도 좋고, 이렇게 음악을 째져라 틀어도 좋다.

이제 귀도 호강을 하고 있으니 더 열심히 봄 농사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일기--드디어 고쳤다
+   [귀농일기]   |  2009. 3. 2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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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7일

포크레인 썩은 것을 하나 사가지고 뭐 좀 해볼라니 돈이 덜 들어가서 그런지 바가지가 덜덜거려 안그래도 초보가 어려움이 많았다.
누가 그러는데 하루에 조금씩 연습하는 것 보다도 몰아서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한 말이 생각나 요즘 시간나는대로
집중해서 연습겸 두릅나무 산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트렉(바퀴)가 빠져 나가 꼼짝 못하고 있었다.
홈에 오시는 분이 내 사정을 아시고 고맙게도 여러가지 고치는 법을 알려주셨다.
그러나 내가 고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달길님의 손과 기술을 빌리는 날이다.
날씨도 추운데 산골로 올라오셨다.

이제 드디어 고칠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기운이 절로 났다.
이런 저런 공구도 찾아다 대령을 하고 달길님을 돕는데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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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312.jpg">

몇번이나 트렉을 끼우려고 시도해 보지만 워낙 무거운 것이라 잘 안되었다.
둘의 힘으로도 역부족이다 보니 아내가 옆에서 응원하다가 같이 끼우려고 한다.
그러다 손가락이라도 끼면 그건 재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다칠 우려가 있어 물러나 있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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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315.jpg">

서울에서 엄마도 명절쇠신다고 내려오셨기 때문에 엄마는 벌써 추운 밖에서 우리가 고생을 하니 애가 타시는 모양이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해는 너울너울 사라져 가고 진도는 제자리 걸음이었다.
찬찬한 성격의 달길님이 다시 시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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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322.jpg">

다시 트렉이 벗겨지고..다시 시도해 보고,,날은 왜그리 안바쳐 주던지...
몇번을 시도한 끝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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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325.jpg">

드디어 달길님의 재주로 잘 마무리 되었다.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이 트렉을 사고치고 나서 포크레인을 볼 때마다
"저것을 어떻게 끼운담"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지금 완성되어 가니 왜 안기쁘겠는지.

이제 포크레인을 애기 다루듯 해야 한다.
달길님 고생하셨어요.
날이 어두워져서 일을 끝나치고 내려오니 날아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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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당분간은 포크레인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지...


달길님 고생했습니다. 날씨도 추운데 어두워지면서까지 ...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내가 좋아하는 곳은??
+   [귀농일기]   |  2009. 3. 1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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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0일

난 오지를 좋아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좋아하듯 땅도 누구도 크게 손상시키지 않은 곳을 좋아한다.
누군가가 나의 이런 성향을 알고 어디가 참 오지더라, 어디가 정말 끝내주더라 하는 말을 들으면 간단한 약도만으로도 우린 바로 확인사살에 돌입한다.

한번은 산골아낙에게도 말도 안하고 나섰다가 어두워지고 밤이 되어 집에 오니 난리가 났었던적도 있었다.
실종신고를 한다고 동네 형에게 말하고 난리였다.
처음 가려고 한 것이 아니고 볼일 보러 나갔다가 그 생각이 탁 나면 바로 돌진...
핸드폰이 안터진는 곳이니 연락할 방법도 없고 금방 갔다오면 되지 하고 나섰다가 그렇게 된 적도 몇번 있었다.
아내는 그런 남편과 살아서 알아서 감잡으면 좋겠는데 꼭 걱정을 하고 별별 상상을 다하고 기진맥진해 있곤 한다.
이젠 나이도 먹고 했으니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아직도 그 오지가 부르는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그 근성은 못고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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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논산의 이원무 신부님이 오셨기에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새점 밭을 구경시켜 드렸다.
새점밭은 바로 불영계곡과 접해 있어서 풍광이 좋다.
신부님과는 통하는 것이 많아서 말씀드렸더니 가보자고 하신다.

아내랑 새점밭으로 가서 밭을 보고 우린 불영계곡을 걸었다.
신부님도 풍광이 좋다고 하신다.

불영계곡의 물소리가 힘차다.
불영계곡은 겨울에도 을씨년스럽지 않다.
겨울에도 늠름하면서 멋지다.

새점밭 바로 옆이 이 사진의 모습이다.

신부님과 계곡을 걸으며 이런 저런 오지 이야기를 하며 한바탕 웃었더니 계곡도 쩌렁쩌렁 울리는듯했다.
사람과 사람
계곡물과 사람
모두 한데 어우러져 이야기꽃을 피웠다.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오랫동안 주저앉고 싶다.
+   [산골편지]   |  2009. 3. 1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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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8일

지난 24일에 서울에서 엄마와 네째 언니가 왔었다.
언니가 대상포진이라는 피부병때문에 고생을 한다는 소식을 그 전에 접했고 그것으로 인해 많은 고생을 한다고 했다.
대상포진이 생기기 전에는 얼굴과 목에 열이 나고 그곳에 버즘, 화상입은 사람처럼 붉게 얼룩이 져 자주 애들 먹었었다.

그렇게 열이 나면 며칠을 잠을 못잤다.
사람이 피곤해도 잠을 잘 자야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첫째 조건이 되는데 그 조건은 우선 팔자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두 가지 증상이 한꺼번에 왔고, 언니는 며칠을 날밤으로 새워야 했다.
조카는 엄마 병간호를 그렇게 지성으로 했다고 들었다.
그러니 내가 조카들을 이뻐하지 않을 수 없다.

결혼시켜 보면 더더욱 지엄마에게 잘 하는 조카를 업어주고 싶을 지경인 것은 사실이다.

일단 대상포진은 한의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았고 그렇게 독하다는 약을 먹고 우선 잠재울 수 있었다.
문제는 몇 년 전부터 알 수 없는 열과 얼굴에 얼룩이 지고 가렵고 하는 것이었다.
이 증상은 내가 서울을 다니며 잘 봐왔기때문에 그 고통이 어떻다는 것도 잘 안다.

그 소식을 듣고 내가 제안을 했다.
무조건 울진으로 오라고...
산골에 와서 솔숲에도 가고, 나무에게 말도 걸고, 맨발로 솔숲 걷기를 하고, 맑디 맑은 물을 먹고 , 맑은 공기를 마시자고 그러자고...

그러니까 자연에게 언니를 맡기고 싶었다.
누가 언니의 상태를 보고 이 말을 들으면 정신나간 소리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당장 며칠 내려와 있는다고 낫진 않는다.

오히려 더 악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난 돌파리 기질이 있는지 몰라도 확신이 있었다.

당연히 언니는 말꼬리를 흐렸다.
내가 잘은 몰라도 언니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막내가 농사일로 바쁜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또 성당 일도 보고 있는데...
아들 세무도 돌봐주어야 하고,,,,
마침 엄마도 네째 언니네에 머물고 계시고...

언니 발목을 잡는 일들 투성이었을 것이다.
언니는 뜸을 오래 들였다.

이번에는 조카들과 내가 동시 공작을 폈다.
겁도 주고, 윽박도 지르고 해서 겨우 산골로 오게 되었다.

산골에 온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아니다,  서서히 내성이 생길 것이고, 그동안 독한 약을 많이 먹은 언니 몸의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시켜 주고, 소나무, 하늘, 물, 공기 등 자연은 인간보다 더 현명하게 언니를 치료할 것으로 난 믿었다.

일단 눈을 뜨면 운동을 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우리 소나무 산을 돌았고, 나중에는 초보농사꾼이 까밧골이라는 임도를 처형과 가면 좋을 것같다고 제안하여 셋이서 4시간 거리를 맨발로 다니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 날은 통고산 정상까지 맨발로 산행을 했다.
저녁에는 우리 산의 질좋은 황토로 문제의 부위인 얼굴, 목을 마사지했다.
그러다 여리디 여린 솔잎을 따서 야콘을 넣고 믹서기에 간 다음 얼굴과 목에 붙이기도 했다.
그 황토를 숨쉬는 항아리에 넣고 물을 부은 지장수로 매일 환부를 씻도록 했다.

그것이 더 병을 악화시키리라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처음 그렇게 했을 때 역반응이 나올 수는 있지만 자연의 것을 계속 접하다 보면 그것이 서서히 제 기능을 잘 하리라 믿었다.
자연만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난 확신했으니까.
돌파리가 사람잡는다고 해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언니는 주방을 떠나질 않았다.
산골아이들에게 맛있는 것을 해주고 싶어 진종일 도마 소리를 냈고, 저녁에 우리 부부가 야콘을 씻고 다듬고 하여 야콘즙을 만들면 동행하여 함께 일을 했다.
그게 화가 났지만 언니로서 그럴 수 있겠구나 했다.
말려도 안되어 나중에는 늦은 밤이나 이른 시간에 언니 몰래 일을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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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609.jpg">
(지장수로 얼굴과 목을 닦았던 그 흔적이 나를 지금 마음아프게 한다)

일하면서 언니의 중얼거리는 소리는 스스로 죽비를 두드리는듯했다.
"막내야, 이렇게 고생하는줄 , 이렇게 바빠 동동 걸음을 걷고 뛰어다니고 하는줄, 이 정도인줄 몰랐구나."
난 지금 충분히 행복하고 앞으로 꿈도 있고 하는데 뭘 그러냐고 해도 핏줄로서의 아리함을 언니는 감추려 해도 안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는 중에 눈이 왔다.
겨우내 그렇게 비치지도 않던 눈이 왔다.
언니는 산골에서 눈도 보고 좋아했지만 운동때문에 내 맘은 급하기만 했다.
눈이 왔는데도 임도의 소나무 숲길을 가자고 했다.

집에만 있어도 좋다며 언니는 동생 생각하여 안간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씨도 안먹히는 얘기였다.

그러다 비도 왔고 날은 추웠다.
그렇게 비도 안오더니 왜 이 귀한 기간에는 비도 오는지....
그런 날이라고 예외는 없다.
비가 오는데도 운동을 가자고 했고 언니는 눈때와 마찬가지로 데크에서 운동을 해도 되니 쉬라고 했다.
물론 내가 힘들까봐 언니는 안간다고, 다녀왔다고도 했다.
내가 다 알지 그거 모르까봐.

우산쓰고 내가 먼저 나섰다.
알아서 하라고...
결국 내 등살에 언니도 우산을 쓰고 우린 그 소나무 숲길을 걸었다.

내가 대상포진이나 얼굴에 열이 나고 꽃이 피는 것을 이번 상태만큼은 보진 못했기때문에 산골에서 좋아졌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언니는 약을 병원에서 받아 왔고 먹어야 하는데 산골에 와서는 약을 끊어버렸다고 했다.
속으로 걱정을 많이 했단다.
이 약을 끊어서 치료중인 것을 내성만 생기게 하고 재발 가능성만 높이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왜 안그렇겠는지...
속으로 걱정이 얼마나 되었을까...
난 그것도 모르고 매일 아침 언니 약먹었냐고 챙기기까지 했다.
그러나 언니도 점점 자연에 치료를 맡기고 싶었을 것이다.

엄마도 지팡이를 집고 아기처럼 아장아장 간신히 걸으셨는데 한 사흘 자갈 깔린 앞마당을 걸으시더니 지팡이 없이도 걸음을 걸으실 수 있게 되었다.
소화도 시원찮아 위로 가스가 올라왔었는데 아래로 나온다며 기분이 좋으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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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610.jpg">
(훌라후프도 공기좋은 곳에서 한다며 ... 그랬었는데...)

언니는 서울로 올라가려고 기회를 보는듯했다.
내가 쐐기를 박았다.
이렇게 일찍 올라가면 죽도 밥도 안되니까 알아서 하라고...

언니의 문제는 우선 잠을 충분히 못잔다는 거다.
그래도 이곳의 공기가 너무 좋다며 창문을 열고, 데크에 나가 훌라후프도 돌리고 눈부신 햇살도 쐬고 기분 좋아했다.
그러나 저녁이 되면 일찍 자야 하는데 책을 오랫동안 보았고, 기도도 오랫동안 하고 있는 것을 내가 문틈으로 확인할 때는 마음이 미어졌다.

서울의 아파트 침대에서 자다가 이렇게 바닥이 따뜻한 곳에 자니 참 좋다며 맨바닥에 누워 있기를 좋아했다.

드디어 서울가는 날을 스스로 정했고, 큰조카 세종이가 엄마랑 할머니를 모시러 온다고 했다.
엄마는 이곳에 더 계시게 하자고 초보농사꾼이 아무리 말해도 언니는 이 바쁜 사람들이 무슨 ... 말이라도 고맙다고 충분히 그것만으로도 마음을 알았다며 고마운 마음은 충분히 알았으나 안된다고 했다.

다음에 내려오면 그때 엄마를 며칠 계시게 하는 것은 몰라도 말도 꺼내지 말라고 일축했다.

세종이랑 새조카 며느리가 어제 왔다.
와서는 점심 먹자마자 이모부랑 밭으로 가서 작년에 썼던 말목을 차에 다 싣고, 고추밭에 깔았던 그 많은 부직포도 정리하고 싣고 답운재 밭으로 가서 내리고는 다시 땔감을 잘라서 한 차 싣고 왔다.

일단 저녁을 먹고 다시 야간작업에 들어갔다.
야콘을 선별하고, 다듬과 세척하는 일이다. 야콘즙을 만들기 위해...

난 새조카 며느리가 시이모집에 처음 왔는데 이 일을 시키면 안된다고 했고 초보농사꾼은 이제 가족이기때문에 무엇이든 가족처럼 자연스럽게 대하는 것이 더 친해질 수 있고 좋은 거지 이건 이래서 그렇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하면 그게 남이지 내 식구이냐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계속 남으로 남아야 하지 내 집 사람과 섞이기 어렵다며 단호하다.

난 그의 마음을 잘 안다.

초보농사꾼은 처형과도 농담을 잘하며 재밌게 지냈다.
이런 저런 자녀 교육에 관해 언니가 이야기를 하면 그 말에 귀기울이고 실행에 바로 옮기곤 했다.
당연히 조카들도 자기 조카처럼, 처형들도 누나처럼 그렇게 대하기때문에 조카 며느리 역시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난 씨도 안먹히는 얘기만 했고 결국은 가장의 말대로 모두 달라들어 밤 10시부터 야콘 작업을 했다.

야콘 작업이 끝나고 야참을 먹으며 산골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드디어 내 핏줄이 가겠다고 한 날이다.
오늘따라 날씨가 좋은 것이 못마땅하다.
이렇게 봄날씨처럼 따사로운 날이 못마땅해보기는 귀농생활 10년만에 첨이다.

울 언니랑 엄마계실 때, 주구장창 이런 날씨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언니가 깰까봐 살금살금 나와 난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우리 송이산 한켠으로 달려가 질좋고, 때깔좋은 황토를 봉투 가득 퍼담았다.
그리고 다시 집 바로 뒤켠으로 올라가 아주 어린 소나무를 화분에 옮겨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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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를 씻기려고 지장수를 만들었는데 다 쓰지도 못하고 갔다)


언니가 서울가서 이 소나무 숲에서 맡았던 냄새를 소나무 화분에서나마 맡으면 그 놈의 피부병에 쬐끔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다.
그리고 소나무를 캔 주위의 좋은 흙도 퍼담아 묶었다.

그리고 어린 소나무 가지를 가지치기 하여 신문지에 싸고 그것이 행여 가다가 마를까봐 비닐을 꼭꼭 쌌다.
서울 거실에서 펴놓고 소나무에서 나오는 좋은 성분을 쥐똥만큼이라도 얻으라고...

아침 먹고 성당가야 할 시간이 닥아올수록 내 발걸음은 바쁘기만 했다.
이제 되었다.
이렇게 준비하고도 혹여 언니가 잊고 갈까봐 데크로 올라가는 계단에 이 준비물을 죽 늘어 놓았다.
전리품처럼...

그리고 집으로 들어와 아침 준비를 하는언니를 호수밭으로 내몰았다.
공기가 너무 좋으니 오늘 호수밭이라도 올라갔다 와서 서울가라고...

언니가 아무 말없이 밭으로 올라간다.
난 아침 준비를 하러 들어가야 하나 언니의 모습이 분필만하게 보일 때까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눈치도 없이 뭉클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동생네 집이라고 왔는데 야콘즙 일로 내가 이리 뛰고 저리 뛰니 언니 맘을 아프게 했을 것이 또 아리했다.

미사를 다녀와 다시 산골에서 짐을 싸는 가족들...
내 핏줄들이 이제 가겠다고 짐을 싼다.
내가 거들어야 하지만 난 점심 먹은 설거지만 하고 있었다.

가슴팍이 뻐근한 것을 짓누르며 애궂은 그릇만 빡빡 문질러댔다.
엄마도 오늘 떠나는 것을 아시고 어제부터 안색이 안좋으셨다.
막내 딸...
워낙 말이 없으신 분이라 엄마는 혹여 딸이 알아차릴까 표정을 몇 번이고 바꾸시려 애쓰셨다.

그렇게 오래 설거지를 해도 내가 거들어야 했다.
이제 핏줄들의 짐정리를 거든다.

"막내랑 아제 덕분에 너무 편하게 있다가 건강해져서 간다. 바쁜데 처형데리고 솔숲도 가고, 몸에 좋은 것도 잡아주고, 눈도 보고, 비도 보고 호강하다 간다..............."

그런 말 좀 안했으면 좋으련만 언니는 몇 번이나 그 말을 되풀이 했다.
난 눈에 힘을 바짝 주었다.
새 조카며느리 앞이라 더더욱 애를 썼지만 주문빨이 잘 안먹혔다.

조카의 차는 서서히 떠났다.
조카도 발걸음이 무거운지 뭔가를 빠뜨리고 가는 사람처럼 느리게 느리게 , 차창으로 손을 내 흔들며 차는 그렇게 미끄러졌다.

난 그의 차를 따라갔다.
나도 조카를 흉내내어 천천히...
다리결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까지 그렇게 걸었다.

드디어
다물었던 입이 터지며 울었다.
다리결은 휑했다.
핏줄의 그림자도 안남기도 휑했다.

한숨 자고 싶었지만 잘 수가 없었다.

엄마가 그 시원찮은 다리로 운동하다가 쉬는 의자를 보면 다시 왈칵거렸고,
언니를 지장수로 씻긴다고 마련한 지장수 항아리를 보고도 그랬다.
집에 들어오니 온천지에 엄마랑 언니의 흔적이 널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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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시원찮은 발로 운동하다 쉬던 의자)

운동하다 벗어놓은 옷이며, 잠이 안와 책을 보던 스텐드며, 공기좋은 곳에서 훌라후프하라고 내다 준 것이며, 언니가 만들어 주고 간 음식들이며,,,,
난 정신나간 사람처럼 그것들을 내 눈에서 치웠다.

핏줄들의 흔적을 치우지 않으면 난 내 정신으로 오늘을 날 수가 없다는 것을 귀농하고 터득했다.

이럴 때 무슨 단어를 떠올릴까...
헤어짐", 슬픔?, 그리움?...

그보다는
삶의 모습에서 흔적이란 무엇인가????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난 나에게 묻고 또 물었다.
딸 주현이가 나를 위로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니 난 다시 마음이 추스려야 한다.
언니가 바쁜 아제를 위해 잎차를 끓여주던 곳에 언니를 흉내내어 잎차를 준비한다.

초보농사꾼은 내 마음을 먼저 알고 야콘즙 포장하러 벌써 가공실로 내려가고 없다.
주현이랑 마주앉아 차를 마셨다.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아리함을 잎차로 눌러본다.

내가 오늘 곧 마음을 추스릴 수 있을지 난 자신이 없다.
옛날 같았으면 약발이 받았는데 점점 연해지는 약발에 자신감을 잃는다.
이런 상태는 오래 갈 것같다.

"삶의 모습에서 흔적이란 무엇인가??"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서울 삼성동 번개를 다녀와서...
+   [귀농일기]   |  2009. 3. 1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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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8일

서울에서 우리 홈에 오시는 분들이 번개를 하신다고 하여 기쁜 마음으로 내가 서울로 갔습니다.
삼성동 약속장소로 가기 전에 오늘 만나기로 한 김태경님께서 테이핑 요법의 전문가를 소개시켜 주셔서 온몸, 정말 거의 온몸에 테이핑을 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변화...
얼마나 고맙던지요.

그렇게 모두 함께 약속장소로 가서 그립던 분들을 만났습니다.
최일선님, 삼전 베드로님, 김태경님, 치자꽃님, 장의숙님, 이준봉님, 김남걸님, 문영미님을 ...
최일선 님만 빼고 모두 처음 뵙는 분들...
반갑다 못해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습니다.

어느 공간이 이처럼 따뜻할 수 있는지...
그런데 이상한 것은 처음 만났는데 하나도 낯설거나 서먹 서먹하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오래전부터 알고지낸 형님, 누님, 동생같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물론 술은 기본...
하도 재미나게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주인이 업무(?) 끝났다고 나가달라는 무언의 압력에 못이겨 슬슬 무거운 엉덩이를 떼기 시작했습니다.

고마운 선물도 받고 아쉬운 이별을 한 후 산골에서 2월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뒤로 하고 난 엄마가 계시는 마천동으로 갔습니다.

다음 날 산골에 도착했고 그 도착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쬐끔 거시기(?) 하지만 어제 상경보고 늦게 올리느라 못다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벌서 12시가 넘었네요.
암튼 늦은 추가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서울 번개후에 마천동 엄마께 그간 이야기를 대충 말씀드리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부랴부랴 나서려니 바리바리 싸 주십니다.
다음주에 엄마 모시러 차 가지고 올때 싣고 가겠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노인네는 그게
아닌지 차 안에서라도 먹으라고 주섬주섬 싸주신다.

그 전날 번개때 받은것만 해도 엄청(?)나지만 어머님께 효도하는 심정으로 또 한짐을
들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 20분정도...
서울에서 울진까지 버스로 가는 차편은 두종류의 행선이 있습니다.

한 노선은 서울에서 강릉을 지나 동해, 그리고 삼척을 지나서 울진에 가는 버스편,
그리고 또 한 노선은 서울에서 원주를 통해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영주,봉화 그리고
울진을 가는 방법...

울진읍까지 가는 시간이야 두 노선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저에게는 영주,봉화를
거쳐가는 노선이 조금 빠르고 편리합니다.
하지만 영주,봉화 노선은 하루에 서너번 밖에 없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어쨌든 저는 오전 11시 20분 정도에 부랴부랴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해서 매표원에게
영주를 지나가는 차표를 얼떨결에 물어보고 끊은 차표시간이 오후 1시 30분...

차표를 매표하고 기다려야 할 시간이 앞으로 2시간여...
2시간 이상을 복잡한 터미널에서 하릴없이 기다릴 생각에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빨리 가서 야콘즙도 마저 포장해야 하는데...

매표원에게 다시 다가가서 강릉지나 울진까지 가는 차표는 몇시에 있냐고 물으니 12시에
있다고 합니다.
그러길래 3100원 추가로 물고서 차표를 바꿨습니다.

그래...30분정도만 기다리면 바로 울진읍에까지 가겠지...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그럼
읍에서 집에까지는 어떻게 가지???
생각이 거기에 이르니 다시 고민이더라구요.
읍에서 쌍전까지 가는 막차가 오후 5시 30분 있다 보니 읍에서 또 기다릴 생각이 막막...
그리고 나의 유명한 세레스는 면에 세워 두었는데...

쌍전리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들어가지 않으면 아내더러 데리러 나와 달라고 해야 하는데 그러는 것도 왕복 시간이 많이 걸리고 아내도 일이 많은데 피곤하고...

그렇다면 개겨도 서울서 개기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똑 같다라는 마음에 또 다시
표를 바꿨습니다.(이번에는 하도 미안해서  머리를 서서 그 전에 표를 바꿨던 매표원이 아닌 다른 매표원에게 다가가서...)

보부도 당당하게 표를 두 번 바꾸고 터미널을 나서면서 2시간을 때울 곳을
찾다보니 바로앞의 테크노 마트가 눈에 띄었지만 내가 그곳에서 전자제품을 살 일도
없고 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일단 돌다 보면 나의 호기심과 일단 질르고 보는 성격이 궁합이 맞아 또 뭔 사고(구매)를 칠지 몰라 꾸욱 참았습니다.
더더군다나 그 많은 짐(벙개때 받은 선물과 엄마가 싸주신 짐)을 들고 두 시간을 헤맬 이유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사우나....
‘그렇지, 전날 엉아,누님들께 받은 사랑의 마음을 조용히 음미하면서 시간을 떼우는게
최고여...‘
 하면서 찾아나선지 얼마 걷지 않아서 바로 사우나가 즐비하더군요.

문제는 여기서부터...
입장료를 내고 카운터에 양 손에 들고온 보따리를 맡기고 탈의실에서 옷을 벗기
시작하는 순간..... 내 몸에 둘러쳐진 테이프.......
아뿔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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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김태경님의 후배님이신 이준봉님 사무실에서 온 몸에 테이핑을 하다보니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양쪽 팔목에서 손목까지, 등뒤, 엉덩이, 어깨, 앞부분의 배, 가슴.... 내가 거울을 봐도
정말 기하학적인 모습으로 테이핑된 내 온몸이란...

상체만 보면 완전 미이라 수준...
하지만 사우나 요금을 낸 상태고 2시간을 때워야 한다는 생각과 일단 돈을 냈으니 본전 생각도 났습니다.

 그때부터 합리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내 몸에 붙여진 테이프가 피부와 비슷한 살색이니까 별로 눈에 안띄겠지 하는 그런 복합적인 생각으로 욕장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는 순간....

테이프가 물에 젖으면서 내 몸과 비슷한 색깔의 테이프가 완전히 선명하게 다른 색깔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주위의 시선이 마구 쏟아지고 사람들은 멈칫 멈칫하면서 나를 힐끔힐끔......

그것만으로도 버거운 모습인데 빠박인 헤어스타일까지 거들어서 상대방들의 눈에는 내가 완전 “조폭”으로 보였던 것같았습니다.
 
내가 근처에만 가면 슬슬 피하더구요.
덕분에 냉, 온탕 왕복할 때 마다 거슬리는 사람 하나 없이 완전 독탕을 했지만 기분은 조금
묘 했습니다.

꼭 조폭같은 사라이
"탕에 있는 니들 다 나가"라고 한 것처럼 자연~~ 스럽게...
또 한가지...

목욕하면서 때를 밀어야 하는데 상체는 테이프 때문에 어디 건드릴 곳이 하나도 없어서 그냥 하체만 대충 닦으면서도  “어이...목욕하니 개운하네....”를 연발해야 했습니다.

산골에 와서도 생각할수록 가슴이 뻐근해집니다.
모두 그리운 모습들이니 2월을 기다리겠습니다.

산골에서 초보농사꾼 서울 번개 2차보고 드립니다.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이 죽일 놈의 건망증
+   [산골편지]   |  2009. 3. 1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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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23일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난 내 새끼들 추울까봐 보일러의 아가리가 터져라 장작을 집어 넣었다.
보일러 숨구멍도 연통크기만한 것을 죄다 열어 재껴 놓았다.
그래도 내 새깨들의 새벽 찬 공기를 걱정하여 두꺼운 이불을 콧구멍만 남겨 두고 덮어 주었다.

새벽에 오줌누러 일어나서도 눈은 반쯤 감고도 가족들 요 밑에 손을 넣어 보고 이불이 가족들 콧구멍 밑에서 알짱거리고 있는지 확인했다.

이불 밑에 따땃함이 손 끝에 달라붙는 순간, 스님의 참선 모습처럼 눈을 감고 꿈인듯 생시인듯 고개를 끄덕이며 잠자리에 다시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니 이게 왠 날벼락인가, 작은 옹기 속이 꽁꽁 얼었다.
그 속에 4마리의 금붕어 가족도 ‘동작 그만’ 명령이라도 받은듯 너무나도 자유로운 동작으로 멈춰 얼음에 끼어 있다.

‘이 죽일 놈의 건망증이 어린 생명까지 목숨 줄 놓게 했구나...‘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나도 금붕어를 흉내내어 그 자리에 오랫동안 ‘얼음’(애들 놀이 할 때 얼음하고 외치면 바로 그 동작상태에서 멈추는 그런 거다)자세로 서있었다.

내 새끼들 추울새라 동동거리며 방정을 떨 때, 금붕어 새끼들 목숨줄 놓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날이 추워 내 가족 챙길 때 주위를 한번 둘러보는 여유만 있었더라면 이런 참변은 없었을 것이다.

요 며칠 하도 따뜻하고 햇살이 좋기에 겨우내 실내에서 지낸 금붕어 가족을 위한답시고 마당에 내다 놓아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갑자기 날이 쌀쌀해진 것을 알면서도 이 몹쓸 놈의 건망증은 그들을 들이는 짓을 허락지 않았다.

산골소년 선우가 주말마다 그들의 안식처인 돌확을 솔로 청소해 주고, 돌확 안의 하얀 돌도 일일이 씻어 넣어 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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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뚝뚝한 초보농사꾼이 매일 아침 밥을 챙겨주곤 했는데...
내가 한 순간에 일을 저질렀으니 산골애들에게 얼굴이 서질 않는다.

내 정신 꼬라지가 이 모양이라 그동안 산골에서 정붙여 산 그들과 석별의 정도 나누지 못했다.

지들 집이 서서히 살얼음으로 변하고 꽁꽁 얼어 올 때 얼마나 당황했을까.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는 왜 봐가지고 상상은 거기까지 미치게 하는지...

금붕어 4마리.
자면서도 눈을 뜨고 잔다더니 죽어서도 눈을 뜨고 그동안 먹이준 산골아낙에게 잘있으라 인사하는 것같다.
그 눈빛은 인간의 원망과 미움에 찬 눈빛과는 사뭇 다르게 온화하다.
그게 더 사무친다.

이제 햇살이 그들을 녹여 주면 난 조촐한 장례라도 치를 생각이다.
언 땅이지만 삽으로 득득 긁어서라도 죽어서의 영혼은 따뜻하라고 흙이불을 두툼하게 덮어줄 참이다.

이제 그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놓고 떠나갔으니  내 영혼이 그들의 무게만큼 한쪽으로 사정없이 기울리라.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풍경--너를 기다리마!!
+   [산골풍경]   |  2009. 3. 1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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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 겨울을 나는 일이 걱정이 되어 귀농 반대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귀농 두 해 정도는 매일 출퇴근을 하던 초보농사꾼이 몸이 간지러워 하는 눈치다.

주말만 되면 산으로 , 강으로, 들로  그것도 모자라 줄 하나에 목숨을 의지해 바위에 개미처럼 붙어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그로서는 너무나도 당연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긴 겨울의 재미를 만들어 가도록 자연이 도와주었다.
눈이 많이 오니 눈썰매를 탔다.
그것도 시들해지면 눈썰매의 달인(? 달견?)인 멜라뮤트에 눈썰매를 매달아 주현이를 태우곤 했다.

그렇게 겨울을 나는 재미와 의미를 부여하다가 작년부터는 야콘즙을 만드는 재미로 보냈다.
더러는 코피가 나올 정도로 열심히 그 일에 매달렸다.
겨울에도 일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기때문이다.

새벽에 달, 별들의 호위를 받으며 올라올 때도 많았다.

그렇게 봄을 맞이하곤 했는데 올해는 눈도 많이 안와서 자주 꽃밭을 알짱거렸다.

봄이듯 하여 꽃밭 그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애들을 부르기도 했다.
성급한 이웃에게 화도 내지 않고 그들은 제 할 일을 했다.

볼품 없어진 꽃밭에서 성급하게 그들을 기다리곤 했다.
요즘들어 더더욱 난 꽃밭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내가 선우, 주현이에게 태교를 하듯이 그렇게 앉아 그들에게 말을 건내준다.

어제는 꽃씨를 심었다.
혹여 그 안에 먼저 집지은 놈들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꽃씨를 심고 말해주었다.
"우리 곧 만나자. 너희들이야 워낙 좋은 모습으로 사람에게 복을 주는데 나도 조금이나마 닮고 싶구나. 따사로운 날 우리 만나자. 나의 도반들이여. 기다리마!!"

초보농사꾼도 목이 빠지게 기다린단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영혼을 깨워주는 일
+   [산골편지]   |  2009. 3. 4.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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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7일

작년 말에 신이 나에게 12개가 끼워진 곶감 한 줄을 선물로 주셨다.
그러면서 하나하나 빼먹으며 유익한 양식이 되어야 한다는 간곡한 멘트를 날려주셨다.

이제 하나의 곶감을 빼먹고 두번째 곳감을 집었다.
그리고 하나 먹은 곶감이 유용한 양식이 되었는지 돌아본다.
아니다.
똥밖에 된 게 없는듯하다.

헛된 한 달을 보낸듯 또 한 장의 달력을 찢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

요즘 야콘즙과 야콘칩 작업을 한다.
그러려면 야콘을 일일이 씻어서 슬라이스를 한다.
야콘을 씻는 일은 쉽지 않다.

작년에 가물어서 갈라졌기 때문에 그 갈라진 틈마다 흙이 들어 앉아 있어서 그것을 일일이 후벼 파야 한다.
그런 작업이 끝나면 슬라이스를 한다.

이 일을 초보농사꾼과 둘이 했었는데 산골의 아이들이 한양에 다녀온 기념(?)으로 모두 함께 작업을 하기로 했다.
사실 일을 도와주는 의미도 크지만 가족이 힘든 일을 함께 나눈다는 데에 더 의미를 둔다.

그러다 보니 난 다른 일이 있어도 끼어서 말동무가 되어 주고 애들처럼 장난도 치고 1인 3역 정도는 해내야 한다.

그 일을 하면서 우린 대화를 많이 한다.
서울에 갔을 때 어떤 점이 인상 깊었는지...등등을 물어본다.

그런데 가끔 초보농사꾼이 찬물을 끼얹는다.
가령
"선우야, 내가 알기로는 넌 미술이 허당으로 아는데 서울가면 왜그렇게 미술관, 예술의 전당 등을 이잡듯이 다니냐?"

그냥 미술에 관심 없는 네가 그렇게 미술관 등을 다니니 기특하구나...이런 멘트를 날리면 어디 덧나는지...

선우는 씩 웃으며 대답을 한다.

물론 자기는 그림에는 젬뱅이란다.
그러나 그리는 것을 못하면 보는 안목이라도 키워야 한단다.
네째 이모는 주부이면서도 예술의 전당에서 살지 않느냐,
그 이모가 미술을 잘 그려서 다니는 것은 아니다,
자꾸 다니다 보니 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가들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감동이다,
내가 관심없는 분야라고 신경 끌 일이 아니고 다방면에 조금의 안목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

그런 대답에 초보농사꾼 본전도 못찾았다.

야콘 작업을 하는 시간은 그런 시간이다.
중3이 되는 주현이 역시 스스로 미술관 등을 서울 스케줄에 꼭 넣는다.
주현 낭자는 시를 좋아하다 보니 교보문고에서 시집을 많이 본 모양이다.

광화문 교보문고는 내가 서울살 때도 등에 업고도 자주 가던 곳이다.
주현이는 업고, 선우는 걸리고...

업은 애가 뭘 알까 하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책 냄새, 그리고 서점의 그 풍광이 천리도 본다는 아이가 그것만 안볼 리는 없다는 확신이 있었기때문이다.
아이들이 크면서도 갔었고, 귀농하고도 방학때마다 데리고 갔다.

이제 데리고 안가도 제 발로 찾아가 감동을 담아 오고 있다.

그렇게 야간 작업에 돌입할 태세이니 산골아줌마는 간식을 준비해야 한다.
말벗이 되어 주랴, 간식해 나르랴...

그렇게 서둘러 집으로 올라가는 내 뒤통수에 날아오는 멘트
"선우 엄마, 쏘주 빼먹고 오는 것은 아니것지..."

'요즘 귀신은 뭐하는지...^^"

산골음식이란 <있는 재료로 한다>가 기본 모토다.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다'고 산골가족들도 이 음식에 뭐가 빠졌느니, 뭐니 하는 일은 없다.

오늘의 메뉴는 선우의 강력한 부탁에 의해 비빔국수와 김치부침이로 정했다.
일단 콩나물을 삶아서 넣고,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비빔국수를 만들었다.
김치 부침이는 이곳 어르신이 찬조해 주신 것을 송송 썰어 계란 넣고 부쳤다.

내가 서두르는 이유 두 가지.
첫째는 빨리 갖다가 줘야 세 박씨들이 에너지가 생길 것이고,
두번째는 나 없는 사이 하나밖에 없는 배씨를 간식으로 도마에 올리는 것은 아닌가 불안해서다.^^

노동을 하고 먹는 참은 꿀맛이다.
아니나 다를까.
넉넉히 해간 음식이 바닥이 금방 났다.

방학이라도 진종일 집에만 있는 것은 좋을 게 없다.
동네도 한 바뀌 같이 돌고, 같이 책도 보고, 그리고 저녁에는 이런 운동(?)도 시킨다.

선우가 말한다.
"커서 이런 일들이 많이 그리울 것같아요."

그리운 것이 많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립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시절의 일이 지금 내가 가는 소풍길에 깔려진 낙엽처럼 바스락 바스락 영혼을 깨워주는 소중한 일이기때문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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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아낙의 산골편지--한양에 다녀온 아이들과 저러고 있다.
+   [산골편지]   |  2009. 2. 8.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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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5일

방학이라 서울에 갔던 아이들이 8일만에 산골에 도착했다.

서울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영주로 해서 봉화, 현동, 분천, 그리고 우리 마을앞을 바로 지나 면에 내려준광다.
우리 마음 앞을 지나면서도 차를 안세워준다.
사정을 해도 소용없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원칙이 있어서일거라고 생각하고 애들에게는 사정해 보라는 말도 안한다.

아이들이 분천을 지나고 있다는 전화를 받고 가공실에서 일하는 초보농사꾼을 조금 돕다가 면에 가니 아이들이 벌써 내려서 어둔 시골 정거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엄마 차를 발견하고 바리바리 싸온 짐보따리를 실기도 전에 엄마 손을 한번씩 잡는 아이들...
잘 다녀왔고 고맙다고 차에 짐을 실으며 그리고 자기 몸을 실으며 먼저 인사를 한다.

"그래, 아빠가 기다리시니 어서 가자"

산골에 도착한 아이들이 절을 해야 한다고 우리 부부의 손을 잡아 끌며 앉으시란다.
우리 둘은 집을 비웠던 아이들의 절을 받았다.

아이들을 일년에 한번 외국을 데리고 나가다 이번에 선우가 2학년이 되면서 졸업할 때까지 참자고 완장찬 가장이 선포해서 못갔고, 서울은 매 방학때마다 경험하라고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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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웃 할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군밤은 선우가 좋아하고, 밥에 넣어먹으라고 말려 주신 그 딱딱한 밤을
과자처럼 먹더니 아예 들고 다니며 먹고 있는 주현낭자))


이번에도 8일 동안의 서울 경험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아들 선우(아론)

늘 방학때마다 광화문 교보문고를 갔지만 이번만큼 감동적이고 느낀 바가 많긴 처음이란다.
예전의 아빠처럼 넥타이맨 아저씨들이 퇴근해서 열심히 책을 읽고 고르고, 어떤 백발의 할아버지는 아예 걸터앉으셔서 열심히 법전을 보시더란다.
그 모습에 애가 놀란 모양이다.

또 한 가지는 엄마랑 방학때 교보에 가면 엄마는 끔쩍도 안하고 1시간이고 얼마고 책을 보고 또 보고 하셨을 때, 사실 지루한 적도 초등학생때는 대부분이었다고...
그런데 이번에 엄마를 너무 이해하게 되었다고 흥분한다.
책많은 곳에서 그 책을 찾아 온 사람들에게 감동먹고, 그곳에 자기가 좋아하는 심리학 등에 대한 책도 맘대로 볼 수 있어서 또 감동먹은 모양이다.

자기도 사고 싶은 책이 많았고, 느낀 점도 많아 이번 방학때 3일을 광화문 교보로 출근해서 점심도 거기서 사먹고 했단다.
또 미술관 또한 감동인 것은 올해도 마찬가지고...
사실 선우는 미술을 아주 싫어한다.
그러면서도 미술관을 자주 가서 보는 것이 신기하다.

여러 감동을 쉼없이 풀어내는 선우...

다음은 주현 낭자 차례...
가장 감동받은 곳은 어디냐고 하니 서대문 형무소란다.
서대문 형무소??... 주소는 현저도 101번지인데... (쓸데 없는 것만 외우고 있다. 난 )

그곳을 지금 두번째 가보는데도 다음에 어디 갈까 한다면 또 갈 거란다.

그리고 교보문고는 두번 갔지만 오빠처럼 깜빡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시집이랑 다른 책들이 많아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데 참으로 좋고 분위기가 좋았단다.

그리고 미술관을 갔었는데 조금 이해하기 힘든 그림이 많았지만 그래도 많이 배우고 그 분위기가 좋았단다.
서울의 사촌형들과 지냈던 이야기, 네째 언니의 아들인 세무가 그 대학생 형이 어린 자기들을 데리고 영화도 보고, 노래방에도 가고, 저녁에는 대화도 해주고 너무 좋았단다.

선우는 세무형을 가장 닮고 싶어한다.
이모에게도 너무 잘하고 그것이  온전히 몸에 배어 있고 이모를 도와 밥차리고 설거지하는 것이 생활이라며 선우가 침이 마른다.

아이들은 서로의 차례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감동을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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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빨랑 나오시라고 하도 그러기에 나갔더니 춥다. 두른 앞치마를 풀어 들고 는 추운 날씨탓에 손에 잔뜩 힘을 쥐었더니 표정도 자세도 영 경직되어 있다.))


일단 거기까지 듣고 오랫만에 네 식구가 식탁에 꽉 들어앉아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도 이야기는 끊어지지 않았다.

선우가 말한다.
우리는 복이 많은 아이라고...
울진의 아이들 중에는 서울에 한번도 못가본 애들도 적지 않다고 하며 서울에 가서 잘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무지 부러워한다고...

그런데 자기들은 이모들이 서로 오라고 하고, 할머니가 무조건 오라고 하시니 저희는 복이라고...

많이 컸다.
아직 그릇이 여물어지지는 않았지만 감동이 늘다보면 그 그릇도 점점 굳어지고 여물어질 것이다.

자식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그들의 길에 불을 밝혀 줄까...부모로서...
그런 생각들이 가슴 한 켠을 늘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커가고 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나서 선우가 교보에서 음악 CD 한 장 사왔는데 함께 듣자고 하니 초보농사꾼이 너희들을 위해 신부님이 선물해 주신 야외용 스피커를 달았다며 한 곡 튼다.

모두 밖으로 나가는 박씨 일가들...
나가보니 난리가 났다.
음악에 맟춰 몸을 흔들고 난리다.

'아이고 박씨들아,
별과 달이 놀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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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먹이를 가지러 내려왔던 노루 등도 자다 놀라겠다.
살금살금 놀거라....'

아이들의 얼굴이 한결 탄탄해 보인다.
한층 가슴이 자라서 내려온 것같아 고맙고 그동안 아이들을 위해 협찬을 아끼지 않은 분들(? 핏줄...) 감사한 밤이다.

한양에 다녀온 아이들과 초보농사꾼이 저러고 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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