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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아낙의 산골편지--한양에 다녀온 아이들과 저러고 있다.
+   [산골편지]   |  2009. 2. 8.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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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5일

방학이라 서울에 갔던 아이들이 8일만에 산골에 도착했다.

서울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영주로 해서 봉화, 현동, 분천, 그리고 우리 마을앞을 바로 지나 면에 내려준광다.
우리 마음 앞을 지나면서도 차를 안세워준다.
사정을 해도 소용없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원칙이 있어서일거라고 생각하고 애들에게는 사정해 보라는 말도 안한다.

아이들이 분천을 지나고 있다는 전화를 받고 가공실에서 일하는 초보농사꾼을 조금 돕다가 면에 가니 아이들이 벌써 내려서 어둔 시골 정거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엄마 차를 발견하고 바리바리 싸온 짐보따리를 실기도 전에 엄마 손을 한번씩 잡는 아이들...
잘 다녀왔고 고맙다고 차에 짐을 실으며 그리고 자기 몸을 실으며 먼저 인사를 한다.

"그래, 아빠가 기다리시니 어서 가자"

산골에 도착한 아이들이 절을 해야 한다고 우리 부부의 손을 잡아 끌며 앉으시란다.
우리 둘은 집을 비웠던 아이들의 절을 받았다.

아이들을 일년에 한번 외국을 데리고 나가다 이번에 선우가 2학년이 되면서 졸업할 때까지 참자고 완장찬 가장이 선포해서 못갔고, 서울은 매 방학때마다 경험하라고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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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웃 할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군밤은 선우가 좋아하고, 밥에 넣어먹으라고 말려 주신 그 딱딱한 밤을
과자처럼 먹더니 아예 들고 다니며 먹고 있는 주현낭자))


이번에도 8일 동안의 서울 경험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아들 선우(아론)

늘 방학때마다 광화문 교보문고를 갔지만 이번만큼 감동적이고 느낀 바가 많긴 처음이란다.
예전의 아빠처럼 넥타이맨 아저씨들이 퇴근해서 열심히 책을 읽고 고르고, 어떤 백발의 할아버지는 아예 걸터앉으셔서 열심히 법전을 보시더란다.
그 모습에 애가 놀란 모양이다.

또 한 가지는 엄마랑 방학때 교보에 가면 엄마는 끔쩍도 안하고 1시간이고 얼마고 책을 보고 또 보고 하셨을 때, 사실 지루한 적도 초등학생때는 대부분이었다고...
그런데 이번에 엄마를 너무 이해하게 되었다고 흥분한다.
책많은 곳에서 그 책을 찾아 온 사람들에게 감동먹고, 그곳에 자기가 좋아하는 심리학 등에 대한 책도 맘대로 볼 수 있어서 또 감동먹은 모양이다.

자기도 사고 싶은 책이 많았고, 느낀 점도 많아 이번 방학때 3일을 광화문 교보로 출근해서 점심도 거기서 사먹고 했단다.
또 미술관 또한 감동인 것은 올해도 마찬가지고...
사실 선우는 미술을 아주 싫어한다.
그러면서도 미술관을 자주 가서 보는 것이 신기하다.

여러 감동을 쉼없이 풀어내는 선우...

다음은 주현 낭자 차례...
가장 감동받은 곳은 어디냐고 하니 서대문 형무소란다.
서대문 형무소??... 주소는 현저도 101번지인데... (쓸데 없는 것만 외우고 있다. 난 )

그곳을 지금 두번째 가보는데도 다음에 어디 갈까 한다면 또 갈 거란다.

그리고 교보문고는 두번 갔지만 오빠처럼 깜빡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시집이랑 다른 책들이 많아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데 참으로 좋고 분위기가 좋았단다.

그리고 미술관을 갔었는데 조금 이해하기 힘든 그림이 많았지만 그래도 많이 배우고 그 분위기가 좋았단다.
서울의 사촌형들과 지냈던 이야기, 네째 언니의 아들인 세무가 그 대학생 형이 어린 자기들을 데리고 영화도 보고, 노래방에도 가고, 저녁에는 대화도 해주고 너무 좋았단다.

선우는 세무형을 가장 닮고 싶어한다.
이모에게도 너무 잘하고 그것이  온전히 몸에 배어 있고 이모를 도와 밥차리고 설거지하는 것이 생활이라며 선우가 침이 마른다.

아이들은 서로의 차례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감동을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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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빨랑 나오시라고 하도 그러기에 나갔더니 춥다. 두른 앞치마를 풀어 들고 는 추운 날씨탓에 손에 잔뜩 힘을 쥐었더니 표정도 자세도 영 경직되어 있다.))


일단 거기까지 듣고 오랫만에 네 식구가 식탁에 꽉 들어앉아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도 이야기는 끊어지지 않았다.

선우가 말한다.
우리는 복이 많은 아이라고...
울진의 아이들 중에는 서울에 한번도 못가본 애들도 적지 않다고 하며 서울에 가서 잘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무지 부러워한다고...

그런데 자기들은 이모들이 서로 오라고 하고, 할머니가 무조건 오라고 하시니 저희는 복이라고...

많이 컸다.
아직 그릇이 여물어지지는 않았지만 감동이 늘다보면 그 그릇도 점점 굳어지고 여물어질 것이다.

자식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그들의 길에 불을 밝혀 줄까...부모로서...
그런 생각들이 가슴 한 켠을 늘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커가고 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나서 선우가 교보에서 음악 CD 한 장 사왔는데 함께 듣자고 하니 초보농사꾼이 너희들을 위해 신부님이 선물해 주신 야외용 스피커를 달았다며 한 곡 튼다.

모두 밖으로 나가는 박씨 일가들...
나가보니 난리가 났다.
음악에 맟춰 몸을 흔들고 난리다.

'아이고 박씨들아,
별과 달이 놀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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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먹이를 가지러 내려왔던 노루 등도 자다 놀라겠다.
살금살금 놀거라....'

아이들의 얼굴이 한결 탄탄해 보인다.
한층 가슴이 자라서 내려온 것같아 고맙고 그동안 아이들을 위해 협찬을 아끼지 않은 분들(? 핏줄...) 감사한 밤이다.

한양에 다녀온 아이들과 초보농사꾼이 저러고 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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