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의 일이다.
산골로 와서도 TV를 잘 안보는 내가 초보농사꾼이 켜놓은 것을 보았는데 다음 주 예고를 하는 거였다.
그러니까 다음 주에 이태석 신부님의 특집.
사실 난 이태석 신부님에 대해 잘 몰랐다.
잘 모르는 것이 아니라 처음 알았다.
그래서 너무 보고 싶었고, 나의 컴 앞 커다란 시골 달력(시골달력, 일단 글씨가 겁나게 큰 것이고, 말날인지, 소의 날인지 그런 그림도 있고, 이사가는 날 표시도 있는 그런 도시에서 보기 힘든 달력 ㅎㅎ)에다 빨간 펜으로 붉게 칠해 두었다.
그리고 막상 당일인 날은 잊었다.
그게 나의 한계다.^^
밭에서 초보농사꾼이랑 퇴비를 펴는 날이었기에 늦게 밭에서 귀가하였다.
농사꾼의 몸은 피곤했지만 저녁 이내 냄새를 맡으며 대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행복 만땅이다.
그렇게 돌아와 TV를 우연히 켠 초보농사꾼이 소리를 지른다.
"선우 엄마 빨리 와, 당신이 기다리던 프로 한다."
‘뭔 일이랴.
내가 언제 뭔 TV프로를 기다려. 기다리긴...‘ 속으로 옹알이며 그냥 있었다.
그런 내게 다시 소리를 지른다.
"이태석 신부님이 나오셨다니깐"
하던 일 던지고 거실로 튕겨져 나갔다.
이미 시작된 프로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하며 나머지를 들여다 보았다.
많은 분들이 보셨겠지만,,,
'수단의 슈바이처'라는 이 태석 신부님...
아프리카 오지 중에서도 오지 남부 수단 톤즈라는 곳에서 젊은 생을 다 보내시고 서둘러 하늘에서의 부르심을 받고 삶을 마감하신 분.
그러니까 신부님은 안정된 직업인 의사의 길을 마다하고 신부가 된다.
그리고 그가 떠난 곳은 아프리카 중에서도 오지...
그곳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본다.
더러는 장갑도 끼지 않은 채 그냥 진료를 하고 그들의 한쪽 가슴으로 녹아드신 분.
누구도 쳐다보지 않으려 하는 그들의 뭉그러진 몸을 맨손으로 어루만지고, 입을 맞추는 젊은 신부님,
그들을 위한 일이면 뭐든 하신 분.
그들의 뭉그러진 발에 당연히 신발이 없자 그들의 발을 다 본뜬 후 샌들을 만들어 일일이 신기신다.
하루에 400명이 넘는 불쌍한 환자들을 혼자 돌보시고 밤에도 계속 이어지는 환자를 돌려 보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의료뿐이 아니라 교육에도 , 그리고 음악에도 그곳의 사람들에게 신부님은 그저 하느님이었을 것이다.
학교도 없는 곳에 같이 흙을 빗어 학교를 세우고,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리키며 그들에게 꿈을 심어주신다.
그러던 중 한국에 잠시 나오셨다가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시고도 수단으로 돌아가시겠다고 하시다 결국은 생을 마감하신다.
그 분은 나와 같은 62년생으로 올해 1월에 그렇게 돌아가시려고 했던 수단으로 가지 못하고 서둘러 하늘나라로 올라가셨다.
취재진이 신부님의 사진을 복사하여 일일이 나누어주자 그들은 신부님 사진을 보는 순간 눈물을 흘린다.
어느 눈먼 한센병 환자 할머니는 신부님 사진이라고 하자 너무 보고싶다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사진에 입을 맞추고, 보이지도 않는 눈이지만 초라한 집 가장 좋은 곳에 신부님 사진을 올려놓는 그 손길은 어떤 예식을 치르는 모습같았다.
그뿐인지.
신부님과 함께 음악대를 결성하여 함께 연주도 하고 공부도 했던 아이들에게 신부님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CD를 틀어주자 모두가 엉엉 운다.
그곳 다른 수사님 말씀으로는 이곳 아이들인든, 어른이든 이곳 사람들은 정말 잘 안운다고 한다.
아파도 안울고, 슬퍼도 눈물을 잘 안흘린다고.
그러나 신부님의 아픈 모습 , 장례식 모습을 보자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엉엉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운다.
잠시 한국에 다녀오신다고 하신 후 다시는 못보았으니 ...
그랬다.
그런 꿈같은 모습을 보면 내가 많이 초라해진다.
더더군다나 나와 같은 나이의 신부님,
난 이 나이먹도록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나누었는지, 무엇을 고민했는지 ...
그 프로를 보고 한동안 어둔 밤 마당을 몇 바퀴 돌았을까.
탑돌이하듯이 그렇게 돌았다.
사람은 어떤 모습을 대하고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믿는다.
늘 남의 말 하고, 뻑하면 배신 때리는 사람, 돈 앞에서는 우정이고 뭐고도 없는 사람, 이해관계 앞에서는 욕심이 욕심을 부르는 사람과 함께 하다보면 어느 새 내게도 그런 냄새가 배어들리.
그러나 이런 모습을 자주 보고 느낀다면 각자 모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런 향기에 젖어들어 조금이라도 그쪽으로 가깝게 마음이 성장해 간다고 난 믿는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 아들, 딸, 아론과 안나랑 함께 보질 못해 안타깝다.
아이들과 함께 모인 날, 다시 인터넷으로 아이들과 함께 다시 보리라 다짐한다.
특히나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이런 모습은 쇠질대로 쇠어버린 나보다 더 뼈속 깊이 골수 속으로 그 분의 아름다운 모습이 스며들리라 나는 굳게 믿기 때문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산골 다락방에서 귀농 아낙 배동분 소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