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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3   귀농일기, 한 공정이 끝났다. 
2010.06.30   귀농일기, 대지에 영양을 주는 날 
2010.06.24   귀농일기, 농사이야기를 제일 많이 나누는 분 
2010.06.15   귀농일기, 밥만 축냈다.^^ 
2010.06.04   귀농일기, 야콘즙 박스도 만들어야 하고 
2010.06.04   귀농일기, 함께 날개짓해준 사람 
2010.05.12   귀농일기,대단한 사명감이라기 보다는... 1
2010.04.28   귀농일기, 마을에 당제사가 있는 날 
2010.04.28   귀농편지, 달밤의 체조 
2010.04.23   귀농 KBS 2TV에서 보세요 

 

귀농일기, 한 공정이 끝났다.
+   [귀농일기]   |  2010. 7. 13. 01:00  

2010년 4월 12일


어제는 아내와 거의 쉬지도 못하고 답운재밭의 퇴비를 다 뿌렸다.
봄이면 강행군이 이어지다 보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일어날 때는 입에서 비명소리가 난다.


둘이 뚜엣으로...
약속이나 한 듯이 그렇게 하다 둘이 얼굴보고 웃는다.




웃는 이유는 안찍어먹어봐도 알일이다.
속으로 서로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귀농하고 몸이 절단났구나’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침을 먹고 나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늘 할 일을 상의한다.
그러니까 직장으로 말하면 업무분담이라 할 수 있다.


농사도 직업이고, 농장이 직장이니 우린 아침에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서로 업무 이야기를 한다.
주로 함께 할 일 등 도와주어야 하는 일을 상의한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아내는 효소, 야콘즙


 

 


 


  등의 택배를 발송하는 날이라 그 일을 해야 하고 나는 호수밭의 퇴비 펴는 일을 하기로 했다.

아내는 가공실로, 나는 호수밭으로 올라갔다.


아내더러 혼자 할 수 있으니 올라올 것 없다고 했는데 아내가 헉헉거리며 걸어 올라온다.

발송을 다 하고 부랴부랴 올라온 모양이다.
아내와 나머지 퇴비를 다 뿌리고 우린 다시 세레스를 타고 다음 밭으로 향했다.
이번 향하는 밭은 차를 타고 약 10분 정도 가야 하는 새점밭이다.


새점밭은 다른 밭에 비해 크지는 않지만 계속되는 강행군으로 속도가 나지 않는다.
다른 때같았으면 벌날으듯 날아다니며 이쯤이야 해치웠겠지만 손이 보이는 정도다. 안보여야 하는데.

그래도 아내랑 후다닥 뿌리고 나니 얼마나 마음이 개운하던지.
이렇게 해서 전 밭의 퇴비화(?)를 끝냈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그렇다고 남은 일이 없냐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세 군데 의 한 가지 공정이 끝날 때마다 느끼는 그 뿌듯함, 개운함은 농사 안지어본 사람은 모른다.

별걸 다 가지고 목에 힘준다고 하겠지만 안해본 사람은 그 목에 힘주는 기분을 모른다.ㅎㅎ

새점밭은 불영계곡과 바로 맞닿아 있다.


그냥 바라보아도 뻑갈 것같은 풍광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곳에 밭이 앉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불영계곡 낮은 곳을 골라 세레스로 물을 건너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가 길면 하나가 짧다고 했듯이 다 좋은데 길이 그렇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 좋아 농사짓는 일이라 그냥 계곡을 세레스로 건너다닌다.

그렇게 계곡을 건너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기분이 후련하다.
이 후련한 기분으로 그냥 집으로 가느냐??아니다.

들려서 가야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


유이장님댁에 가서 막걸리를 마시러 들어가니 두 분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우리에게 늘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두 분이라 아내도 따르고 좋아하는 분들이다.

알딸딸해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개운하고 뿌듯하다.


통창으로 보이는 별들이 바람이 심해서 그런지 어째 흔들려 보인다.
절대로 막걸 리가 취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ㅎㅎ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귀농 충동질한 사람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일기, 대지에 영양을 주는 날
+   [귀농일기]   |  2010. 6. 30. 18:45  

 2010년 4월

 

올해는 유독 춥다.


겨울이 추웠다는 뜻도 되고 봄이 되었는데, 4월이 되었는데도 한겨울 날씨처럼 춥다.

날씨가 추우면 없는 사람들이 고생한다더니 우리 역시 나무를 때는지라 나무해나르느라 고생이다.
눈도 자주 왔기 때문에 쓰러진 나무 등을 해오는 일이 쉽지 않은 해였다.

 

그런데 봄인데도 이렇게 춥고 얼음이 얼고 하다보니 봄농사준비 역시 차질이 생겼다.
이제는 춥던지, 눈이 오던지 농사 준비를 해야 한다.
다른 해에 비해 늦은감이 있지만 날씨는 여전히 매섭게 땅으로 나선 농부의 등을 떠민다.

 

 

 

주일이라 성당에 다녀오면 늘 그렇지만 긴장이 풀려서인지 몰라도 축 늘어진다.
옷을 갈아입으려면 시간도 걸린다.
그때 주저앉으면 끝장이다. 하루 일은.

 

그래서 커피를 마시고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마음의 준비작업을 한 다음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나서야 한다.
물론 농사꾼도 주일이 있겠지만 비오는 날, 눈오는 날이 휴일이니 굳이 주일이라고 해서 긴장을 풀 수는 없는 일이다.

 

또 갑자기 일이 생기면 또 하루를 일을 못하니 그렇게 치면 평소에 그냥 열심히 하면 될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답운재 양 모두 퇴비를 뿌리려고 하는데 무리이긴 무리다.


그런데 아내가 따로 할 일이 있을텐데 따라나선다.
자기 삽도 가져가라고 큰소리로 말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 한 몫 하려는 모양이다.

 

 

아내는 체구는 작지만 일할 때는 나와 성격이 비슷해서 너 죽고 나 살기로 한다.
그리고 쉴 때 쉬더라도 할 때는 그런 식이다.


아내가 찢어진 장화를 억지로 껴신는다.
다른 곳은 멍쩡한데 이상하게 뒤꿈치 거기만 찍어진다며 끙끙거리고 낀다.

답운재밭에 일단 퇴비를 군데군데 던져 놓은 일은 지난번에 다 해두었으니 오늘은 그것을 뿌리는 일이다.

 

아내의 일이 따로 있다.
아내는 칼로 퇴비비닐을 X자로 가른 다음 퇴비를 그 곳에 쏟아놓으면 내가 삽으로 그것을 떠서 골고루 뿌리는 일이다.

 

 

 

겉으로 보기에 아내의 일이 아주 쉬워 보여도 그렇지가 않다.
허리를 구부려 칼로 자르고 다시 퇴비를 다 털어서 빈 봉투를 손에 잡고 다니며 작업을 하다가 손에 비닐이 많아지면 한 곳에 봉투를 모아 두었다가 묶어서 마을에서 모아두는 곳에 내놓아야 한다.

 

 

 

어쨌거나 이 일을 내가 혼자 하면 정말 진도가 안나간다.
그러면 일이 배로 힘들어진다.


일의 진척 정도가 눈에 들어와야 사람이 기운찬데 하는지 마는지 하고 있는 듯 보이면 벌써 성격이 급해진다.

아내의 일이 그래서 아주 소중하고 큰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작은 덩치가 돌아다니며 퇴비 봉투를 갈라 엎어주고 다닌다.

 

 

 

아내는 성격이 잘 안쉰다.
나야 힘들면 담배 한 대 피우며 쉬는데 아내는 쉬지도 않는다.
얼른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은 나와 같아서 자주 밥 때도 넘기곤 한다.

 

“이것만 다 해놓고 먹자”이런 식으로 손발이 맞는다.
퇴비를 한참 뿌리다 보니 옆구리가 아프다.


아내와 잠시 쉬자면 가져온 참도 먹고, 담배도 한 대 피워문다.
땅바닥에 허리를 이렇게 펴고 있으면 정말 좋다.

 

 

담배 맛도 좋고, 하늘을 보고 심호흡하면 그것이 뼈속깊이 스며드는 기분이라 좋고, 허리가 쭉 펴지니 시원해서 좋다.
쉬는 시간엔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작년에 이 대지는 농부에게 조금의 수확만 하도록 허락했다.
난 대지의 그 뜻을 잘 받아들여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올해 수확 역시 대지의 몫이다.
나는 아내와 최선을 다해 농부로서의 일을 하면 나머지는 대지가 알아서 할 일이다.

아내가 퇴비봉투 작업을 다 마치고 삽을 찾는다.


퇴비를 뿌리는 아내.

지금 속으로 귀농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몰라...ㅎㅎ
꼼꼼하게 골고루 뿌린다.

 

계속 산골이야기, 아이들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일해주니 난 고마울뿐.

 

아내가 뿌리는 일을 거드니 속도가 팍팍 나간다.


혼자 뿌리는 일을 했으면 결국 답운재밭 양쪽을 다는 못했을 것이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서서히 기운도 빠질 시간이지만 함께 진도를 해나가니 일이 수워해진다.
일을 다 마치고 나니 6시가 넘었다.
시골에서 6시면 모두 일을 마칠 시간이다.

 

하기야 우린 일이 남았으면 어두워 안보일 때까지 하는 성격이지만 마침 이때 답운재밭은 끝이 났다.

이제 제일 경사가 심한 집 뒤의 호수밭과 새점밭의 퇴비만 뿌리면 될 일이다.

아내와 돌아오는 길,


너무 마음이 좋다.
도시에서 퇴근시간이 이렇게 뿌듯하고, 개운하고, 상큼할까??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그러나 산골로 와서 대지로 출근해서 대지에서 퇴근을 하는 삶이 시작되고는 하루를 마치는 시간이 참으로 개운하고 상큼하다.

거기에 내 땀냄새를 내가 맡을 때의 그 기분은 더 보람차다.

가면서 마을 입구 유이장님댁 ‘방앗간’에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 상큼한 기분이 절정에 달할 것이다.
“자, 방앗간 앞으로...“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일기, 농사이야기를 제일 많이 나누는 분
+   [귀농일기]   |  2010. 6. 24. 12:16  

 2010년 4월 4일

어제까지 답운재의 비닐을 걷었다.


엊그제에 가보니 날이 추운데가 비까지 와서 후퇴를 했고 이틀에 걸쳐 꼬박 비닐을 걷었다.
나머지 밭은 작년에 걷었는데 답운재밭은 워낙 늦게 아내랑 둘이 수확을 하다보니 추울 때까지 수확을 했다.




그리고 비닐 걷는 것은 다음 해로 미루었었다.


그러다 어제까지 다 비닐을 걷고 나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성당에 다녀오면 조금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몸이 노근하다
돌아오는 길에 그러다 보니 졸린 경우가 참 많다.


요즘 비닐 걷는 일로 바짝 일을 끝내서 오늘 더더욱 몸에 긴장이 풀리고 피로감이 몰려왔을 거다.

그렇게 산골에 도착하면 힘이 풀리고 일하러 나가려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서 가게 된다.


논산의 이원무 신부님이 내일 오시기 때문에 오늘 미리 개복숭아 묘목을 캐놓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커피 한 잔 하고 나서 바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미션 수행을 위해 삽을 들고 달밭으로 향했다.
오늘의 미션을 이 개복숭아 묘목을 다 캐는 것이다.




이 정도의 양을 캐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늘 미리 캐놓았다가 다음다음날 신부님이 논산으로 가시는 차에 싣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캐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굳이 이틀이나 미리 캐서 물에 담가둘 필요 없이 신부님이 가시는 날 캐서 막바로 신부님 차에 실어드리면 되겠다 싶어 두 아름이나 되는 이미 캔 묘목은 거북바위 엉덩이 아래 작은 연못에 담아 놓았다.


나머지는 모레 신부님 가시는 날 캐기로 하고....

그리고 연봉 5만원을 받는 ‘반장’ 역할을 하러 우리 반 할머님, 할아버님이 사시는 우리 반을 한 바퀴 돌았다.





말이 한 바퀴지 집이 독가촌으로 띄엄띄엄 골짜기를 차지하고 있어서 세레스 아니면 반장 역할을 하기도 쉽지 않다.
소금이랑 감자씨를 일일이 배달해 드려야 하므로....


옛날에 길이 더 안좋았을 때는 그런 배달을 하다가 차가 빠진 적도 심심찮게 있었다.

지금은 차가 빠지는 일은 없다.


겨울에는 땔감을 그렇게 배달해 드린다.
그런 일들은 젊은이가 없는 시골에서 그냥 당연한데도 어르신들께서는 늘 고마워하신다.



2010년 4월 5일


신부님이 오셨다.


신부님이 오시면 농장 이야기, 즉 야콘 농사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야콘에 대한 가공이야기며 이런 저런 상의를 많이 하기 때문에 시간가는줄 모른다.

마당에 새 관리기를 보시더니 시운전을 하신다.


관리기를 새 것으로 장만하기는 귀농하고 처음이다.
그러니까 다 중고인데다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많을 정도의 연식이었다.




그러다 이번에 정부 보조 백만원에, 내 돈 1백 80만원 정도 들어가는 것으로 구했다.


늘 우리가 헌 농기계로 고생하는 것을 안타까워 하시는 신부님으로서는 마음이 좋으신지 한참 시운전을 해보신다.

그리고 나서 불영계곡의 물고기들이 잘 있는지 한번 다녀오기로 했다.
낚시를 좋아하시는 신부님께서 나의 ‘바람’에 낚시대를 챙기신다.


신부님이 사주신 내 낚시대도 챙겨 불영계곡으로 향했다.

아직 추워서인지 고기들이 조용하다.


단 한 마리만 우리와 만나 인사를 나누었을 뿐이다. 달랑 한 마리..

 


저녁을 먹으며 다시 야콘가공 이야기 등으로 날이 저물었다.
달이 나오고, 별이 나오고도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마음은 강물처럼 잔잔해지곤 한다.


사실 귀농하고 신부님과 제일 많이 야콘 농사 이야기, 가공이야기, 그리고 다른 농사관련 이야기를 하는 것같다.

이번에 처음 만들게 된 유기농 야콘쨈에 대한 이런 저런 의견도 주신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데 맨정신으로 하면 酒神에 대한 모독이다.


아내는 꼭 일하는 것은 안찍고^^ 이런 것만 찍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야 상관없다.
그러거나 말거나.ㅎㅎ


내일 개복숭아 묘목을 캐는 일이 있으니 신부님과 마지막 잔을 건배하고 헤어졌다.
밤 12시가 다 되어서...


신부님이 많이 피곤하실거다.
새벽 미사를 논산에서 드리고 그리고 달려서 울진까지 오셨으니 말이다.


그래도 저녁에는 기숙사에 있는 주현이와 통화를 하시려는 신부님.
아이들도 신부님 만난지 오래되었다며 아쉬워한다.





신부님은 신부님 집으로 올라가시고...
우린 멀리 못나간다는 말로 웃으며 헤어졌다.


2010년 4월 6일


개복숭아 묘목을 캐기로 했다.


신부님께서 점심 시간 전에 논산으로 출발하셔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그 먼길을 하룻밤 주무시고 다시 가시자니 피곤하실테지만 항상 밝은 모습이라 이제는 거리감각이 없어질 정도다.

신부님 차를 밭으로 대고, 차례대로 묘목을 뽑아 실으니 한결 수월하다.


아내가 이번에는 특별히(이게 중요하다) 일하는 모습을 찍어주겠다고 한다.
큰 인심인 것같다.^^





그곳에 심어놓은 것을 다 캔 다음 차에 싣고, 이번에 새로 만든 유기농 야콘쨈도 성당에서 팔아보신다며 몇 박스 실으셨다.

신부님은 점심도 안드시고 출발하셨다.


식사를 하시면 가다가 졸리다고...
먼길을 그렇게 가시니..


신부님이 돌아가시고 차 한잔을 마셨다.
다시 한 해 농사를 위해 힘을 모으는 중이다.

저녁에 다 되어서 퇴비가 왔다.


내 세레스로 약 열두 차 정도 분량의 퇴비가 왔다.
답운재밭에 뿌릴 것은 답운재밭가에 내리면 좋겠는데 일단 집 앞에 내리고 나서 다시 묶은 다음 답운재로 가는 게 그 분에게 번거로울 것같아 다 집 앞에 내렸다.


그리고 어두워질 때까지 다시 세레스에 싣고 나르기 시작했다.
한동안 이렇게 세레스에 퇴비를 다시 싣고 나르는 일을 해야 할 것같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일기, 밥만 축냈다.^^
+   [귀농일기]   |  2010. 6. 15. 13:04  


2010년 4월 첫날

요즘 계속 되는 흐린 날씨탓에 봄인지 겨울인지 알 수 없는 날이 계속되어 마음에 피어오르던 봄기운도 잠시 주춤해졌다.
아들 선우때문에, 그리고 원고 때문에 읍에 자주 가는 아내가 나에게 연락이 안되어 걱정된다며 읍에 바로 달려왔다.


전화를 안받으면 혼자 일하다 무슨 일이 있나 싶고, 혹여 사람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고 있나 싶어서 다시 가야 하는데 산골까지 왔다.

얼마 전에 믿었던 친구때문에 내가 많이 상처받았을까봐 마음이 많이 쓰이는 모양이다.아내도 그 자리에 있어서 상처로 말할 것 같으면 매한자기일텐데 말이다.


아침을 먹고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답운재밭의 비닐을 걷는다고 다짐을 했다.
작년 가을에 비닐을 걷어야 하지만 작년 야콘농사가 썩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답운재밭의 야콘캐는 일을 많은 부분 아내와 둘이서 하다보니 늦게까지 수확을 했다.


그리고 날이 추워져 비닐을 못걷었었다.
그 비닐을 이제 걷어야 하는데 그 밭은 응달이 많아 아직도 땅이 걱정되었었다.
점심에 먹을 것을 간단히 싸달라고 하니 아내가 말린다.


답운재은 무지 추울 것이고 추운 곳에서 음식을 먹으면 좋지 않다는 이유도 있고 아내가 함께 가지 못하니까 혼자 먹게 하는 것이 싫어서란다.
답운재밭에 가면 안그래도 조금만 가면 있는 휴게소에서 사먹는다.


시골식당이라 아줌마가 각종 산나물을 준비해 두었다가 반찬으로 내놓기 때문에 아내와 그곳을 이용했었다.

그러면서 꼭 점심을 따뜻한 것으로 사먹어야한단다.
그렇게 물만 들고 답운재밭으로 갔다.


그런데 날도 추웠지만 이 부들부들하게 나를 반겨주지 않았다.
땅도 얼었고, 조금 하다보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치겠지 하고 하다보니 날은 추워오고 땅은 얼어 속도도 안나가고...


일부 녹은 곳으로 가서 비닐을 걷다가 도저히 비때문에 안되겠어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을 먹고 나면 비가 그치겠지 하고 점심을 사먹고 밖으로 나오려는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비오는데 왜 비맞고 일하느냐고 빨리 오라는 내용이었다.
식당에서 나와 보니 비가 주룩주룩 오고 있다.


조금 기다리면 비가 그치려나 하고 담배 한 대 입에 들이 붙이고 시간을 끌어보지만 금방 그칠 비는 아니다.

결국 밥만 축내고 집으로 향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집에 가서 아내랑 먹었을 것을..
답운재를 넘어 집으로 향하는데 세레스가 이상하다. 안그래도 너무 오래된 차라서 여기 저기 고치는 돈이 많이 들어가고 있는데 또 이상 징후가 보인다.


잘 가겠지 했지만 결국은 덕거리에서 더 이상 운행하면 위험할 것같아 유이장님댁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아내에게 나 좀 데리러 오라고 전화를 했다.


아내가 데리러 와서 함께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이래저래 시간을 허비했다.
비는 계속 주룩주룩 내리고 세찬 바람까지 봄다운 모습은 아니다.


작년에는 봄가뭄으로 고생을 했었는데 올해는 눈도 많이 오고 봄비도 많이 오고 날씨도 춥고 작년과는 또 다른 기후이다.
이제 기후는 인간이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심할 것이다. 점점 자연 조건이 악화되고 있으니 그 속도에 따라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도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발생할 것이다.


그래도 답운재밭에 가서 일을 조금이나마 하다가 와서 맘이 편하다.
그런데 저 세레스는 어떻게 한담.
아마도 내가 끌고 카센타까지 가지도 못하고 견인차까지 불러야 할 판이다.


산골의 모든 장비(세레스도 농사용 장비에 해당된다.ㅎㅎ)는 거의가 중고다 보니 사실 수리비, 유지비가 많이 든다.
목돈이 드는 새 기계 등은 사실 엄도도 못낸다.

비가 해맑게 그치듯 내가 애용하는 저 세레스가 큰 돈 안들고 산뜻하게 고쳐졌으면 좋겠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일기, 야콘즙 박스도 만들어야 하고
+   [귀농일기]   |  2010. 6. 4. 14:55  

2010년 3월 29일


최근들어 산골에도 황사가 아주 심해서 모든 물건들이 흐끄무리하게 보였었다.
차도 그렇고, 밖에 두었던 모든 물건들, 책상들이 눈에 계속 들어왔었다.
제일 정도가 심하고 눈에 거슬리는 것이 통창이었다.


산골 집이 전면이 다 통창으로 되어 있다보니 황사로 인한 먼지가 비로 인해 얼룩이 져서 시야가 뿌옇게 보였다.
그래도 급한 일 먼저 하고, 급한 일 먼저 하고 노래를 부르다 오늘은 도저히 안되겠어서 청소를 시작했다.

내가 오늘도 거르고 안할까봐 아내가 벌써 창문닦은 것이랑 호스랑 다 끌어다 놓았다.


산골아낙이 꽃밭에 물줄 때 쓰는 호스인데 길이가 짧아 창문에까지 물뿌리기를 할수가 없었다.
대야에 물을 받아서 뿌려가며 청소를 시작했는데 계속 전화가 온다.

몇 달 전부터 야콘쨈을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여러번 시험을 거쳤다.
우리 산골에는 그런 기계를 갖춘 가공시설이 없기 때문에 귀농 후배가 있는 영덕까지 가서 쨈을 만들어 오는 것이다.


물론 야콘은 내가 농사지은 유기농 야콘이다.
야콘을 가지고 가서 가공시설만 이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위생적이고 식품허가가 나오기 때문인데 그렇게 내 기계에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별로 남는 것도 없다.

 야콘쨈유기농 설탕을 사용했고, 아이들이 먹는 경우가 많은 쨈이다 보니 되도록 많이 달지 않도록 만들었다.


야콘 자체가 올리고당이 많아서 기본적으로 단맛을 유지하고 있는 먹거리라 그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쨈만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고 성분검사 등을 받기 위해 일일이 연구소로 샘플을 보내야 하고 그 결과 나온 것을 가지고 스티커 작업에 들어갔다.


그렇게 스티커를 도안하여 인쇄에서 샘플을 보며 수정을 여러 차례 했고, 완성된 스티커를 찾아왔다.
무엇 하나를 시작하려면 계속 돈이 들어간다.


박스든, 스티커든 대량으로 해야 하다보니 영세 농장에서 묶이는 돈도 많고 하여 벌써부터 만들고 싶어했던 야콘쨈이었지만 사실 엄두를 못내왔던 터였다.

그 다음은 야콘즙 박스다.


야콘즙
박스가 별도로 없어서 야콘박스에 즙을 담아 팔다보니 상품성이 떨어져 보인다.
내용물이야 내가 온 힘을 기울여 만든 것인데 제대로된 야콘즙박스에 넣으면 더 가치가 있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박스값이 부담스러워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 군에서 보조도 나오고 나머지는 내 부담의 돈을 들여 야콘즙 박스도 만들게 되었다.

이야기가 정말 샜다.
이런 일들이 진행중이다 보니 계속 전화가 온다.


물청소를 하다가 집어던지고 전화받고, 컴퓨터로 보내온 것을 확인하고 수정하다 보니 일의 진도가 안나갔다.
또 전화를 받고 나면 또 다른 일을 하게 되고 나중에 보면 유리창을 닦다 말았고...


전면의 유리는 어떻게 닦았는데 측면에 있는 방충망을 떼어내고 닦는 것은 못했다.
일단 급한 눈을 닦았으니 다행이다.


언제 나머지를 할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모든 물청소 도구들이 데크에 널브러져 있다.

저녁이 되어 하려니 날이 엄청 춥다.
내일은 내일의 일이 기다리고 있는데 내일 완료를 할지 모르겠다.
황사가 무섭긴 무섭다.


얼마나 진흙탕처럼 얼룩이 심한지...

이제 건강을 위협하는 일들이 점점 늘어나는 환경하에 살다보니 우리 세대가 얼마나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일에 열중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자연 가까이 살다보니 그 고마움을 더 깊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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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일기, 함께 날개짓해준 사람
+   [귀농일기]   |  2010. 6. 4. 14:25  


얼마 전에 아내가 책을 컴퓨터 책상에 놓고 밥하러 갔기에 들여다 보았다.
몇장을 흥미롭게 읽어가던중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일곱 가지’라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에 하도 이런 제목을 내세운 책들이 많아 ‘이젠 독자들도 왠만큼 겁주는 제목이 아니면 들여다도 안보나보다’하고 씁쓸해했었다.

사람들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점점 점점 쎄져서 일거라는 생각을 하며 건성건성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나 하나 읽어갈수록 내 이야기를 쓴 듯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대충보면,
첫째로,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것이다.
‘어? 이건 내 얘기 아냐?’


난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도시의 한 독방 사무실에서 지내는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신입생 시절에는 저 독방(그때 소장실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우린 그렇게 불렀었다)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조금 일찍 독방에 들어앉았을 때 기분 참 좋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 기분좋음이 퇴색되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박광수씨 말대로라면 난 거기까지만 해도 억세게 재수 좋은 사람인데 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지금껏 죽 해왔던 일을 과감히 던지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지금 하고 있다.
그러니 난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한 가지를 한 행운의 싸나이다.


둘째, 사는 동안 누군가에게 “저 사람은 미쳤어?라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그보다 멋진 일은 없을 거라고 적어 놓았다.

그러면서 작가는 자기 일에 미쳐 보지 않은 사람이 그 일을 자신있게 말할 수는 절대 없다는 것이다.

“햐, 이거 나를 모델로 쓴 거 아냐?”하면서 “이 친구 글 잘쓰는데.”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내 생각이랑 일치하는 말을 했다고 해서 글을 잘 쓰고 못쓰고라는 것은 아니지만 하도 나를 보는듯해서 그런 말이 절로 튀어나와 자판 위에 굴러다녔다.


내가 처음 귀농 얘기를 꺼냈을 때 이구동성으로 “미쳤어.”소리를 들었다.
나를 낳아주시고 죽으라 키워주시고 없는 돈에 머리에 투자하면 망할 일이 없다며 공부를 시키셨던 엄마도 “너 단단히 미쳤구나.”하셨고 며느리에게도 대놓고 “저 놈 미쳤으니까 애미야 이혼해라. 손자들이랑 너까지 고생시킬 수 없다”며 통곡을 하셨다.


그리고 며칠씩 밖에 외출도 안하셨단다. 기운이 없고 챙피해서...
그렇게 난 그 말, "미쳤다"는 말을 귀농 전에 원없이 들었다.


하도 많이 들어서 나중에는 그 말이 그다지 기분 나쁜 말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였다.

셋째,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한번쯤 꼭 해봐야 할 일은 멀고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진정 목숨을 걸고 날갯짓을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란다.

정말 그랬다.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삶을 열망했고, 그 선택이 어떤 시련과 고난이 동행할지 눈감고도 그려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그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 삶은 단 한번만 주어지기 때문에 뒤로 미룰 수도 없었고, 포기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난 날갯짓을 했다.


그 날갯짓뒤에 후폭풍이 어떻게 몰아칠지도 다 알면서 어린 아이들과 농사
도 모르는 마음 여린 아내를 데리고 난 내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 이 산골로 둥지를 옮겼다.

그러나 그 날갯짓에 늘 내 옆에서 같은 진동과 폭으로 함께 날갯짓을 해주어 그 길이 결코 외롭지 않게 해준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내는 그렇게 나와 같이 힘든 날갯짓을 해주었다.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아내는 따뜻한 국과 밥을 차려놓고 나를 불렀다.
난 뜬금없이 “고마워. 잘 먹을께”했다.


아내는 그 말이 어떤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함께한 날갯짓에 대한 깊은 내 마음 속 표현인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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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일기,대단한 사명감이라기 보다는...
+   [귀농일기]   |  2010. 5. 12. 16:57  


2010년 3월

귀농하자마자 실천한 것이 유기농이다.
아니, 귀농전부터 다짐한 것이 유기농이다.

2000년에 귀농했으니 그때만 해도 그 흔한 웰빙이라는 단어도 없었을 때다.
웰빙은커녕 유기농으로 지은 농산물이라고만 해도 대놓고 미친 놈 취급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귀농 첫해 유기농으로 고추를 수확해서 장모님과 처형께 드리려고 고추를 잔뜩 싣고 서울로 갔다.
장모님댁 근처에 차를 세우고 고추를 내리는데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많은 양을 내리니 장사로 보았는지


“이거 한 근에 얼마예요?”했다.


“파는 게 아니고 선물로 가져온 거예요.”


농사지은 거 아니예요? 그러니까 팔면 얼마예요.? 한 근에...”


물어도 툭툭 내던지는 말투에서 농사꾼을 대하는 사람들의 선입견이 여전하구나 싶어 귀농하지 얼마 안된 우리 부부로서는 솔직히 별로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진정한 농사꾼이 다된 지금 그렇게 물어오면 웃으며 대답해줄 여유가 있을텐데 하여간 그땐 그랬음을 고백한다.


“이거 비싼 고추예요. 약 하나도 안치고 유기농으로 키운 거예요.”


난 나름대로 애지중지 약 안치고 기른 것이라 목청을 가다듬고 말해주었다.


“이 아저씨가 사람 놀리나. 고추를 약 안치고 어떻게 키워요. 그걸 믿으라고 하는 소리예요. 나도 옛날에 농사지어 본 사람이라서 다 아는데 그런 소리를 해요?”


신경질을 확 내고 간다.

그때는 유기농에 대한 인식이 거의 그렇다고 보면 되었다.


내가 유기농을 선택한 것은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린다는 거창한 사명감같은 것이  앞선 것은 아니다.
이 땅은 꼭 내가 살려야 한다는듯이,  모든 것은 내가 다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부르짖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한 가지, 내 식구 입에 들어가는 것에 약치는 것은 싫으니 남의 입에 들어가는 것도 내 식구같은 맘으로 하자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땅을 살리고 그 안의 생물들도 함께 살아가고, 당연히 사람도 같이 사는 좋은 순환이 절로 된다고 생각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귀농하면서의 초심이 그렇게 단순했듯이 귀농 11년차의 마음도 단순하다.
수확이 적어도, 약을 안쳐 병이 와 다 말아 먹어도 내 식구 입, 남의 입 구별 안하는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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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일기, 마을에 당제사가 있는 날
+   [귀농일기]   |  2010. 4. 2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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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오늘은 당제사가 있는 날이다.
우리 반에 모셔진 사당이 있는데 매년 대보름날 제사가 있다.
제사 목적은 우리밭 , 즉 새밭 주민들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기 위해서 제사를 지낸다.

우리반 남교장선생님 집으로 가는 길가 개울 옆에 사당이 있다.
그 옆에 흐르는 물은 참으로 시원하고 깨끗하다.
그러니까 불영계곡 상류의 물이 되는 셈이다.

새밭 반장인 나로서는 큰일이 없는 한 참석을 한다.
마을 어르신들이 참석을 하셨었는데 올해는 너무 연세가 많으시다는 이유, 또 이런 저런 이유로 참석을 못하셨다.

그래서 반장인 나랑 교장으로 오래 근무하시다 정년퇴직하시고 우리 새밭에 있는 생가로 귀농(?)하신 남교장선생님과 둘이서 제사를 올렸다.

사실 난 천주교 신자이지만 이런 것은 어르신들이 전통적으로 모셔온 것이고 순수히 우리반원들의 안녕을 위한 것이니 거리낌없이 참석하고 정성껏 제를 올린다.
올해는 산골아낙더러 간단히 과일이랑 닭이랑, 포, 술 등을 사오라고 했다.

아내가 닭은 잘 쪄주었고 전도 데워주었고, 이런 저런 것들도 보자기에 정성껏 싸주었다.
남교장선생님과 이웃에 귀촌하신(늘 상주하시는 분들은 아니고 주말이나 쉴 때 내려오시는 분이다.) 부부가 구경한다고 참석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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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천지에 마을분들의 성함을 일일이 적고 태우면서 안녕을 빌었다.
당제사가 끝나고 남교장선생님댁에서 제사지내고 난 음식을 놓고 막거리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새밭 분들이 새해에는 더더욱 건강하시고 재미있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집으로 내려왔다.

바람이 시원했다.
한겨울 밤 바람이지만 모두를 위해 그렇게 제를 올리고 오는 기분이라 가볍고 시원한 모양이다.
이제 봄을 기다리며 힘찬 발을 내딪을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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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편지, 달밤의 체조
+   [산골편지]   |  2010. 4. 28. 19:25  

 


2010년 1월


겨울과 다른 계절을 구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람'이다.
다른 계절엔 뜨뜻미지근하게 주구장창 바람이 분다면 겨울의 그것은 한몫에 온다는 거다.


이것 역시 귀농 10년차에 깨달은 것이다.


깨달았다고까지 하면 좀 뻐근하고 알아차렸다고 할 수 있다.

겨울에도 산골에서 밤에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있는데 그건 배드민턴이다.
산골의 한밤중에, 외등 아래서...


그런데 날은 하늘의 별들도 추워 나와 있지 않을 정도로 쌀쌀 맞지만 바람 한 점이 없다.
실바람도 없다.


그러다 어느 날은 뭔 심사가 뒤틀리는지 불어재끼려 들면 금방이라도 차가 코 앞에서 멈출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숲이 찻소리를 낸다.
그런 날은 자주 통창으로 밖을 내다 보게 된다.
누가 왔나 해서...


오늘도 바람의 심사가 안녕하신지 재미지게 산골소녀와 배드민턴을 쳤다.

안그래도 새 학기부터 고등학생이 되는 주현낭자.


이곳에서 원하는 울진고등학교에 가느라 나름대로 애를 썼던 주현이가 날아오를듯 배드민턴을 친다.

한밤중에 신났다고 딸이랑 악을 써도 누가 뭐랄 사람 없으니 좋다.


룰을 어겼다며 서로 목에 핏대를 올리고 시비를 가려도 누가 뭐랄 사람 없으니 좋다.

이 깊은 산골에 달밤의 체조로는 배드민턴 이상 없다.


그런데 누가 뭐랄 사람은 없지만 가을에는 나보다 더 부지런한 다람쥐, 가끔씩 토하는듯한 소리를 내며 짝을 찾는 노루, 개사료에 늘 눈독을 들이는 까마귀, 꿩, 아침이면 모닝콜을 해주는 새들에게는 공해가 될 수 있을테니 좀 자중하며 달밤의 체조를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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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 KBS 2TV에서 보세요
+   [산골풍경]   |  2010. 4. 23. 20:0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제와 그제 촬영을 했습니다.
방송은

토요일 24일 KBS 2TV의 '오늘'이라는 프로라고 합니다.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에 한다고 합니다.




촬영이 있는 날 서울에서 다섯 분의 손님이 오셨지요.


손님께 최선도 못하고 촬영도 그렇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음이 쓰였습니다.

손님들과는 야콘즙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촬영이 급해서 오랫동안 함께 하지 못했어요.
그게 죄송하더라구요.


물론 사전 전화를 하셨기에 촬영이 있다고 했는데 그래도 오신다고 하시긴 했어도 손님인데...

물론 처음 뵙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것을 어제도 찍고...

오늘 비가 와서 야콘눈을 땄습니다.


그러니까 겨우내 모종용으로 야콘관아를 보관했는데 그것을 하나하나 칼로 잘랐습니다.
그러니까 감자 눈따는 것 생각하시면 맞습니다.


토요일에 산골 모습을 보시며 봄의 기운과 흙의 기운을 화면을 통해서라도 한번 보세요.

봄이나 추워서 덜덜 떨며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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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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