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2일
어제는 아내와 거의 쉬지도 못하고 답운재밭의 퇴비를 다 뿌렸다.
봄이면 강행군이 이어지다 보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일어날 때는 입에서 비명소리가 난다.
둘이 뚜엣으로...
약속이나 한 듯이 그렇게 하다 둘이 얼굴보고 웃는다.
웃는 이유는 안찍어먹어봐도 알일이다.
속으로 서로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귀농하고 몸이 절단났구나’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침을 먹고 나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늘 할 일을 상의한다.
그러니까 직장으로 말하면 업무분담이라 할 수 있다.
농사도 직업이고, 농장이 직장이니 우린 아침에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서로 업무 이야기를 한다.
주로 함께 할 일 등 도와주어야 하는 일을 상의한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아내는 효소, 야콘즙
등의 택배를 발송하는 날이라 그 일을 해야 하고 나는 호수밭의 퇴비 펴는 일을 하기로 했다.
아내는 가공실로, 나는 호수밭으로 올라갔다.
아내더러 혼자 할 수 있으니 올라올 것 없다고 했는데 아내가 헉헉거리며 걸어 올라온다.
발송을 다 하고 부랴부랴 올라온 모양이다.
아내와 나머지 퇴비를 다 뿌리고 우린 다시 세레스를 타고 다음 밭으로 향했다.
이번 향하는 밭은 차를 타고 약 10분 정도 가야 하는 새점밭이다.
새점밭은 다른 밭에 비해 크지는 않지만 계속되는 강행군으로 속도가 나지 않는다.
다른 때같았으면 벌날으듯 날아다니며 이쯤이야 해치웠겠지만 손이 보이는 정도다. 안보여야 하는데.
그래도 아내랑 후다닥 뿌리고 나니 얼마나 마음이 개운하던지.
이렇게 해서 전 밭의 퇴비화(?)를 끝냈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그렇다고 남은 일이 없냐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세 군데 밭의 한 가지 공정이 끝날 때마다 느끼는 그 뿌듯함, 개운함은 농사 안지어본 사람은 모른다.
별걸 다 가지고 목에 힘준다고 하겠지만 안해본 사람은 그 목에 힘주는 기분을 모른다.ㅎㅎ
새점밭은 불영계곡과 바로 맞닿아 있다.
그냥 바라보아도 뻑갈 것같은 풍광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곳에 밭이 앉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불영계곡 낮은 곳을 골라 세레스로 물을 건너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가 길면 하나가 짧다고 했듯이 다 좋은데 길이 그렇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 좋아 농사짓는 일이라 그냥 계곡을 세레스로 건너다닌다.
그렇게 계곡을 건너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기분이 후련하다.
이 후련한 기분으로 그냥 집으로 가느냐??아니다.
들려서 가야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
유이장님댁에 가서 막걸리를 마시러 들어가니 두 분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우리에게 늘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두 분이라 아내도 따르고 좋아하는 분들이다.
알딸딸해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개운하고 뿌듯하다.
통창으로 보이는 별들이 바람이 심해서 그런지 어째 흔들려 보인다.
절대로 막걸 리가 취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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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충동질한 사람 초보농사꾼 박찬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