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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다락방 _해당되는 글 49건
2009.01.20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내가 꼭 만나보고 싶은 사람 
2009.01.15   귀농아낙의 책이야기--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 
2009.01.11   귀농풍경--할머니표 가마솥 두부와 오징어 식혜 
2009.01.02   귀농아낙의 산골일기-- 앗, 한발 또 늦었다 
2008.12.24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중노릇과 농사 
2008.12.22   귀농아낙의 일기-- '가야 하는데...' 
2008.12.21   귀농풍경 -- 산골소녀의 시 
2008.12.18   귀농풍경 -- 별에 못을 박다 
2008.12.18   귀농풍경-- 산골소녀의 책 스타일 
2008.12.16   귀농풍경 -- 실내 분위기가 맘에 드니??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내가 꼭 만나보고 싶은 사람
+   [산골편지]   |  2009. 1. 2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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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3일

산골에는 모과나무가 서너 그루있다.
늦가을에 그의 자식들을 따다가 산골아이들이 좋아하는 모과차를 만들어 주곤 했다.


그런 후광을 입었는데도 5월에 연분홍꽃을 피운다는 모과나무가 두릅나무와 찔레꽃 사이에 끼어 있고 후미진 곳에 있다 보니 그 이쁜 꽃을 귀농한 이래 본적이 없다.
 아무리 다른 나무들과 얽혀 있어서 그렇다는 이유를 둘러대더라도 내 무관심 탓으로 밖에 돌릴 수 없다.

산골가족의 사랑을 못받아 일까...
온몸에 개구리복을 입은 것처럼 버즘이 핀 것인지도 모르겠다.

새 달력 5월에 이렇게 적었다.
‘모과나무에게 찾아 갈 것’
**********************************************

사실 난 TV를 잘 보지도 않지만 TV나 책에서 보고 정말 한번은 꼭 만나보고 싶다고 느끼는 분이 있다면 신영복 교수님이다.

교수님이 쓰신 <강의>라는 책 날개에 소개된 글을 옮겨 보겠다.

신영복//

1941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하였다.
숙명여대 경제학과 강사를 거쳐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있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복역한 지 20년 20일만인 1988년 8월 15일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89년부터 현재까지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작년에 정년퇴직하신 것으로 안다)

저서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신영복의 엽서‘가 있으며, 역서로 ’외국무역과 국민경제‘ ’사람아 아! 사람아‘ ’노신전‘(공역) ’중국역대시가선집‘(공역) 등이 있다.

우리에게 알려지기는 이 정도지 싶다.
나 역시 책에서나 보았고 TV프로에서 한 번 뵈었던 것이 전부이니 다른 사람들이랑 아는 정도가 비슷하다고 본다.

그런데 왜 굳이 이 분만은 한번 뵙고 싶어하는 걸까...
위의 책 날개 설명에서도 나왔지만 그 긴 세월 동안 감옥살이 한 분이라고는 누구도 믿지 않을 정도의 향기가 풍겨나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뿐이다.

만나보지 않고 어떻게 향기를 아는냐고 하겠지만 사람의 향기는 코로 맡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 말투로, 언어 구사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그 사람의 사고, 가치관으로 충분히 맡을 수 있다.

그 분은 한겨울 화롯불과 같은 분이다.
온 방안을 건조하게까지 하는 그런 난방이 아니라 혹여 따뜻한 숯덩이가 빨리 삭을까봐 재로 살짝 덮어두고 부짓갱이(지를 뒤집는 그것을 뭐라 하는지 기억에 안난다)로 필요한 만큼만 헤집어 두면 진종일 따사로움을 주는 화롯불...

또 인두도 머금도 있다가 주면 우리네 구겨진 옷뿐만 아니라 구겨진 마음까지도 다림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화롯불...

그 구실만 하는가.
구수한 된장찌개도 올려놓고, 밤이나 고구마도 구워 먹을 수 있듯이 난방이면 난방, 취사도구면 취사도구 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분의 책을 통해 많은 부분 성품을 알았지만 TV에 나와 하시는 말씀을 들으니 참으로 의문나는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첫째, 사람들은 말한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정말 맞는 말이고 나도 그런 말을 많이 할 정도로 체득하며 산다.

그런데 모든 것에도 예외는 있다고 이 분만큼은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에 어긋나는 분이다.
환경이 만들었다고 감옥에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사람의 성품이 그럴 수 있는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버섯이 아무리 곱다한들 화분에 떠서 기르지 않듯이 욕설이 그 속에 아무리 뛰어난 예능을 담고 있다 한들 그것은 기설 응달의 산물이며 불행의 언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분으로서는 감옥에서의 많은 부분들이 견디기 힘드셨겠지만 그 중 욕설 또한 이해하기 힘든 언어였던 것같다.

두 번째는 감옥에서 그렇듯 부대끼고 단순한 생활을 했을텐데 그 분의 지식과 그 앎의 깊이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내가 얻어 들은 바로나 체험한 바로는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서 유명해지려면 그 분야에서 호가 나야한다고 본다.
학문이면 학문, 기술이면 기술, 예능 방면이면 예능방면에서 호가 나야 유명해지고 알려진다.

그러나 학문에 정진한 기간보다도 감방에서 지낸 날이 훨씬 많았던 그분에게는 그렇게 호가 나지 않아도 이렇듯 향기를 끌어 안고 다니니 존경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분들이 자주 TV 등에도 나와야 하는데 요즘 어쩌다 TV를 보면 왠 말장난으로 웃고 넘어가는 예능 프로가 그리도 많은지...
이처럼 보는 이가 달게 먹을 수 있는 프로는 눈을 불을 켜고 건질래야 건질 수가 없다.
그러니 현대인들이 곱씹어 보고 느끼고 반성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회용처럼 일순간 웃고 넘어가는 단순한 삶을 사는 것이다.
나 또한 그 부류에 발 담그고 있으니 더 할 말은 없다.

산골에서 욕심인지는 몰라도 만나보고 싶은 분 중 한 분은 단연 신영복 교수님이다.
나도 그 향기를 맡고 조금이나마 짝퉁같은 흉내라도 내고 싶어서 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책이야기--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1. 15. 15:00  

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 상세보기
강제욱 지음 | 이른아침 펴냄
초원 위로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몽골을 찾아서! 대초원과 사막을 사랑한 사진ㆍ여행 전문가 6인이 만난 몽골과 내몽골의 모든 것.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눈이 시릴 만큼 푸른 하늘을 가진 나라 몽골의...


어제 늦은 밤...
몽골...
그 야성과 철학의 나라를 떠올리며 장편의 후기를 썼다.
사진을 여러 장 올리는 과정에서 글을 날아가고 사진만 편집하다가 그만 허망한 마음에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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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그렇다.
내가 최선을 다해 쌓아 올린 것이 너무 터무니 없는 일로 물거품이 되었을 때 , 마음과 발이 함께 서성인다.
그러나 이제 그럴 것 없음을 쪼금 느꼈다.
그냥 잠자리에 들면 된다.
즉, 이룬다는 것은 그렇게 잠자리에 들 때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것이니 그렇게 단념하는 연습도 많이 해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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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었다.

이 책은 초보농사꾼이 사왔다.
제목을 보는 순간 살만하겠네...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날로 그가 열심히 읽는다.
묻지도 않았는데 왜 이 책을 샀는지를 설명한다.

그에게는 나와 다른 꿈을 꾸는 것이 있다.
그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좋아하듯이 그는 그 눈덮인 산을 올르려 하는 그 무엇이 있는 사람이다.
나처럼 한 우물 파는 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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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형이 좋고 나쁨은 없다.
그에게는 그런 야성이 있다.
그런 사람이 나처럼 고리타분하게 한 우물파는 배우자를 만났으니 그의 야성은 다 낡아 너덜너덜해졌으니....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을 사기도 했지만 석재현 사진작가가 함께 쓴 책이라 샀단다.

아하, 석재현 작가...

석 작가는 몇 년 전에 우리 산골에 사진촬영을 왔었는데 제자 2명과 함께 왔는데 장비가 한 차 가득이었다.
그리고 그 제자들에게서 그 분의 화려한 경력을 들었다.
그쪽 계에서는 잘 알려진 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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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으로 겸손하고 맑은 분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사진작품활동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다.

몇 장의 사진이 대구은행이 만드는 책자에 나오는데 하루 종일 사진을 찍고 또 찍고 했다.
그 추운 한겨울에....
하나도 안추운듯 신들린 사람처럼 셔터를 눌렀었던 그 모습에서 프로라는 단어를 떠올렸었다.

그리고 그 책이 나오고 한참만에 그 책에 나온 분들의 사진을 모아 전시회를 연다는 연락이 왔는데 못갔었다.
얼마나 아쉽던지...

서론이 또 길었다.
그렇게 산 책이 이 책이란다.

이 책은 6명의 사진작가가 몽골의 한 지역을 방문하여 보고 느끼고 찍은 것을 각자의 편지형식을 빌려 쓰여진 책이다.
작가 각자의 작품특성과 활동경향 , 지향하는 컨셉이 잘 나타날 정도로 사진은 제 각각의 빛을 발했다.

몽골...
누구나 이 나라를 떠올리면
어디에 묶이지 않는 야성, 철학, 그리고 하늘, 말, 양떼, 게르, 사막을 떠올린다.

그렇듯이 그 잡초와 같은 야성을 지닌 몽골의 생활사에서 그들의 문화, 철학 등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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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설명보다는 한 장의 사진 한 컷이 그들의 종교를 말해주고,
다른 한 장의 사진 한 컷이 그들의 문화를 말해 준다.
어느 사진 한 컷은 그들의 눈물과 기쁨을 고스한히 배껴내고 말이다.

사진은 그렇듯 말 대신 사람을 감동시키는 또 다른 구실을 한다.

책 표지 한 쪽에 작은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카메라가 쓰는 책2'라고 되어 있다.
처음엔 뭔가 했는데 말 그대로 카메라가 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음은 그들의 주거형태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설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게르가 그것이다.
우리네 처럼 황토가 최고다, 통나무가 최고다 뭐다 할 필요가 하나도 없음을 그들은 지금도 보여주며 살고 있다.
잠깐 바람처럼 땅을 딪다 가는 것이 인생인 걸...하는 삶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있는 곳 몽골....

그 나라도 이제 산업화에 눈을 돌린 마당이라 아쉬운 점은 많이 남아 있다고들 표현한다.
그것 또한 욕심이리...
우리 자신은 그런 물에 발을 담그고 살면서 누구에게는 전통을 지키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주길 바라는 것....
그것 또한 욕심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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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가지 개발을 하되 온전히 변화에만 눈을 돌린 탓에 세월이 흘러 이제는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늦게 깨닫고 처음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다른 나라들의 시행착오는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숨죽이고 사진 속에서 몽골에 다녀왔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과 몽골의 초원을 달려 보길 바라고 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풍경--할머니표 가마솥 두부와 오징어 식혜
+   [산골풍경]   |  2009. 1. 1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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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동네 할머님들의 김장김치를 죄다 선물로 받아 먹고 있다.
그댁 그댁마다의 맛이 있다.
어느 댁은 생선을 많이 넣으셨고,
어느 댁은 꽁치젓을 많이 넣으셨고,
어느 댁은 무채를 많이 넣으셨고...

얻어 먹는 사람이 입이 발달한다더니...
내가 그 짝 났다.

젊은 사람이 김장 김치를 맛있게 해서 드려야 하는데 거꾸로 이렇게 받아먹으니...
세상 뒤집어졌다.

오늘은 성당 다녀오니 전화가 왔다.
남계용 할머님 댁이다.
지금 두부를 해놓았으니 빨리 와서 먹으라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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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난 짬뽕을 먹었고, 나머지 박씨들은 잡채밥을 아침 겸 점심으로 사먹고 들어왔다.
지금 배부르니 4시경에 퇴비를 실으러 갔다가 들리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전화를 끊는 초보농사꾼...

뭐 하나라도 주고 싶어하시는 우리 반 어르신들...
반장이라고 하는 일도 없는데 얼마나 반장님, 반장님 하시면서 깍뜻하게 대해주시는지...

초보농사꾼이 퇴비를 실어러 갔다가 들려 술 한잔 얻어 먹고 두부랑 오지어 식혜를 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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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두부를 따끈하게 뎁히고, 식혜를 꺼내 놓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은 없다.
두부는 할머니가 자주 집에서 직접 만드신다.
그런 날에는 꼭 초보농사꾼을 불러 먹이고 몇 모는 나머지 식구들 주라고 싸보내주신다.

오늘 저녁은 사랑이 듬뿍 들어간 할머니표 두부와 오징어 식혜로 맛난 저녁을 먹었다.
나의 귀농생활도 이렇게 맛들어가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잘 먹었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산골일기-- 앗, 한발 또 늦었다
+   [산골풍경]   |  2009. 1. 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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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해 바닷가로 달리며 대전 교구의 이원무 신부님을 떠올렸습니다.

무슨 때만 되는 우린 앉아서 전화만 받았으니까요.
어제 처럼 새해, 성탄, 부활, 두 번의 명절과 기타 등등 특별한 날에 신부님은 발빠르게 하늘마음가족에게 전화를 하십니다.

끊고 나면 아,,,,,
하여간 신부님과 인연이 되고 저희가 먼저 한번도 부지런함을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동해바다고... 봉평해수욕장으로...해돋이를 보고 미사를 보고 장현칠님을 처음으로 만난다는 꿈을 부풀었지만 신부님을 떠올리며
'내 오늘 바닷가에서 신부님 ,,, 해돋이 보고 있어요. 새해에는..... 주저리 주저리...."
이 얼마나 깔끔한 멘트일까....

해를 보며
'신부님께 그동안의 감사하는 마음을 보태고 보태서 그렇게 새해의 기운을 날려보내드려야지....'

그런 쌈빡한 생각으로 도착,,,,
해는 돋고 미사는 시작되었고...
그렇게 미사가 끝나고 장현칠 님과 만나 반가운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러면서도 전화를 기억에 두고 있는데
초보농사꾼이 핸드폰을 꺼내더니 뭐라뭐라 통화를 합니다.

내용이 범상치 않아 들어보니
신부~~~님...

크............
아, 아깝다, 이번에도 또 한 발 늦었다.....

햐,,,
이거 안되네요.
게으른 사람은 그냥 이렇게 살아야 하나 봅니다.
멋진 멘트도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그 앞의 바닷가에서 물거품으로 변해 저 멀리 휩쓸려 갔습니다.

사람이 더러는 표현도 하고 살아야 하는데 우린 늘 그 표현만 받고 사니 올해도 영 발빠르기는 팔자에 없나 봅니다.
하지만 이제 수첩에 적어두는 버릇을 들였으니
올 한 해는 그때그때 미루지 말고 잘 표현하고 사는 것도 제 계획 중 하나랍니다.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들에게 작은 표현을 제때에 하는 그런 산골아낙이고 싶습니다.

(사진은 여름에 방글라데시에서온 신학생과 한국 신학생 그리고 신부님이십니다. )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중노릇과 농사
+   [산골편지]   |  2008. 12. 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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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맞아졌는데도 아침마다 새들이 모닝콜을 해주었었다.
그런데 요즘은 부쩍 그들의 소리가 예전만 못하다.
사기가 죽은 것인지, 자연환경이 그들의 수를 점점 제한해 가고 있는지.. 아니면 지들도 연말이라고 침묵수행중인지...
나 혼자 일어나 앉아 까칠해진 숲을 둘러본다.

**********************************

법정 스님은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책에서
"중노릇이란 어떤 것인가? 하루 스물네 시간 그가 하는 일이 곧 중노릇이다. 일에서 이치를 익히고, 그 이치로써 자신의 삶을 이끌어간다. 순간순간 그가 하는 일이 곧 그의 삶이고 수행이고 정진이다"라고 했다.

내가 귀농하기 전에는 모르고 지나갔는데 귀농하고 나서 책을 읽다보면 농사꾼, 농사에 대한 표현이 최하위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음을 보았다.
(법정 스님 책 이야기 마치자 이 이야기를 하니 혹시 스님 책에서 그런 내용이 있다고 생각할까봐 미리 사족을 붙이면 스님 책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음을 밝혀둔다)

이 이 귀농을 길을 택하기 전에는 별 느낌 없이 읽었던 대목이었는데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농사가 존경받는 직업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존경은 커녕 천대시되었던 것으로 묘사된 내용을 많이 읽었다.

그러나 이제 귀농 9년차에 이르는 동안은 뭣도 모르고 대든 농사였지만 호미질 9년이 되다 보니 나름대로 농사꾼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법정 스님은 하루 스물 네 시간 중이 하는 일이 중노릇이라고 하였듯이 농사꾼의 일 또한 그에 견줄 수 있다.
농사란 땅을 갈고, 거름을 주고, 씨뿌리고, 곡식을 키워 걷우는 일만이 아니다.
하늘과 자연의 섭리를 잘 알아야 한다.

그 섭리를 파악하는 지혜를 갖지 못하고 자신의 욕심과 힘과 어슬픈 기술만 갖고 대들었다가는 낭채보기 십상이다.
그뿐인가.
 거기에서 희망을 싹틔우고, 꿈을 잉태하기는 애시당초 글렸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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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신이 하늘에 걸어놓은 해 있는 동안만 일하는 것이 아니다.
출퇴근의 개념이 불분명한 일이 농사다.
해뜨기 전과 해지고 난 후의 자연이 들려주는 잔잔한 이야기에 귀기울여 지혜를 닦아야 하고, 삶의 가치관을 수시로 점검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농사 이상 종합예술이 없다고 난 생각한다.

불경기인데다 직장마다 명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귀농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고 한다.
귀농...
다만 농사에만 촛점을 맞추기 보다는 보다 넒은 개념의 농사와 그 뒷그림자의 지혜와 자연 혜택 등을 잘 감지할줄 아는 사람만이 흙과 도반이 되고 땅에서 기쁨을 얻을 것이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농사꾼이 되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일기-- '가야 하는데...'
+   [산골편지]   |  2008. 12. 2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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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부터 눈이 내려 집으로 올라오는 큰 돌 부분이 위험하게 되었다.
결국 성당행을 포기해야 했다.
그런 날은 조금 어수선하다.

꼭 뭐 누고 뭐 안닦은 기분이랄까...
하여간 뭔가 나사 하나 빠진 것같으면서도...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오늘도 약간의 문제가 있다.

선우네 고등학교에서 오늘 축제가 있단다.


당연히 늙은 부모들이야 소용이 없겠지만 이번에는 부모님들도 오셔서 애들 노는 것도 보고 , 함께 호흡도 하고 그러라는 의미로 교장선생님께서 부모님들도 시간되시면 구경오시라고 했단다.
담임선생님 말씀이...

그렇다면 그것도 의미있는 일겠다 싶어 오늘 가려고 했는데 이거 눈이 문제라...
내 운전실력으로는 국도까지가 문제다.
국도는 워낙 울진군이 잘 치우기때문에(이건 진짜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국도까지 가는 길이 위험하다.
그래서 결국 또 포기...

안그러면 초보농사꾼을 대동하고 가야하지만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초보농사꾼도 오늘 일의 스케줄이 빡빡한데...

모든 일에 후회나 실망을 안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짧게 , 다음 해야할 일이나 다짐, 희망은 길게....!!!!
하자고 초보농사꾼과 아침 식사하면서 말했다.
그럼 실천해야지...

산골에 와서 여러 가지 변화에 대해 한번 죽 글로 나열하고 싶다.
내가 이렇게 변했음을 나도 놀라며 나에게 용기를 더 주고 박수도 쳐주기 위해서라도...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사진은 2년전에 산골아이들 모습이다. 겨울의 놀이 또한 무궁무진하다.. 애들이 하도 권하기에 저 자리에 앉았다가 개울가로 박혀 죽는줄 알았다. 그 후로 절대로 저 자리를 탐내지 않는다. )


 
 
        

 

귀농풍경 -- 산골소녀의 시
+   [산골풍경]   |  2008. 12. 21.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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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날더러 따라오라는 너의 말에,
네 뒤를 따라 한적한 곳으로 갔지.
그리고 넌,
그 일을 시작했어.

쉴 새 없이 내두르는 너의 혀
그것에 맞춰 휘둘러지는 내 마음
내 상태를 말해줄까?

이젠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아
그저 멍하니 춤추는 너의 혀를 보고 있을 뿐
이젠 눈몰도 흐르지 않아
그런데 내 마음에 흐르는 이건 뭘까

넌 너의 혀가 무척 자랑스럽겠지
비수로 변해 마음에 상처를 내는 그런 혀가

혹시, 너 그거 아니?
넌 오늘 사람 한 명을 죽인거야.


산골소녀 주현이가 일전에 상을 탔다는 시인데 이번에 학교신문에 났기에 올려봅니다.
선우는 글을 좀 쓰는 편인데 주현이는 그에 못미치기에 이 아가씨는 글은 아닌가보다 했는데 시를 조금 쓰네요. (자랑입니다. ㅋㅋㅋ)

우리 집안에 운문은 전혀...
초보농사꾼이
"아가야, 시를 더 배고프다..."하며 웃습니다.

선우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초보농사꾼이
"선우야, 배고프다."했었거든요.

그런데 시는 더 배고프다고 하여 산골가족 모두 웃었습니다.
'상처'라는 시를 읽으며 제 스스로를 반성해 봅니다.
나 역시 주현이에게 세 치 혀로 상처준 적이 있었을텐데...하고 말입니다.

"주현아? 혹시.... 혹시,,, 너 ..이거 엄마를 모델로 쓴 것은 아니지???..."했더니 아니라고 안하고 웃네요.
이거 심히 걸리는 부분입니다.^^

주현이는 운문은 관심이 있는 모양인데 중학생들이 읽는 시집을 사주면 관심을 안보이네요.
선우 역시 내가 읽는 시집을 좋아하지 중고등학생이 읽어야할 시 라든가 그런 것은 싫은 모양입니다.

어떤 시집을 사주어야 하는지 이번에 모임차 서울가면 광화문 교보에 들리고 싶은데 시간이 되려는지 ...
무슨 일이 있어도 교보에 가보고 싶네요.
내 책도 구경하고,
애들 책도 적어오고...생각만 해도 뿌듯합니다.

오늘은 주현이 덕분에 저녁기도 중에 내가 상처준 이를 위한 기도를 하고 자게 생겼습니다.
아이가 스승입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이 사진은 귀농하고 오두막에서 살 때 찍은 사진인데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사진이라 내가 좋아합니다)


 
 
        

 

귀농풍경 -- 별에 못을 박다
+   [산골풍경]   |  2008. 12. 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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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에 못을 박다

// 어렸을 때 나는
별들이 누군가 못을 박았던
흔적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별들이 못구멍이라면
그건 누군가
아픔을 걸었던 자리겠지///



산골에 살면서
별과 달을 볼 때...
제일 많이 해마다 생각이 변한다.

더 오묘해지고
더 친근해지고
더 도반같은 느낌을 느낀다.

귀농 전에는 현실만 바라보던 눈을
귀농하면서 서서히 자연에 눈을 돌려서일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오늘 류시화님의 '별에 못을 박다'라는 시를 읽으며 이곳에서 함께 감흥을 나누려고 올렸다.
오늘 하루...
연말의 바쁜 와중이지만 함께 별을 볼 수 있는 밤이길...
입김을 호호 불며........

(사진은 오두막에 살 때 우리 주현이 몇 년 전 모습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풍경-- 산골소녀의 책 스타일
+   [산골풍경]   |  2008. 12. 18.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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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전 아니, 애들이 아가 일때부터 책읽어주는 일은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겼었다.
그 후로 계속 책을 읽어주고 읽히고...
귀농하고 나니 더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 애들이...
자연에서 놀다 들어오면 바로 책을 읽고 좋아했다.

산골소녀인 주현이는 책을 읽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구절이나 엄마가 좋아할만한, 아니면 엄마가 알면 좋을만한 구절이 나오면
꼭 읽어준다.

오늘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을 읽으면서 신화 이야기를 읽어준다.
그러다 내가 조금이라도 한눈을 파는 것같으면 내용을 묻는다...(이게 고문 ...ㅎㅎ)

그런가 하면 선우는 다 읽고 내용이나 그 안의 어떤 부분에 대해 말로 설명해 준다.
그러다 나중에는 자기의 감동을 말하고...




두 놈의 책읽는 스타일이 참 다르다.
선우는 역사쪽 등을 아주 좋아하고, 주현이는 싫어한다.
주현이는 아무래도 여자라 그런지 감동적인 것을 좋아하고,
선우는 눈물 찔끔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것을 싫어한다.

두 놈의 취향이 이러다 보니 책을 선택할 때 무지 신경쓰인다.
그렇다고 두 취향 따로따로 구입하는 것은 돈이 조금 더 들고...

이제 중2, 고1이니 따로 취향따라 구입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가끔 취향에 따라 사주기도 한다.
중간중간 당근의 역할을 하니까....

책값이 비싸서들 책사주는 것이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책값만큼 투자에 좋은 자산은 없다고 본다.

책은 단순히 대학 논술이나를 위함이 아니다.
평생을 자녀들이 스승으로 삼고, 행복을 끌어안고 산다고 생각하면 껌값밖에 안된다.

주현아,,,

오늘 책읽어줘서 고마워.
덕분에 신화에 나오는 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구나...

(이 사진은 2005년 어두막에서 화롯가에서 책을 읽는 산골소녀 주현 낭자))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풍경 -- 실내 분위기가 맘에 드니??
+   [산골풍경]   |  2008. 12. 1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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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에 살면서도 화초와 꽃화분을 아주 밝힌다.
산중에, 꽃밭에 피어나는 것 따로, 화분에서 앙증맞게 자라는 것 따로다.

그래서 일일이 화분에 꽃을 심고 화초를 옮겨 심고 한다.
그런데 서리가 오기 시작하자 숙제가 생긴 것이다.

밖의 화분을 씻어서 흙을 좀더 보충해준 다음 집 안에 들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을걷이가 늦도록 이어지고 일은 무슨 영어책 제목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있으니 볼 때마다 중얼거렸다.

'조금만 기다려, 오늘 야콘만 캐고 집안에 들여줄께....'
겨우 된서리가 오고 나서야 집 안으로 들여 놓았다.
처음에는 쥐죽은듯 있더니 지금은 싹을 내밀고 키를 키우고 제 할일을 신바람 나게 잘 한다.

그런가 하면 뭐가 맘에 안들었는지 그만 시들시들하더니 생을 접은 놈도 있다.
작은 우주공간(화분)을 비워 놓고 가면 한동안 맘이 쓰인다.
생명 붙은 것은 그래서 책임이 따른다.

아무래도 그애의 생태를 잘 파악 못해서 죽인 거니까...
물을 많이 주었던지, 너무 따뜻한 방안에 두어서 그런다던지...

이제 남은 놈들에게 온 신경을 쓴다.
지들끼리 조화롭게 잘 지내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우리 겨울을 잘 나고 봄에 밖의 세상으로 힘차게 나아가자...'
오늘도 물을 주며 생색이나 내려는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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