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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_해당되는 글 139건
2009.07.30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빳빳하게 풀먹일 일이다. 2
2009.07.12   귀농풍경--"엄마, 아빠 점심드세요!!" 
2009.07.12   귀농일기--거름뒤집기 
2009.07.12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애들 교육은 어때요?? 
2009.07.10   귀농풍경--힌트, 밭에서 씁니다. 
2009.07.07   귀농풍경--내가 꿈꾸는 모습 1
2009.07.07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마음을 어디에 두고 사는가. 
2009.07.07   귀농일기--벌이라면 벌벌 떨린다. 
2009.07.01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1
2009.06.28   귀농일기--서울유감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빳빳하게 풀먹일 일이다.
+   [산골편지]   |  2009. 7. 30. 16:05  

등황색 원추리 꽃이 피었다.

하도 번식력이 좋아 다른 꽃들의 자리까지 빼앗는 것이 보기 싫어 많은 부분 캐서 길가에 심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이 분명한데도 작은 연못 옆에 다소곳이 피어 제 살궁리를 하고 있다.

조금씩 이웃을 돌보며 후손을 퍼뜨리면 좋으련만 아주 주위를 초토화시키니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꽃밭의 허브 종류들도 혼자 땅따먹기 하느라 난리가 났는데 초보농사꾼이 정리를 하란다.

어찌 정리를 하는지...

그들을 보며 인생사도 비추어 보니 안타까울 뿐이다.

 

*********************************

우리 세대의 여고시절에는 교복 칼라에 빳빳한 풀을 먹였었다.

 

풀을 먹인 다음 다림질을 하여 교복에 붙이면 동그란 젖 가리개처럼 부풀어 올라야 제멋이었다.

그렇게 얼굴 양 옆이 부풀어 오르지 않고 주저앉으면 풀을 먹이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런 학생은 귀신같은 학생부장에게 ‘용의검사’때 바로 바로 끄집힘을 당해 회초리 세례를 피하기 어려웠다. 

엄마가 밀가루 풀을 쑤어 풀을 먹이면 왜 그리 누렇던지.

다른 아이들의 뽀얀 그것을 보며 속으로 늘 이랬다.

‘다른 기집애들 것은 히디 흰데 내 것은 아무리 새로 해 달아도 왜 누럴까?“

  어느 날 물었다.

“넌 어떻게 풀먹이는데?”

“가닥가루 사서 하는데 너는 그렇게 안해?” 하면서 그의 눈이 내 누런 칼라에 내리 꽂힐 때는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정수리에 꽂히는 느낌이었다. 

그때는 나의 많은 형제들이 죄다 핵교를 다닌 관계로 가세가 넉넉지 못했다.

그 널널하지 못한 가세에도 대학원까지 보낸 부모님은 나의 영웅이다. 

하여튼 밀가루 두고 일명 가닥가루(지금 생각하니 녹말가루인 것같다.)라는 것을 사서 풀먹여줄 수 없었음을 눈치챈 난 한번도 엄마에게 그 가닥가루라는 말을 입밖에 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알아서 긴 거였지만 엄마에게 그런 정보가 없어서 그리 하셨을지도 몰랐으나 철이 일찍 들어버린 우리 형제들은 늘 그런 식이었다. 알아서 기는...

 

그래서 엄마는 다른 애들도 모두 그렇게 누런 밀가루 풀을 먹인다고 지금껏 알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무릎팍 도사’라는 프로에 안철수 교수가 나왔다.

학생 때 학교에 늦어 택시를 태워 주러 나온 엄마가 안철수에게 안녕히 다녀오시라고 존대말로 인사를 하자 기사 아저씨가 형수냐고 묻더란다.

엄마라고 하니 학생 나중에 부모님께 잘 해드려야겠다고 했을 때서야 다른 집 엄마는 그렇게 자식에게 존댓말을 안하는지 알았다고 했듯이 말이다.

 

어떤 계기가 아니면 평생 모르고 지나갈 뻔한 일들이 살면서 너나 없이 많을 것이다.

거기에는 두 가지 무게가 있다. 

모르고 지나간다고 해서 아리고 씨릴 것이 없는 그저 중요치 않은 일이 있다.

다른 하나는 모르고 지나가면 삶이 더욱 고단했을 일들이라 가슴을 칠 확률이 높은 일이 있을 것이고...

 전자의 경우야 더 말하면 입 아픈 일이고, 우리는 후자의 경우에 쌍심지를 켜야 한다.

만약 그것이 요즘 세상 사람들의 가치척도의 가장 기본이 되는 돈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난 그런 것으로 ‘양심’을 들고 싶다

 

기절초풍할 노릇이지만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양심을 평가기준으로 삼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이저 저도 아닐 때나 들이대는 척도 정도일 경우는 있어도...

 

그러나 ‘양심’은 결코 지나쳐서는 안되는 마음구조의 으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생 초짜인 주제에 이런 말 하기 낯간지럽지만 세상이 복잡하고 건조하고, 팍팍하게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그 양심은 여고시절 풀먹인 교복 칼라처럼 늘 빳빳하게 날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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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품으로 돌아와 산다고 하는 귀농생활에 난 과연 그 마음구조의 핵심에 있는 ‘양심’을 매일 빠까번쩍 닦고 있는지...

협심증 환자처럼 갑자기 답답해진다.

 

자세한 내용은 www.skyheart.co.kr (하늘마음농장)로!!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풍경--"엄마, 아빠 점심드세요!!"
+   [산골풍경]   |  2009. 7. 1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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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6일 토요일

아들 선우와 주현이가 달밭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지들끼리 한참을 머리맞대고 무얼했는지 점심을 먹으란다.

초보농사꾼과 나는 달밭에서 오늘도 풀과의 전쟁의 벌이고 있었다.
팔목이 아프고, 무릎이 아프고...
한 골을 끝낼 때마다 서로 아이고 소리를 내면서도 서로의 손을 마주치며 다시 한 골을 잡고 앉는다.
그래서 한 번 웃으며 다시 시작한다.

둘이 하면 덜 심심하고 일도 빨리 주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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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S8005344.jpg">

아이들이 빨리 오셔야 한다며 다시 한번 재촉을 한다.
아이들이 점심으로 준비해 준 것은 따뜻한 스파게티...

사실 스파게티 소스는 지난 번에 이원무 신부님이 오셨을 때 아이들 주라고 직접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가셨다.
그것으로 애들이 점심을 차려주었다.
물론 오이피클과 치즈가루도 신부님 찬조...

너희들은 왜 안먹느냐고 하니 엄마, 아빠 드시는 것 보고 자기들 것은 끓여 먹는단다.
주현이는 식으면 맛없다고 빨랑 드시라고 성화다.

엄마, 아빠가 먹는 것을 다 지켜보고 나서 지들끼리 양을 정해 다시 끓인다.

이제 다 컸다고 엄마, 아빠 밭에서 일하시는데 힘들다고 이렇게 점심도 차려주고...

선우가 공부 하다 창 밖을 내다 보니 엄마, 아빠가 풀을 뽑고 계시더라며 마음이 안좋았단다.
고딩이라 나가 도와드리면 엄마가 걱정하실 거고..

마음이면 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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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S8005342.jpg">

나도 아이들이 스파게티를 먹는 것을 본다.
선우가 학교 급식 때도 스파게티가 나오는데 완전히 달달한 것이 이 맛하고는 천지차이라고...
오늘 이렇게 스파게티 먹을 줄 몰랐다며 즐겁게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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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S8005347.jpg">

산골아이들을  자식처럼 대해주시는 신부님...
다음에는 어떤 요리가 먹고 싶은지 정해주면 만들어 주시겠다며 주현(안나)이랑 요리책을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실 때는 등골이 따사로웠다.

밭으로 가려는데 둘이서 설거지 하는 소리가 달그락달그락 들린다.

아이들이 차려준 점심으로 인해 풀뽑는 내내 마음까지 든든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거름뒤집기
+   [귀농일기]   |  2009. 7. 12. 20:03  

지난 가을부터 시간날때부터 차츰차츰 만들었던 퇴비를 오늘 마지막으로
뒤집었다.
 
퇴비는 15일에 한번 정도씩 뒤집어서 골고루 발효가 되어야
한다는데 나는 오늘로써 총 3번째 마지막으로 뒤집고 비닐을 씌워 띄우는
작업에 들어갔다.
 
부엽토+잔가지+볏짚+쌀겨+왕겨+깻묵을 거의 같은 비율로
한 것 같은데 뒤집으면서 냄새를 맡아보니까 구수한게 아주 잘 부숙된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사실 예전에 어른들은 전부 퇴비를 만들어서 썼는데 이제는 비료 몇포대에
해결되니 거의 퇴비를 만들어서 쓰는 분들이 없다.

그나마 이곳에는 유기농을
하는 귀농자들이 퇴비를 만들어서 쓰니까 서로 비교할 수 있어서 좋다.

내가 관리하는 농토를 전부 자가제조 퇴비로 충당하려면 퇴비뒤집는 기계가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지만 당분간은 그냥 몸(삽)으로 때우고 부족한 양은
비싸지만 유기재배 퇴비를 사다 써야 할 것 같다.

퇴비 뒤집는데 하루 꼬박 걸리고 다음날에는 여기서 한시간 40분이상 걸리는
영덕의 미곡처리장에서 정미작업중 흘린 왕겨와 쌀겨(거의 왕겨 성분이 많다)
를 쓸어담은 포대(300kg /한포대)를 포대당 3000원에 4포대를 샀는데 포대값이
6600원으로 내용물보다 더 비싸다.

하긴 우리가 안가져가면 쓰레기가 될 정미장
바닥청소할 때 나온 것을 지게차로 상차해 주니까 아마 상차비 정도만 받은 것
같다. 포대는 나중에 가져오면 돈으로 환불해 주겠다 한다. 아마 이걸보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인가 보다.

울진으로 오는 해안가에는 농부들이 벌써 밭을 갈면서 농사준비에 여념이 없고
옆에서 개나리가 산들거리며 봄을 알리고 있다.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애들 교육은 어때요??
+   [산골편지]   |  2009. 7. 12. 19:59  

비가 온다.
그 비가 집 앞 도랑으로 빨려 나가고 작은 개울을 거침없이 스치고 지나간다.
우리 집 비포장 도로 끝나는 작은 다리 밑에 가보았더니 나보다 먼저 도착한 것들이 벌써 내를 이뤄 한목소리한다.
그것이 강으로 가고 바다로 가리.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제구실을 한다.


바다에 가면 시끄러운 이유가 여기 있나보다.
각자 자신이 떠나온 산골짜기의 사연들을 모두 듣고 와서는 바다에 토해내니 그리 시끄럽고 드셀 수밖에.

세상의 온갖 못볼 일, 듣지 못할 일들을 다 듣고 오니 바다는 또 그리 가슴에 멍이 드는가보다.

************************

산골로 옮겨 앉고 신이 난 쪽은 아이들이다.
도시에서처럼 학원다니지 않아도 되고 공부 많이 안해도 되니 좋단다.

우리 집에 오는 이들이나 전화거는 사람들이 걱정어린 듯 묻는 말이 있다.


"애들 교육은 어때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전교생이 30명이다. 3학년인 선우네 반은 12명이고, 1학년인 주현이네 반은 5명이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교실에서 4~5명씩 마주보고 앉아 두 학년이 같이 공부한다.


마을 입구에 분교가 있는데 학생 수가 적어 폐교되었고 대신 거기까지 스쿨갤로퍼가 온다.

학교까지는 15분 정도 걸리고 선생님과 학생이 그저 식구처럼 지낸다.
학원은 물론 없고 굳이 가야 한다면 울진읍까지 불영계곡을 따라 50분 정도 가야 하지만 학원에 보낼 일이 없다.

논과 밭, 개울, 개집, 닭장이 선우, 주현이에게는 학원이다.


남편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이것 저것 묻고 논이나 밭에 데리고 가 일거리도 배분해 준다.

도시에 있을 때에도 책은 잘 읽는 편이었는데 여기서는 더 잘 본다. 요즘은 만화삼국지와 위인전에 푹 빠져 있는데 만화를 허용한 지는 1년되었다.


산골로 온 후 반년을 신나게 놀다 올해부터 학습지 국어, 수학을 하는데 그게 공부의 전부다.

시골학교라 숙제도 일기밖에 없다.


이사온 후 지금까지 TV안테나를 부러 설치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TV 앞에 앉아 헛시간 보낼 일도 없다. 처음엔 답답했는데 지금은 아주 좋다.
그대신 아이들은 비디오를 보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온 가족이 책을 많이 읽는다.

사실 긴 겨울을 산골에서 아이들과 어찌 지내나 고민을 했었다.


자연 앞에선 너그러운 남편이 밭언덕에 자연눈썰매장을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은 퇴비봉투를 하나씩들고 나서면 점심 때 불러야 들어온다.

작년에 눈이 바쳐 주었으니 아이들 얼굴은 여름보다 더 시커먼스.
엄마도 타보라고 하도 권하기에 애들 사기차원에서 앉았다가 "누가 나좀 말려줘유~~~~"하고 소리소리질렀으나 이 산골에서 누가 말려주랴.


결국 가시오갈피 나무 몇 그루를 아작냈다.

그런 급경사를 애들은 잘도 탄다.


그 덕에 두 놈이 내 부츠 두 켤레를 고스란히 분리수거장으로 보냈다.
겨울공부 종목은 또 많다.

가끔씩 초보농사꾼은 "우리 영토에 누가(노루, 맷돼지 등)침범했나 가보자"며 작대기를 하나씩 들고 산꼭대기까지 데리고 갔다온다. 눈이 어른의 허벅지까지 쌓인 산비탈 밭으로 ...


애비는 노루 등이 눈 때문에 먹이찾으러 내려왔나 먹이걱정에 간 거였지만 아이들은 정말 진지하게 침입자를 찾는다.

여름이 되었다.


나를 아는 친절한 이들이 "애들 공부걱정 안하세요?"라며 염려해 주시지만 이제는 자연과 어떤 공부를 할지 눈에 선하다.

언제 다시 이런 공부를 할 수 있을까.


나는 아이들이 자연을 더 많이 느끼고 자신의 맑디 맑은 눈에 그것을 넣어 성인이 되었을 때 조금씩 꺼내 쓰기를 바란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지만 우리의 생각까지 줄 수는 없듯이 아이들이 자연에서 많은 생각을 얻고 맑히기를 바란다.

선우는 손님오는 게 싫단다.
오는 사람마다 같은 내용을 물어 그렇단다.

아이들은 자연에서 배운다.
하늘, 구름, 시냇물, 논과 밭, 해님, 개구리 친구들이 아이들 오기를 더 기다린다.
아이들이 올 시간이면 그 친구들이 내 대신 번갈아 마중나간다.

***************************

오늘은 아이들과 앵두를 땄다.
바구니를 하나씩 팔에 걸어 주었더니 잘도 딴다.

한참 후에 보니 바구니 바닥에 겨우 한겹 엎드려 있는 게 다였다.
"앵두 다 어디갔니?"
"엄마, 우리가................."하며 웃는데 입가에 빠알갛게 앵두물이 들었다.
그 아름다운 색처럼 아이들 가슴도 곱게 물들었으면 좋겠다.

효소를 담아 맑디 맑은 유리잔에 넣어주면 고추잠자리와 한 모금씩 나누어 먹겠지........


모기와 파리가 극성인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2001년 유월 22일


<img src="http://www.skyheart.co.kr/ttboard/data/002/kojang%20102-0261_IMG.jpg">


 
 
        

 

귀농풍경--힌트, 밭에서 씁니다.
+   [산골풍경]   |  2009. 7. 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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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일까요???

얼마 전에 밭에서 일을 하다가 그 옆에 난 들꽃을 보니 그렇게 이쁠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이름모를 꽃....

그런데 이상하게 여고시절 그냥 꽃이름을 말하는 것보다도 '이름모를 꽃'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좋았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

이 이름모를 꽃이 어찌나 작고 앙증맞던지...
멀리서 보니 그 옆에서 일하고 있는 초보농사꾼 모습까지 그윽하기까지 하다.

농기계가 이렇게 멋지는 첨이다.
위의 사진은 폴로 로고보다 멋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장의 사진에서 일부를 잘라낸 사진인데 농기계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이 기계는 인쟁기라고 예전에 소가 끌던 쟁기를 사람이 끌도록 만든 것이다.

이쁜 농기계...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풍경--내가 꿈꾸는 모습
+   [산골풍경]   |  2009. 7. 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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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우체부 아저씨가 오셨다.
야콘즙을 한 봉지 뜯어서 드렸다.
아저씨는 농사지은 것을 아시는지라 한 방울까지 다 드시려고 하신다.

그 모습을 보며 농사를 더 열심히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체부 아저씨가 건네 주신 우편물을 뜯어보니 내가 자빠지는 책 한 권이 들어 있다.

한창 바쁜 시절에 마주한 우편으로 배달 된 책 ...
그것은 우주가 한쪽으로 기울만큼의 감동이었다.

그리고 봉투에서 따라 나오는 카드 한 장...
들여다 보는 순간...

"아!  @#^%$#&#@"

그림의 모습이 참 넉넉해 보인다.
두른 앞치마가 그렇고, 주위의 들꽃들이 그렇고, 주인공의 꾸미지 않은 머리칼이 그렇다.

나도 저런 모습으로 나이를 먹고 싶다.
물론 카드 속의 주인공은 나보다 젊어보이지만 언제나 늘 푸른 소나무처럼 그렇게 얼굴에서 풍기는 것이 푸르게 늙고 싶었다.

카드를 거실에서 눈에 잘 띄는 곳에 올려놓았다.
어머님이 평생 모으신 수석과 조화를 이루어 놓았다.
카드 앞의 수석 제목은 '연인'이다.
내가 붙인 제목이다.

'연인'과 여인

오늘 책과 카드 한 장이 이렇게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마음을 어디에 두고 사는가.
+   [산골편지]   |  2009. 7. 7. 18:54  

울진 장날이다.
성당에 선우교육이 있어서 6월까지는 매주 토요일에 아이를 데리고 다녀야 한다.

차로 50분 되는 거리를 꼬불 꼬불 불영계곡을 따라 몸도 같이 휘두르고 간다.
성당에 도착하면 어찌나 어지러운지 주현이는 그만 토할 때가 종종 있다.

아이를 성당 교리실에 보내고 나머지 식구들은 장보러 나섰다.
토마토,방울토마토,가지,오이,수박,참외,고구마 모종을 샀다.

과일에도 워낙 종약,제초제를 많이 치는터라 아이들 간식거리를 넉넉히 준비한 셈이다. 몇 낱 열릴지 몰라도....

아이들위해 이것 저것 고르는 무늬만 농부인 그이의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내일은 아이들과 먹을거리 심는다고 부산을 떨 박씨 일가를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

귀농을 허락하자 그이는 사표수리도 되지 않은채 차 먼저 처분했다.
지금 차는 농촌에서 너무 사치스럽다고.

그래 구입한 것이 포터 더블캡이다.
앞에 여섯 명이 탈 수 있는 트럭.

그 트럭을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것을 보고 그만 혼자 울었다.
처음 그 트럭을 타고 나가는데 얼굴이 화끈거리고 몸둘바를 몰라 하는데 아이들은 좋단다.
뒤에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다나.

처음 그 트럭을 타고 광화문에 있는 한국생산성본부에 원고갖다 주러 가는데 내내 우울했었다.

옆에 탄 남편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창 밖을 보니 다 나만 쳐다보는 것같고 괜히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이 표정은 나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듯했다.

그리고 귀농!!!

귀농 후에는 처음보다 조금 덤덤해지긴 했지만 솔직히 아무렇지 않은듯하지는 않았다.

손도 그을릴대로 그을리고 나물캐고 고추심느라 갈라지고 터져 시장이나 성당에서 무엇을 집으려다가 내 손에 내가 놀라 움츠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내 산골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산골차림에는 그 터진 손이 너무 자연스러우니까.

우리는 흔히 나 위해서 산다고 한다.
그리 강조하는 걸보면 남위해 사는 부분 또한 크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어떨까'하는 마음에 집착하다보면 우선 주체성을 잃게 되고 겉치레에 치중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 내가 얼마만큼 주인으로서 자리잡고 있느 하는 것이다.

내가 중고트럭을 타고도 행복하면 그만이고 다 갈라진 손으로 다녀도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으면 그만이다.

처음에는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았는데 이제는 일치되어가고 있다.

도시에서 좋은 차타고 좋은 옷입고 다니면서 제일 행복해했는가.
불평도 없고 자식,남편에게 만족하며 살았는가 반문해 보고 싶다.
몸뚱아리의 주인인 마음이 평화로운가가 문제라고 본다.

우리 산골에 심심잖게 손님이 찾아온다.
가족이나 부부가 올 때가 많은데 대부분 남자는 이 생활을 동경하는 눈치인데 부인은 거침없이 "이런데서 살으라면 난 못살아요"한다.

이곳이 사람살 데가 아닌가? 듣고 나면 이내 마음이 언잖다.
그럴 때 묻고 싶다.

"그대는 도시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인가?"

난 말이다.
우리 하늘마음농장에 오는 다른 이들이 평화롭기를 바란다.
이곳에 돈을 벌기 위해 오지 않았다.

돈은 도시에서 버는 편이 훨씬 고상하고 빠르다.

그러나 나만이 평화롭기 보다는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평화를 맛보기를 바란다.
도시에서 찌든 때를 벗어버리고 싶을 때 조용히 마음을 감싸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그저 바람처럼 왔다가 세속의 모든 가슴앓이를 내려놓고 갈 수 있도록 빈 자리를 마련해 놓고 싶다.

지금 이 순간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달라이라마는 말했다.

"진정한 자비심은 물질을 나눠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라고............

*******************************
비가 안온다고들 야단이다.
아닌게 아니라 마늘들도 삐죽 삐죽 고슴도치 가시처럼 쑥쑥 돋아나더니 얼굴이 노래가지고 땅만 쳐다보고 있다.

길가에 뿌려둔 조그만 꽃씨들도 꼭꼭 숨어 어디에 있는지 찾지도 못하고 있다.
하늘을 본다.

별들이 소풍나온듯 여기 저기서 보물찾기를 하고 있다. 내일도 나의 이웃에게 물주기는 틀린듯하다.

내일은 하다못해 물을 길어다가라도 먹여야겠다. 마늘,채송화,목화,홍화,매실나무에게....................


2001년 오월 13일에
개구리소리 요란한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벌이라면 벌벌 떨린다.
+   [귀농일기]   |  2009. 7. 7. 18:49  

산골이라 워낙 벌이 흔한 곳이지만 작년 여름 언제부턴가 꽤 큰 벌이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저녁에 마루에 등을 켜면 열 댓 마리의 벌들이 마루와 방에 까지 내 집드나들듯 하는거였다.
벌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먼저 건들지만 않으면 반격은 없다는 개똥철학을 갖고 있던터라 그렇게 여름을 나고 가을을 나고 있었다.

그런데 오두막에 놀러온 이웃분이 이거 말벌인데 얼마나 위함한지 아느냐, 한방이면 죽는건 문제도 아니라며 말벌에 벌써 쏘인 사람처럼 이 방, 저 방 벌을 기르고 있는(?) 우릴 야단치시는 거였다.

그때부터 겁이나서 산골아이들 교육에 나섰다.
첫째, 절대 벌 건드리지 말 것. 성질이 더럽다고 함.
둘째, 혹여 책으로나 옷으로 건드리게 되면 재빨리 몸을 피할 것
등등을 귀에 딱지 않도록 얘기했지만 하루 하루 벌기르는 일이 진땀을 빼게 했다. 아내는 벌로이로제에 걸려 밤만 되면 집 안의 불을 끄러다니기 바빴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 유독 올 해 그런 벌이 극성인지....

가을이 지나가고 있을 무렵 보일러실에 가다 그 위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보니, 삼각 지붕 그 밑에 큰 벌집이 아예 진을 치고 있는게 아닌가.
아이들 데리고 나와 눈으로 경계를 시키고 겨울이 빨리오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겨울이 왔다.
겨울에는 빈 집이니 그 때 제거하라는 이웃분의 조언에 따라 이때껏 기다린거였다.
이제는 안심이고 제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그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아내가
"선우 아빠, 봄인가봐요. 나 오늘 벌 봤어요."
아차!!!!
아내는 벌써 벌집을 제거한줄 알고 있으니 난 대충 대답하고는 밖으로 서둘러 나왔다.

사다리를 놓고 지붕 위를 올라가는데 이 오두막 지붕이 오래되어 내려 앉을것만 같아 다리가 후들거렸다.
어쩌면 귀농하고 벌의 공격을 몇 차례받아 얼굴이 조푹에게 두들겨 맞은 사람처럼 되었던 기억이 나 '떨고 있는지'도 몰랐다.
겨우 벌집을 떼내어 마당에 내동댕이쳤다.

학교다녀온 아이들이
"아빠, 벌집봐요. 벌집이 여기 있어요"
신기해 죽겠다는 표정이다.
지에미에게까지 소식을 전하려고 부르기에
"엄마는 벌집만 봐도 무서워하시니 제발 용감한 너희들만 봐라."
하며 뜯어말렸다.

올해는 녀석들이 제발 이 오두막에는 집을 짓지 말았으면............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   [산골편지]   |  2009. 7. 1. 02:36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법정스님께서 이해인 수녀님께 "수녀님은 그래 시를 쓴다고 하면서도 기껏 아는 게 뻐꾹새 소리밖에 없느냐"고 핀잔을 주시며 일일이 새이름을 구별해 가르쳐 주셨다듯이 나 역시 새소리는 뜸부기,까치,까마귀 소리밖에 모른다.

또 설령 열심히 알려줘도 그 소리가 그 소리같고 그 모습이 그 모습같아 난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 뿐인가.
나물이름,들꽃이름도 매한가지다.

특히 나물은 더 까막눈이라 왼손에 샘플을 들고 다니면서도 똑같은 것 뜯기가 여간 능력에 부치는 것이 아니다.

이웃 형님의 놀림도 놀림이지만 이곳 산골에서 뿌리내릴 사람이다보니 내 자신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오늘은 샘플로 뜯어 준 것이 시들어 꼬부라지도록 똑같은 것을 못뜯었다.
나물과 새와 들꽃들과 정말 친해지고 싶은데 잘 안되니 그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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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공부는 엄마주려고 하니? 너 위해서 하지."

내가 한국생산성본부 첫 여자 연구원으로 입사했을 때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난 사실 학교다닐 때 정말이지 엄마위해 공부할 때가 많았어. 그 정도로 엄만 내게 헌신적이셨지."

그 말은 사실이었다.
여느 엄마가 자식에게 헌신적이지 않을까마는 얼굴이 안개꽃처럼 하얀 내 엄마는 당신은 없고 오직 자식만 있었다.

어쩌다 한 겨울 새벽에 도서실가는 것이 귀찮아 포기하려다가도 내 에미 새벽부터 도시락 싸놓고 자식 머리맡에서 시계 초세고 계시는 모습이 가슴저려 졸면서 도서실갈 때가 부지기수였다.

또 개인주택에 산 탓에 한 겨울 자식이 신을 신발을 미리 방안에 갖다놓으시고는 혹여 덜 따뜻할세라 당신 옷으로 덮어두시는 엄마를 생각하면 도서실에서 잠시 졸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곤했었다.

그 덕에 이 머리로 대학.대학원을 수석졸업할 수 있었다.
엄마는 늘 "여자도 많이 배워 활동적인 여자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유학도 자신있으면 해보라고 부추겨서 아버지에게 시집이나 보내지 쓸데없는 소리한다며 핀잔을 들으시기도 했다.

결국 일본유학을 계획하고 사전답사도 다녀왔었다.

그러던중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느라 유학을 덮어놓고 있었다.
몇 달 전에 풍을 맞으신 엄마를 보기 위해 서울에 갔었다.

시원찮은 발을 끌며
"막내야, 그 때 유학을 더 서둘러 보냈더라면 벌써 다녀왔을텐데...."하셨다.
산골에 들어가 뙤앝볕에 고추밭매고 나물뜯는 막내딸이 가슴에 저려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아 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며 눈에서 맑은 물을 흠치셨다.

그 때 내 가슴은 두릅나무 가시보다도 더 큰 가시가 파고드는 것같았다.

그 때 보았다.
우리 고추밭골보다도 더 깊이 깊이 패인 엄마의 주름을...

그도 그럴 것이 엄마는 충청도의 어느 종가집 맏며느리셨다.
머슴까지 13명의 뒷치닥거리를 다 해야 하는 전형적인 종가집.

이러다가 딸 다섯을 다 시골남자와 결혼시키겠다 싶어 밤마다 아버지 옆구리찔러 서울가자 하셨었단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하시던 아버지도 결국 엄마의 끈질긴 설득끝에 아이들을 서울에서 공부시켜 서울남자와 결혼시키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그때 난 코흘리개였고.

그랬더니 결국 막내딸이 다시산골로 들어가 농사짓는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그 에미의 가슴은 어떠했을까.

그 생각만 하면 어느새 목구멍이,목구멍이 불덩이로 막히는 것같다.

병든 엄마가 보고싶을 때마다 읽는 글이 있다.
피천득님의 '엄마'라는 글이다.

"엄마가 나의 엄마였다는 것은 내가 타고난 영광이었다....내 기억으로는 그는 나에게나 남에게나 거짓말한 일이 없고,거만하거나 비겁하거나 몰인정한 적이 없었다.
내게 좋은 점이 있다면 엄마한테서 받은 것이요,내가 많은 결점을 지닌 것은 엄마를 일찍이 잃어버려 그의 사랑 속에서 자라자지 못한 때문이다."

이 글을 맨 처음 읽었을 때 많이 울었다.
이 밤에 혼자 중얼거려본다.

'엄마 나도 엄마가 내 엄마라는 사실이 영광이야. 사람은 어느 하늘 아래에 머리를 두고 살든 착하게 넉넉한 마음으로 살면 행복한거야. 엄마, 너무 마음아파 하지마.'

******************************
오늘은 과꽃같은 우리 엄마가 보고싶을 때 보려고 과꽃씨를 뿌렸다. 가뭄에 말라죽지 않고 흐드러지게 피어 이 산골이 엄마의 향기로 가득찼으면 좋겠다싶어......

도시에 있을 때에도 글을 썼었다. 책으로 내서 울 엄마에게 드리려고..... 이 곳 산골에 와서 더 열심히 쓰고 있다.

오늘따라 하늘에 별도 몇낱없다. 모두 지에미 품에 들어가 자는가보다. 바람도 자고 텃밭의 마늘들도 자겠지.
나도 자기 전에 병든 엄마에게 목소리 공양을 해야겠다.


2001.5.13일
엄마가 무척이나 보고싶던 날에.

산골에서 배 소피아.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서울유감
+   [귀농일기]   |  2009. 6. 28. 09:20  
며칠간 볕이 따사로와서 아이들 눈썰매장으로 이용되는 우리집 진입로의 눈이
거의 녹았다.
눈썰매를 타지못한 아이들은 아쉬워 하지만 그동안 도로에 눈이
쌓여 차를 두고 이삼백미터를 걸어다니는 수고는 덜수 있다. 다시 눈이 와서
차가 못다니기 전에 장에가서 개사료와 퇴비를 실어다 놓아야 될것 같다

며칠전 설을 맞아 어머님이 계신 서울을 갔을 때의 일이다.
어머님을 뵙고 집을 나와 장모님댁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밤이 늦어
그냥 그곳에서 묶고 다음날 산골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저녁에 식사를 하고 아이들은 산골에서 보지못한 TV를 보고 오랜만에
만난 친척형과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나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서울에 있을 때 내가 즐겨먹던 생맥주를 마시기로 마음먹고
혼자서 밖을 나와 집 근처의 허름한 생맥주집을 찾았다.

설이라서 테이블 네다섯개는 텅비어있고 주인혼자 썰렁히 자리를
지키며 TV를 보고 있었다.
생맥주 한잔을 시켜놓고 있는데 대학생인듯한 젊은이 3명이 들어와서
앉는 바람에 좁은 홀은 금세 시끄러워 졌다.

그때 가게 안으로 40대의 허름한 아주머니가 들어오더니 안주를 만들고
있는 무뚝뚝하게 생긴 주인에게로 가더니 이근처에서 누굴 만나기로 했
는데 오지않아서 그러니 전화한번만 쓰자고 부탁을 하였다.

그랬더니 주인이 아주머니를 쳐다보더니 일언지하에 거절을 하면서 밖에
가면 공중전화를 쓰라고 쏘아 부쳤다. 아주머니는 공중전화가 고장이 났다고
말을 하면서 전화를 그냥 쓰는게 아니라 돈을 네겠다고 하여도 무조건 안된
다고 하면서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했다.

만약 내가 휴대전화가 있으면 빌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때 옆에 앉은 젊은이들이 아주머니를 불렀다. 그래서 나는
아! 저 젊은이들이 휴대전화를 빌려주려고 하는구나 하면서 옆을 쳐다보지
테이블위에 휴대전화를 올려놓고 있었다.

그러나..
아주머니가 젊은이들을 쳐다보자 하는 말 "아주머니 때문에 TV가 안보이니
조금 옆으로 비켜주셔요"

할 말을 잊었다. 무안한 아주머니가 밖을 나간 후 주인 왈 "시외전화나 국제
전화쓰면 어떡하려고"....

아뭏은 아주머니는 떠났고 TV를 보는 데 무슨 사극 같았다.
나는 산골에 TV가 없어서 모르겠는데 무척 열심히 봐서 나도 혼자와서 딱히
시선둘 곳이 마땅찮아 내용을 보니 청나라 상인에게 인삼인가 뭔가를 팔려고
하다가 값이 안맞으니까 불태우는 광경이 나왔고 이를 본 청나라 상인이 놀라
서 원하는 값에 인삼을 사겠으니 더이상 불태우지 말라는 광경이었다.

그 순간 호프집 주인이 탁자를 치며 감탄을 하면서 "캬! 장사를 저렇게 하는거야! 그럼"
나는 속으로 "그런 놈이 그래 알량한 전화 한번 쓰자는 데도 인색하냐"

술맛이 떨어져서 더 이상 마실기분이 안나 그냥 나오며서 주인에게 술값을
계산하면서 주인에게 지금보는 사극의 제목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니
그것도 모르냐는 눈빛으로 "상도"란다.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초보농사꾼 박찬득(몇 년 전에 써놓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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