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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_해당되는 글 139건
2010.04.17   귀농편지, 그 맛을 아는 사람이 좋다. 
2010.04.15   귀농편지-집터의 좋고 나쁨은 내가 만든다 
2010.04.13   귀농편지, 안그러면 절단이다. 
2010.04.12   귀농풍경-이태석 신부님 프로를 보고 1
2010.04.09   귀농편지 마음이 급하다. 
2010.04.08   귀농일기 지게로 지어나르자!!! 
2010.04.02   귀농아낙의 책이야기--내 안에는 해피니스 폴더가 있다 
2010.04.02   귀농풍경--울진고등학교 기숙사(기숙형 고등학교) 
2010.04.01   귀농일기--결국은 트렉터에 끌려서... 
2010.03.30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안으로 먼저 영글어야 터질 것이 아닌지. 

 

귀농편지, 그 맛을 아는 사람이 좋다.
+   [산골편지]   |  2010. 4. 17. 10:20  
사람들은 내가 지금껏 커피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갸우뚱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산골로 틀어박혔다 하면 다기를 다루는 솜씨가 공기돌 놀리듯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그것은 일종에, 귀농했다 하면 남정네도 개량 한복에 고무신 신고, 머리 뒤로 묶고, 거기에 수염 정도는 액세서리로 길려줘야 하는 정도의 센쓰가 있어야 하는줄로 아는 것과 같은 ‘믿음’이다.

일단 귀농했다 하면 그렇게 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으니 그럴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차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커피면 커피, 녹차, 잎차면 잎차 다 잘 마신다.
잎차를 마시더라도 다기 놀리는 것에 크게 신경 안쓴다.

다기는 요렇게 무릎을 꺾고 앉아서, 조렇게 돌리고, 몇 번 나누어 부어주고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다도에 목숨거는 사람이 들으면
‘이런 무식한 인간같으니...’하겠지만 그래도 하는 수 없다.

그저 차를 우려서 부어 마시면 그만이다.
다기가 얼마짜리고 하는 등의 가치는 소용없는 일로 안다.

물론 숭늉마시듯 후후 소리내어 불고 들이키는 경우, 또 식사 후 가글을 하듯 차를 마시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나나 상대방의 차 마시는 모습에 눈초리의 무게를 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여 말 그대로 ‘다도’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의 방식이고 난 내 방식일 뿐이라는 말이다.

다만, 누구와 마시는 것을 제일로 치느냐 하는 것에는 많은 의미를 둔다.
난 혼자 마시는 차맛을 제일로 친다.

여럿이서 잡담중에 마시는 차는 목을 축이는 것이고, 들이키는 것이지 차맛과 침묵에 무게를 두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초의 선사는


<b>"차를 혼자 마시는 것은 가장 신명나게 마시는 것이고,
둘이서 마시는 것은 보통 잘 마시는 것이고,
서넛이서 마시는 것은 취미쯤인 것이고,
대여섯이 마시는 것은 덤덤하고,
칠팔인이 마시는 것은 보시하듯 나누어 마시는 것일 뿐이라고 하였다.</b>

여럿이서 를 앞에 놓고 마시는 경우는 차의 맛과 정취에 마음을 두는 것이 아니고 잡담의 중간중간에 잠시 쉬는 정도로 입을 축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혼자 마시는 차 맛을 더 자주 느끼는 복을 누리고 싶다.
그때의 차는 그저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다.

한 모금의 차를 마시며, 나의 오늘 발걸음의 속도가 어떠 했는지, 발걸음의 방향이 제대로 향해졌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그때만큼 내일의 발걸음을 점검하는데 좋은 시간은 없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개구리 소리가 참견해 보라지.
매미소리와 소나기 퍼붓는 소리, 가을 낙엽 바스락거리는 소리, 어느 시인이 표현한대로 여인의 옷벗는 소리를 내는 눈이 함께 하면 그 이상의 명품차는 없다고 본다.

지금 이 새벽에 깬 것은 차 한잔을 하면서 산중의 묵직한 침묵에 동참하며 새 날을 기대해 보라는 신의 작은 신호가 아닐는지....

더 자세한 자료는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 있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편지-집터의 좋고 나쁨은 내가 만든다
+   [산골편지]   |  2010. 4. 15. 14:14  



2010년 1월

 

우리집은 마을 이장님이 마이크 부여잡고 하소연하는 '전달사항'이 전달되지 않는 먼 골짜기에 살고 있어 다행(?)이다.


안그랬으면 책읽느라고, 꼴난 글 좀 쓴다고, 고추 꼭지 딴다고 늦도록 꼼지락 거리다 자다 보니 해가 똥구멍을 치받아야 일어나는 날이 솔찮은 나로서는 고역이었을 것이다.

 

그 시간이라도 도시인들에게는 이른 시간이지만 산골에서 잔뼈가 굵은 분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벌써 6시만 되도 "박반장"하고 전화들을 하신다.


일단 늦게까지 야콘작업을 하고 잔 우리들은 혼수상태로 전화를 받는다.

결국 이장님의 전달사항은 박반장 몫이다.

 

다행히 귀농 10년차가 지나도록 단 한번도 그 스피커 알람소리(?)를 듣지 못했으니 감사할 일이다.
오늘은 뜬금 없이 그 생각에 이르자, 초보농사꾼이 이 터를 귀농지로 점찍은 것이 나를 반려자로 점찍은 것 다음으로 탁월한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참에 한번 물어볼 생각이다.
내가 예를 들어도 나랑 견주는 예를 들었으니 답이야 빤하다.

"무슨 봉창 두들기는 소리야?"

 

"귀농하잘 때 나더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지 말라더니 당신이 까먹는 거야?"

"오늘 당신이 야콘씻는 일을 무리하더니... 결국은... 쯔쯔,  일찍 자는 게 낫것네."

"안그래도 가끔 혈압이 높다더니 혈압 한번 재봐."

.... 그 중 하나다.

 

난 이 집터가 좋다.
국도에서 멀리 떨어지지도 않았으면서도 완전 산골 모습 그대로 이다.

이곳은 독가촌이면서도 조금만 내려오면 이웃의 할아버지댁이 보인다.


움푹 들어간 곳에 우리집만 위치해 있으니 여간 좋은 위치가 아니다.

또 이웃집이랑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아 내가 설거지를 하고 자든, 안하고 자든, 숟가락짝이 몇 개든 참견할 사람 없으니 좋다.


내가 필요하면 몇 발자욱 발품만 팔면 이웃을 보러 갈 수 있으니 아쉬울 것이란 없다.

손님들이 와서 너 죽고 나 살기로 악을 쓰고 놀아도 시끄럽다고 할 사람은 없다.


다만 새들에게, 노루에게 주위 자연 도반에게 미안해서 그렇지...

내가 침묵하고 묵상하고 싶을 때, 바로 그 버전으로 돌입하면 그곳이 바로 피정의 집이고 절간이다.
내가 좋다고 믿는 곳이 바로 명당이다.

 

남이 명당이라고 해서 들뜨고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
남의 말에 솔깃한 것이라 그럴 것이다.


또 집 구조 중에 뭐가 나쁘다던데... 하고 계속 생각하게 되면 거기에 매이게 된다.

세상이 복잡하다 보니 내 말, 즉, 내 확신에 살지 못하고 남의 말에 의지해서 산다.
내 의지는 없고, 남의 의지, 남의 입김에 휩쓸려 살아간다.

그러나 명당이고 뭐고 내가 좋으면 거기가 천국부지다.


내 좋아하는 기가 흘러넘치면 어떤 곳도 다 명당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거 풍수가들이 들으면 무식한 소리한다고 하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한다.

 

영국의 시인인 진 잉겔로가 쓴 시 중 이런  시가 있다.

 

"기쁨을 집으로 데리고 가라.
그리고 당신 마음에 기쁨을 위한 자리를 만들고
자라날 시간을 주고 아껴 주어라.
그러면 기쁨이 당신에게 찾아와 노래를 부러 줄 것이다.
당신이 밭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신성한 시간인 새벽에 잡초를 뽑고 있을 때,
만족스러운 느낌이 조용히 찾아온다.
기쁨은 우리가 신에게 드리는 기도다.

 

 

귀농하기 위해 이 터를 살 때도 우린 그냥 우리 눈에 뒤집히도록 좋은 위치라는 생각에 바로 계약을 했고, 일부 이삿짐을 처음 들여오는 날에도 아무 날잡아 성모님상만 앞세우고 들어왔다.

내 마음이 어디로 가 있느냐에 따라 거기에 천국과 지옥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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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편지, 안그러면 절단이다.
+   [산골편지]   |  2010. 4. 1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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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문짝도 제대로 안닫힐 정도로 골병이 든 세레스에서 노인네의 가래 끓는 소리가 요란하다.
초보농사꾼이 한 차 해온 나무를 내린다.


그게 하도 힘겨워 보여 힘을 거들지 못하고 잔소리로 거든다.

“선우 아빠, 인제 그 놈의 토막 좀 작게 잘라.”

“왜?, 커야 한 방에 내리지.”

 

예전에는 그렇게 대답할 사람이
“좀 무겁긴 무겁다”하면서 잠시 허리를 펴고 담배를 빡빡 빨아댄다.

사실 그 토막을 작게 하란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우리집 난방 담당인 초보농사꾼이 커다란 나무를 부둥켜 안고 힘에 부치게 내리는 것에 대한  안스러움도 있고 또 하나는 나를 위함도 있다.

홈관리를 하고 꼴난 책 조금 읽다 초보농사꾼보다 늦게 잠드는 난 마지막 불을 챙기게 된다.
그때 나무토막을 집어 넣으려면 애를 먹는다.

 

귀농 초처럼 팔팔했을 때는 나 역시 그 정도는 만만했었는데 귀농 10년차가 지나가다 보니 온 삭신이 쑤시고 탈이 나고, 허리도 골병드는 바람에 그 놈의 나무토막을 붙들고 끌어 앉았다, 뒹굴렸다. 생쑈를 해야 겨우 불길에 던질 수 있다.

 

산골 식구들 등바닥이 땃땃하게 긴긴 겨울밤을 나게 하려면 이 나무 보일러의 아가리가 꽉 차도록 넣어 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나무와 씨름을 하다보면 생전 땀 안흘리는 사람의 볼따구니가 촉촉해진다.

달밤에 체조 별거 없다.


그렇게 쑈를 끝내고 보일러실 문을 나서면 달이 혼자보기 아깝다는 듯 씩 웃는다.
나도 그를 흉내내어 씻웃으며 손을 흔든다.

 

초보농사꾼이 그렇게 해온 나무에 눈이 쌓였다.
작년에는 눈비에 젖지 않도록 나무 집에 차곡차곡 쌓았었는데 올해는 야콘즙


 을 만드느라 시간이 없는 초보농사꾼이 나무를 저렇게 노상에 쌓아두고 때고 있다.

 

이제는 나를 위해서라도 나무토막을 잘게 톱질해달라고 초보농사꾼에게 그 속내를 드러내야겠다.
안그러면 당신이나 나나 허리 절단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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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풍경-이태석 신부님 프로를 보고
+   [산골풍경]   |  2010. 4. 12. 15:06  





지난 주의 일이다.
산골로 와서도 TV를 잘 안보는 내가 초보농사꾼이 켜놓은 것을 보았는데 다음 주 예고를 하는 거였다.
그러니까 다음  주에 이태석 신부님의 특집.


사실 난 이태석 신부님에 대해 잘 몰랐다.
잘 모르는 것이 아니라 처음 알았다.


그래서 너무 보고 싶었고, 나의 컴 앞 커다란 시골 달력(시골달력, 일단 글씨가 겁나게 큰 것이고, 말날인지, 소의 날인지 그런 그림도 있고, 이사가는 날 표시도 있는 그런 도시에서 보기 힘든 달력 ㅎㅎ)에다 빨간 펜으로 붉게 칠해 두었다.

그리고 막상 당일인 날은 잊었다.


그게 나의 한계다.^^

에서 초보농사꾼이랑 퇴비를 펴는 날이었기에 늦게 밭에서 귀가하였다.


농사꾼의 몸은 피곤했지만 저녁 이내 냄새를 맡으며 대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행복 만땅이다.

그렇게 돌아와 TV를 우연히 켠 초보농사꾼이 소리를 지른다.


"선우 엄마 빨리 와, 당신이 기다리던 프로 한다."

‘뭔 일이랴.






내가 언제 뭔 TV프로를 기다려. 기다리긴...‘ 속으로 옹알이며 그냥 있었다.

그런 내게 다시 소리를 지른다.


"이태석 신부님이 나오셨다니깐"

하던 일 던지고 거실로 튕겨져 나갔다.


이미 시작된 프로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하며 나머지를 들여다 보았다.
많은 분들이 보셨겠지만,,,

'수단슈바이처'라는 이 태석 신부님...


아프리카 오지 중에서도 오지 남부 수단 톤즈라는 곳에서 젊은 생을 다 보내시고 서둘러 하늘에서의 부르심을 받고 삶을 마감하신 분.

그러니까 신부님은 안정된 직업인 의사의 길을 마다하고 신부가 된다.
그리고 그가 떠난 곳은 아프리카 중에서도 오지...

그곳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본다.


더러는 장갑도 끼지 않은 채 그냥 진료를 하고 그들의 한쪽 가슴으로 녹아드신 분.
누구도 쳐다보지 않으려 하는 그들의 뭉그러진 몸을 맨손으로 어루만지고, 입을 맞추는 젊은 신부님,


그들을 위한 일이면 뭐든 하신 분.
그들의 뭉그러진 발에 당연히 신발이 없자 그들의 발을 다 본뜬 후 샌들을 만들어 일일이 신기신다.


하루에 400명이 넘는 불쌍한 환자들을 혼자 돌보시고 밤에도 계속 이어지는 환자를 돌려 보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의료뿐이 아니라 교육에도 , 그리고 음악에도 그곳의 사람들에게 신부님은 그저 하느님이었을 것이다.

학교도 없는 곳에 같이 흙을 빗어 학교를 세우고,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리키며 그들에게 꿈을 심어주신다.


그러던 중 한국에 잠시 나오셨다가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시고도 수단으로 돌아가시겠다고 하시다 결국은 생을 마감하신다.

그 분은 나와 같은 62년생으로 올해 1월에 그렇게 돌아가시려고 했던 수단으로 가지 못하고 서둘러 하늘나라로 올라가셨다.


취재진이 신부님의 사진을 복사하여 일일이 나누어주자 그들은 신부님 사진을 보는 순간 눈물을 흘린다.


어느 눈먼 한센병 환자 할머니는 신부님 사진이라고 하자 너무 보고싶다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사진에 입을 맞추고, 보이지도 않는 눈이지만 초라한 집 가장 좋은 곳에 신부님 사진을 올려놓는 그 손길은 어떤 예식을 치르는 모습같았다.

그뿐인지.


신부님과 함께 음악대를 결성하여 함께 연주도 하고 공부도 했던 아이들에게 신부님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CD를 틀어주자 모두가 엉엉 운다.

그곳 다른 수사님 말씀으로는 이곳 아이들인든, 어른이든 이곳 사람들은 정말 잘 안운다고 한다.
아파도 안울고, 슬퍼도 눈물을 잘 안흘린다고.


그러나 신부님의 아픈 모습 , 장례식 모습을 보자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엉엉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운다.

잠시 한국에 다녀오신다고 하신 후 다시는 못보았으니 ...



그랬다.
그런 꿈같은 모습을 보면 내가 많이 초라해진다.
더더군다나 나와 같은 나이의 신부님,


난 이 나이먹도록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나누었는지, 무엇을 고민했는지 ...

그 프로를 보고 한동안 어둔 밤 마당을 몇 바퀴 돌았을까.
탑돌이하듯이 그렇게 돌았다.

사람은 어떤 모습을 대하고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믿는다.


늘 남의 말 하고,  뻑하면 배신 때리는 사람, 돈 앞에서는 우정이고 뭐고도 없는 사람, 이해관계 앞에서는 욕심이 욕심을 부르는 사람과 함께 하다보면 어느 새 내게도 그런 냄새가 배어들리.

그러나 이런 모습을 자주 보고 느낀다면 각자 모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런 향기에 젖어들어 조금이라도 그쪽으로 가깝게 마음이 성장해 간다고 난 믿는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 아들, 딸, 아론과 안나랑 함께 보질 못해 안타깝다.
아이들과 함께 모인 날, 다시 인터넷으로 아이들과 함께 다시 보리라 다짐한다.
특히나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이런 모습은 쇠질대로 쇠어버린 나보다 더 뼈속 깊이 골수 속으로 그 분의 아름다운 모습이 스며들리라 나는 굳게 믿기 때문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산골 다락방에서 귀농 아낙 배동분 소피아


 
 
        

 

귀농편지 마음이 급하다.
+   [산골편지]   |  2010. 4. 9.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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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끄트머리에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얼어있는 듯 보인다.
강아지 벤자민도 가만히 있으면 얼었나 싶어 가서 불러보기도 한다.

산골을 넉넉한 분위기로 연출해 주는 각양각색의 항아리들도 금방이라도 얼어 터져 그 파편이 내 종아리를 칠 것만 같다.
이제 막 손빨래 한 초보농사꾼의 외출용 셔츠도 밖에 내다 널었더니 금방 로봇처럼 뻣뻣해졌다.

그러다 이내 햇살이 나와 아는체를 하니까 처음엔 콧대를 높이며 들은척도 안하더니만 지금은 흐느적거리다 못해 침을 질질 흘리며 좋아라 한다.

햇살이 나오면 그런 마음은 녹지만 다시 저녁이 되어 햇살이 퇴근하면 이내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다시 얼어 있는 듯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모든 것은 마음에 있다더니만 틀린 말이 아닌가보다.

****************************************

나에게 중학교 때부터 죽으라 붙어 다녔던 친구가 있다.
그렇게 평생 붙어 다닐 것을 몰아서 붙어다녔는지  지금은 저 멀리 미국에 있다.
얼마 전에 서울에 갔다가 명동 롯데백화점 본관에 들렸다. 일부러.
무엇을 사기 위함이 아니고 그 친구와 함께 앉았던 본관으로 들어가면 왼쪽에 있는 계단을 보기 위해서다.

친구의 향기가 아직도 묻어 있는지,
계단위의 친구 모습이 남아 있을려나 기대하면서...

그 계단을 보러 난 없는 시간에 볼일을 재껴두고 거기로 갔다.
계단이 명품(?) 계단이라서가 아니다.

 그 친구와 약속을 하면 그런 식으로 한 적이 많았다.
그냥 노상(?)에서 기다리는...
그 때는 핸드폰이 없었으니 그냥 무작정 무식하게 기다리는 거다. 그게 좋았다.
그렇게 기다리다 심심하면 슥 아이쇼핑도 하다 다시 계단에서 기다리고...

그 기다리는 시간이 편안하고 좋았다. 상대방이 제아무리 늦어도 화가 나지 않고 자존심도 상하지 않고...

1시간이 넘게 기다리게 한 적도 있다.
우린 상대방이 아무리 늦어도 꼭 온다는 것만 알고 있으니 기다리는 그 자체를 좋아했다.
지금 세상에 이런 짓하면 바로 귀싸대기 올라온다.
바쁜 사람 기다리게 한다고..

그렇다면 그 때는 모두가 한가했었느냐 하면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생의 바퀴는 정신없이 돌아가긴 마찬가지였다.

요즘 사람들은 기다리는 일이라면 질색이다.
우선 자신의 시간이 귀함을 내세운다. 바쁨을 내세운다.

성탄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종교를 가진 사람이든 안가진 사람이든 모두가 기쁜 날로 지내는 때다.

천주교에서는 성탄 전, 4주, 즉 바로 지금을 대림절이라 하여 아기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듯 눈에 보이는 사람도 못 기다리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고, 불러도 대꾸도 잽싸게 안하는 아기 예수님을, 부처님을  어떻게 기다리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어려운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벗을 기다리는 마음이 즐겁고 기분이 들뜨듯이 그 이상으로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마음, 부처님을 기다리는 마음은 더더욱 즐겁고 잔잔한 감동이 일어야 한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나 먹는다고 사람도 기다리는 멋과 맛을 아는 사람이나 기다리듯이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고, 부처님오심을 기다리는 일이란 그보다 더 깊어야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렇게 기다리는 시간은 헛된 시간이 아니다.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은 청소시간이라 할 수 있다.
마음을 청소하는 ...
미움도, 질투도, 욕심도, 시기도 모두 털어버리는, 그런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총채로 먼지를 털 듯 턴다고 쉽사리 털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다리면서 수없이 묵상하고,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 내가 다 용서를 해도 저 인간만은 어렵겠어.
혹여 이 세상 사람이 다 그런다 해도 지는 초보농사꾼에게 그러면 안되지.
초보농사꾼이 저한테 어떻게 했는데, 새로운 삶 시작할 때, 그렇게 애써준 것은 다  어디로 가고 그따위 행동을 하느냐구. 똥 누러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더니..." 하며 치를 떨었던 것을 털어내는 것이 어찌 일순간에 가능할까.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기다리는 시간, 침묵의 시간, 묵상의 시간 속에서만 그런 것들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기다리는 시간은 화해와 용서와 기쁨의 시간이다.

나의 다락방에는 4가지 색의 대림초가 있다.
오늘은 일찍이 그곳에 불을 댕기고 구유 속에 아기 예수님의  빈 자리를 바라본다.

아기 예수님을 따숩게 맞이하려면 내 안의 찌꺼기들을 죄다 털어내야 한다.
오늘도 묵주를 굴리며 철저히 내 안을 들여다 보고 있다.

마음이 급하다.
청소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성탄이 연말에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이 연말에는 너나 나나 할 것없이 그런 시간을 가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종교와 관계 없이 이 한 해 끝에는 내 안을 들여다 보고, 내가 나에게 용서하라고 부탁도 하고, 화해하라고 손도 내밀어 보는 그런 연습이 필요한 시기이기에 그렇다.

지난 가을에 집 옆에 핀 작은 해바라기 생각이 난다.
그는 다른 해바라기에 비하면 신생아 수준이었다.
키도 작고, 꽃도 아주 작아 그것이 해바라기라고 말해 주기 전에는 잘 모르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러나 난 얼굴에 보톡스를 맞은 것처럼 크고 화려하고 빵빵한 해바라기 보다는 그 작은 해바라기에 더 눈이 갔다.
세상에 어떤 모습으로 오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살다가면 그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것을 그에게서 느꼈다.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보다 더 명품인 '신생아 해바라기'

그를 이른 아침에 보면 이슬을 얼굴에서 막 털고 수건으로 닦지 않은 해맑은 모습으로 나를 맞곤 했다.
몸에는 솜털이 보송보송 돋은 그런 모습으로 나를 맞이하곤 했다.

새해에는 지난 가을의  애기 해바라기처럼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이길 빌어본다.

촛불이 흔들린다.
유리 통창 밖으로 별들이 보인다.
별들도 한 해를 정리하고 있는지 눈망울이 똘망똘망하다.

우리 각자는 이 연말에 어떤 일로 바쁜지 돌아볼 일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

산골 다락방에서 귀농아낙  배동분 소피아


 
 
        

 

귀농일기 지게로 지어나르자!!!
+   [귀농일기]   |  2010. 4. 8. 09:37  

 


 (▲ 어둠 속 산골 박씨들의 오늘 미쎤은???)


2010년 2월


폭설로 인해 명절을 정신 바짝 차리고 보냈다.
명절이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쏟아진 눈으로 인해 서울로 모시러 가려고 했던 어머니께서 산골의 아들이 위험한 운전하고 온다며 버스를 올라타시고 오셨다.


명절 장보러 가는 데에도 차가 미끄러져 트렉터로 끌어올려와야 했고 그렇게 명절을 눈속에서 보냈다.

명절이 지나면 한시름 놓을줄 알았는데 일은 계속 심심잖게 생긴다.
우리들이 사는 세상살이도 이와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고비 넘기면 다음에는 황금빛 물결이 넘실대겠지 하지만 그거 넘으면 또 고개...
그렇기 때문에 그저 대단한 무엇을 바라기 보다는 그때 주어진 상황, 그것이 고난이든 행복이든 온전히 받아들이면 된다는 것을 터득한지 오래다.


명절 훨씬 전에 효소 병이 떨어질 것같아 주문을 하려고 전화를 했더니 당분간 병을 안만들고 2월 말이나 만든단다.
공장에서 이렇기도 하나...싶어 급한 마음에 조금 비싸지만 대리점에 몇 박스만 주문해 두었다.





그런데 택배에서 찾아 차에는 실었는데 눈이 많이 내려 차를 국도가에 두고 오는 바람에 내리지를 못했다.
다음에 아찔아찔해가며 다리결까지 끌고는 왔는데 이젠 거기서 집까지 옮기는 일이 문제였다.


무거운 게 문제가 아니고 길이 미끄럽다는 것이다.
잘못하여 미끄러지면 병이라서 다칠 염려도 있고 말이다.


결국 아이들이랑 나섰다.
만만한 놈이 선우라고 선우는 두박스를 묶은 것을 어깨에 지어주었다.
조금 가더니 어깨가 아프다며 끌어안고 가는데 끌어안고 가면 그 언덕과 눈길을 가려면 더 고생한다고 했더니 해보겠단다.





산골살이에서 주현이라고 우린 예외는 없다.
주현이는 그대신 한박스다.
이 놈 역시 도와주는 것이 몸에 배여 박스를 들고도 벤자민이랑 놀고 있다.
그게 보기에 좋다.





선우랑 같은 무게를 들으려니 미안스럽다.
나도 선우랑 같은 무게를 들고 걸어올라가는데 선우가 고생하는 모습이 보인다.
어깨에 매준다고 하니 끈이 풀려 그냥 가겠단다. 아빠나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시라고 걱정까지 하며 나를 돌아보고 서있다. 무거운 것을 들고 말이다.





그렇게 빈병을 옮겨 놓았으니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 문제는 뭐냐 하면 택배차가 국도가에서 못올라온다는 것이다.
명절 전에 주문하여 연휴로 인해 택배에서 일찍 마감하는 바람에 그때부터 기다린 분들도 계신데 오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발송을 해야 했다.


무슨 수로..

생각 끝에 지게에 지고 나르기로 했다.
고3인 선우가 다시 동원되었다.
인상 한번 안쓰고 농담하며 오는 선우다.




지게에 올려주고 송장이 눈에 젖지않도록 비닐로 씌웠다.
일단 한번 다녀오면 두 번째는 더 노련해진다는 선우
그러면서 한 마디 던지고 간다.
“아빠, 옛날에는 제가 아빠를 도와드리는 수준이었는데 요즘은 힘든 일을 전담하는 수준이예요.^^ "하며 웃고 간다.




선우가 두어번 왔다갔다 하고 나머지는 내가 들고 나섰다.
선우가 눈보라 속에서 벤자민이랑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섰다.
등에는 지게를 지고 그 위에는 고객들에게 갈 효소를 지고서...


저 놈은 아마도 눈길을 걸으면서 지가 좋아하는 카프카를 생각했을 것이다.

매번 그의 천재성 등을 말하며 감탄을 하던 녀석이고 아마도 이 엄마가 그런 선우를 위해 카프카의 책을 거의 사주었을 것이다.





저 아래의 차에 싣기는 했는데 미끄러운 길 내려가는 것이 또 한번의 난코스이다.

산골에서 살면서 아내와 삶의 기준이 되는 것 중 하나가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다.
어디에서 살면 그렇게 생각 안하고 살까.
하지만 그것이 여기서의 삶에서는 절실히 실천하며 산다.




고객들이 기다리는 생각에 병을 그렇게 날라야 한다는 생각이 그냥 당연했고, 지게 아니라 하나씩 품에 안고서라도 택배를 보내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아이들을 심부름시키고, 급한 일은 같이 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 또한 거기에서 교훈을 얻고 지혜를 얻으라는 생각이 우리 부부의 기본 교육이다.


일단 도와달라고 부르면 애들은 표정이 밝다.
“아빠, 오늘의 미션은???” 하며 웃고 온다.
그게 고맙고 기특하다.


이렇게 발송을 하고 나니 이제 한시름놓은 기분이다.
당분간은 이렇게 지게에 지고 비닐로 덮고 하여 산야초 효소, 야콘효소, 솔잎 효소야콘즙을 발송해야 한다.
그게 또한 의미있고 신선한 일로 닥아오는 눈오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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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아낙의 책이야기--내 안에는 해피니스 폴더가 있다
+   [산골밥상]   |  2010. 4. 2. 09:48  
내 안에는 해피니스 폴더가 있다 상세보기
이시형 지음 | 청아출판사 펴냄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의 삶을 여유롭게 만드는 사색적 힌트집, 『내 안에는 해피니스 폴더가 있다』. 이론과 논리를 뒤로하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삶의 지혜를 담아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우리 중에는...

처음 이시형 박사님의 책을 접한 것이 <자녀를 크게 멀리보고 키워라>였다.
그 책을 읽는데 숨죽이며 읽고 또 읽었다.
아끼가며 읽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너무 힘이 있었고, 자신감이 넘쳤으며, 확신에 찬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도시에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이렇게 키우고 싶다.....는 말을 하고 또 하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람이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며 다짐을 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안하는 것보다야 몇 갑절 낫겠다는 생각을 늘 하는 나로서는 여간 고마운 책이 아니었다.


그리고 최근에 읽은 책이 이 시형 박사가 번역을 한 '<죽음의 수용소에서>였다.
그 책 역시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크 박사가 죽음의 강제 수용소에 겪은 일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환경과 인간의 태도 등에 대한 좋은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청소년에게도 적극 권하고 싶은 그런 책이었다.


여하튼 내가 읽은 이시형 박사의 책은 내게 큰 감동을 주었었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책이 이 책이다.


이 책은 그 전에 읽었던 책과는 달리 군더더기가 없는 책이다.
글 자체에 큰 무게를 싣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작가가 썼겠다는 생각을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최근 이시형 박사가 문을 연 힐리언스 선 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짧은 글 중에 선 마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같이 엮어 내다 보니 그 전의 책과는 다른 느낌이다.

어쨌거나 정신과 의사가 '자연의학연구원장'을 하면서 자연치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담았으며 생활 속에서의 짧은 감동 등을 풀어낸 책이다.



 


명상 등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큰 기대를 했었는데 내가 관심을 갖은 분야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현대가 지금은 복고풍으로 가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패션에서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건강, 그리고 삶의 질도 복고풍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삶이 , 그리고 건강 개념이 복고풍으로 간다는 것은 여간 다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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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풍경--울진고등학교 기숙사(기숙형 고등학교)
+   [귀농일기]   |  2010. 4. 2. 09:35  


내가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울진고등학교는 경북 울진군에 있는 고등학교로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고등학교다.

서울에서 귀농하면서 자연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자연 옆의 작은 학교에서 교육을 시키리라는 희망을 안고 왔다.

그 희망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고 배신은커녕 자연 속에서의 아이들 성장은 내게 행운이고 아이들에게도 축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초등학교를 시골학교에서 졸업하고 중학교, 고등학교는 읍에 있기 때문에 읍이 있는 학교를 다녔다.

두 아이다 울진중학교를 나왔다.


울진 지역은 대도시와 달리 비평준화지역이다.
비평준화 지역이다 보니 부모들이 아이들 고등학교 진학에 온통 신경계를 다 동원한다.

대도시 아이들이 특목고에 열올릴 때, 여기는 울진고등학교를 보내려고 열을 올린다고 들었다.


나야 열을 올려봤댔자 스스로 공부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키웠다.

요즘 엄마들이 나를 평가할 때 말하는 진부한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나고 보니 나의 방식이 결코 진부한 방식만은 아니라고 확신하고 계속 그 길을 가려고 한다.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쯤 되면 앞에서 소를 잡아끄는 것이 아니고, 뒤에서 다른 길로 빠지지 않도록 지켜보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어쨌거나 아이들에게 자신의 길을 잘 가는지 뒤에서 지켜보는 일에 소홀함은 없었지만 남들처럼 앞에서 잡아 끌 동안 아이들과 책을 이야기하고, 작가를 이야기하고 그리고 가을 구름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울진중학교를 졸업하고 울진고등학교에 다닌다.

둘째인 산골 소녀 주현 낭자가 이번에 울진고등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에 앞서 지난 2월 4일에 기숙사(연호학사) 개관식이 있어서 참석을 했었다.
자식이 가서 3년 동안 살아야 할 곳인데 어떤 모습으로 어떤 환경을 고려하여 지었나 궁금했다.

또 아이들의 개인생활 보호를 위해 어느 정도 감안을 했고, 아이들의 정서를 어느 정도 고려했느냐가 내 관심분야였다.


다른 엄마들은 열람실, 컴퓨터실 등 공부환경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나 난 그렇지 않았다.

아이들이든 어른이든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과 가슴이 얼마만큼 따뜻하고 꿈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이 단단하면 막말로 길바닥에서 공부를 해도 충분히 아이들이 스폰지처럼 흡수한다고 믿는다.






또 울진고등학교에는 마음이 따뜻하고 아이들을 정말 따사로운 애정을 갖고 보살펴 주시는 선생님들이 많으시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여기 울진고등학교에도 적용된다고 나는 믿는다.

이제 교육도 작은 규모로 애정을 갖고 이루어지는 곳에 관심과 애정이 집중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아이들과 선생님과의 관계, 믿음, 사랑이 아닐까.


너무나 성적으로 몰려가는 현상에 그나마 복이 있다면 울진고등학교에는 좋은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다는 거다.

그러니 산골아이들에게도 복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울진고등학교에 대한 소개를 다음에도 많이 하겠지만 오늘은 기숙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기숙형 고등학교 울진고등학교


울진고등학교에는 기존에 기숙사가 있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 선정 기숙형 고등학교로 선정되면서 대대적으로 기숙사를 새로 짓게 된 것이다.


신 기숙사인 '연호학사'의 생활실수는 50, 수용학생수는 200명, 실당 학생수는 4명, 사감실3 등 모두 3층 건물이 새로 들어섰다.

그러니까 구관과 신관 모두 사용하기로 했고, 주현 낭자는 자신이 원하는 새 건물로 입주(?) 하게 되었다.




걱정은 새집증후군이다.
이렇게 산골에서 살다 보니 그런 것에 코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후속으로 머리가 아프고 속도 매스껍고 그렇다.

그러다 보니 자식의 건강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학교측에서는 '새집증후군'에 대한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그 개선방안으로 어떤 안을 갖고 있는지 무지 궁금하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우선 쾌적하고 건강한 환경이 우선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어쨌거나 이런 행사에는 꼭 나오는 누구 누구의 인삿말, 격려사, 감사패 전달....등이 길게 이루어졌다.
물론 이런 것을 죄다 생략할 수는 없지만 너무 많은 격려사가 이어지면 사실 본래 취지는 희석되기 마련이다.





(▲ 개인 열람실)

모든 것이 새 것이라 좋긴 하지만 본드냄새, 새 가구에서 나는 각종 화학물질이 뿜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하나 하나 둘러보았다.
샤워실도 둘러보고..
아직은 모든 것이 정리가 안되어 보이지만 형태는 갖추었으니 주현이가 사용할 공간을 찬찬히 눈에 넣었다.






세면실도 나란히 나란히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침실은 한 방에 4개씩 들어 앉아 있고 들어가는 입구 오른쪽으로는 북박이 수납장이 짜여져 있었다.
개인 사물이나 준비물 등을 넣어두는 곳





다음은 여자 화장실...
다행인지 몰라도 주현이의 방 바로 앞이 화장실이다.
잠결에 화장실 가기에 좋은 위치긴 한데 학생들이 몰려다니는 곳이라는 점도 있다.
어찌 모든 것이 다 좋겠는지...

그저 주현이가 밤에 배가 아프거나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 편리하면 되었지 싶다.




워낙 구경온 엄마들이 많아서 밀려다니며 보았다.
그래서 사진도 제대로 못찍었다.


주현이가 이렇게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저 기숙사가 공부하기 위해 머무는 곳이라는 개념보다는 정말 3년 후에 홀로서기하는 전 단계로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 주길...
그리고 그곳에 정을 붙여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단체 생활에 잘 적응하기를...





가끔씩 밖으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휴식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잊지 않기를...

그곳에서 좋은 선생님들과 많은 꿈을 꾸고 그 희망으로 하루하루가 구름처럼, 파란 하늘처럼 맑고 푸르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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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일기--결국은 트렉터에 끌려서...
+   [귀농일기]   |  2010. 4. 1. 14:53  


2010년 2월

 

눈으로 고립되고 나니 아내가 제일 근심걱정이 많은 모양이다.
차례음식을 차릴 장을 봐와야 하는데 눈 때문에 읍을 갈수없어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갈수있다고 해도 며느리입장에서는 그말이 그다지 안심이 되지않는지 계속 밖에만 내다 보며 걱정이다.

이러다 마누라 잡겠다 싶어서 오전에는 야콘즙작업을 하고 점심을 먹은 다음 부랴부랴 나섰다.


사실 아내를 위해서 나선 것이라기 보다는 그때 안나서면 어두워져서 돌아오니 눈길걱정이 앞선 것도 있었다. 사실은 ...
해가 있을 때 돌아와야 그나마 눈이 빙판을 이루지 않기때문인데 지금 거북이 걸음으로 가다가는 해 있을 때에 돌아오기가 어렵지 싶다.

일단 다리결에서 국도가까지 차가 내려가는 것이 문제다.


일전에 어머님을 읍에서 모시고 올 때 조금이라도 많이 쌓인 눈길을 안걷게 해드리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차를 다리결까지 가지고 올라와서 내려가는 길이 걱정이 되었다.

국도가까지는 급경사도 많고, 위험코스도 많으니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안갈수도 없다.
무조건 가야 하는데 장을 보러...

일단 둘이 나섰다.


장을 보고 어제 친구와 대구에 갔다가 폭설로 산골로 돌아오지 못하고 친구집에서 잔 주현이를 데리고 들어와야 한다.
폭설이 내리자 서울가서 어머님을 모시고 오는 일이 제일 걱정이었고, 두번째는 읍에서 학교를 마치고 연휴를 보내러 오는 아들 선우를 산골로 들이는 일이 걱정이었고, 하필이면 졸업기념으로 친구와 당일코스로 대구여행을 간 주현이를 산골로 데려다 앉혀 놓는 일 또한 걱정이었다.

 

선우는 무릎까지 쌓인 눈길을 걸어와야 하니 장화를 하나 사놓고 대기하라고 했었다.
파란색 장화를 사놓고 아빠를 기다리고 있는 산골소년.


'저 놈들이 나중에 커서 이 모든 일이 그의 필림에서 반짝이겠지...'이건 내 머리에서 나온 표현이 아니고 아내의 표현이다.

일단 사람만 들이면 나머지야 최선만 다하면 되는 일이라며 아내가 안절부절을 못한다.
일단 어제로 어머님과 선우는 우여곡절끝에 산골로 잘 모셔왔는데 문제는 주현이었다.


여자 아이라 되도록이면 산골로 데리고 오려 했으나 밤에 울진읍으로 도착하는 바람에 도저히 되질않았다.

드디어 주현이도 오늘 산골로 데리고 오면 이제 폭설이 와도 마음을 졸이며 불안할 일은 한풀 꺾였다.

장보러 국도가까지 가는 길이 무슨 굴을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눈으로 만든 굴을 빠져나가는 그런 기분이 들 정도로 온천지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마을입구까지 가는데 한곳에서 미끌하는통에 진땀이 났지만 국도가까지 잘 나갔다.
그리고 읍으로 가는 길은 제설차가 분주히 다니며 눈을 치워주었지만 중간중간 미끄러운 위험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했다.

명절전이라 제설차도 몇 대가 돌아다니며 치우고 치우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눈이 그쳐야 저분들도 명절을 쇠러 갈텐데 이런 식으로 눈이 계속 오니 명절이고 뭐고 국도에서 지내게 생긴 것 같다.

읍에 도착하여 주현이 먼저 불렀다.
대구에 가서도 아빠가 눈이 많이 오니 빨리 오라고 하여 제대로 구경도 못했다며 웃는다.




‘너도 자식키워봐라....아빠 맘 알거다. 표현이 그래서 그렇지 나도 부드러운 아빠다. 이눔아.’

읍에서도 부랴부랴 아내가 장을 본다.
내가 외아들이다 보니 늘 혼자서 무거운 장을 봐서 혼자 음식을 다 만든다.


내가 도와주지도 못한다. 일도 못하고 저지레만 해서.

종이에 적어온 것을 보고 또 보고 , 다시 돌아가서 무엇을 사고 정신없이 아내가 뛰어다닌다.
산골에서는 이런 날 장을 제대로 못봐가면 다시 나오지도 못하고 옆에 슈퍼에서 사지도 못하고 아주 난감해서 이런 날 장보게 되면 며칠 전부터 아내는 종이 적고, 적고 중얼거리고 그런다.

 

마침 장날인데 아내는 아는 사람도 많아 장보랴,이러지리 인사도 하랴, 안부도 묻고 바쁘다.
나야 뒤에서 짐이나 받아들지 잘 모르니 그저 따라 다니다 짐이 많아지면 주차장에 있는 차에다 싣고 다시 와서 짐을 받아 싣고를 반복했다.

그나마 주현이가 이제는 엄마를 잘 도와 둘이서 다니는 모습이 좋아보인다.


그러고 다니다 주현이가 대학가면 혼자서 주현이 생각하며 아내는 쓸쓸해할 것이다.
장을 다 보고 나니 시간이 꽤 되었다.

 

서둘렀다. 그러지 않으면 어두워져서 올라가야 하고 그러면 눈도 얼어서 더 미끄러질 확률이 높아진다.
서둘러 밟으려니 다른 차들이 엉금엉금 앞에서 길을 터주지 않는다.

 

겨우 마을입구로 들어서서 난코스인 길을 가기 시작했다.
얼마쯤 갔을까 첫 번째 걱정한 코스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 언덕을 못올라가고 미끄러지는 차.

 

다시 후진을 하여 가속도를 붙여 시도해 보았으나 결국은 고무타는 냄새만 산골에 진동을 하고 다시 미끄러진다.
다시 하다가 후진하면서 그만 계속 미끄러지다 가드레일을 박고서야 차가 멈췄다.
모두가 초긴장상태.
가드레일이 없었다면 아마 개울로 빠졌을 것이다.

 

 

 

 

 

아까 읍에서 사온 눈삽을 꺼내 바퀴 뒤의 눈을 파보지만 허사다.
두어번 눈을 파다 그나마 새로 산 삽자루가 똑 부러진다.
어쩜 그렇게 약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일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마을에 큰 트렉터를 가진 분이 임성도 전 이장님이다.

 

 

 


그래서 임이장님께 전화를 걸어 차를 좀 끌어달라고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기다리라며 어디냐고 하신다.

오늘 하루 종일 마을 눈치우시느라 고단한 몸을 풀고 계신 것같은데 내 부탁에 두말도 않으시고 지금 내려간다며 혹시 고리는 있느냐고 하신다.
고리가 없다고 하니 걱정말고 그냥 있으란다. 알아서 챙겨간다고...

트렉터를 기다리는 동안 아내는 부러진 삽으로 눈을 치운다.
우리는 트렉터가 와서 끌고가지만 마을분들 차라도 우리처럼 미끄러지지 말라고 굳어진 눈을 깨야 한단다.

 

 

 

 


그래가지고 되지도 않으니 그만 하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아니나 다를까, 저렇게 용을 쓰다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손등을 다쳐 피가 나고 부풀어올랐다.

 

 

 

 

 

지엄마를 따라 이번에는 주현이가 눈을 파고 난리가 났다.
마을입구에서 집에 있는 선우에게 전화를 했었다.
이제 곧 다리결에 도착하니 거기로 짐을 들러 나오라고

 

 

 

 

그 놈이 다리결에서 기다리다 기다리다 걸어오고 있다.
기다려도 안와서 이거 무슨 일 난 게 틀림없다는 생각으로 개울을 쳐다 보며 왔단다.
아이가 걱정한 티가 역력하다.

 

우리 차가 미끄러져 있는 것을 보니 그나마 안심인가보다.
자기는 개울로 떨어진줄 알았다고...

 

 

 

 

한참을 기다렸나 보다.
한 30분은 기다린 것같은데 날은 벌써 어두워져 있다.
아내가 주현이를 집으로 먼저 걸어서 올라가라고 보낸다.

주현이더러 할머니가 우리가 이 정도로 안오면 분명히 걱정되어 그 미끄러운 길따라 내려오실 분이니 가서 아빠가 아는 분을 만나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계시니 걱정말라고 하고 할머니랑 있으란다.

 

난 그 깊은 뜻도 모르고 짐 같이 날라야 한다고 했으니 ....

주현이가 가고 멀리서 트렉터소리가 나더니 불빛이 보인다.

 

 

 

 

우리 집에서도 한참 위에 사시고 이런 저런 준비를 하고 천천히 오시느랴 늦으신 모양이다.
눈을 치우며 내려오고 계시다.

 

 

 

 

 

우선 고리를 만들어 우리 차에 끼웠다.

 

 

 

 

 

그리고 다른 한쪽은 트렉터 아래에 걸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차를 끌고 가는데 문제는 직선 거리는 상관없는데 곡선으로 된 곳에서 트렉터의 긴 끈이 차를 잡아끌면 곡선따라 가는 것이 아니고 직선으로 가기 때문에 그게 위험하다.

일단 차에 온가족이 타고 출발을 했다.


트렉터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긴 끝이 팽팽하게 되자 소리를 내며 우리차가 겨우 움직이기 시작했다.
겨우 가드레일에서 떨어져 비탈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제 곡석으로 된 곳이 두군데 있는데 그곳이 문제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서 계곡쪽으로 떨어지는줄 알았다.
트렉터는 직선으로 끌고 가고 아주 굴곡이 심한 곳에서 거의 떨어질 정도의 거리에서는 아내도 아이들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내가 괜찮다고 해도 아내는 트렉터를 세우라는 트락션을 울리라고 했지만 그냥 갔다.


겨우 그곳도 빠져갔다.

이제 차는 여기까지 밖에 못간다.


다리결에 차를 세워두고 거기부터는 장봐온 것을 다 날라야 한다.

 

 

 

한번에는 안되고 일단 끌것에 끌고 들고 가고 나머지는 다시 내려와서 옮기기로 했다.
아내가 집에 도착하여서야 큰 숨을 쉰다.
차가 미끄러져 애가 많이 탔고 곡선길에서 직선으로밖에 트렉터가 끌어주지 못해 개울로 떨어지는줄 알고 겁을 먹었다며 이제 명절 다 쇤 것같다며 주저앉는다.

 

어제는 어머님을 읍에서 모시고 오는 것도 폭설로 큰 일이었는데 오늘은 또 장을 봐오느라 큰 일이었다.
가드레일을 박느라 뒷 범퍼는 박살이 났지만 그래도 사람 다치지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어머님은 주현이가 와서 아빠가 아는 분을 만나서 이야기하시느라 늦으시는 거라고 하여 그렇게 믿었다며 세상에 미끄러져 얼마나 고생하고 놀랐냐며 애들을 만지신다.


주현이가 안왔으면 지팡이짚고 내려갔을 거라고.

뭐니뭐니 해도 오늘 트렉터로 그 어둡고 먼 길을 내려와 주신 임이장님께 고마운 마음이다.
산골에서는 이렇게 서로서로 도우며 산다.




차가 빠지면 서로 다른 일을 재껴놓고 빼주러 가고, 이런 일도 그렇고 ...

눈이 펑펑 쏟아진다.


장을 봐온 것이 꿈만 같다며 아내가 긴장을 푼다.
하얀 눈은 잠도 안자고 계속 오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안으로 먼저 영글어야 터질 것이 아닌지.
+   [산골편지]   |  2010. 3. 30. 00:35  


2009년 12월

 

빨래줄에 빨래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걸려 있는 것이 아니고 죽지 못해 매달려 있는 듯, 망한 집 집구석에 널브러진 옷처럼 빨래가 매달려 있다.

이런 모습만 봐도 요즘 내 정신줄이 어떤지 알 수 있다.


햇살은 빨래가 어떤 모습인가에 상관없이 뽀송뽀송할 때까지 빨래에 앉아 그를 말려준다.
빨래가 정갈하게 걸려있든, 팔은 팔대로, 바지가랭이는 가랑이대로 미친년 똥싸듯 널려 있든에 상관없이 언제나 같은 따사로움으로 어루만져 준다.

부부도 연애질할 때와 같은 따사로움으로 평생 마음을 어루만져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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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빨래를 내던져 걸 듯 간신히 불에 걸어두고 볼일 보러 읍으로 내달렸다.
읍에 가면 한두 가지 일로 마무리되는 날이 별로 없다.

 

철물점에 들려 초보농사꾼이 사다달라는 공구도 사야하고(그 놈의 공구는 허구헌날 사 나른다. 그건 쓰고 제자리에 못 놓는 초보농사꾼땜에 그렇다. 이그),
산골까지 못갖다 주니 며칠 기다리라며 퉁명스럽게 내던지는 말이 듣기 싫으니 택배도 직접 대리점에 직접 방문하셔서(?) 찾아야 하고,
옷 수선도 해야 하고,


머리가 불쏘시개처럼 되면 정신까지 사나우니 지붕개량도 하러 미장원에 가야하고,
몇 푼  들어앉아 있지도 않은 통장에서 돈도 꺼내야 하고,


엊그제 거센 바람과 놀아나다 몸마저 다 망가진 플라스틱 채반도 사야 하고,
서점에 주문해 놓은 아이들 책도 찾아야 하고....

 

하여간 대여섯 가지 볼일은 기본이다.
정신없이 이 일들을 해치워야 마지막 코스인 도서실에 들려 책도 빌리고, 재수 좋으면 거기서 몇 줄 읽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오늘도 그랬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을 보고 나서는 어느 집에서 내 뒤통수에다 대고
“그거 알아요?”한다.

 

들어 볼 도 없이 알긴 뭘 알겠는가.
산골에 틀어박혀 저 잘났다고 살다 조용필 노래 가사처럼 가끔 먹이를 찾아 나서는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며 내려오는 인간이 뭔 일을 알까?

 

내용인즉,
같은 직장에서 눈이 맞았다가 큰 일이 터졌다는 거다.


처녀, 총각이 눈이 맞았다면야 요즘 국가 차원에서 발 벗고 나서는 ‘아이 낳기’에 한 걸음 앞서는 일이니(언제는 낳지 말라구 국가가 나서더니...)문제될 리가 없을테고.... 좋지 않은 머리로 이럴 때는 판단도 빨리 한다.

내 판단대로 그랬단다.


각자 가정가진 사람끼리.
결국 칼부림이 났다는 거다.

 

산에 틀어박혀 살다 내려온 사람에게가 아니어도 이건 예삿일이 아닐 것이다.
오늘 읍에서 할 일을 빼곡이 적은 노란 포스트잍을 붙인 손가락이 한동안 떨렸다.

 

이럴 때 작은 충격이 머리를 더 하얗게 만들기 때문에 난 그 노란 포스트 잍을 잘 붙들고 있어야 하는데 자꾸만 맹해졌다.

다른 거 아니다.


물이 질질 흐르는 빨래가 뽀송뽀송해지도록 어루만져 주는 햇살 같은 따사로움이, 애틋함이 부부 사이에 없어서다.

출근을 안했으면 모를까 출근을 했다면 햇살은 당연하게 제 할 일을 빈틈없이 해놓는다.
결혼을 안했으면 모를까 좋아죽겠다고 여러 사람 앞에서 떠들어대는 예식을 올린 이상 마음은 언제나 같아야 한다.

 

그때의 사랑이, 그 온도가 아니면 그 대신 정이, 믿음이, 애틋함이 들어앉아 늘 평상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부부 아닌가.

만에 하나 혹여 똥밟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더라도 옛날처럼 얼굴도 안보고 부모가 결정한 혼사도 아닌데(그 당시의 이혼율이 더 낮았지만), 이유야 어떻든 그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게 아닌지.

 

그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말은 부부간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인내하며 지혜롭게 헤쳐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말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남편, 아내가 아니라 없으면 안될 일을 떠올리며 이겨내는 여유는 없었는가보다.

이건 말이다.


가정가진 두 사람이 눈이 맞은 이유를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이유는 모르지만 어떤 이유에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뜻이다.

남의 가정사에 오래 말할 뜻은 없다.


다만 누구라 하더라도 어제의 일은 부족한 나의 행동이었다면 내일은 보다 더 나은 내가 되면 된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알베르 카뮈는
“결국 우리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을 때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놓고 심판받을 것이라”고 했다.

밖으로의 이웃 사랑도 중차대한 일이겠지만 우선 안으로 안으로 사랑이 영글어 석류터지듯하면  밖으로 밖으로 그 사랑이 새끼를 쳐 더 따숩게 번져 가리라 믿는다.

 

이거 카뮈고 뭐고 말할 처지가 아니다.
오늘 점심에 달랑 김치찌개에, 톳나물 두부 무침 하나 해놓고 산골을 떠났으니 이제 팔자에 없는 ‘책읽는 일’ 걷어치우고 가족 품으로 돌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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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귀농아낙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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