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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 _해당되는 글 81건
2009.03.20   귀농일기--드디어 고쳤다 2
2009.03.17   귀농일기--서울 삼성동 번개를 다녀와서... 
2009.01.14   귀농일기-- 비싼 내 장난감 
2008.12.31   귀농아낙의 산골일기--침묵 속에 서보라!! 
2008.12.16   귀농일기 -- 이 결단을 내리기까지... 
2008.12.14   귀농일기-- 반장의 본분을 다하자. 
2008.12.12   귀농일기 -- 이 연봉을 어디에 쓰지??? 
2008.12.08   귀농풍경-- 최연소 여인의 선물 
2008.12.06   귀농일기 -- 한밤중 물통 속 부자 
2008.11.20   귀농일기 -- 야콘캐기 대장정 

 

귀농일기--드디어 고쳤다
+   [귀농일기]   |  2009. 3. 2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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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7일

포크레인 썩은 것을 하나 사가지고 뭐 좀 해볼라니 돈이 덜 들어가서 그런지 바가지가 덜덜거려 안그래도 초보가 어려움이 많았다.
누가 그러는데 하루에 조금씩 연습하는 것 보다도 몰아서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한 말이 생각나 요즘 시간나는대로
집중해서 연습겸 두릅나무 산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트렉(바퀴)가 빠져 나가 꼼짝 못하고 있었다.
홈에 오시는 분이 내 사정을 아시고 고맙게도 여러가지 고치는 법을 알려주셨다.
그러나 내가 고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달길님의 손과 기술을 빌리는 날이다.
날씨도 추운데 산골로 올라오셨다.

이제 드디어 고칠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기운이 절로 났다.
이런 저런 공구도 찾아다 대령을 하고 달길님을 돕는데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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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312.jpg">

몇번이나 트렉을 끼우려고 시도해 보지만 워낙 무거운 것이라 잘 안되었다.
둘의 힘으로도 역부족이다 보니 아내가 옆에서 응원하다가 같이 끼우려고 한다.
그러다 손가락이라도 끼면 그건 재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다칠 우려가 있어 물러나 있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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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315.jpg">

서울에서 엄마도 명절쇠신다고 내려오셨기 때문에 엄마는 벌써 추운 밖에서 우리가 고생을 하니 애가 타시는 모양이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해는 너울너울 사라져 가고 진도는 제자리 걸음이었다.
찬찬한 성격의 달길님이 다시 시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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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322.jpg">

다시 트렉이 벗겨지고..다시 시도해 보고,,날은 왜그리 안바쳐 주던지...
몇번을 시도한 끝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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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325.jpg">

드디어 달길님의 재주로 잘 마무리 되었다.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이 트렉을 사고치고 나서 포크레인을 볼 때마다
"저것을 어떻게 끼운담"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지금 완성되어 가니 왜 안기쁘겠는지.

이제 포크레인을 애기 다루듯 해야 한다.
달길님 고생하셨어요.
날이 어두워져서 일을 끝나치고 내려오니 날아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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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당분간은 포크레인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지...


달길님 고생했습니다. 날씨도 추운데 어두워지면서까지 ...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서울 삼성동 번개를 다녀와서...
+   [귀농일기]   |  2009. 3. 1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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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8일

서울에서 우리 홈에 오시는 분들이 번개를 하신다고 하여 기쁜 마음으로 내가 서울로 갔습니다.
삼성동 약속장소로 가기 전에 오늘 만나기로 한 김태경님께서 테이핑 요법의 전문가를 소개시켜 주셔서 온몸, 정말 거의 온몸에 테이핑을 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변화...
얼마나 고맙던지요.

그렇게 모두 함께 약속장소로 가서 그립던 분들을 만났습니다.
최일선님, 삼전 베드로님, 김태경님, 치자꽃님, 장의숙님, 이준봉님, 김남걸님, 문영미님을 ...
최일선 님만 빼고 모두 처음 뵙는 분들...
반갑다 못해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습니다.

어느 공간이 이처럼 따뜻할 수 있는지...
그런데 이상한 것은 처음 만났는데 하나도 낯설거나 서먹 서먹하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오래전부터 알고지낸 형님, 누님, 동생같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물론 술은 기본...
하도 재미나게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주인이 업무(?) 끝났다고 나가달라는 무언의 압력에 못이겨 슬슬 무거운 엉덩이를 떼기 시작했습니다.

고마운 선물도 받고 아쉬운 이별을 한 후 산골에서 2월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뒤로 하고 난 엄마가 계시는 마천동으로 갔습니다.

다음 날 산골에 도착했고 그 도착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쬐끔 거시기(?) 하지만 어제 상경보고 늦게 올리느라 못다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벌서 12시가 넘었네요.
암튼 늦은 추가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서울 번개후에 마천동 엄마께 그간 이야기를 대충 말씀드리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부랴부랴 나서려니 바리바리 싸 주십니다.
다음주에 엄마 모시러 차 가지고 올때 싣고 가겠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노인네는 그게
아닌지 차 안에서라도 먹으라고 주섬주섬 싸주신다.

그 전날 번개때 받은것만 해도 엄청(?)나지만 어머님께 효도하는 심정으로 또 한짐을
들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 20분정도...
서울에서 울진까지 버스로 가는 차편은 두종류의 행선이 있습니다.

한 노선은 서울에서 강릉을 지나 동해, 그리고 삼척을 지나서 울진에 가는 버스편,
그리고 또 한 노선은 서울에서 원주를 통해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영주,봉화 그리고
울진을 가는 방법...

울진읍까지 가는 시간이야 두 노선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저에게는 영주,봉화를
거쳐가는 노선이 조금 빠르고 편리합니다.
하지만 영주,봉화 노선은 하루에 서너번 밖에 없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어쨌든 저는 오전 11시 20분 정도에 부랴부랴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해서 매표원에게
영주를 지나가는 차표를 얼떨결에 물어보고 끊은 차표시간이 오후 1시 30분...

차표를 매표하고 기다려야 할 시간이 앞으로 2시간여...
2시간 이상을 복잡한 터미널에서 하릴없이 기다릴 생각에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빨리 가서 야콘즙도 마저 포장해야 하는데...

매표원에게 다시 다가가서 강릉지나 울진까지 가는 차표는 몇시에 있냐고 물으니 12시에
있다고 합니다.
그러길래 3100원 추가로 물고서 차표를 바꿨습니다.

그래...30분정도만 기다리면 바로 울진읍에까지 가겠지...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그럼
읍에서 집에까지는 어떻게 가지???
생각이 거기에 이르니 다시 고민이더라구요.
읍에서 쌍전까지 가는 막차가 오후 5시 30분 있다 보니 읍에서 또 기다릴 생각이 막막...
그리고 나의 유명한 세레스는 면에 세워 두었는데...

쌍전리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들어가지 않으면 아내더러 데리러 나와 달라고 해야 하는데 그러는 것도 왕복 시간이 많이 걸리고 아내도 일이 많은데 피곤하고...

그렇다면 개겨도 서울서 개기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똑 같다라는 마음에 또 다시
표를 바꿨습니다.(이번에는 하도 미안해서  머리를 서서 그 전에 표를 바꿨던 매표원이 아닌 다른 매표원에게 다가가서...)

보부도 당당하게 표를 두 번 바꾸고 터미널을 나서면서 2시간을 때울 곳을
찾다보니 바로앞의 테크노 마트가 눈에 띄었지만 내가 그곳에서 전자제품을 살 일도
없고 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일단 돌다 보면 나의 호기심과 일단 질르고 보는 성격이 궁합이 맞아 또 뭔 사고(구매)를 칠지 몰라 꾸욱 참았습니다.
더더군다나 그 많은 짐(벙개때 받은 선물과 엄마가 싸주신 짐)을 들고 두 시간을 헤맬 이유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사우나....
‘그렇지, 전날 엉아,누님들께 받은 사랑의 마음을 조용히 음미하면서 시간을 떼우는게
최고여...‘
 하면서 찾아나선지 얼마 걷지 않아서 바로 사우나가 즐비하더군요.

문제는 여기서부터...
입장료를 내고 카운터에 양 손에 들고온 보따리를 맡기고 탈의실에서 옷을 벗기
시작하는 순간..... 내 몸에 둘러쳐진 테이프.......
아뿔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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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김태경님의 후배님이신 이준봉님 사무실에서 온 몸에 테이핑을 하다보니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양쪽 팔목에서 손목까지, 등뒤, 엉덩이, 어깨, 앞부분의 배, 가슴.... 내가 거울을 봐도
정말 기하학적인 모습으로 테이핑된 내 온몸이란...

상체만 보면 완전 미이라 수준...
하지만 사우나 요금을 낸 상태고 2시간을 때워야 한다는 생각과 일단 돈을 냈으니 본전 생각도 났습니다.

 그때부터 합리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내 몸에 붙여진 테이프가 피부와 비슷한 살색이니까 별로 눈에 안띄겠지 하는 그런 복합적인 생각으로 욕장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는 순간....

테이프가 물에 젖으면서 내 몸과 비슷한 색깔의 테이프가 완전히 선명하게 다른 색깔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주위의 시선이 마구 쏟아지고 사람들은 멈칫 멈칫하면서 나를 힐끔힐끔......

그것만으로도 버거운 모습인데 빠박인 헤어스타일까지 거들어서 상대방들의 눈에는 내가 완전 “조폭”으로 보였던 것같았습니다.
 
내가 근처에만 가면 슬슬 피하더구요.
덕분에 냉, 온탕 왕복할 때 마다 거슬리는 사람 하나 없이 완전 독탕을 했지만 기분은 조금
묘 했습니다.

꼭 조폭같은 사라이
"탕에 있는 니들 다 나가"라고 한 것처럼 자연~~ 스럽게...
또 한가지...

목욕하면서 때를 밀어야 하는데 상체는 테이프 때문에 어디 건드릴 곳이 하나도 없어서 그냥 하체만 대충 닦으면서도  “어이...목욕하니 개운하네....”를 연발해야 했습니다.

산골에 와서도 생각할수록 가슴이 뻐근해집니다.
모두 그리운 모습들이니 2월을 기다리겠습니다.

산골에서 초보농사꾼 서울 번개 2차보고 드립니다.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 비싼 내 장난감
+   [귀농일기]   |  2009. 1. 1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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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0일

갑자기 산골의 날씨가 추워졌다.
벌써 내려야 할 눈이 지난번 한번 내리고 난 이후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아랫마을 덕거리는 며칠 전부터 물이 끊겨서 소방차가 긴급으로 물통을 이동해와 비상
급수중이다.
작년 말 덕거리 마을 급수시설을 새로 했는데 그게 잘못되었는지 아니면 정말로 가뭄이
심해서 그랬는지…….

덕거리보다 한참 위에 사는 우리 집은 그나마 물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아랫마을 덕거리 할매, 할배들이 물을 길어 나르면서 가끔 마주치면 부터골은 물이 잘 나오냐고 묻느라 정신이 없으시다.

아마도 당신들은 그나마 국도에  인접한 마을이라 물이 끊겨도 이렇게 비상급수라도 하지만 산골 독가촌은 그것도 힘들까봐 염려하시는 말씀인 것 같다.

이렇게 올해 물 때문에 난리인 와중에도 그나마 우리가 물 걱정이 아직까지 없는 공은 전적으로 달길님의 덕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워낙 꼼꼼한 달길님이 우리 집 수도공사를 완벽하게 해 주어서 그나마 이렇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덕거리에 내려가서 물을 실어 나르는 할매들을 볼 때마다 달길님께 고마운 생각이 든다.
집수정이 워낙 추운 장소라는 내 경고를 무시해서 가끔 모터가 어는 것만 빼고 ㅎㅎ


올 겨울 눈이 아직까지 쌓이지 않은 관계로 나에게 있어서는 큰 목표를 세웠다.

작년 초에 우발적(?)으로(이렇게 불면 안되는데 산골아낙에게는 몇날 며칠 고민고민하고 따져보고 구입했다고 했는데...) 구입한 포크레인의 작동방법을 이번 농한기에 확실히 익히는 목표 말이다.

 맨날 산골아낙에게 “당신에게 저 포크레인은 산골에 있어서 꼭 필요한 농기구나 장비가 아닌 비싼 장난감이야!!! 저 포크레인 가격만 하더라도 우리 선우, 주현이 어렸을 때 사다준 장난감 가격의 몇 십배는 되겠다!! “라는 타박을 보란 듯이 벗어 버리겠다고...

나름대로 마음을 먹다가 주위에 일하러 온 전문 포크레인 운전기사에게 어떻게 하면
포크레인을 작동 잘 하겠냐고 물어봤더니 장비라는 것은 천차만별이라 장비와 운전자가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하루 1시간씩 10일을 하는 것 보다는 하루에 10시간을
하는 것이 중고 농기계의 성질도 알고 자기도 그 기계에 맞출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마음먹고 하려니 급한 성질에 운전대에 30분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장비는 가만있는데 내 얼굴만 시뻘게 져서 내려온 것이 수차례....

이번 겨울에는 그나마 땅이 얼지 않고 야콘즙 만드는 것도 며칠 미루고 운전연습에
들어갔다. 최소한 4시간이상 운전석에 앉아 있기로 마음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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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타겟은 두릅밭이다.
두릅이 많이 죽어서 다 밀어내고 나무를 심으려고 한다.
두릅을 밀어내는 공사는 달길님이 도와주셨었다.
그렇게 공사한 것의 잔나무들을 모두 끌어내고 정리를 하는 작업이다.

맨 위 두릅밭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신바람나게 작업에 임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노을처럼 붉어지는 얼굴을 담배 한 대로 식혀가며 조금 조금 하다 보니 정말 쬐끔(?) 감이 오기 시작했다.

신이 나서 점심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열심히 기계의 감각을 익히던 중 ..........?????????
포크레인이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가질 않았다.

처음에는 내가 작동을 잘 못했나라는 생각에 마음을 추스르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천천히
하나하나 되짚어서 하는데도 제자리걸음이다.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에 포클레인에서 내려와서 쳐다보니…….
포크레인의 트렉(바퀴)이 조금 빠진 것이 아니라 완전히 이탈되어서 바퀴하고 몸체하고
따로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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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실 트렉이 한쪽만 빠져도 전문 기사들은 감으로 느끼는데 나는 워낙 감각이 무디고
처음으로  본격적인 운전을 해보는 것이라 엔진소리, 그리고 조금씩 감각을 익혀 간다는 희열에 바퀴가 통째로 빠져나간 줄도 몰랐다.
이런걸 보고 황당이라고 하나 당황이라고 하나....

일단 철수 후 다음날 올라가서 어찌 해 보려니 트렉과 몸체가 점점 더 멀어져만 가고
처음보다 더 어렵게 되었다.

“멀어져간 사랑아,,,가 아니고 멀어져간 바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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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꼬인다 꼬여.
내일 달길님께 전화해서 부탁 한번 해야겠다.


산골에서 초보농사꾼(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산골일기--침묵 속에 서보라!!
+   [산골편지]   |  2008. 12. 3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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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6일

인디언들은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상징하는 12월을 무엇이라 표현했을까.
한참을 상상해 보았다.


얼굴 흰자들이 약탈자라고, 무식쟁이라고, 야만인에다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했던 인디언들이 과연 그랬을까...

세상이 좋아져서인지 이제야 자연에 귀 기울여서인지 몰라도 현재 스코어 인디언들이 그렇다고 믿는 이들은 거의 없지 싶다.

인디언 크리크족은 12월을 ‘침묵하는 달’이라고 했다.

그 표현이 보통 지혜로운 것이 아님을 새삼 느낀다.
한 해 열두 달 중 가장 침묵해야 하는 달임이 틀림없다.
그동안은 신발을 제대로 꿰차고 달리고 있는지, 급한 마음에 맨발로 내달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헐떡였다.

한겨울 어미 소가 뿜어내는 입김보다 더 허옇게 입김을 뿜어내며, 거품을 물고 얼굴도 그 거품 색깔과 셋트로 만들고는 내달렸다.

그뿐인가.
세 치 혀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고, 기절도 시키고, 자빠지게도 만들고, 반 식물인간을 만들기도 했다.

남보다 더 많이 가져야 하고, 남보다 내가 , 내 가족이 더 삐까 번쩍 광이 나야 했다.
여봐란듯이 떵떵거려야 제대로 산 것같은 착각의 나날들이었다.
그러자니 제정신으로 살지 못하고 그렇게 힘찬 물살에 휩쓸려 살았다.

인디언들의 12월을 부르는 그 표현은 평소에는 그렇게 살았더라도 달랑 남은 한 달 12월만큼은 온갖 욕망과 욕심 등도 죄다 내려 놓으라는 뜻일 것이다.

그렇게 12월은 침묵해야 하는 시기다.


지금껏은 눈 흰자위를 휘번뜩거리며 남에게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12월만큼은 침묵 속에서 내 자신에게 모든 시선을 집중할 일이다.

벌거벗고 서있는 나무가 아무 생각 없이 그러고 있는 것이 아님은 알아야 하는 시기도 바로 12월이다.


그 나무를 흉내내며 나를 벌겨벗겨 보아야 한다.
철저히 나무라고, 질책하고, 야유를 퍼부어야 한다.
내 자신에게 제일 진실해야 하는 시기라 그렇다.


그렇듯 침묵 속에서 나를 저울질 한 다음에는 새해에 힘을 실어주는 의미에서 내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어야 한다.

병주고 약준다는 표현이 여기에 걸맞도록 해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도 힘찰 것이고 믿는다.

이제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시점에 서있다.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기울이고, 내가 내 자신에게 하는 말에 귀울이려고 한다.
그래야 그 지혜로움으로 새해라는 달구지를 잘 끌고 갈 것이기 때문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귀농일기 -- 이 결단을 내리기까지...
+   [귀농일기]   |  2008. 12. 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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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1일

집 바로 위에 있는 달밭은 처음 귀농했을 때 엄청 땅이 좋았다.
흙도 검으티티하고 부슬 부슬 고물처럼 부드럽고 푹신하기까지 했다.
이전에 주인이셨던 할아버지 부부가 농사를 안지으신지 오래 되었으니 더더욱 좋은 상태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유기농하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조건이라 이 터를 사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그런데 농사를 두어 해 지을수록 윗쪽 밭에서 물이 나와 일머리도 없는 사람이 포크레인을 불러 공사를 하기 시작했다.
휴무관을 묻고 어떻게 어떻게 해보라면 그렇게 하고, 누가 또 와서 이렇게 해보라고 하면 그런줄 알고 다시 공사를 하고, 다음 해에 물이 나서 다시 공사..

하여간 돈을 많이 쏟아부었다.
재작년에도 공사, 작년에도 공사...

작년에는 달길님께서도 큰 휴무관을 묻는 등의 공사를 애써서 해주셨다.
상태는 많이 좋아졌지만 작물은 잘 안되어 몇년동안 고생만 한 격이 되었다. 농사가...

그런 상태가 반복될 때 아내와 어머님이 나무를 심자고 권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둘째는 나무를 심어서 키워서 돈이 되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 몇년을 어떻게 수입없이 기다릴수 있는지 나로서는 판단을 쉽게 하지 못했다.

나를 따라 무작정 이 산중으로 내려온 가족들...
남들처럼 호강을 못키켜줘도 실망을 시키지말아야 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그래도 번득하게는 못해주었어도 가장으로서 실망시킨적이 없었기때문에 더 부담스러운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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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 다시 또 그곳의 농사를 망치고 나니 봄에 애들까지 골을 타고 비닐을 깔고 고생했던 결과가 그리 되었기때문에 이 밭만은 무슨 수를 써야했다.
하지만 오래 고민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이 밭을 안한다고 해도 야콘과 고추 등을 농사지을 다른 땅이 많다.
그런데 이 밭은 집에서 가까워 농사짓기도 좋은데...
농사가 내 좋은 일거리기때문에 이 밭은 안해도 충분히 농사양은 된다.

이 밭만 있는 것이 아니니 나무를 심는다고 해도 그 나무는 될까, 된다면 몇년후에 그 값을 할까...
많은 고민 끝에 소나무를 심기로 했다.
그 고민을 끝내는데는 정말 오랜 생각을 하고 알아보고 눈동냥, 귀동냥을 하러 어디든 달려가보곤 했다.

소나무를 일찍부터 심으려고 했으나 올해는 야콘의 가을걷이도 늦게 끝났고,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서 내 의지대로의 일정보다 늦어졌다.
하루가 바빴다.
나의 결정에 제일 좋아한 사람은 엄마와 아내였다.
자식이 덜 고생할 것같은 마음에서 무조건 나무심으라고 하시는 어머님... 해마다 작물이 안되어 고생하는 것을 본 아내...

아내는 하루가 급하다며 밭정리에 열심이었다.
비닐도 밤이 되도록 걷어놓고 비닐핀도 일일이 다 빼놓고 고추지줏대도 다 걷어 한쪽으로 치워놓고...
그래도 내 일손이 끝이 안나 나무를 옮겨심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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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된서리가 몇번오고 날이 추워지자 두 후원자들이 더 안달이 났다.
한그루라도, 한그루라도..
나는 그보다 더 애가 타는 것을...가장으로서...

그러다 어제부터 소나무를 옮겨심었다.
어제도 저녁이 다되어서야 시간이 나서 일을 시작하다보니 별과 달을 앞세우고 밭에서 내려왔다.
어둠 속에서...

그리고 오늘도 낮에는 다른 일들을 하느라 못하다가 오후 시간부터 다시 소나무를 옮겨심기 시작했다.
안해본 일을 여기저기서 뛰어다니며 배우고 익힌 것으로 해보는 거다.
삽이 부러지고 추운 날 땀이 흐르고 ..
그땀은 더워서 나는 땀에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뭐랄까 조금의 걱정도 끼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아내와 어제 심던 밭으로 올라가 거리를 두고 구덩이를 파서 소나무를 놓고 흙을 삽으로 덮어주면 아내가 호미로 쭈그리고 앉아서 이불을 더 덮어줘야 한다며 흙을 덮고, 덮어주었다.
그리고 표시를 했다.

나무를 캘 때 흙이 다 떨어져 뿌리만 남은 나무와 흙덩이까지 같이 떠온 나무가 자랄때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보기 위해 아내가 표시로 리본을 묶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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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두워지고 달이 뜨고 별이 떴다.
어두워지니 세레스의 라이트를 켜고 식별하기 시작했다.
일단 캐놓은 것은 오늘 심어야했다.
물론 흙덩이가 있어서 얼 염려는 없지만 뿌리가 뽑혀서 있는 나무가 안스럽고 그래서 되도록이면 당일에 다 심으려고 했지만 오늘은 도저히 다 심을 수가 없어 잘 덮어 두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밟아주기 시작했다.
바람도 세기때문에 뿌리가 흔들리면 안되고 혹여 겨울로 가는 계절이라 걱정되 되어서 말이다.
나무를 두손으로 붙잡고 흙을 밟아주며 잘 살으라고 겨울을 잘 나자고 약속을 했다.

아내가 소리를 지은다.
"선우아빠, 저기 봐, 달 옆에 별이 딱 둘만 나와 있어"하며 아름답다고 보란다.
정말 멋있는 풍경이다.

다른 별들은 없고 아주 밝기가 밝은 별 둘이 나와 있다.
우린 그렇게 어둠을 별과 달이 밝혀주는 언덕을 내려왔다.
잘 살겠지...
내가 새해의 꿈을 꾸듯 나무도 꿈을 꾸기를 바라면서 내려왔다.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귀농일기-- 반장의 본분을 다하자.
+   [귀농일기]   |  2008. 12. 14.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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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30일


오늘은 주일이지만 미사가 없다.
성당에서 성지순례를 가기 때문에 어제 밤에 읍까지 가서 특전미사를 보아야 하지만 가지못했다.
성당에 안갔지만 늦잠을 잘수는 없었다.


오늘 우리 반으로 퇴비와 땔감이 나왔기 때문이다.

반장 연봉이 5만원이나(?) 되니 정말 본분을 다해야 한다고 하면 아내가 막 웃는다.

귀농하고 처음엔 연봉이라는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만 지금은 연봉 5만원얘기를 하며 자기가 더 웃는다.


땔감은 독거노인들에게 군에서 주는 나무인데 우리 새밭은 2차라고 했다.

새밭에서 연탄을 때는 집을 빼고 다섯집이 나누어야 한다.


내가 반장이니 이건 반장이 칼같이 공평하게 나누어서 실어다 드려야 한다.
일단 나무와 퇴비를 쌓아 놓았다는 새밭 공터로 가보니 나무가 4뭉치다.
4뭉치를 다섯집으로 나누는 일은 눈저울이 기지를 발휘해야 공평해지고 잡음이 없다.

그래도 우리 반 어르신들은 경우가 바르고 말수가 적으신 분들이지만 어쨌거나 신경은 무지 쓰인다.
공평하게 실어다 드리려고 무진 애를 썼다.

새밭은 한 장소에 몇집씩 무리지어 있는 반이 아니고 한골에 한 집씩 떨어져있는 독가촌이 거의 전부다.
산골의 형태는 모두 그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면 거의 하루는 걸린다.
꾀골재 할머님댁에 실어다 드리려고 하니 그댁 아드님이 잠깐 내려와 있다며 와서 할머니 댁으로 갈 나무를 같이 실었다.
그리고 퇴비도 꾀골재 할머니꺼였기 때문에 다음에는 퇴비를 실어다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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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생나무라 보기보다 무겁다.
또 성격상 똑같이 공평하게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 신경이 많이 쓰였다.


이렇게 신경쓴다는 것을 우리반 어르신들도 아시는지 별 말씀이 없으셨다.
나중에 다른 반의 얘기를 들어보니 누구네는 많이 주고 누구네는 적게 주었다고 하고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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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이 이것으로 끝이 아니고 중대한 일을 시작하는 날이라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달밭에 올라 오늘부터 심기로 한 소나무 자리를 한참 둘러보았다.

오늘 마을 어르신들의 나무를 실어다 드려서 그런지 내 잠자리가 다 따뜻하다.
“할매, 할배!! 올해 농사지으시느라 고생하셨으니 겨울 따뜻하게 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봄 맞이하세이~~~~~~”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귀농일기 -- 이 연봉을 어디에 쓰지???
+   [귀농일기]   |  2008. 12. 12.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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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쓰고 보니 벌써 새벽 1시가 넘었네요.
연봉받은 날이 오늘이 아니라 어제였네요.

무슨 연봉이냐고요?
1년에 한번씩 이맘 때 쯤이면 꼬박꼬박 나오는 반장 연봉입니다.
1년 연봉이 5만원이니 월급으로 따지면 4천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지만 통장을 볼 때마다
의미가 새롭습니다.

새밭 반장 맡은지도 어언 10년이 다가옵니다.
우리가 이사 오기 전에 사셨던 할아버님이 반장을 보셨다는 이유로 반장이 그날로 되고는 이렇게 장기집권중입니다.

 한번도 오르지도 않는 연봉이지만 과연 이 거금(?)의 연봉을 받을 만큼의 반장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되짚어 봅니다.ㅎㅎ

요즘 야콘즙과 야콘칩을 계속 만드느라 야간 작업을 합니다.
조금 전에 올라왔으니까요. 아내랑...

낮에는 발송도 있고, 나무도 해오고, 패고, 다른 일을 겸해서 하느라 저녁이 되면
제 때를 만난 물고기처럼 생기가 나서 합니다.
근데 점점 기운이 딸려가는 나이다보니 예전보다 일찍(? 새벽) 잠자리에 듭니다.

"이 돈을 어디에 쓰지?"하고 무턱대고 어제 말했더니
아내가
"무슨 돈??"

"나 연봉 나왔잖아"했더니 순간 어?하는 눈치입니다.
그러더니 바로 거금 5만원 나왔구나..합니다.
그리고는 그럼 한번 쏘라고 하네요.
뭘로 쏠까요.
액수가 커서 잘 생각이 안나네요.

그래서 한번 웃었습니다.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귀농풍경-- 최연소 여인의 선물
+   [산골풍경]   |  2008. 12.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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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우리 홈 사랑방에 등장하는 손님 중에 최연소 공주님에게 받은 선물입니다.


성당에 가면 늘 미사중에 산골가족을 찾아 찾아 옵니다.

그리고 아줌마 가족을 찾으면 환한 웃음으로 왔다가 별 말 없이 가고, 다시 또 와서 있다 다시 엄마가 있는 유아실로 가곤 하는 아가씨입니다.


채영 공주님 엄마가 우리 홈을 자주 열어 놓고 있으면 산골 언니, 오빠 사진이랑 소피아 아줌마, 아저씨 사진이랑 글을 읽어 달라고 하곤 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다 아저씨 , 아줌마가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 병원에 다닌다는 사실을 안 공주님이 이 선물을 주었습니다.


일회용 밴드...

이 일회용 밴드를 다리와 허리에 붙이면 낫는다는 생각을 하는 아주 맑은 6살 소녀입니다.

공주 엄마에게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요.

귀농하고 여러 인연에게 사랑을 받아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밴드도 그냥 밴드가 아닌 뭐라나, 뽀로로 밴드라고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밴드여야 한다며 한밤중에 사러 가자고 하여 애먹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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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밴드를 가지고 성당에서 저를 찾아 왔네요.

오늘은 늘 앉는 자리에 앉지 않고 정반대 의자에 우리 가족이 앉았는데 선우가 보니 저쪽에서 왔다갔다 하더랍니다.


드디어 찾아와서는 기쁜지 하얀 얼굴에 웃음을 하얗게 웃으며 자기 핑크색 핸드백에서 이 밴드를 꺼내 줍니다.


그것으로도 눈물겨운데 그 밴드에 자기가 쓴 글씨로 ‘프랑고 아저씨’ ‘소피아 이모’라고 죄다 써왔네요.

프랑고는 프란치스코의 약자로 프랑코라고 하는데 아마 그렇게 쓴 것일 거예요.


초보농사꾼 것은 초보농사꾼 손에, 내 것은 내 손에 쥐어 줍니다.

그리고 다시 핸드백에서 편지를 하나 전해주고는 달아납니다.

어제 그림을 그렇게 멋지게 그려서 핸드백에 넣어 온 것입니다.


모두가 추운(?) 이 연말에 따뜻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기쁘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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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가 끝나고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했더니 지난번에 소피아 이모가 선물로 준 헬로 키티 인형을 누가 가져가서 안가져다 준다며 웁니다.

아마 성당에 온 꼬마가 들고 갔는데 안주고 다른 인형을 가져다 주더라네요.

소피아 아줌마가 선물로 준 것이라 아주 소중히 여기며 누구를 만나도 ‘소피아 아줌마’아냐고 묻는다는 채영이...


나는 6살 채영이가 그토록 좋아하는 아줌마의 자격이 있는지 마음에게 묻고 또 물어 물어봅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귀농일기 -- 한밤중 물통 속 부자
+   [귀농일기]   |  2008. 12. 6. 15:39  

2008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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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서 먹는 물은 저 위 호수밭에서 내려오는 물을 먹는다.
이전에 사시던 할아버지도 그렇게 하셨다.
호수밭 위로는 아니, 우리 집 위로는 집이 없다.
우리집이 독가촌이라서 그게 좋아 이 터전에 둥지를 틀게된 이유도 있다.

그러니 그곳에서 내려오는 물은 더없이 맑고 깨끗했다.
우리는 효소를 가공하기 때문에 가공업에 있어서 수질검사는 필수다.
수질검사 항목도 많아서 그 모든 항목이 적합판정을 받아야만 했다.

많은 돈을 들여 수질검사를 해보면 합격판정을 받곤했을 정도로 이 물은 좋았다.
물론 가재도 심심잖게 놀러오고...

문제는 이전 주인이신 할아버지, 할머니는 자식이 없으셔서 그 물로도 충분히 감당이 되었지만 우리가 귀농하고는 애들 둘에다 우리 부부 작업복에다 빨래만 해도 자주 세탁기를 돌려야 했기 때문에 물이 부족했다.

그래서 여러번에 걸쳐 포크레인을 부르는  대대적인 공사를 했지만 아주 만족스럽지는 못했고, 자주 모터에 물도 차고 모터가 얼고 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또 수해가 일어나면 저 위에서 물을 끌어내리는 땅에 묻은 호스가 다 노출되곤 했다.
시행착오로 돈만 많이 버리고 그렇게 물공사는 내 머리 속에 숙제로 남아 있었다.

그러던중 오두막을 헐고 새집을 짓게 되면서 물공사를 먼저 해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승하(달길)님이 자원봉사로 물공사를 완벽하게 해주셨다.
달길님 성격에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해가며 포크레인 공사를 하면서 물공사를 마쳤다.

그렇게 오랜 숙원사업이던 물공사는 좋은 분의 도움으로 내 머리를 한가하게 해주었다.
새 집을 짓고 입주를 했고, 물은 잘 나오고 물이 그렇게 나올 때마다 아내는 달길님 이름을 입에 달고 살았다.
주부들이야 물과 밀첩한 관계에 있지만 나도 머리에 늘 물공사가 숙제여서 여간 등이 시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물이 나왔다 안나왔다를 반복했다.
멀쩡히 나오다가 끊어지고 그러다 효소실 옆 세척실의 수도를 틀고 올라오면 다시 나왔다.
물이 안나올 때마다 뛰어 내려가 그곳의 수도를 누군가 틀어주고 오곤 했다.
그래도 아내는 이정도 불편은 일도 아니라며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그 빈도가 점점 높아지더니 이제는 조금만 써도 금방 안나오곤했다.
왤까...
달길님도 고민에 빠졌다.
둘이서 고민을 하고 또 고민을 해도 이유를 몰랐다.
혹시 모터의 용량이 작아서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알아보니 그것도 아니란다.
그럼???
달길님이 고민을 하며 자주 전화를 하니 그것도 미안했다.

내 일처럼 쓰는 사람 불편함이 없도록 이중, 삼중으로 완벽하게 공사를 해준 사람으로서 고민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건축자재를 종합적으로 파는 곳에 가서 상의를 했다.
마침 그곳에 모터의 달인이라는 사람이 와 있었다.
나는 잘 몰랐는데...

그 사람 말로 세곳에 부속을 달아보라는 거였다.
몇만원드는 부속값을 들여 해보느냐, 아니면 그돈 버리느냐 하는 거였지만 일단은 해보기로 하고 부속을 사왔다.
그리고 세척실에 하나를 달았다.
그것을 달고 아내더러 물을 켜라, 꺼라, 다시 켜놓아라 진종일 오르락 내리락하며 해보았지만 결론은 꽝이었다.

돈만 버렸다는 생각에 기대했던 마음이 우르르 무너지고 상심이 컸다.
자, 나머지 부속을 다는 일에 기운이 빠져 그날은 그렇게 관뒀다.

그리고 가을걷이는 어느 정도 해 갈무렵 저녁에 두 부속을 마저 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성격으로는 다음 날 바로 해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호기심맨이지만 오늘에서야 행동에 옮기기로 했다.

혼자 물통의 뚜껑을 열고 모터 위에 앉아 부속을 달려는 순간 부속하나가 그만 물 아래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작대기를 가져다 해도 깊이가 장난이 아니었다.
날이 어둡고 도저히 혼자는 할 수가 없어 아들 선우를 불렀다.

날이 추우니 잘 껴입고 손전등 들고 나오라고 주문을 했더니 이놈이 털모자에 지엄마 스웨터까지 입고 출전기념으로 사진을 박아야 한다며 포즈를 취한다.
산골아이들의 경우 아빠가 무엇을 도와달라고 하면 입이 나오질 않는다.
어떤 귀찮은 경우에도...

물론 내 카리스마가 만만치 않다고 선우가 장난삼아 말하지만 귀농하고 달라진 것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도시에 있었더라면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나올까...이 추운 밤에...
그게 갑자기 고마워졌다.

뒤에서 장난을 치며 나를 따라오는 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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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보다 긴 작대기를 가지고 가서 선우를 이번에는 통에 넣어 물 아래를 보라고 하니 깊이가 장난이 아니라며 어림도 없단다.
그러면서 또 아빠는 어림도 그렇게 못잡냐고 또 나를 곯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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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작대기를 고르러 집으로 올라갔다.
더 긴 작대기로...
그러나 그것도 안되고 다시 긴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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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해보아도 물이 깊어 작대기가 물 밑바닥에 있는 부속에는 미치지못했다.
다시 올라가서 제일 긴 작대기에 못을 박아 왔다.
그 못에 부속을 걸던지 아니면 통 벽을 타고 끌어 올리던지 해보라고 선우에게 주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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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이 아주 진지하다.
해더보니 이제야 손전등 안에 부속이 보인단다.
밖은 밤 10시가 넘었으니 칠흑이고 검은 통 안은 더 어두웠다.
이제 보인다는 부속...

벽을 타고 선우가 부속을 끌어올린다.
“선우야, 심호흡도 하면 안돼.”

“아빠, 저를 뭘로 보시는 거예요. 하며 끌어올리던 일을 멈추고 장난을 한다.”

“너 이거 떨어뜨리면 너 밤새 혼자 꺼내. ㅎㅎ"

“그럼 아빠가 해보시던지, 저에게 하청을 주었으면 그냥 맡기셔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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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놈이 이렇게 나오는데 잠자코 있었다.
결국 선우가 꺼냈다.
얼마만의 원점인지...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부속을 달아보지도 못하고 빠뜨린 부속 꺼내는데 온 열과 성과 에너지를 다 소비했다.
이제 내가 통으로 들어가 부속작업을 해야 한다.
벌써 시작은 많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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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데 선우는 들어가지도 않고 옆에서 나를 웃긴다.
아내가 나와보고 둘이 웃고 떠들고 하기에 포기한줄 알았단다.

일단 부속을 다 달고 물통 문을 닫은 후 물에 팔을 넣어 팔이 다 젖은 선우와 손바닥을 서로 마주쳤다.
선우가 씩 웃는다.

그렇게 들어오니 긴장이 더 된다.
물에 빠진 부속 건질 때보다 더 긴장된다.
과연 물이 나올까.
이렇게 부자가 고생했는데 물이 또 안나오면 어쩌지...

아내더러 빨래도 돌리고 물을 끄지말고 계속 틀어두라고 했다.
밤12시가 지나고 새벽 1시가 지나도록 물은 끊어지지않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문제는 내일도 잘 나올까이다.

처음 한곳의 부속을 달고 불발이었을 때 무지 실망했다.
그런데 오늘밤 부속을 다 달고 나서는 혹여 물이 안나와도 그 돈이 아깝지 않다.
선우랑 둘이 그 야밤에 개울가에서 통속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서로 놀리며 웃고 떠든 것으로 치자면 부속값이 안아깝다.
그건 추억값이니까.

선우가 집에 와서 아내와 지동생 주현이에게 그동안의 일(주로 나를 곯리는 일)을 전부 쏟아내고 있고 아내와 딸은 웃겨 죽는다고 넘어간다.

“선우야, 수고했다”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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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 -- 야콘캐기 대장정
+   [귀농일기]   |  2008. 11. 2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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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일

오늘부터 야콘캐기 시작이다.
그전까지 야콘밭마다 예초기로 야콘줄기를 잘라주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비닐을 걷으면서 한편에서는 야콘을 캐면 된다.

사실 농사라는 것은 심을 때와 수확할 때 제일 긴장하고 걱정이 된다.
심을 때는 늦게 심으면 수확량과 관련이 있다보니 서둘게 되고 마음이 급하다.
가을걷이는 서리와  추위가 오기 전에 서둘러야 하는 급함이 있다.
어느 것이 더 중하고 덜 중요하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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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일년 농사중에 제일 바쁘고 신경이 쓰이는 철이다.
그런데 자주 손님들이 오시기 때문에 발을 구를 때도 많다.
게다가 내 농사는 야콘농사가 많다 보니 더 야콘에는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런중에 오늘은 성당에서 열두 분이 도와주러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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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아내 역시 밭에 전념할수 있어 다행이다.
품을 샀을 때는 아내가 일이 있어 굳이 밭에 못와도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데 성당분들의 경우는 아내가 있으면 훨씬 밭이 활기차기 때문이다.

활기찬거야 그렇지만 저녁식사준비 등을 하려면 아내는 꼼짝 없이 집에 있어야 하지만 오늘은 밭에서 함께 일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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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님 두분이 시장부터 다 봐서 아침 일찍 산골에 도착하여 저녁 준비를 완벽하게 해놓았기 때문이다.
아내는 남의 집 일간 사람처럼 일끝내고 들어가 저녁을 얻어 먹었으니까.

그렇게 그날은 호수밭에 있는 야콘을  캐다 어두워서야 집으로들 내려왔다.
다음 날에도 주일 미사가 끝나고 성당분들이 도와주러 오셨다.
열심히 비닐을 걷고 여자분들은 야콘을 떼고 선별하여 박스에 담고 하는 일들을 해주었다.
형제님들이 많이 오셔서 야콘이 가득 들어 있는 야콘박스를 세레스에 죄다 싣는 일, 그것을 창고에 다시 쌓는 일을 거의 혼자하던 나로서는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었다.
모두들 내 일처럼 알뜰히 야콘을 캐주었고 함께 박스를 나르고 야콘창고에 차곡차곡 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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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응원온 분들까지 합하니 그 날은 열일곱 분정도 되지싶었다.
빙 둘러 앉아 저녁을 먹는 시간....
일을 도와주러 오신 것이 제일 반갑고 중요하지만 사실 좋은 사람들과 술을 나누고 음식을 나누어 먹고 대화를 나누어 가슴에 담고 하는 일 또한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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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늦도록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모두들 돌아갔다.
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다음 날 출근길에 발이 무거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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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그러니까 11월 3일과 4일은 이곳에 와서 친형처럼 알고 지내는 분에게 SOS를 쳤다.
울진자활후견기관의 황천호 관장님과 황윤길 실장님께...
그렇게 해서 11명의 지원단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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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성당분들과 캐다 남은 호수밭은 다음에 우리 부부가 마저 캐기로 하고 이번에는 답운재에 있는 야콘을 캐기로 했다.
남자분들도 세분이나 오셨기 때문에 한결 내 아픈 무릎이 고생을 덜수 있었다.
봄에도 울진자활후견기관 팀이 야콘을 심어주었는데 가을걷이도 해주고 있는거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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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틀을 캐주고 다시 11월 7일까지 총 3일을  와서 야콘을 캐주었다.

날이 어두워 모두들 돌아가고 마지막 한차 분량의 야콘이 밭에 남았다.
이것은 혼자 싣고 창고에 내리고를 해야 한다.
그러기 전에 막걸리를 마셨다.
점점 비어가는 밭을 바라보며 마시는 술맛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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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모종을 하려고 어두운데 야콘눈(관아라고 한다)을 낫으로 베어내고 있다.
모든 것을 내가  고생하여 농사지은 거라며 안스러워 하기 때문에  어두워진 밤에 낫으로 관아를 떼다가 야콘 하나라도 주우려고 돌아다니다를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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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가의 갈대가 어둔 밤이니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며 팔을 흔든다.
갈대도 이때의 초보농사꾼의 마음을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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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자활후견기관의 지원팀이 3일 동안 캐주었는데도 답운재밭의 야콘을 다 못캐고 몇골이 남았다.
3일동안 애쓰신 분들에게 그리고  황천호 형과 황윤길 실장님께도 고마운 마음이다.

그리고 11월 8일

오늘도 성당분들이 도와주러 온다고 했는데 그만 아침까지 비가 왔다.
한참을 오다가 잠깐 그쳤다를 반복했다.
나 또한 마당을 나갔다가 들어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차라리 좍좍 쏟아지면 포기라도 하겠는데 이건 보슬보슬 내리니 아내랑 비를 맞고라도 둘이 캘까를 가름하게 된다.
마음이 초조했다.
이렇게 가을비가 온다는 것은 날씨가 추워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당을 여러번 왔다갔다 하는데 전화가 왔다.
요안나 자매님이다.
이분은 도의원인 찬걸이 형의 부인인데 읍에는 비가 좀 그쳤는데 산골은 어떤지... 오늘 비오고 나면 추워져서 야콘이 얼텐데 비가 와도 캐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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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우리 야콘 얼까봐 걱정을 하는지,,, 결국 비가 와서 차가 밭에 올라갈수 있는지 , 밭상황이 일할수 있을 정도인지 올라가보고 와서 연락을 주기로 했다.

산골의 야콘얼까봐 걱정이 대단하다.
결국 성당분들이 추위에 대비하여 옷을 단단히 입고 도착했다.
우린 먼저 올라가 야콘을 캐고 있었다.
비가 와서 땅은 조금 젖었지만 땅속까지 젖어 일하기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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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개이지 않았고 추웠다.
그렇게 추운 날 고생한 덕에 달밭의 야콘은  다 캤다.
거의 다 캐갈즈음 기다렸다는듯이 비가 다시 오기 시작했다.

사목회장님 부부까지 오셔서 내 일처럼 이 추운 날 땅에 엎드려 야콘을 캐주었으니...
3일 내내 빠지지 않고 오신 베로 형제님,
내가 무릎이 아프다고 야콘박스를 다 싣고, 창고에 쌓을테니 걱정말라며 앞서 일을 하던 영철이 아버지...
그 분은 귀농 초에 우리 부부가 인쟁기로 씨름을 하며 어렵게 농사지을 때도 와서 쟁기를 끌고 하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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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걷이는 성당분이 많이 오셔서 도와주었고, 울진자활후견기관의 분들도 많이 도와주셨다.

이제 남은 곳은 달밭의 야콘과 답운재에 조금 남은 야콘, 그리고 새점밭의 조금의 야콘이 남아 있다.
그것들이야 아내와 매일 해나가면 된다고 본다.
더 이상의 도움은 미안해서 안된다.

성당분들이 모두 돌아간 시간이다.
아내와 한참동안 마당을 서성이다 돌아왔다.
아직도 도와주신 분들의 온기가 산골에 남아있는듯 훈훈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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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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