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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 반장의 본분을 다하자.
+   [귀농일기]   |  2008. 12. 14.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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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30일


오늘은 주일이지만 미사가 없다.
성당에서 성지순례를 가기 때문에 어제 밤에 읍까지 가서 특전미사를 보아야 하지만 가지못했다.
성당에 안갔지만 늦잠을 잘수는 없었다.


오늘 우리 반으로 퇴비와 땔감이 나왔기 때문이다.

반장 연봉이 5만원이나(?) 되니 정말 본분을 다해야 한다고 하면 아내가 막 웃는다.

귀농하고 처음엔 연봉이라는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만 지금은 연봉 5만원얘기를 하며 자기가 더 웃는다.


땔감은 독거노인들에게 군에서 주는 나무인데 우리 새밭은 2차라고 했다.

새밭에서 연탄을 때는 집을 빼고 다섯집이 나누어야 한다.


내가 반장이니 이건 반장이 칼같이 공평하게 나누어서 실어다 드려야 한다.
일단 나무와 퇴비를 쌓아 놓았다는 새밭 공터로 가보니 나무가 4뭉치다.
4뭉치를 다섯집으로 나누는 일은 눈저울이 기지를 발휘해야 공평해지고 잡음이 없다.

그래도 우리 반 어르신들은 경우가 바르고 말수가 적으신 분들이지만 어쨌거나 신경은 무지 쓰인다.
공평하게 실어다 드리려고 무진 애를 썼다.

새밭은 한 장소에 몇집씩 무리지어 있는 반이 아니고 한골에 한 집씩 떨어져있는 독가촌이 거의 전부다.
산골의 형태는 모두 그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면 거의 하루는 걸린다.
꾀골재 할머님댁에 실어다 드리려고 하니 그댁 아드님이 잠깐 내려와 있다며 와서 할머니 댁으로 갈 나무를 같이 실었다.
그리고 퇴비도 꾀골재 할머니꺼였기 때문에 다음에는 퇴비를 실어다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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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생나무라 보기보다 무겁다.
또 성격상 똑같이 공평하게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 신경이 많이 쓰였다.


이렇게 신경쓴다는 것을 우리반 어르신들도 아시는지 별 말씀이 없으셨다.
나중에 다른 반의 얘기를 들어보니 누구네는 많이 주고 누구네는 적게 주었다고 하고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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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이 이것으로 끝이 아니고 중대한 일을 시작하는 날이라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달밭에 올라 오늘부터 심기로 한 소나무 자리를 한참 둘러보았다.

오늘 마을 어르신들의 나무를 실어다 드려서 그런지 내 잠자리가 다 따뜻하다.
“할매, 할배!! 올해 농사지으시느라 고생하셨으니 겨울 따뜻하게 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봄 맞이하세이~~~~~~”


초보농사꾼 박찬득(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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