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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 _해당되는 글 81건
2009.10.12   귀농일기--농부는 일요일도 없다. 
2009.10.10   귀농일기--안동교구 귀농가족이 다 모였다. 
2009.10.04   귀농일기--조금만 참아다오. 
2009.09.03   귀농일기--왜 자살했을까?? 
2009.08.27   귀농일기--"선우 엄마, 빨리 뛰어!" 
2009.07.12   귀농일기--거름뒤집기 
2009.07.10   귀농일기--봄비내리는 날 
2009.07.07   귀농일기--벌이라면 벌벌 떨린다. 
2009.07.01   귀농일기--우리 동네 당제사 
2009.06.27   귀농일기--농기계 순회 수리하는 날 

 

귀농일기--농부는 일요일도 없다.
+   [귀농일기]   |  2009. 10. 12. 00:10  


2009년 10월 11일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깼다.


오늘은 늦잠자는 날인데 말이다.

늦잠자는 날이 산골에선 따로 있다. 바로 주일이 그런 날이다.


오늘은 성당에 가는 날이기 때문에 늦잠을 잔다.
동네 어르신들처럼 새벽 5시에 일어나 밭일 한번 하고 성당에 가는 정도는 못되다 보니 어설픈 시간에 밭에 갔다가 바로 내려와 성당에 가는 것보다는 늦잠을 자고 그대로 성당에 간다.


사람 욕심이 끝이 없어서 아침 먹을 시간도 아끼고 늦잠을 온가족이 잔다.
그리고 아침을 거르고 성당으로 간다.
그러면 아내는 차 안에서 먹을 사과를 깎아 준비해 간다.

미사를 보고 나면 우린 바로 점심을 사먹는다.


어떤 날은 선지국을 먹고, 어떤 날은 죽변에 있는 식당에서 아주 매운 냉면을 먹기도 하고 오늘처럼 칼국수를 먹기도 한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는 장도 보고, 다른 일도 보고는 산골로 돌아가는 것이 코스다.


오늘은 곧바로 집으로 가지않고 서면을 지나 새점밭 근처에 세워둔 트렉터를 몰고 오기로 했다.

새점밭까지 내가 운전하고 트렉터에 시동을 걸고 내가 먼저 출발을 하면 아내가 차를 가지고 뒤쫓아 온다.


사실 내 트렉터는 35마력인데 아주 썩은 것을 사서인지 여러가지로 시원찮다.
국도로 이동을 할 때는 속도가 문제다.


특히나 36번 국도를 지날 때에는 워낙 구불 구불한 길을 돌기 때문에 다른 차들이 속도를 내서 코너를 돌다가 느린 내 트렉터와 부딪칠까봐 걱정이 되곤 한다.


아내는 오늘처럼 트렉터를 가지고 오는 날에는 초긴장을 한다.
안그래도 추월해 가지 않고 자꾸 나를 따라온다.


나름대로 나를 보호해 준다는 것인데 내 속도가 이리 되면 다른 차들이 두대를 추월해야 하기때문에 불편을 준다고 추월하라고 아무리 손짓을 해도 아내는 내 뒤를 쫓아 온다.

저 앞에 보이는 곳이 소광리 입구이다.




큰소리로 먼저 가라고 하니 그제서야 추월해서 가는 아내.
안해본 농사를 짓느라 늘 걱정이 많은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산골에 도착하여 바로 달밭 옆으로 올라갔다.


그곳을 트렉터로 밭을 간다음 개복숭아 나무를 심으려고 한다.
바쁜 가을에 이 일을 하려니 마음이 바쁘다.


이 일을 빨리 끝내고 메주도 쑤어야 한다.

그렇게 서둘러 트렉터 작업을 하는데 아내가 뛰어와 어린 머위민들레 등을 채취한다.




머위도 두어번 채취를 해서 지금은 아주 여린 싹이 올라와 있으니 효소를 담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내는 아내대로 계획에 다 있었던 모양이다.

자루와 낫, 호미를 들고 올라와 잽싼 손으로 효소꺼리를 채취한다.




아내는 효소꺼리를 채취할 때 제일 신바람이 나는 것 같다. 이 골은 우리집만 있기 때문에 청정지역이다.
어떤 약도 안치니 그냥 뜯어서 씻지않고 먹어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


오래된 대추나무를 그대로 살리다 보니 작업하는데 여러가지로 불편하지만 이 오래된 대추나무는 베지않기로 했다.
귀농해서부터, 그 이전부터 그 자리에 있던 대추나무


모두들 이 나무를 부러워한다.
오래된 대추나무라서 .

어둠이 끼어들도록 트렉터작업을 했다.


아내는 신바람이 나서 채취한 여린 산야초들을 작은 손수레로 끌고 간다.
혼자서 씻고 물기를 뺀 다음 효소를 담을 것이다.




난 트렉터작업을 끝내고 집으로 내려오는 작은 개울을 따라 올라가 보았다.
그곳에도 개복숭아를 심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작업을 해야 하는지를 구상할겸해서...

그렇게 들어오니 어둠이 벌써 깔려 있다.


아내도 그제서야 효소를 다 담고 올라온다.
농부에겐 일요일도 , 별도의 휴가도 없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매일을 휴가처럼 살 수도 있고, 매일을 휴가없이 일하는 사람처럼 살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마음만 늘 휴가이면 된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가능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 생각을 하면 난 행운아다.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시려면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로!!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일기--안동교구 귀농가족이 다 모였다.
+   [귀농일기]   |  2009. 10. 10. 15:12  

2009년 8월 20일

 

내가 다니는 성당은 울진성당이고, 안동교구 소속이다.
안동교구에서는 해마다 두 번씩 안동교구 내에 귀농한 가족들 모임을 주선하고 있다.
주선 수준이 아니고 권혁주 요한크리소스토모 주교님의 각별한 관심과 사랑 속에 귀농한 가족들이 의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특강을 듣고 있는 귀농가족들))

 

그런데 매번 주로 춘양, 봉화에서 모임을 갖게 되어 아쉬움이 있었다.
주교님이 바쁘신 일정 중에도 늘 함께 하시어 미사도 주시고 함께 점심을 나누며 귀농가족의 어깨를 감싸주시는데 늘 엇비슷한 장소에서만 모임을 갖다 보니 죄송한 마음이 들었었다.

 

울진에 귀농한 가정도 궁금하실 것이고, 상주, 영덕 등의 다른 지역 귀농자들의 사는 모습도 궁금하실 것같았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가졌던 때는 우리가 집을 짓지 못한 상태라 장소가 협소하여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 식사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그러다 작년에 새집을 짓자마자 아내와 의기투합하였다.
이번 ‘귀농가족 모임’은 주교님과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귀농한 많은 분들을 모시고 우리집에서 하자고...

원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시키지도 않은 손을 번쩍 들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그저 서로 귀농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만 했다.

 

 

 

 


((▲ 그 많은 인원의 식사를 담당하신 울진본당 성모회장 솔란치아 형님과 남루시아 형님))


 

그날이 어제였다.

사실 한참 전부터 걱정이 된 건 사실이다.
우선 날씨가 걱정이었다.


올 봄부터 여름 내내 비가 왔다.
정말이지 하루 빤한 날이 없었을 정도였다.

 

만약 넓지도 않은 집인데 비라도 오면 어떻게 하나...
그리고 그 인원의 식사를 어떻게 준비하나 하는 걱정 등이었다.

 

 

 


((▲ 미사초보농사꾼))

 

그러나 첫 번째 고민은 내 소관이 아니고 하느님 소관이니 그분께 맡겼다.
그리고 식사는 울진본당의 성모회에 부탁을 하였다.

며칠 전에 행사장 주위의 풀을 뽑기 시작했다.


밭의 풀은 못뽑아도 여기는 뽑아야 한다며 아내가 몇며칠 들러붙어 풀을 뽑았다.
나는 주차장으로 쓰일 아랫 마당을 포크레인 공사를 하여 번듯한 주차장을 만들었다.


내가 한 게 아니고 늘 하늘마음농장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주는 김승하님의 손을 빌렸다.
이 기회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 미사중이신 안 상기 신부님))

 

그리고 주차장 주위의 플라스틱 박스 등을 치우고 하다보니 날짜가 코 앞으로 닥아왔다.
며칠 앞두고 울진성당에 세레스를 가지고 가서 천막 그리고 식탁으로 쓰일 길다란 상과 의자, 그릇류를 한 차 싣고 왔다.

마당에 내려놓으니 이제 행사가 임박했음이 실감났다.

아내는 풀을 뽑다 벌에 물려 이마가 퉁퉁 붓고 얼굴이 부어 내일이 행사라며 울상을 지었다. ㅎㅎ

 

 

 

 


((▲ 본 메뉴가 나오기 전))

 

하루 전날 밤, 우리 부부는 마당을 서성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번에는 많은 분들이 참석하신다는데 혹여 식사 등에 어려움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는 어쩌지도 못하는 시간, 그저 의미있는 행사가 되기만을 빌기로 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오시는 분들이 찾아오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마을 입구와 다리결에 행사 표시판을 설치했다.
그리고 주차장 주위를 정리하는데  안 신부님과 도미니카 수녀님이 일찍 오셨다.

 

두 분을 뵈니 이제 행사가 시작되는구나 하고 실감이 났다.

 

 


((▲ 안동교구 사목국 도미니카 수녀님과 울진성당 미카엘라 수녀님도 팔을 걷어 부치시고...))

 

드디어 한 분 두 분 모이기 시작했다.
정말 이번 행사에는 많은 분들이 오셨다.
나중까지 오신 분들 모두 해서 약 70분이 참석하신 것으로 안다.

 

9시 30분부터는 접수가 시작되었다.
전원이 이름표를 달아 서로 이름을 확인하고 인사를 나누도록 수녀님이 준비를 해오셨다.

그 다음에는 일일이 사는 곳과 가족소개를 하며 그간의 반가운 얼굴들을 확인했다.

 

 

 


((▲ 울진이 자랑하는 섹스폰

연주자 장진환 님))

 

10시부터 울진지역자활센터 관장인 황천호 관장님의 ‘바람직한 유통망을 위한 전략’이라는 특강이 있었다.
천막 아래 뜨거운 햇살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는 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미사가 시작되었다.
이번 행사에는 애석하게도 주교님이 바쁜 일이 갑자기 생기신 관계로 참석을 못하시고 대산 안 상기 신부님이 미사를 드려주셨다.

안 신부님은 이번 ‘교구설정 40주년 기념 행사’에 대한 주교님의 말씀을 전달해 주셨고, 행사의 성격과 자세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다.

이제 식사시간...

 

 

 

 


((▲ 봉화신부님과 두 분의 수녀님이 오셨고, 서면의 면장님도 오셨다.))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오t셔서 울진성당 솔란치아 형님과 남 루시아 형님은 땀을 비오듯하며 그 많은 분의 식사를 준비해 주셨다.
며칠 전에 김치도 담아주셨고, 장날에 장도 다 봐주시어 우리 부부가 행사 준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오늘의 메뉴는 회덮밥이었다.
회값이 녹녹치 않았지만 울진하면 바닷가를 떠올리는데 회를 하기로 했단다.

 

 

 

 


((▲ 귀농가족의 즐거운 모습))

 

회덮밥과 떡, 잡채, 전, 회 안주 등등을 준비해 주셨고 우린 마당에서 맛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친교의 시간에는 울진에서 유명한 장진환 섹스폰 연주자를 초청하여 섹스폰 연주를 감상했고, 형제, 자매님들의 노래솜씨도 들을 수 있었다.

 

이럴 때 신부님과 수녀님의 노래솜씨를 못들으면 귀에 가시가 돋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무대로 모셨다.

 

 


((▲ 산골 안주인인 아내도 한 곡 ))

 

나중에 봉화의 신부님과 수녀님 두 분도 행사를 보시기 위해 오셨다.
더운 날 먼길 오신 신부님, 수녀님께 감사한 마음이었다.

또 내가 사는 서면의 남치우 면장님도 오셔서 행사의 흥을 돋워 주셨다.

 

 


((▲안 신부님도 마이크를 잡으시고 ))

 

울진의 산골에서 울려퍼지는 섹스폰 소리...
그동안 흙묻히고 살던 우리 귀농인들의 마음을 만져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 섹스폰 소리를 들으며 그간의 농사이야기며 가공이야기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귀농가족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렇게 행사가 끝나 서로 부등켜 안고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는 시간.
서로 같은 생각으로 자연으로 돌아와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우리 귀농인들...

 

 

 


((▲ 늘 귀농가족 모임을 준비하시느라 바쁘셨던 도미니카 수녀님도 예외일 수 없다.))

 

우리는 다시 힘찬 날들을 위해 파이팅을 하고 악수를 나누며 앞으로의 날들에 힘을 실었다.

어려운 점도 많았고, 힘든 점도 많았고, 상처도 많았겠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의미있는 시간이 되길 바랬는데 내 바램대로 되었는지 모르겠다.

 

반가운 모습들이 눈에서 멀어지고 우리는 다시 내년을 기약하며 자리를 정리했다.

 

 

 


((▲ 울진에 와서 알게 된 분인데 무지 마음이 따뜻하고 하늘마음농장을 아껴주시는 분이다.))

 

안동교구 모든 귀농인들이 돌아가고 우리 둘은 마당을 한참 걸었다.
부족한 점이 많았겠지만 행사에 최선을 다해서 마음이 참 좋다고 서로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 전체 사진을 찍었다. 그 이전에 사정상 가신 가족들이 있어 모두 함께 찍지 못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귀농생활도 이처럼 가슴벅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참 귀농인들과 함께 했던 마당을 서성였다.

(그날 경비는 안동교구에서도 주셨고, 참석하신 가족당 만원씩 걷은 것으로 충당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로!!

 

귀농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프란치스코


 
 
        

 

귀농일기--조금만 참아다오.
+   [귀농일기]   |  2009. 10. 4.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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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참시간에 쌀국수를 먹는 중이다. 아내 말이 할머니들 일하시는 데 카메라를 들이대지 못하겠단다. 아내가 안방에서 찍은 사진이다.)

올해는 정말 비가 자주 내렸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햇빛이 날까말까 하고  나머지는 비가 왔다고 봐도 될 정도로 비가 자주 왔다.

그러다 보니 야콘이나 고추가 자라는 속도보다 풀이 신바람이 나서 자라는 속도가 훨씬 빠른지 밭에는 야콘보다 풀이 먼저 키자랑을 한다.
풀이 그 정도 되면 유기농을 하는 농사꾼의 마음은 먹구름이다.


나 역시 벌써 며칠째 아니, 오랫동안이나 달에 심은 소나무 밭의 풀을 뽑고 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니 이제는 무릎이 무지 아프다.

아내와 하다하다 안되서 품을 사려고 해도 일손이 모자라 품을 살 수가 없었다.
그러다 몇번씩 덕거리의 방앗간(내가 늘 막걸리를 사마시는 곳이다.)에 내려가 품을 살수있는지 알아봐도 내 차례까지 오려면 멀었다 싶어 포기하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둘의 힘으로는 도저히 풀을 뽑을수 없을뿐더러 비가 또 자꾸 오니 풀이 더 자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풀을  더 뽑기가 어려워지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품을 구해도 잘 안되었다.


그러다 어렵게 품을 살 수 있었고 바로 그 날이  오늘이었다.
할머님 3분이 오셔서 풀뽑기 시작!!

오전까지는 날이 꾸물거려도 좋았는데  점심 식사를 다 하고 오후 시간으로 갈수록  비가 내리기 시작.
품을 사기도 힘들었는데 비가 온다.
아직 반의 반도 못했는데 비가 온다.

할머니들 옷이 젖을까봐 집으로 내려왔다.
처마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조금 빗줄기가 가늘어지면 다시 올라가기를 두어 번 반복하니 안되겠다 싶어 일단 오늘은 철수 하기로 했다.

일단 철수를 했다가 다시 날을 잡아 뽑기로 했다.

비가 조금만 참아주었어도 그렇게 걱정했던 달밭은 죄다 말끔히 뽑아줄 수 있었는데 말이다.
이렇게 일이 중단되면 마음이 깔끔하지 못하다.

얼마나 벼른 일인데...

그렇게 해서 지금 달밭은 앞부분의 풀이 무성한 상태라 머리가 볼때마다 복잡해진다.

((▼아래 사진은 할매들과 함께 먹을  아내가 준비한 점심이다. 여기에 빠진 것은 아내가 좋아하는 서천 갑장이 보내준 김이다. 시장갈 시간도 없어 맛있는 것 못해드렸다고 아쉬워 한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에서!!


귀농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일기--왜 자살했을까??
+   [귀농일기]   |  2009. 9. 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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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부터 산골아낙이 컴퓨터 책상 앞에 책을 한 권 올려놨다.
인간과 대지를 연결하는 한 농부 철학자의 삶과 사상을 담은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라는 책인데 요즘 하도 피곤해서 책 한권 보지않는 나를 위해서 이것만은 꼭 보라는산골아낙의 시위인 것 같다.


소개글을 보니 삶의 근원인 대지,생명을 경외하는 농부의 마음을 진솔하게 담은 것 같아 꼭 시간을 내서 아니 시간이 없더라도 반드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선우가 학업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예전에도 가끔씩 혼자서 산골주위를 산책하곤 했지만 최근엔 그 횟수와 시간이 점점 더 많아졌다.
고2의 학생이 받는 학업스트레스가 오죽하려니 해서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고 도움이 되지 못하는 애비의 마음도 타 들어간다.

지난 주일의 일이다.그날도 산골을 산책하다가 들어온 선우가 근심에 찬 얼굴로 들어와서는 묻는다.


“아빠, 거북바위옆 포장도로에 지렁이들이 올라와서 자살을 하는 것 같아요?”


근심어린 얼굴이 걱정되어 같이 올라가 보니 정말로 지렁이들이 시멘트 포장도로에서 말라 비틀어진 것도 있고 마지막 남은 목숨 살려보려고 바둥거리는 지렁이들도 보였다.


다른 땅의 지렁이들은 땅 속에서 잘 지내고 있는듯한데 유독 새로 포장한 바로 그 길이만큼만 지렁이들이 목숨을 놓은 것이다.

토양에 지렁이가 많이 산다는 것은 토양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바로미터인데 이 토양에서 지렁이가 탈출하다가 죽는다면 분명히 이 근처의 토양생태계가 나빠졌다는 암시인데 걱정이다.
그렇다고 화학비료나 농약을 친 것도 아닌데….


이 산골처럼 청정한 곳에서 지렁이가 살지 못한다면 …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이었지만 선우의 진지한 모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없어 심각한 표정을 나누어 가졌다.

귀농 전같았으면 피곤하니까 대충 대답을 하고 말았거나 아니면 귀기울일 여유도 없었을테지만 귀농하고의 삶에서 이런 일을 하루의 시간을 종일 바쳐도 아깝지 않은 그런 대화꺼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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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아낙과 주현이는 먼저 성당을 갔고, 선우와 단 둘이 세레스를 타고 미사를 보러가면서 지렁이들이 반란을 일으킨 이유에 대해서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세레스의 그 화통을 삶아먹은듯한 소음에 더 큰목소리로 토론을 벌이자니 목구멍이 다 컬컬해졌다.

선우가 생각하는 지렁이들의 자살이유는 이랬다.

첫번째는 거북바위 옆 밭에는 해마다 고추와 야콘,상추나 푸성귀를 심었는데 올해 아빠가 소나무와 개복숭아 묘목, 천년초 등을 심는 바람에 고추와 야콘만 보아온 지렁이가 자기가 동네가 아닌 줄 알고 착각하고 이사 가다가 변을 당했을 가능성

두번째는 원래 시멘트 포장을 하기 전에도 그 길은 지렁이가 자기처럼 산책하는 산책길이었는데 시멘트포장을 해서(시멘트 포장은 작년 가을에 했음)그걸 모르고 3미터나 되는 시멘트 포장길을 횡단하다가 힘이 빠져 죽었을 가능성

세번째는 아빠가 심어놓은 소나무 골 사이에 잡초 방제용 검은색 부직포를 깔아놔서 너무
어둡고 칙칙해서 따뜻한 남쪽나라 찾아가다가 변을 당했을 가능성 등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산골소년 나름대로 심각하게 이유를 나열했지만 나로써는 수긍할 수가 없어 일단 좀더 정밀 조사를 해 보기로 하고 밭을 둘러 보았다.

우리 산골은 밭 바로 옆에 흐르는 실개천의 물을 그대로 모아서 식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농약이나 비료는 커녕 밭에서 일하다 오줌 싸는 것 까지도 조심을 하는데 이유가 뭘까를 고민하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천년초

집에서 키우면서 식구들 먹으려고 심어놓은 토종선인장이라는 천년초가 범인인 것 같다.
모든 선인장이 가시가 있지만 이 천년초의 가시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미세하다.


바람에도 날라와 사람의 몸에 닿으면 여간 따갑고 가려운 것이 아니라 작업이 아주 힘들다.
가시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제거하기는 더욱더 쉽지 않다.

천년초의 절반은 땅 속에 묻혀있고 나머지는 위에서 자라는데 이 가시가 지렁이들이 반란(?)을 일으키게 한 원인인 것 같다.

아내는 그게 아니라고 했다.


선우의 말대로 새로 시멘트 길을 연결해서 그 부분에서만 지렁이가 죽었으니 아마도 시멘트 길 아래의 지렁이들이 나왔을 가능성이 더 크단다.
우리 주현이도 거기에 끄덕이는 모양이고...

하여간 나는 천년초 가시가 손과 발도 없는 연하고 습한 지렁이 몸통에 붙었으니 답답하고 괴로워서 어떻게든 제거해 보려고 발버둥치다 보니 시멘트 포장에 까지 올라와서 죽은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금더 지켜본 다음에 지렁이를 살릴 것인지 천년초를 살리 것인지를 결정해야겠다.


왜냐하면 산골소년이 주말에 오면 또 지렁이들의 목숨을 살필 것이고 그동안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귀농주동자로서의 얼굴도 서지않으니 말이다.

이거 농사지으랴, 아들의 호기심때문에 지렁이 자살 방지하랴 정신없이 돌아가지만 그래도 난 산골이 좋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로 !!!

산골에서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일기--"선우 엄마, 빨리 뛰어!"
+   [귀농일기]   |  2009. 8. 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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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1일

오늘 우리 부부가 출근하는 곳은 답운재 야콘밭이다.
내가 먼저 예초기를 싣고 보부도 당당하게 세레스를 타고 답운재로 갔고, 아내는 발송하는 날이라 그 준비를 끝내고 답운재밭으로 왔다.

요즘 비가 너무 자주 와서 야콘보다는 풀이 먼저 신바람이 나서 하늘 무서운줄 모르고 자라고 있었다.
남들이 보면 이게 농사꾼 밭인지, 그냥 취미생활로 주말농사짓는 인지 모르겠다고 혀를 차게 생겼다.
사실 요 며칠 엉뚱한 일로 온힘을 바쳐서 일하는 바람에 차질이 많이 생겼는데 그 사건(?)은 내가 한숨 좀 돌리고 나서 귀농일기에 등장시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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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어제와 같이 야콘모종 바로 옆에 난 풀들을 뽑는 일을 했고, 나는 골과 골 사이 즉, 헛골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예초기로 베어주었다.
잘려나가는 풀 소리가 둔탁하게 들리지 않고 날카로운 것은 부지런히 일을 많이 하려고 긴장한 내 마음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닌지 의심이 들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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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내가 먼저 헛골의 풀을 예초기로 날려 주고 나서 쭈그리고 앉아서 야콘모종 바로 옆에 난 풀을 뿁아주다 보니 예초기로 윙윙거리며 나가는 나보다 훨씬 진도가 느렸다.

계속해서 쭈그리고 앉아 모종의 풀을 뽑아주니 이제 힘에 부치는 모양인지 자주 쉬는 모습이 들어온다.
그렇게 각자의 영역에서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갑자기....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겉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
달리고 달렸지만 이미 머리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비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와 만나 온몬을 타고 내린다.

세레스를 세워 놓은 곳까지 뛰어 갔는데도 벌써 중간에서 생쥐처럼  다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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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랴부랴 세레스에 둘이 들어 앉으니 몸은 젖었어도 마음은 조금 여유롭다.
벌써 차 앞 유리에 빗물이 쏟아져 흘러내린다.
아내와 난 세레스안에서 비구경을 했다.둘다 비를 피할틈도 없이 몸과 머리가 다 젖어 불편했지만 이렇게 비를 피하기 위해 세레스에 들어 앉아 밖의 비오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귀농하고 첨이다.

각자 비를 피한 적은 있어도 둘이서 좁은 세레스에 앉아 밖의 비구경하는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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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다 하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시원하게 내리는 빗물은 마음까지도 씻어주었는지 시원하다.
옆 창문을 내다 보니 순식간에 차가 다니는 길로 물길이 나서 정신없이 흙탕물이 쏟아져 내린다.
멀쩡한 하늘에 구멍이 난 것 처럼 비가 쏟아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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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비가 그칠 때를 기다리다가 보니 저 쪽 하늘은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조금 나오기 시작한다.
몸도 젖고 야콘도 젖고 풀도 젖었지만 좀더 일을 하고 나서 집으로 향했다.
내일도 마저 같은 과목의 일을 해야 하는데 내일은 이런 일이 없어야 답운재밭을 다 끝내고 호수밭으로 이동하는데 하늘이 보태줄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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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일기--거름뒤집기
+   [귀농일기]   |  2009. 7. 12. 20:03  

지난 가을부터 시간날때부터 차츰차츰 만들었던 퇴비를 오늘 마지막으로
뒤집었다.
 
퇴비는 15일에 한번 정도씩 뒤집어서 골고루 발효가 되어야
한다는데 나는 오늘로써 총 3번째 마지막으로 뒤집고 비닐을 씌워 띄우는
작업에 들어갔다.
 
부엽토+잔가지+볏짚+쌀겨+왕겨+깻묵을 거의 같은 비율로
한 것 같은데 뒤집으면서 냄새를 맡아보니까 구수한게 아주 잘 부숙된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사실 예전에 어른들은 전부 퇴비를 만들어서 썼는데 이제는 비료 몇포대에
해결되니 거의 퇴비를 만들어서 쓰는 분들이 없다.

그나마 이곳에는 유기농을
하는 귀농자들이 퇴비를 만들어서 쓰니까 서로 비교할 수 있어서 좋다.

내가 관리하는 농토를 전부 자가제조 퇴비로 충당하려면 퇴비뒤집는 기계가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지만 당분간은 그냥 몸(삽)으로 때우고 부족한 양은
비싸지만 유기재배 퇴비를 사다 써야 할 것 같다.

퇴비 뒤집는데 하루 꼬박 걸리고 다음날에는 여기서 한시간 40분이상 걸리는
영덕의 미곡처리장에서 정미작업중 흘린 왕겨와 쌀겨(거의 왕겨 성분이 많다)
를 쓸어담은 포대(300kg /한포대)를 포대당 3000원에 4포대를 샀는데 포대값이
6600원으로 내용물보다 더 비싸다.

하긴 우리가 안가져가면 쓰레기가 될 정미장
바닥청소할 때 나온 것을 지게차로 상차해 주니까 아마 상차비 정도만 받은 것
같다. 포대는 나중에 가져오면 돈으로 환불해 주겠다 한다. 아마 이걸보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인가 보다.

울진으로 오는 해안가에는 농부들이 벌써 밭을 갈면서 농사준비에 여념이 없고
옆에서 개나리가 산들거리며 봄을 알리고 있다.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봄비내리는 날
+   [귀농일기]   |  2009. 7. 10. 11:33  

봄비가 온 산천을 적시고 며칠동안 쉬지않아 피곤한 내 몸도 적셔 주었다.
하루종일 내리는 비를 보며 툇마루에 앉아 뜨거운 차 한잔을 마시면서 온 몸으로
봄을 만끽했다.

모처럼 쉬면서 집안 곳곳을 둘러보니 안 그래도 좁은 집에 내가 필요할 것이라 모아둔
연장이 수 없이 많았다. 사용법도 모르면서 서울가면 무조건 안쓰는 연장을 가져와서
사용도 안하는게 너무 많았다. 드라이버도 그렇다. 일자나 십자 드라이버 한 두개면
족할것을 수십개나 되고 뺀치,망치,도끼등도 마찬가지다. 집사람이 매일 잔소리 할 만
하다.
 
아무데나 던져진 연장을 정리를 하면서 언젠가 읽었던 글이 생각났다. 아무 법정스님의
글인듯 한데...

침묵의 성자로 알려진 인도의 요가 수행자 바바 하리다스가 그의 제자들에게
"한 성자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숲속에서 홀로 살았다. 어느날 다른 성자 한 사람이
찾아와 힌두교 성전을 한 권 주고 가길래 그는 날마다 그 책을 읽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쥐가 쏠아버린 것을 보고, 쥐를 쫓기 위해 고양이를 한 마리 기르게
되었다. 고양이에게 먹일 우유가 필요하게 되자 이번에는 젖소를 키웠고 나중에는 혼자
이 많은 걸 돌볼 수가 없어서 동물들을 돌봐 줄 여자를 한 사람 구했다. 숲속에서 몇해를
지나고 보니 커다란 집과 아내와 두 아이와 고양이떼와 젖소들과 여러가지 잡다한 것들이
마련되었다.

그러자 성자는 걱정이 되었다. 그가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이 혼자서 살때, 자신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돌이켜 보았다. 이제 그는 신을 생각하는 대신 아내와 자식들과 젖소와
고양이들을 걱정하게 되었다.
그는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되었는 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한권의 책이 이토록 엉뚱한
사태를 몰고온 것을 알아차리고 한숨을 지었다."

나도 그럴 것 같아 걱정이다. 연장모아둔다고 창고짓고 창고가 생겼으니 창고에 들어갈 물건
채울 것 없나 걱정할 거고,,.
그러지 전에 빨리 버릴 물건들은 정리해야지....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벌이라면 벌벌 떨린다.
+   [귀농일기]   |  2009. 7. 7. 18:49  

산골이라 워낙 벌이 흔한 곳이지만 작년 여름 언제부턴가 꽤 큰 벌이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저녁에 마루에 등을 켜면 열 댓 마리의 벌들이 마루와 방에 까지 내 집드나들듯 하는거였다.
벌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먼저 건들지만 않으면 반격은 없다는 개똥철학을 갖고 있던터라 그렇게 여름을 나고 가을을 나고 있었다.

그런데 오두막에 놀러온 이웃분이 이거 말벌인데 얼마나 위함한지 아느냐, 한방이면 죽는건 문제도 아니라며 말벌에 벌써 쏘인 사람처럼 이 방, 저 방 벌을 기르고 있는(?) 우릴 야단치시는 거였다.

그때부터 겁이나서 산골아이들 교육에 나섰다.
첫째, 절대 벌 건드리지 말 것. 성질이 더럽다고 함.
둘째, 혹여 책으로나 옷으로 건드리게 되면 재빨리 몸을 피할 것
등등을 귀에 딱지 않도록 얘기했지만 하루 하루 벌기르는 일이 진땀을 빼게 했다. 아내는 벌로이로제에 걸려 밤만 되면 집 안의 불을 끄러다니기 바빴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 유독 올 해 그런 벌이 극성인지....

가을이 지나가고 있을 무렵 보일러실에 가다 그 위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보니, 삼각 지붕 그 밑에 큰 벌집이 아예 진을 치고 있는게 아닌가.
아이들 데리고 나와 눈으로 경계를 시키고 겨울이 빨리오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겨울이 왔다.
겨울에는 빈 집이니 그 때 제거하라는 이웃분의 조언에 따라 이때껏 기다린거였다.
이제는 안심이고 제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그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아내가
"선우 아빠, 봄인가봐요. 나 오늘 벌 봤어요."
아차!!!!
아내는 벌써 벌집을 제거한줄 알고 있으니 난 대충 대답하고는 밖으로 서둘러 나왔다.

사다리를 놓고 지붕 위를 올라가는데 이 오두막 지붕이 오래되어 내려 앉을것만 같아 다리가 후들거렸다.
어쩌면 귀농하고 벌의 공격을 몇 차례받아 얼굴이 조푹에게 두들겨 맞은 사람처럼 되었던 기억이 나 '떨고 있는지'도 몰랐다.
겨우 벌집을 떼내어 마당에 내동댕이쳤다.

학교다녀온 아이들이
"아빠, 벌집봐요. 벌집이 여기 있어요"
신기해 죽겠다는 표정이다.
지에미에게까지 소식을 전하려고 부르기에
"엄마는 벌집만 봐도 무서워하시니 제발 용감한 너희들만 봐라."
하며 뜯어말렸다.

올해는 녀석들이 제발 이 오두막에는 집을 짓지 말았으면............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우리 동네 당제사
+   [귀농일기]   |  2009. 7. 1. 02:47  

어찌보면 서울놈이 시골와서 출세한 편이다.
왜냐하면 재작년 여름에 이사 오자마자 이 마을의 4반 반장이 되었으니까..
서울에서야 반장 아니  통장얼굴도 모르고 지내지만 이곳은 사정이 다르다.
각종 현황파악,동네 경조사,각종 농자재 신청 등이 이장이나 반장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매년 연말이면 반원들이 반장에게 수고를  준다.
그 수고비를 모곡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쌀로 주었단다.
그런데 요즘은 시대가 시대니만큼그냥 현찰로 준다.
아뭏든 그 이전에 반장을 하시던 분(내가 살고 있는 집의 전주인이시다)이 병으로 입원을 하시자 하는 수없이 내가 인계를 받았다.
단 한 가지 가장 젊다는 이유이다.

하기야 반원들 9가구 중 나만 빼놓고 모두 환갑 내지는 칠순이 넘으신 노인이시고 그 와중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세 가구이니 오죽하겠냐만..
 
동네에는 각 자연부락 단위별로 아니면 각 가구별로 사당(성황당)이 있는데 우리 반에는 딱 한 군데가 있다.
동네 어른들의 말을 빌리자면 새마을 운동 때 모두 철거시키고 거의 사라졌단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우리 반원들의 일년 농사과 자식들의 강복을 비는 제사가 일 년에 한 번씩 정월 대보름을 전후하여 지낸다.

작년에 처음으로 지낼 때는에는 보름 전날에 지냈었는데 올해는 보름 새벽에 한단다.
왜 그러냐고 여쭸더니 날과 시를 잡아서 하는 거지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란다.

작년에는 제사지낼 때 참여만 시켰었다.
그런데 올해는 아예 제소(제사상 차리는 일)와 제관을 겸해라는 동네 어른의 통보(?)가 있었다.
사전 상의 없이 D-3일전에 무슨 종이 쪽지에 콩나물500원, 사과 1500원 등등을 써서 주시면서 그냥 쉬우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고 준비하라신다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쩌랴.
하는 수 없이 주일에 성당끝나자 마자 가운데 한 글자 더 들어간 성(황)당 제사음식준비하러 시장에 갔다.
 마을 어르신이 적어준대로  산 재료를 오늘 새벽 3시에 일어나 아내가 준비를 하고 5시쯤 되어 성황당에 가서 제사를 지냈다.

대충 보니까 일반 제사와 비슷했다.
 다른 점은 강복의 주체가 조상이 아닌 귀신이라는 것 뿐이다.

오늘은 꽤나 바쁠 것 같다.
조금 후 오전 9시쯤 되면 동네분들 우리집에 제사지낸 음식 음복하러 오실 것이고 음복이 끝나면 마을회관에서 윷놀이가 있다니 그것에 참석해야 하고...

박 반장 파이팅!!!

초보농사꾼겸 새밭 반장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농기계 순회 수리하는 날
+   [귀농일기]   |  2009. 6. 27. 00:08  

오늘은 농기계 순회수리하는 날이다.
이곳 지역자체가 워낙 오지이다 보니 1년에 한번씩 농한기인 지금
겨울철에 한번하는 행사가 얼마나 반가운 행사인지 모른다.

비용도 부품비 정도의 실비만 받거니와 이동하기 힘든 농기계를 수리하러
어렵게 읍내까지 운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2월 8일에 한다는 것이 당일날 수리요원의 귀경때문에 18일로 연기되더니
어느날 갑자기 15일인 오늘 한다는 것이다.

아마 서울 같았으면 난리가 났을 것인데도 시골사람들은 그저 이해할 따름
이다.

나 역시 화는 났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이곳 저곳 손볼 요량으로 경운기를
몰고 폐교 운동장으로 나갔더니 내가 제일 첫번째이다.
수리하는 사람들이 셋이 왔는데 모두가 나를 보더니 씨익 웃는다.
나 역시 씨익 웃어줬다.

이유는 말을 안해도 알지만 아뭏은 설명하면 그렇다.
귀농하여 경운기며 예취기며 엔진톱, 그리고 귀농인들 공동으로 구입한 벼 탈곡기
등을 그동안 사용하면서 사용법 내지는 간단한 응급처치를 몰라 수십번 그곳을 들락
날락 했기 때문에 그사람들 속으로는 아마 그랬을 꺼다.

"아휴! 저 양반 또 무었때문에 왔을까! 또 그저 간단한 고장가지고 저렇게 난리치겠지..."
....
...
상호간에 그런 교감이 있었지만 그 사람들이 그런 불평하지 않고 이곳 저곳을 수리하여 주고
덤으로 사용방법, 관리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니 여간 고맙지 않을 수 없다.

깨긋이 수리해서 경운기를 몰고 올라오려니 기분이 그래서 그런지 경운기 엔진소리가 한결
부드러운것 같고 기계톱으로 나무를 썰어보니 한결 잘 썰리는것 같다...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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