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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편지 _해당되는 글 132건
2009.08.12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물고기 사랑을 기억해다오. 1
2009.07.30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빳빳하게 풀먹일 일이다. 2
2009.07.30   귀농아낙의 산골편지-- 귀농주동자의 이상한 버릇 
2009.07.12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애들 교육은 어때요?? 
2009.07.10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지어먹은 마음대로... 
2009.07.07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마음을 어디에 두고 사는가. 
2009.07.01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1
2009.06.27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내가 산골로 온 이유 
2009.06.22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나만의 공간이 있는지... 
2009.06.21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나를 가위 눌리게 하는 일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물고기 사랑을 기억해다오.
+   [산골편지]   |  2009. 8. 1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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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사지 멀쩡히 공밥을 축내고 있다는 자책감을 덜기 위해서라도 이 여름 밭에 나가 김매고 효소꺼리를 채취하는 일을 즐겁게, 더 열심히 해두자 마음먹었습니다.
마음이 거기에 미치니 뙤약볕 아래 몸뚱이 놀리는 일을 더 지성껏 하게 됩니다.
마음이 요사를 부립니다.

****************************

일전에 논산이원무 베다 신부님이 오셔서 초보농사꾼이랑 계곡으로 고기를 잡으러 갔었습니다.
초보농사꾼이 오전에 예초기 작업을 하고 오후에 나서는 길이었지요.
일주일 내내 휴일도 없이 일하는 초보농사꾼에게 휴식도 이름을 달리한  일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니 재미지게 놀다오라고...

저녁이 다 되어 돌아온  두 사람의 모습에서 얼마나  계곡에서 행복했는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 젖은 옷에, 산중의 저녁 무렵 추위에도 입가에는 웃음이 덕지덕지 붙어 떨어질 줄 몰랐으니까요.

그렇게 잡은 물고기를 산골아이들에게 튀겨 주고 싶으셨던 신부님.
그러나 논산으로 돌아가실  시간이 되자,  튀김은 식으면 맛이 없다며 튀겨 놓고 갈 수는 없으니 이것을 금방 튀겨서 선우, 주현이에게 주라며 건내주시는 그릇...

들여다 보니 일일이 손질을 하셨더군요.
배를 가르고 씻어 내 손이 더 가지 않도록 해서는 건내주십니다.

그 고기그릇을 받고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때는 세 치 혀로 나불거리는 말보다 침묵이 더 내 마음을 잘 전달함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고등학생인 산골소년 선우(아론)이 오려면 주말이 되어야 하는데 고기는 상할 것같고...
할 수 없이 나머지 식구들을 위해 고기를 튀기기로 했습니다.

꺼내보니 참 많았습니다.
난 물고기 이름이라고 해봤자 미꾸라지, 붕어, 피래미 정도가 전 재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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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에는 꺽지도 있다고 초보농사꾼이 일려줍니다.
피래미랑 꺽지가 주종을 이루는 것같았습니다.

주현이에게 이 물고기를 튀기게 된 경위에 대해 세세한 설명을 했습니다.
고기에게 밀가루를 초벌로 입힐 때도, 한번 더 튀김 옷을 입을 때도, 절절 끓는 기름에 그것들을 조심스럽게 넣으면서도 재차 설명해 주었습니다.

튀김을 해서 식기 전에 먹으라고 신부님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고 싶어 여러 차례 준비를 시키고 튀김이 완성되자마자 주현이와 초보농사꾼을 불러 앉혔습니다
신부님이 그렇게 산골가족이 맛있게 먹기를 바라셨기 때문에 나는 그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임무수행을 철저히 하려고 맘 먹었습니다.

따끈한 물고기 튀김과 간장...
그것만으로도 식탁이 화려합니다.
초보농사꾼과 주현이가 맛있게 먹습니다.
뜨거운 튀김을 먹으면서도 이것을 잡을 때 신부님과 어땠다고 부가 설명을 해줍니다.
그 별책 부록과 같은 가슴 훈훈한 설명은 물고기 튀김의 또  다른 양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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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빗속에서 살구를 따느라 힘들었던 초보농사꾼도 맛있게 먹습니다.
이 물고기가 불영계곡에서 어떻게 산골로 오게 되었는지 아빠에게 진지하게 듣던 주현 낭자도 맛있게 먹습니다.
튀김하랴 , 식기 전에 먹으랴  바쁜 나도 오랫만에 따뜻한 튀김을 먹습니다.

모두가 감사하고 좋은데 아쉬운 점은 고등학생인 아들 선우(아론)가 튀김을 못먹었다는 것입니다.
튀김이야 시장에서 사주려면 쌔고 쌨지만 이건 돈 몇 푼 주고 사먹는 튀김이 아닙니다.
그보다 더 아쉬운 점은 신부님이 아론과 안나를 더없이 사랑하신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해 그게 더 아쉬웠습니다.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번에는 글쓰기 위한 사진이 아니고,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아들 선우를 위해 신경을 곤두세워 찍었습니다.
사진이라도  보여 주며 아론과 안나가 이렇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입니다.
그리하여 세상을 살아갈 때, 너희들도 이처럼 사랑을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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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의 이 말을 난 가슴에 담고 삽니다.
"삶에 있어 최상의 행복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라"는 말입니다.

"선우, 주현아,
<물고기 사랑>을 기억해 다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로!!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빳빳하게 풀먹일 일이다.
+   [산골편지]   |  2009. 7. 30. 16:05  

등황색 원추리 꽃이 피었다.

하도 번식력이 좋아 다른 꽃들의 자리까지 빼앗는 것이 보기 싫어 많은 부분 캐서 길가에 심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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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이 분명한데도 작은 연못 옆에 다소곳이 피어 제 살궁리를 하고 있다.

조금씩 이웃을 돌보며 후손을 퍼뜨리면 좋으련만 아주 주위를 초토화시키니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꽃밭의 허브 종류들도 혼자 땅따먹기 하느라 난리가 났는데 초보농사꾼이 정리를 하란다.

어찌 정리를 하는지...

그들을 보며 인생사도 비추어 보니 안타까울 뿐이다.

 

*********************************

우리 세대의 여고시절에는 교복 칼라에 빳빳한 풀을 먹였었다.

 

풀을 먹인 다음 다림질을 하여 교복에 붙이면 동그란 젖 가리개처럼 부풀어 올라야 제멋이었다.

그렇게 얼굴 양 옆이 부풀어 오르지 않고 주저앉으면 풀을 먹이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런 학생은 귀신같은 학생부장에게 ‘용의검사’때 바로 바로 끄집힘을 당해 회초리 세례를 피하기 어려웠다. 

엄마가 밀가루 풀을 쑤어 풀을 먹이면 왜 그리 누렇던지.

다른 아이들의 뽀얀 그것을 보며 속으로 늘 이랬다.

‘다른 기집애들 것은 히디 흰데 내 것은 아무리 새로 해 달아도 왜 누럴까?“

  어느 날 물었다.

“넌 어떻게 풀먹이는데?”

“가닥가루 사서 하는데 너는 그렇게 안해?” 하면서 그의 눈이 내 누런 칼라에 내리 꽂힐 때는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정수리에 꽂히는 느낌이었다. 

그때는 나의 많은 형제들이 죄다 핵교를 다닌 관계로 가세가 넉넉지 못했다.

그 널널하지 못한 가세에도 대학원까지 보낸 부모님은 나의 영웅이다. 

하여튼 밀가루 두고 일명 가닥가루(지금 생각하니 녹말가루인 것같다.)라는 것을 사서 풀먹여줄 수 없었음을 눈치챈 난 한번도 엄마에게 그 가닥가루라는 말을 입밖에 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알아서 긴 거였지만 엄마에게 그런 정보가 없어서 그리 하셨을지도 몰랐으나 철이 일찍 들어버린 우리 형제들은 늘 그런 식이었다. 알아서 기는...

 

그래서 엄마는 다른 애들도 모두 그렇게 누런 밀가루 풀을 먹인다고 지금껏 알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무릎팍 도사’라는 프로에 안철수 교수가 나왔다.

학생 때 학교에 늦어 택시를 태워 주러 나온 엄마가 안철수에게 안녕히 다녀오시라고 존대말로 인사를 하자 기사 아저씨가 형수냐고 묻더란다.

엄마라고 하니 학생 나중에 부모님께 잘 해드려야겠다고 했을 때서야 다른 집 엄마는 그렇게 자식에게 존댓말을 안하는지 알았다고 했듯이 말이다.

 

어떤 계기가 아니면 평생 모르고 지나갈 뻔한 일들이 살면서 너나 없이 많을 것이다.

거기에는 두 가지 무게가 있다. 

모르고 지나간다고 해서 아리고 씨릴 것이 없는 그저 중요치 않은 일이 있다.

다른 하나는 모르고 지나가면 삶이 더욱 고단했을 일들이라 가슴을 칠 확률이 높은 일이 있을 것이고...

 전자의 경우야 더 말하면 입 아픈 일이고, 우리는 후자의 경우에 쌍심지를 켜야 한다.

만약 그것이 요즘 세상 사람들의 가치척도의 가장 기본이 되는 돈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난 그런 것으로 ‘양심’을 들고 싶다

 

기절초풍할 노릇이지만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양심을 평가기준으로 삼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이저 저도 아닐 때나 들이대는 척도 정도일 경우는 있어도...

 

그러나 ‘양심’은 결코 지나쳐서는 안되는 마음구조의 으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생 초짜인 주제에 이런 말 하기 낯간지럽지만 세상이 복잡하고 건조하고, 팍팍하게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그 양심은 여고시절 풀먹인 교복 칼라처럼 늘 빳빳하게 날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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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품으로 돌아와 산다고 하는 귀농생활에 난 과연 그 마음구조의 핵심에 있는 ‘양심’을 매일 빠까번쩍 닦고 있는지...

협심증 환자처럼 갑자기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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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아낙의 산골편지-- 귀농주동자의 이상한 버릇
+   [산골편지]   |  2009. 7. 3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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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1일

키 작은 돌나물이 찔레꽃 아래 숨어 피었다.
허구 많은 장소 중에 무서운 가시를 곧추세우고 위협하는 찔레꽃 아래에서 땅을 기고 있는지...

스스로를 낮추느라 사람 눈에 띄기 힘들지만 그 초록의 살갗은 금방이라도 배냇향이 날 것만 같다.

오늘은 그렇듯 겸손한(?) 돌나물을 한 줄기 떼어다 제일 높은 자리(?)에 올려놓았다.
항아리를 놓고도 모자라 또 그 위에 항아리를 엎어뜨려 놓고 집을 마련해 주었다.

그렇게 해놓고 생각하니 이건 인간의 욕심이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그 자리가 높든 낮든 상관없이 제 할 일을 하다가 가는 것인데 인간의 욕심이 발동하여 이렇게 쌩뚱맞게 아파트같은 곳에 집을 마련해 준 것은 아닌지...

떼어도 또 몸을 키우고 산골아낙의 발소리를 기다리는 돌나물.
오늘은 돌나물을 뜯어 새콤달콤 무쳤다.
산골가족 입안에 하나 가득 봄이 피어나겠지...

******************************

초보농사꾼이 또 뜨거운 거름을 주고 있다.
그곳에 어린 봉선화랑 코스모스 싹이 들어 있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얘기를 했었다.

그러면 알았다며 대답은 시원시원 잘 했었다.
그러다 다음에 보면 옆으로 조금 이동한 장소에 다시 뜨거운 거름을 붓는다.
거기에 산골소년까지 가세하는 것을 목도했었다.

시간이 흐르자 집을 중심으로 왼쪽 꽃밭은 누가 봐도 꽃밭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데 좌측 꽃밭은 기계충을 앓은 것처럼 파란 싹 하나 없이 초토화시켰다.

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었다.
‘이상하게 싹이 안올라 온다‘ 는 소리만 되풀이 하고 돌아섰었다.
볼수록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러다 하루는 마당을 내다 보니, 범인은 초보농사꾼.

귀농 초에도 이런 일이 있어서 그 버릇을 고친줄 알고 방심했었다.
이제 버릇고치기 어려울듯 싶다.

오늘도 영역표시를 하다 나에게 딱 걸렸다.
귀농 초에도 그런 일이 있어서 그거 단속하느라 애를 먹었었는데 지금껏 그런 모양이다.

순경이 노상방뇨하는 사람을 잡아 세우고 훈계하듯 도대체 왜그러느냐고 눈이 뒤집혀 볼멘소리를 했더니만 돌아오는 대답이 환장할 노릇이다.

변기에 쏟아붓고 물로 씻어내리기가 아깝다나 뭐라나 하며 뒷말을 한다.
“하이고,... 그러셔요...”

폐일언하고, 정녕 아까우면 달밭 개복숭아 심어 놓은 곳에 거름을 부으라 했다.
이제 아들 녀석만 내 째진 레이더에 걸리기만 하면 된다.
그 녀석은 또 어떤 변명을 할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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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기도 바쁜 세상에 불철주야 노상방뇨 단속까지 하고 있으니 산골아낙은 몇 가지 임무를 수행하는지  원...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제 2년차인 개복숭아 어린 묘목 한 20그루를 줄 세워 놓고 하루가 멀다 하고 들여다 보고 있는데 이거 뜨거운 거름 때문에 개복숭아 나무 다 죽이는 건 아닌지 슬 걱정이 되었다.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고 이 노릇을 어쩐다지...
내일은 다른 곳에 있는 봉선화, 코스모스 모종을 머리카락 이식하듯 이식시키려고 한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자세한 내용은 www.skyheart.co.kr (하늘마음농장)로 오세요.))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애들 교육은 어때요??
+   [산골편지]   |  2009. 7. 12. 19:59  

비가 온다.
그 비가 집 앞 도랑으로 빨려 나가고 작은 개울을 거침없이 스치고 지나간다.
우리 집 비포장 도로 끝나는 작은 다리 밑에 가보았더니 나보다 먼저 도착한 것들이 벌써 내를 이뤄 한목소리한다.
그것이 강으로 가고 바다로 가리.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제구실을 한다.


바다에 가면 시끄러운 이유가 여기 있나보다.
각자 자신이 떠나온 산골짜기의 사연들을 모두 듣고 와서는 바다에 토해내니 그리 시끄럽고 드셀 수밖에.

세상의 온갖 못볼 일, 듣지 못할 일들을 다 듣고 오니 바다는 또 그리 가슴에 멍이 드는가보다.

************************

산골로 옮겨 앉고 신이 난 쪽은 아이들이다.
도시에서처럼 학원다니지 않아도 되고 공부 많이 안해도 되니 좋단다.

우리 집에 오는 이들이나 전화거는 사람들이 걱정어린 듯 묻는 말이 있다.


"애들 교육은 어때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전교생이 30명이다. 3학년인 선우네 반은 12명이고, 1학년인 주현이네 반은 5명이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교실에서 4~5명씩 마주보고 앉아 두 학년이 같이 공부한다.


마을 입구에 분교가 있는데 학생 수가 적어 폐교되었고 대신 거기까지 스쿨갤로퍼가 온다.

학교까지는 15분 정도 걸리고 선생님과 학생이 그저 식구처럼 지낸다.
학원은 물론 없고 굳이 가야 한다면 울진읍까지 불영계곡을 따라 50분 정도 가야 하지만 학원에 보낼 일이 없다.

논과 밭, 개울, 개집, 닭장이 선우, 주현이에게는 학원이다.


남편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이것 저것 묻고 논이나 밭에 데리고 가 일거리도 배분해 준다.

도시에 있을 때에도 책은 잘 읽는 편이었는데 여기서는 더 잘 본다. 요즘은 만화삼국지와 위인전에 푹 빠져 있는데 만화를 허용한 지는 1년되었다.


산골로 온 후 반년을 신나게 놀다 올해부터 학습지 국어, 수학을 하는데 그게 공부의 전부다.

시골학교라 숙제도 일기밖에 없다.


이사온 후 지금까지 TV안테나를 부러 설치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TV 앞에 앉아 헛시간 보낼 일도 없다. 처음엔 답답했는데 지금은 아주 좋다.
그대신 아이들은 비디오를 보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온 가족이 책을 많이 읽는다.

사실 긴 겨울을 산골에서 아이들과 어찌 지내나 고민을 했었다.


자연 앞에선 너그러운 남편이 밭언덕에 자연눈썰매장을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은 퇴비봉투를 하나씩들고 나서면 점심 때 불러야 들어온다.

작년에 눈이 바쳐 주었으니 아이들 얼굴은 여름보다 더 시커먼스.
엄마도 타보라고 하도 권하기에 애들 사기차원에서 앉았다가 "누가 나좀 말려줘유~~~~"하고 소리소리질렀으나 이 산골에서 누가 말려주랴.


결국 가시오갈피 나무 몇 그루를 아작냈다.

그런 급경사를 애들은 잘도 탄다.


그 덕에 두 놈이 내 부츠 두 켤레를 고스란히 분리수거장으로 보냈다.
겨울공부 종목은 또 많다.

가끔씩 초보농사꾼은 "우리 영토에 누가(노루, 맷돼지 등)침범했나 가보자"며 작대기를 하나씩 들고 산꼭대기까지 데리고 갔다온다. 눈이 어른의 허벅지까지 쌓인 산비탈 밭으로 ...


애비는 노루 등이 눈 때문에 먹이찾으러 내려왔나 먹이걱정에 간 거였지만 아이들은 정말 진지하게 침입자를 찾는다.

여름이 되었다.


나를 아는 친절한 이들이 "애들 공부걱정 안하세요?"라며 염려해 주시지만 이제는 자연과 어떤 공부를 할지 눈에 선하다.

언제 다시 이런 공부를 할 수 있을까.


나는 아이들이 자연을 더 많이 느끼고 자신의 맑디 맑은 눈에 그것을 넣어 성인이 되었을 때 조금씩 꺼내 쓰기를 바란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지만 우리의 생각까지 줄 수는 없듯이 아이들이 자연에서 많은 생각을 얻고 맑히기를 바란다.

선우는 손님오는 게 싫단다.
오는 사람마다 같은 내용을 물어 그렇단다.

아이들은 자연에서 배운다.
하늘, 구름, 시냇물, 논과 밭, 해님, 개구리 친구들이 아이들 오기를 더 기다린다.
아이들이 올 시간이면 그 친구들이 내 대신 번갈아 마중나간다.

***************************

오늘은 아이들과 앵두를 땄다.
바구니를 하나씩 팔에 걸어 주었더니 잘도 딴다.

한참 후에 보니 바구니 바닥에 겨우 한겹 엎드려 있는 게 다였다.
"앵두 다 어디갔니?"
"엄마, 우리가................."하며 웃는데 입가에 빠알갛게 앵두물이 들었다.
그 아름다운 색처럼 아이들 가슴도 곱게 물들었으면 좋겠다.

효소를 담아 맑디 맑은 유리잔에 넣어주면 고추잠자리와 한 모금씩 나누어 먹겠지........


모기와 파리가 극성인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2001년 유월 22일


<img src="http://www.skyheart.co.kr/ttboard/data/002/kojang%20102-0261_IMG.jpg">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지어먹은 마음대로...
+   [산골편지]   |  2009. 7. 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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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갔었다.
4식구 올망 졸망 방파제를 지나 해송처럼 뾰족 뾰족 튀어나온 바위 위에 앉아 놀았다.

선우가 성당교육이 있는 날이라 미사시간까지 근 3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자장면 사먹고 서점에서 서로 다투어 책도 사고 이내 바다로 달렸다. 나도 닥아가고 바닷새도 마중나오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바다에 취한다.
바다를 보니 문득 몇 달 전에 바다를 언제나 품고 사시다 엄마별에게 가신 작가 정채봉 님이 생각났다.

주현이는 애기 홍함을 3개 뜯어서는 주머니에 넣고 미역줄거리도 반찬해먹는다고 자기 끝 손가락만한 것을 딱 1개 뜯어 주머니에 넣는다.
오랫만에 바닷가에 섰다.

저만치서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달려와서는 내 발 앞에 엎어진다.
그리고는 침을 하얗게 뱉어 놓고 되돌아갔다 다시와 침을 뱉는다.
바다는 자연을 닮은 것만 받아들이고 인간이 내다버리는 것들은 그대로 밀어낸다.

증오, 이기심, 시기, 쓰레기 등은 거칠게 밖으로 밖으로 밀어낸다. 그래도 세상에 불만이 많은지 침까지 뱉는다.

**********************************

사람은 똑같은 사람인데 얼마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이렇게 다른 의미로 닥아와 있는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린듯 싶다. 그 평범하고 단순한 진리를 지금 깨닫고 실천하고 있다.

도시에서야 부족함이 있었던가. 그래도 늘 마음이 깔끔하지 못하고 안개 속을 걷듯 답답하기만 했었다.

열 수만 있다면 마음 속을 열고 비설거지하듯 씻어낸 후 햇볕에 말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을 정도로.

그 길이 진리인줄 알고 살았었고 지금도들 살고 있다.

돌이켜 보면 행복, 여유로움도 내 마음이 짓기 나름인 것을.
그저 큰 바람없이 지금 갖고 있는 작은 것으로도 만족하고 혹여 바람이 있다면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작은 시냇물이 흐르듯 소박하고 가슴절인 바람이라면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올 겨울은 유독 눈이 많이 왔었다.
그 눈오는 어느 날 정채봉 님이 돌아가셨다는 내용을 카톨릭신문에서 접했다.
순간 눈내리는 소리를 들으려고 한 동안 기를 쓰고 있었다.

불과 몇 달 전에 살았던 도시같았으면 '안됐네'라는 짧은 생각이 다 였으리라.

그러나 이곳 산골에서 접한 한 작가의 죽음을 두고 두고 마음에서 접었다 폈다하게 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그것은 그 분의 책을 통해서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얻었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정채봉 님에게는 열일곱에 시집와서 열여덟에 아들낳고 꽃다운 스무 살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얼굴은 기억 못해도 어머니의 내음은 때때로 떠오른다고 하였다. 그것은 바닷바람에 묻어 오는 해송타는 내음.

어떤 책에선가 어머니의 산소를 이장하러 가는데 스무 살 어머니가 머리가 히끗히끗한 늙은 아들을 보면 마음아파하신다며 머리에 처음으로 염색을 하고 갔다는 글을 읽었다.

그 분의 글 곳곳에는 어머니에 대한 절제된 그리움이 얼룩져 있다.
그래서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간혹 할머니를 힘들게 하면 할머니는 팔을 베어 버리고 천 리나 만 리나 도망가 버리겠다고 하였단다.

그런 밤이면 팔베개를 내준 할머니가 팔을 베어 버리고 도망가실까봐 할머니 속적삼 옷고름을 손가락에 묶어 두고 잠들곤하였다고 마음아픈 어린 시절을 고백하기도 하셨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이 남의 일로, 남의 가슴앓이로 내 가슴을 내어 놓은 적이 있는가.
그저 내 가슴 속의 것들만 아프다고 후벼파내 보이며 반응을 구걸하지 않았던가.


그저 굳어져만 가는 가슴과 차가운 마음을 보물처럼 끌어안고 앞만 보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사람은 평소에 지어먹은 마음대로 되는가보다.

정채봉 님은
"엄마, 하느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엄마를 만나러 그쪽 별로 가는 때도 눈내리는 달이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어요."
라는 실개천같은 바램을 안고 살았었는데 정말 1월 눈이 내리는 날 엄마별에게 가셨다.

눈이 그토록 많이 내리는 날, 눈 위에 속세의 발자국을 남기며....

**********************************
산골에서는 나 모르게 피었다가 지는 꽃도 많다.
나 알게 피어도 워낙 꽃이름에 까막눈인 내가 이름 한 번 불러 줄 순 없지만 눈길 한 번, 손길 한 번 줄 수는 있는데 말이다.

지금은 하얀 찔레꽃이 구석진 곳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작년 두릅밭 언덕에 찔레나무가 너무 많아 하도 팔과 다리를 찌르기에 '쓸모 없는 건 지천이고 정작 요긴한 것은 드물고....'라며 서툰 낫솜씨로 구박했던 일이 미안스럽다.

세상 어디에도 쓸모 없는 것은 없는 것을.......
어찌나 하얀 다섯 손가락이 여리고 예쁘던지. 향기 또한 진하지도 않은 것이 제 몸의 가시를 감추고도 남음이 있다.
난 내 몸에 고슴도치처럼 돋은 가시를 무엇으로 가릴 것인가.

2001년 오월 26일에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가(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img src="http://www.skyheart.co.kr/ttboard/data/002/tree%20101-0130_IMG.jpg">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마음을 어디에 두고 사는가.
+   [산골편지]   |  2009. 7. 7. 18:54  

울진 장날이다.
성당에 선우교육이 있어서 6월까지는 매주 토요일에 아이를 데리고 다녀야 한다.

차로 50분 되는 거리를 꼬불 꼬불 불영계곡을 따라 몸도 같이 휘두르고 간다.
성당에 도착하면 어찌나 어지러운지 주현이는 그만 토할 때가 종종 있다.

아이를 성당 교리실에 보내고 나머지 식구들은 장보러 나섰다.
토마토,방울토마토,가지,오이,수박,참외,고구마 모종을 샀다.

과일에도 워낙 종약,제초제를 많이 치는터라 아이들 간식거리를 넉넉히 준비한 셈이다. 몇 낱 열릴지 몰라도....

아이들위해 이것 저것 고르는 무늬만 농부인 그이의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내일은 아이들과 먹을거리 심는다고 부산을 떨 박씨 일가를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

귀농을 허락하자 그이는 사표수리도 되지 않은채 차 먼저 처분했다.
지금 차는 농촌에서 너무 사치스럽다고.

그래 구입한 것이 포터 더블캡이다.
앞에 여섯 명이 탈 수 있는 트럭.

그 트럭을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것을 보고 그만 혼자 울었다.
처음 그 트럭을 타고 나가는데 얼굴이 화끈거리고 몸둘바를 몰라 하는데 아이들은 좋단다.
뒤에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다나.

처음 그 트럭을 타고 광화문에 있는 한국생산성본부에 원고갖다 주러 가는데 내내 우울했었다.

옆에 탄 남편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창 밖을 보니 다 나만 쳐다보는 것같고 괜히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이 표정은 나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듯했다.

그리고 귀농!!!

귀농 후에는 처음보다 조금 덤덤해지긴 했지만 솔직히 아무렇지 않은듯하지는 않았다.

손도 그을릴대로 그을리고 나물캐고 고추심느라 갈라지고 터져 시장이나 성당에서 무엇을 집으려다가 내 손에 내가 놀라 움츠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내 산골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산골차림에는 그 터진 손이 너무 자연스러우니까.

우리는 흔히 나 위해서 산다고 한다.
그리 강조하는 걸보면 남위해 사는 부분 또한 크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어떨까'하는 마음에 집착하다보면 우선 주체성을 잃게 되고 겉치레에 치중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 내가 얼마만큼 주인으로서 자리잡고 있느 하는 것이다.

내가 중고트럭을 타고도 행복하면 그만이고 다 갈라진 손으로 다녀도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으면 그만이다.

처음에는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았는데 이제는 일치되어가고 있다.

도시에서 좋은 차타고 좋은 옷입고 다니면서 제일 행복해했는가.
불평도 없고 자식,남편에게 만족하며 살았는가 반문해 보고 싶다.
몸뚱아리의 주인인 마음이 평화로운가가 문제라고 본다.

우리 산골에 심심잖게 손님이 찾아온다.
가족이나 부부가 올 때가 많은데 대부분 남자는 이 생활을 동경하는 눈치인데 부인은 거침없이 "이런데서 살으라면 난 못살아요"한다.

이곳이 사람살 데가 아닌가? 듣고 나면 이내 마음이 언잖다.
그럴 때 묻고 싶다.

"그대는 도시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인가?"

난 말이다.
우리 하늘마음농장에 오는 다른 이들이 평화롭기를 바란다.
이곳에 돈을 벌기 위해 오지 않았다.

돈은 도시에서 버는 편이 훨씬 고상하고 빠르다.

그러나 나만이 평화롭기 보다는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평화를 맛보기를 바란다.
도시에서 찌든 때를 벗어버리고 싶을 때 조용히 마음을 감싸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그저 바람처럼 왔다가 세속의 모든 가슴앓이를 내려놓고 갈 수 있도록 빈 자리를 마련해 놓고 싶다.

지금 이 순간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달라이라마는 말했다.

"진정한 자비심은 물질을 나눠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라고............

*******************************
비가 안온다고들 야단이다.
아닌게 아니라 마늘들도 삐죽 삐죽 고슴도치 가시처럼 쑥쑥 돋아나더니 얼굴이 노래가지고 땅만 쳐다보고 있다.

길가에 뿌려둔 조그만 꽃씨들도 꼭꼭 숨어 어디에 있는지 찾지도 못하고 있다.
하늘을 본다.

별들이 소풍나온듯 여기 저기서 보물찾기를 하고 있다. 내일도 나의 이웃에게 물주기는 틀린듯하다.

내일은 하다못해 물을 길어다가라도 먹여야겠다. 마늘,채송화,목화,홍화,매실나무에게....................


2001년 오월 13일에
개구리소리 요란한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   [산골편지]   |  2009. 7. 1. 02:36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법정스님께서 이해인 수녀님께 "수녀님은 그래 시를 쓴다고 하면서도 기껏 아는 게 뻐꾹새 소리밖에 없느냐"고 핀잔을 주시며 일일이 새이름을 구별해 가르쳐 주셨다듯이 나 역시 새소리는 뜸부기,까치,까마귀 소리밖에 모른다.

또 설령 열심히 알려줘도 그 소리가 그 소리같고 그 모습이 그 모습같아 난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 뿐인가.
나물이름,들꽃이름도 매한가지다.

특히 나물은 더 까막눈이라 왼손에 샘플을 들고 다니면서도 똑같은 것 뜯기가 여간 능력에 부치는 것이 아니다.

이웃 형님의 놀림도 놀림이지만 이곳 산골에서 뿌리내릴 사람이다보니 내 자신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오늘은 샘플로 뜯어 준 것이 시들어 꼬부라지도록 똑같은 것을 못뜯었다.
나물과 새와 들꽃들과 정말 친해지고 싶은데 잘 안되니 그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

부모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공부는 엄마주려고 하니? 너 위해서 하지."

내가 한국생산성본부 첫 여자 연구원으로 입사했을 때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난 사실 학교다닐 때 정말이지 엄마위해 공부할 때가 많았어. 그 정도로 엄만 내게 헌신적이셨지."

그 말은 사실이었다.
여느 엄마가 자식에게 헌신적이지 않을까마는 얼굴이 안개꽃처럼 하얀 내 엄마는 당신은 없고 오직 자식만 있었다.

어쩌다 한 겨울 새벽에 도서실가는 것이 귀찮아 포기하려다가도 내 에미 새벽부터 도시락 싸놓고 자식 머리맡에서 시계 초세고 계시는 모습이 가슴저려 졸면서 도서실갈 때가 부지기수였다.

또 개인주택에 산 탓에 한 겨울 자식이 신을 신발을 미리 방안에 갖다놓으시고는 혹여 덜 따뜻할세라 당신 옷으로 덮어두시는 엄마를 생각하면 도서실에서 잠시 졸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곤했었다.

그 덕에 이 머리로 대학.대학원을 수석졸업할 수 있었다.
엄마는 늘 "여자도 많이 배워 활동적인 여자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유학도 자신있으면 해보라고 부추겨서 아버지에게 시집이나 보내지 쓸데없는 소리한다며 핀잔을 들으시기도 했다.

결국 일본유학을 계획하고 사전답사도 다녀왔었다.

그러던중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느라 유학을 덮어놓고 있었다.
몇 달 전에 풍을 맞으신 엄마를 보기 위해 서울에 갔었다.

시원찮은 발을 끌며
"막내야, 그 때 유학을 더 서둘러 보냈더라면 벌써 다녀왔을텐데...."하셨다.
산골에 들어가 뙤앝볕에 고추밭매고 나물뜯는 막내딸이 가슴에 저려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아 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며 눈에서 맑은 물을 흠치셨다.

그 때 내 가슴은 두릅나무 가시보다도 더 큰 가시가 파고드는 것같았다.

그 때 보았다.
우리 고추밭골보다도 더 깊이 깊이 패인 엄마의 주름을...

그도 그럴 것이 엄마는 충청도의 어느 종가집 맏며느리셨다.
머슴까지 13명의 뒷치닥거리를 다 해야 하는 전형적인 종가집.

이러다가 딸 다섯을 다 시골남자와 결혼시키겠다 싶어 밤마다 아버지 옆구리찔러 서울가자 하셨었단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하시던 아버지도 결국 엄마의 끈질긴 설득끝에 아이들을 서울에서 공부시켜 서울남자와 결혼시키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그때 난 코흘리개였고.

그랬더니 결국 막내딸이 다시산골로 들어가 농사짓는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그 에미의 가슴은 어떠했을까.

그 생각만 하면 어느새 목구멍이,목구멍이 불덩이로 막히는 것같다.

병든 엄마가 보고싶을 때마다 읽는 글이 있다.
피천득님의 '엄마'라는 글이다.

"엄마가 나의 엄마였다는 것은 내가 타고난 영광이었다....내 기억으로는 그는 나에게나 남에게나 거짓말한 일이 없고,거만하거나 비겁하거나 몰인정한 적이 없었다.
내게 좋은 점이 있다면 엄마한테서 받은 것이요,내가 많은 결점을 지닌 것은 엄마를 일찍이 잃어버려 그의 사랑 속에서 자라자지 못한 때문이다."

이 글을 맨 처음 읽었을 때 많이 울었다.
이 밤에 혼자 중얼거려본다.

'엄마 나도 엄마가 내 엄마라는 사실이 영광이야. 사람은 어느 하늘 아래에 머리를 두고 살든 착하게 넉넉한 마음으로 살면 행복한거야. 엄마, 너무 마음아파 하지마.'

******************************
오늘은 과꽃같은 우리 엄마가 보고싶을 때 보려고 과꽃씨를 뿌렸다. 가뭄에 말라죽지 않고 흐드러지게 피어 이 산골이 엄마의 향기로 가득찼으면 좋겠다싶어......

도시에 있을 때에도 글을 썼었다. 책으로 내서 울 엄마에게 드리려고..... 이 곳 산골에 와서 더 열심히 쓰고 있다.

오늘따라 하늘에 별도 몇낱없다. 모두 지에미 품에 들어가 자는가보다. 바람도 자고 텃밭의 마늘들도 자겠지.
나도 자기 전에 병든 엄마에게 목소리 공양을 해야겠다.


2001.5.13일
엄마가 무척이나 보고싶던 날에.

산골에서 배 소피아.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내가 산골로 온 이유
+   [산골편지]   |  2009. 6. 27. 00:04  

1월은 가고, 2월은 도망가고, 3월은 사라진다고 한다.
바람이 제법 쌀쌀한 것을 보니 겨울이 봄에게 자리를 내어 주기 싫어 앙탈을 부리는 듯하다.

봄,여름,가을,겨울이 어우러질듯하다가도 각자 제 밥그릇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는 것같다.

이곳 산골에서 제일 먼저 피는 꽃은 생강나무 꽃이다. 개나리보다 작으면서 색깔은 옅은 노란색이다.
역시 "작은 것이 아름답다."

그렇게 거칠게 굴던 바람도 아침 9시가 지나 햇살이 쪽마루에 나자빠질 때가 되면 이내 소문도 없이 꼬리를 감춘다.

******************
이곳 산골에 둥지를 튼지도 10개월이 되었다. 처음에 이사와서는 짐은 풀었는데 마음을 풀지 못하고 움켜쥐고 있었다.

하기야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루소처럼 우기던 남편은 정작 사표가 반려되고 계속 수리되지 않아 나 먼저 이 산골로 이사와야 했으니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남편은 서울에서, 나와 아이들은 이곳 산골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결국 그이는 한 달 후 대기업 과장의 자리를 미련없이 버리고 이곳 산골에 합류했다.
남편의 산골로의 귀농이유는 어찌보면 간단했다.

남을 밟고 올라가야 내가 서는 생활, 순수한 마음으로 살기보다는 잔머리와 이기적인 생각으로 정년 퇴직때까지 직장생활하다가 죽는다는 생각을 하니 빨리 이 이기적인 도시를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둘째 이유는 내 아이들 만큼은 여러 학원 뺑뺑이질 시키지 않고 자연을 닮고, 자연을 친구로 여기고, 흙을 밟고 살게 하고 싶다는 이유가 다였다.
모두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나 역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던터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여러 날을 고민했다.
결국 아이들 문제때문에 더더욱 결정이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컸을 때에는 지금보다 정서가 가장 중요시되는 사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건 모험이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았다.

남편의 가치관이 뚜렷했고, 지금까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주었고,나름대로 인정받는 모습만 보아왔다.

또 아이들을 자연에서 키우고 싶다는 열망은 나 역시 대단했던 터였다.
거기에 나는 성당에 다니지만 평소 존경하는 법정스님의 무소유와 자연사랑의 철학이 귀농결심에 일조를 하게 되었다.

법정스님은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곧 자기답게 사는 것이다.
자기답게 거듭거듭 시작하며 사는 일이다. 낡은 울타리로부터,낡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거듭거듭 둘레에 에워싼 제방을 무너뜨리고라도 늘 흐르는 쪽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봄에 나와 모든 이에게 묻고 싶다.
"그대는 흐르는 쪽으로 살고 있는가?"

2001.4.11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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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나만의 공간이 있는지...
+   [산골편지]   |  2009. 6. 22. 00:30  

2007년 6월 12일

햇살이 따가워 밭에 나가기 겁이 납니다.
챙 큰 모자를 쓰고 그것도 모자라 거기에 수건을 둘러 씁니다.

귀농 전, 여행을 가다 만나는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저 밭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은 챙 큰 모자에 왜 또 수건을 둘렀을까?
그 궁금증이 귀농하고 풀렸습니다.

두 가지 이유입니다.
하나는,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지 말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모자로 가리기 부족한 얼굴 측면으로 내리 꽂히는 햇살을 막아보자는 심산이지요.

귀농 초에은 그 수건이 답답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수건 안의 그늘이 또 하나의 세계를 이룹니다.

나만의 그 작은 그늘 안 세상에서 난 위안을 얻습니다.
지금의 나를 벌겨 벗겨 보고, 내일을 어림잡아도 보고, 작은 그늘을 닮은 작은 희망의 싹도 틔웁니다.

챙 큰 모자 아야기에 너무 진도가 오버됐습니다.

하여간 챙 큰 모자에, 긴 팔 옷에, 다시 긴 난방을 덧입고 나섭니다.
한참 밭 일을 하다 쉬는 시간...
얼굴로 쏟아지는 땀을 닦으며 햇살을 지청구 하다가 길고 긴 장마철을 생각합니다.

방에도, 마루에도, 마당에도, 옷에도 온통 습기가 진을 칩니다.
젖은 수건은 마를 줄 모르고, 인간의 힘으로는 부족하던지 기계의 힘까지 빌려 짜 널은 빨래는 마르기는커녕 더 무거워집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사람까지 습해져서 생각까지 눅눅하게 가라앉습니다.

어서 이 시간이 자나갔으면 하고 입을 씰룩이다가도 장마철을 떠올리며 오늘 이 햇살을 내 몸에 난 모공마다 감사히 찔러 넣어둡니다.

장마철 대비 작업 중 하나가 되었으니 많이 시골 생활에 지혜로워졌지요??

뙤약볕 아래 잠시 쉬며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지금 그대만의 어떤 공간을 갖고 있는지요?? 그 공간에서 내일을 꿈꾸고 희망을 일구고 있는지??"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나를 가위 눌리게 하는 일
+   [산골편지]   |  2009. 6. 21. 00:57  

2007년 5월 27일

선우와 초보농사꾼이 한 조, 나와 주현이가 한 조로 목욕탕에 갔다.
정해진 시간에 접선해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잔디꽃이 화려하다.
평소에는 풀인 것처럼 위장을 하고 있는 그다.
겨우 뽑혀져 나가지 않을 정도로 국으로 있다가 봄이 되면 냅다 핑크빛 꽃을 터뜨려 화려함을 과시하는 꽃이기도 하다.

차 안에 올망졸망 앉은 산골가족이 모두 조용하다.
모두가 나처럼 잔디꽃에 침흘리는 것 같지는 않은데...

산골에 도착하여 마루에 앉으니 아들 선우가 옆에 와 앉는다.

"엄마, 오늘 마음이 그랬어요."

얘기인즉, 목욕탕에서 아빠가 자기 등을 밀어주시는데 예전같지 안더란다.
예전에는 등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문질러서 기겁(선우는 이 표현을 잘 한다)을 했었단다.

눈물이 쏙 빠질 지경이라 원망스럽기도 했다고...
그런데 이번에 등을 밀어 주시는데 때를 밀어 주시는 건지 등을 긁어 주시는 건지 모를 지경이더란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단다.

요즘 아빠가 '테니스 엘보'로 양쪽 팔이 많이 아프신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제 아빠도 늙으시는구나'하는 생각에  등이 아프지 않은 것이 하나도 좋지 않더란다.

등껍질이 벗겨지게 밀어 주셨던 때가 차라리 그립다고...
그래서 아빠 등을 오래오래 문질러 드렸단다.

이제 다 컸다.

칠흑처럼 어둔 밤에 바깥 마루에 앉아 아까 선우가 했던 말이 귓구멍에 걸려 풍경소리보다 더 찐하게 가슴을 들깨운다.
어린 중3 아들 놈의 생각은 젓갈처럼 곰삭아서 내 영혼을 두드리는데 에미라는 자의 생각은 그 나이값을 하고 있는지...

아이들이 내 스승이다.
그들은 가끔 오늘처럼 나를 가위 눌리게 하고, 잠못들게 한다.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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