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7일
아침을 먹는둥마는둥하고는 진주로 달렸다.
울진에서 진주를 가려면... 최소한 다섯 시간은 기본이다.
서둘러 진주로 향했고 볼일을 보고 날이 어둡기 전에 주현낭자 혼자 있으니 산골로 달려와야 했다.
진주에서 볼일을 보고 바로 뒤돌아 저녁도 거르고 달려오는데 전화가 왔다.
퇴비가 왔다는 거다.
이번 퇴비는 군에서 일부 지원하고 농부가 일부 자부담을 하는 퇴비다. 물론 농협퇴비도 일부 지원하고 자부담으로 받았지만...
그래서 옆에서 들으니 마당에 쌓아놓고 가라고 했다.
인수증을 받아야 한다기에 우리가 달려갈테니 그럼 그 시간에 맞추어 와달라고 하는 초보농사꾼.
그럼 서울이라도 갔으면 어쩔뻔했는지..
어찌나 초보농사꾼이 고무탄내 나도록 달리는지 터널 안에 사고나서 나와 있는 사람을 칠뻔했다.
......................
미리 연락주면 좋으련만 이 늦은 시간에 온다고....
들려야 할 곳도 있었는데 안들리고 초보농사꾼은 그 퇴비때문에 가야 한단다.
부랴부랴 산골로 접어들었더니 퇴비차가 먼저 와 서있다.
문제는 그 퇴비는 사람이 쌓아 주는 것이 아니고 그냥 쏟아붓는 거란다.
그런 차가 온 것이다.
난감해 하는 초보농사꾼.
지금이 4월 중순이 넘은 시기에 퇴비가 온 것이다.
그것도 전량이 온 것이 아니라 일부만...
퇴비를 뿌리고, 트렉터로 치고, 다시 골을 타고 , 비닐을 펴고 ,그리고 심는다.
농사의 가장 초기 단계에 퇴비가 필요하다.
우린 지난번 농협 퇴비를 주문해서 급한대로 퇴비를 썼다.
오늘 온 퇴비는 일부만 쓰고 차곡차곡 쌓아놓아 주면 갑바로 덮었다가 내년에 써야 한다.
이 다음에 올 퇴비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쓰레기 붓듯 부어놓고 가게 생긴 것.
퇴비가 400포다.
한 포에 20키로 그램이다.
그러면 8톤이나 되는 퇴비를 초보농사꾼이 혼자 쌓아야 한다.
일단 쌓아야 내년에 쓸 수 있다.
또 설령 올해 쓴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부어주는 것이 아니고 농부들의 세레스에 쌓기 좋도록 쌓아주면 농부의 힘이 훨씬 덜 든다.
농협 퇴비는 그렇게 쌓아주고 갔다.
(위의 사진은 농협에 주문한 퇴비이다. 이 퇴비를 밭에 뿌리고 있었다. 군퇴비가 안와서...)
퇴비를 싣고 온 분이야 무슨 죄가 있는지...
하여간 상황만 설명하고 싶다.
일체 이런 일은 홈에 올리지 못하게 하는 초보농사꾼이다.
이 글도 어쩌면 삭제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여 쏟아 놓고 간 퇴비.
8톤이 널브러져 있다.
그것을 쏟는 과정에서 퇴비는 터지고 찢어지고...
400포의 인수증에 싸인을 해달라고 한다.
400포를 누가 확인할 수 있는지..저 상황에...
거기에 수량 확인도 안되는 상황에서 사인하는 초보농사꾼.
안그래도 테니스 엘보가 도져서 고생하는데 안해도 될 퇴비를 8톤을 쌓아야 한다.
다시 오는 더 많은 퇴비는 어쩌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초보농사꾼이 일체의 언급을 못하게 한다.
지금껏은 산골에 살면서, 농사지으면서 이런 일들이 생겨도 일체 홈에 언급을 못하게 해서 안했다.
일체 안했다.
지난번 농협퇴비를 받을 때에도 농협에서 우리 퇴비( 500포, 즉 10톤이다. )를 이장님이 그댁 마당에 내려 놓으라고 했다고 거기에 내려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장님은 없어지면 모르니 빨리 가져가란다.
10톤을 세레스로 싣으려하면 ....상상도 하기 싫다.
10톤이나 되는 퇴비를 주문한 사람집에 가져다 주면 될 일이다.
1톤도 아니고 10톤이나 되는 퇴비...
그런데... 거기에 다 내려놓고 빨리 가져가라니...
그 일은 농협과 이장님 사이의 의사전달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거기서 죽어나는 사람은 초보농사꾼이다.
이것도 깊이 얘기할 수가 없다.
10톤을 초보농사꾼이 들어 올려 와야 할 판이다.
초보농사꾼은 어찌 실어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눈치였지만 내가 그렇게는 못한다고 했다.
말이 10톤이지 그것을 사람 혼자 1톤 차에 실어 나른다고 생각해 보라.
이 일 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좋게 좋게 말 안하고 넘어가면서 살아보니 죽으라 고생만 하지 누구하나 총대매고 실수를 인정하는 사람 하나 없으니 개선책은 커녕 잘못 된 일이라는 인식조차 안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일단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국 일단은 농협에서 미안하다며(농협에서만 사과할 일이 아니었건만) 다시 10톤을 차를 실어와 집에 내려주었고 초보농사꾼이 차에 싣기 좋도록 쌓아주고 갔다.
그리고 다시 이 군 퇴비가 문제가 된 것이다.
이 일 역시 홈에 언급도 못하게 했다. 초보농사꾼이..
모든 일이든 다른 사람과 걸린 일은 아무리 속이 숯검뎅이가 되도 말을 못하게 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잘못 된 일을 개선해 나가자는 생각이 우선이다.
무엇이 어찌 되었든 지금 내 심정은 앞으로는 말이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 뿐이다.
농민의 소리도 귀기울이기를...
조금만 신경쓰면 될 일을...그래야 개선되고 농촌이 나아지고 그래야 젊은 귀농자들이 많이 들어와 마을마다 기저귀가 휘날리는 영광의 날을 맛볼 수 있다.
그 뿐이다.
지난번 농협퇴비도 말안하고 그냥 10톤을 죽으라 나른다고 한 것을 그렇게 못한다고 한 것은 앞으로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다시 군에서 이렇게 늦게 퇴비가 나오면서 8톤을 쏟아 놓고 간 것이다.
더는 할말이 없다.
그저, 농촌이 나아지길...
조금이나마 농민의 입장에서 무엇이든 생각해 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리고 퇴비 뿐만이 아니고 여러 가지 일에서 농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 시스템이 이리 돌아가는 농촌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귀농을 희망하는 분들도 알아야겠기에 적어본다.
퇴비차가 돌아가고도 10시간 이상 운전하고 진주다녀온 초보농사꾼이 집에 들어가지 않고 멍하니 어둠 속에 넋이 나가 서성이고 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