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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아낙의 산골편지--초보농사꾼 몰래 해야 한다.
+   [산골편지]   |  2009. 4. 18. 23:48  

2009년 4월 9일

산골엔 이제부터 진달래, 매실꽃이 한창이다.
다른 지역에서 꽃이 피었다고 호들갑을 떨 때 산중의 그것들은 침묵수행을 하다가 다른 지역의 꽃들이 지고 그와 동시에 열광하던 사람들의 기운이 다 떨어졌을 때 서서히 꽃망울을 터뜨린다.

좋게 얘기하면 '느림의 미학'이고
조금 거시기하게 표현하면 산골 아낙처럼 '뒷북'이 아닐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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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선우가 고딩이다 보니 마음이 많이 쓰인다.
마음만 쓰였지 고딩 엄마라고 하여 다른 엄마들처럼 모든 것을 들이대주는 과도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쓰인다는 것은 안스러움이 절반이다.

그래서 읍에 갔다 산골로 왔다 하는 날이 많다.
그 와중에 농사 일도 시작되었고, 작은 공사로 일하시는 분도 점심도 걸려있었다.

읍에 일이 끝나지 않아 도저히 점심 시간 전에 산골에 도착할 수가 없었다.
마음만 탔다.
결국 오후 1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점심은 물건너 갔고, 부랴부랴 발송 준비를 하고 아침겸 점심을 먹었다.
배가 고픈지 쓰린지...
 잘 넘어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속이 삐졌나 보다.

대충 먹고 서둘러 새점밭으로 갔다.
초보농사꾼이 일하고 있기때문에 ...
거의 다 했고 나머지는 퇴비주는 일이니 그냥 집에 가란다.

다시 15분을 달려 산골로 왔다.
시간은 5시
서둘러야 한다.

초보농사꾼이 내가 거름펴는 것을 싫어하니 그가 없을 때 호수밭에 퇴비를 뿌리러 올라갔다.
초보농사꾼이 군데군데 퇴비를 쫙 깔아 놓는 것까지는 했는데 이리뛰고 저리뛰어 다니느라 퇴비를 뿌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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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10년차다 보니 가락은 좀 있어서 올라가기 전에 칼이랑 장갑 그리고 삽, 물 등을 준비하여 올라갔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퇴비 봉투를 칼로 가르는 일이다.
엑스자로 가르면 퇴비 봉투의 구석에 있는 퇴비까지 알뜰히 털어 낼 수 있다.

그렇게 한참을 다니며 칼집을 내어 놓는다.
그런 다음에는 그 비닐을 홀라당(순식간에 해야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아 뿌리기에 좋다) 그 자리에 쏟아놓는다.
비닐은 한데 모아 밭가에 돌로 눌러놓는다.
바람에 비닐이 날아가면 그것 잡으러 다니는 시간이 꽤 걸림을 몇 번 현장실습(?)을 하고 나니 이제는 단단히 눌러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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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쏟아놓은 퇴비를 이제는 콩고물을 뿌리듯 골고루 뿌려주면 된다.
그러나 콩고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쥐는 힘이 유독 없는 난 사실 삽 무게만도 버거운데 그 놈의 퇴비 무게는 또...

그러나 지금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
초보농사꾼이 새점밭 일을 끝내고 돌아오기 전에 조금이라도 뿌려놓아야 그의 고생을 분담할 수 있다.

삽으로 이리저리 뿌리다 보니 우리 산골소녀 주현 낭자가 올 시간이다.
오늘은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잡채를 해주려고 다짐다짐을 했는데 그것도 마음에 걸렸다.
왠 잡채냐 하면 얼마 전에 식당에서 산골아가들이랑 점심을 먹는데 그때 나온 잡채(사실 식당 잡채야 간장, 설탕으로 혀를 자극할 뿐 채소 등은 눈씻고 봐도 두어가닥 밖에 없다)를 너무 맛있게 먹는 거였다.

그게 맘에 걸렸다.
얼마나 잡채를 못해주었으면 저리 맛있게 먹을까...하고

그날 다짐을 했다.
내 무슨 일이 있어도 주현낭자에게 잡채를 해주리라... 그래야 내 맘이 편할 것같아서였다.

잡채가 그 잡채였는데 사실 이틀이나 미루어졌다.
공사하시는 분들 찬도 없는 점심을 해드리고 나면 밭이 부르고 일이 부르니..대낮에 우아하게 잡채를 하고 있게 되질 않았다.
그런데 오늘 못하면 잡채에 넣기 위해 준비한 채소들이 쉴 판이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니 삽이 부리나케 돌아갔고, 퇴비는 공중제비를 하고 땅에 나동그라졌다.
쥐는 힘도 없는 사람이 삽자루에 힘을 바짝 주고 어깨 높이보다 높게 지성껏 쳐올렸다.
그렇게 공중까지 날릴 필요가 없지만 보지도 않고 날리다 보니 공중에서 내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놈도 만만치 않았다.
마른 기침이 날 정도로 콧구멍도 생고생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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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열심히 삽자루를 뒤흔들고 거기에 박자 맞춰 퇴비가 공중에서 춤을 추다 보니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더 서두르면 저 언덕까지는 뿌릴 수 있을 것같았는데 바로 그때, 산골소녀가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이 째진 눈에 포착되었다.

"주현아, 엄마 여깄어. 금방 내려갈께~~~~~~"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놓고 이제는 퇴비만 보고 뒤로, 옆으로, 앞으로 퇴비를 날렸다.
이런 속도로 일하면 하루에 '전농토의 퇴비화'는 문제도 아닐 것같았다.
다만 허리랑 온몸이 박살이 나겠지만...ㅎㅎ

사람이 일 욕심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두어 포만 더 하고 내려가자'고 하며 욕심을 부리고 있는데 초보농사꾼이 다 썩은 트렉터를 답운재밭에서부터 몰고 기차 화통삶아먹는 소리를 내며 오고 있다.

얼마나 배가 고플까.
난 퇴비와 춤추던 박자를 멈추고 슬슬 바구니에 짐을 챙겼다.
1.8리터들이 쏘주병에 들은 먹다 만 물도 챙겨 넣고, 칼이랑, 삽, 장갑을 챙겨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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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퇴비를 마저 다 뿌리고 싶은데 내 계획대로 일을 하도록 다른 상황이 바쳐줄지는 모르겠다.

새들아, 너희들도 들어가 저녁해라. 난 오늘 잡채할꺼다..." 라고 퇴비뿌리는 동안 내 곁에서 도반이 되어 준 새들에게 저녁 인사를 했다.

짧은 시간 안에 조금이나마 초보농사꾼의 일을 거들게 되어 기쁜 마음에 자꾸 퇴비뿌린 밭을 돌아다 보며 내려왔다.

"새들아, 너희들도 들어가 저녁해라. 난 오늘 잡채할꺼다..." 라고 인사를 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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