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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나만의 공간이 있는지...
+   [산골편지]   |  2009. 6. 22. 00:30  

2007년 6월 12일

햇살이 따가워 밭에 나가기 겁이 납니다.
챙 큰 모자를 쓰고 그것도 모자라 거기에 수건을 둘러 씁니다.

귀농 전, 여행을 가다 만나는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저 밭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은 챙 큰 모자에 왜 또 수건을 둘렀을까?
그 궁금증이 귀농하고 풀렸습니다.

두 가지 이유입니다.
하나는,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지 말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모자로 가리기 부족한 얼굴 측면으로 내리 꽂히는 햇살을 막아보자는 심산이지요.

귀농 초에은 그 수건이 답답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수건 안의 그늘이 또 하나의 세계를 이룹니다.

나만의 그 작은 그늘 안 세상에서 난 위안을 얻습니다.
지금의 나를 벌겨 벗겨 보고, 내일을 어림잡아도 보고, 작은 그늘을 닮은 작은 희망의 싹도 틔웁니다.

챙 큰 모자 아야기에 너무 진도가 오버됐습니다.

하여간 챙 큰 모자에, 긴 팔 옷에, 다시 긴 난방을 덧입고 나섭니다.
한참 밭 일을 하다 쉬는 시간...
얼굴로 쏟아지는 땀을 닦으며 햇살을 지청구 하다가 길고 긴 장마철을 생각합니다.

방에도, 마루에도, 마당에도, 옷에도 온통 습기가 진을 칩니다.
젖은 수건은 마를 줄 모르고, 인간의 힘으로는 부족하던지 기계의 힘까지 빌려 짜 널은 빨래는 마르기는커녕 더 무거워집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사람까지 습해져서 생각까지 눅눅하게 가라앉습니다.

어서 이 시간이 자나갔으면 하고 입을 씰룩이다가도 장마철을 떠올리며 오늘 이 햇살을 내 몸에 난 모공마다 감사히 찔러 넣어둡니다.

장마철 대비 작업 중 하나가 되었으니 많이 시골 생활에 지혜로워졌지요??

뙤약볕 아래 잠시 쉬며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지금 그대만의 어떤 공간을 갖고 있는지요?? 그 공간에서 내일을 꿈꾸고 희망을 일구고 있는지??"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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