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27일
선우와 초보농사꾼이 한 조, 나와 주현이가 한 조로 목욕탕에 갔다.
정해진 시간에 접선해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잔디꽃이 화려하다.
평소에는 풀인 것처럼 위장을 하고 있는 그다.
겨우 뽑혀져 나가지 않을 정도로 국으로 있다가 봄이 되면 냅다 핑크빛 꽃을 터뜨려 화려함을 과시하는 꽃이기도 하다.
차 안에 올망졸망 앉은 산골가족이 모두 조용하다.
모두가 나처럼 잔디꽃에 침흘리는 것 같지는 않은데...
산골에 도착하여 마루에 앉으니 아들 선우가 옆에 와 앉는다.
"엄마, 오늘 마음이 그랬어요."
얘기인즉, 목욕탕에서 아빠가 자기 등을 밀어주시는데 예전같지 안더란다.
예전에는 등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문질러서 기겁(선우는 이 표현을 잘 한다)을 했었단다.
눈물이 쏙 빠질 지경이라 원망스럽기도 했다고...
그런데 이번에 등을 밀어 주시는데 때를 밀어 주시는 건지 등을 긁어 주시는 건지 모를 지경이더란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단다.
요즘 아빠가 '테니스 엘보'로 양쪽 팔이 많이 아프신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제 아빠도 늙으시는구나'하는 생각에 등이 아프지 않은 것이 하나도 좋지 않더란다.
등껍질이 벗겨지게 밀어 주셨던 때가 차라리 그립다고...
그래서 아빠 등을 오래오래 문질러 드렸단다.
이제 다 컸다.
칠흑처럼 어둔 밤에 바깥 마루에 앉아 아까 선우가 했던 말이 귓구멍에 걸려 풍경소리보다 더 찐하게 가슴을 들깨운다.
어린 중3 아들 놈의 생각은 젓갈처럼 곰삭아서 내 영혼을 두드리는데 에미라는 자의 생각은 그 나이값을 하고 있는지...
아이들이 내 스승이다.
그들은 가끔 오늘처럼 나를 가위 눌리게 하고, 잠못들게 한다.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