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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분 _해당되는 글 61건
2011.01.25   귀농편지,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역사여행 
2010.04.28   귀농편지, 달밤의 체조 
2010.04.23   귀농 KBS 2TV에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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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2   귀농풍경-이태석 신부님 프로를 보고 1
2010.04.09   귀농감동 
2010.04.09   귀농편지 마음이 급하다. 

 

귀농편지,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역사여행
+   [산골편지]   |  2011. 1. 25. 13:18  

 

2010년 12월

 

울진읍에 있는 울진고등학교기숙형 고등학교다.

울진고등학교에 다니는 딸 주현이가 기숙사에서 나오는 날이다.
2주에 한 번 나오는데다 이번에는 기말고사를 치르고 나오는 것이라 딸 아이도 지쳤을 것이라 미리부터 여행 운운한 사람은 나였다.

 

한 해가 가기 전에 조촐하게 네 식구 여행을 가리라.
그렇게 벼르던 날이 닥아왔다.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이런 저런 일로 내가 심신이 지쳐있었고, 몸살기까지 있어 오한이 들었다.


결국은 여행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이거 아이들에게 한 약속이라 자꾸만 목구멍이 걸렸다.

 

 

 

늦은 저녁에 초보농사꾼과 상의를 했다.
초보농사꾼이 그러면 일단 내일 아침에 결정하고 나서보잔다.


내일 결정하자고 한 것은 초보농사꾼이 요즘 야콘즙 작업을 하는데 그 타임이 새벽에 확인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그 야콘즙에 따라 아침에 출발할지를 결정하자는 거였다.

 

 


(▲ 퇴계 이황의  생가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태로 여행을 준비하는 것, 참 싫어한다.
여행이란 길을 나서는 것 이전부터가 여행이다.


여행 갈 생각을 하며 들떠하고, 행복해 하고, 칫솔, 수건, 치약 등을 챙기며 흐뭇한 웃음을 함께 가방에 담는 것부터가 여행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가장의 명령에 따라 일단 대기상태로 아침을 맞았다.


아침에 초보농사꾼은 일단 하던 일을 일찍 끝냈으니 떠나보잔다.
아이들이 신나서 어디로 갈 것인지를 검색하고 의견을 나눈다.

 

 

 

 


(▲ 주현이가 쓴 모자는 지아빠 모자다. 주현이는 머리가 작고 뒤가 짱구라 모자가 잘어울리는데 선우랑 나는 머리가 커서 모자가 전혀.ㅠㅠ)


 

그러나 오한이 드는 것은 여전한 나로서는 가방 하나에 수건, 치약, 칫솔, 양말 등을 챙겼다.
초보농사꾼이 혹시 자고 올 수도 있다는 말을 흘려서다.


자고 오게 되면 그래도 챙겨갈 것이 있어야 하므로 가장 기본이 되는 것만 챙겼다.
그 기본 중에 곰베개 인형과 무릎담요를 잽싸게 챙겼다.

 

그 두 가지는 내가 여행을 갔다 하면 차에 먼저 태우는 종목이다.
우선 여행지에서 딸 아이에게 이 베개를 베어주고 싶은 마음과 작은 담요는 가면서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이 담배를 피워 문을 열면 추우니까의 이유도 있지만 그 담요를 워낙 좋아해서, 이런 저런 이유에  여행 때에는 먼저 챙긴다.

 

두 아이가 시간이 조급한지 의견일치를 금방 본다.
안동으로 가서 이육사 문학관과 도산서원을 먼저 둘러보고 그러면서 다음 여행지를 고민해 보잔다.

 

둘은 이제 역사적 장소나 미술관 등에 관심이 늘 있었다.
에 살지만 방학때마다 서울에 가서 스스로 미술관, 전시회 등을 찾아다니고 느끼고 배우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커가면서 더더욱 그것을 중요시 생각하는 것같아 기특하기 그지없다.

 

 

 

 


(▲ 이황 생가 터에 선 딸 주현이와 나)

 

일단 오랜만에 네 식구가 한 차를 타고 나서는 여행이라 그 자체만으로 가족들은 여행에서 얻는 기쁨을 반 이상 얻었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도착한 곳이 퇴계 이황의 종택이다.


원래의 건물은 없어졌으나 1929년 옛 종택의 규모를 참작하여 지금의 터에 새로 지었다고 한다.

그 날은 가문의 행사가 있는지 관광객은 없고, 많은 분들이 장을 보아서 종택으로 분주히 들어가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먼저 그곳에 사는 분께 구경을 해도 되겠는지 어디까지만 구경하면 되는지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아이들도 그분들게 폐가 되지 않도록 조심조심 종택을 둘러보았다.
규모로 보면 그다지 웅장하지 않고 아담하게 오밀조밀지어져 옛 선비의 체취가 더 느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날씨는 아주 추웠지만 하나라도 더 보고 느끼려는 선우와 주현이를 보며 으스스한 몸으로 뒤따라간 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으로 종택을 둘러보았다.

 

 

 

 

다음 행선지는 이육사 문학관이었다.
민족시인, 저항시인, 독립운동가 이육사.. 본명은 이원록.

 

이육사가 수인 번호라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문학관에 도착하여 설명을 듣고 보니 부끄러움이 들었다.

나는 과연 민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거창한 그 무엇을 따지기 앞서 나 개인이 향기를 나누어야 할 때 얼마나 잽싸게 굴었는지 등이 떠올라 내 나이가 무겁게 느껴졌다.

 

 

 


(▲ 육사의 감옥생활)

 

아이들과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역시 문학관 구석구석을 정신 없이 둘러보며 감탄을 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문학관이 너무 현대적 냄새가 강하다는 것이다.


향토적 색채를 감안하여 지었더라면 시인을 느끼는 마음도 더 푸근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 점을 안내하는 분께 말했더니 더러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고, 자기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아쉬워했다.

또 한 가지는 문학관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표지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오만가지 표지 중간에 끼어있어 눈을 부릅뜨고 찾지 않으면 안된다.


과연 민족시인을 찾아가는 길 표지가 그렇게 사적인 표지와 끼어져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아쉬움이 남았고 아이들도 맞다며 맞장구를 쳤다.

 

 

 

 

아들 선우는 이육사 문학관에 도착하기 전에 시인의 작품 “교목”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무지 좋아하는 시라고...시를 읊으며 행마다 가슴 절절함을 토로했다.

<<교목>>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이니리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

 

 

 

 

 

오한이 들어 칭칭 감고 껴입은 옷에도 한기는 계속 나를 괴롭혔다. 그래도 아이들과 이런 감동적인 곳을 여행한다는 것이 더없이 좋았다.
(죽어도 살쪘다는 소리는 안한다. 난.)

 

간단히 이육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육사


조부에게서 한학을 배우고 보문의숙을 거쳐 도산 고립보통학교를 졸업했다.
1924년 일본으로 유학했다가 관동대지진을 겪은 후 귀국하여 대구에서 문화활동을 벌였다.
그후 중국 북경 등지에서 유월한국혁명동지회에 참가해 조직활동을 펼쳤다.


1927년 여름에 조재만과 동행해 귀국했으나 장진홍의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대구형무소에서 1년 7개월간 옥고를 치렀고 그때의 수인번호 이육사를 따서 호를 ‘육사’로 지었다.


중국으로 갔다가 귀국, 다시 체포되어 북경으로 압송, 이듬해 마흔의 나이에 북경주재 일본 영사관 감옥에서 순국했다. //

 

 

 

 


(▲ 육사의 모습)

 

맨 먼저 들어가면 육사의 가시밭길 같은 생애를 재구성한 영상자료를 상영해주는데 그것을 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촉촉해졌다.

선우와 주현이는 ‘여기 오길 정말 잘 했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는지 모른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이런 배움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대견하여 한참을 두 녀석 말에 귀기울였다.




(▲ 아들 선우와 딸 주현이는  여기 와 보길 정말 잘했다며 감격해 한다. )

 

그 문학관은 안내를 하시는 두 분의 애정이 절절하여 설명을 듣는 사람도 저절로 절절한 느낌이 드는 기분을 전염시켰다.
온 가족이 저와 같은 애정어린 마음으로 문학관을 찾는 사람들을 안내하는 문학관도 드물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 느낀 점은 아이들이 부모의 느낌을 닮아간다는 거다.
그러니까 더 정확히는 생각과 가치관, 보는 관점 등이 많은 부분 부모를 담아간다는 사실...


더더욱 조심하고, 노력하며 살 일이지 싶다.

 

 

 


(▲ 육사가 사용했던 안경과 친필)

 

문학관을 나오면 아이들에게 이육사의 시집 한 권과 그 분의 시 달력도 하나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다음은 이황의 묘를 찾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표지판이 없다.
어디에도 안내하는 글 하나 없는 곳에 묘가 있었다.

아쉬움이 너무 컸다.

 


(▲ 이황의 묘소)

 

그 묘를 찾기 전에 조금 산으로 올라가니 하나의 커다란 묘가 있었는데 선우와 난 그 묘가 이황의 묘인줄 알고 그것에서 조금 있다가 내려오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하여 저 아래 마을의 사람에게 소리소리 지르며 물으니 한참 더 올라가란다.

 

가파른 산길을 한참 올라가니 거기에 이황의 묘가 있었다.
선우는 감격스러운지 한참 무덤을 둘러보고, 무덤 앞에 앉아보고 , 석상들을 어루만져보고 감격해 했다.

 

 

 

다음은 서둘러 도산서원으로 향했다.


퇴계 이황이 서당을 짓고 유생들을 가르쳤던 곳이며, 사후에 이황의 위패를 모시고 그의 학덕을 추모하기 위해 그의 문인들과 유림이 세웠다는 곳이다.

 

한참을 걸어서 가는 흙길이 참 고왔다.
길 한 쪽으로 유유히 휘감아 흐르는 강은 살얼음 그림자 등으로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러 선우, 주현이의 환호를 불러내기에 충분했다.

 

 

 


(▲ 딸 주현이와 나)

 

서원 한 쪽에는 이황이 직접 지었다는 도산서당이 있었다.
아주 아담하게 지은 작은 공간이었고, 문화적 가치가 뛰어나 눈으로만 보기에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나는 조심조심 혹여 닳을세라 눈으로만 보았다.
또 그 앞에 들어가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팻말도 있었다.

 

그렇게 구경을 하고 위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찰나,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안으로 들어가고 술래잡기를 하는지 난리가 났다.
이럴 때 못참는 성격.

 

거기에 들어가면 안된다고 멀리서 소리를 질렀더니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말
“야, 들어가지 말란다.”하는 아이들 엄마의 소리.


그럼 바로 옆에 부모가 있었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아이들을 그렇게 두었다는 말인지.
그러니까 내가 그곳의 관리인인줄 안 것이다.
선우, 주현이도 몇 번이나 혀를 찬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부모라고 말을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구석구석 구경을 하는데 우리는 광명실이라고 쓰인 곳에 머물렀다.
양쪽으로 똑같이 건축물이 있는데 그것은 책을 보관하는 곳이란다.

 

 

 

 

 

동, 서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습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누각식으로 아주 높게 지었다.
광명이란 “많은 책이 서광을 비추어준다”는 뜻이라는 뜻이라며 아이들이 한참을 둘러본다.


책 욕심이 많은 우리 아이들로서는 책을 소중히 여기는 선비의 마음씀이 참 따뜻했던 모양이다.

도산서원을 나온 시간이 네 시.


아점을 먹고 나선 가족들이라 속이 허전했다.
그러나 서둘러 볼 곳이 있다며 간 곳이 경북 산림과학박물관이다.

 

주현이는 예전에 왔었던 곳이라며 다시 가보고 싶다고 좋아한다.
초보농사꾼이야 산에 사는 사람이니 당연히 구미가 당겼을 것이다.


선우야 무조건 보고 배우는 것을 좋아하니 코드가 맞았을 것이고...

 

 

 


(▲ 도산서원, 책을 보관하는 서고)

 

다만 산골아낙 나만 오한이 심하고 편두통이 심해 차에 남아있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박씨 일가들이 안나온다.


푹 빠진 모양이다.

또 호기심 많은 초보농사꾼이 갔으니 얼마나 꼼꼼히 보고 느낄 것인가.
이제 해가 지고 있고 차 안은 추위에 물들었다.


안그래도 오한에 추위에...

기동을 걸려고 보니 키가 안꽂혀 있다.
초보농사꾼이 습관적으로 빼 간 거다. 아이고...


(▲ 선우가 부러운듯 오래 쳐다본다. 이황이 책의 습해를 방지하기 위해 높게 지었다는 서고)

발도 시려오고 머리는 더 아파오고...

 


세 박씨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차에 올라도 난 아, 소리도 못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키를 빼 간 것을 안 초보농사꾼.
서둘러 밥먹으러 가잔다.


그러면서 일단 밥먹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오늘 많이 보았고, 날씨가 점점 추워져 산골생각들이 간절한 모양인지 다른 두 어린 박씨도 집에 가자고 한다.

 

오면서 숯불에 독특하게 굽기로 유명한 집이라는, 그런 집에 꼭 붙어있는 또 하나의 문구 어디 어디 방송에 나왔다고...그 집에 들어가 저녁을 먹었더니 그제서야 얼었던 발이 녹는다.

 

그렇게 다시 산골로 돌아돌아 오는 길.
아이들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소중하고, 느낌이 강하고, 유익한 여행이었다며 기회되면 또 나서잔다.


(▲ 이런 여행을 좋아하는 아들 선우와 주현이가 참 기특하다.)

 

교육이라는 것,


꼭 학교에서 언어영역, 수리영역, 외국어 영역, 사탐영역이라는 글자에 열을 올려야 함은 결코 아니라고 느꼈다.

 

아이들의 각각의 연세에 맞게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감탄하게 해주어야 하는 그런 교육이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이 아닐까.

 

이육사라면 다 민족시인, 청포도 어쩌구 저쩌구 외워서 다 아는 분이지만 직접 그 분의 생가를 보며, 그 분의 일대기를 설명들으며, 그 분이 쓰던 안경, 친필 원고 등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교과서에 들어있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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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편지, 달밤의 체조
+   [산골편지]   |  2010. 4. 28. 19:25  

 


2010년 1월


겨울과 다른 계절을 구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람'이다.
다른 계절엔 뜨뜻미지근하게 주구장창 바람이 분다면 겨울의 그것은 한몫에 온다는 거다.


이것 역시 귀농 10년차에 깨달은 것이다.


깨달았다고까지 하면 좀 뻐근하고 알아차렸다고 할 수 있다.

겨울에도 산골에서 밤에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있는데 그건 배드민턴이다.
산골의 한밤중에, 외등 아래서...


그런데 날은 하늘의 별들도 추워 나와 있지 않을 정도로 쌀쌀 맞지만 바람 한 점이 없다.
실바람도 없다.


그러다 어느 날은 뭔 심사가 뒤틀리는지 불어재끼려 들면 금방이라도 차가 코 앞에서 멈출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숲이 찻소리를 낸다.
그런 날은 자주 통창으로 밖을 내다 보게 된다.
누가 왔나 해서...


오늘도 바람의 심사가 안녕하신지 재미지게 산골소녀와 배드민턴을 쳤다.

안그래도 새 학기부터 고등학생이 되는 주현낭자.


이곳에서 원하는 울진고등학교에 가느라 나름대로 애를 썼던 주현이가 날아오를듯 배드민턴을 친다.

한밤중에 신났다고 딸이랑 악을 써도 누가 뭐랄 사람 없으니 좋다.


룰을 어겼다며 서로 목에 핏대를 올리고 시비를 가려도 누가 뭐랄 사람 없으니 좋다.

이 깊은 산골에 달밤의 체조로는 배드민턴 이상 없다.


그런데 누가 뭐랄 사람은 없지만 가을에는 나보다 더 부지런한 다람쥐, 가끔씩 토하는듯한 소리를 내며 짝을 찾는 노루, 개사료에 늘 눈독을 들이는 까마귀, 꿩, 아침이면 모닝콜을 해주는 새들에게는 공해가 될 수 있을테니 좀 자중하며 달밤의 체조를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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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KBS 2TV에서 보세요
+   [산골풍경]   |  2010. 4. 23. 20:0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제와 그제 촬영을 했습니다.
방송은

토요일 24일 KBS 2TV의 '오늘'이라는 프로라고 합니다.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에 한다고 합니다.




촬영이 있는 날 서울에서 다섯 분의 손님이 오셨지요.


손님께 최선도 못하고 촬영도 그렇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음이 쓰였습니다.

손님들과는 야콘즙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촬영이 급해서 오랫동안 함께 하지 못했어요.
그게 죄송하더라구요.


물론 사전 전화를 하셨기에 촬영이 있다고 했는데 그래도 오신다고 하시긴 했어도 손님인데...

물론 처음 뵙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것을 어제도 찍고...

오늘 비가 와서 야콘눈을 땄습니다.


그러니까 겨우내 모종용으로 야콘관아를 보관했는데 그것을 하나하나 칼로 잘랐습니다.
그러니까 감자 눈따는 것 생각하시면 맞습니다.


토요일에 산골 모습을 보시며 봄의 기운과 흙의 기운을 화면을 통해서라도 한번 보세요.

봄이나 추워서 덜덜 떨며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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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풍경, 울진고등학교 기숙사의 휴가
+   [산골풍경]   |  2010. 4. 18. 00:10  


오늘은 주현낭자가 울진고등학교 기숙사에서 휴가를 나오는 날^^이다.
2주에 한번 기숙사에서 나오면 잽싸게 목욕탕을 가서 한바탕 몸무게를 줄인다(?)


주현이는 그 시간도 아깝다며 빨리 산골로 가자고 하지만 일단 땀내고 때빼고 광을 내야 신체 건강상에도 좋다며 그의 말에 쐐기를 박는다.

그리고 달리고 달린다.


주현이가 하도 빨리 산골로 가고 싶다고 하니 고무탄내 나도록 달릴 수밖에...

주현이가 오기 전에 주현이의 곰돌이 인형을 일광욕시켰는데 그것을 알았는지 오자마자 그것을 끌어안고 햇빛 냄새를 맡는다.



 

 집에 오면 진종일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딸아이
내가 본 것만 해도 5번.
아직은 기숙사가 남의 집 같을 거다.


손님으로 가 있는 기분이 들다보니 시원히 숙변을 못보았겠지.

집에만 오면 ‘마음을 비우고 간다’며 웃는다.


서둘러 저녁을 준비하지만 이미 시간은 오래 되었고 모두 배고파 한다.
생선요리를 하고 있는데 초보농사꾼이 주현이에게 바람을 넣는다.


 



너 오면 먹으려고 2주일이나 개봉을 안하고 모셔 두었다며 아이스 와인을 꺼낸다.


일전에 홈에 오시는 진달래님이 주현이를 기숙사에 보내고 짠해 있는 내게 마음을 달래보라며 와인 잔과 아이스 와인 그리고 책 등을 꼼꼼히 포장하여 보내주셨다.

드디어 오늘 와인 맛을 보는 날이다.


난 술을 못먹기 때문에 달달한 아이스와인이 기대되었다.

잠시 나머지 반찬을 만드는데 빨랑 오라고 난리다.


벌써 딸에게 와인 한 잔을 따라주는 초보농사꾼.
엄마에게 어떤 와인인지 사연을 들은 주현이도 아주 좋아한다.




딸에게 그저 건강히 재미나게 그리고 꿈을 갖고 기숙사 생활하라며 와인을 콸콸 따라준다.
나에게도 한 잔을 부어주며 셋이서 건배를 하잔다.


선우는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이 선물이 어떻게 해서 엄마 손에 오게 되었는지를 주현이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서도 토를 달아주었다.

딸 아이는 이렇게 해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마음의 표현’이 얼마나 소중한지, ‘인연’이 얼마나 보석처럼 빛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선우에게도 일전에 말해주었다.


'인연'에 대해서...
그리고 '사랑의 표현'에 대해서도...

아이들은 그렇게 배워가는 것이다.


아이들 뿐인가.


고기도 못어본 사람이나 먹는다고 '인연'에 대해 많은 감동을 받아본 사람이 타인에게도 그런 '인연'이 되고, '감동'이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선우에게도 아이스와인의 맛을 보여주며 ‘인연’에 대해 가슴 깊이 스미게 해주어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선우 몫으로 와인을 조금 남겨두었다.

와인맛처럼 그렇게 산골의 귀농가족의 밤은 달콤하게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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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편지, 그 맛을 아는 사람이 좋다.
+   [산골편지]   |  2010. 4. 17. 10:20  
사람들은 내가 지금껏 커피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갸우뚱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산골로 틀어박혔다 하면 다기를 다루는 솜씨가 공기돌 놀리듯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그것은 일종에, 귀농했다 하면 남정네도 개량 한복에 고무신 신고, 머리 뒤로 묶고, 거기에 수염 정도는 액세서리로 길려줘야 하는 정도의 센쓰가 있어야 하는줄로 아는 것과 같은 ‘믿음’이다.

일단 귀농했다 하면 그렇게 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으니 그럴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차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커피면 커피, 녹차, 잎차면 잎차 다 잘 마신다.
잎차를 마시더라도 다기 놀리는 것에 크게 신경 안쓴다.

다기는 요렇게 무릎을 꺾고 앉아서, 조렇게 돌리고, 몇 번 나누어 부어주고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다도에 목숨거는 사람이 들으면
‘이런 무식한 인간같으니...’하겠지만 그래도 하는 수 없다.

그저 차를 우려서 부어 마시면 그만이다.
다기가 얼마짜리고 하는 등의 가치는 소용없는 일로 안다.

물론 숭늉마시듯 후후 소리내어 불고 들이키는 경우, 또 식사 후 가글을 하듯 차를 마시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나나 상대방의 차 마시는 모습에 눈초리의 무게를 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여 말 그대로 ‘다도’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의 방식이고 난 내 방식일 뿐이라는 말이다.

다만, 누구와 마시는 것을 제일로 치느냐 하는 것에는 많은 의미를 둔다.
난 혼자 마시는 차맛을 제일로 친다.

여럿이서 잡담중에 마시는 차는 목을 축이는 것이고, 들이키는 것이지 차맛과 침묵에 무게를 두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초의 선사는


<b>"차를 혼자 마시는 것은 가장 신명나게 마시는 것이고,
둘이서 마시는 것은 보통 잘 마시는 것이고,
서넛이서 마시는 것은 취미쯤인 것이고,
대여섯이 마시는 것은 덤덤하고,
칠팔인이 마시는 것은 보시하듯 나누어 마시는 것일 뿐이라고 하였다.</b>

여럿이서 를 앞에 놓고 마시는 경우는 차의 맛과 정취에 마음을 두는 것이 아니고 잡담의 중간중간에 잠시 쉬는 정도로 입을 축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혼자 마시는 차 맛을 더 자주 느끼는 복을 누리고 싶다.
그때의 차는 그저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다.

한 모금의 차를 마시며, 나의 오늘 발걸음의 속도가 어떠 했는지, 발걸음의 방향이 제대로 향해졌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그때만큼 내일의 발걸음을 점검하는데 좋은 시간은 없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개구리 소리가 참견해 보라지.
매미소리와 소나기 퍼붓는 소리, 가을 낙엽 바스락거리는 소리, 어느 시인이 표현한대로 여인의 옷벗는 소리를 내는 눈이 함께 하면 그 이상의 명품차는 없다고 본다.

지금 이 새벽에 깬 것은 차 한잔을 하면서 산중의 묵직한 침묵에 동참하며 새 날을 기대해 보라는 신의 작은 신호가 아닐는지....

더 자세한 자료는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 있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편지-집터의 좋고 나쁨은 내가 만든다
+   [산골편지]   |  2010. 4. 15. 14:14  



2010년 1월

 

우리집은 마을 이장님이 마이크 부여잡고 하소연하는 '전달사항'이 전달되지 않는 먼 골짜기에 살고 있어 다행(?)이다.


안그랬으면 책읽느라고, 꼴난 글 좀 쓴다고, 고추 꼭지 딴다고 늦도록 꼼지락 거리다 자다 보니 해가 똥구멍을 치받아야 일어나는 날이 솔찮은 나로서는 고역이었을 것이다.

 

그 시간이라도 도시인들에게는 이른 시간이지만 산골에서 잔뼈가 굵은 분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벌써 6시만 되도 "박반장"하고 전화들을 하신다.


일단 늦게까지 야콘작업을 하고 잔 우리들은 혼수상태로 전화를 받는다.

결국 이장님의 전달사항은 박반장 몫이다.

 

다행히 귀농 10년차가 지나도록 단 한번도 그 스피커 알람소리(?)를 듣지 못했으니 감사할 일이다.
오늘은 뜬금 없이 그 생각에 이르자, 초보농사꾼이 이 터를 귀농지로 점찍은 것이 나를 반려자로 점찍은 것 다음으로 탁월한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참에 한번 물어볼 생각이다.
내가 예를 들어도 나랑 견주는 예를 들었으니 답이야 빤하다.

"무슨 봉창 두들기는 소리야?"

 

"귀농하잘 때 나더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지 말라더니 당신이 까먹는 거야?"

"오늘 당신이 야콘씻는 일을 무리하더니... 결국은... 쯔쯔,  일찍 자는 게 낫것네."

"안그래도 가끔 혈압이 높다더니 혈압 한번 재봐."

.... 그 중 하나다.

 

난 이 집터가 좋다.
국도에서 멀리 떨어지지도 않았으면서도 완전 산골 모습 그대로 이다.

이곳은 독가촌이면서도 조금만 내려오면 이웃의 할아버지댁이 보인다.


움푹 들어간 곳에 우리집만 위치해 있으니 여간 좋은 위치가 아니다.

또 이웃집이랑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아 내가 설거지를 하고 자든, 안하고 자든, 숟가락짝이 몇 개든 참견할 사람 없으니 좋다.


내가 필요하면 몇 발자욱 발품만 팔면 이웃을 보러 갈 수 있으니 아쉬울 것이란 없다.

손님들이 와서 너 죽고 나 살기로 악을 쓰고 놀아도 시끄럽다고 할 사람은 없다.


다만 새들에게, 노루에게 주위 자연 도반에게 미안해서 그렇지...

내가 침묵하고 묵상하고 싶을 때, 바로 그 버전으로 돌입하면 그곳이 바로 피정의 집이고 절간이다.
내가 좋다고 믿는 곳이 바로 명당이다.

 

남이 명당이라고 해서 들뜨고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
남의 말에 솔깃한 것이라 그럴 것이다.


또 집 구조 중에 뭐가 나쁘다던데... 하고 계속 생각하게 되면 거기에 매이게 된다.

세상이 복잡하다 보니 내 말, 즉, 내 확신에 살지 못하고 남의 말에 의지해서 산다.
내 의지는 없고, 남의 의지, 남의 입김에 휩쓸려 살아간다.

그러나 명당이고 뭐고 내가 좋으면 거기가 천국부지다.


내 좋아하는 기가 흘러넘치면 어떤 곳도 다 명당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거 풍수가들이 들으면 무식한 소리한다고 하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한다.

 

영국의 시인인 진 잉겔로가 쓴 시 중 이런  시가 있다.

 

"기쁨을 집으로 데리고 가라.
그리고 당신 마음에 기쁨을 위한 자리를 만들고
자라날 시간을 주고 아껴 주어라.
그러면 기쁨이 당신에게 찾아와 노래를 부러 줄 것이다.
당신이 밭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신성한 시간인 새벽에 잡초를 뽑고 있을 때,
만족스러운 느낌이 조용히 찾아온다.
기쁨은 우리가 신에게 드리는 기도다.

 

 

귀농하기 위해 이 터를 살 때도 우린 그냥 우리 눈에 뒤집히도록 좋은 위치라는 생각에 바로 계약을 했고, 일부 이삿짐을 처음 들여오는 날에도 아무 날잡아 성모님상만 앞세우고 들어왔다.

내 마음이 어디로 가 있느냐에 따라 거기에 천국과 지옥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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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편지, 안그러면 절단이다.
+   [산골편지]   |  2010. 4. 1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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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문짝도 제대로 안닫힐 정도로 골병이 든 세레스에서 노인네의 가래 끓는 소리가 요란하다.
초보농사꾼이 한 차 해온 나무를 내린다.


그게 하도 힘겨워 보여 힘을 거들지 못하고 잔소리로 거든다.

“선우 아빠, 인제 그 놈의 토막 좀 작게 잘라.”

“왜?, 커야 한 방에 내리지.”

 

예전에는 그렇게 대답할 사람이
“좀 무겁긴 무겁다”하면서 잠시 허리를 펴고 담배를 빡빡 빨아댄다.

사실 그 토막을 작게 하란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우리집 난방 담당인 초보농사꾼이 커다란 나무를 부둥켜 안고 힘에 부치게 내리는 것에 대한  안스러움도 있고 또 하나는 나를 위함도 있다.

홈관리를 하고 꼴난 책 조금 읽다 초보농사꾼보다 늦게 잠드는 난 마지막 불을 챙기게 된다.
그때 나무토막을 집어 넣으려면 애를 먹는다.

 

귀농 초처럼 팔팔했을 때는 나 역시 그 정도는 만만했었는데 귀농 10년차가 지나가다 보니 온 삭신이 쑤시고 탈이 나고, 허리도 골병드는 바람에 그 놈의 나무토막을 붙들고 끌어 앉았다, 뒹굴렸다. 생쑈를 해야 겨우 불길에 던질 수 있다.

 

산골 식구들 등바닥이 땃땃하게 긴긴 겨울밤을 나게 하려면 이 나무 보일러의 아가리가 꽉 차도록 넣어 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나무와 씨름을 하다보면 생전 땀 안흘리는 사람의 볼따구니가 촉촉해진다.

달밤에 체조 별거 없다.


그렇게 쑈를 끝내고 보일러실 문을 나서면 달이 혼자보기 아깝다는 듯 씩 웃는다.
나도 그를 흉내내어 씻웃으며 손을 흔든다.

 

초보농사꾼이 그렇게 해온 나무에 눈이 쌓였다.
작년에는 눈비에 젖지 않도록 나무 집에 차곡차곡 쌓았었는데 올해는 야콘즙


 을 만드느라 시간이 없는 초보농사꾼이 나무를 저렇게 노상에 쌓아두고 때고 있다.

 

이제는 나를 위해서라도 나무토막을 잘게 톱질해달라고 초보농사꾼에게 그 속내를 드러내야겠다.
안그러면 당신이나 나나 허리 절단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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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풍경-이태석 신부님 프로를 보고
+   [산골풍경]   |  2010. 4. 12. 15:06  





지난 주의 일이다.
산골로 와서도 TV를 잘 안보는 내가 초보농사꾼이 켜놓은 것을 보았는데 다음 주 예고를 하는 거였다.
그러니까 다음  주에 이태석 신부님의 특집.


사실 난 이태석 신부님에 대해 잘 몰랐다.
잘 모르는 것이 아니라 처음 알았다.


그래서 너무 보고 싶었고, 나의 컴 앞 커다란 시골 달력(시골달력, 일단 글씨가 겁나게 큰 것이고, 말날인지, 소의 날인지 그런 그림도 있고, 이사가는 날 표시도 있는 그런 도시에서 보기 힘든 달력 ㅎㅎ)에다 빨간 펜으로 붉게 칠해 두었다.

그리고 막상 당일인 날은 잊었다.


그게 나의 한계다.^^

에서 초보농사꾼이랑 퇴비를 펴는 날이었기에 늦게 밭에서 귀가하였다.


농사꾼의 몸은 피곤했지만 저녁 이내 냄새를 맡으며 대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행복 만땅이다.

그렇게 돌아와 TV를 우연히 켠 초보농사꾼이 소리를 지른다.


"선우 엄마 빨리 와, 당신이 기다리던 프로 한다."

‘뭔 일이랴.






내가 언제 뭔 TV프로를 기다려. 기다리긴...‘ 속으로 옹알이며 그냥 있었다.

그런 내게 다시 소리를 지른다.


"이태석 신부님이 나오셨다니깐"

하던 일 던지고 거실로 튕겨져 나갔다.


이미 시작된 프로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하며 나머지를 들여다 보았다.
많은 분들이 보셨겠지만,,,

'수단슈바이처'라는 이 태석 신부님...


아프리카 오지 중에서도 오지 남부 수단 톤즈라는 곳에서 젊은 생을 다 보내시고 서둘러 하늘에서의 부르심을 받고 삶을 마감하신 분.

그러니까 신부님은 안정된 직업인 의사의 길을 마다하고 신부가 된다.
그리고 그가 떠난 곳은 아프리카 중에서도 오지...

그곳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본다.


더러는 장갑도 끼지 않은 채 그냥 진료를 하고 그들의 한쪽 가슴으로 녹아드신 분.
누구도 쳐다보지 않으려 하는 그들의 뭉그러진 몸을 맨손으로 어루만지고, 입을 맞추는 젊은 신부님,


그들을 위한 일이면 뭐든 하신 분.
그들의 뭉그러진 발에 당연히 신발이 없자 그들의 발을 다 본뜬 후 샌들을 만들어 일일이 신기신다.


하루에 400명이 넘는 불쌍한 환자들을 혼자 돌보시고 밤에도 계속 이어지는 환자를 돌려 보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의료뿐이 아니라 교육에도 , 그리고 음악에도 그곳의 사람들에게 신부님은 그저 하느님이었을 것이다.

학교도 없는 곳에 같이 흙을 빗어 학교를 세우고,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리키며 그들에게 꿈을 심어주신다.


그러던 중 한국에 잠시 나오셨다가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시고도 수단으로 돌아가시겠다고 하시다 결국은 생을 마감하신다.

그 분은 나와 같은 62년생으로 올해 1월에 그렇게 돌아가시려고 했던 수단으로 가지 못하고 서둘러 하늘나라로 올라가셨다.


취재진이 신부님의 사진을 복사하여 일일이 나누어주자 그들은 신부님 사진을 보는 순간 눈물을 흘린다.


어느 눈먼 한센병 환자 할머니는 신부님 사진이라고 하자 너무 보고싶다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사진에 입을 맞추고, 보이지도 않는 눈이지만 초라한 집 가장 좋은 곳에 신부님 사진을 올려놓는 그 손길은 어떤 예식을 치르는 모습같았다.

그뿐인지.


신부님과 함께 음악대를 결성하여 함께 연주도 하고 공부도 했던 아이들에게 신부님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CD를 틀어주자 모두가 엉엉 운다.

그곳 다른 수사님 말씀으로는 이곳 아이들인든, 어른이든 이곳 사람들은 정말 잘 안운다고 한다.
아파도 안울고, 슬퍼도 눈물을 잘 안흘린다고.


그러나 신부님의 아픈 모습 , 장례식 모습을 보자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엉엉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운다.

잠시 한국에 다녀오신다고 하신 후 다시는 못보았으니 ...



그랬다.
그런 꿈같은 모습을 보면 내가 많이 초라해진다.
더더군다나 나와 같은 나이의 신부님,


난 이 나이먹도록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나누었는지, 무엇을 고민했는지 ...

그 프로를 보고 한동안 어둔 밤 마당을 몇 바퀴 돌았을까.
탑돌이하듯이 그렇게 돌았다.

사람은 어떤 모습을 대하고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믿는다.


늘 남의 말 하고,  뻑하면 배신 때리는 사람, 돈 앞에서는 우정이고 뭐고도 없는 사람, 이해관계 앞에서는 욕심이 욕심을 부르는 사람과 함께 하다보면 어느 새 내게도 그런 냄새가 배어들리.

그러나 이런 모습을 자주 보고 느낀다면 각자 모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런 향기에 젖어들어 조금이라도 그쪽으로 가깝게 마음이 성장해 간다고 난 믿는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 아들, 딸, 아론과 안나랑 함께 보질 못해 안타깝다.
아이들과 함께 모인 날, 다시 인터넷으로 아이들과 함께 다시 보리라 다짐한다.
특히나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이런 모습은 쇠질대로 쇠어버린 나보다 더 뼈속 깊이 골수 속으로 그 분의 아름다운 모습이 스며들리라 나는 굳게 믿기 때문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산골 다락방에서 귀농 아낙 배동분 소피아


 
 
        

 

귀농감동
+   [산골편지]   |  2010. 4. 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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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성당에서는 성탄전야 미사를 있다.
초보농사꾼이 아이들은 두고 가자고 한다.
오늘 바로 방학해서 이제 읍에서 집으로 들어왔는데 다시 읍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그러니 내일 성탄미사 때나 데리고 가자고 한다.

"가장의 말씀대로 하시옵소서.^^"

그렇게 가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주현이가 오늘 밤 미사 언제 가실거냐며 계속 묻는다.
난 지오빠랑 할 얘기가 있어서, 아니면 영화보려고 그러나보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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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이 몸살이 났기 때문에 나 역시 둘이서 성당가기로 합의는 보았으나 지금 몸이 안좋아 늘어져 자는 사람을 깨우기가 쉽지 않았다.
불러봐서 대답을 못하면 약을 한번 더 먹이고 그냥 자도록 두고 내일 성탄 미사나 가야겠다고 맘먹었다.

그런데 주현이는 계속 언제가실 거냐며 묻고...

초보농사꾼을 불러보니 대답 대신
"아, 성당가야지."하며 일어선다.

몸이 안좋으니 그냥 그만두자고 했다.
그래도 가야 한단다.

불영계곡을 그 밤에 돌아돌아 가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귀농 10년차도 지나고 이제 한 매듭이 지나 11년차가 되는데 하면서 뒤도 돌아보고 새해 꿈도 이야기하고...
그런 시간을 참 귀히 여긴다.
이 보다 더 좋은 시간이 없다.

차도 없고 사람도 없는 이 오지 국가를 달리며 우리는 낯선 곳에 온 이후를 돌아 보았다.
참 의미있는 삶,
남들은 한번 택한 길을 가는데 우리는 뭐가 독특한지 두 가지 길을 가고 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
그 이슬이 미처 털리지 않은 숲길을 걷고 있다.
그래서 맑고, 영롱하다. 지금의 이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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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전야 미사를 드리고 좋아하는 분들과 성당 마당에서 막거리에 과메기, 두부부침 등을 안주로 한 잔 하고 돌아올 때는 내가 운전을 했다.
이럴 때 운전배운 것이 참 좋다.

귀농 전에는 장농면허로 그냥 두었다.
안그러면 뻑하면 회식이 있는 남편이 차 가져오라고 전화할 것이고 어린 아이들 두고 달려가는 것이 싫은 이유 하나, 또 그렇게 모시러 가다보면 자주 술을 마실 것같다는 이유 하나에서 아예 나 죽었소 하고 운전대를 안잡았다.

귀농하고 운전연수를 초보농사꾼에게 배워(그때 구박 하나도 안받았다고 하면 아무도 안믿는다. 진짠데...) 운전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 마신 초보농사꾼을 태우고 산골로 돌아올 때가 참 좋다.

집에 돌아왔는데 애들 인기척이 없다.
'벌써 자나???...'

안그러면 튀어나와 인사하고 장난하고 할텐데 두 놈 다 동시에 자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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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그런가 보다 하고 현관문을 여는데 종이쪽지가 보인다.
이게 뭐지?
읽었을 때도 정확히 감이 안잡혔다.

일단 집 안으로 들어오면 트리로 눈이 가게 되어 있다.
그 위치이고, 이번에는 적당한 나무로 했더니 이쁘기 때문에 내가 자주 본다.
근데 그 아래 웬 박스가 있고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넣어준다는 빨간 양말에 내 이름이 쓰인 흰 봉투가 보인다.

외출했다 들어오면 초보농사꾼은 집 뒤로 먼저 가서 나무 보일러를 확인하고 식구들을 따듯하게 해주기 위해 죽으라 나무를 해온 것을 보일러 아가리에 듬뿍 집어넣는다.

난 선물을 보고 놀라 초보농사꾼을 불렀다.
그리고 정말 자는지 애들 방문을 열어보았더니 선우는 누워 자고 주현이는 방문을 잠그고 자는 것 같았다.

초보농사꾼이 들어왔기에 조용조용 보여주었더니 나보다 더 놀란다.
작은 소리로
"햐, 이게 뭘까? 이 놈들이 ..."

그때 애들이 와르르 방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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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깜짝 놀랐지?"

애들이 빨리 선물을 뜯어 보란다.
초보농사꾼이 박스를 뜯어보니 헉, 그렇게 하나 사려고 했던 CD플레이어다.

겨우내 가공실에서 일을 하는 초보농사꾼은 오래된 카세트를 듣는다.
물론 작년에는 테이프 돌아가는 것도 고장이 나고, 올해는 죽으라 라디오만 듣는다.
뉴스를 외울 정도로 듣고 또 들으니 너무 지겹단다.

그러면서 이거 하나 사야지 한 것이 돈 생각해서 덥석 못산 모양이다.
일전에 주현이가 서울에 다녀와서 할머니랑 이모들에게 앵벌이(?) 해 온 용돈을 보더니 돈이 많다며 아빠 CD플레이어 하나 사달라고 농담삼아 말했었다.

그때 주현이가 딱 잘라 안된다고 하더니만 이 짓을 한 것이다.
그리고 산타 할아버지 양말에는 웬 구속영장과 상품권.

담당검사 : 박선우 검사란다.(선우의 꿈은 검사란다.)
문서번호라고 적은 것은 우리집 전화번호다. ㅎㅎ
어디서 본 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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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은 장난으로 만든 것이고 5만원을 주면서 상품권 대신 현금이니 꼭 엄마 옷을 사란다.

그러니까 주현이는 지아빠 선물을 한 것이고 , 선우는 내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초보농사꾼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이제 애들이 이렇게 커서 이엄마 아빠 마음까지 생각하는구나 싶으니 눈물이 났다.

벌써 초보농사꾼은 CD를 찾아 들어본다며 난리다.
선물받은 놈을 뚤어져라 쳐다보고 뒤도 만져보고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아빠가 너무 필요했던 거라며...

내가 생각해도 하나 사주어야겠다 생각만 하고 주문해 주지 못하고 있었는데 주현이가 가려운 곳을 긁어준 셈이다.
이제 아이들은 고3이 되고, 고1이 된다.

졸업선물이니 입학선물이니 말을 꺼낼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하다니...

초보농사꾼이 충격과 감격이 뒤엉켜 감정조절이 안되는 모양이다.
두 놈을 끌어 안아주고 고맙다고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성탄축하겸, 아이들 둘 다 기쁜 일이 있으니 그 겸사겸사 마주앙 한잔씩 하잔다.
모두 둘러앉아 마주앙을 마시며 오늘 선물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오빠랑 그렇게 상의를 하고 주현이가 미리 인터넷으로 CD플레이어를 사서 친구집으로 배달을 시켰단다.
안그러면 엄마가 받을 판이니까.
친구집에서 그 박스를 찾았는데 집으로 가져올 일이 난감하더란다.

엄마가 물을 텐데 뭐라고 대답할까부터 고민을 했단다.
안그래도 날이 추워 주현이 학교차가 오는 마을 입구로 데리러 가니 애가 무슨 박스 하나를 들고 탄다.
뭐냐고 했더니 이제 졸업이라 개인사물을 담아오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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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런줄 알고 보니 박스로 덕지덕지 뭐가 붙어 있고 그럴듯해서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그렇게 보이려고 일부러 그런 것을 박스에 붙였단다.

어린 것이 얼마나 신경을 썼을까.

그 다음은 오늘 당일.
아빠가 몸살이 나셔서 아차하면 두 분이 성당을 못가시게 생겨 난감했단다.
일단 가셔야 그동안 그런 짓(?)을 해두고 하는데...

그래서 그렇게 성당 안가시냐고 물었던 거였었다.

선우는 엄마, 아빠가 귀농하고는 되도록이면 중고를 사고 하는 것이 맘에 걸렸었다고...
큰이모가 예전에  산골에 오셔서
"니 엄마는 예전에는 백화점 옷 아니면 안사입고 그렇게 그랬는데 ... 시골오고는..."그러면서 이모가 우셨단다.
그 말을 하는 선우의 눈가에서 눈물이 또르르 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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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모르는 일인데 아마 큰언니가 내가 시골로 온 것이 맘이 아파 선우 붙들고 그랬던 모양이다.

그런 엄마가 알뜰히 살려고 그러셨다는 것을 안다며 자기가 드린 돈으로는 엄마 옷을 사입으란다.
선우는 옷값이 얼마인지 잘 모른다.
자기 옷도 사주면 입고 안사주면 있는 거 입고 그러는 아이기 때문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구속 영장이 등장한 모양이다.
피고는 배동분이고 죄명은
"피고는 그 간 정당한 구매욕구를 억누르고 중고, 특히 경매물품만으로 대리만족해온 혐의가 드러남"이라 한 모양이다.

구형이 재밌다.

"5만원 한도 내에서 자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입할 것.
위의 권고를 어길시에는 빵과 커피 반영구 지급 중지에 처함."

아이고, 빵과 커피는 엄마 아킬레스건인줄 이 눔들이 훤히 아는구나....

우린 구속영장을 읽고 또 읽으며 웃고 또 웃었다.
CD플레이어를 틀어놓고 박씨 일가가 춤을 추고 따라 부르고 난리다.
물론 거기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7080노래'다.

애들도 많은 부분 그 노래들을 안다.
아빠가 좋아하는 조용필 노래도 많이 따라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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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새벽이다.
모두 마주앙 한 잔씩 하고 오늘 선물에 대한 놀라움과 고마움을 전했다.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엄마 , 아빠가 생각보다 기쁨을 넘어 감격스러워 하고 좋아한다며 지들이 좋은 선물 받은 것보다 더 좋단다.

다 컸다.
이렇게 엄마, 아빠 마음을 헤아려주는 아이로 큰 것이 어디 부모 덕이겠는가.

하늘마음농장 하늘에 떠있는 별과 달들이,
집 옆에 졸졸 흐르는 개울이,
드넓은 대지가,
집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쳐진 늘 푸른 소나무들이,
봄이면 흐르러지게 피는 진달래, 개나리가,
여름이면 빨간 고추잠자리가,
가을이면 오색 단풍이,
겨울이면 모두가 하얘지라는 뜻으로 하늘이 내려주는 흰눈이....

그런 자연이 키운 것이다.

그리고 책이 또한 한몫했다.
늘 책을 소중히 여기며 읽고 감동받는 아이들에게는 책 또한 큰 스승이었다.

우리의 귀농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성공했다고 난 말한다.
남들은 성공했다면 아직도 연간 매출이 얼마냐고 묻는다.

그럼 위에 열거한 저런 자연의 혜택을 연간 매출로 매길 수 있을까....
금액으로 매길 수 없을 정도이니 그게 대성공이지 않은지....

내 아들 선우도 자고, 내 딸 주현이도 잔다.
엄마가 해준 것도 없는데 잘 자라주었다.

오늘은 내 대신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 , 그리고 아이들의 꿈을 위해 도움을 준 별, 달, 개울물, 등 자연에게, 그리고 책에게 큰 절 하고 자야겠다.

"선우야, 주현아, 오늘 참 많이 놀랐다.
기쁨보다는 충격 쪽이 더 나은 표현인 것같아.
이렇게 컸구나 감동이었고,
컸어도 속이 제대로 영글어가고 있구나 싶어 눈물이 나더구나.
그저 건강하게 그리고 은갈치처럼 반짝이는 꿈과 희망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길 바란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산골 다락방에서 귀농 아낙 배동분 소피아


 
 
        

 

귀농편지 마음이 급하다.
+   [산골편지]   |  2010. 4. 9.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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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끄트머리에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얼어있는 듯 보인다.
강아지 벤자민도 가만히 있으면 얼었나 싶어 가서 불러보기도 한다.

산골을 넉넉한 분위기로 연출해 주는 각양각색의 항아리들도 금방이라도 얼어 터져 그 파편이 내 종아리를 칠 것만 같다.
이제 막 손빨래 한 초보농사꾼의 외출용 셔츠도 밖에 내다 널었더니 금방 로봇처럼 뻣뻣해졌다.

그러다 이내 햇살이 나와 아는체를 하니까 처음엔 콧대를 높이며 들은척도 안하더니만 지금은 흐느적거리다 못해 침을 질질 흘리며 좋아라 한다.

햇살이 나오면 그런 마음은 녹지만 다시 저녁이 되어 햇살이 퇴근하면 이내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다시 얼어 있는 듯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모든 것은 마음에 있다더니만 틀린 말이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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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중학교 때부터 죽으라 붙어 다녔던 친구가 있다.
그렇게 평생 붙어 다닐 것을 몰아서 붙어다녔는지  지금은 저 멀리 미국에 있다.
얼마 전에 서울에 갔다가 명동 롯데백화점 본관에 들렸다. 일부러.
무엇을 사기 위함이 아니고 그 친구와 함께 앉았던 본관으로 들어가면 왼쪽에 있는 계단을 보기 위해서다.

친구의 향기가 아직도 묻어 있는지,
계단위의 친구 모습이 남아 있을려나 기대하면서...

그 계단을 보러 난 없는 시간에 볼일을 재껴두고 거기로 갔다.
계단이 명품(?) 계단이라서가 아니다.

 그 친구와 약속을 하면 그런 식으로 한 적이 많았다.
그냥 노상(?)에서 기다리는...
그 때는 핸드폰이 없었으니 그냥 무작정 무식하게 기다리는 거다. 그게 좋았다.
그렇게 기다리다 심심하면 슥 아이쇼핑도 하다 다시 계단에서 기다리고...

그 기다리는 시간이 편안하고 좋았다. 상대방이 제아무리 늦어도 화가 나지 않고 자존심도 상하지 않고...

1시간이 넘게 기다리게 한 적도 있다.
우린 상대방이 아무리 늦어도 꼭 온다는 것만 알고 있으니 기다리는 그 자체를 좋아했다.
지금 세상에 이런 짓하면 바로 귀싸대기 올라온다.
바쁜 사람 기다리게 한다고..

그렇다면 그 때는 모두가 한가했었느냐 하면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생의 바퀴는 정신없이 돌아가긴 마찬가지였다.

요즘 사람들은 기다리는 일이라면 질색이다.
우선 자신의 시간이 귀함을 내세운다. 바쁨을 내세운다.

성탄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종교를 가진 사람이든 안가진 사람이든 모두가 기쁜 날로 지내는 때다.

천주교에서는 성탄 전, 4주, 즉 바로 지금을 대림절이라 하여 아기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듯 눈에 보이는 사람도 못 기다리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고, 불러도 대꾸도 잽싸게 안하는 아기 예수님을, 부처님을  어떻게 기다리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어려운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벗을 기다리는 마음이 즐겁고 기분이 들뜨듯이 그 이상으로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마음, 부처님을 기다리는 마음은 더더욱 즐겁고 잔잔한 감동이 일어야 한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나 먹는다고 사람도 기다리는 멋과 맛을 아는 사람이나 기다리듯이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고, 부처님오심을 기다리는 일이란 그보다 더 깊어야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렇게 기다리는 시간은 헛된 시간이 아니다.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은 청소시간이라 할 수 있다.
마음을 청소하는 ...
미움도, 질투도, 욕심도, 시기도 모두 털어버리는, 그런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총채로 먼지를 털 듯 턴다고 쉽사리 털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다리면서 수없이 묵상하고,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 내가 다 용서를 해도 저 인간만은 어렵겠어.
혹여 이 세상 사람이 다 그런다 해도 지는 초보농사꾼에게 그러면 안되지.
초보농사꾼이 저한테 어떻게 했는데, 새로운 삶 시작할 때, 그렇게 애써준 것은 다  어디로 가고 그따위 행동을 하느냐구. 똥 누러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더니..." 하며 치를 떨었던 것을 털어내는 것이 어찌 일순간에 가능할까.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기다리는 시간, 침묵의 시간, 묵상의 시간 속에서만 그런 것들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기다리는 시간은 화해와 용서와 기쁨의 시간이다.

나의 다락방에는 4가지 색의 대림초가 있다.
오늘은 일찍이 그곳에 불을 댕기고 구유 속에 아기 예수님의  빈 자리를 바라본다.

아기 예수님을 따숩게 맞이하려면 내 안의 찌꺼기들을 죄다 털어내야 한다.
오늘도 묵주를 굴리며 철저히 내 안을 들여다 보고 있다.

마음이 급하다.
청소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성탄이 연말에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이 연말에는 너나 나나 할 것없이 그런 시간을 가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종교와 관계 없이 이 한 해 끝에는 내 안을 들여다 보고, 내가 나에게 용서하라고 부탁도 하고, 화해하라고 손도 내밀어 보는 그런 연습이 필요한 시기이기에 그렇다.

지난 가을에 집 옆에 핀 작은 해바라기 생각이 난다.
그는 다른 해바라기에 비하면 신생아 수준이었다.
키도 작고, 꽃도 아주 작아 그것이 해바라기라고 말해 주기 전에는 잘 모르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러나 난 얼굴에 보톡스를 맞은 것처럼 크고 화려하고 빵빵한 해바라기 보다는 그 작은 해바라기에 더 눈이 갔다.
세상에 어떤 모습으로 오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살다가면 그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것을 그에게서 느꼈다.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보다 더 명품인 '신생아 해바라기'

그를 이른 아침에 보면 이슬을 얼굴에서 막 털고 수건으로 닦지 않은 해맑은 모습으로 나를 맞곤 했다.
몸에는 솜털이 보송보송 돋은 그런 모습으로 나를 맞이하곤 했다.

새해에는 지난 가을의  애기 해바라기처럼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이길 빌어본다.

촛불이 흔들린다.
유리 통창 밖으로 별들이 보인다.
별들도 한 해를 정리하고 있는지 눈망울이 똘망똘망하다.

우리 각자는 이 연말에 어떤 일로 바쁜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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