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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 _해당되는 글 69건
2009.01.11   귀농아낙의 신골편지--산골의 첫 벙개 후기 
2009.01.09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빨리 옷을 벗어라!" 
2009.01.08   귀농아낙의 산골편지-- 산골소녀의 버릇 
2009.01.08   귀농아낙의 책이야기--새에 대한 반성문 
2009.01.07   귀농풍경--산골의 작은 학교 
2009.01.04   귀농풍경-- 간이 철렁... 
2009.01.02   귀농아낙의 산골일기-- 앗, 한발 또 늦었다 
2009.01.02   귀농아낙의 책이야기-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 
2009.01.02   귀농풍경--해돋이 
2008.12.31   귀농풍경--새해에는... 

 

귀농아낙의 신골편지--산골의 첫 벙개 후기
+   [산골편지]   |  2009. 1. 11.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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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9일

오늘만큼은 눈이 오면 안된다.
바쁜 중에 몇 번이나 밖을 내다 보았다.
하늘은 내 초조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누가 봐도 금방 눈을 쏟아낼듯 눈을 잔뜩 모금고 있는 표정이다.
아마도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이다.

하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바람의 느낌도 예사롭지 못하다.
동네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눈이 올 것같다며 초조한 내 마음을 부채질한다.

***********************

오늘은 울진분들 벙개하는 날이다.
전국 단위 벙개를 한번 하고 싶은 맘이야 오래 되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내 마음을 읽지 못했던 것같다.
그러다 안되겠다 싶어 울진분들만이라도 벙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홈에서 요즘 활약하고 계시는 황루시아네 가족과 장현칠님네 부부가 오시기로 한 날이다.
눈이 오면 산골엔 겁나게 많이 쌓이니 오늘 만남도 수포로 돌아간다.
그런데 오늘은 눈이 금방이라도 올 것처럼 내 눈치를 살핀다.
'오늘만은 참아다오............'
몇 번이나 싱크대에 매달려 화살기도를 했다.

처음 벙개에 재뿌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늘이 한 모양이다.
눈은 오지 않았으나 날은 무지 추웠다.
그러나 그쯤이야 감지덕지하다는 생각으로 택배발송준비를 부지런히 끝내고 청소를 하고 나니 4시가 넘었다.

장현칠님 부부와 황루시아 부부 모두 직장생활을 하니 6시가 넘어 퇴근하고 집에 들려 애들 데리고 오려면 7시는 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의 메뉴는 오갈피 백숙...

일단 닭을 주문했다.
집에 키우는 닭을 주문하면 바로 잡아서 연락을 해준다.
그리고 차타고 10분 정도 거리로 닭을 찾으러 가는 일은 초보농사꾼이 맡아주었다.

닭백숙을 하고 7살 채영이가 먹도록 밑반찬 두어 가지 해놓고 준비를 하는데 전화는 많이 오고 맘은 급하고...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퇴근해서 오는 사람들 일찍 밥을 먹여야 하는데 내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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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이는 환영의 뜻으로 풍선을 불어 현관 앞 외등 앞에 걸었다.
지난번 프랑스 신부님들이 오셨을 때 풍선을 샀는데 몇 개 남아서 그걸로 썼다.

장현칠님 부부가 먼저 산골에 도착했다.
정현칠님은 지난 1월 1일 봉평해수욕장에서 있은 해돋이 미사때 와주었다.
산골가족 만난다고...

그때 인사를 했고 그의 부인 외경씨는 초면이다.
그런데 낯설지 않았고 왠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같았다.

집을 둘러보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7시가 넘어서 황루시아 가족이 도착했다.
읍에서 방학인데도 학교를 다니는 선우를 태우고...

다시 인사를 시작했다.
두 가족은 모두 초면...

홈에서 아주 익숙해져서 그런지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나서는 이내 오래 묵은 포도주처럼 농담이 오가고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초딩인 용선이는 어깨 부위를 다쳐서 못오는줄 알고 서운해 했는데 오게 되어 얼마나 반갑던지...
붕대를 감아 조금 불편해 했지만 채영이와 함께 주현이 누나 방에서 선우 형이랑 넷이서 노는 소리가 밖의 자지러지는 소리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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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리에 술이 빠지면 클난다.
술은 이원무 신부님이 찬조해 주신 안동소주로 했다.
20도가 조금 넘는지라 부담이 없다나...

안동소주 총 6병에 1.8리터 들이 소주 패트병에 남아 있던 소주를 다 마셨다.
세 남자들 모두 서로 주거니 받거니 목으로 술 넘어가는 소리에 환하게 터뜨리는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추운 겨울밤에 열기를 더해주었다.

세 남자 중 한 명이라도 술을 마시지 못하면 마시는 사람도 못마시는 사람도 신경이 쓰일테지만 물만난 사람들처럼 술을 만나 즐거워 하는 세 남자들...
초보농사꾼 보다 모두 동생들이라 외아들인 초보농사꾼이 두 동생을 보는 눈빛도 따사롭다.

어깨를 다쳐 못오는줄 알았던 황루시아 아들 용선이가 와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안그래도 오고싶었다고 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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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칠님의 부인 외경씨랑 황루시아는 한끗발 차이...
그러니 그들 또한 동생뻘이라 여간 이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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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칠님이 전날 술을 하고 노래방에서 솜씨를 뽐내다 그만 못이 잠겨 말을 별로 못하자 외경씨가 이쁜 입으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황루시아는 중간중간에 깔끔한 멘트로 분위기를 푸근하게 해주고...그 두 사람이 얼마나 이뻐보이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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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채영 공주는 오면서 차멀미를 했다며 양 미간을 찌뿌리더니 집에 들어오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두꺼운 옷을 벗어 던지고 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내복 패션으로 다큰 언니랑 오빠 틈바구니에서 공주티를 내며 오가는 동작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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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웃고 노는 사이 날은 바뀌고 새벽이 되었다.
헤어지려는데 차 한잔을 따뜻하게 해야 한단다.
일단 상을 밀어 놓고 우린 차를 한 잔 나누었다.

구수한 차 한잔에 '인연'도 구수하게 가슴에 스며든다.

모두가 헤어질 시간,
초보농사꾼이 기념사진 찍는다며 폼을 잡으란다.
칼날같은 바람 사이에 서서 우린 '인연'의 날 기념 사진촬영을 했다.

(찍사가 시원찮아 멋진 얼굴들이 이리 된 점 정말 양해를 구한다.)

각자 차에 몸을 싣고 산골을 빠져 나가는 두 차량...

오늘 하루,,,
직장에서의 작은 피로라도 씻고 갔으면,,,,

살면서
'인연'이라는 단어를 한번이라도 떠올리는 날이었으면....

훗날 지금의 인연이 등시린 날 작은 손난로처럼 느껴지는 그런 순간으로 기억되었으면....

하고 화살기도를 하면서 차량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빨리 옷을 벗어라!"
+   [산골편지]   |  2009. 1. 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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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을 베는 듯한 날카로운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날이었다.
뱃사공은 고기 잡는 그물을 치기 위해 어린 아들을 데리고 강으로 갔다.
아들은 한쪽 뱃전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고, 뱃사공은 강 한가운데로 노를 저었다.

부지런히 노를 젓는 뱃사공의 얼굴에는 어느새 땀이 맺혔고 급기야는 땀이 줄 줄 흐를 정도가 되어 겉옷을 훌훌 벗었다.
그는 뱃전에 기대어 있는 아들이 무척 심심해하는 것 같아 말을 걸었다.

“무척 덥구나. 너도 어서 옷을 벗어라!”

아들은 옷을 벗기 싫었지만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윗옷만 벗었다.
아버지는 다시 입을 열었다.

“냉큼 벗으라는데도!”

어쩔 수 없이 아들은 속옷만 남긴 채 겉옷을 전부 벗었다.
뱃사공은 다시 노를 저어 가기 시작했다.
온몸으로 움직여 노를 젔던 뱃사공의 몸은 또 다시 온통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는 몸에 착 달라붙은 속옷마저 훌렁 벗어 던졌다.

“한겨울인데도 꽤나 덥구나, 더워!”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들은 살피지 않고 노만 저으면서 뱃사공은 아들에게 남은 옷마저 모두 벗으라고 했다.
하지만 아들은 쫌짝도 하지 않았다.

“빨리 옷을 벗어라, 이렇게 더운데 옷을 잔뜩 입고 있으면 되겠냐?”

“..........................”

아들의 대답이 없자 뱃사공능 그때서야 아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들은 뱃전에 기대 웅크리고 있었다.
뱃사공은 다시 큰 소리로 아들을 불렀다.
하지만 아들은 여전히 움직임이 없었다.

뱃사공은 노를 놓고 아들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랬더니 아들이 그만 옆으로 쓰러지는 게 아닌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아들이 그만 얼어 죽어 버린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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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도서관에 갔었다.
책을 읽는데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감기가 걸리려는 신호였던 것이다.

그리 신호가 오면 제일 먼저 머리가 반응을 한다.
지끈지끈...

그러다 보니 책내용도 머리에 잘 안들어 오고, 눈은 점점 감기고... 그러면서도 여기까지 온 것이 아까워 빌린 책을 계속 보았다.
반은 머리에 들어 왔다 나가고 반은 아예 들어오지 않고...

그러다 정신이 화들짝...들게 하는 대목이 있었다.
바로 이 글이었다.

자식이란 내 소유물이 아니라 잠시 동안 신이 맡기신 보물을 잘 간수해야 하는 것...
그 간수라는 것이 의무와 책임,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음을 말할 필요도 없다.

머리로는 아는데 난 곧잘 그 본문에 충실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귀농 전에는 욕심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관계로 소홀했을 것이며, 귀농 후에는 그저 낯선 이곳에 뿌리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 그 의무를 소홀히 했을 것이다.
처녀가 애를 배도 할말이 있다고 할 이유는 있다.
그러나 저러나 결론은 피해가지 못한다.

나에게 인연이 되어 온 아이들에게 사랑과 행복, 기쁨의 씨를 심어주어 싹을 틔우게 했어야 했지만 밥먹듯 그 의무를 소홀히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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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에서처럼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느라 아이들 입장을 잊고 산 것은 아닌지...

날이 차다.
마당에 나섰는데 겨울바람까지 등을 돌려 울적한 마음을 더 얼리고 있다.

바다는 하루에 70만번이나 파도를 쳐서 새로워진다고 하는데 난 몇 번이나 죽비로 내 등을 쳐야 새로워지려는지....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산골편지-- 산골소녀의 버릇
+   [산골편지]   |  2009. 1. 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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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이가 옆에서 몽골 책을 읽고 있다.
어제까지 날더러 빨랑 읽으라도 재촉한 책이라 늦도록 다 읽었다.
그때 하는 말이 왜 그리 책을 빨리 못읽느냐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난 책을 빨리 못읽는다.
그게 답답할 때가 많다.
그렇다고 아주 빨리 읽는 것은 싫어한다.
생각하며 읽을 기회를 잃으니까...

그런데 그렇다 치더라도 좀 늦다.

오늘도 옆에서 엄마 책 왜 그리 늦게 읽느냐고...
자기는 빨리 읽는다고...

선우도 빨리 읽는다.

하여간 난 소리내어 읽는 정도의 수준으로 눈을 굴린다.

그런데 주현이는 저만 책을 읽으면 되지 꼭 읽어준다.
선우는 자주 읽어주지 않고 자기가 정말 감동받은 대목만 읽어준다.
책을 읽어 준다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 이런 경우는 좀 그렇다.

어제 내가 죽도록 읽은 책을 또 읽어준다니...ㅜㅜ
사양했는데 들으란다.
어제 읽었는데 뭐 하러 읽어주라니 자기가 읽어주는 거랑은 다르단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마음을 비우고 들으란다.
말은 잘한다.
이 정도면 공해지 싶다.

왜 읽어주려고 하느냐,,
어제 읽은 것을 읽어준다는 것은 공해다...라고 해도 들으란다.

우린 도대체 왜그러느냐고 하며 한참 웃었다....

주현이가 그리고 선우가 겨울방학 동안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연을 쫓는 아이'를 사려고 한다.............
주현이가 그 작가의 책 잘 읽었다고 어제도 내 옆에서 말했는데....

지금도 이 글에 집중해 있는 내 귀에 몽골이야기는 계속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저 사진은 2005년도에 찍은 것이니 주현이가 초등학교 5학년때 찍은 사진이다. 주현이는 동물사랑이 아주 특별한 아이다. 그것도 귀농하고 안 사실이니 얼마나 큰 수확인지...지금 산골소녀는 새해들어 중3이 된다.

이 사진은 옛날 오두막 집 연통을 뺐던 자리에 새가 알을 낳았다. 이제 어린 새가 엄마의 먹이를 기다리며 입을 벌리고 있다. 손님들이 하도 떠들고 문을 꽝꽝 닫으니 산골소녀는 그게 맘에 걸린 모양이다. 이렇게 경고문을 붙이길 몇 년 전에도 그랬으니...더 어려서.... )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책이야기--새에 대한 반성문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1. 8. 02:31  

새에 대한 반성문 상세보기
복효근 지음 | 시와시학사 펴냄
계간지 시와 시학 세번째 호에 새를 기다리며 외 몇 편이 당선되어 등단한 시인의 세번째 시집. 가마솥에 대한 성찰 을 비롯해 염소와 나와의 촌수 , 불타는 똥막대기 등 지리산 바라보며 써내려간 시를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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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홈에 오시는 문영미 님이 추천해 주신 복효근 시인...
62년생 전북 남원 출생이다.
우리와 같은 62년생...
일단 한 물이라는 생각이 낯설지 않게 한다.

시인의 홈에 갔는데  다른 시인들 홈과는 달리 홈도 깜끔히 정리 되어 있고 분위기도 편안하고 하여 시집을 사야지 마음 먹었다.

그래서 '어느 대나무의 고백'이라는 시집을 주문했는데 절판이란다.
하도 답답하여 오늘 읍의 도서관에 가서 복시인을 검색하니 달랑 한 시집만 뜬다.
'새에 대한 반성문'...

이 시집은 2000년에 시와 시학사에서 펴낸 시집이다.

그 중에서 책 제목에 턱 나와 있는 시를 소개하겠다.

새에 대한 반성문'

춥고 쓸쓸함이 몽당빗자루 같은 날
운암댐 소롯길에 서서
날개소리 가득히 내리는 청둥오리떼 본다
혼자 보기는 아슴찬히 미안하여
그리운 그리운 이 그리며 본다
우리가 춥다고 버리고 싶은 세상에
내가 침뱉고 오줌 내갈긴
그것도 살얼음 깔려드는 수면 위에
머언 먼 순은의 눈나라에서나 배웠음직한 몸짓이랑
카랑카랑 별빛 속에서 익혔음직한 목소리들을 풀어놓는
별, 별, 새, 새, 들, 을, 본다
물 속에 살며 물에 젖지 않는
얼음과 더불어 살며 얼지 않는 저 어린 날개들이
건너왔을 바다와 눈보라를 생각하며
비상을 위해 뼈 속까지 비워둔 고행과
한 점 기름기마저 깃털로 바꾼 새들의 가난을 생각하는데
물가의 진창에도 푹푹 빠지는
아, 나는 얼마나 무거운 것이냐
내 관절통은 또 얼마나 호사스러운 것이냐
그리운 이여,
네 가슴에 못 박혀 삭고 싶은 속된 내 그리움은 또 얼마나 얕은 것이냐
새 한 무리는 또
초승달에 결승문자 몇 개 그리며 가뭇없는
더 먼 길떠난다 이 밤사
나는 옷을 더 벗어야겠구나
저 운암의 겨울새들의 행로를 보아버린 죄로
이 밤으로 돌아가
더 추워야겠다 나는
더 가난해져야겠다

사실 책을 빌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시 볼 수 없어서...
그게 아쉽다.

그리고 이 시도 나를 감동시켰다.

'뜨지 않는 별'

별이라 해서 다 뜨는 것은 아니리
뜨는 것이 다 별이 아니듯
오히려
어둠 저 편에서
제 궤도를 지키며
안갞초처럼 배경으로만 글써이고 있는
뭇 별들이 있어
어둠이 잠시별 몇 개 띄워 제 외로움을 반짝이게 할 뿐
가장 아름다운 별은
높고
쓸쓸하게
죄짓듯 앓는 가슴에 있어
그 가슴 씻어내는
드맑은 눈물 속에 있어

오늘밤도
뜨지 않은 별은 있으리.

시인이 2000년에 내 시집이면 젊었을 때(?)의 시라 그런지 상큼함은 있으나 진국의 맛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마 사람은 세월밥을 무시하지 못하는 것같다.
시가 어떻다는 것이 아니고 그 후에 쓰여진 시보다는 ...

그래서 난 어느 작가의 책을 고를 때 만약 여러 권의 책이 있으면 최근작을 먼저 보고 빠져들면 그 전의 책을 죄다 사서 본다.
사람마다 다른 것이지 그것이 옳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래서 복시인의 그나마 최근 출판한 시를 고른답시고 골랐는데 절판이라니...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오늘 하루 복시인의 시세계를 같이 떠다닐 수 있음은 문영미님의 추천 덕분이다.

나도 다시 한번 하늘을 본다.
시인의 말대로
'오늘도 뜨지 않은 별은 있으리.......................'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풍경--산골의 작은 학교
+   [산골풍경]   |  2009. 1. 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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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오래된 사진을 들출 때가 있다.
지난 세월 속으로 나를 데려다 주지만 간혹은 그 시절에 취해 빠져 나오지 못할 때도 있다.

오늘 이 한 장의 사진을 들여다 보니 참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났다.

처음 귀농했을 때, 선우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고 주현이는 갈래머리 유치원생이었다.
문제는 유치원생은 오전 근무(?)만 한다는 거였다.
학교차는 하루에 한번 운행하는데...

그래서 학교를 찾아가 상의를 했다.
급식비를 낼테니 우리 주현이 오빠랑 밥을 같이 먹고 놀다가 오빠가 파하면 함께 학교차를 타고 오는 것으로...

그렇게 유치원 생활을 했다.
주현이는 친구들이 돌아간 시간에 혼자, 혹은 친구랑 오빠가 끝날 때까지 운동장에서 주로 철봉을 했다고 했다.
어느 날 손을 잡으니 어린 것이 못이 박혔다.
정말 못일 박혔다.

놀라서 초보농사꾼에게도 보여주고 그랬다.


철봉하는 것이 좋단다.
그래서 치마를 안입고 가려고 했다고...
철봉에서 뒤집을 때 치마도 뒤집어진다고....

물론 잘 노는 일이니 좋은 일이지만 에미 마음은 짠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주현이도 초등학생이 되었다.

애들이 다니는 학교는 그곳에서 그래도 본교인데도 전교생이 30명을 넘는 경우가 드물었다.
이 사진은 역으로 계산해 보니 주현이가 초등학교 5학년때 찍은 사진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작은 학교는 복식수업을 했다.
5학년 언니, 오빠들과 3학년이 한 교실에서 배우는...

오른쪽의 아이들이 5학년(빨간 옷이 주현이...)이고 , 오른쪽의 두 명이 3학년이다.
5학년을 선생님이 가르치실 때는 3학년이 자습을 하고 있고, 반대로 될 때는 뒤집어진다.

그게 무슨 교육효과가 있냐고 하겠지만 잃는 것도 있겠지만 얻는 것도 있으니 어느 곳이 무조건 좋다는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지금 산골 아이들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중학교 3학년이 된다.

점점 분교가 폐교되고 있다.
분교는 그렇다치고 본교도 학생수가 점점 줄어든다.
그렇다는 것은 시골에 남은 젊은이가 없다는 거다.

지금 귀농에 많은 관심을 다시 기울인다고 한다.


산골에도 그런 분들이 갑자기 찾아온다.

귀농이 경제가 어려울 때 일시적인 방편으로 관심을 받기보다는 장기적인 계획으로 시골에 젊은이들이 모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제일 어려운 점 중 하나가 어쩌면 농사짓고, 시골에서 무엇을 해서 어떻게 애들 대학을 보내냐는 것이지 싶다.
나도 얼마 남지 않았다.
물론 그 점이 무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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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야 좋아서 왔지만 이제부터라도 귀농하여 농사를 몇 년 이상 지은  사람들의 자녀에게 대학 등록금을 지원한다면 좋은 메리트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것때문에 귀농하는 것은 아니지만 귀농의 큰 걸림돌 하나는 치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설프게 남아도는 하우스를 지원하고 무엇을 지원하고 하는 것을 떠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정말 생각한다.
지금 귀농교육이나 귀농지원책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다.

원래 이 사진을 보면서 이런 말 하려고 한 것이 아닌데... 이렇게 딱딱한 말로 흘렀다.

도시에서 학원으로 쫓겨다니고, 늦게까지 과외를 하고 하는 열의를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계획에도 없는 말을 했다.

이 사진을 보며 옛날 생각하시는 분이 혹시 있으실까 싶어 올리려고 했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풍경-- 간이 철렁...
+   [산골풍경]   |  2009. 1. 4.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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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 다녀와서 초보농사꾼은 쉬지 않고 나무를 하러 간다고 차에 시동을 건다.
나야 원고에 책 읽다만 것 정리에 할 일을 줄 서 있고...

그렇고 초보농사꾼이 출발하고 저녁시간이 되었다.
어두워져도 안오면 덕거리 일명 방앗간에서 한 잔 하고 있는 거다. 막걸리...

나무를 하면 땀이 났을 것이고 오다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지나갔겠지...

그런데 9시가 가까워지도록 안온다.
저녁 준비를 다 하고 주현이랑 나는 기다리고 있는데...

주현이에게 옷을 두둑히 입으라고 하고 같이 나섰다.
걸어서 가는 길...
주현이가 별자리를 알려주고, 신화 이야기를 해준다.

그렇게 딸고 단둘이 재미나게 내려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당연히 유시정 전 이장님 댁 마당에 초보농사꾼 세레스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

마을을 눈으로 휩쓸었는데 없다.

덜컹...

엔진톱을 가져갔는데 혹시 저번에 나무를 한 깊은 산에서 혹시 사고가 난 것은 아닌가.... 그 생각만 머리에 남았다.
주현이도 나도 핸드폰을 안가져왔고 어르신들은 일찍 불끄고 주무시는데 ...
일단 집으로 뛰어야 했다.

집에 가서 아는 형에게 그 깊은 산에 가보자고 할 판이다.
거기에도 만약 없으면???
무슨 일일까...

주현이도 놀란 표정...
그래도 신화얘기를 하라고 하고는 혼잣말로 아빠 걱정을 중얼거리는 나를 보더니 입을 다문다.

그렇게 별의 별 걱정을 다 하며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보일러실에 불이 켜져있다.
'어, 아까 분명히 껐는데...'하고 불을 끄러 돌아가니 초보농사꾼이 차에서 나무를 내린다.

분명히 우리가 오갈 때 차가 안올라 왔는데...
반갑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해서 어디를 갔었냐고 하니 집 위로 가는 우리 반원댁에 갔었단다.
어제 팔순잔치를 하신 할매께 갔었던 것....

거기서 한 잔 하면 한다고 전화해주면 될 일을...
형이랑 그 높디 높은 산중에서 헤맬뻔 했다.

궁시렁궁시렁거리며 걱정한 것을 다 쏟아냈더니..
걱정도 팔자라는 표정이다.

귀농하고는 더더욱 작은 일에 놀란다.
아마도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곳으로 와서 그런가 보다.

늦은 저녁을 주현이랑 먹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린 딸을 놀라게 하여 미안한 마음이 든다.
조금 내가 침착했더라면 딸과 별이야기, 신화이야기를 하며 오붓하게 왔을 것을....

"휴~~~"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일기-- 앗, 한발 또 늦었다
+   [산골풍경]   |  2009. 1. 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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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해 바닷가로 달리며 대전 교구의 이원무 신부님을 떠올렸습니다.

무슨 때만 되는 우린 앉아서 전화만 받았으니까요.
어제 처럼 새해, 성탄, 부활, 두 번의 명절과 기타 등등 특별한 날에 신부님은 발빠르게 하늘마음가족에게 전화를 하십니다.

끊고 나면 아,,,,,
하여간 신부님과 인연이 되고 저희가 먼저 한번도 부지런함을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동해바다고... 봉평해수욕장으로...해돋이를 보고 미사를 보고 장현칠님을 처음으로 만난다는 꿈을 부풀었지만 신부님을 떠올리며
'내 오늘 바닷가에서 신부님 ,,, 해돋이 보고 있어요. 새해에는..... 주저리 주저리...."
이 얼마나 깔끔한 멘트일까....

해를 보며
'신부님께 그동안의 감사하는 마음을 보태고 보태서 그렇게 새해의 기운을 날려보내드려야지....'

그런 쌈빡한 생각으로 도착,,,,
해는 돋고 미사는 시작되었고...
그렇게 미사가 끝나고 장현칠 님과 만나 반가운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러면서도 전화를 기억에 두고 있는데
초보농사꾼이 핸드폰을 꺼내더니 뭐라뭐라 통화를 합니다.

내용이 범상치 않아 들어보니
신부~~~님...

크............
아, 아깝다, 이번에도 또 한 발 늦었다.....

햐,,,
이거 안되네요.
게으른 사람은 그냥 이렇게 살아야 하나 봅니다.
멋진 멘트도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그 앞의 바닷가에서 물거품으로 변해 저 멀리 휩쓸려 갔습니다.

사람이 더러는 표현도 하고 살아야 하는데 우린 늘 그 표현만 받고 사니 올해도 영 발빠르기는 팔자에 없나 봅니다.
하지만 이제 수첩에 적어두는 버릇을 들였으니
올 한 해는 그때그때 미루지 말고 잘 표현하고 사는 것도 제 계획 중 하나랍니다.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들에게 작은 표현을 제때에 하는 그런 산골아낙이고 싶습니다.

(사진은 여름에 방글라데시에서온 신학생과 한국 신학생 그리고 신부님이십니다. )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책이야기-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1. 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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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여중고등학생때 많이 읽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라 정말 책 한 권 옆구리에 끼고 학교 교정 나무 아래서 혼자 거닐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의 시는 이해하지 못하고, 감동없는 시가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시에 빠져들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어려운 말로 포장되어 있는 시가 많음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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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 어린 나이에는 이해 못할 것도 없었는데 나이들면서 이해못하는 시가 생기는 것이 어디 앞뒤 맞는 말인지...
그런데 전자는 감수성이 시를 앞질러 간 모양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갖다 붙였겠지...

그러다 뭔가 영혼도 알차지면서 보니 시를 너무 시인의 감정에 치중되게 표현되다 보니 가슴 깊숙이까지 닿아 온신경을 건드리는 감흥 같은 것을 느끼는 경우가 흔치 않아졌다.
그때부터 시를 멀리하게 되었다.

물론 중간중간 괜찮은 시집을 사서 아이들과 함께 보고 애들 밥먹을 때 소리내어 읽어주곤 했었다.
그러나 예전처럼 그런 감정으로 시도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 늘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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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귀농하고는 시집을 사게 되었지만 아직도 예전의 그 광기는 되살아나지 않는다.

그러다 책 원고때문에 도서관에 갔다가 머리를 식힐 겸 해서 책을 골랐다.
내 눈에 들어오는 이 한 권의 책...

이 책은 1942년생인 천양희 시인이 헤세, 랭보, 에머슨, 네루다, 러시아 시인 마야코프스키, 임화,프랑스 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중국의 여성 시인 수팅,보들레르,빅토르 위고,흑인 시인 랭스턴 휴즈, 이용악,박인환, 괴테,프랑스 시인 발레리,,,, 등 많은 시인들이 등장한다.

처음 등장이 짠 하고 시인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천양희 님은 섬세한 감성과 표현이 어우러지는 산문식의 이야기가 먼저 등장하여 침을 삼키게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의 구성은 어느 한 시인의 시집이 아니고, 세계의 시인들에 대해 성장배경부터 그 시인에게 영향을 미친 인물, 환경까지 설명해고 있다.
거기다가 산문식의 천양희 시인의 느낌까지 어우러져 나처럼 시에 대해 멀리 떠나있었던 사람에게는 더없이 부드러운 느낌을 받게 하는 책임에 틀림이 없다.

또 하나의 장점은 우리가 평소에 가까이 하거나 시집을 사서 읽지 못했던 세계의 시인들도 같이 가슴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어느 한 시인의 시집을 사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감칠맛을 느끼지는 못한다.
노래와 같다.
어느 가수의 시디를 사면 두어 곡은 죽도록 좋아하지만 나머지는 영 지루해서 나중에는 좋아하는 노래도 안듣게 되는 거와 같다.

이 책은 그런 경우를 커버하고도 남음이 있다.
또 내가 설령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친절한(?) 천양희 시인이 표현을 덧붙여 주니 읽는 내내 감흥이 이어진다.
이 책을 읽는동안 서울도 다녀왔다.

나의 핸드백 속에 넣어져 전철을 타거나 누구를 기다리거나 잠깐 휴게소에 들렸을 때에도 난 이런 시세계를 헤어칠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이건 순전히 내 느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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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한계에 부딪힌다.
프랑스 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의 시 '슬픔'은 그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슬픔

나는 힘과 생기를 잃었다
친구와 기쁨도 잃었다
나의 천재를 믿게 하던 자존심도 잃었다
내가 진리에 눈떴을 때
그것이 나의 벗이라 믿었다
내가 진리를 이해하고 느꼈을 때
이미 그것이 싫어졌다
그러나 진리는 영원하고
진리를 모르고 산 사람들은
세상에서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셈이다
신이 말씀하시니
우리는 답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내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내가 이따금 울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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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고 가슴이 따가워졌다.
사람은 살면서 가슴에 소금을 뿌린 것처럼 따가운 슬픔을 맛본다.
그렇지 않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럴 때
그냥 가슴 부여잡고
시린 손발을 몸뚱이에 붙이고 서성일 수 밖에 도리가 없다.

뮈세는 그 감정을 이렇게 마무리 했다.
'내가 이따금 울었다는 것이다'라고....

시의 세계...
아직 멀었다.
지금 신발에 물도 묻히지 못한 상태다.

새해에 바램이 있다면
산골소녀 주현이가 산문에 관심이 있는데 그의 시세계를 위해 조금이나마 같이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시를 알고 싶고 느끼고 싶다.

그런 바램을 천양희 시인은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풍경--해돋이
+   [산골풍경]   |  2009. 1. 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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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우가 이 밑에 글에서 어제의 상황을 먼저 얘기했지만 어제는 해를 넘겨서까지 가공실에서 일을 했습니다.
주현이는 빼주고 선우, 우리 부부...셋이서...

야콘을 씻고 야콘칩(슬라이스)를 해서 적외선 전기 건조기에 건조시키는 일을 했습니다.
야콘을 씻고 다듬고 하는데 왜 그리 날은 추운지...


물을 버리기 위해 문을 열면 손이 쩍쩍 늘어붙어 고무장갑이 붙어 찢어질 지경이가 천천히 떼곤 했습니다.

야콘 찌꺼기를 버리러 나가는데도 귀가 떨어져 나갈 지경...


그렇게 일을 하는데 라디오에서 종소리 운운하더니 박수를 치고 아나운서의 격앙된 목소리로 새해 인사를 합니다.

그렇게 새해를 맞았습니다.

집으로 올라온 시간이 새벽...


그리고 씻고 두 남자

간식 먹고...
다 설거지하고...

그렇게 알람을 맞추고 자면서 못일어나지 싶더라구요.

아니나 다를까..
눈을 뜨니  허걱....
지금 바닷가에 있어도 볼까말까한 시간...


기상#$^*^$#@@

기상!!!
잠이 덜깬 상태로 나오는 소리도 횡설수설...


그렇게 달리고 달리는데 중간쯤 가니 벌써 해가 두둥실...
아이고 ...

초보농사꾼이 고무탄내 나도록 달리고 달렸습니다.


막 도착하니 해돋이들을 보고 벌써 미사는 시작되었더라구요.

그런데 사실 미사에 올인하기 전에 두리번 두리번...
찾을 사람이 있는데 얼굴을 모르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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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훨칠하게 크고, 마르고, 잘생긴 젊은 남자를 찾는데 없습니다.
그리고 새해 해맞이 미사는 다른 지역에 사는 분들도 많이 참석을 해서 사실 찾기 힘듭니다.

어제 분명히 오신다고 하셨기때문에 꼭 오실텐데...


미사를 보다 또 두리번 두리번...

결국은 못찾았습니다.


감기걸리셨다고 했는데 날이 이리 추운데 사실 신자도 아니고 못오신 모양이다...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떡국을 나누어 주는데 외지에서 오신 분들에게 우리 본당 분들은 양보를 하고 나중에 먹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선우가 아래에 표현한 화롯불 ... 화롯불이 아니고 그냥 나무를 태우는 곳에 모여 불을 쬐고 있는데 옆에서 혹시...하시며 나타나신 분....

대뜸 알아봤지요.


제가 사람을 찾고 있었기에...

대뜸 손을 잡았습니다.
놀라지나 않으셨는지...


그러거나 말거나 반가운데 손 못잡으랴....(이렇게 용감(무식)해졌습니다. 산골아낙이...)


장현칠님....

주위에 있던 초보농사꾼과 아이들을 불러 서로 인사를 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떡국을 같이 먹으려고 하는데 먼저 드셨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만 서둘러 떡국을 먹는데 맘이 급합니다.

장현칠님과 할 얘기도 하고 싶은데...


첫만남을 이 바닷가에서 ...너무 멋지고 좋고 그랬습니다.

늦은 떡국을 받아서 불었는데 아는 분들과 계속 새해인사를 하느라... 점점 시간은 늦어지고..
마음은 급한디...
둘러보니 바다를 보며 차를 마시고 계십니다.


그렇게 떡국은 대충 (말이 대충이지 한 그릇 죄다 먹었습니다. 초보농사꾼은 두 그릇...)먹고 다시 우린 이야기를 했습니다.
홈에서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매일 정스런 대화를 해서 그런지 서먹함은 덜하고 꼭 남동생 같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나이도 물었습니다.


그냥 동생처럼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장현칠님 의향은 묻지도 않고 제멋대로... 새해부터...) 생각하고 그렇게 대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상대방 의향도 ...

참 고마웠습니다.


믿지도 않는 분이 그렇게 우리를 먼저 보고도 미사가 끝나도록 아는체도 안하고..지켜보고 있다가...
종교란 이런 모습이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장현칠님은 루시아가 온줄 아셨나 봅니다.


채영이때문에 못온다고 하였기에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루시아가 있었으면 참 좋았을 것을...서로 무지 반가웠을텐데...했습니다.

다음에 채영이 아빠 근무 안하는 날 저녁에 산골에서 벙개하기로 했습니다.

같이 사진을 찍으려니 꼭...그럴 때 밧데리가....


결국 아쉬워 장현칠 님의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그렇게라도 이 순간을 잡아두고 싶었기때문입니다.


어느 해돋이... 어느 새해보다 오늘은 이런 기분좋은 , 귀한 인연으로 시작을 하여 참 벅차고 기쁩니다.
이 기쁜 소식을 전하며 새해에도 늘 벅차시기 바랍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춤추고...
마음도 춤추고, 몸도 춤추어 건강하시고 말입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풍경--새해에는...
+   [산골풍경]   |  2008. 12. 3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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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눈을 떴습니다.
커텐을 열어 밖을 봅니다.
어제의 그 세상 그대로인데 마음은 급해집니다.

오늘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이고 신은 내일부터 또 한번의 기회를 내게 주시겠지요.
그것이 미안스럽고, 황송해집니다.
이렇게 덥석덥석 받아서 잘 살았는지를 돌아보니 마음이 급합니다.

급하나마나 오늘이 한 해를 갈무리해야 하는 날입니다.
커텐을 다시 닫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바람은 매섭게 내게 다구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갈무리를 제대로 못하면서도
'새해에는...'이라는 말을 자꾸 떠올립니다.
마무리도 안하고 뭘 시작하겠다는 심산이지요.

그렇습니다.
지난 날은 과거니까 없는 것이고 앞으로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국물 먼저 마실 것없고 지금 , 지금만 생각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래도 가족끼리 촛불켜고 한 해를 정리하려고 합니다.
새해에 대한 꿈도 서로 말하고 바램도 나누면서 산골생활에 윤기를 더하기 위한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리고 프랑스 시인 빅토르 위고의 <씨 뿌리는 계절>을 읽고 또 읽으며 새해를 다짐해 봅니다.

<씨 뿌리는 계절>


지금은 황혼
나는 문간에 앉아
일하는 마지막 순간을 비추는
하루의 나머지를 찬미합니다.
남루한 옷을 입은 한 노인이
미래의 수확을 한 줌 가득 뿌리는 것을
밤이슬에 젖은 이 땅에서
마음 흐뭇하게 쳐다 봅니다.

그의 높은 그림자가
이 넓은 밤을 가득 채우니
그가 세월의 소중함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우리는 알겠습니다.

농부는 넓은 들판에
오고 가며 멀리 씨를 뿌리며
별나라에까지 멀리
씨뿌리는 이의
장엄한 그림자를 드리워 줍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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