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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 _해당되는 글 69건
2009.03.18   귀농아낙의 책이야기-- 마지막 강의 
2009.03.04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영혼을 깨워주는 일 
2009.03.04   귀농풍경--난 비빔국수가 좋더라 
2009.02.14   귀농풍경--유리창엔 비 
2009.02.08   귀농아낙의 산골편지--한양에 다녀온 아이들과 저러고 있다. 
2009.02.02   귀농풍경--산골의 워낭소리 
2009.02.01   귀농풍경--길을 나서지 말았어야 옳았다. 
2009.01.31   귀농아낙의 산골편지--건물만 봐도 두근두근하는 인연 
2009.01.24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2009.01.17   귀농아낙의 산골풍경--'전원주택 저널' 1월호에 나온 하늘마음농장 1

 

귀농아낙의 책이야기-- 마지막 강의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3. 18. 21:05  

작년에 이 책이 나왔을 때 사보고 싶었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에서 들었던 책을 놓았다.

하나는 지금 읽다만 책들이 너무 많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이와 비슷한 류의 책들이 요즘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온 것이 맘에 걸렸다.

그런데 선우랑 주현이가 겨울방학에 서울에 갔었는데 교보에서 거의 산 모양이다.
그때 여러 권을 적어서는 엄마가 보고 괜찮다고 생각하면 주문해 달라고 전화가 왔다.
교보문고에서 사고 싶으면 사라고 했고 그래도 되느랴고 묻는다.

당연하지, 했더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사람 맘이 그 자리에서 책은 사고 싶다.
물론 옷도 그렇고 다 그렇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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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633.jpg">

그래서 선우가 몇 권을 교보에서 사왔고 나머지는 책을 주문해 주었다.
겨울방학 한 달의 책값이 참으로 많이 지출되었다.

선우, 주현이가 보기를 기다렸다가 내가 보려니 시간이 도대체 내 편이 아닌 데다가 눈까지 안보여 시작을 해놓고도 진도가 안나갔다.
그러다 어제 돋보기도 하나 장만했겠다 책을 펴드니 술술 나간다.

이 책은 랜디 포시라는 주인공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이다.

그는 췌장암으로 몇 개월밖에 못산다는 진단을 받고 자신이 다녔던 카네기멜론대학에서 마지막 강의를 한 것이다.
이 마지막 강의를 하게 된 이유를 그는 머리말에 이렇게 적고 있다.

"적어도 이십 년은 더 살면서 내 아이들에게 가르쳐줘야 할 많은 것들을 어떻게 짧은 시간에 다 전해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지금 내 아이들은 대화를 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모든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옳고 그름에 관하여, 현명함에 관하여, 그리고 살면서 부닥치게 될 장애물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가르져 주고 싶어 한다.
또 부모들은 행여 자식들의 삶에 나침반이 될 수 있을까 하여 자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한다.
부모로서의 그런 욕망이 카네기멜론대학에서의 '마지막 강의'를 하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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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634.jpg">

그 강의 내용을 책으로 엮어 아내와 세 명의 자녀들이 훗날 아버지를 기억하기를 , 남편을 기억하기를, 그리고 세상의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남긴 것이다.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아내를 만나기 전의 이야기, 그리고 부모로부터 받았던 사랑, 영향, 부모님의 철학 등,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 그리고 마지막 강단에 서기까지의 과정 등이 섬세한 필체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사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세상 사람들에게 무엇을 힘주어 말해주고 싶은지를 꼼꼼하고, 간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엇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등의 아쉬움은 남는다.

저자는 세 명의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자리가 비었다는 것을 가장 애닳아했다.
왜 안그렇겠는가.
입장바꿔 생각하지 않아도 가슴 저리고 기가 막힐 일이다.

아이들도 6세, 5세, 18개월이다 보니 더더욱 먹먹함이 컸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마지막 강의를 철저히 준비하는 모습과 긍정적인 사고로 건강한 사람보다 더 활달한 성격으로 나머지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감동이었을 것이다.


랜디 포시 교수가 아니더라도 우리 누구도 생명은 장담할 수가 없다.
당장이 될지, 내일이 될지 누구도...

그렇다면 모두가 같은 입장에 놓이긴 마찬가지 아닌지...
누구나 이 상황에서라면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와 더불어 순간순간 행복해야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책이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는 면에서도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영혼을 깨워주는 일
+   [산골편지]   |  2009. 3. 4.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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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7일

작년 말에 신이 나에게 12개가 끼워진 곶감 한 줄을 선물로 주셨다.
그러면서 하나하나 빼먹으며 유익한 양식이 되어야 한다는 간곡한 멘트를 날려주셨다.

이제 하나의 곶감을 빼먹고 두번째 곳감을 집었다.
그리고 하나 먹은 곶감이 유용한 양식이 되었는지 돌아본다.
아니다.
똥밖에 된 게 없는듯하다.

헛된 한 달을 보낸듯 또 한 장의 달력을 찢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

요즘 야콘즙과 야콘칩 작업을 한다.
그러려면 야콘을 일일이 씻어서 슬라이스를 한다.
야콘을 씻는 일은 쉽지 않다.

작년에 가물어서 갈라졌기 때문에 그 갈라진 틈마다 흙이 들어 앉아 있어서 그것을 일일이 후벼 파야 한다.
그런 작업이 끝나면 슬라이스를 한다.

이 일을 초보농사꾼과 둘이 했었는데 산골의 아이들이 한양에 다녀온 기념(?)으로 모두 함께 작업을 하기로 했다.
사실 일을 도와주는 의미도 크지만 가족이 힘든 일을 함께 나눈다는 데에 더 의미를 둔다.

그러다 보니 난 다른 일이 있어도 끼어서 말동무가 되어 주고 애들처럼 장난도 치고 1인 3역 정도는 해내야 한다.

그 일을 하면서 우린 대화를 많이 한다.
서울에 갔을 때 어떤 점이 인상 깊었는지...등등을 물어본다.

그런데 가끔 초보농사꾼이 찬물을 끼얹는다.
가령
"선우야, 내가 알기로는 넌 미술이 허당으로 아는데 서울가면 왜그렇게 미술관, 예술의 전당 등을 이잡듯이 다니냐?"

그냥 미술에 관심 없는 네가 그렇게 미술관 등을 다니니 기특하구나...이런 멘트를 날리면 어디 덧나는지...

선우는 씩 웃으며 대답을 한다.

물론 자기는 그림에는 젬뱅이란다.
그러나 그리는 것을 못하면 보는 안목이라도 키워야 한단다.
네째 이모는 주부이면서도 예술의 전당에서 살지 않느냐,
그 이모가 미술을 잘 그려서 다니는 것은 아니다,
자꾸 다니다 보니 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가들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감동이다,
내가 관심없는 분야라고 신경 끌 일이 아니고 다방면에 조금의 안목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

그런 대답에 초보농사꾼 본전도 못찾았다.

야콘 작업을 하는 시간은 그런 시간이다.
중3이 되는 주현이 역시 스스로 미술관 등을 서울 스케줄에 꼭 넣는다.
주현 낭자는 시를 좋아하다 보니 교보문고에서 시집을 많이 본 모양이다.

광화문 교보문고는 내가 서울살 때도 등에 업고도 자주 가던 곳이다.
주현이는 업고, 선우는 걸리고...

업은 애가 뭘 알까 하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책 냄새, 그리고 서점의 그 풍광이 천리도 본다는 아이가 그것만 안볼 리는 없다는 확신이 있었기때문이다.
아이들이 크면서도 갔었고, 귀농하고도 방학때마다 데리고 갔다.

이제 데리고 안가도 제 발로 찾아가 감동을 담아 오고 있다.

그렇게 야간 작업에 돌입할 태세이니 산골아줌마는 간식을 준비해야 한다.
말벗이 되어 주랴, 간식해 나르랴...

그렇게 서둘러 집으로 올라가는 내 뒤통수에 날아오는 멘트
"선우 엄마, 쏘주 빼먹고 오는 것은 아니것지..."

'요즘 귀신은 뭐하는지...^^"

산골음식이란 <있는 재료로 한다>가 기본 모토다.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다'고 산골가족들도 이 음식에 뭐가 빠졌느니, 뭐니 하는 일은 없다.

오늘의 메뉴는 선우의 강력한 부탁에 의해 비빔국수와 김치부침이로 정했다.
일단 콩나물을 삶아서 넣고,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비빔국수를 만들었다.
김치 부침이는 이곳 어르신이 찬조해 주신 것을 송송 썰어 계란 넣고 부쳤다.

내가 서두르는 이유 두 가지.
첫째는 빨리 갖다가 줘야 세 박씨들이 에너지가 생길 것이고,
두번째는 나 없는 사이 하나밖에 없는 배씨를 간식으로 도마에 올리는 것은 아닌가 불안해서다.^^

노동을 하고 먹는 참은 꿀맛이다.
아니나 다를까.
넉넉히 해간 음식이 바닥이 금방 났다.

방학이라도 진종일 집에만 있는 것은 좋을 게 없다.
동네도 한 바뀌 같이 돌고, 같이 책도 보고, 그리고 저녁에는 이런 운동(?)도 시킨다.

선우가 말한다.
"커서 이런 일들이 많이 그리울 것같아요."

그리운 것이 많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립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시절의 일이 지금 내가 가는 소풍길에 깔려진 낙엽처럼 바스락 바스락 영혼을 깨워주는 소중한 일이기때문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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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풍경--난 비빔국수가 좋더라
+   [산골풍경]   |  2009. 3. 4.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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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는 초보농사꾼이 무지 좋아합니다.
마을 할머님들이 벌써 다 꿰고 계세요.
박반장 국수 좋아한다고...

겨울철
마을회관에서 할머님들이 노시면서 국수를 끓였을 때 초보농사꾼이 가면 최소한 3그릇은 기본 그 날의 배 속 사정에 따라 그로부터 2그릇 추가는 거뜬... 뭐 그 정도...

이제는 가끔 성당에서 국수를 주는데 점점 그 실력이 들통나고 있어요.
엊그제도 몇 그릇 먹었으니까...

다싯물에 말아주는 것도 좋아하고, 비빔국수도 좋아하는데 저는 비빔국수를 좋아합니다.
학생때 매운 쫄면도 많이 먹었지요.

비빔국수는 매운 것을 좋아하는 선우가 좋아합니다.
주현이는 매운 것을 잘 못먹구요.

비빔국수에 콩나물을 무쳐서 넣고, 단맛은 효소 원액으로 해결합니다.
김치는 송송 썰어 넣고 고추장에 잘 버무린 후 통깨로 마무리하면 끝~~~

이 정도의 양이면 초보농사꾼은 3그릇먹어야 하지요. 기본으로...

오늘처럼 비가 오고, 눈이 오는 날은 따끈한 국물에 말아 먹는 국수가 좋지요.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풍경--유리창엔 비
+   [산골풍경]   |  2009. 2. 1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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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단비가 내렸습니다.
전국이 가뭄으로 몸살을 알아도 하늘은 끔쩍도 안하더니만
도저히 안되겠는지
그 전날의 바람은 엄청났습니다.

그러나 바람만 엄청나고,
하늘만 온통 비올 태세만 갖추었지 비는 오지 않아
이번에도 글렀구나 하는 마음으로 하늘만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따뜻한지 야콘창고가 오히려 더 추워서 문을 열어 놓는 이상 행동을 해야 했습니다.

밖의 바람이
봄바람보다 더 따뜻했습니다.

오히려 봄바람은 매서움이 조금 남아 있어
쌀쌀맞습니다.

그러더니
다음 날
비가 조금씩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내 주룩주룩,,,

반가운 마음에 나가서 소리를 질렀더니
저도 그제서야 소리를 좍좍 내지르며 반가워합니다.

한동안 마당에서 그를 몸으로 맞아들였습니다.
반가운지 그는 얼굴도 만지고, 손도 간지럽혔습니다.
그리 반가우면 일찍 찾아오지...

갑작스런 손님들의 등장으로 비오는 모습을 찍지 못하다
손님들이 돌아가시고 통창을 두드리는 비를 찍었습니다.

어둠 속에
외등도 반가운지 비를 비추고
유리창엔 빗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한양에 다녀온 아이들과 저러고 있다.
+   [산골편지]   |  2009. 2. 8.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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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5일

방학이라 서울에 갔던 아이들이 8일만에 산골에 도착했다.

서울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영주로 해서 봉화, 현동, 분천, 그리고 우리 마을앞을 바로 지나 면에 내려준광다.
우리 마음 앞을 지나면서도 차를 안세워준다.
사정을 해도 소용없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원칙이 있어서일거라고 생각하고 애들에게는 사정해 보라는 말도 안한다.

아이들이 분천을 지나고 있다는 전화를 받고 가공실에서 일하는 초보농사꾼을 조금 돕다가 면에 가니 아이들이 벌써 내려서 어둔 시골 정거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엄마 차를 발견하고 바리바리 싸온 짐보따리를 실기도 전에 엄마 손을 한번씩 잡는 아이들...
잘 다녀왔고 고맙다고 차에 짐을 실으며 그리고 자기 몸을 실으며 먼저 인사를 한다.

"그래, 아빠가 기다리시니 어서 가자"

산골에 도착한 아이들이 절을 해야 한다고 우리 부부의 손을 잡아 끌며 앉으시란다.
우리 둘은 집을 비웠던 아이들의 절을 받았다.

아이들을 일년에 한번 외국을 데리고 나가다 이번에 선우가 2학년이 되면서 졸업할 때까지 참자고 완장찬 가장이 선포해서 못갔고, 서울은 매 방학때마다 경험하라고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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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웃 할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군밤은 선우가 좋아하고, 밥에 넣어먹으라고 말려 주신 그 딱딱한 밤을
과자처럼 먹더니 아예 들고 다니며 먹고 있는 주현낭자))


이번에도 8일 동안의 서울 경험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아들 선우(아론)

늘 방학때마다 광화문 교보문고를 갔지만 이번만큼 감동적이고 느낀 바가 많긴 처음이란다.
예전의 아빠처럼 넥타이맨 아저씨들이 퇴근해서 열심히 책을 읽고 고르고, 어떤 백발의 할아버지는 아예 걸터앉으셔서 열심히 법전을 보시더란다.
그 모습에 애가 놀란 모양이다.

또 한 가지는 엄마랑 방학때 교보에 가면 엄마는 끔쩍도 안하고 1시간이고 얼마고 책을 보고 또 보고 하셨을 때, 사실 지루한 적도 초등학생때는 대부분이었다고...
그런데 이번에 엄마를 너무 이해하게 되었다고 흥분한다.
책많은 곳에서 그 책을 찾아 온 사람들에게 감동먹고, 그곳에 자기가 좋아하는 심리학 등에 대한 책도 맘대로 볼 수 있어서 또 감동먹은 모양이다.

자기도 사고 싶은 책이 많았고, 느낀 점도 많아 이번 방학때 3일을 광화문 교보로 출근해서 점심도 거기서 사먹고 했단다.
또 미술관 또한 감동인 것은 올해도 마찬가지고...
사실 선우는 미술을 아주 싫어한다.
그러면서도 미술관을 자주 가서 보는 것이 신기하다.

여러 감동을 쉼없이 풀어내는 선우...

다음은 주현 낭자 차례...
가장 감동받은 곳은 어디냐고 하니 서대문 형무소란다.
서대문 형무소??... 주소는 현저도 101번지인데... (쓸데 없는 것만 외우고 있다. 난 )

그곳을 지금 두번째 가보는데도 다음에 어디 갈까 한다면 또 갈 거란다.

그리고 교보문고는 두번 갔지만 오빠처럼 깜빡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시집이랑 다른 책들이 많아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데 참으로 좋고 분위기가 좋았단다.

그리고 미술관을 갔었는데 조금 이해하기 힘든 그림이 많았지만 그래도 많이 배우고 그 분위기가 좋았단다.
서울의 사촌형들과 지냈던 이야기, 네째 언니의 아들인 세무가 그 대학생 형이 어린 자기들을 데리고 영화도 보고, 노래방에도 가고, 저녁에는 대화도 해주고 너무 좋았단다.

선우는 세무형을 가장 닮고 싶어한다.
이모에게도 너무 잘하고 그것이  온전히 몸에 배어 있고 이모를 도와 밥차리고 설거지하는 것이 생활이라며 선우가 침이 마른다.

아이들은 서로의 차례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감동을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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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빨랑 나오시라고 하도 그러기에 나갔더니 춥다. 두른 앞치마를 풀어 들고 는 추운 날씨탓에 손에 잔뜩 힘을 쥐었더니 표정도 자세도 영 경직되어 있다.))


일단 거기까지 듣고 오랫만에 네 식구가 식탁에 꽉 들어앉아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도 이야기는 끊어지지 않았다.

선우가 말한다.
우리는 복이 많은 아이라고...
울진의 아이들 중에는 서울에 한번도 못가본 애들도 적지 않다고 하며 서울에 가서 잘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무지 부러워한다고...

그런데 자기들은 이모들이 서로 오라고 하고, 할머니가 무조건 오라고 하시니 저희는 복이라고...

많이 컸다.
아직 그릇이 여물어지지는 않았지만 감동이 늘다보면 그 그릇도 점점 굳어지고 여물어질 것이다.

자식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그들의 길에 불을 밝혀 줄까...부모로서...
그런 생각들이 가슴 한 켠을 늘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커가고 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나서 선우가 교보에서 음악 CD 한 장 사왔는데 함께 듣자고 하니 초보농사꾼이 너희들을 위해 신부님이 선물해 주신 야외용 스피커를 달았다며 한 곡 튼다.

모두 밖으로 나가는 박씨 일가들...
나가보니 난리가 났다.
음악에 맟춰 몸을 흔들고 난리다.

'아이고 박씨들아,
별과 달이 놀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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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먹이를 가지러 내려왔던 노루 등도 자다 놀라겠다.
살금살금 놀거라....'

아이들의 얼굴이 한결 탄탄해 보인다.
한층 가슴이 자라서 내려온 것같아 고맙고 그동안 아이들을 위해 협찬을 아끼지 않은 분들(? 핏줄...) 감사한 밤이다.

한양에 다녀온 아이들과 초보농사꾼이 저러고 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풍경--산골의 워낭소리
+   [산골풍경]   |  2009. 2. 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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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홈의 누나격인 치자꽃님이 영화 '워낭소리' 사진을 올려주셨을 때,
그 사진에 빨려들어가는줄 알았다.

할아버지와 소...
그 풍경이 너무 소박하고, 맑아서 숨이 멎을 정도였다.

동물 중에서 어떤 동물이 제일 좋냐고 물으면 소가 아닐지...나는 그렇다.
맑은 눈망울에, 그 순박한 울음소리...

국민학교 다닐 때 방학이 되면 천안 병천에 갔었다.
뚝방에서 풀을 뜯다가 사람이 닥아가면 먼저 뚝방 아래로 피하곤 하던 소...
그 덩치에 난 늘 무서워 그 길을 못가고 돌아돌아 다른 길로 다녔었다.

그렇게 무서웠던 소가 왜 좋으냐고 물어도 할 수 없다.

한길(시골에서는 행길이라고 불렀다.)에 그 똥덩어리가 떨어져 있어도 더럽지 않았고 냄새도 없었다.

난 유독 고향에 대한 향수가 많은 것같다, 언니 넷과 오빠에 비해...
그래서 귀농 전에도 골동품을 사모으곤 했다.
큰돈 들어가는 것은 못사고...소품정도...

이 워낭도 내 기억으로는 옛날 청계천의 벼룩시장에서 샀지 싶다.
초보농사꾼은 서울사람이었으면서도 내가 그런 것을 좋아한다고 하면 대뜸 사라고 부축이곤 했다.
그 점이 지금 참으로 고맙게 느껴진다.

그렇게 생긴 워낭,,,
당연히 귀농하면서도 모셔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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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꽃님의 영화 사진 한 장을 보고
바로 내려가 사진을 찍어 왔다.

아래의 사진은 작은 종의 속을 찢은 것인데 찍사가 시원찮아서 감흥이 덜한 것같다.

치자꽃님 덕분에 한참 워낭을 흔들며 그 소리를 듣다 왔다.
그 소리로 귓 속을 소제해서 그런지 그 소리로 눈이 소독되어 그런지 내 눈도 소처럼 맑아진 기분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풍경--길을 나서지 말았어야 옳았다.
+   [산골풍경]   |  2009. 2. 1.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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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나서기가 요즘들어 두려워지기도 한다.
알 것 다 아는 나이에 접어들어서인가 보다.

시어머님이 명절을 쇠시고 가셔야 하고, 아이들도 방학 때마다 서울의 박물관, 미술관, 영화, 뮤지컬 등을 보러다니기 때문에 모두 서울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난 마음의 결정을 못했다.
나머지 식구들은 당연히 엄마도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나를 붙들어 매는 무엇이 있었다.
그렇다고 딱히 무슨 이유라고 말할 수도 없는 그 무엇...

무엇이었을까.

서울로 떠나는 날 아침,  전날 오셨던 손님들이 아침 식사후 먼저 출발하실 때도 그냥 남을까를 내 머리에게 물었다.
가슴에 물어야 하는 일을 머리에 물은 것...
머리는 단순하여 가야 한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가슴에게 물었더라면 뭐라 했을까...

말 장난이 아니고 가슴에 물으면 잘 생각해 보라고 했을 거다.

지금 생각하니 그것은 길나서는 두려움이었던 거다.

대인기피증이 아니고 길을 나섰다 돌아와서의 뒷감당의 문제 말이다.
서울가면 핏줄을 만난다.
내 엄마도 만나고, 좋아하는 언니들도 만나고... 그런데 짧은 만남 끝에 남는 그 아리함을 감당할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그러다 보니 그럴 상황을 안만들고 싶은 그 이유가 정확하다.

무인도나 다름 없는 이 연고도 없는 울진...
정붙여 살만하면 사람이 한번씩 뿌리채 뒤흔들어 놓아 그 알량하게 박혀 있던 허연 뿌리가 휘~하고  뽑혀 나기 일쑤였다.
그런 앓이를 견디며 행복을 찾았던 세월...

핏줄을 보고 돌아서 오는 그 걸음걸음이 어떤 고통을 동반하는지 알기에 난 아예 길을 나서기가 어려운 것이다.
작은 이유때문에 큰 것을 잃는 어리석음을 범한다고 욕해도 할 수 없다.
난 나서기가 두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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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걸음을 떼고 서울에 갔었다.
어머님을 모셔다 드리고 홈에서 만난 인연을 만나고 그리고 다음 날 핏줄을 만났다.
잠깐의 만남이었다.

울진에는 비가 오고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워 사고가 많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핏줄을 더 봐야 하는데 서둘러 산골로 향했다.

그렇게 톨게이트로 진입하고서야 아리함이 꾸물거리기 시작했다.

산골엔 나보다 먼저 비가 도착해 나를 맞아준다.
역시 내 도반들밖에 없다.
산골에 도착하니 나무는 다 타고 집은 썰렁하다.

서울에서 주섬주섬 싸주신 짐을 풀었다.
언니, 어머님 그리고 홈에서 만난 분들이 싸주신 사랑의 물건들...
거실에 또 죽 펴놓았다.
그것이 차라리 아리함을 보자기로 덮는 효과가 있으니까...

그리고 이제 하루를 마감하기 위해 씻으려고 욕실에 들어가는데 들어 오는 물건...
헉...
숨이 턱하니 막힐듯...

그건 요강이다.
늙으면 오줌도 자주 마렵다는 친정 엄마의 말씀이 생각나 다리가 시원찮아지신 어머님이 오시면 요강을 꺼내 놓아 드린다.
어머니 머리맡에...

그러면 어머님은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 며느리 손이 가기 전에 요강을 부셔 놓으신다.(여기서 부신다함은 씻어 놓는다는 말...^^)

어머님이 서울로 가시는 날 아침에도 일찍 요강을 내다 씻어 두고 가신 것이다.

흔적...
사람의 흔적...

씻으려 들어갔다가 그냥 나왔다.
나중에 씻자 하고는 짐을 정리하려는데 아이스 박스가 눈에 들어온다.
어머님이 산골에 손님오면 반찬 없어 발을 동동 구른다고 어머님 단골 생선아저씨에게 생선을 서둘러 사셔서 우리 차에 실어 주셨다.

세 종류의 생선들이 하얀 박스 안에 조신히 앉아 있다.
생선을 한 번에 먹기 좋도록 비닐 팩에 넣는데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흐른다.
막내라 그런지...  나이 헛먹었다.

큰언니의 전화를 받자 명랑표로 버로 위장을 한 내 목소리가 나를 더  슬프게 한다.
큰언니네 집에 다니러 오신 친정 엄마가 막내딸이  너무 갑자기 다녀가서 멍해 하신다고...
엄마 바꿔 드릴테니 또 온다고 안심시켜 드리라고..

난 정녕 길을 나서지 말았어야 옳았다....</font>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산골편지--건물만 봐도 두근두근하는 인연
+   [산골편지]   |  2009. 1. 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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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31일

서울에 갔었다.
어머님이 명절 쇠시러 산골에 오셨다가 가시는 날이고, 아이들도 방학마다 서울에 가서 며칠 보내다 오기때문에 겸사겸사 모두 같이 나섰다.

연례행사대로라면 올 초에 아이들과 귀농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해외여행을 가야 하지만 선우가 이제 고2라서 고등학교 졸업때까지는 잠깐 쉬는 것이 옳다는 가장의 말에 모두 수긍했다.
공부를 많이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고2정도 되었으면 마음자세, 정신자세라도 거기에 맞추어야 한다고 덧붙여 주었다. 자상하지도 않은 가장이...

그러니 이번에는 서울행으로 여행을 땡쳐야 한다.
해외여행과 상관없이 방학마다 서울엔 보냈었다.
핏줄들도 만나고 나름대로 가보고 싶은 곳도 경험하고...

산골에서 아침을 손님들과 먹고 손님들이 먼저 떠나시고 우린 집단속과 짐정리를 하고 바로 길을 나섰다.
오랫만에 5식구가 한 차로 이동하다보니 모두가 기분좋아한다.

서울가는 날은 3시 30분에 수원의 아주대병원에서 어머님의 MRI결과를 봐야 했기때문에 아침에 서둘렀었다.
병원에서 결과가 좋게 나와 가벼운 마음으로 본가로 가려고 하는데 초보농사꾼이 병원 대기실의 누군가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우린 시누이랑 멀리에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온 초보농사꾼의 얼굴에 그늘이 짙다.
현대자동차 동기란다.
그렇게 착할수가 없는 동기녀석이 회식하고 나오다 잠깐 부딪쳤는데 머리를 다친 모양이라며 말을 잇지 못한다.

우리가 귀농하고 TV에 나온 것을 보았다며 반갑게 메일을 보내주던 친구였다고...
머리를 다쳐서인지 조금 어눌하고 그렇다고...

나중에 산골에 와서서 또 친구가 걱정되었는지 전화를 해서는 답답할텐데 산골에 며칠 다녀가라고 하니까 지금 초등학교 2학년 정도의 수준이라 가기가 어렵다고 하며 웃더란다.

아마도 어느 기능 하나가 고장이 나서 제 구실을 못하는 모양이다.
글과 숫자를 보는 수준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그래도 공기좋은 곳에 다녀가라며 몇번이나 말하고는 힘없이 전화를 끊는 초보농사꾼.
전화를 끊고도 초보농사꾼 마음이 많이 아픈지 서성인다.

무엇이 이리 돌아가는지...

하여간 다시 서울이야기로 돌아가면,,,,
병원을 나와 아이들은 분당의 큰이모네로 보내고 어머님을 본가로 모셔다 드렸다.
어머님과 이른 저녁을 먹고는 분당의 큰언니네 집으로 출발했다.
큰언니네 다니러 친정 엄마가 거기에 와 계신다는 정보를 접수했기때문이다.

그렇게 마천동에서 분당으로 달리는데 여기가 문정동 로데오 거리라며 우리 홈에 오시는 김태경 형님 건물이 나올 거란다.
그 소리를 듣는데 왜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난 카메라를 꺼내 흔들리는 차안에서 건물을 찍었다.
그렇게 인연의 건물을 담고서라도 산골로 가려고...

그런데 초보농사꾼이 형님께 들려 차 한잔 얻어 마시고 가잔다.
안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퇴근 시간이 9시로 들었는데 그리 바쁜 분에게 불쑥 가는 거 아니라고...

그런데도  서운했는지 그래도 딱 차 한잔만 하고 가야지 어떻게 코앞을 지나가냐며 차를 길가 주차장에 세우고 주차료를 지불하고 있다.
초보농사꾼 전화에 건물 현관까지 나오시는 태경 오라버님....

처음 뵙는 얼굴이지만 낯설지 않고 푸근하다.
정말 친오빠처럼 다정한 향기에 끌려 그 분 건물에 있는 사무실로 올라갔다.

일전에 삼성동 벙개때에도 함께 오셨던 이준봉 사장님 사무실에서 들렀는데  농사로 아픈 몸에 테이핑을 해주시는며 이런 저런 주의사항과 함께 테이프를 또 한아름 선물로 주시는 마음이 따사로워 거절도 못하고 덥석 받았다.

그렇게 헤어져 분당으로 가려는데 아쉬우신지 생맥주 한 잔을 권하신다.(이거 초보농사꾼에게는 마약인디....)
생맥주야 초보농사꾼이 거절할 이유가 없지만 술을 마시면 운전하고 분당으로 가는 일이 어려워진다며 가야한다고 말하는 초보농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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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짐이 서운한건 나도 마찬가지라 모두 모즈21 건물 지하에 있는 '샤갈...'로 내려갔다.

생맥주에 아픔과 즐거움을 토해내다 보니 한 잔이, 두 잔되고, 두 잔이 석잔되고, 그렇게 맥주잔을 정신없이 들락거리다 그만 분당으로 가는 것을 포기한 다음에는 편하게 마셨다.
일단 나도 큰언니에게 전화를 하여 오늘은 못가고 내일 산골로 가면서 들리겠다고 연락을 취해 놓았다.

사람의 인연은 어떤 모습일까...
그 완전한 모습을 본 사람이 있을까...
내가 경험하고 상상하는 인연의 깊이는 늘 새로운 인연 앞에서 그 기록이 깨지기 일쑤였다.

진정한 깊이와 향기는 어디까지일까를 분간하기 어렵다.
태경 오라버님과 만난 자리에서, 난 끊임없이  인연의 신비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자리의 사람을 둘러보니  인연의 깊이와 향기의 끝이 어디까지일까 더 의아해지고, 궁금해졌다.

핏줄이고 아니고의 구별이 필요없다.
초보농사꾼은 외아들이라 든든한 형님이 생겨 더더욱 따사로웠을 것이고, 나야 달랑 한 명 있는 오빠가 있을 뿐이다 보니 그 친오빠와 구별이 안되긴 마찬가지다.
산골의 앓이를 토해낼 때는  함께 눈을 찌푸리며 맥주를 들이켰고,  산골의 좋은 일을  언급할 때는 모두 산골살이를 함께 한듯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셨다.

그때 이 두 줄짜리 시가 떠올랐다.
나 태주 시인의 '자운영꽃'

자운영꽃

잃어버린 옛날 이야기가
모두 여기 와 꽃으로 피었을줄이야.


이것 말고 뭘 바라겠는지....
내 아픔과 기쁨을 정녕 머리카락 빠져나갈 구멍 하나 없이 온전히 함께 느끼는데 무엇이 더 필요한지...

태경 오라버님은 내가 대학때 한창 방송에서 난리가 났던 '이산가족찾기'에서 잃어버렸던 막내 여동생을 찾은 사람처럼 그렇게 반가워하시고 좋아하셨다. 손을 잡고 우린 놓지 않았으니까...

과연 난 저렇듯 맑으신 태경 오라버님에게 그 분과 같은 맑은 영혼을 유지하며 기쁨을 드릴 수 있을까....
수없이 자신에게 물어 보았는데 내 안의 난 대답을 신통하게 못한다.

초보농사꾼도 기분이 좋아서 생맥주를 연거푸 마시며 지난일을 토해내고 앞으로의 계획도 말씀드린다.
그 모습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아주 늦은 시간...
이제 헤어져야 한다.

서울에서는 운전을 못하고 울진 신호등 없는 곳에서나 운전을 하는 들떨어진 나는 인연의 힘을 얻어 용기가 났는지 문정동에서 본가까지 초보농사꾼이 시키는대로 운전을 해서 잘 왔다.

늦은 시간, 오늘의 일을 영상으로 떠올리니  잠이 안온다.
인연의 홍역을 앓고 있는중이다.
인연을 떠올릴수록 정신이 맑아지고 자꾸 걷고 싶어진다.

산골살이,
귀농살이,
이제는 나홀로 걸어가는 길이 아니다.

우리 홈에 오시는 많은 분들의 응원과 격려, 관심, 사랑 그리고 기도로 난 밭을 갈고, 씨를 뿌릴 것이며, 풀을 뽑고, 화단에 물을 줄 것이다.
그 자양분으로 난 산골살이를 해나가는 거다.

그러니 어떤 어려움, 힘듬이 있어도 오뚜기처럼 일어나야 한다.
그 응원을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내가 아무리 까막정신이라도 그것만은 잊어서는 안된다.

산골에 비가 온다.
봄비처럼 주룩주룩 비가 온다.
엊그제 내 어깨를 두들겨주던 그 인연의 손길이 느껴지는듯 난 서서 통창으로 그 소리처럼 들린다.
소리는 귀로 듣는데 어깨가 따사로워진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   [산골편지]   |  2009. 1. 2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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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이 “뉴잉글랜드 지방은 아홉 달은 겨울이고, 석 달은 썰매타기에 나쁜 날씨”라고 했다는데 산골도 만만치가 않다.
10월부터(9월에도 간간히) 나무를 때기 시작해서 얼추 5월까지는 그 일을 계속해야 한다.

 

낮의 기온은 봄이라 하더라도 밤기온은 현저히 곤두박질치니 거의 한 해의 반은 나무를 부등켜안고 살아야 한다.

요즘 그나마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고는 하나 산골의 겨울은 이러나 저러나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장작더미 몇 개를 거덜내고서야 끝의 기미가 보인다.

지금 산골의 연통에서는 펑펑 연기가 잘도 나온다.
아무리 불경기라지만 그것을 보는 이의 마음은 풍요롭기만 하다.

*************************

난 사실 TV를 틀줄 모른다.
도시에서야 기본 채널을 틀면 나왔지만 산골은 스카이 라이프인지 뭔지가 있어야 TV가 나온다.
그러다 보니 리모콘의 버튼을 이러 저리 공기돌 놀리듯 돌리면 엄청 많은 채널의 방송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아는 분이 메가 TV인지 뭔지 하나 신청해 달라고 하여 끄덕였더니 TV트는 일이 더 복잡스러워졌다.
단순해도 볼까말까한 TV를 더 틀일이 없다보니 난 혼자 틀줄도 모르게 되었다.


배우고 싶은 마음도 없을뿐더러 TV에 목매일 일이 없으니 불편하지도 않고 아쉽지도 않다.
같은 시간을 주고 TV볼래, 책 볼래 하면 난 단연 후자이니 그깟 TV를 못튼다고 하여 아리고 씨릴 일도 없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초보농사꾼이
“당신이 좋아할 프로가 있어”하며 나를 끌어다 앉히고 채널을 돌려준다.
타샤 튜더 할머니에 대한 방송이었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타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맘이 많이 설겅거렸었다.
그 속내를 아는 초보농사꾼이 그런 마음을 쓴 것이다.

이 프로는 그 분이 돌아가시고 한국인 둘째 며느리랑 동행하면서 찍은 것이다.
그토록 화려하고, 귀티나고, 품격있고 아기자기하던 그 화원은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주인의 그 온기가 사라지자 그 짧은 시간에 정원을 황폐화시키고 있었다.


‘할머니는 이 분신과도 같은 정원을 두고 어떻게 신발을 둘러 신으셨을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에 젖어 있는데 TV에서 며느리의 이 말이 귀에 박혔다.
타샤 할머니는 나이들어서의 삶을 너무 좋아하셨다고 했단다.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좋아할 이유가 없다고...


많이 의아했다.
과연 그럴까.
누구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며느리의 이야기가 계속 되면서 내 의문은 안개걷히듯 사라졌다.

타샤 할머니는 젊어서 이혼을 하고 아이들 셋의 책임을 져야 했단다.
그래서 그림을 그려 팔면서 가정을 꾸려야 하는 가장이 된 것이다.


그것도 힘들 판에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침튀기는 상처가 더 젊은 여자 가장은 버거워 했다는 거다.

신기한 일이다.


남의 일에 그리들 침튀기는지...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왜 깡통은 차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것은 지구상의 악습인가보다.
젊어서는 혼자 벌어 아이들 키우고 가르치는 일에 힘겨워 했다고 했다.


그런 무게를 벗게 되었을 때는 새털처럼 어깨가 가벼웠을 것이다.
그러니 그때부터의 삶은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대로 사는 삶이었으니 그 나이가 얼마나 좋았을까...
그 생각에 미치자 이해가 되었다.


그러다 박경리님의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유고 시집을 사게 되었다.
그 시집을 읽으며 박경리 할매와 타샤 할매가 공통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박 할매 역시 결혼한지 4년만에 남편과 사별하여 가장이 되었단다.


‘옛날의 그 집’이라는 시가 두 할매가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옛날의 그 집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심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번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거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 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그렇게 시는 끝이 났다.
가장으로서의 힘듬도 힘듬이었겠지만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이 으르렁거렸다고 했다.
그 짐승이 무엇이겠는가.

남에게 상처주는 일.


남의 일에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 아무 짝에도 쓸데 없는 모습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음이 분명하다.
지금의 내 상처를 봐도 그렇고...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이 풍진 세상에 왜 그런 일에 사람들은 흥미로워할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박 할매 역시 그냥 두어도 힘든 가장인데 대문 밖 짐승들은 늘 그렇게 발톱을 세웠던 것이다.
그래서
‘모진 세월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며 숨통트여 한 것이다.

타샤 할매는 그나마 위로자가 꽃과 나무였을 것이고, 박 할매는 글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두 분은 늙어서야 편안함을 느끼고 홀가분해 하신 것같다.

오늘 두 분의 책을 다시 읽었다.
책을 유독 느리게 읽는 내가 두 권의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두 분의 삶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우리 모두는 이 두 분의 삶을 내 삶에 접붙이며 살의 상채기를 돌보아야 한다.

살면서 남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양면성이 있어 긍정적인 면, 부정적인 면이 있는데 우리는 전자에 관심을 갖을 일이다.
돈 안드는 말이라고 함부로 해버려서도 안되며, 내 일이 아니라고 감놔라 대추놔라 쉽사리 판단하여 세 치 혀를 놀릴 일도 아님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밤이다.

남의 말할 일이 아니고 내 단속이나 잘 할 일은 아닌지...
내 안의 나에게 여러 번 묻고 또 물어본다.

(사진은 불영사의 모습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산골풍경--'전원주택 저널' 1월호에 나온 하늘마음농장
+   [산골풍경]   |  2009. 1. 1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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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저널' 1월호에 산골가족 이야기가 나왔어요.

기사 내용 중 사진 하나가 잘못나왔네요.
산골아이들 사진이 아니고 지난 가을에 왔던 초보농사꾼 후배의 아이들 사진인데...
그 사진을 제외한 나머지는 산골아이들 맞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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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잡지는 흔히 보는 잡지는 아니고 건축자재, 집짓기 , 이외의 집재료 등을 소개하는 데에 주 목적이 있지 싶은 잡지예요.
그런데 구석구석 볼꺼리는 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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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한번  보 세요.
날이 찹니다.
새벽의 쌀쌀함보다야 조금 낫다고 위로하는 밤입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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