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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 _해당되는 글 69건
2008.12.08   산골편지 -- 귀농 후 산골 서재에 대한 욕심 
2008.12.06   산골편지 -- 무엇이 남고 무엇이 스쳐지나가는지를.... 
2008.12.05   귀농풍경 -- 나무타는 냄새로 가슴이 따뜻하기를.... 
2008.12.02   귀농풍경 -- 이 모습이기를.... 1
2008.11.30   산골편지-- 내 귀농의 삶도 절절하기를.... 
2008.11.29   산골풍경 -- 기다림의 시간(대림) 
2008.11.22   산골풍경 -- 마지막 가을 갈무리 
2008.11.14   산골풍경 -- 풍경소리의 의미... 
2008.11.09   산골편지 -- 살아 생전에 못만날 '인연' 

 

산골편지 -- 귀농 후 산골 서재에 대한 욕심
+   [산골편지]   |  2008. 12. 8.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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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지식인의 서재'라는 코너를 보았다.
거이에는

사진작가 -- 배병우의 서재
클래식 음악가 -- 장 한나의 서재
대중음악가 -- 이적의 서재
건축가-- 승효상의 서재
영화감독 -- 박찬욱의 서재가 소개되었다.

서재, 책하면 이 산골아줌마 정신이 확 드는데 그 코너에 나와 있는 서재를 동영상과 함께 보니 거의 침이 나온다.

사실 난 책욕심이 많다.
책욕심많은 사람이 당연히 따라오는 욕심은 서재 욕심일 것이다.

맞다.
나 역시 책욕심 , 서재욕심하면 남다르지 않을 것이다.

귀농하고 오두막에 살 때 책을 쌓아둘 곳이 없어서 아이들이 그렇게 남주지 말고 , 버리지 말고 간직하라고 했던 책들을 그렇게 해서 산골을 떠나보냈다.
그게 두고두고 후회가 되고 세월이 흐를수록 더 후회가 된다.

그래서 작년에 집지을 때 딱 하나 초보농사꾼에게 말했다.
책장은 거실에서 가장 많은 신경을 쓰겠다.
책장은 높게, 크게 짜넣을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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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다른 구조나 설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초보농사꾼이 유럽에 갔었을 때부터 짓고 싶어하는 스타일이 있었고, 초보농사꾼이 집짓는데에 참으로 많은 신경을 썼기 때문에 내가 굳이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도 없었다.
초보농사꾼은 성격에 맞지 않게 집짓는 일에 참으로 공을 들여 구상하고 설계를 수정하고를 반복했었다.

하여간 그렇게 해서 책장을 거실에 짜넣었지만 좀더 높에 할 것을 하고 후회하고 있다.
그런데 서재가 없어 늘 아쉬움이 있었다.
산골 집은 방이 세 개,
주현, 선우 방, 우리방 , 다락방...

다락방에 하면 좋은데 다락방은 앞이 트여져 있어서 거실에서의 소리가 다 들린다.
아무도 없는 시간은 더없이 좋지만,,

그래서 늘 서재... 를 꿈꾸었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다 보니 더더욱...

또 이 동영상을 보니 서재 욕심이 일어나 두근두근거리기까지 한다.
책도 사고 싶은 것이 많고...

애들 시험이 끝나면 책도 더 사고, 방학하면 서울 광화문 교보에 함계 가서 책과 놀다 오려고 한다.
산골일이 나를 도와 줄려는지...

사람이 무엇에 자극을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것이다.
그 자극은 나를 성장시키고, 나를 꿈꾸게 만든다.
사람에게 자극받는 것도 더없이 좋지만 이런 것을 통해 자극받은 날은 큰 체험을 한 것처럼 기쁘다.

오늘 밤 자긴 다 틀렸다.
머리는 지금 산골집의 서재를 떠올리며 조명, 책꽂이 소재, 책상, 의자, 커텐까지 떠올리며 침까지 흘리고 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산골편지 -- 무엇이 남고 무엇이 스쳐지나가는지를....
+   [산골편지]   |  2008. 12. 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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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좋아하는 아주 작은 호미다. 한 해 동안 내 손과 하나가 되어 주었던 도반이라 수고했다는 마음에 금장 액자에 넣어주었다.)

2008년 11월 22일

오늘은 산골아이들이 아빠를 도와 준다고 하는 날이다.(전혀 협박이 없었음.전혀...^^)
그래도 오늘은 가벼운 일이라며 작업복을 갈아입고 , 장화를 끼고 알아서 밭으로 출근을 한다.

오늘 미션은 비닐 수거 작업이란다.
산골아가들이 나서는 뒤통수에다 대고 엄마도 곧 가마 하는 말을 날렸다.
물론 그 말을 휘날릴 때만 해도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초보농사꾼과 밭으로 향하고 나서 뒤쫓아 오르려니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눈뒤집어질 지경이다.
이 추운 날, 냉이와 달래가 싱싱한 표정으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냥 지나치면 섭하지....
같이 대지에 몸붙이고 사는 처지에 말이다.

그래서 밭으로 가려던 계획을 묵살하고 호미를 찾으러 내려왔다.
호미를 들고 냉이를 캐는데 제법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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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땅을 뚫고 나온 봄의 그것만은 못하지만 이 추운 날, 흙으로 스러지기 전에  인간에게 한번 더!!를 외치며 호객행위를 하는 냉이와 달래를 그냥 흰눈 아래 방치한다면 도리가 아니지...

달래 역시 딸려 나오는 자식들이 싱싱하다.
그렇게 달래와 냉이에 눈이 팔려 온 밭을 누비고 다니다 호수밭을 올려다 보니 두 아가들이 초보농사꾼의 세레스에 비닐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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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엄마는 왜 안와??”하는 소리를 지르며...

“이 눔들아, 지금 그 보다 더 중한 일을 하고 있으니 니들끼리 잘 하렴...”

치사하다, 약속이 틀리다, 아빠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 이건 법정감이다,,,어디서 주워 읽은 것은 많아서...

그러거나 말거나...
귀농하고 는 것은 배짱뿐...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기존 호미 반만한 앙증맞은 호미를 들고 냉이와 달래랑 한참을 놀았다.
나중에 보니 수확물이 제법 되었다.
오늘 저녁 반찬은 진수성찬이다.
냉이를 데쳐 무치고, 달래로 양념간장을 만들어 슥슥 비벼 먹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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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다른 반찬이 뭐가 필요한지...

자연에서 얻는다는 것...
그 무궁무진한 세계를 내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알고 있는지,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얼마 전에 ‘부처의 지혜’라는 책에서 읽은 대목이 생각난다.

“하늘을 보고 땅을 보라.
그리고 곁을 스쳐 지나는 모든 것을 보라.
눈에 보이는 산과 강,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모든 형태의 생명과 자연의 창조물을 보라.
그러면 진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남고, 무엇이 스쳐 지나가는지를.................“


그것들을 잘 들여다 보면 진리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이 남고, 우리 눈에서 무엇이 스쳐 지나가는지를 알 것이다.

그나저나 입에 십 리 밖으로 나와서 밭에서 내려온 산골아가들을 생각해서 지금부터 참기름 냄새 풍기며 자연에서 얻은 것들을 멋지게 저녁상에 올려 놓아야겠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풍경 -- 나무타는 냄새로 가슴이 따뜻하기를....
+   [산골풍경]   |  2008. 12. 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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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이 나무 걱정을 한다.
지금 야콘즙과 야콘칲을 시도하느라 밤낮 없이 고생하는중에 또 하나의 걱정 중 하나가 나무인가 보다.
난 그 걱정을 자주는 못했는데....

산골날씨라는 것이 이러다 폭설이 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땔감을 해올 수가 없다.

물론 아쉬운대로 가져올 나무는 있다.
그러니까 몇 년 전 나무로 집지은다고 먼저 나무가 심어져 있는 밭을 통째로 사서 그것을 사람 사서 자르고, 포크레인과 삼판차를 대절하고 나르기 시작...

그러니 경비는 얼마나 들었으며 , 나무 값으로 준 돈...
우리 초보농사꾼 일은 잘 저지르니 뭐 그러려니...

그렇게 용감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이 서면 밀어붙이는 형인 초보농사꾼이 지금은 소심남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
부부는 정말 닮아간다.
우린 지금 막가는 쪽으로 닮아가는듯....ㅜㅜ

살다보면, 잘 하려다 손해를 볼 수도 있고 그런 것...
거기에 인간의 간사함이나 상처주는 행위만 개입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싶다.

하여간 그 놈의 집짓겠다는 그 나무 가려서 조금 쓰고 이제는 땔감으로도 쓴다. ^^
그래도 가장으로서 나무 걱정이 많이 되는가 보다.
가장은 그래서 다르다.

일전에 해온 나무가 조금 있지만 지금 이렇게 추워진 날들이 이어지면 금방 땐다.

지금 사회 전체가 어렵다.
아니 오늘 날씨처럼 춥다.

그런 요즘 이 나무 사진을 꼭 올리고 싶었다.
이 나무를 때면 나무타는 냄새도 영혼을 맑게 해주지만, 그 따사로움이야 경제의 추움을 조금이나면 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 시대의 가장 여러분 ...
힘내세요.
나무타는 냄새, 굴뚝에서 연기가 풀풀 나오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 순간이나마 영혼을 뎁히시길 빕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풍경 -- 이 모습이기를....
+   [산골풍경]   |  2008. 12. 2. 12:25  
오늘 아침 이 시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축복의 기도

이제 또 한 사람의 여행자가

우리 곁에 왔네.

그가 우리와 함께 지내는 날들이

웃음으로 가득하기를....

하늘의 따뜻한 바람이

그의 집 위로 부드럽게 불기를..

위대한 정령이 그의 집에 들어가는

모든 이들을 축복하기를...

그의 모카신 신발이

여기저기 눈 위에

행복한 발자국을 남기기를...


-체로키 족 인디언들의 아이의 탄생을 축복하는 기도-


경제난으로 제 자식을 죽이고 본인도 죽으려는 가장이 있다는 뉴스도 보았지만
울진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네요.
너무 마음 아픈 일입니다.

산골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 맨 끝에 이 인형이 있습니다.
밖으로 내다 놓으려다 들여 놓은 이유가 있습니다.

엄마는 아이를 업고 아버지는 지게에 나무를 해 오는 모습입니다.
시골 풍경이지요.
그 모습이 얼마나 따뜻하던지요.

아마 엄마는 아이를 업고도 같이 일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는 나무를 지게에 지고 오는 모습이라고 상상하며 늘 봅니다.

이런 따뜻한 가정...
입고 먹고 할 것은 풍족치 않으나
마음은 풍족한 이런 가정....

오늘
이런 가정이 많기를, 이 불경기에 이런 가정이 많기를 소망해 봅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산골편지-- 내 귀농의 삶도 절절하기를....
+   [산골편지]   |  2008. 11. 3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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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3일

<font color="#7B2183">사람이 어떤 계기가 있으면 더 삶의 바퀴에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다른 사람의 경험을 이야기 듣는 등 간접 경험에 의해 내 삶이 비춰지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요즘 자주 듣는 노래가 있다.
Tom Jones의 "I who have nothing"과 “Delilah"라는 곡이다.
예전에는 가사에 심취하여 고개를 있는대로 흔들며 듣곤 했던 곡이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지금은 그 가수의 그 절절한 가창력에 매혹되어 듣고 또 듣는다.
다른 가수들이 부르기도 했지만 이 가수 어림없다.

삶도 그러리라.
주어진 삶이라고 누구든 절절하게, 곱씹으며 살지 않으리라.

산중에서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가을걷이 때 자주 눈이 마주친 다람쥐도 잠들고, 유독 뒷산에서 캥캥거리던 노루도 잠든 시간에 그 노래를 들으면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감싼다.

아마도 내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그것을 표현하자면 어떤 아우라 같은 것이 감도는 느낌이다.
어금니깨에 힘이 들어가고 가슴은 달콤함에 젖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한 의욕으로 충만하다.
그것은 내 삶의 의지와 그 가수의 노래가 맞아 떨어지는 것이지 싶다.

산골로 온지 9년차,,,
귀농밥을 먹을수록 삶이 더 절절하길 원한다.
누구는 그러고 싶지 않을까마는 최선을 다하는 삶이고 싶고, 하루하루가 값지길 바라고 또 바라는 삶이다 보니 이 노래들을 들으면 그 각오가 더 절절해진다.
오늘도 이 노래를 틀어놓고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힘찬 삶이길...
내일은 오늘보다 더 절절한 삶이길....</font>

*********************************************

어제에 이어 새점밭의 야콘을 캐는 날이다.
오전에는 답운재밭에 조금 남은 야콘을 캤다.
부랴부랴 근처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는데 전화가 왔다.

야콘박스를 주문해 두었는데 포항에서 지금 납품 온다고...
점심 빨리 먹고 새점밭에 남은 야콘을 종일 캐야 마무리 될 것같은데 ...
점심을 먹고 새점밭에 나만 남겨두고 초보농사꾼은 박스를 받으러 다시 집으로 향했다.

예전같았으면 일도 아닌 정도의 분량이나 지금 허리 상태로 보아 조금 무리다.
일단 초보농사꾼도 무릎이 아픈데 그가 돌아오기 전에 뽑는 것은 죄다 뽑아는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 욕심은 많아서 허리 한번 안펴고 죽으라 뽑았다.

한 골 한 골 뽑아가는데 땀이 났다.
난 체질상 왠만해서는 땀이 안난다.
땀을 많이 흘리는 초보농사꾼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나에 비해 초보농사꾼은 보통 사람 이상으로 땀을 흘리니 난 그 모습을 보는 것으로 땀이라는 것을 간접 체득한다.
그런데 오늘은 몸이 얼마나 달았는지 땀이 막 흐른다.

계절로 보아 아주 추운 시절이다. 이곳 산중에서는...
그렇게 껴입은 옷 속으로 땀은 사정없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야콘을 뽑는데 노란 박스가 보인다.
그 박스는 야콘을 담으려고 어제 그냥 두고 간 것인데 그 중 한 박스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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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는 대부분 내려 놓을 때 똑바로 군데군데 놓지 저렇게 얌전히 엎어 놓지는 않는다.
물론 그게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짚이는 데가 있었다.

야콘을 캐다가 보니 빈 자루가 착착 접혀져 있고 그 위에 날아가지 말라고 돌로 꼭 눌러 놓은 것이 있었다.
누굴까...

생각해 보니 분명 어제 새점 할매 모습이 생각났다.
다른 집에 일하다 오시는 할매께 야콘을 자루에 넣어 드렸고, 댁까지 모셔다 드리며 초보농사꾼이 차에서 내려 자루를 마루에까지 놓아드렸다.

할매는 자루를 그렇게까지 들어다 준 것이 너무 너무 고마우시다는 말씀을 계속 하시며 우유 끓여 먹고 가라고 자꾸 붙드셨었다.
주현이도 있어서 그냥 가야 한다고 하니 자꾸 우유 끓여 먹고 가라고....

혼자 사시는 할머니에게 우유는 소중하셨을 것이고 겨울이니 따끈하게 끓여 주고 싶으셨던 거다.
그런데 어제도 빨리 어둡기 전에 가서 야콘을 내리고 혼자 있는 주현이 때문에 가야 했다.

‘그래, 할머니가 오늘도 다른 집 일가신다고 우리 밭을 지나가시며 빈 자루를 이렇게 돌려주신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으니 저 바구니도 이유가 있어서 엎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야콘을 캐다 말고 박스를 뒤집어 보니 아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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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비닐이 들어 있다.
비닐을 풀어보니 하얀 비닐 속에 노란 감이 들어 앉아 있다.

어제 야콘을 줬다며, 그리고 그 야콘 자루를 마루까지 들어다 주었다며 그렇게 고마워 하시더니 할매로서는 최선의 보답을 하신 거다.
나 역시 그 어떤 선물보다 귀했다.

야콘을 정신없이 캐다 말고 할머니의 손길을 느끼며 감 하나를 들어 옷에 슥슥 문질러 먹었다.
달고 부드러운 감....
분명 할매는 일가셨다가 돌아오시며 우리 밭에 오실 것이다.
이쁜 스웨터를 입으시고 우리 일을 조금이라도 도와주려고 막 걸어오실 것이다.

그렇게 감 하나 먹고는 야콘을 정신 없이 캤다.
초보농사꾼은 아픈 다리로 그 많은 박스를 나르고 있을 것이다.
야콘밭에 혼자 두고 온 나 때문에 더 땀이 나도록 아픈 다리도 잊고 일을 하겠지 생각하니 허리 펼 시간이 없었다.

다른 밭도 아니고 새점밭은 불영계곡을 가로질러 가는 밭이고 거기에는 아는 사람도 근처에 집도 없으니 그도 몸이 달았을 것이다.

부부란 세 치 혀로 나불거리지 않아도 알아주는 마음이 있는 관계...
그 마음도 이러려니 하고 미루어 헤아리는 마음이 있는 관계가 아닐런지...

할매 덕분에 잠시의 귀한 참을 먹었으니 나도 기쁘게 일을 해야 했다.
또 내 삶이니 절절이 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 힘듬도 잊을 수 있고, 오히려 더 힘이 난다.

한참을 야콘을 캐는데 초보농사꾼이 왔다.
생각보다 많이 캐놓았다며 두 골 남은 야콘을 캤고 그때부터 난 캐는 것을 놓고 야콘을 따고, 선별하여 박스에 담았다.

초보농사꾼에게 할매가 이렇게 감을 두고 가셨다며 그에게 하나 닦아 주었더니 씩 웃으며 먹는다.
그 웃음은 아마도 상대방의 따사로운 마음을 알겠다는 특수문자일 것이다.

날이 어둡기 전에 서둘러 다 1차 선별을 하고 박스에 담고 해야 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추위가 갑자기 몰려온다.
땀을 흘린 터라 조심하지 않으면 감기 몸살을 앓아야 한다.

서둘렀다.
이제 거의 다 담고 상품이 안되는 야콘을 자루에 담으려는데 저 멀리에 누군가 발걸음을 재촉하며 닥아오고 있다.

“할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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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는 남의 집 일을 해주고 부리나케 우리 밭으로 진입하고 계시다.
하나라도 도와주려는 마음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계신 거다.
그것을 난 안다.

야콘을 박스에 담다말고 소리를 질렀다.

“할매, 지금 일 끝나셨어??”

“그려, 아직도 일이 남았지?”

빈 자루며, 감이며 다 할매가 두고 가셨냐고 당연한 이야기를 물었다.
고개만 끄덕이시고는 정신없이 일을 도와주신다.
할매의 고운 스웨터가 더 곱게 눈에 들어온다.

일을 다 하고 우린 셋은 낡은 세레스에 몸을 실었다.
강을 건너 할매를 내려드리고 우린 다시 산중으로 돌아가야 한다.

할매가 차 안에서 씩 웃으시며
“감 사가”
하신다.

감을 따신 모양이다.
볼품도 없는 감이다 보니 마땅히 팔 곳이 없으셨을 것이고,  우리에게 말씀하신 거다.
아는 분들이 감을 많이 주셨다.
선물로도 받았지만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가 한 바구니씩 주셨다.

다시 다른 사람에게 주기에는 너무 물러 그럴수도 없으니 천상 우리가 다 먹어야 한다.
그러나 할매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한 아름 사왔다.

불영계곡을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둠 속에 단풍이 뭐라 뭐라 속삭인다.
아마도 곧 추위가 닥쳐 오니 어여 가을걷이며 밭정리를 서둘라는 메시지일 것이다.

‘니들 마음 내가 알고, 내 마음 니들이 아는 산중이니 다 알아들을 수 있지. 고맙구나.’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산골풍경 -- 기다림의 시간(대림)
+   [산골풍경]   |  2008. 11. 2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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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콘 캐기 막바지 노동에 젖어 있을 때,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꼭 하고 싶은 일...

이 원무 대베다 신부님께서 작년에 선물로 사주신 '예수님 구유 셋트'를 다락방에 꺼내 놓고 싶은 일...
밭에서는 오늘 밤에 꼭 해야지...
밭에서 들어오면 저녁 먹고, 치우고, 빨래 하고, 발송준비하고...겨우 밤늦은 시간에 자고...

다시 다음 날 밭에서
'오늘 내 무슨 일이 있어도....'벼르지만 ...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도저히 내가 나를 관장을 못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깊어진 날 밤,
구유 셋트를 넣어둔 장에서 하나하나 싸둔 것을 꺼내 다락방으로 가지고 올라갔다.

어느 매트를 깔까...
고민하다가 올해는 이 크리스마스풍 매트를 깔기로 했다.
작년에는 황금색 매트를 깔았는데...

설명서에 나와 있는대로 위치를 배정하고 매트 둘레에 내가 잘 간직해 둔 크리스마스 트리 세트 중 금색, 은색 알이 있는 줄을 둘렀다.

다 놓고 나니 기도가 하고 싶어졌다.
촛불을 켜고 그 새벽에 난 묵주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제 대림 주일이다.
대림... 주님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성탄때까지 주님을 기다리며 난 어떤 묵상을 할 것인지...

귀농을 결정해야 할 때, 정말 두려웠다.
멀쩡히 직장다니는 사람이 직장을 제 손으로 그만두고 농사지으러 , 아이들을 자연에서 키운다고 산중의 산중으로 간다는 사실이 제정신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정말 두려웠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신은 나에게 무엇을 바라실까, 내가 어떤 결정을 하기를 바라실까, 나에게 어떤 기회를 주신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몰입했다.
몰입하면 할수록 알 수 없는 힘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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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도 성당이 있을 것이고 남편이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으니 그곳에서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으리...

그렇게 믿었던 분...
그 분은 내게 늘 힘을 주었고, 힘든 일이 누구의 영어 책 제목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힘들게 할 때도 도반이 되어 주었다.

지금 난 그 도반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대림초를 켤 시간이 닥아오고 있다.
목구멍이 뜻뜻해진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산골풍경 -- 마지막 가을 갈무리
+   [산골풍경]   |  2008. 11. 22.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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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사람은 좋은 것을 못먹는다는 말을 실감하며 사는 산골생활입니다.
야콘도 굼벵이 먹고, 잘라지고 , 부러진 것을 먹게 되고, 고추도 맨 마지막 거의 밭에서 주워온 것을 씻어 말린 것을 먹습니다.

그것의 맛과 영양이 차이는 없지만 옛날분들이 과일도 떨어지고 썩은 것 오려먹는 이유를 지금 터득하며 삽니다.
어머님이나 친정 엄마도 좋은 것 보내드리면 거의 경기를 하십니다.
이런 좋은 것은 하나라도 팔라고...
아주 마음 불편해 하십니다.

이제 고추를 올해 마지막 태양 아래 두었습니다.
이것은 말려서 그래도 두었다가 김장할 때 불린 다음 갈아서 김장양념에 넣으면 고춧가루만 넣은 것과 또 다른 깊은 맛이 나고 좋습니다.
그 용도로 쓰려구요.

하루 태양 더 말리려니 바람이 얼마나 방해를 하던지...
몇 개는 마당으로 떨어뜨려 주워 왔습니다.

태양 아래 붉은 고추가 참 이쁩니다.
가을도 이렇게 끝을 맺는가 봅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산골풍경 -- 풍경소리의 의미...
+   [산골풍경]   |  2008. 11. 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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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풍경소리가 요란합니다.
밭으로 출근하는 내 발목을 붙잡기도 하고,
은행잎을 주우러 가는 팔을 붙잡기도 합니다.

그 요란한 소리가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가 아닐런지요.

하나는 숲과 자연이 가을옷을 화려하게 걸치니 저도 흥에 겨워 화답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을의 절정에서 한 해가 가기 전에 인간들의 몸에 난 부스럼과 상처를 빨리 치유하라는 경고를 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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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지붕 아래 자리잡은 풍경 덕에 요즘 마음 설거지를 잘 하고 있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산골편지 -- 살아 생전에 못만날 '인연'
+   [산골편지]   |  2008. 11. 9. 23:37  

2008년 10월 19일

미사중에 초보농사꾼(프란치스코)가 팔뚝을 툭툭치며 내 눈에 들이미는 주보...
‘미사시간에 거룩하게 미사나 드리지 못하고 평소와 달리 왠 주보를 들이대나??‘ 하며 어벙벙해 있는 내게 주보의 본당소식란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내용인즉, 프랑스에서 신부님 다섯 분이 우리 본당을 반문하시는데 모시고 싶은 가정은 신청을 하라는 그런 내용이었다.

다음 주면 초보농사꾼이 서울 다녀와야 하는 일이랑 겹치기 때문에 주보글만 읽었을뿐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그런데 모기만한 소리로

“우리 집에 모시자”한다.

“서울은??”

“못가는 거지. 뭐.”

기분이 참 좋았다.
그런데 다섯 분이 어디서 다 주무시나?...
반찬은?? 난 프랑스 음식 할줄 아는 게 없는데....

그건 다음에 고민하기로 하고 우린 그렇게 신부님 강론말씀은 안듣고 일단 모시기로 용감하게 합의를 끝냈다.

미사가 끝나고 추가설명을 하시는데 보니 빠리 근교에서 사목하시는 분들로 금년 사제서품 15주년을 맞이하여 우리나라를 방문하신다는 추가 설명을 하셨다.

지금은 경주에 묵고 계시는데 성당에서 한꺼번에 모시는 것보다는 한국의 가정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는 것도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하여 한 가정에 한 분씩 모신다는 거였다.
그러니 총 다섯 가정의 신청을 받는 거였다.
그런데 우린 용감하게도 다섯 분을 다 모시려 했던 것...

어쨌거나 날짜는 부득부득 닥아오고 나의 염려와 걱정도 얼떨결에 몸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를 제외한 세 가정에서 신청을 하였기 때문에 한 분은 남루시아 자매님이 모시기로 했다.

난 남루시아 자매님께 그러지 말고 우리 집에서 같이 모시면 신부님들이 우리랑 말이 안통해도 두 분이 이야기하시면 되겠다는 생각과 요리를 잘 하는 루시아 형님과 함께 모시면 의지도 되고 금상첨화일 것같았다.

그렇게 합의를 보고 마침 우리 차를 폐차했기 때문에 신부님은 신 베드로 형제님(남루시아 형님의 남편)이 모시고 산골로 오시기로 했다.

사제를 우리 집에 모시고 일박을 하는 것은  처음은 아니지만 그 일은 예삿일은 아니라고 늘 생각했다.
사제를 모신다는 것은 늘 기쁨이고, 축복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에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었다.

예전에 했었던 것처럼 신부님들이 오시기 전날 이불과 요, 베개 커버를 다 뜯어 빨고 그 속은 햇살에 죄다 내다 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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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집안 구석구석까지 대청소를 했다.
마음은 왜그리 걱정스러운지...

새벽 4시가 넘도록 그렇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무엇이 나를 잠못들게 하는지...
이번 ‘인연’에서 가장 마음을 쓰게 된 부분이 있었다.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우선, 이 세상 그 많은 사람 중에 인연이 된다는 것. 그것도 두 번 다시 살아 생전에는 못만날 인연이라는 것이 마음을 묵직하게 만들었다.

또 하나는 다른 집에서 모시면 더 의미있고, 기억에 남고, 재밌었을텐데 혹여 우리집으로 오시게 되어 그 기회를 놓치시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난 모든 일이든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뒷 마음이 깨끗하다. 내 능력으로서는 그게 최선이었고 나머지는 내 능력밖의 일이니까...
그러나  내 스스로 돌아보아 어떤 이유에서든 최선을 다 못했으면 두고두고 스스로를 닦달하고, 후회를 하고, 아려하는 타입이다.

그렇게 날이 샜다.
드디어 신부님이 오시는 날.

 남루시아 형님이 오후에 장을 다 봐오셨다.
그리고 형님은 노련한 손놀림으로 저녁준비를 하셨다.
나야 양파까고, 파, 마늘까고, 직접 딴 고사리 물에 불리고...하는 아주 중요한 일(?)을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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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번거롭게 되려고 며칠 전에 차를 폐차하게 되었다.
내가 읍에서 볼일을 보고 산골로 향하던 중 차가 섰고 카센타로 견인해 가니 그 사장님, 두 손발 다 들었다.
진단은 폐차...

그러고 나니 신부님을 우리가 모셔오지 못하고 남 루시아 형님의 아저씨인 베드로 형제님이 늦은 저녁에 터미널에서 기다리시다 모시고 산골로 오셨다.
미안스럽게도 형님네 차 두 대가 다 동원된 것이다.

초보농사꾼은 서울에서 중고차를 구하고 그 차로 신부님을 모시러 가려 했으나 결국은 시간이 늦어 그냥 부랴부랴 산골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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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산골에 좍 깔린 후 두 분의 신부님이 도착하셨다.
딸 주현(안나)이가 축하의 뜻으로 걸어둔 오색 풍선이 나보다 먼저 환영 인사를 하고 있었다.

두 분은 처음 뵙는 분 같지 않게 낯설지 않았다.
오시자마자 준비해둔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본당 신부님 말씀대로 ‘우리가 사는 그대로, 우리가 먹는 그래도 접대한다‘는 전략대로 우린 한정식으로 저녁을 준비했다.

신부님들은 프랑스에서 직접 울진으로 오신 것이 아니고 경주 등을 거쳐 오셨다는데 우리네 처럼 바닥에 앉아 식사하시는 것이 처음이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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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식사 전 기도를 신부님들께 부탁드렸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프랑스어로 식사 전 기도를 하셨다.
그 순간...

머릿속이 찌릿찌릿하더니 얼굴에 진동이 일고 알수 없는 것이 나의 머리에 가득 참을 느꼈다.
하마터면 눈물이 쏟아질 뻔했고 울컥하는 마음에 꾹 힘주어 다물었던 입에서는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만 흘러나와 다행이었다.

분명 우리가 늘 식사 전 후에 하는 기도인데 왜그리 영혼에 진동이 오던지...
내가 신부님들을 모시기 전에 깊이 생각했던 처음이자 어쩌면 살아 생전에 마지막 인연일 거라는 것이 크게 작용을 했을 것이고 그 순간 신도 우리 옆에서 함께 앉아 계실 거라는 생각이 미쳤던 것이다.
이 순간의 경험을 난 잊을 수가 없고 어떻게 세 치 혀로 표현도 다 못하겠다.

식사 전 기도가 끝나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다리를 오무렸다가 무릎을 꿇고 앉으셨다가...
그러시면서도 새 경험에 신기하고 좋으신 모양이다.

식탁은 있었지만 그렇게 우리 식대로 모시기로 했으니 그렇게 붕 둘러앉아 먹었다.
외국을 나가보면 그 나라의 문화와 음식을 경험하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한국식당에 가면 무지 실망했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우리 것을 보여 드리기로 했다.

처음엔 이렇게 저렇게 둘러 앉으시더니 이내 익숙해지셨다.
젓가락 대신 포크도 드렸지만 젓가락으로 한동안 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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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식사를 끝냈으니 계획된 공연을 할 차례이다.
주 공연자는 주현(안나)이다.
선우(아론)는 시험기간이 바로 코앞이라 읍에 머물렀다.
그 점은 여간 아쉬운 점이 아니었다.

안나는 장고 공연부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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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노래도 ‘아리랑’으로 불렀다.
어린 것이 그 노래할 생각은 어떻게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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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아리랑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노래라는 생각을 했던 것같다.
엄마보다 낫다.
난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는데...

주현이가 장고 공연을 하는 동안 난 서울의 어느 본당에서 쓰던 징으로 그의 흥에 박자를 맞추었다.
물론 난 징을 배운 바가 없지만 최선을 다해 흥이나 돋우면 되지 하는 배짱이 작용하여  주현이 공연의 맥을 끊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두들겨 댔다.

안나도 나도 한복을 입었고 그럴싸하게 보이려고 제사때만 아껴 쓰는 어머님께 물려받은 돛자리도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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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장고 공연이 끝나고, 꾕과리 공연이 시작되었다.
선우가 있었다면 안나가 장고를 치고 아론이 꾕과리를 치는 공연을 했었야 했다.
그러나 지오빠가 없으니 주현이가 북치고 장고치고 다한 셈이다.

두 신부님들은 흥분하여 박수도 치시고, 사진도 찍으시느라 정신이 없으셨다.
그렇게 공연을 끝내려니 주현이가 두 신부님들도 장고와 꾕과리를 직접 쳐보시라는 주문을 했다.

<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756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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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은 흔쾌히 장고와 꾕과리를 쳐 보셨고, 주현이는 채를 잡는 방법을 바로 잡아드렸다.
그리고 그 물건(?)들의 이름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발음을 해보이시려 애쓰셨지만 장고야 어찌 발음이 되는데 꾕과리는 꼬부랑 불어에 익숙하신 입으로는 많이 어려우신지 계속 그 물건의 이름을 물으시고 외우려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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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거기서 끝났다.
통창으로 보이는 별과 달도 흥이 났던지 더 빛을 발했다.

다음은 성가책을 펴고 모두 함께 성가를 불렀다.
프랑스에서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많이 부르는지 그 성가를 두 분이 부르셨다.
우리는 우리 성가를 불렀다.

<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7594.jpg">

거기서 끝내면 박씨 일가가 아니지...

한국의 대중가요라며 주현이에게 노래를 시킨 것.
이건 대본에 없는 것인디...
그러나 주현이가 누군가.
주현이 한 곡, 내가 한 곡을 불러 재꼈다.

주현이야 우리의 간곡한 부탁으로 불렀지만 나를 노래 시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시켜야 하나, 난 안시켜도 한다.
인생 뭐 있나.
불러재끼며 분위기 업시키면 되는 거지.

내 노래로 분위기가 업되었는지 다운 되었는지는 말할 수 없다.
말하면 클난다.^^

거기까지가 하루의 일정 끝이면 재미없지.
우리는 다 내 기도방인 다락방으로 가서 차를 마셨다.

신부님들은 그곳에 모셔둔 성모님을 보자 반가워 하시며 루르드 성모님이라며 설명을 해주셨다.
그러면서 한 신부님이 어린 소녀에게 발현하신 성모님 모습이 그려진 동전만한 패를 선물로 주셨고, 난 그 답례로 손바닥 조각보를 하나씩 선물로 드렸다.

그 날은 일정은 모두 끝나고 선우, 주현이 방에 잠자리를 준비해 드렸고, 그렇게 밤은 깊어갔다.
두 신부님이 잠든 사이 주현이는 신부님들께 편지를 썼다.
영어로 한 줄, 그 아래는 한국말로 한 줄...써놓고 혼자 쑈하느라 힘든 안나도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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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우린 아침을 서둘렀다.
아침은 아침대로 스케줄이 짜여 있었다.

우선 집에서 보이는 산 아래의 표고버섯을 따러 가기로 했다.
아침 식사를 마친 설거지를 하는 사이 남자들은 신부님을 모시고 표고버섯을 따오라고 몰았다.
직접 표고버섯을 따 보시니 아주 흥분되셨던 모양이다.
따오신 버섯을 내게 내보이며 환하게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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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이 아니고 본당으로 가기 전에 불영사에 들리기로 하고 서둘러 산골을 떠났다.
울진성당의 미사가 10시 30분이기 때문에 그 전에 다섯 분의 신부님이 도착완료를 해야 했으니 여간 빡빡하지 않았으니 강행했다.

웅장하고, 아름답고, 가을단풍이 절절한 불영사는 모르면 몰라도 프랑스에서 오신 두 신부님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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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영사는 주차장에서 차를 두고 한참을 비포장 길로 걸어 들어가는데 그곳의 풍경이 또한 죽음이다.
내 감동이 이쯤이면 프랑스에서 오신 코큰 신부님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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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성당에서 다섯 분의 신부님들이 다 모였을 때 불영사에 들린 것 또한 감동이었다며 초보농사꾼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더란다.

불영사를 보고 나오면서 초보농사꾼이 미사 시간 늦다며 서둘자고 제안을 했고  불영사를 빠져 나왔다.

울진성당에 도착하니 다른 댁에서 묵으신 세 분 신부님들도 모두 와 계셨다.
여기까지로 우리가 맡은 일정은 끝이 났다.

미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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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분의 신부님들도 사제복으로 갈아입으시고 함께 미사를 드렸다.
점심은 가정봉사를 한 가족들과 신부님들을 위해 성당에서 마련했다.
우리 집에서 묵으셨던 신부님들은 장고와 꾕과리 발음을 하시면서 산골의 행사를 말씀하시는 것같았다.
성당으로 합류가 선우는 신부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해 여간 아쉬워 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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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이에게 편지도 받았다며 편지를 다른 신부님들께도 자랑하시고...
주현이도 이번 인연에 대한 감동이 대단한 모양이다.
그게 산 교육이지 싶다.

이제 신부님들의 다음 목적지는 봉화에 있는 우곡성지였다.
초보농사꾼 차로 우리 집에서 묵으셨던 두 분 신부님과 이영길 본당 신부님을 모시기로 했고, 김종수 형제님이 나머지 세 분의 신부님을 모시고 봉화로 출발했다.

우리 신부님은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사목을 하시다 울진본당으로 오신지 오래 되지 않으셨기 때문에 차 안은 온통 프랑스어로 대화가 이루어졌다.
우리 신부님은 프랑스에 계실 때 르망교구에 계셨고, 오신 두 분의 신부님들은 리스교구 소속이시라 프랑스에 계실 때 서로 만난 적은 한번도 없으셨단다.

봉화로 가기 전 우리 집에 모두 들리셨다.
내가 쓴 책을 한 권씩 선물로 드렸고 거북바위도 구경하셨다.

나만 그곳에서 마지막 인사를 했고 주현이와 초보농사꾼, 본당 신부님, 그리고 다섯 분의 프랑스 신부님, 또 다른 운전병인 김종수 형제님이 그렇게 먼지를 날리며 봉화로 출발했다.

‘만남과 이별’
그것은 지상에서의 연이고 우리 모두가 이승에서의 끈을 놓았을 때는 또 다른 인연으로 만나리...
참으로 서리했다.
짧은 시간 속에 영혼을 뒤흔드는 감동과 사랑...

이제 포옹으로 인사를 매듭지었다.
‘인연’이란,
‘헤어짐’이란 그런 거다.
속으로 크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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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
살아가는 동안 어느 순간 산골을 기억하신다면 우리의 미소를 기억해 주소서.
다시는 못만날 인연이지만 주님 안에서 늘 행복하십시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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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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