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3일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난 내 새끼들 추울까봐 보일러의 아가리가 터져라 장작을 집어 넣었다.
보일러 숨구멍도 연통크기만한 것을 죄다 열어 재껴 놓았다.
그래도 내 새깨들의 새벽 찬 공기를 걱정하여 두꺼운 이불을 콧구멍만 남겨 두고 덮어 주었다.
새벽에 오줌누러 일어나서도 눈은 반쯤 감고도 가족들 요 밑에 손을 넣어 보고 이불이 가족들 콧구멍 밑에서 알짱거리고 있는지 확인했다.
이불 밑에 따땃함이 손 끝에 달라붙는 순간, 스님의 참선 모습처럼 눈을 감고 꿈인듯 생시인듯 고개를 끄덕이며 잠자리에 다시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니 이게 왠 날벼락인가, 작은 옹기 속이 꽁꽁 얼었다.
그 속에 4마리의 금붕어 가족도 ‘동작 그만’ 명령이라도 받은듯 너무나도 자유로운 동작으로 멈춰 얼음에 끼어 있다.
‘이 죽일 놈의 건망증이 어린 생명까지 목숨 줄 놓게 했구나...‘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나도 금붕어를 흉내내어 그 자리에 오랫동안 ‘얼음’(애들 놀이 할 때 얼음하고 외치면 바로 그 동작상태에서 멈추는 그런 거다)자세로 서있었다.
내 새끼들 추울새라 동동거리며 방정을 떨 때, 금붕어 새끼들 목숨줄 놓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날이 추워 내 가족 챙길 때 주위를 한번 둘러보는 여유만 있었더라면 이런 참변은 없었을 것이다.
요 며칠 하도 따뜻하고 햇살이 좋기에 겨우내 실내에서 지낸 금붕어 가족을 위한답시고 마당에 내다 놓아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갑자기 날이 쌀쌀해진 것을 알면서도 이 몹쓸 놈의 건망증은 그들을 들이는 짓을 허락지 않았다.
산골소년 선우가 주말마다 그들의 안식처인 돌확을 솔로 청소해 주고, 돌확 안의 하얀 돌도 일일이 씻어 넣어 주었는데...
그 무뚝뚝한 초보농사꾼이 매일 아침 밥을 챙겨주곤 했는데...
내가 한 순간에 일을 저질렀으니 산골애들에게 얼굴이 서질 않는다.
내 정신 꼬라지가 이 모양이라 그동안 산골에서 정붙여 산 그들과 석별의 정도 나누지 못했다.
지들 집이 서서히 살얼음으로 변하고 꽁꽁 얼어 올 때 얼마나 당황했을까.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는 왜 봐가지고 상상은 거기까지 미치게 하는지...
금붕어 4마리.
자면서도 눈을 뜨고 잔다더니 죽어서도 눈을 뜨고 그동안 먹이준 산골아낙에게 잘있으라 인사하는 것같다.
그 눈빛은 인간의 원망과 미움에 찬 눈빛과는 사뭇 다르게 온화하다.
그게 더 사무친다.
이제 햇살이 그들을 녹여 주면 난 조촐한 장례라도 치를 생각이다.
언 땅이지만 삽으로 득득 긁어서라도 죽어서의 영혼은 따뜻하라고 흙이불을 두툼하게 덮어줄 참이다.
이제 그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놓고 떠나갔으니 내 영혼이 그들의 무게만큼 한쪽으로 사정없이 기울리라.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