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들을 걷습니다.
풀들을 스치며, 민들레를 스치며, 어린 달맞이꽃 순을 스치며 들을 걷습니다.
참으로 머리가 하얘지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스치기만 했는데 벌써 바짓가랑이와 발이 다 젖습니다.
그들이 스며든 것이지요.
굳이 말하면 이슬이 제일 먼저 따라들어와 아는체를 하는 것이지요.
그 발을 해가지고 마당 한 켠에 하늘향해 올라가고 있는 포도나무에게로 갔습니다.
땅콩 반 만한 애기 포도송이가 신생아처럼 맑아 보입니다.
이슬이 그들에게 세수를 시키고 있네요.
햇살이 나타나면 곧 스러지지만 그 순간만큼은 최상의 언어로 포도송이와 대화를 나눕니다.
어느 책에서 읽은 인디언 말이 생각납니다.
"그대는 꽃들이 말을 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눈다.
만일 그대가 꽃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꽃은 그대에게 말을 할 것이다."
오늘은 신생아처럼 맑은 어린 포도송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싶습니다.
세상 것들로 덕깽이가 진 나의 귀에 그들의 순수 언어가 전해질까요??
오늘은 무슨 배짱으로 밭으로 나가지 않고 그들에게 귀를 들이대고 앉아 있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