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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해당되는 글 10건
2017.06.13   강남교보는 꼭 들린다. 
2010.03.30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안으로 먼저 영글어야 터질 것이 아닌지. 
2009.12.24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춘천 벙개 후 다시 서울로... 
2009.06.05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흐르는 강물처럼 
2009.06.05   귀농풍경--이른 아침에 마음을 적시는 것들 
2009.03.18   귀농아낙의 책이야기-- 마지막 강의 
2009.01.08   귀농아낙의 책이야기--새에 대한 반성문 
2008.12.18   귀농풍경-- 산골소녀의 책 스타일 
2008.12.13   귀농풍경 -- 법정 스님 주례사 
2008.12.08   산골편지 -- 귀농 후 산골 서재에 대한 욕심 

 

강남교보는 꼭 들린다.
+   [산골편지]   |  2017. 6. 13. 22:55  


서울에 다녀왔다.

이틀 동안의 여행처럼 산골 집을 떠났다.

이제 집을 나서면 '여행'이란 생각이 든다.

여행이 별 건지....

자신의 울타리로부터 벗어나보는 일... 손에 일을 놓고 나의 신발코를 보고 세상을 두리번거리는 일이 아닌지...


 

강의가 있어서 갔지만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이들도 만나니 여간 행복한 여행이 아닐 수 없다.

서울가면 꼭 들리는 곳이 있다.

"강남교보"

 

아이들도 엄마가 서울에 오면 꼭 들리는 곳이 강남교보인줄 안다.

그래서 아이들도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함께 고르고 한 배낭에 사서 가곤 한다.

 

예전에는, 그러니까 귀농전 그것도 아들 어려서는 광화문교보를 다녔다.

뭐 그때야 강남교보가 생기지도 않았지만....


                 (앉아서 책을 고르는 여인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아들 선우가 돌이 되기도 전에 가슴에 안고 광화문교보를 늘상 다녔다.

어려서부터 책을 구경시켜주기 위해서였다.

또 책냄새에 익숙해졌으면 하는 마음까지 작용하여 시간을 내서 정기적으로 다녔다.

 

마침 남편이 현대자동차 광화문 지점에 업무과장으로 근무를 했기 때문에 아들 안고 광화문교보에서 그림책도 읽어주고 하다가 함께 퇴근하곤 했다.

 

그러다 둘째 아이를 낳고는 셋이서 광화문교보를 문지방이 닳도록 다녔다.

세월이 흘러 귀농해서도 아이들의 책을 선택하기 위해 광화문교보를 또 다녔다.

 

귀농하고 아이들 교육코드는 책과 여행이었다.

그러니 매달 책값으로 많은 돈이 지출되었다.

우리 귀농생활비 중 책값의 비중이 컸었다.


 

그러다 또 세월이 흘러 강남교보가 생기고 아이들이 대학을 들어가니 강남교보에서 아이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들과 함께 강남교보만 간다.

 

귀농해서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도 농사 일 만큼이나 좋아하는 일이라 강남교보에 가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큰 이유는 요즘 트렌드를 읽고 싶어서다.

 

요즘 트렌드는 내가 농사지은 것을 가공하고, 디자인하고, 마케팅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우리집 거실 겸 서재 한 켠 모습...사방이 책이다. )

 

요즘 트렌드를 아는 것이 꼭 책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방면으로 트렌드를 알 수 있지만 나의 경우는 출판업계가 가장 고려하는 것이 요즘 트렌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몫하고 있다.

 

앉아서 책을 읽고 책을 고르는 여인의 뒷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나도 한참을 앉다 서다를 반복하며 책을 보았다.

그리고 고른 책을 계산하고 나오는데 벌써 뿌듯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가 가진 작은 창으로 큰 세상을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누군가와 자기와 가진 것을 나눈다는 것 또한 작은 창으로 큰세상을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농사를 짓고 책을 읽고, 책을 내고 리폼을 하며 지내는 귀농살이가 여간 복에 겨운 게 아니다.

 

그대는 요즘 무슨 책을 읽으로 마음의 온도를 높이시나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에서...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안으로 먼저 영글어야 터질 것이 아닌지.
+   [산골편지]   |  2010. 3. 30. 00:35  


2009년 12월

 

빨래줄에 빨래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걸려 있는 것이 아니고 죽지 못해 매달려 있는 듯, 망한 집 집구석에 널브러진 옷처럼 빨래가 매달려 있다.

이런 모습만 봐도 요즘 내 정신줄이 어떤지 알 수 있다.


햇살은 빨래가 어떤 모습인가에 상관없이 뽀송뽀송할 때까지 빨래에 앉아 그를 말려준다.
빨래가 정갈하게 걸려있든, 팔은 팔대로, 바지가랭이는 가랑이대로 미친년 똥싸듯 널려 있든에 상관없이 언제나 같은 따사로움으로 어루만져 준다.

부부도 연애질할 때와 같은 따사로움으로 평생 마음을 어루만져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

 

오늘도 빨래를 내던져 걸 듯 간신히 불에 걸어두고 볼일 보러 읍으로 내달렸다.
읍에 가면 한두 가지 일로 마무리되는 날이 별로 없다.

 

철물점에 들려 초보농사꾼이 사다달라는 공구도 사야하고(그 놈의 공구는 허구헌날 사 나른다. 그건 쓰고 제자리에 못 놓는 초보농사꾼땜에 그렇다. 이그),
산골까지 못갖다 주니 며칠 기다리라며 퉁명스럽게 내던지는 말이 듣기 싫으니 택배도 직접 대리점에 직접 방문하셔서(?) 찾아야 하고,
옷 수선도 해야 하고,


머리가 불쏘시개처럼 되면 정신까지 사나우니 지붕개량도 하러 미장원에 가야하고,
몇 푼  들어앉아 있지도 않은 통장에서 돈도 꺼내야 하고,


엊그제 거센 바람과 놀아나다 몸마저 다 망가진 플라스틱 채반도 사야 하고,
서점에 주문해 놓은 아이들 책도 찾아야 하고....

 

하여간 대여섯 가지 볼일은 기본이다.
정신없이 이 일들을 해치워야 마지막 코스인 도서실에 들려 책도 빌리고, 재수 좋으면 거기서 몇 줄 읽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오늘도 그랬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을 보고 나서는 어느 집에서 내 뒤통수에다 대고
“그거 알아요?”한다.

 

들어 볼 도 없이 알긴 뭘 알겠는가.
산골에 틀어박혀 저 잘났다고 살다 조용필 노래 가사처럼 가끔 먹이를 찾아 나서는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며 내려오는 인간이 뭔 일을 알까?

 

내용인즉,
같은 직장에서 눈이 맞았다가 큰 일이 터졌다는 거다.


처녀, 총각이 눈이 맞았다면야 요즘 국가 차원에서 발 벗고 나서는 ‘아이 낳기’에 한 걸음 앞서는 일이니(언제는 낳지 말라구 국가가 나서더니...)문제될 리가 없을테고.... 좋지 않은 머리로 이럴 때는 판단도 빨리 한다.

내 판단대로 그랬단다.


각자 가정가진 사람끼리.
결국 칼부림이 났다는 거다.

 

산에 틀어박혀 살다 내려온 사람에게가 아니어도 이건 예삿일이 아닐 것이다.
오늘 읍에서 할 일을 빼곡이 적은 노란 포스트잍을 붙인 손가락이 한동안 떨렸다.

 

이럴 때 작은 충격이 머리를 더 하얗게 만들기 때문에 난 그 노란 포스트 잍을 잘 붙들고 있어야 하는데 자꾸만 맹해졌다.

다른 거 아니다.


물이 질질 흐르는 빨래가 뽀송뽀송해지도록 어루만져 주는 햇살 같은 따사로움이, 애틋함이 부부 사이에 없어서다.

출근을 안했으면 모를까 출근을 했다면 햇살은 당연하게 제 할 일을 빈틈없이 해놓는다.
결혼을 안했으면 모를까 좋아죽겠다고 여러 사람 앞에서 떠들어대는 예식을 올린 이상 마음은 언제나 같아야 한다.

 

그때의 사랑이, 그 온도가 아니면 그 대신 정이, 믿음이, 애틋함이 들어앉아 늘 평상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부부 아닌가.

만에 하나 혹여 똥밟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더라도 옛날처럼 얼굴도 안보고 부모가 결정한 혼사도 아닌데(그 당시의 이혼율이 더 낮았지만), 이유야 어떻든 그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게 아닌지.

 

그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말은 부부간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인내하며 지혜롭게 헤쳐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말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남편, 아내가 아니라 없으면 안될 일을 떠올리며 이겨내는 여유는 없었는가보다.

이건 말이다.


가정가진 두 사람이 눈이 맞은 이유를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이유는 모르지만 어떤 이유에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뜻이다.

남의 가정사에 오래 말할 뜻은 없다.


다만 누구라 하더라도 어제의 일은 부족한 나의 행동이었다면 내일은 보다 더 나은 내가 되면 된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알베르 카뮈는
“결국 우리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을 때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놓고 심판받을 것이라”고 했다.

밖으로의 이웃 사랑도 중차대한 일이겠지만 우선 안으로 안으로 사랑이 영글어 석류터지듯하면  밖으로 밖으로 그 사랑이 새끼를 쳐 더 따숩게 번져 가리라 믿는다.

 

이거 카뮈고 뭐고 말할 처지가 아니다.
오늘 점심에 달랑 김치찌개에, 톳나물 두부 무침 하나 해놓고 산골을 떠났으니 이제 팔자에 없는 ‘책읽는 일’ 걷어치우고 가족 품으로 돌아가련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도서관에서 귀농아낙


배동분 소피아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춘천 벙개 후 다시 서울로...
+   [산골편지]   |  2009. 12. 24. 12:31  


 

 

 

2009년 11월

 

춘천에서 홈에 오시는 반가운 분들을 만나고 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아쉬운 이별을 하고 굼벵이 엄니와 해담풀과 함께 타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 도착하여 전철타기 알맞은 곳에 두 분을 내려드리고 나도 얼마 가지 않아서 내렸다.

초보농사꾼의 약속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나 역시 전철역에서 내린 것.


나의 다음 행선지는 서초동 교보문고이다.

내린 곳에서 서초동까지 그러니까 더 자세히는 강남역까지는 두 번이나 전철을 갈아타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구두가 너무 아프다는 거.

 

 

 

 

 

전철을 타러 가는데 벌써 발이 아파 절룩이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위해 교보문고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두 번의 전철을 갈아타는데 왜 그렇게 많이 걷고 또 걸어야 하는지...
하여간 강남역 6번 출구라고 하여 나갔더니 거기서도 한참을 걸어야 했고 걷는 중에 두 번이나 물어야했다. 아무리 걸어도 안나와서...

어쩌면 발이 아파 더 멀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빌딩에 들어섰는데 책 냄새도 안풍긴다. 화살표 방향으로 들어가니 계단이 나오고 세 층이나 죽으라 올라가도 계단...
나중에 알아보니 거긴 그 전체 건물의 비상구.


근데 왜 비상구 입구에 교보문고라고 써붙였을까나...발은 아파 절룩임의 정도가 도를 넘어 주위 시선을 둘러봐야 할 판국인데...

하여간 물어보니 지하란다.

 

지하에 내려가니 눈에 훤하게 책들이 들어온다.
그동안의 힘들이 다 날아가는 순간이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망설이다 비닐 우산을 사서 나오니 몸만 젖은 길은 더 가을스러웠다.)

 

쳐다만 봐도 찰떡을 먹은 것처럼 뿌듯하고, 내 책꽂이가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침을 흘렸다.

이란 그런 거다.


사람 마음을 배부르게 하는 것.

 

움베르토 에코는


“책이란 숟가락, 망치, 바퀴 혹은 가위와 같아서 발명된 이후 더 이상 개선될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했던가.

한참을 책을 보며 아이들에게 사줄 것을 적고, 내가 읽으면 좋을 책도 적고 신바람이 나서 책을 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초보농사꾼인데 밖에 비가 퍼붓듯이 쏟아지는데 아느냐고?
모른다고요.... 지하라고요...^^

 

지금 비가 많이 쏟아지니 마천동 엄마에게 가기 어렵고, 시간도 많이 늦었으니 가까운 서초동 처형네로 가란다.
벗들과 만나 한 잔 하면서도 비가 쏟아지니 마누라가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귀농이 여러 사람 변화시킨다.

 

 

 

 

▲ (초보농사꾼의 소중한 친구들...)

나도 엎어지면 정강이 닿을 언니네로 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시누이 집에 잠깐 가신 어머님께 초보농사꾼이 전화를 했기 때문에 우리가 서울에 왔음을 눈치채시고 어머님이 집으로 오실텐데 내가 언니네 집으로 가면 부랴부랴 집으로 오신 어머님이 서운해 하실 것이다.

 

어머님이 내가 언니에게 가는 것을 싫어하시는 것이 아니고 초보농사꾼이 전화를 해서 서울 운운은 하지 않았지만 며칠 전에 춘천에 가게 되면 서울로 갈지 모른다고만 했는데 어머님께 갈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시고 무지 서둘러 오실 것이다. 혹여 얘들이 밖에서 기다리나 ...별 생각 다하시고(우리가 어린 얜가??) 서둘러 데려다 달라고 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비가 쏟아지는데 멀다고 안가면 허탈해 하실 것 아닌지...

 

 

 

그래서 마천동으로 갈 생각을 하고 지하 2층의 팬시 코너에 가서 우산을 샀다.
비닐로 대충 만든 것인데도 5천5백원이나 했다.


집에 우산이 쌨는데 사야 하는지...망설이다 샀다.

문닫는다고 안내 방송이 나오고 땅 위로 나오니 웬걸...


길 바닥만 비가 휩쓸었음을 암시하듯 젖어 있을 뿐 하늘은 검기만 하고 떨어지는 것은 없었다.
길바닥의 낙엽만 온몸이 젖어 뒹굴뿐...

비싸다고 망설이던 비닐 우산을 금쪽같이 움켜쥐고 걸었다.


발은 통증이 심해 더 한쪽 발을 절게 만들었으나 비온 거리를 걷고 싶은 마음에 한참을 걷고 또 걸었다.

내가 떠나간 서울, 다시 찾은 서울에서 지금 무슨 생각으로 걷는지...


이제 내일 산골로 가면 내가 자라고 학창시절을 보내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이곳 서울은 다시 내 등뒤로 물러날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는데 바람이 정신차리라며 얼굴에 와 아는체를 한다.

 

다시 2번을 갈아타고 어머님 집의 역에서 내려 천천히 걷는데 벌써 12시가 가까워졌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따라 일찍 들어온(밤12시에 들어오면 거의 기록이다.) 초보농사꾼이 어머님이 안들어 온다고 걱정걱정이시라며 어디냐고...
결국은 초보농사꾼이 마중을 나왔다.

내가 늦은 밤이라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비도 안오는데 손에는 우산을 들고 저만치서 나인 듯 하니 부른다.
서울 하늘 아래서 그 소리가 공중제비를 한번하고 나의 귀에 들어온다.

 

 

 

 

 

우린 연애시절처럼 반가워 하며 젖은 길을 걸었다.

 

어머님은 전화받고 말은 안해도 얘네들이 서울일거라고 생각하시고는 어찌나 맘이 급하던지 막 서둘러 오셨다고 하셨다.

“어머님, 제가 언니네로 그냥 갔으면 서운하셨을 것 같은데??”


“언니네 가는데 뭐가 서운해? 집으로 올거라고 생각했는데 못보면 그게 그렇지...”하신다.

그렇게 새벽이 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날이다.
어제 밤에 평소보다 일찍 헤어지며 오늘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한 모양이다.
어머님네 집에서 챙겨주시는 짐을 다 차에 싣고 어머님과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서 오는 길...

차 뒤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손을 흔드는 어머님 모습에 가슴팍이 뻐근해진다.

 

함께 친구들이 모여있는 하남시로 가니어제 못나온 친구들도 나오고 모두 9명이 닭백숙을 먹으러 갔다.
친구가 관심있어 하는 땅도 덤으로 구경하고...

점심을 먹으니 당연히 이슬이는 따라 나오는 법.


산골로 내려가야 한다며 술을 안마시는 초보농사꾼.
어차피 지금 내려가도 어둔 시간에 도착할 것이고, 비도 오는데 그냥 좋은 벗들을 만났으니 술을 마시라고 했다.

그리고는 술도 깰겸 이사한 친구집에 내가 아직 못가보았다고 친구집으로 향했다.


초보농사꾼의  친구는 친구가 술이 깨서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동행하면서 여기 저기 구경도 시켜주고 애를 썼다.

자기도 엄청 바쁘면서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애들 좋은 옷을 싸게 파는 곳이 있다며 거기까지 데리고 가고...물론 일요일이라 문을 닫아 못사입혔지만 사입힌 것보다 더 마음이 따뜻했다.


좋은 벗에게서는 말보다 그런 행동에서 더 향기가 풀풀 난다.

덤으로 친구 집 뒤에 있는 말의 거처(?)도 가보았는데 말들이 내 키보다 몇 배나 커서 엄청 무서웠다.

 

 

 

 

그런데 신기하게 눈은 소보다도 더 순해 보였다.


모두  세 마리인데 그 중 한 마리는 하얀 암 말이다.
답게 고개를 숙이고 수줍어한다.

 

친구집에서 차를 마시고 산골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에 접어드니 그제서야 정신이 바짝 든다.
비가 오고 있고, 날은 어두워지고 있으니 초보농사꾼이 운전하기에는 별로 달갑지 않은 조건이다.

 

그럴 때 옆에 있는 조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제 귀농 10년차가 지나고 있다는 말로 시작하여 앞으로의 계획, 꿈 등을 함께 나누었는데 그 시간이 참으로 소중했다.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산골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춘천에서의 하늘마음농장 번개를 마치고 서울을 거처 산골의 내 자리로 돌아왔다.

만남으로 인해 가슴뛰었던 시간들, 그리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지만 헤어짐으로 인해 찡한 시간들...
그런 시간들을 엮으면 가지런한 소풍길이 되는 것이리....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흐르는 강물처럼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6. 5. 12:21  

흐르는 강물처럼 상세보기
파울로 코엘료 지음 | 문학동네 펴냄
빛나는 삶으로 이끄는 101가지 지혜의 샘 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일상에서 건져올린 경이로운 삶의 기적들 전세계 1억 독자들의 영혼을 뒤흔든 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 첫 산문집. 당신은...

선우가 방학때 서울에 갔다가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책을 여러 권 사왔다.
그 중에 한 권이다.
선우가 먼저 읽고 아주 감동적으로 읽었다며 나에게 권했다.

아마 엄마도 감동적으로 읽을 거라며...
그 말을 듣고 나니 지금 읽던 책을 일단 후퇴시키고 읽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그렇게 해서 얌체(?)처럼 먼저 내 손에 들어와 앉은 책.
파울로 코엘료는 주현 낭자가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 작가의 책을 감동 그 자체로 읽은 적이 없다.

그렇게 뜨거웠던 '연금술사'도 그렇고...

그래서 이번에는 마음을 정갈히 먹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연금술사'와 같은 느낌이다.

그나마 이 글을 짧은 에세이로 엮은 것이라 어느 꼭지가 감동일 수 있고, 그저 그럴 수도 있고 하여 그렇게 넘어갔다.

어느 책이든 전혀 도움이 안되는 책이란 거의 없다고 본다.
하다못해 문장 하나가 한 권을 대표할 수 있는 책도 있다.
그렇기때문에 단정적으로 이 책은 좋다, 나쁘다로만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또 이건 순전히 내 기인적인 생각이지 아들이 그렇게 감동적으로 읽었고, 내가 감흥이 그에 못미치는데 그럼 이럴 때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모든 책에는 사람처럼 내게 어울리고, 끌리고 , 내게 맞는 책이 있는 것같다.
제 아무리 어떤 사람이 내게 잘해주고, 만나고 싶어 하고 한다고 해도 코드가 맞지 않으면 불편하고, 거리감을 두고 싶어지게 된다.

'흐르는 강물처럼'에서도 함께 나누고 싶은 글들이 몇 꼭지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b><선방 고양이의 가르침>

어느 선원의 방장이자 선불교의 대가인 고승에게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그른 고양이를 얼마나 애지중지했던지 참석 시간에도 항상 함께할 정도였다.

어느 날 아침, 늙은 고숭은 세상을 떠나고 선방의 최고참인 상좌가 그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고양이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수좌들이 묻자 새 방장은 스승을 기리는 뜻에서 참선 시간에 고양이를 들여보내도 좋다고 허락했다.
만행길에 오는 수좌 몇몇이 이 유서 깊은 사찰에서 선방에 고양이를 들이는 모습을 목도했고, 그에 관한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수년이 흘렀다.
선사의 고양이는 죽었지만 고양이에 길든 수좌들은 다른 고양이를 들였다.
그사이 다른 절들도 고양이와 함께 참선 수행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고승의 명성과 가르침의 비결이 고양이에 있다고 믿으며, 정작 입적한 고승이 얼마나 훌륭한 스승이었는가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한 세대가 지나고, 선불교에서 고양이가 참선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에 대한 지침서가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고양이는 집중력을 높여주고 삿된 기운을 물리친다'는, 학계에 퍼져있던 가설을 발전시킨 어느 대학교수의 연구 결과였다.

그렇게 한 세기에 걸쳐 고양이는 이 지역 선불교 연구에서 핵심적인 일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선원에 다른 지역에서 온 이름 높은 선사가 들어왔다.
선사는 동물 털에 알레르기가 있어 일과 수행에 고양이를 참여시키지 못하게 했다.

수좌들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선사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선사의 가르침이 뛰어났던지라 고양이 없이도 수좌들의 수행은 날로 진전을 보였다.

그러자 서서히 다른 선방에서도 고양이들을 내보내게 되었다.
언제나 새로운 사상을 추구해온데다 고양이들을 거두어 먹이는 걱정까지 덜어버리게 되니 참으로 잘 된 일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십 년 후, 혁신적인 새 가설들이 등장했다.
그 가설들은 다음과 같은 그럴듯한 제목을 달고 있었다.

'고양이 없는 참선의 중요성' '동물의 도움 없이 정신력으로 선의 세계에서 평정을 찾는 법'

다시 한 세기가 흐르고, 고양이는 그 지역 참선 수행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는 이백여 년이 걸렸다.
고양이가 왜 참선 수행에 함께 해야 하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기 때문이었다.</b>

********************

이런 이야기이다.

여기사 코엘료는 규칙, 불필요한 제도 ...등을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 이야기를 읽고 한동안 생각했다.
진리라는 것은 어느 시대, 어느 환경, 어느 조건에서도 진리이지 그 상황이라 환경, 조건이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진다면 그건 이미 진리가 아니다.

진리라는 말이 조금 안어울릴 수는 있지만 다른 마땅한 용어가 생각이 안난다.

먹거리도 보면 그렇다.
유행할 때는 그것 안먹으면 막말로 곧 죽을 것처럼 떠들고, 신봉하고, 난리가 아니다.
그러다 유행이 지나 다른 것이 뜨면 이번에는 그거 안먹으면 금방이라도 아토피때문에 죽을 것같은 분위기다.

고양이와 선방...
그것을 어느 대학 교수가 연구결과까지 버젓이 내놓고 .....

선방에 고양이가 없으면 ...

지금 생각하면 웃지만 그때는 그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논문까지...

웃지못할 일이지만 지금도 우리들의 규칙이나 일명 뜨고 있다는 가설, 내용들이 선방의 고양이같은 것이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시대가 복잡해지고, 급하게 돌아갈수록 그런 웃기는 가설들은 더더욱 우리의 영혼을 정신없이 만들고 건조하게 할 것이다.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더욱 가치관 등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들 선우가 이 책을 의미있게 읽었듯이 전체적으로 많은 내용이지만 중간중간 오래 생각해야 할 내용이 들어있다.

책 한 권을 다 읽으면 아주 마음이 뿌듯하다. 누구나 그렇듯이...
그렇게 뿌듯함이 모이면 영혼도 호수처럼 잔잔하게 유지되리라 믿는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풍경--이른 아침에 마음을 적시는 것들
+   [산골풍경]   |  2009. 6. 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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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들을 걷습니다.
풀들을 스치며, 민들레를 스치며, 어린 달맞이꽃 순을 스치며 들을 걷습니다.
참으로 머리가 하얘지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스치기만 했는데 벌써 바짓가랑이와 발이 다 젖습니다.
그들이 스며든 것이지요.
굳이 말하면 이슬이 제일 먼저 따라들어와 아는체를 하는 것이지요.

그 발을 해가지고 마당 한 켠에 하늘향해 올라가고 있는 포도나무에게로 갔습니다.
땅콩 반 만한 애기 포도송이가 신생아처럼 맑아 보입니다.
 이슬이 그들에게 세수를 시키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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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나타나면 곧 스러지지만 그 순간만큼은 최상의 언어로 포도송이와 대화를 나눕니다.

어느 책에서 읽은 인디언 말이 생각납니다.

"그대는 꽃들이 말을 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눈다.
만일 그대가 꽃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꽃은 그대에게 말을 할 것이다."

오늘은 신생아처럼 맑은 어린 포도송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싶습니다.
세상 것들로 덕깽이가 진 나의 귀에 그들의 순수 언어가 전해질까요??
오늘은 무슨 배짱으로 밭으로 나가지 않고 그들에게 귀를 들이대고 앉아 있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책이야기-- 마지막 강의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3. 18. 21:05  

작년에 이 책이 나왔을 때 사보고 싶었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에서 들었던 책을 놓았다.

하나는 지금 읽다만 책들이 너무 많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이와 비슷한 류의 책들이 요즘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온 것이 맘에 걸렸다.

그런데 선우랑 주현이가 겨울방학에 서울에 갔었는데 교보에서 거의 산 모양이다.
그때 여러 권을 적어서는 엄마가 보고 괜찮다고 생각하면 주문해 달라고 전화가 왔다.
교보문고에서 사고 싶으면 사라고 했고 그래도 되느랴고 묻는다.

당연하지, 했더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사람 맘이 그 자리에서 책은 사고 싶다.
물론 옷도 그렇고 다 그렇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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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633.jpg">

그래서 선우가 몇 권을 교보에서 사왔고 나머지는 책을 주문해 주었다.
겨울방학 한 달의 책값이 참으로 많이 지출되었다.

선우, 주현이가 보기를 기다렸다가 내가 보려니 시간이 도대체 내 편이 아닌 데다가 눈까지 안보여 시작을 해놓고도 진도가 안나갔다.
그러다 어제 돋보기도 하나 장만했겠다 책을 펴드니 술술 나간다.

이 책은 랜디 포시라는 주인공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이다.

그는 췌장암으로 몇 개월밖에 못산다는 진단을 받고 자신이 다녔던 카네기멜론대학에서 마지막 강의를 한 것이다.
이 마지막 강의를 하게 된 이유를 그는 머리말에 이렇게 적고 있다.

"적어도 이십 년은 더 살면서 내 아이들에게 가르쳐줘야 할 많은 것들을 어떻게 짧은 시간에 다 전해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지금 내 아이들은 대화를 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모든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옳고 그름에 관하여, 현명함에 관하여, 그리고 살면서 부닥치게 될 장애물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가르져 주고 싶어 한다.
또 부모들은 행여 자식들의 삶에 나침반이 될 수 있을까 하여 자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한다.
부모로서의 그런 욕망이 카네기멜론대학에서의 '마지막 강의'를 하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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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634.jpg">

그 강의 내용을 책으로 엮어 아내와 세 명의 자녀들이 훗날 아버지를 기억하기를 , 남편을 기억하기를, 그리고 세상의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남긴 것이다.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아내를 만나기 전의 이야기, 그리고 부모로부터 받았던 사랑, 영향, 부모님의 철학 등,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 그리고 마지막 강단에 서기까지의 과정 등이 섬세한 필체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사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세상 사람들에게 무엇을 힘주어 말해주고 싶은지를 꼼꼼하고, 간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엇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등의 아쉬움은 남는다.

저자는 세 명의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자리가 비었다는 것을 가장 애닳아했다.
왜 안그렇겠는가.
입장바꿔 생각하지 않아도 가슴 저리고 기가 막힐 일이다.

아이들도 6세, 5세, 18개월이다 보니 더더욱 먹먹함이 컸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마지막 강의를 철저히 준비하는 모습과 긍정적인 사고로 건강한 사람보다 더 활달한 성격으로 나머지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감동이었을 것이다.


랜디 포시 교수가 아니더라도 우리 누구도 생명은 장담할 수가 없다.
당장이 될지, 내일이 될지 누구도...

그렇다면 모두가 같은 입장에 놓이긴 마찬가지 아닌지...
누구나 이 상황에서라면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와 더불어 순간순간 행복해야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책이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는 면에서도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아낙의 책이야기--새에 대한 반성문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1. 8. 02:31  

새에 대한 반성문 상세보기
복효근 지음 | 시와시학사 펴냄
계간지 시와 시학 세번째 호에 새를 기다리며 외 몇 편이 당선되어 등단한 시인의 세번째 시집. 가마솥에 대한 성찰 을 비롯해 염소와 나와의 촌수 , 불타는 똥막대기 등 지리산 바라보며 써내려간 시를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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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홈에 오시는 문영미 님이 추천해 주신 복효근 시인...
62년생 전북 남원 출생이다.
우리와 같은 62년생...
일단 한 물이라는 생각이 낯설지 않게 한다.

시인의 홈에 갔는데  다른 시인들 홈과는 달리 홈도 깜끔히 정리 되어 있고 분위기도 편안하고 하여 시집을 사야지 마음 먹었다.

그래서 '어느 대나무의 고백'이라는 시집을 주문했는데 절판이란다.
하도 답답하여 오늘 읍의 도서관에 가서 복시인을 검색하니 달랑 한 시집만 뜬다.
'새에 대한 반성문'...

이 시집은 2000년에 시와 시학사에서 펴낸 시집이다.

그 중에서 책 제목에 턱 나와 있는 시를 소개하겠다.

새에 대한 반성문'

춥고 쓸쓸함이 몽당빗자루 같은 날
운암댐 소롯길에 서서
날개소리 가득히 내리는 청둥오리떼 본다
혼자 보기는 아슴찬히 미안하여
그리운 그리운 이 그리며 본다
우리가 춥다고 버리고 싶은 세상에
내가 침뱉고 오줌 내갈긴
그것도 살얼음 깔려드는 수면 위에
머언 먼 순은의 눈나라에서나 배웠음직한 몸짓이랑
카랑카랑 별빛 속에서 익혔음직한 목소리들을 풀어놓는
별, 별, 새, 새, 들, 을, 본다
물 속에 살며 물에 젖지 않는
얼음과 더불어 살며 얼지 않는 저 어린 날개들이
건너왔을 바다와 눈보라를 생각하며
비상을 위해 뼈 속까지 비워둔 고행과
한 점 기름기마저 깃털로 바꾼 새들의 가난을 생각하는데
물가의 진창에도 푹푹 빠지는
아, 나는 얼마나 무거운 것이냐
내 관절통은 또 얼마나 호사스러운 것이냐
그리운 이여,
네 가슴에 못 박혀 삭고 싶은 속된 내 그리움은 또 얼마나 얕은 것이냐
새 한 무리는 또
초승달에 결승문자 몇 개 그리며 가뭇없는
더 먼 길떠난다 이 밤사
나는 옷을 더 벗어야겠구나
저 운암의 겨울새들의 행로를 보아버린 죄로
이 밤으로 돌아가
더 추워야겠다 나는
더 가난해져야겠다

사실 책을 빌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시 볼 수 없어서...
그게 아쉽다.

그리고 이 시도 나를 감동시켰다.

'뜨지 않는 별'

별이라 해서 다 뜨는 것은 아니리
뜨는 것이 다 별이 아니듯
오히려
어둠 저 편에서
제 궤도를 지키며
안갞초처럼 배경으로만 글써이고 있는
뭇 별들이 있어
어둠이 잠시별 몇 개 띄워 제 외로움을 반짝이게 할 뿐
가장 아름다운 별은
높고
쓸쓸하게
죄짓듯 앓는 가슴에 있어
그 가슴 씻어내는
드맑은 눈물 속에 있어

오늘밤도
뜨지 않은 별은 있으리.

시인이 2000년에 내 시집이면 젊었을 때(?)의 시라 그런지 상큼함은 있으나 진국의 맛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마 사람은 세월밥을 무시하지 못하는 것같다.
시가 어떻다는 것이 아니고 그 후에 쓰여진 시보다는 ...

그래서 난 어느 작가의 책을 고를 때 만약 여러 권의 책이 있으면 최근작을 먼저 보고 빠져들면 그 전의 책을 죄다 사서 본다.
사람마다 다른 것이지 그것이 옳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래서 복시인의 그나마 최근 출판한 시를 고른답시고 골랐는데 절판이라니...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오늘 하루 복시인의 시세계를 같이 떠다닐 수 있음은 문영미님의 추천 덕분이다.

나도 다시 한번 하늘을 본다.
시인의 말대로
'오늘도 뜨지 않은 별은 있으리.......................'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풍경-- 산골소녀의 책 스타일
+   [산골풍경]   |  2008. 12. 18.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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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전 아니, 애들이 아가 일때부터 책읽어주는 일은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겼었다.
그 후로 계속 책을 읽어주고 읽히고...
귀농하고 나니 더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 애들이...
자연에서 놀다 들어오면 바로 책을 읽고 좋아했다.

산골소녀인 주현이는 책을 읽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구절이나 엄마가 좋아할만한, 아니면 엄마가 알면 좋을만한 구절이 나오면
꼭 읽어준다.

오늘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을 읽으면서 신화 이야기를 읽어준다.
그러다 내가 조금이라도 한눈을 파는 것같으면 내용을 묻는다...(이게 고문 ...ㅎㅎ)

그런가 하면 선우는 다 읽고 내용이나 그 안의 어떤 부분에 대해 말로 설명해 준다.
그러다 나중에는 자기의 감동을 말하고...




두 놈의 책읽는 스타일이 참 다르다.
선우는 역사쪽 등을 아주 좋아하고, 주현이는 싫어한다.
주현이는 아무래도 여자라 그런지 감동적인 것을 좋아하고,
선우는 눈물 찔끔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것을 싫어한다.

두 놈의 취향이 이러다 보니 책을 선택할 때 무지 신경쓰인다.
그렇다고 두 취향 따로따로 구입하는 것은 돈이 조금 더 들고...

이제 중2, 고1이니 따로 취향따라 구입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가끔 취향에 따라 사주기도 한다.
중간중간 당근의 역할을 하니까....

책값이 비싸서들 책사주는 것이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책값만큼 투자에 좋은 자산은 없다고 본다.

책은 단순히 대학 논술이나를 위함이 아니다.
평생을 자녀들이 스승으로 삼고, 행복을 끌어안고 산다고 생각하면 껌값밖에 안된다.

주현아,,,

오늘 책읽어줘서 고마워.
덕분에 신화에 나오는 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구나...

(이 사진은 2005년 어두막에서 화롯가에서 책을 읽는 산골소녀 주현 낭자))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풍경 -- 법정 스님 주례사
+   [산골풍경]   |  2008. 12. 1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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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일찍이 안 하던 짓을 하게 됐다.
20년 전에 지나가는 말로 대꾸한 말빚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사람만이 책임을 질 줄 안다.

오늘 짝을 이루는 두 사람도 자신들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믿음과 사랑으로 하나 되어 세상에 서겠다'고 했으니(청첩장에 박힌 그들의 말이다) 그 믿음과 사랑으로 하나 되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무릇 인간관계는 신의와 예절로써 맺어진다.
인간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그 신의와 예절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같은 공간대, 같은 시간대에서 부부로서 만난 인연을 늘 고맙게 생각하라.
60억 인구이니 30억 대 1의 만남이다.
서로 대등한 인격체로 대해야지 집 안의 가구처럼 당연한 존재로 생각하지 말라.

각자 자기 식대로 살아오던 사람들끼리 한집 안에서 살아가려면 끝없는 인내가 받쳐 주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지 말고 맞은편의 처지에서 생각한다면 이해와 사랑의 길이 막히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화가 났을 때라도 말을 함부로 쏟아버지리 말라.
말은 업이 되고 씨가 되어 그와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결코 막말을 하지 말라.
둘 사이에 금이 간다.
누가 물싸움을 칼로 물베기라고 했는가.
싸우고 나면 마음에 금이 간다.
명심하라.
참는 것이 곧 덕이라는 옛말을 잊지 말라.

탐구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 누구를 물을 것 없이 신속 정확하게 속물이 되고 만다.
공통적인 지적 관심사가 없으면 대화가 단절된다.

대화가 끊어지면 맹목적인 열기도 어느덧 식고 차디찬 의무만 남는다.
삶의 동반자로서 원활한 대화의 지속을 위해, 부모님과 친지들이 지켜보는 이 자리에서 숙제를 내주겠다.

숙제 하나,

한 달에 산문집 2권과 시집 1권을 밖에서 빌리지 않고 사서 읽는다.
산문집은 신랑 신부가 따로 한 권씩 골라서 바꿔 가며 읽고 시집은 두 사람이 함께 선택해서 하루 한 차례씩 적당한 시간에 번갈아 가며 낭송한다.

가슴에 녹이 슬면 삶의 리듬을 잃는다.
시를 낭송함으로써 항상 풋풋한 가슴을 지닐 수 있다.
사는 일이 곧 시가 되어야 한다.

1년이면 36권의 산문집과 시집이 집 안에 들어온다.
이와 같이 해서 쌓인 책들은 이 다음 자식들에게 어머니와 아버지의 삶의 자취로, 정신의 유산으로 물려주라.
그 어떤 유산보다도 값질 것이다.

숙제 둘,

될 수 있는 한 집 안에서 쓰레기를 덜 만들로고 하라.
분에 넘치는 소비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악덕이다.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아예 집 안에 들여놓지 말라.

광고에 속지 말고 충동구매를 극복하라.
가진 것이 많을수록 빼앗기는 것 또한 많다는 사실을 상기하라.
적게 가지고도 멋지게 살 수 있어야 한다.

********************************

이것이 어찌 이제 결혼하는 새부부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겠는가.
새부부에서 지금은 낡을대로 낡은 부부지만 마음은 늘 새로운 날을 짓는가, 그렇지 못하는가로 나이든 부부들은 반성할 일이다.

스님께 내주신 숙제도 의미가 있다.
요즘 한 달에 한 권의 책도 안사서 읽는 사람이 많다는 뉴스나 통계를 보면 아쉬움은 남는다.

책은 사서 읽는 것과 빌려 읽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
물론 꼭히 또 읽을 필요가 없을 때에는 빌려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두고두고 읽고 나중에 아이들까지 읽기에도 손색이 없는 고전이나 좋은 책들은 사서 읽는 것이 좋다.

오늘 이 주례사를 다시 한번 읽으면서 내게 있어 남편은 , 남편에게 있어 나는 어떤 존재로 남아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다짐을 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 글 또한 책에서 얻었으니 책은 더없이 좋은 스승이고 채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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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편지 -- 귀농 후 산골 서재에 대한 욕심
+   [산골편지]   |  2008. 12. 8.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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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지식인의 서재'라는 코너를 보았다.
거이에는

사진작가 -- 배병우의 서재
클래식 음악가 -- 장 한나의 서재
대중음악가 -- 이적의 서재
건축가-- 승효상의 서재
영화감독 -- 박찬욱의 서재가 소개되었다.

서재, 책하면 이 산골아줌마 정신이 확 드는데 그 코너에 나와 있는 서재를 동영상과 함께 보니 거의 침이 나온다.

사실 난 책욕심이 많다.
책욕심많은 사람이 당연히 따라오는 욕심은 서재 욕심일 것이다.

맞다.
나 역시 책욕심 , 서재욕심하면 남다르지 않을 것이다.

귀농하고 오두막에 살 때 책을 쌓아둘 곳이 없어서 아이들이 그렇게 남주지 말고 , 버리지 말고 간직하라고 했던 책들을 그렇게 해서 산골을 떠나보냈다.
그게 두고두고 후회가 되고 세월이 흐를수록 더 후회가 된다.

그래서 작년에 집지을 때 딱 하나 초보농사꾼에게 말했다.
책장은 거실에서 가장 많은 신경을 쓰겠다.
책장은 높게, 크게 짜넣을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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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다른 구조나 설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초보농사꾼이 유럽에 갔었을 때부터 짓고 싶어하는 스타일이 있었고, 초보농사꾼이 집짓는데에 참으로 많은 신경을 썼기 때문에 내가 굳이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도 없었다.
초보농사꾼은 성격에 맞지 않게 집짓는 일에 참으로 공을 들여 구상하고 설계를 수정하고를 반복했었다.

하여간 그렇게 해서 책장을 거실에 짜넣었지만 좀더 높에 할 것을 하고 후회하고 있다.
그런데 서재가 없어 늘 아쉬움이 있었다.
산골 집은 방이 세 개,
주현, 선우 방, 우리방 , 다락방...

다락방에 하면 좋은데 다락방은 앞이 트여져 있어서 거실에서의 소리가 다 들린다.
아무도 없는 시간은 더없이 좋지만,,

그래서 늘 서재... 를 꿈꾸었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다 보니 더더욱...

또 이 동영상을 보니 서재 욕심이 일어나 두근두근거리기까지 한다.
책도 사고 싶은 것이 많고...

애들 시험이 끝나면 책도 더 사고, 방학하면 서울 광화문 교보에 함계 가서 책과 놀다 오려고 한다.
산골일이 나를 도와 줄려는지...

사람이 무엇에 자극을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것이다.
그 자극은 나를 성장시키고, 나를 꿈꾸게 만든다.
사람에게 자극받는 것도 더없이 좋지만 이런 것을 통해 자극받은 날은 큰 체험을 한 것처럼 기쁘다.

오늘 밤 자긴 다 틀렸다.
머리는 지금 산골집의 서재를 떠올리며 조명, 책꽂이 소재, 책상, 의자, 커텐까지 떠올리며 침까지 흘리고 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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