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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아낙 _해당되는 글 80건
2010.01.11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딸도 자라고 엄마도 자라고... 
2010.01.06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체 게바라와 노시인의 우정 
2010.01.06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효재처럼 
2009.12.30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엿처럼 부러져 구멍이 숭숭 뚫릴 때 
2009.12.24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춘천 벙개 후 다시 서울로... 
2009.12.15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춘천 벙개 후기 
2009.12.15   귀농풍경--밭에서 오는 길 
2009.12.10   귀농아낙의 책이야기-문호리 지똥구리네 
2009.12.02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산골 돌팔이의 처방전 
2009.11.29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효재처럼 살아요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딸도 자라고 엄마도 자라고...
+   [산골편지]   |  2010. 1. 11. 00:45  

그렇게 가물더니 비가 내린다.
여름끝에서부터 가을걷이까지 그렇게 애걸을 해도 깜깜 무소식이던 비가 아니었는지.


이제사 뭣도 모르고 내리는지 아니면 한 해를 잘 갈무리하라는 뜻에서 대지도 씻기고, 세상사에 찌들린 인간의 마음도 씻어주려는 깊은 뜻으로 내리는지 어디 한 치 앞도 모르는 인간이 알 수 있는지.

다만, 안그래도 마음이 구죽죽한데 비까지 박자를 맞춰주니 마음은 물먹은 솜처럼 바닥을 기고 있다는 사실만 감지할 뿐이다.


2009년 11월 29일



밤늦도록 가방 하나 달랑 싸는데 무슨 이삿짐 싸는 폭은 된다.
수건, 치약, 칫솔, 비누, 작은 베개 하나, 컵, 휴지 등을 챙기는 것은 여행이나 서울에 잠깐 다녀올 때 챙기는 것이랑 별반 다를 게 없는데 마음이 다르다.


내일이면 주현이가 병원을 간다.
이번에는 명색이 입원이다.


지난 해, 여름에 작은 수술로 물혹을 떼어 냈는데 이번에는 반대편에 다시 생겨 수술을 또 하게 된 것이다.

지난 번에는 비용은 비싸지만 간단한 시술로 하는 것을 택했는데 이번에는 예민하게 해야 하는 수술이라서 아예 전심마취를 하자고 하신다. 의사 선생님이...


나야 의학쪽에 상식이 없으니 당연히 전문가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고, 서동권 선생님은 홈에도 가끔 오시는 분으로 산골가족을 잘 아시고, 따사로움을 간직하신 분이라 그 분의 말씀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그래서 내일 입원하기 위해 오늘 가방을 싸고 있다.
칫솔 하나 찾아 넣고 멍해 하고, 수건 하나 챙겨 넣고 물방울 하나 없는 주방을 닦고 또 닦는다.


정신의 반은 신생아 머리 위에 흔들거리는 동물 모빌처럼 공중을 흔들거리고, 정신의 반은 어여 가방을 챙기라고 내 자신에게 명령을 내린다.

내가 누구의 명령을 받을 처지가 아니나 내가 나에게 시키는 것은 거절 못하는 단점이 이번에는 많이 거슬린다.
다시 가방 챙기기에 집중한다.


이제 겨우 가방의 반은 채웠다.
하던 일을 놓고 이번에는 퍼질러 앉아 스스로에게 묻는다.

과연 내가 융단폭격을 맞은 사람처럼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모든 것은 마음이 짓는 법, 어린 것을 전신마취하고 몸에 칼을 댄다는 것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나 요즘처럼 이름도 못 들어본 병도 많고, 별의 별 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 일로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리듯, 뼈없는 해파리처럼 흐느적거리는 것이 맞는지...

이 세상의 모든 병원의 병실마다 희망을 잃고 하루하루 의사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희비가 엇갈리는 사람들에 비하면 이건 명함도 못 내밀 일이 아닌지.

사람의 일이란 어디에 견주느냐에 따라 같은 일이라도 생사가 갈린다.

어린 것이 전신마취 한다고 한숨이라면 이제 막 태어나 세상의 공기를 몇 번 마신 신생아도 심장수술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것도 몇 번이나 엄마 젖 빨듯 수술하는 신생아도 있지 않은가.


또 몸에 칼을 댄다고 했는데 몸의 장기 일부를 잘라내고 떼우고, 남의 것을 갖다 붙이고 하는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 무거울 일이 아니다.


시멘트처럼 단단하게 굳어 있던 내 얼굴의 반쪽이 슬슬 녹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쪽에서는 슬슬 미소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요즘 늘상 입에서 오물거리는 말이 있다. 어린 아이 옹알이하듯...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고, 웃어서 행복한 것’이라고...


이런 일 쯤이야 생각하고 이보다 더한 고통중에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하고 털려고 들면 이런 일은 쨉도 아니다.

마음의 숲에 이런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그까짓 이틀 입원하는 가방이야 쌀 것도 없다는 생각에 지퍼를 닫아 걸었다.

그리고 통창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는 자기 먼저 웃어보이는 달을 보며 그대로 따라 웃었다.
미친 여자처럼 미이라 같은 얼굴을 어찌어찌 움직거려 웃었다.


웃어서 행복할 것이라 굳게 믿으며...

그렇게 날이 샜다.


2009년 11월 30일


포항의 병원까지 가려면 새벽에 일어나야 하고, 주현이는 당일 수술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금식을 지키며 서둘렀다.
잠을 쫓으며 어제 늦도록 준비한 가방을 들고 나서니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어제 가깟으로 물에 젖은 솜을 말렸건만 다시 마음이 젖어들려 한다.
바로 그때를 잘 경계해야 한다.


그런 주변 상황이 나를 바쳐주지 않아도 어제 다짐한  그 평안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
말이 그렇지 쉽지 않으나 그래야만 그대로 쭉 그 분위기가 내 주위를 떠나지 않는다.
그것을 난 믿는다.


포항에 도착하여 피검사, 초음파 검사, 심장검사, X-ray 촬영 등을 마치고 병실에서 대기를 했다.
주현이가 혹여 긴장할까봐 난 되지도 않는 농담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주현이가 더 내 안색을 챙긴다.
그새 내가 나이값을 못한 모양이다. 어린 주현이보다도...

드디어 주현이가 수술실로 들어간다.


그의 움직이는 침대를 따라가며
“주현아, 기도해라.”


그게 내가 나의 딸에게 해줄 수 있는 말 다 였다.

수술실로 사라진 주현이...


수술실 앞에 기다리는 보호자들 틈에 초보농사꾼과 내가 서있다.

전광판에는 ‘박주현--준비중“이라고 떠 있다.
이제 전신마취를 하겠지.


내 새끼 이름은 이 작고 째진 눈에 금방 들어온다.

한참을 문만 쳐다 보고 있다가 다시 전광판을 보니 내용이 바뀌었다.


“박주현--수술중”

간단한 수술이라 했기에 나름 후한 시간을 예상했는데도 그 시간을 훨씬 넘기고 있고 전광판에는 계속 “박주현 -- 수술중“이란 글이 내 눈을 맞추고 있다.

주현이보다 늦게 수술실로 들어간 여학생은 벌써 엄마의 품에 안겼는데 주현이는 소식이 없다.
점점 초조해졌고, 오른팔이 자꾸만 저리다.


초보농사꾼이 묻지도 않은 말을 늘어놓는다.

‘저 애는 부분 마취를 한걸꺼야’
‘안에서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거야’.....


말주변 없는 남자가 마누라 진정시키느라 용을 쓰고 있다.

‘이보다 더한 병으로 수술실 앞에서 기다린다면 ...그보다야 기쁘지 않은가’ 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내 안의 나에게 해댔다.

그건 내가 나를 위로하기 위함이 아니고 그건 진실이었다.


‘이보다 더한 병이라도 받아들여야지 인간이 별 수 있는가’말이다.

사람이 어찌 푹신한 평지만 걸을 수 있는가.


물웅덩이를 걸어야 하고, 언덕도 올라가야 하고, 내리막길도 내리달려야 한다.
바닷가의 모래처럼 걸을수록 쉽지 않은 길도 걸어야 한다.
울퉁불퉁거리는 길도 ...


그러다 보면 푹신한 오솔길도 나오고, 햇살 가득한 푸근한 길도 나온다.

그런데 자꾸만 수술실 앞에서 잠이 쏟아진다.


옆으로 몸을 뉘이고 싶을 정도로 잠이 쏟아진다.

이제 수술실로 간지 2시간이 넘었다.
몸도 굳어지려 하고, 그런 상황에서도 잠은 쏟아져 앉아 있기도 힘이 드는 순간, 수술실 문이 열리고 서동권 선생님이 우릴 부르신다.

가보니 이제 막 꺼낸 조직을 보여주신다.


생각보다 크기가 큰 것같다고 이제 되도록 흔적을 남기지 않고 꿰매면 되니 걱정말라는 말을 담배연기처럼 날려주시고 다시 수술실로 들어가신다.

이제 안심이다.


몸을 일으키려니 오른쪽으로 자꾸만 몸이 기울고 멍한 머리는 여전하다.
한참만에 전광판이 바뀌었다.

‘박주현--회복중’

이제 됐다.
다시 얼마를 기다렸을까 수술실 문이 열리고 ‘박주현 보호자분’이라는 말이 굳게 닫혀 있던 내 귀를 뚫고 들어와 앉는다.

용수철 튕겨나가듯 초보농사꾼과 난 몸을 일으켜 주현이 침대에 몸을 붙였다.


아이는 의식이 돌아와 있었고 조금도 표정이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다.
그게 고맙다.


병실로 돌아와 얼마 지나면 마취가 완전히 풀려 통증이 시작되련만 주현이는 한 마디 말도 없다.
그저 수술실에 들어가서의 일들을 말할 뿐이다.


속깊은 주현이는 엄마를 가르친다.
그러면서 딸도 자라고, 그만큼 엄마도 자란다.


제 침대 옆에 엄마더러 누우란다.
수술앞에서 기다릴 때 머리가 깨어질 듯 아프더니 그것이 계속 되었다.
감당이 안될 정도로 머리가 아프니 정신까지 흐느적거렸다.


침대도 좁디 좁더만 저나 편히 쉬어도 통증이 있을텐데 엄마더러 자꾸 자란다.

저녁까지 주현이는 금식을 했고, 나중에서야 초보농사꾼이 병원 근처에서 따끈한 죽을 사다 주었더니 사래 걸리지 않고 잘 먹는다.

이제 밤이다.


난 주현이 병실 간이침대에서 자기로 했고, 초보농사꾼은 나와 늦디 늦은 저녁을 먹고 찜질방으로 갔다.
연고없는 곳이라 이렇구나 생각하니 씁쓸했다.

주현이와 난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하룻밤을 보냈다.


2009년 12월 1일

병원의 아침을 무지 빠르다.
그 시간이 참 싫다.
새벽 동이 트기 전부터 간호사의 신발 끄는 소리가 귀에 자꾸만 달그락거려 잠을 잘 수가 없다.

다시 서동권 선생님께 진료를 받고 퇴원을 했다.
집에 돌아오니 그렇게 낯설 수가 없다.


아마도 무거운 마음으로 집을 떠났다 병원에서의 시간을 보내서일 것이다.
산골에 왔을 때 낯설음이 깊다는 것은 집 밖에서 마음의 부담이 컸었다는 뜻과도 통한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고, 더 이상의 걱정은 안하기로 맘먹었다.


생각이란 것은 단지  생각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생각한 상황 그대로를 끌어당긴다고 믿으니 그쯤에서 걱정의 문을 닫아 걸었다.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할 일만 남았다.


그게 귀농


전과 귀농 후에 달라진 내 모습 중 하나다.
귀농 전같았으면 별 호들갑을 다 떨고, 세상 어머니 중 가장 속상한 어머니인양 온갖 얼굴연기를 다 했을 것이다.

교과서적인 말이라고 치부했던 것을 이제 하나하나 실천하고 있고, 그 진실을 이제 훤히 꿰뚫고 있다.
그게 먹힌다는 것이 신통방통하다.


중국 속담에 “염라대왕이 삼경에 부르면 오경까지 살 수 없다”고 했다.
이건 목숨에 관한한 누구도 시간을 연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누구도 언제, 어느 때 나를 태울 배가 올지 모른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어떤 상황에서도 배꼽빠지도록 웃어야 한다.
그래야만 웃을 일이, 감사할 일이 생긴다고 나는 믿는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에서!!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체 게바라와 노시인의 우정
+   [산골편지]   |  2010. 1. 6. 04:00  
 

옷을 재단할 때는 골무와 실, 바늘, 가위가 필요하다.
그럼 이 지는 가을에 마음을 재단할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난 책과 공책, 펜이 필요하다.


책이라는 것이 꼭 가을에만 폼잡고 읽어야 제맛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눈부시게 파란 하늘에 눈을 씻고 읽으면 활자들은 어느 새 개울에서 물고기 튀어나오듯 파르르 튀어나와 빠른 속도로 가슴 깊숙이에 있는 옹달샘에 몸을 던진다.


또 작은 공책에 지나온 일들을 이 때만큼은 좀 껄쩍지근한 일, 뒤통수가 켕기는 일이라 하더라도 거침 없이 쏟아내고, 자신의 엉덩이를 두드려 주고 싶을 정도로 이쁜 짓을 한 일도 부끄럼 없이 끄집어내고 싶다.

가을은 마음을 죄다 까발려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게 한숨 쉬고 앞으로의 작디 작은 꿈도 공책에 또박또박 새겨보며 제풀에 나가 떨어질 때까지 진지하게 마음을 재단하고 싶다.

그리고 거기에 ‘영혼의 벗’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


이 가을 끝자락에 소개하고 싶은 두 통의 편지글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체 게바라가 시인 레온 펠리뻬에게 보낸 편지와 그 답장으로 쓴 노시인의 편지이다.

체 게바라는 그 살벌한 전장에서도 자신이 존경하는 시인들(파블로 네루다, 세사르 바예흐, 니콜라스 기옌, 레온 펠리뻬 등)의 시를 필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긴장의 연속이고, 잠시도 경계를 게을리할 수 없는 와중에 그가 점 하나, 쉼표 하나 빠뜨리지 않고 그대로 시를 적어내려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멋진 그리고 커피향과 같은 혁명가였다.

다음은 그가 그렇게 존경했던 시인 중 레온 펠리뻬에게 보낸 편지글이다.

 


--거장이신 시인께--

 

몇 해 전 혁명 전쟁에서 승리하고 당신의 칠필 서명이 적힌 막 출간된 당신의 시집 한 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지금까지 전하지 못했지만 항상 그 책만은 들고 다녔습니다.


곁에 두고 읽는 몇 권의 책들 중 하나가 바로 당신의 시집 <사슴>입니다.
비록 그 시집을 읽을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왜냐하면 쿠바에서는 잠자는 것과 시간이 남아돌아 쉰다는 것은 수뇌부 모욕죄처럼 취급받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큰 의미가 있는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나 자신, 행사장을 가득 메운 열정적인 노동자들과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때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좌절한 시인>이 떠올랐고, 그 순간 전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멀리 있기에 당신의 시를 인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의 이 말은 당신에게 대한 찬사이오니 부디 액면 그래도 받아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도전이 당신을 유혹한다면 그것은 반겨야 할 초대입니다.’

 

                                        진정 경의를 표하며
                                        1964년 8월 21일 사령관 체

 


전장통에서 이런 편지를 보낸 36살의 체 게바라에게 노시인 펠리뻬는 다음과 같은 답장 형식의 편지를 보냅니다.


--경애하는 내 친구 체 게바라에게--

 

지금 난 아주 느릿한 늙은이가 되어 자네에게 편지를 쓴다네.
하지만 자넬 힘껏 껴안아주고 싶네. 내 이런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고선 결코 작별을 고할 수 없을 것 같네.
그래서 자넬 무척 존경하는 사람이자 친구인, 내 아내 베르타를 통해 내 마음을 전하네.
얼마 전 쓴 마지막 시의 사본에 서명을 해 보내니 추억거리로 삼으시게나.

                                           행복을 빌며


                                           1965년 3월 27일 멕시코에서
                                           오랜 친구 레온 펠리뻬



이 두 통의 편지를 책에서 읽고 얼굴이 달아올랐었다.
그리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시 편지글을 읽었다.
내가 편지를 보내고 그 편지에 대한 답장을 받은 것처럼 가슴이 뜨거웠었다.


이 바쁜 농사철에 꼴값을 떨고 있다고 입을 씰룩거리는 사람이 있더라도 상관없다.

과연 난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이런 영혼의 도반이 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편지라 그렇듯 읽고 또 읽었다.

피가 끓는 젊디 젊은 혁명가와 노시인.


시인의 펜은 혁명가의 총알과 동질의 효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이번에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이라는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그 펜에서 흘러 나오는 언어가 총알도 되고, 부상병을 치유해 주고, 우울증을 치유해 주는 약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온 삭신이 들쑤시는 날에는 통증을 잊게 해주는 핫 팩이 되어 준다는 것을,
상실감에 젖어 있는 이에게는 용기를,
상처받은 영혼에게는 아까징끼와 맞먹는 효력을 준다는 것도 덤으로 알았다.
나의 언행이 누군가에게 좋게 작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벌렁이는 일이다.


이 가을에 묻고 싶다.

당신은 이 가을끄트머리에 이와 같은 벗이 있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신생아 정수리처럼 말랑말랑해지는지...


그리하여 내가 나를 봐도 그저 흐뭇한 영광의 삶을 살고 있는지...

사실 고개 빳빳이 쳐들고 남에게 물을 일이 아니다.
내 자신에게 질문을 퍼부으니

아까 먹은 빵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기도를 막고 있는지 숨쉬기가 버겁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이 날 이때까지 그런 사람이 되어 주지 못했다고 치더라도 올 해가 가기 전에, 나를 둘러보고 나를 단속하다 보면 어느 새 내 곁에도 이들과 같은 영혼의 도반이 내 어깨에 자신의 팔을 얹으리라 믿으니까....


가을이 물러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가르마처럼 난 오솔길을 걷고 싶다.


내 신발코를 보고 걸으며 내 지나온 걸음의 무게도 달아보고, 그 발자욱의 색깔이 어땠는지도 뚫어지게 들여다 보며 한 해를 갈무리하고 싶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아래 사진의 출처는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입니다. ))


산골 다락방에서 귀농아낙 배동분 소피아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효재처럼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10. 1. 6. 03:33  

효재처럼 상세보기
이&lt;b&gt;효재&lt;/b&gt; 지음 | 중앙M&B 펴냄
교보문고 11월 북마스터 추천도서 헬렌 니어링만큼이나 친환경삶을 살고 있는 삼청동 한복집 &#39;효재&#39;의 주인 이효재씨의 자연살림법 자연 살림법을 담아 엮은『효재처럼』. 이 책은 한시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이 바로 전에 소개한 <문호리 지똥구리네>라는 책처럼 산골소녀인 주현 낭자랑 서울로 갑자기 둘만의 여행을 가서 본 책이다.

아이들은 지들끼리 서울에 가도 광화문 교보를 꼭 들려오곤 했다.


당연히 들려야 하는 곳으로 머리에 입력된 모양이다.(내 전략이 성공한 케이스다.ㅎㅎ)

일전에 서초동에도 교보문고가 생겼다고 하기에 갔었는데 나름 좋았던 기억이 나서 이번에는 주현이와 서초동 교보로 떴다.

그곳에도 한 곳에서 책을 앉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곳이 있었다.


그럴 때 읽는 책은 그냥 부담없이 읽는 책이어야 좋다.

그래서 고른 책이 이 책이다.


사실 효재님의 책을 한 권 사려고 했을 때 <효재처럼 살아요>랑 이 책이랑 갈등을 했었다.
그런데 <효재처럼 살아요>는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이고 <효재처럼>은 중앙M&A에서 나온 책이다.


두 출판사의 성격이 다르듯이 책의 편집상태나 구성 등이 전혀 다르다.
후자는 꼭 잡지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문학동네를 선택했다.
그 선택이 잘 한 거라는 것을 그 책을 몇 번 읽고 확신했었다.


그런데 지금처럼 앉아서 잠깐 다 볼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 책을 골랐다.

이 책은 성북도 '효재'라는 곳도 소개되지만 주로 산골살이 하는 집과 그릇, 주위의 풍경들이 소개되고 있다.
산속 외딴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어떤 집일까 생각했는데 몇 채에 상당하는 집이 모여 있었다.


그것이 여러 사람이 사는 것이 아니고 그 분과 남편 둘이 사는 집의 구성이었다.

그래서 먼저 <효재처럼 살아요>에서 느꼈던 느낌과는 왠지 거리감이 들었다.


차라리 그냥 <효재처럼 살아요>라는 책만 보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내 자신이 너무 화려하지 않고 웅장한 것을 선호하지 않는 성격이라 그럴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후자의 책이 더 낫다고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100박스나 넘는 그릇을 접하는 것도 그랬다.

잡지처럼 제목 하나에 내용은 짧다 보니 목차가 무지 많다.


목차를 보면

*집꾸미기
*피아노 소리 가득한 산골 외딴집에 사는 즐거움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사는 산골 집구경
*피아노 치는 남편 위해 천장 높게 그려 지은 살림집
*동선을 고려하여 대출 그려 지은 살림집 내부
*남편의 마음이 담긴 살림집 사랑문
*가난한 음악가를 위해 친구가 지어준 피아노 연습실

*살면서 하나씩 만들어간 자연 닮은 삼청동 숍
*사람 자꾸 불러들이는 매력적인 공간, 거실
*도라지 밭에서 캐낸 순결한 돌로 꾸민 차실
*통 큰 할머니 사진이 있는 휴식 같은 곳, 가락지방
*어머니의 손길이 물씬 풍기는 갤러리 같은 곳, 별채
*곳곳에서 사람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는 화장실
*드러내는 것보다 더 예쁜 가리기 철학
*서울 한복판에서 자연을 들여놓고 사는 마당 있는 집
*경복궁 담장 바라보며 하나씩 만들어간 마당
*마당 가득 자연을 들여놓고 사는 기쁨
*매일 서울로 출근하고 시골로 퇴근하기

*아무것도 없는 집에, 없는 게 없는 부엌 이야기
*환경을 생각한 기찻길 부엌
*자꾸 살림하고 싶어지는 창 넓은 부엌
*한 방 가득 채운 큰집 살림살이
*좋은 그릇 가족에게 먼저 쓰는 즐거움
*남편을 특별하게 '대접'하는 그릇들
*노는 햇볕에 살림살이 너는 즐거움

*시골 먹을거리
*각상에 차리는 매일 상차림
*든든한 죽밥으로 차리는 매일 아침상
*소박하게 차리는 매일 밥상
*은그릇으로 차린 남편 생일상
*재택근무하는 남편 위해 싸는 점심 도시락

*텃밭 채소로 소박하게 차리는 시골 밥상
*매일 매일 색다르게, 자연담은 건강법
*양념장에 비벼 먹는 한겨울 별미, 무밥
*손님들이 감동하는 자연 별미, 곤드레나물밥&날치알밥
*1년 내낸 담가 먹는 기본 반찬, 물김치
*앞마당, 뒤뜰에서 얻은 나물 반찬
*3~4년 만에 맛보는 도라지 무침
*손바닥만 한 텃밭에서 얻은 건강 반찬
*큰 숟가락으로 퍼먹는 즉석 콩조림
*재멋에 겨워 말리고 무쳐 먹는 녹차무말랭이

*앞마당, 뒤뜰의 자연 담은 소박한 별미
*항아리 가득 숙성된 깊은 맛 담고 있는 장독대
*질깃질깃 씹는 맛에 즐기는 우엉잡채&옻순김치
*쉽게 만들고 효과 만점인 바다 음식
*꼬막찜&해초날치알무침
*뒤뜰에 지천인 해쑥 뜯어 버무린 쑥버무리
*서울 사람 모르는 충청도 건강 별식, 말린 묵 음식
*어린 시절 추억하며 먹는 올갱이달걀찜

*모약 대신 뿌듯하게 먹는 건강 요리
*생김에 싸 먹는 청국장쌈밥
*시골에서 맛보는 소박한 간식
*마지막 국물까지 남김 없이 먹는 흑삼계탕
*우려먹었던 찻잎의 화려한 부활
*행복감에 젖는 녹차달걀찜 & 고구마녹차샐러드
*2002 월드컵 때 허구한 날 찐 녹차설기
*산속에서 누리는 호사스러운 꽃 잔치, 칡꽃녹차 샐러드
*뭐든 뒤해 버리지 못하는 마음
*한순간, 사람을 바꿔놓은 차 한잔

*기꺼운 1년의 기다림, 1년에 한 번 제철 음식 먹기
*계절감 맛보기 위한 연례행사, 석화구이
*보자기 깔고 전투적으로 먹어야 행복한 대게찜
*사치스러운 척하며 먹는 B급 송이버섯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능이버섯
*오이가 밥 되고 밥이 되는 날
*스스로에게 학위를 부여한 연잎밥

*두고두고 이야기하는 손님 초대 요리
*깨진 항아리에 담아내는 돼지고기솔잎찜
*정신적 만족감과 절제의 미, 발우 공양
*은은한 솔잎 향에 취하는 화로송이구이
*산골 외딴집에서 열리는 음악회
*주먹밥으로 차리는 산속 음악회
*별것 아닌 음식일수록 퐁생퐁사, ?은 밤 손님음식
*속에서 맛보는 애피타이저
*산속이라 더욱 맛있는 디저트
*자연이 소품 되고 배경 되는 손님상 차리기
*난생처음 경험한 여주 능현리 반상회

*퍼줄수록 두터워지는 情 음식 선물
*슬픔안에 상주를 위해 초상집에 보내는 연잎밥
*따뜻한 마음까지 놋합에 담아 보내는 갈비찜
*주는 이 받는 이 부담 없는 충청도 별미, 말린 묵
*낭만적인 추석을 위한 선물, 조선솔잎
*더위날려 보내고 건강 기원하는 여름 선물, 수상&부채
*살림하는 여자끼리 통하는 선물, 설로차와 행주

*생활소품
*꼼지락꼼지락 손 움직여 만드는 즐거움
*한땀 한땀 손 움직여 만드는 생활소품
*명상하는 마음으로 뜬 생활 속 뜨개 소품
*볼수록 기분 좋아지는 바구니들
*두루두루 쓰임새 많은 바구니의 활약
*생모시 짜치모아 조각조각 이어 만든 어머니의 선물

*넘치는 아이디어로 더해만 가는 살림재미
*아무도 못 말리는 예측 불허 아이디어

*살림도구
*남편의 두 번째 선물, 신칸센 나무젓가락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선물로 받은 살림도구

*나이듦과 함께 하는 아끼는 살림도구^


만약 잡지처럼 짧은 설명에 사진이 잔뜩 들어 있는 그래서 여러 꼭지가 소개되어 있는 책을 좋아한다면 <효재처럼>을, 글의 여백이나 생각이 여백이 있어 몇 번이고 읽으면 생각의 샘이 깊어지는 것을 좋아한다면 <효재처럼 살아요>가 나을 것같다는 생각이다.
둘다 정가가 12,800원으로 동일하니까...


나는 다른 사람들이 아이들 책을 고를 때 주의사항을 말해달라고 하면, 혹여 책의 선택을 잘 못하겠거든 출판사를 먼저 보라는 말을 한다.
특히 고전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 출판사마다 유명한 고전을 번역하는데 그러다 보니 고르기가 쉽지 않다.


그럴 경우는 거의 출판사로 판단해야 한다.

어쨌거나 효재님과 같이 솜씨가 좋고, 아이디어도 많고, 부지런한 사람 흔치 않다는 생각이다.


그는 밖으로, 밖으로 정신없이 바쁜 사람들에게 안에서, 안에서 차분하게 나를 돌아보며 하는 일들이 얼마나 귀하고, 고상하며, 가족을 위한 시간인지 알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만나요!!!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효재처럼 손으로 상세보기
이&lt;b&gt;효재&lt;/b&gt; 지음 | 중앙M&B 펴냄
살림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효재가 그동안 책과 방송으로 보여주기만 했던 자신의 살림법을 누구나 만들 수 있는 DIY 책으로 소개한다. 어려서부터 유별나게 만들기를 좋아했고, 예쁘지 않은 것은 보고 참지를...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엿처럼 부러져 구멍이 숭숭 뚫릴 때
+   [산골편지]   |  2009. 12. 30. 16:46  

 



2009년 10월 늦자락의 글


올해는 밭농사가 흉작이다. 고추농사도, 야콘농사도...
가물어서가 이유이든 어쨌든 우리 부부로서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그래서 미련도 후회도 없다.


다만 조심스러운 것은 눈에 보이는 농사가 흉흉하다 하여 마음농사까지 되숭숭할까 그게 조심스럽다.
그래서 여느 때보다 더 초보농사꾼의 안색을 챙긴다.


그런데 며칠 전에 차 한 잔 앞에 두고 초보농사꾼에게 그런 소리를 했다.
귀농하던 해, 이 낯선 연고도 없는 곳으로 귀농할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는데 올 한 해의 끄트머리는 기운이 자꾸 땅속으로 기어 들어간다고...




초보농사꾼 안색을 챙길 것이 아니라, 이건 내 안색이 문제인가 보다.

그게 사실이다.
늘 자신감있고, 꿈을 향해 달려가던 그 굳센 마음이 내가 이 바람부는 낯선 터에 서있게 하는 알맹이였는데 올해는 한 겨울 엿치기하듯 엿가락을 부러뜨린 것처럼 뚝 하고 인정사정없이 분질러지는 기분이다.


물론 분지른 엿속은 구멍이 숭숭...

초보농사꾼도 의외라는듯 쳐다 보고 말이 없다.


그러나 난 안다.
내가 나를 잘 안다.


오뚜기처럼 금방 나의 꿈을 다시 주머니에 주워담고, 나의 가족을 눈에 넣으며 힘차게 걸어갈 것이라는 것을...
그러나 당분간은 그렇게 헤매고 싶다.


나도 헝클어진 마음상태로 그렇게 헤매고 싶다.
미친년 머리 헝클어지듯 그렇게 헝클어진 마음을 한 올 한 올 쓰다듬어 뽀마드를 바른 것처럼 차른한  머리로 거듭날 날이 있다는 것을 난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면 늪지처럼 바라볼수록 깊어지는 지혜가 생길 것이고, 내일을 향해 걸음의 강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감지하며 내 작은 발을 내놓을 것이다.




귀농하고 좋아하는 시간이 있다.
저녁밥을 따뜻하게 지어먹고 나면 초보농사꾼과 차 한 잔씩 들고 마당으로 나서는 그 시간이다.

오늘도 그렇게 차 한잔을 떠받들고 마당에 섰다.


언제 내 마음 속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산골의 밤 속 분위기는  온통 ‘괜찮다’는 소리만 들린다.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다고만 한다.

하늘에는 소리없이 내려다 보는 별과 달이 든든한 후원자이고, 땅에서는 마지막 남은 가을국화가 또한 큰 위로자가 된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그 소리의 진원지이다.


사람은 저 안겨주는 쪽으로 피사의 탑처럼 기울어지게 되어 있나보다.
그래서 틈만 나면 마당에 선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그 격려로 난 내일 하루를 살 영양을 저장한다.
산골의 밤은 어머니 손처럼 ‘약손’이다.


내 안길 곳이 이 산골이라는 것을 보다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고 아쉬운 마음도 든다.
욕심 그득한 도시의 그 물에서 보다 일찍 발을 뺐더라면....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지금껏 발을 못뺐다면 어찌 되었을뻔 했을까를 생각하니 머릿속이 건포도처럼 새까매진다.
그러니 지금이 얼마나 금쪽같은지...


밭농사는 재미를 못봤지만 마음밭만은 여느 해보다 풍년이길 원한다.

원이 강하면 이루어진다 했던가. 책읽을 여유도 더 생기고, 다른 때같았으면 중요도에 밀려 있던 일들도 여유롭게 해치우고 있다.

산골가족의 얼굴도 점까지 선명하게 보려 하고...


다 좋을 수는 없다 하면 난 마음밭에 손을 들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평소에 바빠 밀쳐 두었던 화분갈이를 했다.
사랑초가 항아리에서 자손을 번창시켜 분갈이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매번 바쁜 농사일로 밀쳐 두었었는데 이제 날이 추워지고 서리도 위협하는지라 오늘 낮엔 고상하게 화분에 손을 댔다.


지금 상태로도 이쁘지만 몸을 나누어 주면 더 풍성해지기 때문에 분갈이를 하기로 한 것이다.

준비물은 항아리 하나, 화분 하나, 꽃삽, 그리고 깨진 항아리 조각 하나를 준비했다. 항아리 밑구멍을 막아야 하니까...

항아리에서 사랑초를 빼내어 보니 그 안에 스승이 들어있다.




이렇게 작은 알갱이에서 열심히 꽃대를 올리고 올려 산골가족에게 보랏빛 이쁜 이파리와 새하얀 작은 꽃을 선사한 것이다.
소리없이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 모습이다.


그 작은 알갱이가 다칠까봐 조심스레 신생아 다루듯 하면서 나 또한 더 열심히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껏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랑초에 보답이라도 하듯 보다 더 검고 영양가가 풍부한 흙을 찾아 꼭꼭 눌러주었다.
이제 한 지붕 아래에 살면서 겨우내 산골가족의 동무가 되어주겠지.





이렇게 세 집 살림을 내주었다.
지금은 엉성하고 초라해 보일지 몰라도 저들은 또 힘껏 저 살궁리를 하여 풍성해질 것이다.
그리하여 나누면 나눌수록 풍성해진다는 것을 같은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몸으로 보여주겠지.

산골엔 눈만 돌리면 스승이 즐비하다.






이렇듯 밭농사의 결과가 재미없어진 댓가로 이런 마음의 여유도 부리며 교훈을 얻으니  애들말로 쌤쌤이다.

낮에 마음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지 늦은 밤 마당에 선 산골부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괜찮다’는 소리에 등이 밀려 집으로 들어오는데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춘천 벙개 후 다시 서울로...
+   [산골편지]   |  2009. 12. 24. 12:31  


 

 

 

2009년 11월

 

춘천에서 홈에 오시는 반가운 분들을 만나고 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아쉬운 이별을 하고 굼벵이 엄니와 해담풀과 함께 타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 도착하여 전철타기 알맞은 곳에 두 분을 내려드리고 나도 얼마 가지 않아서 내렸다.

초보농사꾼의 약속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나 역시 전철역에서 내린 것.


나의 다음 행선지는 서초동 교보문고이다.

내린 곳에서 서초동까지 그러니까 더 자세히는 강남역까지는 두 번이나 전철을 갈아타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구두가 너무 아프다는 거.

 

 

 

 

 

전철을 타러 가는데 벌써 발이 아파 절룩이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위해 교보문고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두 번의 전철을 갈아타는데 왜 그렇게 많이 걷고 또 걸어야 하는지...
하여간 강남역 6번 출구라고 하여 나갔더니 거기서도 한참을 걸어야 했고 걷는 중에 두 번이나 물어야했다. 아무리 걸어도 안나와서...

어쩌면 발이 아파 더 멀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빌딩에 들어섰는데 책 냄새도 안풍긴다. 화살표 방향으로 들어가니 계단이 나오고 세 층이나 죽으라 올라가도 계단...
나중에 알아보니 거긴 그 전체 건물의 비상구.


근데 왜 비상구 입구에 교보문고라고 써붙였을까나...발은 아파 절룩임의 정도가 도를 넘어 주위 시선을 둘러봐야 할 판국인데...

하여간 물어보니 지하란다.

 

지하에 내려가니 눈에 훤하게 책들이 들어온다.
그동안의 힘들이 다 날아가는 순간이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망설이다 비닐 우산을 사서 나오니 몸만 젖은 길은 더 가을스러웠다.)

 

쳐다만 봐도 찰떡을 먹은 것처럼 뿌듯하고, 내 책꽂이가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침을 흘렸다.

이란 그런 거다.


사람 마음을 배부르게 하는 것.

 

움베르토 에코는


“책이란 숟가락, 망치, 바퀴 혹은 가위와 같아서 발명된 이후 더 이상 개선될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했던가.

한참을 책을 보며 아이들에게 사줄 것을 적고, 내가 읽으면 좋을 책도 적고 신바람이 나서 책을 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초보농사꾼인데 밖에 비가 퍼붓듯이 쏟아지는데 아느냐고?
모른다고요.... 지하라고요...^^

 

지금 비가 많이 쏟아지니 마천동 엄마에게 가기 어렵고, 시간도 많이 늦었으니 가까운 서초동 처형네로 가란다.
벗들과 만나 한 잔 하면서도 비가 쏟아지니 마누라가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귀농이 여러 사람 변화시킨다.

 

 

 

 

▲ (초보농사꾼의 소중한 친구들...)

나도 엎어지면 정강이 닿을 언니네로 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시누이 집에 잠깐 가신 어머님께 초보농사꾼이 전화를 했기 때문에 우리가 서울에 왔음을 눈치채시고 어머님이 집으로 오실텐데 내가 언니네 집으로 가면 부랴부랴 집으로 오신 어머님이 서운해 하실 것이다.

 

어머님이 내가 언니에게 가는 것을 싫어하시는 것이 아니고 초보농사꾼이 전화를 해서 서울 운운은 하지 않았지만 며칠 전에 춘천에 가게 되면 서울로 갈지 모른다고만 했는데 어머님께 갈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시고 무지 서둘러 오실 것이다. 혹여 얘들이 밖에서 기다리나 ...별 생각 다하시고(우리가 어린 얜가??) 서둘러 데려다 달라고 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비가 쏟아지는데 멀다고 안가면 허탈해 하실 것 아닌지...

 

 

 

그래서 마천동으로 갈 생각을 하고 지하 2층의 팬시 코너에 가서 우산을 샀다.
비닐로 대충 만든 것인데도 5천5백원이나 했다.


집에 우산이 쌨는데 사야 하는지...망설이다 샀다.

문닫는다고 안내 방송이 나오고 땅 위로 나오니 웬걸...


길 바닥만 비가 휩쓸었음을 암시하듯 젖어 있을 뿐 하늘은 검기만 하고 떨어지는 것은 없었다.
길바닥의 낙엽만 온몸이 젖어 뒹굴뿐...

비싸다고 망설이던 비닐 우산을 금쪽같이 움켜쥐고 걸었다.


발은 통증이 심해 더 한쪽 발을 절게 만들었으나 비온 거리를 걷고 싶은 마음에 한참을 걷고 또 걸었다.

내가 떠나간 서울, 다시 찾은 서울에서 지금 무슨 생각으로 걷는지...


이제 내일 산골로 가면 내가 자라고 학창시절을 보내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이곳 서울은 다시 내 등뒤로 물러날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는데 바람이 정신차리라며 얼굴에 와 아는체를 한다.

 

다시 2번을 갈아타고 어머님 집의 역에서 내려 천천히 걷는데 벌써 12시가 가까워졌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따라 일찍 들어온(밤12시에 들어오면 거의 기록이다.) 초보농사꾼이 어머님이 안들어 온다고 걱정걱정이시라며 어디냐고...
결국은 초보농사꾼이 마중을 나왔다.

내가 늦은 밤이라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비도 안오는데 손에는 우산을 들고 저만치서 나인 듯 하니 부른다.
서울 하늘 아래서 그 소리가 공중제비를 한번하고 나의 귀에 들어온다.

 

 

 

 

 

우린 연애시절처럼 반가워 하며 젖은 길을 걸었다.

 

어머님은 전화받고 말은 안해도 얘네들이 서울일거라고 생각하시고는 어찌나 맘이 급하던지 막 서둘러 오셨다고 하셨다.

“어머님, 제가 언니네로 그냥 갔으면 서운하셨을 것 같은데??”


“언니네 가는데 뭐가 서운해? 집으로 올거라고 생각했는데 못보면 그게 그렇지...”하신다.

그렇게 새벽이 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날이다.
어제 밤에 평소보다 일찍 헤어지며 오늘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한 모양이다.
어머님네 집에서 챙겨주시는 짐을 다 차에 싣고 어머님과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서 오는 길...

차 뒤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손을 흔드는 어머님 모습에 가슴팍이 뻐근해진다.

 

함께 친구들이 모여있는 하남시로 가니어제 못나온 친구들도 나오고 모두 9명이 닭백숙을 먹으러 갔다.
친구가 관심있어 하는 땅도 덤으로 구경하고...

점심을 먹으니 당연히 이슬이는 따라 나오는 법.


산골로 내려가야 한다며 술을 안마시는 초보농사꾼.
어차피 지금 내려가도 어둔 시간에 도착할 것이고, 비도 오는데 그냥 좋은 벗들을 만났으니 술을 마시라고 했다.

그리고는 술도 깰겸 이사한 친구집에 내가 아직 못가보았다고 친구집으로 향했다.


초보농사꾼의  친구는 친구가 술이 깨서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동행하면서 여기 저기 구경도 시켜주고 애를 썼다.

자기도 엄청 바쁘면서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애들 좋은 옷을 싸게 파는 곳이 있다며 거기까지 데리고 가고...물론 일요일이라 문을 닫아 못사입혔지만 사입힌 것보다 더 마음이 따뜻했다.


좋은 벗에게서는 말보다 그런 행동에서 더 향기가 풀풀 난다.

덤으로 친구 집 뒤에 있는 말의 거처(?)도 가보았는데 말들이 내 키보다 몇 배나 커서 엄청 무서웠다.

 

 

 

 

그런데 신기하게 눈은 소보다도 더 순해 보였다.


모두  세 마리인데 그 중 한 마리는 하얀 암 말이다.
답게 고개를 숙이고 수줍어한다.

 

친구집에서 차를 마시고 산골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에 접어드니 그제서야 정신이 바짝 든다.
비가 오고 있고, 날은 어두워지고 있으니 초보농사꾼이 운전하기에는 별로 달갑지 않은 조건이다.

 

그럴 때 옆에 있는 조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제 귀농 10년차가 지나고 있다는 말로 시작하여 앞으로의 계획, 꿈 등을 함께 나누었는데 그 시간이 참으로 소중했다.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산골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춘천에서의 하늘마음농장 번개를 마치고 서울을 거처 산골의 내 자리로 돌아왔다.

만남으로 인해 가슴뛰었던 시간들, 그리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지만 헤어짐으로 인해 찡한 시간들...
그런 시간들을 엮으면 가지런한 소풍길이 되는 것이리....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춘천 벙개 후기
+   [산골편지]   |  2009. 12. 15. 13:00  


2009년 11월


올 가을에는 어디라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해마다 가을이면 도지는 병이지만 올해는 금방이라도 일을 낼 것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매번 가을은 야콘캐는 철과 겹친다는 핑계를 대고 주저 앉곤 했다.


호수밭의 야콘은 홈에 오시는 황루시아 부부와 백산님네 부부가 도와주러 와서 캤는데 문제는 답운재밭이었다.

그러던중 홈게시판에 반가운 글이 번쩍 번쩍...
내 귀도 쫑긋...


삼전 베드로님께서 춘천의 버드나무 아래로 아래로 오세요...라고 벙개 공지를 올리신 것이다.
춘천이야 지명만으로도 여자분들의 눈이 풀리고 가슴이 벌렁벌렁하는  그런 곳이 아닌지...


그렇다면 문제는 답운재밭 야콘인데 날은 추워지기 시작했고 야콘이 얼까봐 마음이 급했다.
야콘만 캐면 콧노래를 팡팡 부르며 춘천으로 내달리련만 ...


그러나 내게 누군가.
“한다면 한다??”



 


 답운재밭의 야콘을 캐면 될일이 아닌지.
그때부터 누가 불러도 대답할 시간도 없이 답운재밭에 올인했다.





일단 올인하면 너 죽고 나 살기로 하는 스타일인 배 소피아.
첫눈이 온 2일 월요일부터 일단 야콘캐기 시작.


문제는 일이 꼬이려고 했는지 초보농사꾼이 다른 일과 겹쳐서 거의 나 혼자 해야 한다는 난제가 내 정수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초보농사꾼도 춘천의 벙개에도 가야 하고 일도 겹쳤고, 야콘도 캐야 하고...

결국 생각한 방법이 아침 일찍 초보농사꾼이 답운재밭의 야콘을 11시까지 캐놓고 가면 내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캐놓은 것을 따서 일일이 분리하여 담기로 했다.


눈오는 날 초보농사꾼은 언손으로 야콘을 캐놓고 갔고, 내가 어둡도록 혼자 나머지 야콘을 캐서 박스와 자루에 담아 놓았다.
그러면 초보농사꾼이 일을 보고 어두운 밤에 밭으로 와서 야콘박스와 야콘자루를 세레스에 싣고 집으로 돌아갔다.






문제는 다음 날,
3일 화요일


고딩 선우가 열이 난다고 하여 신종플루 거점병원에 진종일 순서를 기다려 진료를 받았다.
고열이 아니라며 타미플루 처방은 안해주고 감기약만 한보따리 받아서 돌아왔다.

그리고 아침을 걸렸으니 점심 겸해서 서둘러 먹고 다시 산골로 돌아와 내복을 껴입고, 머프러로 목을 감싸고, 양말을 두 켤레 신고 다시 답운재밭으로 갔다.


오늘도 역시 초보농사꾼이 야콘을 일찍 뽑아 놓고 일보러 갔고 나는 다시 야콘을 뽑아 박스에 담았다.

그런데 아침부터 슬슬 아프기 시작한 배가 쥐어 뜯듯 통증이 고조되기 시작하자 어둠을 끌어안으며 초보농사꾼이 밭에 도착했다.
같이 마무리 작업을 하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진해지기 시작했지만 어둔 밭에 초보농사꾼 혼자 두고 먼저 집에 올 수 없었다.




이젠 눈물이 나고 입에서는 엉엉 소리가 날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자 먼저 집에 가라고 했는데 말 안듣는다고 초보농사꾼의 톤이 높아지기 시작.
그때는 이미 거의 기다시피 눈물을 떨어뜨리며 집으로 정신없이 운전해 왔다.


혈압을 재어보니 156이다.
배는 정신을 놓을 정도로 아프고...
일전에 지어놓은 약을 먹고 잠시 후 구토를 시작했다.


구토를 하고 나니 조금 정신도 들고...

배아픔을 계속되었지만 밭에서와 같은 무서운 통증은 조금 사그라들고 잔통증만 사람을 잡아두고 있었다.
잠시 후에 초보농사꾼이 와서 굼벵이 엄니가 사다준 돌뜸도 준비해 주고, 약도 주고 물수건도 해다 주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도 같은 방법으로 아침에 초보농사꾼이 캐 놓으면 내가 가서 나머지 야콘을 캤다.
그날은 어떻게 어두워졌는지 모르게 주위가 아무 것도 안보일 정도로 깜깜해졌다.
점심도 먹기 싫어서 안먹었는데 초보농사꾼이 안온다.


저 멀리서 세레스소리가 요란스러워진다.
초보농사꾼이 차를 밭에 세우고 나를 사방에다 대고 부른다.


안보이니까.

어둔 밤 밭에서 서로 위치를 확인하는 산골부부.
내가 야콘농사를 귀농할 때부터 지금껏 지어도 이런 희안한 방식으로 캐긴 첨이다.gg





이렇게 어두워질 때까지 안갔다며 빨리 실을테니 먼저 가란다.
초보농사꾼을 어둔 밭에 두고 갈 수 있나...


함께 마무리 작업을 하고 고개를 들으니 별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다.

어쩜 그리 아름다운지.


크리스마스 카드에 나오는 그림이 이 광경을 보고 그린거구나 할 정도로 아름답고 눈부셨다.
배고픈 것도 모르고 한참을 황홀한 밤하늘 별들을 눈을 통해 가슴에 담아두었다.

그날 저녁에 춘천벙개에 무조건 참석하기로 상의를 마쳤다.


그 이유는
첫째, 하늘마음농장을 통해 알게 된 인연인데 고맙게도 삼전 베드로님께서 멍석까지 펴주시고 준비까지 해주시는데 우리가 빠져서야 되겠느냐는데 입을 모았다.


둘째, 내일 하루는 초보농사꾼의 일이 없으니 둘다 야콘밭에 엎드려 열과 성을 다하면 어느 정도 다 캐지 않을까 하는 계산도 있었다.

드디어 결정적인 금요일, 6일이다.


오늘은 둘다 서둘러 야콘밭으로 갔다.
초보농사꾼이 캐서 군데군데 쌓아 놓으면 난 가서 야콘을 딴 다음 야콘을 선별하여 박스와 자루에 넣는 일을 했다.





점심도 오후 3시에 먹으러 갈 정도로 했건만 다 캐지 못했다.
이제 남아도 벙개에 갈 것이라 어두워지도록 둘이서 캐고 차에 싣고 돌아왔다.

귀농하여 야콘농사를 여러 해 지어도 올해와 같이 주가 내가 되어 캐기는 첨이다.


저녁에 삼전 베드로님과 총무님이신 김남걸 오라버님께 우린 무조건 춘천으로 뜬다는 말씀을 한번더 박아드렸다.

이번에 하늘마음당(?) 당수님이신 최일선 파비아노 당수님께서는 마침 L.A 출장중이셔서 참석하지 못하셨고, 김동신 교수님은 다른 일정이 있으셔서 참석하지 못하셨다고 총무님께서 설명해주셨다.


근향님도 선약이 있으셔서 어렵다는 말씀을 홈에 남겨주셨다.
그리고 문영미님은 감기로 참석하기 어렵다는 전화통화를 나와 했다.


다음 날, 아침
예상보다 조금 늦은터에 여기 저기 전화하느라 (오늘 당번인 일이 있어서...^^) 더 늦었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나섰다.
그런데 차에 시동을 걸던 초보농사꾼이 차가 방전되었단다.


시동이 안걸리고...

안그래도 늦었는데 이건 무슨 영화와 같은 우연인지.
내가 어제 저녁에 밭에서 끌고와서는 제대로 시동을 끄지 못한 거다.


초보농사꾼 황당해 하더니 세레스로 뛰어가 시동을 걸어보나 워낙 낡은 세레스 시동에 한번에 안걸리고 갤갤거린다.
세레스에 시동을 걸어 테레칸 옆에 바쩍 붙여 대는 초보농사꾼.
점프선인지 뭔지 하는 것 끝에 빨래집게처럼 붙어 있는 집게를 차의 두 군데에 연결하던데 시동은 여전히 안걸린다.




집게를 여기에 집었다, 저기에 집었다 하더니 날더러 시동을 걸어보란다.
안걸린다.
이번에는 세레스의 집게를 다시 점검하니 시동이 걸린다.


휴~~~

이제 출발이다.
우린 차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럴 때 제일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초보농사꾼의 졸음도 쫓아줄 수 있고, 다른 일 생각이나 걱정을 내려 놓고 이야기하기에는 참 좋은 시간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제일 일찍 가서 오시는 분들을 삼전 베드로님과 함께 맞이해야 옳거늘 그러지 못할 것같아 안절부절....

중간에 총무님과 삼전베드로님에게 전화가 오고...
마음은 더 급해지고...


이번에는 삼전 베드로님께서 열차표를 어렵게 구해서 치자꽃님께 보내셨단다.
그 열차를 이용하신 분이 치자꽃님 부부, 불영계곡님, 장의숙 언니, 굼벵이 엄니, 해담풀, 박종라 비르짓다님이었다.


그리고 김태경 오라버님과 김날걸 오라버님은 그 전날 늦게 참석할 수 있다는 결정을 하셔서 그 차량을 이용하지 못했다.

그렇게 달리고 달리면서 중간중간 삼전 베드로님의 약도 지시를 받았는데 급한 나머지 두 번이나 오라는 길을 놓치고 한참을 내달려 되돌아 오는 일까지 겪었다.
지각생 주제에 할 건 다 한다. ㅎㅎ


한참만에 점심식사를 할 장소인 곳으로 들어섰다.
방에 계시던  반가운 분들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와 뒤로 넘어갈뻔했다.
처음부터 조금 늦을 것같다시던 은행장님만 아직이고 모두 와 계셨다.


치자꽃님 부부, 삼전 베드로님 부부, 불영계곡님, 장의숙 언니, 김태경 오라버님 부부, 김남걸 오라버님, 굼벵이 엄니, 은행장님, 해담풀님, 박종라 비르짓다님 이렇게 해서 모두 15분이 모였다.

처음 뵙는 분들도 계시고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 얼마 전에 보았어도 또 보니 언제 봤냐는 듯이 또 새롭게 반가운 얼굴들...





엄나무와 오갈피를 넣은 백숙을 맛있게 먹으며 한분 한분 자기 소개를 했다.
이번에 처음 나오신 분은 치자꽃님의 남편분, 불영계곡님, 해담풀, 박종라 비르짓다님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 우리 홈에 오시는 분들의 인상은 정말 따사롭게 편안해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은행장님이 분당에서 달려오셨다.
모두가 일어나 도대체 어느 분이 은행장님이시냐며 궁금해 하신다.

늦은 점심만 부랴부랴 드시고 은행장님은 다시 분당으로 가셨다.


그 먼길을 인연을 만나기 위해 달려오셨다니...
그저 고맙고 마음이 짠해진다.

나머지 ‘하늘마음학교 학생’(삼전 베드로님 표현임.)들이 점심을 맛나게 먹고 출발한 곳이 호명호수다.
호수에는 우리집 거북바위 보다 조금 덜 생긴(?) 거북이가 호수위에 떠서는 물을 막 뿜어내고 있었다.





환영한다는 뜻인지 난 안다.
‘그려, 그려...쉬어.’

그 옆에 백조도 있으나 나보다 우아한 게 살짝 신경쓰여 안올리련다.^^
이곳에서 박종라 비르짓다님은 집안의 행사가 있으셔서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먼저 가셨다.
어린 아이가 7살이라던데 직장맘이 하루 쉬는 날 쉬지도 않고 이곳에 왔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그리고 삼전 베드로님께서 회사차를 준비해 주셔서 편안하게 지하 1300미터 막장으로 내려갔다.
거기서부터 청평 양수발전소의 원리부터 시작하여 각종 겁나게 크고 어마어마한 시설들을 죄다 볼 수 있었다.


대부분 경우는 아마도 그 막장까지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하여간 우린 어느 분(?)의 빽으루다가 호기심 많은 초보농사꾼이 더 이상의 궁금한 점이 없을 정도로 삼전 베드로님께서 알뜰히 설명을 해주셨다.







거기서 삼전 베드로님께 배운 바를 토해내야 할 의무가 내게 있지만 나의 성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억력의 한계가 딱 요까지라서 이렇게 간단하게 마무리를 하게 됨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난생 처음 발전소를 막장 아래에까지 내려가 구경한 것도 처음이다.
아쉬운 점은 고딩과 중딩인 산골아이들까지 함께 왔더라면 더 큰 교육이 되었을 것같다며 굼벵이 엄니랑 입을 모았다.




그렇게 발전소를 둘러보고 다시 회사차를 이용하여 아까 백숙을 먹은 식당 마당에서 뒤풀이하였다.
떡과 과일 , 차 등은 모두 삼전 베드로님의 부인이신 율리안나 형님께서, 그리고 비스켓은 굼벵이 엄니께서 준비해 오셨다.

삼전 베드로님께서는 참석하신 모든 분들에게 가평 잣 선물세트까지 준비해 주셨다.





그렇게 아쉬운 만남을 마무리 하고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올 때에 기차를 타고 오셨던 분들은 세 대의 차에 나누어 타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서둘러 각자의 보금자리로 출발했다.

우리 차에는 굼벵이 엄니랑 해담풀이 동승했다.


이 모임을 끝내고 산골로 간 것이 아니고 어머님도 뵙고, 볼일도 있고 해서 서울로 갔다.
우리가 서울로 가지 않았으면 울진팀과 함께 한 차로 소풍삼아 참석했을텐데 그러질 못해 아쉬웠다.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인연’의 냄새는 어떤 것일까...
아마도 진하고 고소한 커피향이 아닐까,


꽃으로 치자면 후리지아처럼 금방 코끝에서 향긋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고 가을 들녘에 핀 들국화가 아닐까.

어쩜 한 분 한 분의 그 얼굴 물결이 그토록 평안하고 따사롭던지...

서로서로의 향기를 묻히며 각자의 소풍길을 간다면 그 길이 스폰지처럼 폭신폭신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


삼전 베드로님, 율리안나 형님,

정말 고생하셨고, 며칠 전부터 비가 올까 걱정이셨고, 몇 분이나 오실까, 차편을 어떻게 조정할까,,, 등등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을까요.

멍석이란 그냥 둥글게 말린 것을 쫙 펼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저로서는 그저 두 분께 감사할 뿐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로!!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풍경--밭에서 오는 길
+   [산골풍경]   |  2009. 12. 15. 12:30  




대부분의 마을입구는 복잡하거나 좀 어수선하기 마련입니다.


어려 가구가 모여 있기도 하고 농촌이라서 가축우리나 창고, 밖의 화장실 등 집 외의 부수 건물이 많다 보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마을입구는 아주 깨끗한 편입니다.
제 눈에 안경이라고 해도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마을을 지나 우리집으로 올라오는 길은 더 아름답고 이런 가을에는 고즈넉하기까지 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집이 한 골씩을 차지하고 있어서 라고 생각합니다.





집들은 대개 길을 사이에 두고 양측으로 줄서 있기 마련인데 우리 마을은 마을 초입만 조금 그렇고 나머지는 길가에 집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 깨끗하고 아름답습니다.

우리집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함께 가보실까요.


이제 꺽어지는 곳을 지나면 오른쪽 개울을 건너 윗 편에 호미할머님 집이 멀찍이 보입니다.
양지바른 곳에 반듯하게 한채가 햇살을 받고 있어 아주 따사로워 보이는 집입니다.




그곳을 조금 올라가다 보면 주위가 온통 단풍이 든 숲입니다.
참으로 이쁩니다.

조금만 올라가면 제가 자주 말하는 다리결이 보입니다.

저 위에 집이 한 채 보이지요.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집으로 남씨 할아버님이 사십니다. 늘 꽃을 선물로 주시는 ...

오른쪽에 작은 다리가 보이지요.




그리고 조금 올라가면 우리집의 표시인 '하늘마음농장'이라는 글이 큰 돌에 턱하니 박혀 있습니다.

산골가족은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따라 매일 집을 드나듭니다.


거기서 조금만 나가면 더 자지러지는 불영계곡이 늘상 팔을 벌리고 있구요.

울진...볼수록 여인네의 목도리처럼 따사롭고 , 남정네의 떡 벌어진 어깨처럼 우람하고 아름다운 곳입니다.


(찍사는 배동분 소피아, 차 안에서 박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


산골 다락방에서 귀농 아낙 배동분 소피아


 
 
        

 

귀농아낙의 책이야기-문호리 지똥구리네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12. 10. 21:24  

 

 

 

 

주현낭자가 신종플루로 며칠의 휴교를 실시한다는 말을 늦게서야 들었다.
그저 오늘이 이 숙녀의 학기말고사가 끝나는 날이구나 했을 뿐이다.

 

휴교를 해서 내일 학교에 안간다는 말을 늦게 듣고
"그럼 우리 바람쐬러 갈까?"
했더니 좋단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운전이 안된다는 거다.
이 놈의 운전은 울진에서만 누빌 수 있다.
신호등을 제대로 못볼 뿐더러 어느 차가 닥아만 와도 무섭다.

울진에는 신호등이 없고 내가 다니는 길은 국도라서 좋다.
그러니 가고싶어하는 부산을 못간다.


주현 낭자는 부산을 가보고 싶어하는데 내가 그러질 못한다.

그래서 버스타고 가자고 했고 잠은 어디서??? 이거 복잡해진다.


주현이랑 모텔에서 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신종플루가 난무하는 찜질방에서 잘 수도 없고....

서론이 너무 길었다.


어쨌거나 부산에서 만만한(?) 서울로 가기로 했다.
만만하다는 것은 그곳에 핏줄이 즐비해서 잠자리 걱정을 안해도 된다는....

가끔은 그런 희망사항이 있다.


정말 키가 하나 있어 내가 가서 쉬고 싶을 때 주부가 잠자리 걱정안하고 가서 묵상하다 오는 곳이 단 한 군데만 있음 정말 좋겠다고....

이 말에 주부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쩜 떼로 몰려다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복잡해질수록 '홀로지내는 시간'을 많이 가진 자만이 영혼이 녹슬지 않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장담은 장담이고...

하여간 그렇게 서울로 튄 다음 간 곳이 서초동 교보문고이다.


주현낭자도 방학때 서울보내면 혼자서도 꼭 들리는 곳이 교보문고이니 당연한 지도 모른다.

그곳에 보니 한 켠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둔 공간이 있었다.
바로 그곳에서 읽은 책이다.


이 말 하려고 여기까지 서론이 내려왔다.

이 책은 그런 곳에서 읽어도 될 것같았다.


굳이 중요한 점에 밑줄 그을 필요도 없고, 어느 문장을 기억하기 위해 나의 작은 공책에 필서할 일도 없고 말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란 판단이 맞아떨어졌다.

양수리 옆 문호리라면 땅값도 비싸고 서울에서 가까운 전원지로 한참 전부터 이름을 날리던 곳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차례를 보면

 

파트 1 얘들아, 강변 살자
밭 가운데 있는 집
새로운 이웃들
꿈에 그리던 텃밭
느티나무에 그네를 매다
직박구리의 집
항아리 속의 물고기들은 어디로 갔을까?
햇살 좋은 날, 딸기밭에 온 손님
두꺼비의 방문
열렬한 자연교 신자가 되다!
단풍나무를 좋아하는 이유

파트 2 아이들의 세상과 어른의 세상
흙은 행복한 기억을 할거야
개미 날려 보내기 놀이
깡충거미와 달리기하기
붉고 푸른 꽃물 편지
생각하는 의자
파란 시간
밤새우기 놀이를 하고 싶어
시래기를 걸고, 모이대를 만들고, 새집을 달고
책 읽기 말고는 할 게 없어!
겨울에 찾아온 사자
신나는 외출
달래 서리
강바닥 명개흙 머드팩

파트 3 살아가며 배우는 것들
봄의 전령
개구리 표정은 늘 스마일
검정 암탉과 흰 수탉과 병아리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건 고양이의 앞발
꽃밭 주인 밀짚모자 아저씨
지를 만드는 철
풋자두 한 양동이
하늘로 소풍 간 암탉!
엄마가 된 초롱이
양귀비 잎에 쌈 싸 먹다

파트 4 마음 만들기
딸과 함께 걷는 길
딸기 한 바구니에 10만 원?
봉숭아꽃 물들이기
박각시가 온다네
박나물을 기억해
아이들의 씨앗 농사
개울이 가져다준 선물
가을의 첫맛
가장 큰 걱정
산비둘기 구출작전
모닥불을 피우는 시간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
얼음썰매는 어른도 좋아해
한겨울의 동거자
새 달이 온다

 

이런 차례로 글이 전개된다.

 

원제목 옆에 붙어 있는 작은 제목이 이것이다.
"병치레를 달고 살던 아이를 위해 선택한 시골생활"

이 집은 어떤 시골생활을 했으며 아토피 등이 있는 아이들이 어떻게 치료되었을까가 궁금해졌다.
제목이 그러니까...

 

그런데 그 점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약하고 전체적인 아이들의 시골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문호리 지똥구리네>는 양수리 옆 문호리라는 마을에서 5년을 살면서 겪거나 체험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우리처럼 서울에서 줄곧 생활하고 일을 해오던  저자는 아이들의 천식 아토피 문제와 한걸음 뒤로 물러서기 위한 방법으로 이 길을 택한 생활이야기이다.

 

처음 문호리로 이사를 가면서  생각한 것이  ‘타샤 튜더 반만 따라 하기’ 였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타샤 투더는 지구상에서 드문 분이라는 생각을 해왔던 나로서는 과연 어떻게 반까지나 따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더 끝까지 읽었다.

 

내가 타사 튜더 할머니에 대해 너무 엄청난 평가와 존경과 경외심을 갖고 있는지 몰라도 그렇다는 느낌은 없었다.

모든 책에는 단 한 줄이라도, 단 한 가지라도 느낌이 있다고 했듯이 이 책은 일단 도시를 탈출했다는 것만으로도 용기있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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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문호리 지똥구리네 상세보기
김수영 지음 | 동아일보사 펴냄
서울을 떠나 시골살이를 시작한 김수영이 전하는 따뜻하고 자연친화적인 삶 이야기~ 문호리 강변 마을에서 지낸 5년의 기록 『문호리 지똥구리네』. 2004년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기로 결심한 저자는 강변에...
문호리 지똥구리네 상세보기
김수영 지음 | 동아일보사 펴냄
서울을 떠나 시골살이를 시작한 김수영이 전하는 따뜻하고 자연친화적인 삶 이야기~ 문호리 강변 마을에서 지낸 5년의 기록 『문호리 지똥구리네』. 2004년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기로 결심한 저자는 강변에...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산골 돌팔이의 처방전
+   [산골편지]   |  2009. 12. 2. 03:04  


2009년 10월

 

햇살이 자글자글하던 초여름 무렵, 산골에 살구나무 한 그루 들였습니다.
사실 부끄러운 소리인지 몰라도 살구나무 첨 봤습니다.
이젠 그의 목숨에 내 목숨을 겁니다.

혹여 목이 말라 죽는 것은 아닌지.


넓지도 않은 미간을 찌뿌리기까지 하며 걱정하는 척하지만 난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의 목마름을 잊습니다.

물론 핑계는 다 있습니다. 농사 일로 바쁘다고...
농사가 무슨 벼슬인지,


누구 위해 농사를 짓는지 하여간 그렇습니다.

이 세상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지요.


안 바쁜 사람이 있는지.. 유치원생에게 물어봐도 거의 같은 대답일 것입니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의 목숨을 점검합니다.


뭣도 모르고 돌팔이가 점검해 봤댔자 죄다 오진이겠지만...

그의 목숨을 생각해 준답시고 처방한 것이 개똥입니다.

 

 매일 개똥을 정성껏 갖다 주었습니다.

그런데 한참 지난 어느 날 보니 이파리가 다 떨어지고 돌팔이를 원망하는지 억센 가시만 저를 향해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처방한 개똥이 너무 독했던걸까’
‘가을이라 그런가’
‘속이 타서 목이 말라 저리 기가 죽은 것일까’
‘겨울잠 준비를 다른 나무들보다 먼저 하는지...’

 

이젠 고상하고, 그럴듯한 이유를 다 들먹입니다.

새 봄을 한번 맞이해 보면 결판날 일이나 그 안에 생명을 닫아걸까 그게 겁납니다.

 

이런 초라해지고 꾀죄죄한 살구나무를 며칠 봐서 인지 살구가 탱글탱글 열리는 환상은 벌써 물건너간지 오랩니다.

그런 환상만 갖고 나무를 들였다가 여러 나무 골로 보냈기 때문입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 있을 수 있겠지요.

 

시기가 절절치 못할 때 옮겨서 그럴 수 있고, 또 뿌리가 예민한 부분인데 뭣도 모르고 그저 가져가라고 했다고 신바람이 나서 앞뒤 안가리고  파재껴 와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또 물도 많이 주고 거름도 적당히 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알고도 못한 그 부분은 제 불찰입니다.
처녀가 임신을 해도 할 말은 있다고 전과자는 말합니다. 바빠서 그랬다고...

이제 그런 이유는 내가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어설픈 처방이지만 나무 상태를 휘번뜩이며 관찰한 결과, 나의 처방전에는 물과 개똥 밖에 쓰여 있지 않습니다.
처음 살구나무를 들였을 때의 처방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어쨌거나 팔이 아프도록 물도 열심히 들어다 부어주었고, 개똥도 나무 주위에 소복이 쌓아주었습니다.

이제는 봄만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되어 가시만 곧추세우고 있던 그 자리에 파리한 싹이 돋아나면 나도 파리하게 놀라 환호성을 지르겠지요.

여하튼 생명붙은 것을 산골로 들이는 일은 마음이 많이 쓰입니다.
가을이라 안그래도 해골복잡한데....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효재처럼 살아요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11. 29. 00:40  



"이제 읍에서 산골로 돌아가야 한다.
어둔 길을 차의 두 눈에 의지하고
그리고 달빛에 의지하여, 나  나의 둥지로 돌아간다.
내 옆 좌석에는 오늘 산 책들이 동행한다.
사람보다 더 편안한 상대라면 내가 너무 솔직했나?

2009년 10월 13일 화요일


배동분 소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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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 책을 한 장 펼친 곳에 써 두었다.

그날 몇 책을 몇 권 사왔는데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떡을 찾아가는 것보다 더...ㅎㅎ


이 책이 나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TV에서 이 분의 방송을 잠깐 보아서 대충은 내용을 알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다 지난달 수원의 농업연수원에 교육을 갔었는데 강의장 바로 옆에 책방이 있었다.
책을 빌려주는 곳...책을 그곳에서 볼 수도 있고,
교실 두 개 정도를 튼 작은 규모였으나 며칠 교육이 이루어지는 경우 빌려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은 정말 잘 한 것같았다.





그곳에서 들어가 책을 둘러 보다 이 책을 발견하고 사서 보기는 내용을 대충 알다보니 아깝고 잘 되었다는 생각에 빌려 읽었는데 앞 부분만 조금 읽다 돌아왔다.


그런데 왠지 끌리는 그런 여백같은 것이 있다.
그래서 바로 한 권을 샀다.

사는데 많은 고민을 했다.


이 분이 책을 세 권 정도 낸 것같은데 그 중 한 권이랑 이 책이랑 정가가 똑같았다.

이 책은 글이 얼마 없고 그저 사진이 다 차지하는 그런 편집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그 책은 이 책보다 두 배 크기 그러니까 잡지판형의 책이고 글도 그림도 빼곡히 아주 묵직할 정도로 많이 수록되어 있다.

전자는 문학동네에서 낸 것이고, 그것은 어느 잡지도 내는 그런 출판사에서 낸 책이다.


망설임...

그러나 왠지 잡지냄새나는 책을 사기는 아까웠고 무엇보다 문학동네를 믿었다.

그렇게 망설임끝에 산 책...
이 책을 산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이 책의 순서는 이렇다.

1.  어린 시절
2.  선물
3. 살림 이야기
4. 아름다움에 대하여
5. 부부이야기
6. 나이듦에 대하여


작가를 소개하면


성북동 길상사 앞 한복 숍 '효재'에서 혼수 한복짓는 한복 디자이너이자, 보자기 하나로 온갖 것 예술처럼 싸는 보자기 아티스트이다.
살림만큼 창조직인 이이 없다며 입는 거, 먹는 거, 집 꾸미기까지, 사소한 일상을 아름다움으로 만들어가는 창조적인 주부로 살다 보니 '살림의 여왕'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 '한국의 타샤 튜더' '자연주의 살림꾼' 등 온갖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 시대의 진정한 라이프 스타일리스트이다.


우리 보자기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과 아이들 동화책을 쓰고 싶은 즐거운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다시 산속으로 들어가서 자연으로 살림하며, 더 나이 들면 꼭 만화를 그리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효재처럼' '효재처럼, 보자기 선물' 어린이 동화책 '나는 치마저고리가 좋아'가 있다.

이것이 책 날개에 소개한 글이다.


이렇게 작가를 소개하면 내가 굳이 이 사람을 소개하는데 애를 안써도 되니 이렇게 먼저 소개한 것이다.

우선 이 책을 읽으며 여자의 일생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거의 대부분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한다.


그런데 작가는 아이가 없다.


" 내게 아이가 하나 있다며, 그 아이는 남자아이다.
벼락스러운 남자아이가 혼날 짓을 하면,
마당 한구석에 모래밭을 만들어놓고 그리로 불러내서 두들겨 패겠다. 이마도 쥐어박고.
그러면 그 아이는 모래밭으로 꼬꾸라지겠지.
이마엔 모래가 박힐 것이고.
나는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울먹이는 아이의 손목을 잡고 데리고 들어와서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서 씻겨줄 것이다.
그리곤 꼭 삶아 빤 하얀 난닝구와 하얀 빤쯔를 입혀서
잠 재우고.
아이가 자라서 학교 갈 때쯤이면
유치원은 보내지 않고 제 아니 꽉 찬 여덟 살에
오솔길을 한참 걸어가야 하는 시골 초등학교에 보내겠다.
어쩌다 하는 서울 나들이엔 어리버리 촌놈 짓을 하겠지.
그런 남자아이의 엄마이고 싶었다."(본문 28쪽)


위의 글로 보아 아이를 갖고 싶으나 안타깝게 그렇게 되지 않은 것같다.
위의 글을 읽으며 아이가진 엄마로서 마음이 많이 아렸다.


그래서 인형의 옷도 만들어 입히는 등 인형을 갖고 노는 중년이라고 해야 할 것같다.

그래서 남는 시간에 살림을 하고, 옷을 짓고, 보자기로 싸고, 인형옷을 만들어 입히고, 꽃을 가꾸고 풀을 매고... 그런다고 했다.

이 책은 한옥에서 사는 모습이 소개되고 있다.


한옥의 고즈넉함과 여인네의 섬세한 손길이 만들어낸 분위기는 참으로 멋스럽고 여유롭고, 여백의 미를 한껏 나타낸 그런 모습이다.

책에 글이 많지 않기 때문에 큰 사진이 주는 이미지와 잘 어우러진 경우라 할 수 있다.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길을 멋지게 가는 사람을 보면 참 부럽다.


아이가 없지만 그 남는 시간에 그렇게 부지런을 떤다고 했지만 남는 시간에 그렇게 수를 놓고, 풀을 뽑고, 화초를 기르고 , 인형옷을 만들어 입히고, 음식을 잘하고, 바느질을 잘하고...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지 않나 생각한다.


예전부터도 그랬지만 나이들수록 더더욱 혼자서도 아주 잘노는 것이 제일 멋져 보인다.

이 책은 당분간 내 가방 속에 담겨다닐 것같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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