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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이야기-오래된 대추나무, 아낌없이 주는구나./귀농
오래된 것은 오래 묵은 고가구처럼 편안함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씁니다.
이곳 울진으로 귀농하고 보니 이 터에 아주 아주 오래된 대추나무가 몇 그루 있었습니다.
오래된 대추나무는 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도 했지만 왠지 연고도 없는 이곳에 온 우리 가족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그런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저 좋기만 했습니다.
처음엔 조금의 대추를 열어 주었지만 날이 갈수록 구실을 못하고 몇 낱 열매를 달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얼마 안되는 대추를 달아도 고마웠고, 아무 구실을 못해도 좋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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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이야기-오래된 대추나무, 아낌없이 주는구나./귀농
그러던 대추나무가 밭 중간에 버티고 있어서 불편해도 잘 지내더니 어느 날, 귀농 주동자인 초보농사꾼이 달밭 한 가운데에 있는 대추나무를 베어야겠다고 합니다.
여간해서는 굵은 나무를 베지 않는 사람이 대추나무 때문에 농사짓는데 아주 힘들고 위험하다면서...
우리집에 다녀가는 사람들 중 몇 명이 저 대추나무 때문에 농사 일하기 힘들텐데 뭐하러 모셔놓고 있냐는 말을 했던 터였습니다.
내가 보기엔 그들의 말에 팔랑귀인 초보농사꾼도 어느새 세뇌가 된듯합니다.
내가 봐도 농기계를 돌리고, 비닐을 깔 때에도 어사중간에 이 커다란 대추나무가 있으니 여간 힘들고 위험한 일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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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 산골 지킴이처럼 서있는 대추나무를 농사를 조금 덜지어도 베지 말라고 했지만 농기계를 쓰는 초보농사꾼으로서는 다른 농부의 말이 더 설득력이 있었겠지요.
그 후로 몇 번의 베라는 충고를 하는 농부들이 있었습니다.
참나....
어느 날, 초보농사꾼이 대추나무를 베어냅니다.
오래된 나무를 베는 일이 초보농사꾼도 마음에 걸렸는지 며칠 고민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때가 2004년 4월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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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무가 베어지고 나무를 정리하여 차로 실어내오며 초보농사꾼이 말합니다.
“나도 나무를 베지 않으려고 몇 년 버티었는데 나무 때문에 경운기며, 트렉터며, 관리기 일을 하는데 대추나무를 피하느라 위험했었어. 꼭 저 땅에 농사를 지으려고 한 것은 아니야. ”라며 자신도 많이 아쉽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위험하다는데 하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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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이야기-오래된 대추나무, 아낌없이 주는구나./귀농
그러나 자신도 베어내고 많이 마음이 쓰였는데 밭에 있는 또 하나의 대추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오늘날까지 쨍쨍하게 버티고 서 있습니다.
조금씩 열매를 달았지요.
그런데 어느 날, 열매를 걷우기만 했지 거름을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밭 중간에 턱하고 버티고 서 있는 , 이 정도로 오래된 대추나무에 거름을 주는 사람이 없겠지만 한 해는 거름 한 포씩이나 퍼부어주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해에 많은 열매를 매달아주었습니다.
나 잘 살고 있다는 신호같았습니다.
나도 대추나무와 소통을 하며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찡했습니다.
올해 4월이 되었습니다.
초보농사꾼이 달밭에서 일을 합니다.
거름을 펴고, 땅을 트렉터로 콩고물처럼 갈아놓습니다.
워낙 썩은 중고 트렉터를 산 것이지만 느릿느릿 그래서 제 할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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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콩고물처럼 땅을 만들었으니 오늘은 골을 타고 비닐을 펴는 일입니다.
그것은 이제 관리기라는 기계가 합니다.
밭 중간에 있는 대추나루를 피하기 위해 관리기질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 밭은 경사진 밭이라 평지밭보다 몇 배나 힘이 듭니다.
나도 조금이라도 일을 돕기 위해 참을 들고 밭으로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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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흘려 일하다 쉴겸 참을 먹기 위해 대추나무 아래로 갑니다.
대추나무가 어여 와 쉬라며 손짓을 연신 해댑니다.
나무 아래 앉으니 자신의 몸으로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딱 우리 부부의 덩치만큼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괜시리 찡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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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대추나무 그늘 아래서 참을 먹으며 한동안 쉽니다.
이 나이든 대추나무가 난 참으로 든든합니다.
이 나무를 보면 용맹정진하는 스님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나무에 등을 기대고 쉬고 있으면 어디선가 목탁소리가 들리는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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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구름이 어찌나 푸른 바탕에 뭉글뭉글 이쁜지 가을인 듯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늘 아래 스카이 쇼도 보면서 쉬는 시간이란...
그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의 휴식시간이 이처럼 풍요로울까요.
몸은 땀으로 젖었지만 봄꽃까지 피곤을 풀어줍니다.
주위가 핑크빛으로 눈부십니다.
이런 풍경 앞에서 난 꼬꾸라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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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이 대추나무 아래 몸을 쉬고 있습니다.
아직 이파리는 달지 못한 시기이기에 자신의 몸으로 그늘을 만들어주는 대추나무입니다.
자연이 귀농 부부에게 베푸는 것이 이토록 많습니다.
이 보다 좋을 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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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 그늘 아래 쉬웠으니 이제 또 일을 합니다.
그러다 또 덥고 힘이 들면 귀농 부부는 다시 대추나무 품으로 찾아듭니다.
그는 그늘을 만들어 주고, 바람을 불러줍니다.
갑자기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났습니다.
귀농 초에 베어버린 대추나무도 떠올라 애잔해져 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54793495934AC7E13)
순간순간이 감동인 삶입니다.
귀농하기를 잘 했다고 또 옹알이 하는 날입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이야기-오래된 대추나무, 아낌없이 주는구나./귀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