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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_해당되는 글 6건
2017.06.13   강남교보는 꼭 들린다. 
2011.03.18   귀농편지, 깜짝여행 2탄 
2011.03.17   귀농편지, 깜짝 여행을 다녀왔습니다.1탄. 
2009.06.22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나만의 공간이 있는지... 
2009.04.07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황금물고기 
2008.12.10   귀농풍경 -- 자연에서 들이다....... 

 

강남교보는 꼭 들린다.
+   [산골편지]   |  2017. 6. 13. 22:55  


서울에 다녀왔다.

이틀 동안의 여행처럼 산골 집을 떠났다.

이제 집을 나서면 '여행'이란 생각이 든다.

여행이 별 건지....

자신의 울타리로부터 벗어나보는 일... 손에 일을 놓고 나의 신발코를 보고 세상을 두리번거리는 일이 아닌지...


 

강의가 있어서 갔지만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이들도 만나니 여간 행복한 여행이 아닐 수 없다.

서울가면 꼭 들리는 곳이 있다.

"강남교보"

 

아이들도 엄마가 서울에 오면 꼭 들리는 곳이 강남교보인줄 안다.

그래서 아이들도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함께 고르고 한 배낭에 사서 가곤 한다.

 

예전에는, 그러니까 귀농전 그것도 아들 어려서는 광화문교보를 다녔다.

뭐 그때야 강남교보가 생기지도 않았지만....


                 (앉아서 책을 고르는 여인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아들 선우가 돌이 되기도 전에 가슴에 안고 광화문교보를 늘상 다녔다.

어려서부터 책을 구경시켜주기 위해서였다.

또 책냄새에 익숙해졌으면 하는 마음까지 작용하여 시간을 내서 정기적으로 다녔다.

 

마침 남편이 현대자동차 광화문 지점에 업무과장으로 근무를 했기 때문에 아들 안고 광화문교보에서 그림책도 읽어주고 하다가 함께 퇴근하곤 했다.

 

그러다 둘째 아이를 낳고는 셋이서 광화문교보를 문지방이 닳도록 다녔다.

세월이 흘러 귀농해서도 아이들의 책을 선택하기 위해 광화문교보를 또 다녔다.

 

귀농하고 아이들 교육코드는 책과 여행이었다.

그러니 매달 책값으로 많은 돈이 지출되었다.

우리 귀농생활비 중 책값의 비중이 컸었다.


 

그러다 또 세월이 흘러 강남교보가 생기고 아이들이 대학을 들어가니 강남교보에서 아이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들과 함께 강남교보만 간다.

 

귀농해서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도 농사 일 만큼이나 좋아하는 일이라 강남교보에 가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큰 이유는 요즘 트렌드를 읽고 싶어서다.

 

요즘 트렌드는 내가 농사지은 것을 가공하고, 디자인하고, 마케팅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우리집 거실 겸 서재 한 켠 모습...사방이 책이다. )

 

요즘 트렌드를 아는 것이 꼭 책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방면으로 트렌드를 알 수 있지만 나의 경우는 출판업계가 가장 고려하는 것이 요즘 트렌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몫하고 있다.

 

앉아서 책을 읽고 책을 고르는 여인의 뒷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나도 한참을 앉다 서다를 반복하며 책을 보았다.

그리고 고른 책을 계산하고 나오는데 벌써 뿌듯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가 가진 작은 창으로 큰 세상을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누군가와 자기와 가진 것을 나눈다는 것 또한 작은 창으로 큰세상을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농사를 짓고 책을 읽고, 책을 내고 리폼을 하며 지내는 귀농살이가 여간 복에 겨운 게 아니다.

 

그대는 요즘 무슨 책을 읽으로 마음의 온도를 높이시나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에서...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편지, 깜짝여행 2탄
+   [산골편지]   |  2011. 3. 18. 14:35  

2010년 5월 22일

 

낯선 곳에서의 아침은 늘 두근거린다.
비록 찜질방에서의 아침을 맞았지만 이내 여기가 길 위라는 생각이 들자 그 설레임 또한 신선했다.

 

부시럭거리며 미니 담요을 갰다.
찜질방에서 자도 우리 주현이 것만큼은 미니 담요를 덮어주려고 가져간(초보농사꾼 몰래 챙긴 거다. 별나게 군다고 할까봐.) 것을 주섬주섬 개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잤던 주현낭자가 씩 웃더니  롤러코스트를 타자는 거였다.


나는 사실 아무리 쉽고 완만하고 특이할 것 없는 놀이기구라도 그런 것을 당최 못탄다.
어지러워서...현기증이 심하고...

 

아이들이 어려서 에버랜드에 몇 번 갔었는데 시시하다고 꼬맹이들만 타는 놀이기구도 자신없어 했다.
그러나 애들이야 당연히 엄마랑 아빠랑 같이 타고 싶어하지...

 

그 마음은 알아가지고 용기내어 탔다가 못내려 도우미들이 와서 부축해서 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애들도 그것을 기억한다.
그런데 이것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주동자 주현낭자가...

 

내가 롤러코스트를 타는 입구에 턱하니 붙여놓은 그림으로 보니 타고 있는 애들이 놀라 소리소리 지르는 사진이더만...
롤러코스트라니 무슨 소리냐고 살려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엄마랑 같이 재미있게 타려고 했는데....’하며 포기를 하는 소리를 들으니 이거 에미로서....

‘그래, 인생 뭐 있냐, 타보는 거지’하고는 두 당 3천원씩 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 앞에 탄 팀들이 지르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오자 내가 들어갔을 때의 어려움이 불보듯 뻔했다.

 

그러나 우리 딸이 오랜만에 엄마랑 타고 싶다는데...
이게 사람 죽이는 소리다. ㅎㅎ

 

 

 


(▲ 박경리 문학공원에서.)

 

하여간 우리 순서가 되어 탔다.


그런데 우리랑 같이 탄 어린이랑 우린 찍소리도 안했다.


같이 탄 어린이는 찜질방 아저씨가 너 또 왔냐고 할 정도로 단골인 것같으니 당연했고, 우리 주현이는 번지점프도 한 여성이라 그런지 찍 소리도 안나왔다.

아마 밖에서 돈받는 아저씨가 어쩌면 제일 걱정이 심했을 것이다.


‘이 팀들이 어떻게 된 거 아냐?
쥐소리도 안들리니...‘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 겁쟁이 소피아는 왜 찍소리를 안했을까요???

우리 주현이가 딱 맞췄다.


우리 엄마 분명히 눈감고 있었을 거라고...
사실 눈을 떠야 본전을 빼는 건데 4D영상으로 보는 것을 눈을 감고는 몸으로만 흔들리는 것만 느꼈으니 뭐 기절할 정도가 아니었던 거였다.

 

 

 

 


(▲ 박경리 문학공원에서.)

 

눈을 감고 있으면서도 조금이라도 봐야 주현이랑 느낌을 말할텐데 걱정이 되어 실눈을 뜨면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질 않나, 담벼락에 부딪치지를 않나 난리가 아니라 찜질복이 벌써 젖어오고 붙잡은 손잡이 사이에 땀이 끼어들어 미끄덩거렸다.

 

여하튼 그렇게 해서 돈만 버린 꼴이 되었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탔기 때문에 주현이는 그래도 엄마랑 탔다는 것이 되었을 것이니 후회는 없다.

 

내가 그곳에서 나오자 초보농사꾼이 웃는다.
그 웃음을 안다.


초보농사꾼도 내가 그런 것에 잼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찜질방에서 나와 아침으로 추어탕을 먹었다.


주현이가 처음엔 추어탕 이야기가 귓구멍에 도착하자마자 인상을 쓴다.
아마 학교에서 주는 추어탕에 질린 모양이다.


니 맛도 내 맛도 아니었겠지.
그랬단다.

 

그렇다면 추어탕의 이미지도 다시 주입시킬겸해서 추어탕집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이건 완전히 다른 맛이라며 아주 잘먹는다.

 

이제 배도 든든하겠다 나그네의 발길을 재촉했다.
이번에 들린 곳은 ‘박경리 문학공원’


난 공원이라는 말이 영 걸렸다.

그냥 그분의 이름만 따서 공원을 만든 것이려니 생각했던 거다.


그럴 바에는 문학관을 찾아가자고 했는데 초보농사꾼은 오늘은 편안한 마음으로 발길이 닿는대로 가는 거라고 한다.

‘아, 예,예.... 박기사님이 어련히 잘 데리고 다니실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곳은 박경리 선생님께서 1980년부터 1998년까지 약 18년 정도를 이곳에서 사시면서 대하소설 토지의 4부와 5부를 집필하시고 완간하신 곳이란다.

 

 

 

 

책에서 이 집을 보았었는데 이렇게 눈으로 직접 보다니.
그 분의 체흔이 느껴지고, 그 분이 동물들의 먹이를 챙겨 먹이시느라 부르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리는 것같다.

 

선생님은 이곳에서 치열하게 글을 쓰시고, 외로움과 고독을 끌어안으며 자신을 지탱하셨을 것이다.
여기서 외로움은 내가 늘 말하지만 바로 옆에 사람이 없기 때문에 느끼는 외로움이 아니다.

 

그러면서 옆의 텃밭에서 고추도 심으시고, 상추도 가꾸시며 사셨을 그 흔적을 재연하여 찾는 이들이 집을 향해 선생님을 큰소리로 부르게 만들었다.

 

이곳에서 감탄한 부분이 그것이었다.
다른 곳 같았으면 이렇게 했을까.

 

그러니까 선생님이 쓰셨던 바로 그 텃밭을 지금도 그 모습대로 보여주려 파도 심고, 상추도 심고 배추, 호박 등을 소박하게 심어 놓았다.
그 섬세한 배려와 마음씀이 그것을 관리하고 보전하려 애쓰는 원주시에 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당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집 울타리 안의 텃밭에 또 울타리를 쳐 놓은 것이리.


한국 사람 들어가지 말라고 하면 꼭 들어가고, 개념 없는 사람들 꼭 들어가서 확인하고 사진 찍느라 짓밟으니 아예 나무로 울타리를 쳐 놓았다.

그런 것은 ‘허브나라 농원’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기 애가 꽃밭으로 들어가 다 짓밟고 다녀도 내 자식 체험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흐뭇하게 바라보기만 하는 엄마, 내 자식 사진도 되도록 들어가서 꽃을 만지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직 멀었구나’싶었다.

주현이는 박경리 선생님의 시를 읽어주곤 했고 ‘토지’를 읽어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어서 관심이 많았다.


일일이 집 주위도 둘러보고 청동으로 사진찍으라고 만든 선생님 동상 무릎에 앉아서 포즈도 취했다.

그 동상은 사람들이 선생님 무릎에 앉도록 만들어 놓아 찾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그 분의 마음을 가져가도록 배려해 놓았다.

 

 

 

 

집 바로 앞에 연못을 만들게 된 이유 등을 다 기록해서 세워놓았다.


그러다 보니 바로 현관문을 열고 선생님이 나오실 것만 같았다.
집을 둘러서는 그 분의 시가 여러 번 오는 사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읽는 내내 애려온다.
그 분의 시집에서도 읽었지만 글쓰는 사람의 고독, 외로움, 을씨년스러움이 묻어나오는듯하다.


거기다가 ‘대문 밖 짐승들’(시의 표현)은 얼마나 쓸데 없이 남의 일에 손톱을 세우는지....
주현이도 거기에 세워진 선생님의 시를 찬찬히 읽는다.

 

나 역시 그 시들이 수동타자기에 박히는 소리가 순서대로 들린다.
수동타자기의 그 글씨 판이 서로 꼬이면 손으로 떼어주면서 치는 그 수동타자기.

 

박경리 선생님은 원고지에 펜으로 눌러 쓰셨을텐데 왜 수동타자기가 자판이 내 가슴에다 대고 이 시를 쳐댔을까.
따다닥 따다닥...두르륵(이건 행갈음하는 소리다. 수동타자기를 쳐본 세대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이다.)

 

 

 

 


(▲ 선돌의 모습이다. 두 박씨만 구경했다.)

그곳에서 말했다.


주현이가 ‘토지’를 읽어야 하는데 시작하겠냐고...
알았단다.

 

하기야 지금 박경리 선생님이 사시던 실제 집에 와본다며 좋아하는 아이에게 그 말은 쥐약이었을 것이다.^^
안그래도 읽으려고 했는데 워낙 긴 작품이라 사실 엄두가 안났다고 한다.

 

지금 주현이가 읽고 있는 독서량으로도 난 만족하고 대견하지만 더 늦기 전에 ‘토지’를 들이밀어야 했다.

다음에 우리를 선돌로 모신단다. 박기사가.


선돌로 모시던, 누운 돌로 모시던 모셔봐봐...

그리고는 내가 잔 모양이다.


선돌이라며 내리라는데 이거 여행떠나기전에 밤새 책읽은 후유증이 사람죽인다.
선돌이야 몇 번 가본 곳이니 박씨들만 다녀오라고 했다.


물론 곱게 가겠는가.
여행 온 사람이 저렇다느니, 온갖 야유를 다 귓구멍으로 아련히 쑤셔 넣어주고 두 박씨가 갔지만 어쩌랴.

 

 

 


(▲ 탄광문화촌에서)

 

두 박씨가 돌아오기에 선돌이 잘 서있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그렇게 세 사람의 웃음까지 싣고 가느라 우리 차의 무게는 훨씬 무거웠으리.

박기사님의 말씀으로는 이번엔 탄광문화촌으로 간단다.


이곳에 갈 때까지도 혼수상태에서 헤어나질 못해 탄광문화촌 체험도 두 박씨들만 했다.
이번의 야유는 한여름 소나기처럼 드셌다.

 

내 몸을 내 몸대로 못하겠고, 정신도 왜그리 오락가락하는지...
어제 찜질방에서도 주현이를 데리고 자다보니 신경이 엄청 쓰였다.


자다 일어나고, 자다 일어나고...
그 와중에 남녀들이 왜그리 내 방인양 떠들고 난리인지...

 

 

 


(▲ 탄광의 막장까지 가보고)

여하튼 난 바로 고 시간에 혼수상태중에 있었다.

 

다녀온 두 박씨들이 더 흉보기 전에 난 깨어 차 밖으로 나가 정신을 불러들였다.
나 이제 정신이 안들어오면 이거 여행 모두 황이라고...


서서히 정신이 들어오고...
밖을 서성이는데 빗방울이 좀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 탄광문화촌에서)

 

저 멀리서 두 박씨들이 웃으며 온다.


어떻드냐고 물으니 막장까지 가보고 온단다.
순간 우스개소리인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그랬다.

 

막장을 보고 우리가 흔히 쓰는 인생 막장 운운하는 것이 이 막장을 말한다고 주현낭자에게 초보농사꾼이 설명해준 모양이다.

막장....


사진으로 보는 동상의 표정에서도 삶의 무게가 느껴져 가슴팍이 뻐근해온다.
어느 책에서 읽은 이야기.

작가가 어느 탄광을 방문해서 막장까지 들어갔단다.


거기의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분의 소원은 '땅 위 직업'을 갖는 것이란다.

'땅위 직업'


고향에서 농사지으며 살았는데 농사를 지을수록 농협 빚만 늘어가고 결국은 감당할 수가 없어 땅 아래에서 이렇게 지내는데 돈이 모아지는데로 고샹에 가서 농사짓는 것이 소원이란다.

 

'땅위의 직업'이 소원...
이 시대 누구에게 그런 말을 하면 얼마나 가슴팍에 와 닿을까.

 

그때의 이야기가 생각나다 보니 위의 막장에서의 동상들의 표정과 어깨에 짓눌려지는 무게를 느껴보지만 나 또한 얼마나 알량하게 그 무게를 느낄 것인가.

 

 

 

 


(▲ 탄광문화촌에서)

 

또 그곳에는 1960~1970년대 탄광지역의 삶의 현장을 그대로 재현해 놓아 그 시절 탄광촌 사람들의 애환과 고뇌, 힘듬,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도록 해놓았단다.


이러한 곳이 없다면 우리 아이들 세대부터는 탄광촌은 그저 소설에서 보는 짧은 설명으로, 역사시간에 들리는 아련한 소리로 밖에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어제 봉평에서 했던 말을 계속 반복했다.


“엄마, 정말 우리 여기 잘왔다. 그치??”

이제 다시 길을 나섰다.


이제 서서히 울진으로 가는 길을 찾으려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웰컴투 동막골 셋트장’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안그래도 오늘 아침에 주현이가 이곳을 가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이게 웬떡인지...


우린 입을 다물지 못하며 환호했다.
박기사가 데려다 줄지 아닐지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그러나 주현이가 환호가 들리자마자 핸들을 좌측 표지판이 얌전히 안내하는 곳으로 꺾는 우리들의 박기사

그곳은 영화에서 본 것처럼 그렇게 아주 산속 깊은 곳이었다.
산아래 첫동네이면서 사방이 산으로 둘러쳐진 곳이었다.


정말 사방이...

어느 한 쪽도 탁 트인 풍광이 아니고 바구니처럼 그렇게 옴팍하게 들어앉은 형상의 외지고 외진 곳이었다.

 

그곳은 그나마 다른 셋트장보다는 잘 보존이 되어 있었고 관리의 손질이 보여져 주현이의 환호소리가 땅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하늘에 떠있게 해주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지만 보는 즐거움은 그 비를 말리고도 남았다.


그곳 한 켠에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입었던 옷과 총, 모자 등을 빌려주고 있었다.
물론 주현이는 강혜정이 입고 썼던 가발을 빌렸다.

 

빌리는 비용은 단돈 천원.
너무 싸다 싶었다.


시골의 맘씨 좋아보이는 아저씨께서 돈을 받으시는데 자꾸 너무 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돈을 모으면 마을분들이 이곳을 유지하고 보존하는데 사용하실텐데 그에 비하면 ....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주현이가 또 오빠랑 함께 못온 것을 후회한다.
‘오빠랑 같이 왔더라면...’하는 마음이 여행 내내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는 모양이다.

 

 

 

 

주현이가 강혜정이 입었던 옷과 썼던 가발을 뒤집어 쓰고 포즈를 취한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던진다.

 

이 때는 나사 하나가 빠진 사람처럼 해야 맞단다.
머리를 계속 비비 돌리면서 정신줄을 놓는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셋트장을 둘러보고 내려오는데 벌써 오후 5시가 되었다.
비도 오고 서둘러 울진으로 향해야 한다.


학교에서 늦게 돌아온 선우를 데리고 산골 집으로 가야한다.

 

저녁을 먹으려고 면 단위로 찾아갔다.
막국수집에도 가고 중국집에도 가고 다 돌아다녀봐도 식당이 장사하는 집이 없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곳 중학교 체육대회여서 장사를 다 안한단다. 거기서 먹느라고...

배는 고프고 한참을 돌아다니다 마트에서 빵 등을 사서 차 안에서 먹었다.


차로 이동하고 노동을 안하다 보니 배고픔을 다 놓았다.
결국은 학교에서 끝난 선우를 읍에서 태우고 집으로 와서 저녁을 먹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저녁을 먹으려니 어설펐지만 오랜만에 온가족이 만났으니 어떤 것을 먹은들 맛나지 않을까.

주현이는 오빠가 아쉬워할까봐 여행 이야기를 많이 안하는 눈치다.


선우가 그 마음을 알고 오빠는 그런 생각 없다고...어차피 고3이니 학교의 일정대로 해야 하는 일이라 상관없었다고 한다.

그제서야 어디 어디를 갔었는데 하며 말을 시작한다.

 

 

 

단 이틀의 여행.


정말 아무 준비없이, 아무 계획없이 길을 나섰는데 어느 여행때보다 알찼다.
양떼 목장에서의 실망감이 있었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우리 부부에게는 교훈이었다.
정말 교훈이었다.


오히려 배울 점은 양떼 목장이었는지 모를 정도로...

그랬으니 모두 정말 잘 들렸다.


아마 몇날 며칠 계획을 세워도 이렇게 다양한 체험을 하진 못했을 것이다.

이제 내 둥지로 돌아왔다.


여행에서의 그 느낌, 묵상, 웃음, 행복감을 간직한체 다음 여행을 뜰 때까지 다시 ‘열심히 일한 당신’이 되자고 했다.
그래야 다음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를 다시 외치며 길을 나설 수 있지 않냐며....

 

여행다녀온 자의 얼굴에서는 어떤 이유모를 아우라같은 것이 있음을 또 확인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에서 보세요.

 

산골 다락방에서 귀농아낙 배동분 소피아


 
 
        

 

귀농편지, 깜짝 여행을 다녀왔습니다.1탄.
+   [산골편지]   |  2011. 3. 17. 09:42  

2010년 5월 21일

 

살다보면 말이다 그 단어만 들어도 마음설레는 것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여행이 아닐는지.
최소한 나는 그렇다.

 

여행’이라는 그 말만 들어도 울렁울렁 가슴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귀에서는 알 수 없는 이명으로 생각을 바로 세울 수가 없이 만든다.
입에서는 앵무새처럼 같은 노래의 후렴을 반복하고 있고 말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주위 환경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다만, 이 몸뚱아리 제일 꼭대기에 올려진 머리에서 그 단어만 떠올려도 완전자동으로 그런 반응이 이는 것은 무엇일까?

 

아들 선우랑 그의 표현력에 혀를 내둘렀던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

 

이 몇 문장에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 , 여행이 주는 그 사유의 폭과 깊이, 그리고 빛깔에 대한 것이 죄다 들어있다.

정말 그렇다.
눈앞에 보이는 것과 나의 머릿속 생각 사이에는 기가 막힌 관계가 있다.


새로운 장소에 나서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생각과 문제의 실마리가 스스로 풀려버리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여행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 침튀기는 것처럼 이렇게 침을 튀기고 있다니.....

딸아이 주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기숙형 울진고등학교에 들어가다 보니 2주일에 한번 집으로 온다.


산골로 오는 날은 빨리 산골로 가자고 운전도 재촉하고, 읍에서 장을 보거나 목욕을 하는 시간도 아까워 하는 아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기숙사에서 나오는 날이 가까워 오면 분주해진다.


아이 오는 날은 되도록 볼일을 안만들고, 되도록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려고 용을 쓴다.

이번 주는 더더욱 그랬다.


딸 주현낭자가 여행을 가자고 중간고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 석가탄신일인 연휴를 찍어 놓았었다.
오빠는 고3이라 어렵겠지만 아빠랑 모두 같이 가고 싶다는 마음을 밝히고는 울진고등학교 기숙사로 들어갔었다.


공부할 때는 열심히 공부하고 나머지는 여행으로, 그리고 책으로 정서를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행이란 책 다음으로 스승이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기회만 있으면 귀농 전에도 여행을 다녔었다.
그런데 정작 귀농할 때 애들이랑 약속한대로 외국여행을 많이 다녔으니 국내여행에도 더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아이 입에서 스스로 여행이라는 단어를 발사했으니 다행이지 싶었다.

아이가 울진고등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고 우리 부부는 농사를 재촉했다.


새점밭에 남은 농사를 끝내려고 삽질을 하고, 비닐을 덮고, 고추를 심는 등 강행군을 했다.
딸아이와 편안한 여행을 떠나기 위해...

 

입에서 헉헉 소리가 날 때마다 그 후렴으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카피를 이빨 사이로 흘려보내며 힘든 순간을 웃으며 보낼 수 있었다.


여행은 떠나면서 행복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고 여행을 떠나기 전 그 날을 향해 나아가는 나날 조차도 행복으로 가득차게 만드니 대단한 위력이다.

 

 

 


(▲ "주현아, 구슬 아이스크림 먹다 살찐다..." 라고 하는 것같은 표정의 초보농사꾼. )

귀농하고 약속대로 해마다 외국여행을 갔었다.


온가족이 1년 동안 농사지은 것으로 떠나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우리 가족에게 단물이었다.

그런데 아들 선우가 고1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중단했다.


우리 생각 같아서는 고딩이고 뭐고 그런 여행도 공부 만큼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예전처럼 가려고 했는데 문제는 우리 아이로 인해 다른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간다면 그건 생각해 볼 문제였기 때문이다.

 

내 아이야 결석으로 인해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뜰 마음이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을 생각하기로 했다.

결국은 고1이 되는 겨울방학 때 다녀온 이후 지금껏 가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주현낭자가 여행 운운을 해서 선우를 두고 셋만 가려니 발길이 무거웠지만 연휴기간에도 전교생이 학교를 가는 선우를 두고 갈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우리는 계획 없이, 목적지 없이 떠나기로 했다.


처음에는 전라도로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만 했는데 주현이가 강원
도 운운을 해서 출발 전날 강원도로 간다는 것을 결정했다.

그리고는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검색을 하라고 하고는 다음 날 우린 운전대를 잡았다.


원덕에서 아점을 두 박씨는 물회를 먹고, 난 회덮밥을 먹었다.

 

 

 


(▲ "아가야, 그 긴 옷은 어찌하여 앞으로 그렇게 입었느냐? " 한참 후에야 아참 옷을 제대로 입어야지 하는 주현 낭자)

운전을 하면서 서로 상의를 해가며 제일 먼저 간 곳이 대관령 양떼목장이었다.

 

주현이는 오랜만에 집으로 온 어제 늦도록 아빠와 차 마시며 이야기하느라 늦게 자서 차 안에서 잠을 잤다.
잠을 깨고 내리니 날씨가 엄청 더웠다.

 

주현이는 애들처럼 구슬 아이스크림에 눈길을 준다.
아이스크림이 녹을 정도로 찌릿한 눈길을 주기에 2천원주고 상표도 없고 그냥 이름이 구슬 아이스크림이라는 것을 사주었다.

 

저도 먹고 아빠 입에도 한 입 넣어드리고 ...
불량식품처럼 보인다며 사주기를 꺼리는 엄마에게도 한 입을 건네는 주현이...

 

양떼목장으로 모인 인파는 대단했다.


우선 줄을 한참을 서서 기다린 다음 드디어 입장.


입장료는 3천원 도합 9천원을 내고 입장했다.

그런데 어디를 둘러봐도 멀리서 보이는 약간의 양떼 말고는 눈에 들어오는 양떼가 없다.


그럴 리가...

내가 상상한 양떼농장은 이름만으로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양들이 겁나게 많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멀리에 보이는 양떼말고 허름한 막사처럼 생긴 곳 안에 들어앉아서 입장객이 주는 건초만 죽으라 먹는 양들밖에는 다른 모습은 없다.

 

우선 반들반들 난 길을 따라 올라갔다, 돌았다, 다시 올라가도 처음엔 멀리서 보였던 일단의 양들이 다였다.
그 양들은 ‘너무 먼 당신‘


초보농사꾼과 난 놀랐다.
그리고 한참 멀리에 있는 양을 보러 온 인파가 그렇게나 많다는 것에 더 놀랐다.

 

 

 

 


(▲ 너무나 먼 그대들... 카메라의 렌즈를 당겨서 당겨서 이나마 볼 수 있는 그대들...)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입장료는 받지 못하고 건초 값으로 대신하는 3천원으로 모두들 양들에게 건초를 주러 갔다.

그러나 그 우리 안의 양들은 멀리 언덕에 있는 양들보다 몸들이 엄청 뚱뚱했다.


순간 우리 식구들만이라도 건초를 주지 말자고 했다.
거기에 갇혀 진종일 관람객의 건초를 받아 먹어야 하는 양들을 위해....

 

목장을 한 바퀴 돌고 나오며 우리가 섰던 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보고 생각해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 드물다 보니 이런 곳으로도 사람이 몰린다고...

 

외국의 경우는  체험도 하고, 즐기고, 사색을 할 수 있는 곳들이 잘 발달되어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경치 좋은 곳에 모여서 고기를 구워먹는 곳으로의 발길이 더 빈번했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허탈한 기분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곳 주차장가에서 파는 양고기꽂이구이에 눈을 두는 주현낭자를 위해 하나 사주었다.

이제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길을 나섰다.


길에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기분이 드는 것이 여행이 아닌지.
또 딸아이를 위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 우리 모두를 위한 ‘길 나섬’이니만큼 서로 마음을 구름처럼 가볍게 먹고 길을 달렸다.

다음은 주현이가 가보고 싶어했던 ‘허브나라 농원’으로 갔다.


봉평면에서도 한참을 좁은 길을 따라 가야 했기 때문에 오는 차, 가는 차들이 서로 정체를 보이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주현이는 입장마감시간이 5시라며 초보해했다.


그래서 말해주었다.
5시를 넘겨 못들어 가면 내일 가면 될 일이니 여행에서 초조감은 금물이라고 했다.

 

거의 5시가 다 되어 입장을 했다.
입장료는 우리 모두 5천원씩이었다.

 

허브나라 농원은 대기업의 CEO를 지낸 이호순님과 그 부인이 1993년 흥정계곡으로 귀농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둘다 서울대 출신인 부부는 50이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 살자던 약속을 지켰다고 하니 그 대단해 보였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허브농원.


농원 곳곳에서 아주 섬세한 이의 손길이 느껴져 입장료 5천원이라는 것이 그 가치를 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초보농사꾼과 입을 모았다.

허브 농원은 테마별로 허브꽃들이 잘 손질되어 있었기에 우선 그랬다.


입장료를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잘 생각할 일이다.
그 돈이 많던, 적던간에 말이다.

 

그러나 일일이 허브 꽃들을 가꾸고 배치하고 또 구경 온 이들 가슴에 어떤 추억을 남겨줄까를 고민한 흔적이 여실히 보였다.

 

테마별로, 자생정원, 요리정원, 약용정원, 차정원, 향기정원, 나비정원, 미용정원, 벚나무 아래, 새초롱마을, 세익스피어정원, 모네정원, 성서정원, 온실, 팔레트정원 등이 환하고, 아름답고, 이쁘고, 아기자기한 모습의 소품과 함께 손님을 맞이했다.

 

 

 

 

이 외에도 어린이 정원과 놀이터, 허브공예관, 허브 전시관, 허브 상품점, 파머스마켓, 터키 갤러리, 우리만화갤러리 만화의 숲, 야외공연장 별빛 무대, 허브찻집과 레스토랑, 팬션, 기념품점 등의 부대시설이 튀지 않은 모습으로 꽃들과 잘 어우러져 있어 농원을 구상하고, 설계하고, 가꾼 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주현이도, 초보농사꾼도 모두가 감탄을 연발했다.
주현이는 오빠와 함께 오지 못함을 못내 아쉬워 할 정도로 이곳의 모든 것들을 가슴에 담았다.


그리고 꼭 좋은 풍경을 보면 친구들이랑 오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하는 것으로 보아 기숙사의 골수 친구(그들 표현대로라면 절친들이 걸리는 모양이다.

 

이곳에는 내가 환장할 정도로 갖고 싶은 소품들이 너무 많아 사실은 가슴이 벌떡벌떡거려 애를 먹었다.
결국 그 가슴 벌떡임을 자제하지 못하고 손바닥만한 함석 물뿌리개를 하나 샀다.


내가 그것을 만지작 만지작거리자 초보농사꾼이 돈을 주었다.
쥐똥만한 물뿌리개가 만2천원이나 했으니 내 망설일수밖에...

 

농장의 이 많은 꽃들을 정리하고, 조경하고, 그리고 겨울을 나게 하기 위해서 손을 쓰고 할 것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에서 이런 볼거리를 만들어준 두 분의 대표에게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 분들은 자연으로 돌아와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자연으로 돌아온 사람으로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작물을 가꾸고, 관리하고 겨울을 나고 하는 것을 해본 사람으로서 이 농원의 이 손질은 결코 입장료 5천원과 비교될 수 없는 값진 무엇이 있음을 느꼈기에 감사한 마음이었다.

 

허브나라 농원에서는 각종 허브도 화분으로 팔고 있어서 나도 화분 두 개를 사서 돌아왔다.
산골의 화분에 옮겨 심어 아이들이 주말에 올 때마다 눈으로 코로 허브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

 

간혹 그 잎을 따서 부침이도 부쳐주고, 샐러드에 넣어주기도 하면 더더구 자연의 생명에 감사해 하겠지.
주현이는 허브 농원을 다녀왔으니 더 애착을 갖겠지.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아이들에게 일일이 아름다운 농원을 설명해주는 모습에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정성이 들어간 볼거리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깊이, 깊이 해보았다.

 

우리 세 가족은 다음에 선우와 함께 한번 더 와서 보자고 하면서 봉평읍으로 달렸다.
우선 저녁을 먹고, 그곳 찜질방에서 잠을 자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현이를 목욕탕에 데리고 가야 하는데 산골에서의 시간을 더 갖고 싶어 하여 목욕탕을 못데리고 갔고, 나 또한 이래저래 바쁘고 온몸이 뻐근한 터라 불가마 찜질을 하고 싶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그래서 모두 이구동성으로 찜질방을 외치며 찾아나섰다.

 

그런데 읍의 어디에도 찜질방은 없었다.


결국 돌아다니다 돌아다니다 일단 포기하고 주현이가 좋아하는 갈비로 저녁을 먹은 다음 다시 원주로 향했다.

길에서 무엇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속상해할 이유는 없다.


봉평에서 잘 수 없게 되었을 때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될 일이고 그런 아쉬움이 더 좋은 일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이 뒤틀렸다고 하여 모든 일이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볼 일은 아니다.


특히 여행길 위에서는 더더욱...

 

 

 

 

차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어둠 속에서 원주로 향했다.


그런데 원주 번화가에도 찜질방은 없었고, 다시 물어물어 한참을 찾아간 곳에서 1박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찜질방에서 3가족이 잠을 자기는 처음이다.


초보농사꾼 이제야 가족을 구경 잘 시키고, 배를 든든히 한 다음 이제 잘 자리까지 마련해서인지 피곤함이 몰려오는 모양이다.

그렇게 캔맥주와 음료수를 앞에 놓고 세 사람이 오늘의 여행을 이야기했다.


양떼 목장은 목장대로 교훈이 있었고, 허브나라 농원은 농원대로 만든이의 정성과 땀과 사랑에 존경과 찬사를 서로 아끼지 않았다.

어디를 가나 공중장소에서 경우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꼭 있다.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언성을 높이며 옆사람 생각 안하고 대단하단 듯이 말하는 사람 꼭 있고, 어린 꼬마들도 수두룩한 곳에서 자기들만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남녀 꼭 있다.
나이를 먹었건 시퍼렇건 예외 없이 그런 사람 있다.

 

 

 

그런 것도 겪어 보아야 그런 행동이 얼마나 옆의 사람들을 불쾌하게 하는지 느낄 수 있으니 주현낭자에게 또한 교훈이었다.

우린 다음 날, 황금 휴일을 원주에서 잘 보내리라 믿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2부에 계속..ㅎㅎ)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산골 다락방에서 귀농아낙 배동분 소피아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나만의 공간이 있는지...
+   [산골편지]   |  2009. 6. 22. 00:30  

2007년 6월 12일

햇살이 따가워 밭에 나가기 겁이 납니다.
챙 큰 모자를 쓰고 그것도 모자라 거기에 수건을 둘러 씁니다.

귀농 전, 여행을 가다 만나는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저 밭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은 챙 큰 모자에 왜 또 수건을 둘렀을까?
그 궁금증이 귀농하고 풀렸습니다.

두 가지 이유입니다.
하나는,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지 말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모자로 가리기 부족한 얼굴 측면으로 내리 꽂히는 햇살을 막아보자는 심산이지요.

귀농 초에은 그 수건이 답답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수건 안의 그늘이 또 하나의 세계를 이룹니다.

나만의 그 작은 그늘 안 세상에서 난 위안을 얻습니다.
지금의 나를 벌겨 벗겨 보고, 내일을 어림잡아도 보고, 작은 그늘을 닮은 작은 희망의 싹도 틔웁니다.

챙 큰 모자 아야기에 너무 진도가 오버됐습니다.

하여간 챙 큰 모자에, 긴 팔 옷에, 다시 긴 난방을 덧입고 나섭니다.
한참 밭 일을 하다 쉬는 시간...
얼굴로 쏟아지는 땀을 닦으며 햇살을 지청구 하다가 길고 긴 장마철을 생각합니다.

방에도, 마루에도, 마당에도, 옷에도 온통 습기가 진을 칩니다.
젖은 수건은 마를 줄 모르고, 인간의 힘으로는 부족하던지 기계의 힘까지 빌려 짜 널은 빨래는 마르기는커녕 더 무거워집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사람까지 습해져서 생각까지 눅눅하게 가라앉습니다.

어서 이 시간이 자나갔으면 하고 입을 씰룩이다가도 장마철을 떠올리며 오늘 이 햇살을 내 몸에 난 모공마다 감사히 찔러 넣어둡니다.

장마철 대비 작업 중 하나가 되었으니 많이 시골 생활에 지혜로워졌지요??

뙤약볕 아래 잠시 쉬며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지금 그대만의 어떤 공간을 갖고 있는지요?? 그 공간에서 내일을 꿈꾸고 희망을 일구고 있는지??"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황금물고기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4. 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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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클레지오라는 프랑스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이 작품에 대한 찬사에 대한 궁금증이 발동해서다.
그 찬사 중 ‘막 건져 올린 은빛 언어...’등의 표현이 많은 책이기 때문이 첫째이고, 둘째는 작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 두 이유는 앞뒤가 바뀐 것인지도 모른다.
노벨 문학상을 받으며 ‘황금물고기’가 더 표면에 떴기 때문에 그런 찬가들이 이어진 것이라는 말이다.

같은 작품도 그냥 읽으면 그렇다가, 노벨 문학상을 탔데..하면서 읽는 거랑은 다르다.

어쨌거나 내가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읽힌다는 늘 비슷한 전략으로 책을 구입했으나 이번에도 주현이가 먼저 읽고 내가 나중에 읽는 꼴이 되었다.

“예닐곱 살 무렵에 나는 유괴당했다.
그때 일은 잘 기억자지 않는데, 너무 어렸던데다가 그 후에 살아온 모든 나날이 그 기억을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그 일은 차라리 꿈이랄까, 아들하면서도 끔찍한 악몽처엄 밤마다 되살아나고 때로는 낮에도 나를 괴롭힌다. ...............“라는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주인공 밤이라는 뜻을 가진 라일라는 그렇게 자신의 삶을 시작한다.

이 첫문장만으로도 소설 속 주인공 라일라는 어떤 여정을 걸을지는 대충 감잡을 수 있지 싶다.

라일라의 그 어둠 속 생활은 오랫동안 계속 되었다.
밝은 곳에서 숨쉬는 것보다 어둠 속에서 자신을 감추고 사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편안함을 느끼는 주인공의 삶, 언제 어느 때 다시 붙잡혀 속박된 삶을 살지 모르는 불안감은 늘 그의 옷처럼 그의 몸과 마음에 따라다녔다.

여기서 주인공에 대해 느낀 점은 대부분의 이런 상황에서의 주인공은 강한 의지력과 인내력 등을 무기로 자신을 길을 개척해 나가는 면이 부각된다.

그러나 르 클레지오는 라일라를 그렇게 묘사하지는 않았다.
어디에서도 라일라의 강한 극복심이나 의지력 등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결론적으로 달려가다보면 그는 강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주인공에 대한 아픈 일생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런 라일라와 첫 번째 인연을 맺은 랄라아스마라는 노파의 집에 팔려갔지만 그 노파의 향기를 자주 기억해 내며 자신의 삶의 일부로 여긴다.
첫 만남이 그렇게 우리네 삶에도 영향을 미치듯이 라일라 역시 되풀이되는 구속된 삶에서 자주 랄라아스마를 느낀다.

우리네 삶도 들여다 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삶의 역정은 있다.

그러나 르 클레지오만이 그려 낼 수 있는 그 감성적이고 세부적이며 생동감있는 표현력으로 인해 ‘황금물고기’는 라일라의 일생에 더 빛나는 황금색을 입혔다고 생각한다.

소설 중반에 예감했듯이 끝에는 이런 대사가 나오며 그렇게 소설은 주인공의 삶을 마지막으로 비춘다.

“더이상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이제 나는 마침내 내 여행의 끝에 다다랐음을 안다.
어느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이곳이다.
말라붙은 소금처럼 새하얀 거리, 부동의 벽들, 까마귀 움음소리.
십오 년 전에, 영겁의 시간 전에, 물 때문에 생긴 분쟁, 우물을 놓고 벌인 싸움, 복수를 위하여 힐랄 부족의 적인 크리우이가 부족의 누군가가 나를 유괴해 간 곳이 바로 이곳이다.
바닷가에 손을 담그면 물살을 거슬러올라가 어느 강의 물을 만지게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사막 먼지에 손을 올려놓으며, 나는 내가 태어난 땅을 만진다, 내 어머니의 손을 만진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황금 물고기 상세보기
르 클레지오 지음 | 문학동네 펴냄
물고기처럼 순진무구한 천진성과 강한 생명력을 지닌 한 소녀의 역경에 찬 성장기를 그린 프랑스 작가의 장편.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라일라는 어린 나이에 인신 매매범들에게 납치돼 아랍, 프랑스, 미국을...


 


 
 
        

 

귀농풍경 -- 자연에서 들이다.......
+   [산골풍경]   |  2008. 12. 10.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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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스리기에 제일 좋은 방법은 단연 산책이다.
말이 산책이지 어슬렁거리기에 가깝다.

술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기도 하고, 주위의 찔레 열매 등에 말을 걸기도 하고, 바쁜 아낙의 손을 기다리다 떨어진 모과를 주워 주머니에 넣기도 하고, 된서리 맞고 달려있는 꽃사과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그 어슬렁거림은 어쩌면 한 편의 여행조각이다.
만나는 도반들이 이토록 다양하고, 마음으로 전해지는 향기가 명품 향수 이상으로 코를 기분좋게 만들어 주니 여행조각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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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슬렁거리다 보면 어느새 야속함이나 배신감에 파리해지던 마음도 모닥불 사그러들듯 잦아든다.
걷고 걷고 또 걷고...
그러다 저 호수밭 끝에 보이는 산소가 나타나면 그답 되돌아 내려온다.
난 산소를 무서워한다.

오늘은 그렇게 조각여행을 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내밀고는 자연을 꺾어왔다.
들에 흔한 거지만 그것도 자연에서 건지는 것이라 귀농하고부터는 내가 건진만큼 자연의 균형이 깨지지 않을까를 걱정하게 된다.

산에서 내려와 시어머님의 어머님이 쓰셨다는 작은 단지에 그들을 담으니 무궁화 다섯 개 붙인 호텔 로비의 꽃꽂이보다 아름답다.
가만 들여다 보면 어느 것 하나 표정 없는 것이 없다.

아기 천사 아래 두었더니 천사도 추해 눈빛이 흐릿하다.
천사가 그 정도인데 인간이야....

요즘 자연에서 들인 것들을 보며 마음이  호강을 하고 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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