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이야기를 시작하려합니다.
몇 년 전에 처음 사과농사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의 기분이 되살아나네요.
귀농의 세월밥이 고봉으로 쌓일수록 자꾸만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귀농의 삶에 맞서 누가봐도 뒤지지 않는 혁혁한 공 따윈 세운 적 없지만 힘든 일이 생기고 마음의 상처를 받을 때마다 4가족이 서로의 등을 쓰다듬으며 살아온 세월이기도 해요.
그래서 더욱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얼마나 따뜻하고 소중하며 이 울타리만큼 면역력을 키워주는 공간도 없음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나의 동반자는 어떠 했을까요?
그는 ‘귀농주동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깨가 짓눌렸을 거예요.
멀쩡히 직장 잘 다니던 자신뿐만 아니라 마누라까지 직장 그만두고 귀농하자고 옆구리를 찌른 자로서 당연했겠지요.
‘가장’이라는 무게만 지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든 가장이 짊어진 무게에다 덤으로 짊어진 ‘귀농주동자’라는 어깨의 무거움으로 인해 그는 얼마나 걸음이 무거웠을까 싶어요.
나만 그렇겠어요.
어느 집 할 것 없이 ‘가장’은 나머지 가족을 자신의 몸 뒤로 숨기고 만장처럼 앞서가는 사람들이지 않은지...
귀농 초장에 유기농으로 고추농사를 지었는데 잘 되었어요.
그러다 욕심을 부려 엄청 늘려서 고추를 왕창심었고, 왕창 망했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농사도 포트폴리오를 해야 하는구나 라고요.
이 중생들이 둘다 대학원에서 국제경영을 전공해봤댔자 귀농의 삶에서 써먹은 거라고는 달랑 ‘농사도 폴트폴리오를 해야 한다’며 다른 작물을 고민하는 정도였어요.
어쨌거나 거대한 폴트폴리오의 일환으로 그때 효소가공을 시작했다.
해발 700고지가 넘는 산골의 들과 산에서 나는 산야초효소, 개복숭아효소, 쇠비름효소(발효원액)를 만들었고 반응이 좋았어요.
식품허가를 내야 했으므로 가공시설도 깐깐하게 갖춘 가공건물을 지었어요.
통은 커서 크게 지었지요.
그리고 야콘농사도 범위를 더 넓혀 농사짓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귀농 초 처음 야콘을 심었을 때는 야콘을 아는 사람이 전무했다고 보면 됩니다.
우연히 먹어보고 그 약성에 반해 초보농사꾼은 무조건 야콘을 그것도 유기농으로 심겠다고 했어요.
사실 2001년에 야콘농사를 그 정도로 많이 짓는다는 것은 정말이지 미친 짓이었어요.
주위에서 입 둔 사람마다 말렸어요.
아무도 알지도 못하고, 팔리지도 않는 야콘농사를 왜 그렇게 많이 짓느냐며 걱정보다 비웃음에 가까운 시선을 우리라고 못느꼈을까요.
(<한국기행>에 출연한 귀농 주동자 모습입니다.)
초보농사꾼의 생각은 단순했어요.
‘야콘효능이 이리 좋은데 언젠가는 그 효능이 알려진다’는 게 그의 철학이었는데 달팽이와 같은 느림의 철학이 바로 그거였어요.
그는 서둘지 않고, 초조해 하지 않고 묵묵히 그것도 유기농인증을 그 시절에 받아 자식처럼 야콘농사를 지었어요.
그리고 TV에 우리 가족이 자주 등장했는데 그때마다 야콘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TV에는 아주 많이 소개되었거든요.
(<6시 내고향> 촬영모습입니다.) 개복숭아효소에 대해 하늘마음농장이 소개되었어요.
되도록 야콘을 심거나 수확하거나 할 때 촬영하자고 하는 것은 물론이고, KOEX 그 밖의 야콘을 알리기 위한 우리 부부의 노력은 대단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야콘이 알려지는데 우리집 귀농 주동자인 초보농사꾼이 일조를 했다고 자부하는 거지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늘마음농장 야콘도 점점 알려져 갔어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지요.
우리나라 농가의 특성은 주로 ‘남이 안하는 것을 개발하여 자신이 잘되는 것이 아니라 남이 좀 괜찮아 보이는 것에 올인해서 같이 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야콘 역시 야콘의 효능이 알려지는 속도보다 너도나도 야콘이 돈이 된다며 거의 모든 농가에서 야콘을 심는 시점에 이르렀어요.
그러니까 야콘이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자리매김이 되기 시작한 거지요.
그때 초보농사꾼이 생각한 것이 야콘즙 가공이었다.
귀농 주동자는 야콘즙을 가공을 입에 올렸고, 아주 어마무시한 야콘즙 가공기계들이 산골로 들이닥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통은 커서 야콘즙 가공시설을 따로 또 지었지요.
그것도 수입통나무로....
그만큼 고민도 많았다.
이 시설을 들여 만든 야콘즙이 바닥을 치면 어쩌나...
그러나 야콘의 효능으로 보면 생야콘 먹을 철이라고 해야 달랑 3달 정도인데 당뇨, 변비, 동맥경화, 고혈압, 고지혈증 등에 좋은 이 야콘을 연중 공급해야 한다는 게 초보농사꾼의 생각이었다.
생각만큼 자주 야콘효능이 소개되어 야콘즙 또한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어요.
물을 한 방울도 넣지 않고 야콘즙가공을 하니 우리 하늘마음농장의 야콘즙이 진하다는 입소문이 나서 점점 알려지게 되었어요.
그러나,
그러나 언제부턴가 초보농사꾼의 입에서 ‘사과’ 이야기가 자주 흘러나왔어요.
난 그다지 관심이 없었으므로 한 귀로 듣고 잽싸게 한 귀로 흘려보냈지요.
귀농하자고 할 때와 마찬가지로...
(약을 조금밖에 안쳤더니 검버섯이...그런데 이것을 더 좋아하시네요.)
그러나 그 놈의 호기심은 유효기간도 없는지 점점 ‘사과농사’에 방점을 찍으려 달려들었다.
그때 깨달았다.
‘아,,,,, 저 중생이 그냥 해보는 소리가 아니구나.“
<<사과 이야기, 다음 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