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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아낙 _해당되는 글 8건
2011.03.16   귀농편지,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는 일 
2009.09.03   귀농일기--왜 자살했을까?? 
2009.07.30   귀농아낙의 산골편지-- 귀농주동자의 이상한 버릇 
2009.03.18   귀농일기--내가 좋아하는 곳은?? 
2009.03.16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아버지 신부님 
2009.01.14   귀농일기-- 비싼 내 장난감 
2008.12.22   귀농아낙의 일기-- '가야 하는데...' 
2008.11.03   귀농일기 -- 세월이 약(藥)인지 독(毒)인지... 

 

귀농편지,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는 일
+   [산골편지]   |  2011. 3. 16. 15:56  



뒷말 없이, 날개 없이 떨어지는 복사꽃을 보며 나도 어떤 행위를 하면서 그렇듯 조건 없고, 뒷말 없어본 적이 있는가 되물어 본다.

대낮에는 땅에 코를 박고 내 얼굴로 흐르는 땀냄새를 양념으로 맡다가 부은 얼굴로 집으로 향하는 시간, 그 시간은 얼마나 가슴이 뿌듯한지 모른다.


요즘 비노바 바베의 말이 자주 생각난다.
“내가 말하는 명상이란 기도와 탈키(또는 차르카) 물레질을 모두 의미하는 것이며, 탈키 물레질은 행동으로 표현한 명상이다”라고 했다.


그렇듯이 나 또한 대지에 코를 박고 챙 큰 모자 안이 우주인 듯 그 안에서 명상을 하고, 땀을 흘리다 보면 하루 해를 등지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여름안거를 마치고 나서는 스님의 발걸음만큼 가볍다.


그렇게 들을 내려와 집으로 향할 때 두 농부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아는체하는 개복숭아 나무.
뿌연 어둠이 내리는지, 돋보기를 많이 쓴 탓에 눈이 맛이 갔는지 눈깔빠지게 들여다 봐도 복사꽃의 선명함은 맛보지 못했다.


내가 그런 성실하지(?) 못한 처지로 바라보아도 연한 핑크인지, 인디언 핑크인지, 허여멀건 핑크인지 하는 복사꽃잎이 농부를 위해 하늘하늘 땅으로 자세를 낮춘다.


나도 누군가에게 뒷말없이, 조건없이 행동한 적이, 자세를 낮춘 적이 있는지 괜시리 미안스러워지는 밤이다.
오늘은 귀눈이 콩만한 복사꽃이 내 혼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


귀농하고 두 해인가 모를 심어봤다.
집이 딸린 6천평 땅 중에 세 다랑이나 되는 논이 있었다.


그것도 집 바로 앞 황금위치에...

논농사는 밭농사와는 달리 물에서 하는 일이다.


우선 봄에 모심기를 할 때면, 엉덩이를 하늘로 높이 치켜 세우고 모 몇 가닥을 다섯 손가락을 오무린 끝에 살포시 쥔 다음 땅에 박아야 한다.

이 때, 힘의 분배가 절정을 이루어야 한다.


너무 깊이 박으면 모의 모가지까지 물이 차서 죽게 된다.

그렇다고 힘을 빼서 꽂으면 내 손이 물 속을 빠져나오자마자 모도 얼떨결에 따라나와 수영장의 튜브처럼 둥둥 배회하고 다닌다.


내게는 수능만큼 어려운 모를 하나 심고 나서 다음 모를 심기 위해 발을 빼려면 논바닥 밑에 귀신이 달라붙어 있는지 도통 발목을 잡고 놓아줘야 말이지.

어찌어찌 허벅지에 힘을 주고 한 발을 빼면 그 옆 발이 안빠지네.


그렇다고 달랑 모 하나 심고 쳐들었던 엉덩이를 원위치시키고 직립 인간임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 꼿꼿이 서서  발 빼는 작업에 있는 힘 다 빼고 언제 또 엉덩이를 하늘로 쳐들고 옆 모를 심는단 말인가.


그래도 자존심 하나는 꼿꼿해서 허리를 펴지 않고 눈깔빠지게 머리를 조아리며 땅에 경배를 했었다.

난 모를 잘 심을줄 알았다.


왜냐 하면 난 손이 잽쌌기 때문이다.
단순 반복 작업이라면 손이 안보일 정도로 실력을 발휘해 왔던 전력으로 보아 문제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모내기를 하기 전 옷맵시부터 프로는 다르다는 되먹지 않은 생각으로 여물게 챙겨입고 의기양양하게 ‘논으로 돌진’이라는 초보농사꾼의 명령이 떨어지길 모가지에 힘주고 기다렸었다.


그러나 사단은 논에 들어가자마자 났다.
일단 들어가면 발이 빠져야 잰 손을 놀리든지 말던지 할게 아닌지.


어쩌다 발이 떨어진다 해도 물 속의 모간 간격이 영 어른거려 그것 눈대중치느라 또 분기탱천하던 사기는 논바닥에 패대기쳐지기 일쑤였다.

물밖 눈대중은 귀신인데 물 속 눈대중은 죽어도 안되었다.


르노아르는 장미를 그리다가 잘 안되면 장미꽃잎을 따서 먹었단다.
혹여 그러면 잘 그릴까해서란다.


그때 심정이라면 모라도 씹어먹고 싶은 심정이었다.
점점 사기는 떨어지고 하늘로 쳐든 엉덩이 중간은 부러질 듯 아프고 이래저래 내 맘대로 안되니 거의 논바닥에 얼굴을 닿을 듯 쳐내린 탓에 피가 몰려 건드리기만 해도 분수처럼 사방으로 피가 튈 것같았다.


혼자서도 내 자신을 수습못하고 있는 판에 산통을 깨는 쪽은 꼭 초보농사꾼이었다.
왜 옆으로 이동을 못하고 한 자리에 북박이라느니,

모심던 선우 엄마 뒷간 갔느냐느니...

다른 아주머니들도 웃겨 죽는단다.


안그래도 단순반복 작업을 잘한다고 되어 있는 나의 이미지에 금이 간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초보농사꾼까지 가세를 하니 그 말의 모서리에 찔려 논바닥에 박은 종아리에서 거머리에 물린 것처럼 피가 날 것같았다.

사실 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나의 손놀림을 믿어왔기에 그 상심은 아주 컸다.


이쯤되면 눈에 세운 핏대와 자존심을 누그러뜨려야 하지만 그때만 해도 성질머리와 자존심은 뭣같아서 그러고도 논에서 오래 버텼다.

그 후로 난 논에 들어가지 않았다.


모심는 날이 닥아오면 나쁜 머리를 총동원하여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물 밖의 일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핏대를 세워가며 초보농사꾼 귀에 넣어주었고 단순한 그는 어렵지 않게 세뇌되었었다.


어쨌거나 논농사는 오래가지 못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웃 할아버지가 당신이 들어갈 묘자리에 물길이 지나가면 안된다고 우리 논으로 들어오는 보를 막아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우리가 이사오기 전에는 멀쩡히 그 가묘자리로 물길이 지나가도 전 주인이 논농사를 잘 하셨다는데 우리가 뭣도 모른다고 생각하셨는지 그런 일이 생겼다.


초보농사꾼은 말싸움이 싫어 논을 닫아 걸었다.
그것으로서 세 다랑이 되는 논은 논 구실을 못하게 되었다.


봄이다.
야콘을 심고나서 고추를 심을 시기가 되면 겨우내 물기 없이 뽀송거리던 마을 논에 물이 찰랑찰랑거리게 된다.


그리고 논을 삶는다(논을 간다는 표현을 이곳에서는 이리 표현한다.), 모를 심는다 분주해진다.

올해는 보무도 당당하게 이웃분의 논에 모를 심어드릴까 생각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논 주인이 ‘거부의사’를 밝혀올까 두렵다.
혹여 예전 나의 실력(?)을 기억해내신다면 그럴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솔직히 모심는 실력은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니까.

내일은 야콘즙 포장작업이나 그 재다는 손으로 실력발휘해 가며 쌩소리나게 해치워야겠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산골 다락방에서 귀농아낙  배동분 소피아


 
 
        

 

귀농일기--왜 자살했을까??
+   [귀농일기]   |  2009. 9. 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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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부터 산골아낙이 컴퓨터 책상 앞에 책을 한 권 올려놨다.
인간과 대지를 연결하는 한 농부 철학자의 삶과 사상을 담은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라는 책인데 요즘 하도 피곤해서 책 한권 보지않는 나를 위해서 이것만은 꼭 보라는산골아낙의 시위인 것 같다.


소개글을 보니 삶의 근원인 대지,생명을 경외하는 농부의 마음을 진솔하게 담은 것 같아 꼭 시간을 내서 아니 시간이 없더라도 반드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선우가 학업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예전에도 가끔씩 혼자서 산골주위를 산책하곤 했지만 최근엔 그 횟수와 시간이 점점 더 많아졌다.
고2의 학생이 받는 학업스트레스가 오죽하려니 해서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고 도움이 되지 못하는 애비의 마음도 타 들어간다.

지난 주일의 일이다.그날도 산골을 산책하다가 들어온 선우가 근심에 찬 얼굴로 들어와서는 묻는다.


“아빠, 거북바위옆 포장도로에 지렁이들이 올라와서 자살을 하는 것 같아요?”


근심어린 얼굴이 걱정되어 같이 올라가 보니 정말로 지렁이들이 시멘트 포장도로에서 말라 비틀어진 것도 있고 마지막 남은 목숨 살려보려고 바둥거리는 지렁이들도 보였다.


다른 땅의 지렁이들은 땅 속에서 잘 지내고 있는듯한데 유독 새로 포장한 바로 그 길이만큼만 지렁이들이 목숨을 놓은 것이다.

토양에 지렁이가 많이 산다는 것은 토양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바로미터인데 이 토양에서 지렁이가 탈출하다가 죽는다면 분명히 이 근처의 토양생태계가 나빠졌다는 암시인데 걱정이다.
그렇다고 화학비료나 농약을 친 것도 아닌데….


이 산골처럼 청정한 곳에서 지렁이가 살지 못한다면 …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이었지만 선우의 진지한 모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없어 심각한 표정을 나누어 가졌다.

귀농 전같았으면 피곤하니까 대충 대답을 하고 말았거나 아니면 귀기울일 여유도 없었을테지만 귀농하고의 삶에서 이런 일을 하루의 시간을 종일 바쳐도 아깝지 않은 그런 대화꺼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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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아낙과 주현이는 먼저 성당을 갔고, 선우와 단 둘이 세레스를 타고 미사를 보러가면서 지렁이들이 반란을 일으킨 이유에 대해서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세레스의 그 화통을 삶아먹은듯한 소음에 더 큰목소리로 토론을 벌이자니 목구멍이 다 컬컬해졌다.

선우가 생각하는 지렁이들의 자살이유는 이랬다.

첫번째는 거북바위 옆 밭에는 해마다 고추와 야콘,상추나 푸성귀를 심었는데 올해 아빠가 소나무와 개복숭아 묘목, 천년초 등을 심는 바람에 고추와 야콘만 보아온 지렁이가 자기가 동네가 아닌 줄 알고 착각하고 이사 가다가 변을 당했을 가능성

두번째는 원래 시멘트 포장을 하기 전에도 그 길은 지렁이가 자기처럼 산책하는 산책길이었는데 시멘트포장을 해서(시멘트 포장은 작년 가을에 했음)그걸 모르고 3미터나 되는 시멘트 포장길을 횡단하다가 힘이 빠져 죽었을 가능성

세번째는 아빠가 심어놓은 소나무 골 사이에 잡초 방제용 검은색 부직포를 깔아놔서 너무
어둡고 칙칙해서 따뜻한 남쪽나라 찾아가다가 변을 당했을 가능성 등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산골소년 나름대로 심각하게 이유를 나열했지만 나로써는 수긍할 수가 없어 일단 좀더 정밀 조사를 해 보기로 하고 밭을 둘러 보았다.

우리 산골은 밭 바로 옆에 흐르는 실개천의 물을 그대로 모아서 식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농약이나 비료는 커녕 밭에서 일하다 오줌 싸는 것 까지도 조심을 하는데 이유가 뭘까를 고민하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천년초

집에서 키우면서 식구들 먹으려고 심어놓은 토종선인장이라는 천년초가 범인인 것 같다.
모든 선인장이 가시가 있지만 이 천년초의 가시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미세하다.


바람에도 날라와 사람의 몸에 닿으면 여간 따갑고 가려운 것이 아니라 작업이 아주 힘들다.
가시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제거하기는 더욱더 쉽지 않다.

천년초의 절반은 땅 속에 묻혀있고 나머지는 위에서 자라는데 이 가시가 지렁이들이 반란(?)을 일으키게 한 원인인 것 같다.

아내는 그게 아니라고 했다.


선우의 말대로 새로 시멘트 길을 연결해서 그 부분에서만 지렁이가 죽었으니 아마도 시멘트 길 아래의 지렁이들이 나왔을 가능성이 더 크단다.
우리 주현이도 거기에 끄덕이는 모양이고...

하여간 나는 천년초 가시가 손과 발도 없는 연하고 습한 지렁이 몸통에 붙었으니 답답하고 괴로워서 어떻게든 제거해 보려고 발버둥치다 보니 시멘트 포장에 까지 올라와서 죽은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금더 지켜본 다음에 지렁이를 살릴 것인지 천년초를 살리 것인지를 결정해야겠다.


왜냐하면 산골소년이 주말에 오면 또 지렁이들의 목숨을 살필 것이고 그동안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귀농주동자로서의 얼굴도 서지않으니 말이다.

이거 농사지으랴, 아들의 호기심때문에 지렁이 자살 방지하랴 정신없이 돌아가지만 그래도 난 산골이 좋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로 !!!

산골에서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아낙의 산골편지-- 귀농주동자의 이상한 버릇
+   [산골편지]   |  2009. 7. 3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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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1일

키 작은 돌나물이 찔레꽃 아래 숨어 피었다.
허구 많은 장소 중에 무서운 가시를 곧추세우고 위협하는 찔레꽃 아래에서 땅을 기고 있는지...

스스로를 낮추느라 사람 눈에 띄기 힘들지만 그 초록의 살갗은 금방이라도 배냇향이 날 것만 같다.

오늘은 그렇듯 겸손한(?) 돌나물을 한 줄기 떼어다 제일 높은 자리(?)에 올려놓았다.
항아리를 놓고도 모자라 또 그 위에 항아리를 엎어뜨려 놓고 집을 마련해 주었다.

그렇게 해놓고 생각하니 이건 인간의 욕심이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그 자리가 높든 낮든 상관없이 제 할 일을 하다가 가는 것인데 인간의 욕심이 발동하여 이렇게 쌩뚱맞게 아파트같은 곳에 집을 마련해 준 것은 아닌지...

떼어도 또 몸을 키우고 산골아낙의 발소리를 기다리는 돌나물.
오늘은 돌나물을 뜯어 새콤달콤 무쳤다.
산골가족 입안에 하나 가득 봄이 피어나겠지...

******************************

초보농사꾼이 또 뜨거운 거름을 주고 있다.
그곳에 어린 봉선화랑 코스모스 싹이 들어 있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얘기를 했었다.

그러면 알았다며 대답은 시원시원 잘 했었다.
그러다 다음에 보면 옆으로 조금 이동한 장소에 다시 뜨거운 거름을 붓는다.
거기에 산골소년까지 가세하는 것을 목도했었다.

시간이 흐르자 집을 중심으로 왼쪽 꽃밭은 누가 봐도 꽃밭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데 좌측 꽃밭은 기계충을 앓은 것처럼 파란 싹 하나 없이 초토화시켰다.

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었다.
‘이상하게 싹이 안올라 온다‘ 는 소리만 되풀이 하고 돌아섰었다.
볼수록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러다 하루는 마당을 내다 보니, 범인은 초보농사꾼.

귀농 초에도 이런 일이 있어서 그 버릇을 고친줄 알고 방심했었다.
이제 버릇고치기 어려울듯 싶다.

오늘도 영역표시를 하다 나에게 딱 걸렸다.
귀농 초에도 그런 일이 있어서 그거 단속하느라 애를 먹었었는데 지금껏 그런 모양이다.

순경이 노상방뇨하는 사람을 잡아 세우고 훈계하듯 도대체 왜그러느냐고 눈이 뒤집혀 볼멘소리를 했더니만 돌아오는 대답이 환장할 노릇이다.

변기에 쏟아붓고 물로 씻어내리기가 아깝다나 뭐라나 하며 뒷말을 한다.
“하이고,... 그러셔요...”

폐일언하고, 정녕 아까우면 달밭 개복숭아 심어 놓은 곳에 거름을 부으라 했다.
이제 아들 녀석만 내 째진 레이더에 걸리기만 하면 된다.
그 녀석은 또 어떤 변명을 할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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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기도 바쁜 세상에 불철주야 노상방뇨 단속까지 하고 있으니 산골아낙은 몇 가지 임무를 수행하는지  원...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제 2년차인 개복숭아 어린 묘목 한 20그루를 줄 세워 놓고 하루가 멀다 하고 들여다 보고 있는데 이거 뜨거운 거름 때문에 개복숭아 나무 다 죽이는 건 아닌지 슬 걱정이 되었다.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고 이 노릇을 어쩐다지...
내일은 다른 곳에 있는 봉선화, 코스모스 모종을 머리카락 이식하듯 이식시키려고 한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자세한 내용은 www.skyheart.co.kr (하늘마음농장)로 오세요.))


 
 
        

 

귀농일기--내가 좋아하는 곳은??
+   [귀농일기]   |  2009. 3. 1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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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0일

난 오지를 좋아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좋아하듯 땅도 누구도 크게 손상시키지 않은 곳을 좋아한다.
누군가가 나의 이런 성향을 알고 어디가 참 오지더라, 어디가 정말 끝내주더라 하는 말을 들으면 간단한 약도만으로도 우린 바로 확인사살에 돌입한다.

한번은 산골아낙에게도 말도 안하고 나섰다가 어두워지고 밤이 되어 집에 오니 난리가 났었던적도 있었다.
실종신고를 한다고 동네 형에게 말하고 난리였다.
처음 가려고 한 것이 아니고 볼일 보러 나갔다가 그 생각이 탁 나면 바로 돌진...
핸드폰이 안터진는 곳이니 연락할 방법도 없고 금방 갔다오면 되지 하고 나섰다가 그렇게 된 적도 몇번 있었다.
아내는 그런 남편과 살아서 알아서 감잡으면 좋겠는데 꼭 걱정을 하고 별별 상상을 다하고 기진맥진해 있곤 한다.
이젠 나이도 먹고 했으니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아직도 그 오지가 부르는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그 근성은 못고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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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논산의 이원무 신부님이 오셨기에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새점 밭을 구경시켜 드렸다.
새점밭은 바로 불영계곡과 접해 있어서 풍광이 좋다.
신부님과는 통하는 것이 많아서 말씀드렸더니 가보자고 하신다.

아내랑 새점밭으로 가서 밭을 보고 우린 불영계곡을 걸었다.
신부님도 풍광이 좋다고 하신다.

불영계곡의 물소리가 힘차다.
불영계곡은 겨울에도 을씨년스럽지 않다.
겨울에도 늠름하면서 멋지다.

새점밭 바로 옆이 이 사진의 모습이다.

신부님과 계곡을 걸으며 이런 저런 오지 이야기를 하며 한바탕 웃었더니 계곡도 쩌렁쩌렁 울리는듯했다.
사람과 사람
계곡물과 사람
모두 한데 어우러져 이야기꽃을 피웠다.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아버지 신부님
+   [산골편지]   |  2009. 3. 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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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32CC09">요즘 산골날씨가 좀 녹녹하다 보니 슬슬 봄생각이 끼어든다.
인간의 간사함은 이런 데서도 제 구실을 잘 하고 있다.
이러다 엊그제처럼 맹추위가 기세를 떨치면
‘봄은 무슨 얼어죽을 봄’하면서 자신의 경박함에 쐐기를 박는다.

귀농 초같았으면 지금 온천지가 눈으로 덮여 있어 어디가 밭이고, 어디가 개울인지 이곳에 몸붙이고 사는 자 말고는 어림짐작을 하기도 어려울 지경일 것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인지 뭔지 발음도 어려운 현상으로 지금 산골에 눈이 없다.
냉이가 금방이라도 머리를 치박고 땅 위로 튀어나올 것만 같아 쭈그리고 앉아 땅의 간지러움을 함께 느끼고 있다.

오늘은 요정도로 물러나지만 다음에는 봄바구니와 칼을 옆에 차고 가리라 다짐하는 날이다.</font>

*****************************************************

그대는 살면서 팔다리가 갑자기 없어진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지...
난 말이다.
머리 털나고 처음으로 팔 다리가 갑자기 없어진 사람처럼 내 몸 하나 건사하기 벅찼던 때가 있었다.

낯설고 물선 곳으로의 귀농.
누가 등을 떠밀어서 내려온 것도 아니고 내 스스로 선택하여 내려온 곳이지만 핏줄들이 바글바글하게 살고 있는 곳을 떠나 무인도나 다름없는 낯선 울진으로의 귀농은 내게 그런 경험을 하게 했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모르는 사람들뿐이고, 핏줄의 그림도 없는 이곳 울진으로의 귀농을 결심하고 내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운 적이 있었다.

‘신은 어디에도 계시고 그곳에도 성당이 있을 것이다’
그 한 줄의 주문을 믿고 난 주동자인 초보농사꾼보다 더 서둘러 귀농을 했다.
그 한 줄이 나의 빽이었고, 든든한 후원자였고, 영원한 도반이었다.

그렇게 울진으로 내려와 처음 간 곳이 울진성당.
그때 주임 신부님이신 분이 이 상복 비오 신부님이시다.
신부님은 어디에도 아는 사람이 없는 이곳 울진에서  등을 비비도록 언덕이 되어 주셨던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사를 시켜 주셨고 그것도 모자라 상대방이 관심이 있던 없던 상세설명까지 잊지 않으셨다.
귀농 전에 무엇을 하던 사람들이고, 지금은 서면에 귀농해서....하시면서...

신부님의 그런 사랑과 관심으로 난 숨을 쉴 수 있었고, 모가지에 깁스한 사람처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사람의 일이 어떻게 여봐란듯이 쭉 좋은 쪽으로만 작용하는지...
신부님이 함창본당으로 발령받아 가셨다.
그때의 허전함과 서운함과 절망감이란...
다시 한번 등이 시리도록 외로움을 느껴야 했다.

신부님이 함창 본당으로 가시고도 우린 몇 번 찾아 갔었다.(한번만 신부님을 뵐 수 있었지만...)
 야콘을 수확하면 제일 먼저 보내드리고 싶어 신부님 모습을 떠올리며 하나하나 포장을 했었다.

그러다 오늘 신부님이 산골에 오셨다.
내가 오늘 당장 찾아 뵙겠다는 전화를 드렸더니 마침 울진에 오신다며 월요일에 들리시겠단다.
얼마나 좋던지...

아버지 신부님께 새로 지은 집도 보여드리고  선우(아론), 주현(안나)의 큰 모습도 보여드리고 앞으로의 계획도 말씀드려야지....
기다림의 하루는 참으로 길었다.

드디어 신부님이 산골에 오셨다.
신부님 손을 잡았을 때의 그 따사로움은 귀농하고 처음으로 잡았을 때의 그 온기 그대로였다.
또 한 가지 그대로 인 것은 소년처럼 맑은 웃음이었다.

신부님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드렸고, 상의드리고 싶었던 부분도 말씀드렸다.
오랫만에 막내 딸네 오신 친정 아버지에게 말씀드리듯 그렇게 두서 없이 이것저것 드릴 말씀이 입에서 다투어 쏟아져 나왔다.

신부님은 그런 나를 다 이해하시는듯 이래도 웃으시고, 저래도 웃으시며 귀한 말씀을 해주셨다.
홈에 자주 오시어  산골가족의 사는 모습을 잘 보고 간다는 말씀을 하실 때는 엄나무 가시보다 더 굵은 가시가 목구멍에 걸린듯 아리하게 매어왔다.

아쉽게도 두 분의 손님과 함께 오셔서 오래 계시지는 못했다.

신부님은 또 보자며 잘 살라는 말씀을 뒤로 하고 가셨다.

헤어짐은 말이다.
희망의 다른 말이다.
헤어짐은 슬픔이 다가 아니다.
이런 아리한 헤어짐 뒤에는 희망이 돋는다. 시소처럼...

신부님은 우리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가셨고, 나는 훗날 아버지 신부님께 자랑할 꺼리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 것이다.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서 비 맞은 중마냥 중얼거렸다.
“신부님, 건강만 하세요. 저도 잘 살께요...”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 비싼 내 장난감
+   [귀농일기]   |  2009. 1. 1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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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0일

갑자기 산골의 날씨가 추워졌다.
벌써 내려야 할 눈이 지난번 한번 내리고 난 이후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아랫마을 덕거리는 며칠 전부터 물이 끊겨서 소방차가 긴급으로 물통을 이동해와 비상
급수중이다.
작년 말 덕거리 마을 급수시설을 새로 했는데 그게 잘못되었는지 아니면 정말로 가뭄이
심해서 그랬는지…….

덕거리보다 한참 위에 사는 우리 집은 그나마 물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아랫마을 덕거리 할매, 할배들이 물을 길어 나르면서 가끔 마주치면 부터골은 물이 잘 나오냐고 묻느라 정신이 없으시다.

아마도 당신들은 그나마 국도에  인접한 마을이라 물이 끊겨도 이렇게 비상급수라도 하지만 산골 독가촌은 그것도 힘들까봐 염려하시는 말씀인 것 같다.

이렇게 올해 물 때문에 난리인 와중에도 그나마 우리가 물 걱정이 아직까지 없는 공은 전적으로 달길님의 덕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워낙 꼼꼼한 달길님이 우리 집 수도공사를 완벽하게 해 주어서 그나마 이렇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덕거리에 내려가서 물을 실어 나르는 할매들을 볼 때마다 달길님께 고마운 생각이 든다.
집수정이 워낙 추운 장소라는 내 경고를 무시해서 가끔 모터가 어는 것만 빼고 ㅎㅎ


올 겨울 눈이 아직까지 쌓이지 않은 관계로 나에게 있어서는 큰 목표를 세웠다.

작년 초에 우발적(?)으로(이렇게 불면 안되는데 산골아낙에게는 몇날 며칠 고민고민하고 따져보고 구입했다고 했는데...) 구입한 포크레인의 작동방법을 이번 농한기에 확실히 익히는 목표 말이다.

 맨날 산골아낙에게 “당신에게 저 포크레인은 산골에 있어서 꼭 필요한 농기구나 장비가 아닌 비싼 장난감이야!!! 저 포크레인 가격만 하더라도 우리 선우, 주현이 어렸을 때 사다준 장난감 가격의 몇 십배는 되겠다!! “라는 타박을 보란 듯이 벗어 버리겠다고...

나름대로 마음을 먹다가 주위에 일하러 온 전문 포크레인 운전기사에게 어떻게 하면
포크레인을 작동 잘 하겠냐고 물어봤더니 장비라는 것은 천차만별이라 장비와 운전자가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하루 1시간씩 10일을 하는 것 보다는 하루에 10시간을
하는 것이 중고 농기계의 성질도 알고 자기도 그 기계에 맞출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마음먹고 하려니 급한 성질에 운전대에 30분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장비는 가만있는데 내 얼굴만 시뻘게 져서 내려온 것이 수차례....

이번 겨울에는 그나마 땅이 얼지 않고 야콘즙 만드는 것도 며칠 미루고 운전연습에
들어갔다. 최소한 4시간이상 운전석에 앉아 있기로 마음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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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타겟은 두릅밭이다.
두릅이 많이 죽어서 다 밀어내고 나무를 심으려고 한다.
두릅을 밀어내는 공사는 달길님이 도와주셨었다.
그렇게 공사한 것의 잔나무들을 모두 끌어내고 정리를 하는 작업이다.

맨 위 두릅밭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신바람나게 작업에 임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노을처럼 붉어지는 얼굴을 담배 한 대로 식혀가며 조금 조금 하다 보니 정말 쬐끔(?) 감이 오기 시작했다.

신이 나서 점심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열심히 기계의 감각을 익히던 중 ..........?????????
포크레인이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가질 않았다.

처음에는 내가 작동을 잘 못했나라는 생각에 마음을 추스르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천천히
하나하나 되짚어서 하는데도 제자리걸음이다.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에 포클레인에서 내려와서 쳐다보니…….
포크레인의 트렉(바퀴)이 조금 빠진 것이 아니라 완전히 이탈되어서 바퀴하고 몸체하고
따로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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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실 트렉이 한쪽만 빠져도 전문 기사들은 감으로 느끼는데 나는 워낙 감각이 무디고
처음으로  본격적인 운전을 해보는 것이라 엔진소리, 그리고 조금씩 감각을 익혀 간다는 희열에 바퀴가 통째로 빠져나간 줄도 몰랐다.
이런걸 보고 황당이라고 하나 당황이라고 하나....

일단 철수 후 다음날 올라가서 어찌 해 보려니 트렉과 몸체가 점점 더 멀어져만 가고
처음보다 더 어렵게 되었다.

“멀어져간 사랑아,,,가 아니고 멀어져간 바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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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꼬인다 꼬여.
내일 달길님께 전화해서 부탁 한번 해야겠다.


산골에서 초보농사꾼(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일기-- '가야 하는데...'
+   [산골편지]   |  2008. 12. 2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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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부터 눈이 내려 집으로 올라오는 큰 돌 부분이 위험하게 되었다.
결국 성당행을 포기해야 했다.
그런 날은 조금 어수선하다.

꼭 뭐 누고 뭐 안닦은 기분이랄까...
하여간 뭔가 나사 하나 빠진 것같으면서도...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오늘도 약간의 문제가 있다.

선우네 고등학교에서 오늘 축제가 있단다.


당연히 늙은 부모들이야 소용이 없겠지만 이번에는 부모님들도 오셔서 애들 노는 것도 보고 , 함께 호흡도 하고 그러라는 의미로 교장선생님께서 부모님들도 시간되시면 구경오시라고 했단다.
담임선생님 말씀이...

그렇다면 그것도 의미있는 일겠다 싶어 오늘 가려고 했는데 이거 눈이 문제라...
내 운전실력으로는 국도까지가 문제다.
국도는 워낙 울진군이 잘 치우기때문에(이건 진짜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국도까지 가는 길이 위험하다.
그래서 결국 또 포기...

안그러면 초보농사꾼을 대동하고 가야하지만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초보농사꾼도 오늘 일의 스케줄이 빡빡한데...

모든 일에 후회나 실망을 안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짧게 , 다음 해야할 일이나 다짐, 희망은 길게....!!!!
하자고 초보농사꾼과 아침 식사하면서 말했다.
그럼 실천해야지...

산골에 와서 여러 가지 변화에 대해 한번 죽 글로 나열하고 싶다.
내가 이렇게 변했음을 나도 놀라며 나에게 용기를 더 주고 박수도 쳐주기 위해서라도...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사진은 2년전에 산골아이들 모습이다. 겨울의 놀이 또한 무궁무진하다.. 애들이 하도 권하기에 저 자리에 앉았다가 개울가로 박혀 죽는줄 알았다. 그 후로 절대로 저 자리를 탐내지 않는다. )


 
 
        

 

귀농일기 -- 세월이 약(藥)인지 독(毒)인지...
+   [귀농일기]   |  2008. 11. 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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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뒤 거북바위 앞의 대추나무 가지가 앙상한 걸 보니 가을이 지나감을 실감한다.
웃새밭의 어른도 이제 가을걷이가 끝이 나셨는지 전화를 하셔서 맛있는 두부를
만들어 놨으니 한그릇 먹고 가라고 전화를 하시고 꾀꼴재 할머니의 안부전화도
잦다.

하지만 나는 이제부터가 시작인데 걱정부터 앞선다.
매년 꼴찌로 갈무리를 하지만 올해는 특히 긴장때문인지 일도 안하면서 새벽에 잠을 깨기가 일쑤다.

이유인즉, 그동안 그렇게 산골아낙에게 자랑을 했던 나의 마지막 자존심인 체력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나 재해로 인하여 병원에 가는 것은 당연하다지만 올 가을부터는 그렇지 않다.

보일러실 점검하다가 떨어진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아니지만 그 이후로부터
계속 병원이다. 왼쪽 갈비뼈부터 시작해서 좌측 목 주위,좌측 어금니, 좌측 편두통,
이것이 나으려니 오른쪽 어금니 신경치료, 드디어 오늘은 병원을 2차까지 갔다.

원 세상에 소주먹고 입가심한다고 맥주를 마시러 가든 노래방으로 가는 2차는 가 보았
어도 병원을 하루에 2차까지 간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며칠전부터 생전처음으로 어금니 신경치료라는 것 때문에 병원을 다니다가 병원을
나오자 마자 그동안 계속 절며 다니던 왼쪽 무릎을 보러 갔다.

오늘 병원에 가지 않으면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캐기 시작할 야콘수확이 도저히 자신이
없고 산골아낙의 등떠밀림도 있고 해서 갔다.

진찰을 받아보니 초기 퇴행성 관절염이란다.
의사선생님 말씀이 가능하면 무릎을 굽혀서 일을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란다.
농사일이 어디 그런가?

그동안 선천적인지 뭔지는 몰라도 무릎 굽히고 하는 일(고추따기, 김매기등)에 특히 자신이 없어서 가능한 핑계를 대고 아내에게 맡기고 했는데 이번가을 고구마 캐면서 사단이 난 것 같다.

그동안 아내로부터 술 좀 그만마시라는 잔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지만 그냥 흘렸기 때문에 별로 할 말이 없지만....
치과병원 갔다오는 날이면 꼭 물어본다.

“의사가 무슨 말 안해?”

-“응, 아무말 않하고 양치질이나 올바로 하래?”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내가 내일 당신 병원갈 때 쫓아가서 의사한테 물어본다. 왜 술,담배를 많이 해서 이빨이 그렇다는 말 안했냐고?..

산골아낙이  겉으로는 내가 병원다니는게 안쓰러워 어쩔줄 모르는 표정을 짓지만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저 인간, 내가 몇 년전부터 술,담배 조금씩 줄이고 농사고 가능하면 힘쓰는 일을 조금씩
줄이고 조금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으로 하자고 귀에 닳도록 얘기를 했건만 그때는 들은
척도 안 하더니 이제 자기 몸 아프니까 조금 정신좀 차리겠지 ㅎㅎ“

솔직히 나 만큼은 환갑되기 전까지는 몸이 고장나서 병원갈 일 없을 거라고 자신했었다.
우발적인 사고나 재해로는 어쩔수 없이 가지만 내가 늙어서 기능이 쇠퇴해서 병원갈 일은
없을거라로 내심 자신했는데 그게 아니다.

아내로써는 이 바쁜 와중에 병원다니는 나를 보면서 그래 세월이 藥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를 감당하는 나로써는 세월이 毒이다.

산골에서 초보농사꾼(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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