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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해당되는 글 7건
2010.06.15   귀농일기, 밥만 축냈다.^^ 
2009.12.30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엿처럼 부러져 구멍이 숭숭 뚫릴 때 
2009.10.28   귀농아낙의 산골편지--골이 달그락거린다. 
2009.05.23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새벽부터 달려온 사람들 
2009.04.27   귀농일기--이번에만 부탁한다. 
2008.12.16   귀농풍경 -- 실내 분위기가 맘에 드니?? 
2008.08.22   산골편지9--까마귀야, 까마귀야~~ 2

 

귀농일기, 밥만 축냈다.^^
+   [귀농일기]   |  2010. 6. 15. 13:04  


2010년 4월 첫날

요즘 계속 되는 흐린 날씨탓에 봄인지 겨울인지 알 수 없는 날이 계속되어 마음에 피어오르던 봄기운도 잠시 주춤해졌다.
아들 선우때문에, 그리고 원고 때문에 읍에 자주 가는 아내가 나에게 연락이 안되어 걱정된다며 읍에 바로 달려왔다.


전화를 안받으면 혼자 일하다 무슨 일이 있나 싶고, 혹여 사람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고 있나 싶어서 다시 가야 하는데 산골까지 왔다.

얼마 전에 믿었던 친구때문에 내가 많이 상처받았을까봐 마음이 많이 쓰이는 모양이다.아내도 그 자리에 있어서 상처로 말할 것 같으면 매한자기일텐데 말이다.


아침을 먹고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답운재밭의 비닐을 걷는다고 다짐을 했다.
작년 가을에 비닐을 걷어야 하지만 작년 야콘농사가 썩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답운재밭의 야콘캐는 일을 많은 부분 아내와 둘이서 하다보니 늦게까지 수확을 했다.


그리고 날이 추워져 비닐을 못걷었었다.
그 비닐을 이제 걷어야 하는데 그 밭은 응달이 많아 아직도 땅이 걱정되었었다.
점심에 먹을 것을 간단히 싸달라고 하니 아내가 말린다.


답운재은 무지 추울 것이고 추운 곳에서 음식을 먹으면 좋지 않다는 이유도 있고 아내가 함께 가지 못하니까 혼자 먹게 하는 것이 싫어서란다.
답운재밭에 가면 안그래도 조금만 가면 있는 휴게소에서 사먹는다.


시골식당이라 아줌마가 각종 산나물을 준비해 두었다가 반찬으로 내놓기 때문에 아내와 그곳을 이용했었다.

그러면서 꼭 점심을 따뜻한 것으로 사먹어야한단다.
그렇게 물만 들고 답운재밭으로 갔다.


그런데 날도 추웠지만 이 부들부들하게 나를 반겨주지 않았다.
땅도 얼었고, 조금 하다보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치겠지 하고 하다보니 날은 추워오고 땅은 얼어 속도도 안나가고...


일부 녹은 곳으로 가서 비닐을 걷다가 도저히 비때문에 안되겠어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을 먹고 나면 비가 그치겠지 하고 점심을 사먹고 밖으로 나오려는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비오는데 왜 비맞고 일하느냐고 빨리 오라는 내용이었다.
식당에서 나와 보니 비가 주룩주룩 오고 있다.


조금 기다리면 비가 그치려나 하고 담배 한 대 입에 들이 붙이고 시간을 끌어보지만 금방 그칠 비는 아니다.

결국 밥만 축내고 집으로 향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집에 가서 아내랑 먹었을 것을..
답운재를 넘어 집으로 향하는데 세레스가 이상하다. 안그래도 너무 오래된 차라서 여기 저기 고치는 돈이 많이 들어가고 있는데 또 이상 징후가 보인다.


잘 가겠지 했지만 결국은 덕거리에서 더 이상 운행하면 위험할 것같아 유이장님댁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아내에게 나 좀 데리러 오라고 전화를 했다.


아내가 데리러 와서 함께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이래저래 시간을 허비했다.
비는 계속 주룩주룩 내리고 세찬 바람까지 봄다운 모습은 아니다.


작년에는 봄가뭄으로 고생을 했었는데 올해는 눈도 많이 오고 봄비도 많이 오고 날씨도 춥고 작년과는 또 다른 기후이다.
이제 기후는 인간이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심할 것이다. 점점 자연 조건이 악화되고 있으니 그 속도에 따라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도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발생할 것이다.


그래도 답운재밭에 가서 일을 조금이나마 하다가 와서 맘이 편하다.
그런데 저 세레스는 어떻게 한담.
아마도 내가 끌고 카센타까지 가지도 못하고 견인차까지 불러야 할 판이다.


산골의 모든 장비(세레스도 농사용 장비에 해당된다.ㅎㅎ)는 거의가 중고다 보니 사실 수리비, 유지비가 많이 든다.
목돈이 드는 새 기계 등은 사실 엄도도 못낸다.

비가 해맑게 그치듯 내가 애용하는 저 세레스가 큰 돈 안들고 산뜻하게 고쳐졌으면 좋겠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엿처럼 부러져 구멍이 숭숭 뚫릴 때
+   [산골편지]   |  2009. 12. 30. 16:46  

 



2009년 10월 늦자락의 글


올해는 밭농사가 흉작이다. 고추농사도, 야콘농사도...
가물어서가 이유이든 어쨌든 우리 부부로서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그래서 미련도 후회도 없다.


다만 조심스러운 것은 눈에 보이는 농사가 흉흉하다 하여 마음농사까지 되숭숭할까 그게 조심스럽다.
그래서 여느 때보다 더 초보농사꾼의 안색을 챙긴다.


그런데 며칠 전에 차 한 잔 앞에 두고 초보농사꾼에게 그런 소리를 했다.
귀농하던 해, 이 낯선 연고도 없는 곳으로 귀농할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는데 올 한 해의 끄트머리는 기운이 자꾸 땅속으로 기어 들어간다고...




초보농사꾼 안색을 챙길 것이 아니라, 이건 내 안색이 문제인가 보다.

그게 사실이다.
늘 자신감있고, 꿈을 향해 달려가던 그 굳센 마음이 내가 이 바람부는 낯선 터에 서있게 하는 알맹이였는데 올해는 한 겨울 엿치기하듯 엿가락을 부러뜨린 것처럼 뚝 하고 인정사정없이 분질러지는 기분이다.


물론 분지른 엿속은 구멍이 숭숭...

초보농사꾼도 의외라는듯 쳐다 보고 말이 없다.


그러나 난 안다.
내가 나를 잘 안다.


오뚜기처럼 금방 나의 꿈을 다시 주머니에 주워담고, 나의 가족을 눈에 넣으며 힘차게 걸어갈 것이라는 것을...
그러나 당분간은 그렇게 헤매고 싶다.


나도 헝클어진 마음상태로 그렇게 헤매고 싶다.
미친년 머리 헝클어지듯 그렇게 헝클어진 마음을 한 올 한 올 쓰다듬어 뽀마드를 바른 것처럼 차른한  머리로 거듭날 날이 있다는 것을 난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면 늪지처럼 바라볼수록 깊어지는 지혜가 생길 것이고, 내일을 향해 걸음의 강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감지하며 내 작은 발을 내놓을 것이다.




귀농하고 좋아하는 시간이 있다.
저녁밥을 따뜻하게 지어먹고 나면 초보농사꾼과 차 한 잔씩 들고 마당으로 나서는 그 시간이다.

오늘도 그렇게 차 한잔을 떠받들고 마당에 섰다.


언제 내 마음 속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산골의 밤 속 분위기는  온통 ‘괜찮다’는 소리만 들린다.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다고만 한다.

하늘에는 소리없이 내려다 보는 별과 달이 든든한 후원자이고, 땅에서는 마지막 남은 가을국화가 또한 큰 위로자가 된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그 소리의 진원지이다.


사람은 저 안겨주는 쪽으로 피사의 탑처럼 기울어지게 되어 있나보다.
그래서 틈만 나면 마당에 선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그 격려로 난 내일 하루를 살 영양을 저장한다.
산골의 밤은 어머니 손처럼 ‘약손’이다.


내 안길 곳이 이 산골이라는 것을 보다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고 아쉬운 마음도 든다.
욕심 그득한 도시의 그 물에서 보다 일찍 발을 뺐더라면....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지금껏 발을 못뺐다면 어찌 되었을뻔 했을까를 생각하니 머릿속이 건포도처럼 새까매진다.
그러니 지금이 얼마나 금쪽같은지...


밭농사는 재미를 못봤지만 마음밭만은 여느 해보다 풍년이길 원한다.

원이 강하면 이루어진다 했던가. 책읽을 여유도 더 생기고, 다른 때같았으면 중요도에 밀려 있던 일들도 여유롭게 해치우고 있다.

산골가족의 얼굴도 점까지 선명하게 보려 하고...


다 좋을 수는 없다 하면 난 마음밭에 손을 들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평소에 바빠 밀쳐 두었던 화분갈이를 했다.
사랑초가 항아리에서 자손을 번창시켜 분갈이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매번 바쁜 농사일로 밀쳐 두었었는데 이제 날이 추워지고 서리도 위협하는지라 오늘 낮엔 고상하게 화분에 손을 댔다.


지금 상태로도 이쁘지만 몸을 나누어 주면 더 풍성해지기 때문에 분갈이를 하기로 한 것이다.

준비물은 항아리 하나, 화분 하나, 꽃삽, 그리고 깨진 항아리 조각 하나를 준비했다. 항아리 밑구멍을 막아야 하니까...

항아리에서 사랑초를 빼내어 보니 그 안에 스승이 들어있다.




이렇게 작은 알갱이에서 열심히 꽃대를 올리고 올려 산골가족에게 보랏빛 이쁜 이파리와 새하얀 작은 꽃을 선사한 것이다.
소리없이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 모습이다.


그 작은 알갱이가 다칠까봐 조심스레 신생아 다루듯 하면서 나 또한 더 열심히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껏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랑초에 보답이라도 하듯 보다 더 검고 영양가가 풍부한 흙을 찾아 꼭꼭 눌러주었다.
이제 한 지붕 아래에 살면서 겨우내 산골가족의 동무가 되어주겠지.





이렇게 세 집 살림을 내주었다.
지금은 엉성하고 초라해 보일지 몰라도 저들은 또 힘껏 저 살궁리를 하여 풍성해질 것이다.
그리하여 나누면 나눌수록 풍성해진다는 것을 같은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몸으로 보여주겠지.

산골엔 눈만 돌리면 스승이 즐비하다.






이렇듯 밭농사의 결과가 재미없어진 댓가로 이런 마음의 여유도 부리며 교훈을 얻으니  애들말로 쌤쌤이다.

낮에 마음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지 늦은 밤 마당에 선 산골부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괜찮다’는 소리에 등이 밀려 집으로 들어오는데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아낙의 산골편지--골이 달그락거린다.
+   [산골편지]   |  2009. 10. 2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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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가을이 깊어지는 것을 무엇으로 느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이웃집 할아버지의 부지런함을 보면서도 단박에 알아차린다.


우리 집에서 내려가면 다리결에 이웃집 할아버지의 밭이 있다.
그곳에 메밀을 심으셨다.


여름에 하얗고 앙증맞은 을 피워 오고가는 나를  침을 질질 흘리게 해주더니 지금은 깡똥하게 쌓여져 있다.

할아버지는 벌써 밭을 비워 놓으셨고, 초보농사꾼의 야콘밭은 땅 속에서 아직도 야콘들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


********************************************


얼마 전에 느닷없이 손님이 왔다.
한번도 본적도 , 통화를 한 적도 없는 사람들이었고 들이닥친다고 예고도 없었다.


남자는 귀농에 관심이 있는 부부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며 입가에 잔뜩 불만이 불어 있는 그의 아내를 내 가까이로 잡아끈다.
그의 멘트와는 다르게 그의 아내는 귀농에 관심이 전혀 없어 보인다.


나는 밭에서 일하다 내려왔기 때문에 집으로 들어갈 준비를 한참 해야 했다.


장화를 벗어야 하고,
장화속으로 튀어 들어온 흙과 트분데기를 털어내야 하고,
발이 건조해서 늘 180도 돌아가 있는 양말을 바로 돌려 신어야 하고...


그러는 사이 그의 아내는 나보다 먼저 집에 들어가 앉아가지고서는 내가 보다가 엎어뜨려 놓은 책을 뒤적이더니 한 마디 던진다.

"고려대학교까지 나온 여자가 왜 중이 되었데? 골이 비어도 한참 비었던지, 뭔 하자가 있나부지."한다.


그 책은 고려 대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홍대 미대를 다닌 어느  비구니 스님이 쓴 책이다.

그 말이 꼭 손님 뒤꽁무니를 쫓아 느리게 들어와 차를 준비하려는 내게 던지는 말같다.


입을 씰룩이며 잔뜩 불만에 찬 표정으로 보아 그런 것같다.

'대학원까지 나온 사람들이 왜 귀농해서 땅파먹고 산데?? 골이 비어도 한참 비었던지, 하자가 있나부지?' 내게 내던지는 말같다.





예전 같았으면 남이야 을 파먹던, 골이 비던, 하자가 있던 무슨 상관인가 싶어 나 또한 입이 십리는 나와서 몇 마디 던졌을 것이다.

그러나 귀농하여 자연의 한 자락 빌붙어 살다보니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말인지를 판가름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판가름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지 그런 말을 들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그런 4차원적인 수준에는 못이렀다.

내가 그들에게 귀농하라고 권한 것도 아니고, 한번 다녀가라고 말한 적도 없는 생면부지 사람들이 왜 그럴까... 하고 입은 굳게 다물게 되었다.


거기까지는 되었다.


흙과 나무, 시냇물, 실눈을 뜨고 웃는 초승달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언제, 어느 때 , 어떤 상황에서도 두 팔 벌려 품어주는데
사람 잘못 마주한 날은 진종일 골이 달그락거린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으로!!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새벽부터 달려온 사람들
+   [산골편지]   |  2009. 5. 2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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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25일

이른 봄부터 우리 홈에 오시는 백산님과 루시아님, 다락방님이 퇴비펴는 일을 도와준다고 했다.
울진에서 사는 분들로 산골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늘 마음의 망원경으로 들여다 보며 함께 기쁘게, 함께 아프게 마음을 보듬으며 지내는 분들이다.

모두가 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퇴비 펴는 일은 우리 부부가 다 해놓았다.
그러나 산골에야 어디 퇴비펴는 일만 있는지....
일을 도와주겠다며 백산님이 새벽부터 오셨다.

산골에 심으라고 호박과 단호박 모종과 부래옥잠을 장에서 사가지고 올라온 것이다.
거기다가 일할 때 신는다고 장화까지 새로 사서 ....
토요일에도 근무를 하는 부인인 다락방님이 산골까지 남편을 태워다 주고 다시 읍으로 달려달려 근무하러 가는 모습을 지켜 보며 마음이 찡했다.

그리고 몇 시간 지나 루시아님이 7살 채영이를 데리고 올라왔다.
맛있는 딸기사오려고 그 집을 찾느라 둘러둘러 온 것이다.
루시아님의 남편인 채영아빠는 근무가 아침부터 밤 근무 조가 따로 있다보니 매주일마다 쉬질 못해 마음은 산골에 늘 와 있으나 오지 못했다.

잠시 후에 근무를 마치고 다락방님이 다시 합류를 했다.

어제 늦도록 퇴비를 다 폈으니 오늘의 미션은 소나무를 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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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님은 척척 일도 잘했다. 아버님이 농사를 지으셨다니 초보농사꾼 보다야 훨씬 나은 실력이겠지...)

달밭은 땅이 정말 좋았다.
그러나 귀농 초에 돌을 골라낸다고 포크레인으로 공사를 하기 시작해서인지 물이 나고 물이 나니 다시 공사를 하고, 또 하고, 여러 차례 밭을 펴내고 가르고 하더니 작물이 안된다.

고생고생해서 심으면 거의는 땀값도 안나오곤 했기때문에 결국은 나무를 심기로 한 것이다.

1차로 진주까지 가서 직접 소나무 묘목을 사다 심었고, 준비 해 놓은 밭이 남아 이번에는 2차로 같은 집에 다시 똑같은 묘목을 택배로 주문했다.
먼저 우리가 가져온 밭에서 같은 모종을 보내달라고 그러나  약속과는 달리 다른 시원찮은 모종이 왔다.

긴 얘기를 하면 또 사람을 거론해야 하므로 그간의 마음앓이를 풀어내지 않고 싶다.
우여곡절 끝에 모종을 다시 받으러 읍까지 달려가서 택배로 다시 온 모종을 찾아 왔다.
산골은 택배가 집까지 안가져다 주니 거기까지 가서 찾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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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비가 와서 사람 애간장을 태웠으나 아침에는 맑았다.
백산님과 초보농사꾼이 50분 불영계곡을 돌아돌아 가서 모종을 찾아왔다.

이제부터는 모종을 열심히 심으면 된다.
오전에는 나랑 백산님, 초보농사꾼 셋이서 심었고, 점심을 먹고 나서는 채영이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소나무를 심었다.
채영이는 양지바른 거북바위 옆에서 흙장난을 하다 바람때문에 들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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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날씨가 변하여 추워지고 찬바람이 한겨울 처럼 몰아치기 시작했다.
어찌나 추운지 모종 심느라 젖은 장갑때문에 손이 시리고 귀가 떨어질듯 추웠다.

날씨도 참...
나중에는 비까지 내리고 우린 꿋꿋하게 소나무를 심었다.
세찬 바람에 비... 완전히 한겨울 날씨였다.

그렇게 소나무를 심었고 변변치 않은  소나무를 받아 놓은 것은  돌려보내 주겠다고 했더니 필요없다며 보내도 받지 않겠다며 전화를 끊어버렸단다.
그럴 때 사람 자존심은 바닥을 긴다.

초보농사꾼이 그동안 참았던 부화가 올라오는지 다시 마당을 서성이며 담배만 피운다.

하여간  그마저 심어야지 그 묘목집 사장 말대로 태울 수는 없지 않은지...
처음 통화할 때는 모종을 태워버리라고 했던 사람이니 받지 않겠다고 하고는 끊어버린 모양이다.

그런데 밭을 묘목 주문한 만큼만 트렉터로 갈고 비닐을 씌워 놓았으니 그 변변치 않은 모종을 심으려면 다시 밭준비를 해야 했다.
날은 춥고...
그래도 모두들 열심히 밭을 다시 트렉터로 갈고 관리기로 골을 타고, 비닐을 함께 씌우고 다시 살지 죽을지도 모르는 안받겠다는 모종을 비를 맞으며 심었다.

초보농사꾼에게 도와주러 온 분들 날이 추워 고생하는데 확률도 없는 것을  심지 말자고 했더니 생명 붙은 것을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고 그냥 버리느냔다.
맞는 말이었다.
그렇게 해서 다시 추운 날 비오면 비 맞아가며 모두 심었다.

하나라도 더 잘 심으려고 애들 쓰는 백산님과 루시아님과 다락방님...

다락방님은 어깨도 많이 아픈 사람인데 밭에서는 날아다닌다.
저러다 내일 앓을지도 모를 정도로...

온몸은 모두 동태가 된 상태...
채영이 감기 때문에 조금 일찍 밭에서 내려온 루시아님이 밥도 해놓고 맛난 잡채도 해놓고 하여 난 밭에 매달릴 수 있었으니 얼마나 고맙던지...
남의 집에서 음식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은데...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래도 나머지 일꾼을 위해 따뜻한 저녁을 마련해 주었다.

그렇게 해서 저녁시간에 들어와 따뜻한 물로 씻고 함께 저녁을 먹었다.

다 심고 나니 비가 더 온다.
이제 맘놓고 오는 모양이다.
그동안은 산골 일 도와 주러 온 사람들의 정성을 봐서 하늘도 쬐금씩 참았다 쏟아내는 모양이다.

서둘러 산골을 내려가는 사람들...
백산님, 루시아님, 다락방님, 채영아...
오늘 고생 많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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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오후에 합류한 다락방님과 루시아님의 일하는 모습은 찍지 못했다.)


 
 
        

 

귀농일기--이번에만 부탁한다.
+   [귀농일기]   |  2009. 4. 2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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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11일

달밭은 사연이 참으로 많은 밭이다.
처음 귀농하자마자 이 너른 땅중에서 그 달밭에 처음으로 농사를 지었었다.
그때는 고추농사를 시작했는데 어찌나 잘되었는지 다들 처음 농사짓는 사람 맞냐고 할정도로 잘되었고 나는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갔었다.

그러던 밭이 어쩐 일인지 몰라도 점점 물이 나기 시작했다.
물이 나는 이유를 굳이 든다면 그 밭에 있던 큰 돌들을 들어내는 포크레인 작업을 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게 밭을 뒤집어 놓다보니 생땅이 나와 고물처럼 푹신 푹신하던 검으티티한 땅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한데다 물까지 나서 밭의 중간 중간은 장화가 빠질정도로 물이 났다.

물이 나는 곳은 당연히 작물이 안된다.
물나는 곳은 점점 넓어지고 그에 비례해서 작물도 숨어놓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가을을 맞이하곤 하였다.
그래서 다시 밭을 포크레인으로 가르고 거기에 구멍뚫린 휴무관을 묻는 작업을 몇번이나 했다.
결론은 공사한 티도 안났다.

그렇게 몇번의 휴무관 공사를 했고, 나중에는 물내림 공사까지 하다보니 밭은 이미 예전 모습을 되찾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도 집에 가까운 밭이고 아주 땅이 좋았기때문에 해마다 작물을 심었고 해마다 실패를 했다.
아내가 해마다 그 밭에 다른 심자고 했지만 농부가 다른 것을 심긴 뭘 심느냐는 말로 일축하고는 해마다 수확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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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올해는 포기했다.
그래서 그곳에 소나무를 심기로 하고 트렉터로 갈고 골을 타놓았다,
오늘은 비닐을 펴야 하는데 아내와 하려니 힘에 부친다.
아이들이 중3, 고2라서 올해부터는 왠만하면 일을 안시키려고 했는데 결국 운동삼아 하자니 두말 안하고 따라나서는 아이들.

그래도 아빠 말이라면 그게 어떤 말이든 토를 달지않는 아이들이 대견스럽다.

선우랑 내가 비닐펴는 기계를 끌고 다니며 비닐을 펴놓고 가면 주현이가 뛰따라오면서 단단히 흙을 묻고 마지막으로 비닐이 어떤 바람에도 날아가지 말라고 삽으로 흙을 퍼서 덮어주는 일을 담당했다.
애들이랑 일을 하면 재미있게 금방 일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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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대로 몇골만 하려고 했는데 나온 김에 꽤 많은 골의 비닐을 폈다.

아내는 애들 뒤통수에다 대고 엄마도 금방 올라간다고 했는데 안온다며 애들이 속았다고 난리다.
산골에서 아이들과 일하다보면 힘도 안들고 시간가는줄 모른다.
거기에 아내까지 합세를 하면 완전히 코메디 가족이다.

작년에는 아이들과 우리 가족끼리 그 너른 밭의 비닐을 다 깔았으니 애들도 많은 고생을 했다.
그런 해는 없을 것같다. 그때 다르고 올해 다른 몸 상태로 말미암아 전밭을 가족끼리 비닐펴는 일은 작년이 무식하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으로 안다.

올해는 천천히 해보려고 하는데 성격상 될런지 모르겠다.

일을 끝내고 내려오는 애들 표정이 밝다.
요즘은 아이들의 그런 모습이 대견해 보이니 나도 늙은 모양이다.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풍경 -- 실내 분위기가 맘에 드니??
+   [산골풍경]   |  2008. 12. 1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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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에 살면서도 화초와 꽃화분을 아주 밝힌다.
산중에, 꽃밭에 피어나는 것 따로, 화분에서 앙증맞게 자라는 것 따로다.

그래서 일일이 화분에 꽃을 심고 화초를 옮겨 심고 한다.
그런데 서리가 오기 시작하자 숙제가 생긴 것이다.

밖의 화분을 씻어서 흙을 좀더 보충해준 다음 집 안에 들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을걷이가 늦도록 이어지고 일은 무슨 영어책 제목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있으니 볼 때마다 중얼거렸다.

'조금만 기다려, 오늘 야콘만 캐고 집안에 들여줄께....'
겨우 된서리가 오고 나서야 집 안으로 들여 놓았다.
처음에는 쥐죽은듯 있더니 지금은 싹을 내밀고 키를 키우고 제 할일을 신바람 나게 잘 한다.

그런가 하면 뭐가 맘에 안들었는지 그만 시들시들하더니 생을 접은 놈도 있다.
작은 우주공간(화분)을 비워 놓고 가면 한동안 맘이 쓰인다.
생명 붙은 것은 그래서 책임이 따른다.

아무래도 그애의 생태를 잘 파악 못해서 죽인 거니까...
물을 많이 주었던지, 너무 따뜻한 방안에 두어서 그런다던지...

이제 남은 놈들에게 온 신경을 쓴다.
지들끼리 조화롭게 잘 지내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우리 겨울을 잘 나고 봄에 밖의 세상으로 힘차게 나아가자...'
오늘도 물을 주며 생색이나 내려는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산골편지9--까마귀야, 까마귀야~~
+   [산골편지]   |  2008. 8. 2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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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여느 곳이나 비가 오면 습하고 끈적 끈적하여 군불을 지피고 싶어진다.

우리 '전설의 고향 세트장'에는 군불때는 방이 하나 있다.
4식구 오밀 조밀 누우면 다른 것은 끼어들 공간이 없는 작은 흙방
군불땔 수 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히도록 고마워 이사와서 어찌나 애용을 했는지 그만 탈이 나고 말았다.

구들이 다 내려 앉은 것. 아직껏 수리를 못하니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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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못본 것 같은데 올해는 까마귀가 무척 많아졌다. 성대로 존재를 알리려 하더니 이제는 시선까지 끌려고 기를 쓴다. 관심끌고 싶어 하는 마음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똑같은 모양이다.

옛부터 까마귀는 기분좋은 새가 아니었다기에 나의 고정관념도 같은 맥락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텃밭에 있는 새로 산 파쇄기(퇴비용 나무 파쇄하는 기계) 위에 앉아 고함을 질러대기에 오늘은 돌을 던졌다.

날아가는 까마귀 입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가까이 가보았더니 퇴비장의 음식물쓰레기를 입에 물고가다 떨어뜨린 거였다. 이내 돌 휘두른 걸 후회했다.

지도 먹고 살려고 물고가는 것을 쓸데없는 선입견이 생명의 먹이를 빼앗았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집에 있는 어린 자식에게 줄 것은 아니었는지, 늙은 어머니께 드리려고 했는데 부랴 부랴 먹이던지고 빈 손으로 간 것은 아닌지......

다음에 까마귀를 만났을 때 큰 소리로 말했다.
"까마귀야, 어서 와 먹이가져가. 오늘은 물고 가기 쉽게 잘 펴두었어"
"오늘은 왜 그리 슬피우니? 애기가 아프기라도 하니? 부모님이 돌아가신 건 아니고?"
그런 후로는 까마귀가 싫지 않다. 마음 하나 돌려먹기는 어려운 게 아닌 듯하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마음을 다시 돌려 먹을 일이 생겼다.
닭사료와 개사료 올려 놓는 곳에 자꾸 사료가 쏟아져 있기에 주어담기를 며칠 했다. 그러더니 강도가 심해져 아예 새사료 봉투 3개를 다 갈기 갈기...............
그 때까지도 주범이 '까씨'라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서씨'만 의심했다.
급기야 오늘 현장을 목격했다. 사료통, 봉투가 땅에 엎드려 있고 까씨는 갈길로 가고........

종자 봉투도 다 뜯어 모래알만한 각종 종자 등이 땅에 드러누워 서로 섞여 놀고 있었다.
사료담고, 흙고물 묻은 종자 주워 담는데 반나절을 반납해야 했다.

화를 삭히려 장독대에 가려니 작물에 병나면 쓰려고 계란껍질을 겨우내 모았는데 온통 땅에 조각을 내 못쓰게 만들었다.
일이 이쯤되고 보면 자연사랑이고 생명사랑이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동네 어르신께 사정얘기를 했더니 덫을 놓으란다.

덫?!
그럼 잡은 놈은?
그래도 생명이 있는 것을 어찌!

결국 다 포기하고 '기습품(?)'을 단속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퇴비장도 흙으로 대충 덮었다.
그래도 몇 날을 와서 울고 일을 저지르더니 요즘은 통 보이질 않는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어디서 비를 피하는지 마음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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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나비, 매미, 새 등 제 자리에서 산골을 지키는 것들이 비가 쏟아지면 어디로 가는지 나보다 먼저 비를 피해 산골은 쥐죽은 듯 고요하다.

비오는 소리만이 땅 위에 엎어질 뿐
그러다 반짝 비가 개이고 해님이 대지를 덮으면 그것들이 나보다 먼저 나타나 비설거지를 한다.
산골에서는 내가 제일 게으름뱅이다.

2001년 7월 8일 일요일 불영계곡따라 마음을 흔들며 성당다녀와서

배동분 소피아 (2000년 귀농, 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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