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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_해당되는 글 12건
2008.10.10   산골편지13--철들자 노망이라고... 1
2008.08.09   자발적 가난 

 

산골편지13--철들자 노망이라고...
+   [산골편지]   |  2008. 10. 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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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하지도 못한 그가 요즘 들어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합니다.
청소며, 다 본 신문지 제자리에 갖다 놓고, 자기가 화장실 앞에 벗어 던진 꽈배기 모양의 양말과 옷가지를 빨래통에 갖다 놓기, 나 없는 동안 먹은 것 설거지하기 등....

어찌 보면 책제목처럼 유치원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이 연세가 되어서야  하는 것이지만 그에게는 여간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이 대목에서 내가 좋아하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이 말을 인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생의 절정기는 중년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보다 완벽해지고 영혼은 성숙기를 맞이한다.

사고는 더욱 넒어지고 능력은 최대한 발휘되며 행동은 이성에 순응한다.
모든 것이 무르익고 성숙하다.
그대는 이 시기부터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절정기가 되어도 어떤 사람은 전혀 삶을 시작하지 않는다.
또한 어떤 사람은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으로 삶을 시작한다.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는 방식에 따라 위대한 삶이 결정된다.

유년시절처럼 무지하지도 않고 청년시절처럼 광적이지도 않으며
노년처럼 둔하고 지쳐 있지도 않다.
정오에 태양은 가장 빛난다.

자연은 인생의 계절에 따라 다른 색깔의 옷을 입힌다.
유년에는 장미색의 옷을 입히고
청년시절에는 파란색의 옷을 입힌다.
마침내 인생이 목적지에 도착하면 노년의 복장은 솔직해야 하므로 자연은 하얀색으로 끝맺는다."


그렇다면 초보농사꾼이 그럼 위의 글대로 영혼이 성숙기를 맞이한 것일까....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것이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철들자 노망이라고 왠지 그가 늙어간다는 생각에서 인 것같습니다.
그냥 신문지 봤으면 화장실에서 꺼내 놓아라, 거실 청소 좀 해달라, 양말 똘똘 말아서 화장실 앞에 팽개치지 말라,,,, 그렇게 잔소리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은 것같습니다.

왠지 늙어간다는 생각이 들어 가을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럽습니다.

날이 따갑습니다.
그는 오늘 무슨 일로 나를 놀래킬까요.
안놀래켰으면 좋겠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자발적 가난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8. 8. 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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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답 에세이’라는 말로도 대충 어떤 풍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최인호 작가는 나보다 아들 선우가 좋아하는 작가다.
좋아하는 이유가 나랑 다르다.

고1인 선우는 최인호 작가의 역사 지식 그리고 그런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부분이 무지 부럽고 존경스럽단다.

그러나 나는 역사 등에는 젬뱅이라 그런지 최인호 작가의 그런 책은 아직 안읽었다.
선우랑 대화가 되려면 ‘유림’ 정도는 읽어야지 하고 있지만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선우는 ‘유림’을 읽고 공자와 노자의 차이점, 그리고 제자들의 모습과 스승을 대하는 점에 대해 느낌이 깊었다고 한다.

그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려면 에미가 ‘유림’을 읽어야 하는데 ....

사실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내 자극샘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산중일기’라고 되어 있듯이 일상을 얘기하지만 그 일상이 집이든 어디이든 마음이 가 있는 곳이 그곳이라는 점에서 이야기는 출발을 한다.

읽는 내내 놀라운 것은 천주교신자이면서 불교를 가까이 하고 그 좋은 면을 보려고 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좋은 면이라기 보다 종교의 벽이 애초부터 없음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것이 더 맞는 표현같다.

책 본문 중에 이 대목이 이 책을 쓰게 한 힘이 아닐까.
그 마음이 참 맑아서 좋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불교 신도도 아니고 새삼스레 초파일을 맞아 무어 소원을 빌 것도 없었지만, 여행 중에 만나는 절에 들어서는 꼭 내 식대로 향 피우고 절 세 번 하는 법도를 잊지 않았다.
그게 무슨 즐거운 일인 양 꾸벅꾸벅 고개를 조아려 세 번씩 절을 했다.
나는 그리스도료 신자이지만 그것이 죄라고 생각지 않는다.
불교도 좋은 종교이며 그리스도교도 좋은 종교이므로 나는 종교 앞에서는 그저 두렵고 그리고 죄송스럽다. 두렵고 죄송스러우면 그 순간만이라도 겸손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무엇이 담력이 크다고 우리를 대신해서 죽은 예수님과, 내가 무에 대단한 데가 있다고 천 년도 넘게 세세연년 내려오는 저 자비로운 불상의 미소 앞에서 무릎을 세울 수 있겠는가................."

나 역시 천주교 신자이지만 절에 가면 한없이 인자해 보이는 부처님 앞에 절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난 불교 신자들이 하는 절 방법을 몰라 서서 한참 부처님만 바라보다 돌아오곤 하였다.

초보농사꾼 역시 산에 갔다가 절이 있으면 꼭 들린다.
초보농사꾼도 나와 같은 생각이지 싶다.

천주교 신자라고 절을 멀리하고 할 일도 아니고, 절을 하면 안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코드가 맞다.

이 책에는 사진이 많이 나오는데 모두가 절 풍경이다.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의 모습도 나오고, 스님의 고무신, 노스님의 뒷모습, 절 뒤켠, 스님의 차 마시는 모습, 절 문의 그림자 등등 모두가 절 풍경이다.

그냥 사진만으로도 묵상이 절로 되고, 일상의 뒤돌아 봄이 절로 될 것만 같다.
작가가 어떤 특별한 메시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정말 일상의 일들을 다른 장르로 표현했을 뿐이지만 독자의 마음은 어느 산속 깊은 암자에 가있는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선우가 시험 공부하는 중간중간 잠시 읽더니 이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다.

이 책은 사서 조금씩 조금씩 아껴 읽었다.
그리고 밭에서도 한 꼭지씩 읽으면 답운재밭, 새점밭, 호수밭, 달밭이 절이 된다.
그 옆의 조팝나무꽃은 절 처마끝의 풍경이 되고 말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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