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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골편지] | 2008. 10. 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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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하지도 못한 그가 요즘 들어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합니다. 청소며, 다 본 신문지 제자리에 갖다 놓고, 자기가 화장실 앞에 벗어 던진 꽈배기 모양의 양말과 옷가지를 빨래통에 갖다 놓기, 나 없는 동안 먹은 것 설거지하기 등....
어찌 보면 책제목처럼 유치원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이 연세가 되어서야 하는 것이지만 그에게는 여간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이 대목에서 내가 좋아하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이 말을 인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생의 절정기는 중년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보다 완벽해지고 영혼은 성숙기를 맞이한다.
사고는 더욱 넒어지고 능력은 최대한 발휘되며 행동은 이성에 순응한다. 모든 것이 무르익고 성숙하다. 그대는 이 시기부터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절정기가 되어도 어떤 사람은 전혀 삶을 시작하지 않는다. 또한 어떤 사람은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으로 삶을 시작한다.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는 방식에 따라 위대한 삶이 결정된다.
유년시절처럼 무지하지도 않고 청년시절처럼 광적이지도 않으며 노년처럼 둔하고 지쳐 있지도 않다. 정오에 태양은 가장 빛난다.
자연은 인생의 계절에 따라 다른 색깔의 옷을 입힌다. 유년에는 장미색의 옷을 입히고 청년시절에는 파란색의 옷을 입힌다. 마침내 인생이 목적지에 도착하면 노년의 복장은 솔직해야 하므로 자연은 하얀색으로 끝맺는다."
그렇다면 초보농사꾼이 그럼 위의 글대로 영혼이 성숙기를 맞이한 것일까....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것이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철들자 노망이라고 왠지 그가 늙어간다는 생각에서 인 것같습니다. 그냥 신문지 봤으면 화장실에서 꺼내 놓아라, 거실 청소 좀 해달라, 양말 똘똘 말아서 화장실 앞에 팽개치지 말라,,,, 그렇게 잔소리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은 것같습니다.
왠지 늙어간다는 생각이 들어 가을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럽습니다.
날이 따갑습니다. 그는 오늘 무슨 일로 나를 놀래킬까요. 안놀래켰으면 좋겠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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