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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콘밭 _해당되는 글 6건
2009.10.28   귀농아낙의 산골편지--골이 달그락거린다. 
2009.10.16   귀농일기--인터넷으로 병아리 키우기[1탄] 1
2009.08.31   귀농아낙의 산골밥상--세상에서 제일 쓴 골뱅이 무침 
2009.06.22   귀농일기--내 얼굴에 침뱉는 얘기지만, 그래도... 
2008.11.23   산골편지 -- 이젠 손대지 않으마... 
2008.08.28   산골편지10 --뜨거운 거름 2

 

귀농아낙의 산골편지--골이 달그락거린다.
+   [산골편지]   |  2009. 10. 2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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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가을이 깊어지는 것을 무엇으로 느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이웃집 할아버지의 부지런함을 보면서도 단박에 알아차린다.


우리 집에서 내려가면 다리결에 이웃집 할아버지의 밭이 있다.
그곳에 메밀을 심으셨다.


여름에 하얗고 앙증맞은 을 피워 오고가는 나를  침을 질질 흘리게 해주더니 지금은 깡똥하게 쌓여져 있다.

할아버지는 벌써 밭을 비워 놓으셨고, 초보농사꾼의 야콘밭은 땅 속에서 아직도 야콘들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


********************************************


얼마 전에 느닷없이 손님이 왔다.
한번도 본적도 , 통화를 한 적도 없는 사람들이었고 들이닥친다고 예고도 없었다.


남자는 귀농에 관심이 있는 부부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며 입가에 잔뜩 불만이 불어 있는 그의 아내를 내 가까이로 잡아끈다.
그의 멘트와는 다르게 그의 아내는 귀농에 관심이 전혀 없어 보인다.


나는 밭에서 일하다 내려왔기 때문에 집으로 들어갈 준비를 한참 해야 했다.


장화를 벗어야 하고,
장화속으로 튀어 들어온 흙과 트분데기를 털어내야 하고,
발이 건조해서 늘 180도 돌아가 있는 양말을 바로 돌려 신어야 하고...


그러는 사이 그의 아내는 나보다 먼저 집에 들어가 앉아가지고서는 내가 보다가 엎어뜨려 놓은 책을 뒤적이더니 한 마디 던진다.

"고려대학교까지 나온 여자가 왜 중이 되었데? 골이 비어도 한참 비었던지, 뭔 하자가 있나부지."한다.


그 책은 고려 대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홍대 미대를 다닌 어느  비구니 스님이 쓴 책이다.

그 말이 꼭 손님 뒤꽁무니를 쫓아 느리게 들어와 차를 준비하려는 내게 던지는 말같다.


입을 씰룩이며 잔뜩 불만에 찬 표정으로 보아 그런 것같다.

'대학원까지 나온 사람들이 왜 귀농해서 땅파먹고 산데?? 골이 비어도 한참 비었던지, 하자가 있나부지?' 내게 내던지는 말같다.





예전 같았으면 남이야 을 파먹던, 골이 비던, 하자가 있던 무슨 상관인가 싶어 나 또한 입이 십리는 나와서 몇 마디 던졌을 것이다.

그러나 귀농하여 자연의 한 자락 빌붙어 살다보니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말인지를 판가름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판가름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지 그런 말을 들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그런 4차원적인 수준에는 못이렀다.

내가 그들에게 귀농하라고 권한 것도 아니고, 한번 다녀가라고 말한 적도 없는 생면부지 사람들이 왜 그럴까... 하고 입은 굳게 다물게 되었다.


거기까지는 되었다.


흙과 나무, 시냇물, 실눈을 뜨고 웃는 초승달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언제, 어느 때 , 어떤 상황에서도 두 팔 벌려 품어주는데
사람 잘못 마주한 날은 진종일 골이 달그락거린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으로!!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일기--인터넷으로 병아리 키우기[1탄]
+   [귀농일기]   |  2009. 10. 16. 10:11  




2009년 10월


지금부터 우리집 새식구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좀 찔리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니 닭이야기이다.


닭이야기를 하려니 선우 , 주현이를 이렇게 관심갖고 키웠으면 아마 아내가 옛날 이야기하며 궁시렁거리지 않았을 것이다.
남자들이란 다 같은 이유를 둘러대지 않는가.


인생살이가 바빠서 그랬다고, 나도 자식 이쁜줄 안다고 변명을 들이대지만 사실 설득력없는 이유라는 것을 남자들도 안다.

이렇게 오늘은 거창하게 서론이 나가는 것으로 보면 본론도 무지 길거라는 상상을 하실 거다. 맞다.
이야기가 길다보니 이제나 저제나 미루어 왔던 이야기인데 이제는 막다른 골목에 왔다.


지금 이야기할 꺼리가 많으니까 1탄, 2탄으로라도 해야 나중에 진행상황을 까먹지않는다는 판단이 서서 요즘 개복숭아 씨 심느라고 무지 힘들지만 기억을 더듬어 쓰려고 한다.


예전에 논산의 이원무신부님께서 관상용 닭을 사올테니 키워보라고 하셔서 아내와 나는 자신이 없다고 말씀을 드렸다.
신부님은 산골에서 닭을 키우고 병아리를 키우는 재미도 보고, 또 유정란을 낳으면 가족끼리 먹는 재미도 있고 하여 마음을 써주신 것이다.
신부님은 늘 그렇게 마음을 써주셨다.


예전에, 귀농초에도 토종닭을 연구하시는 분이 진주에서 여기까지 직접 그 많은 닭을 실어다 주고 가셨다.
공짜로...


정말 보니까 덩치도 작고 색깔도 일반 닭과는 달랐다.새박사라고 했는데 정말 그냥 말하는 박사가 아니고 조류쪽을 전공하신 분이셨다.
얼마나 고맙던지..용기를 내어 키우는데 까마귀가 그랬는지 들짐승이 그랬는지 자꾸 닭을 물어 죽이는 거였다.


나중에는 폐그물을 얻어다가 쳐주곤 했는데 겨우 목숨을 부지하던 놈들을 개가 풀려서 결국은 다 잡아 죽이고 말았다.
개는 죽여만 놓았지 먹지도 않는다.


얼마나 마음이 안좋은지 다시는 닭을 안키운다고 아내와 다짐을 했다.

그러다 아이들 운동회때 경기 우승으로 받은 닭도 개가 물어 죽이고 하여간 우린 동물이랑은 인연이 없었다.


그렇게 아픈 상처만 남기고 닭은 물건너 갔고, 꿈에도 닭을 키우지않겠다고 했는데 신부님이 관상용 닭이라며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그런 이유로 자신이 없다는 말씀을 드렸다.


신부님 생각은 유정란을 꺼내 먹을 수 있고 , 말 그대로 관상용이니까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병아리 낳으면 길러도 보면 참 좋을 거라는 배려에서였지만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7월에 따가운 날에 신부님은 트럭에 닭장이랑 닭이랑 싣고 신부님도 차로 오셨다.
닭장은 조립할 수 있도록 하여 오셨기때문에 여기와서 조립을 했는데 그럴듯한 단독주택이 되었다.
물론 이것도 사오신 것이다.


 




그렇게 하여 새생명이 우리집에 다시 들어오게 되었다.
사냥개 벤자민 이후 또 다른 생명을 들인 것이다.


그런데 신부님이 가시고 나서 다음 날 한마리가 죽었다.
얼마나 마음이 안좋은지...


또 그렇게 마음을 써주셔서 가져오신 것을 금방 한마리 죽였으니 할말이 없었다.

나 역시 잘 자라주기를, 이번에 닭은 어디 한번 잘 키워보려고 마음을 먹었건만 바로 다음날 원인모를 이유로 죽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세마리랑 함께 살았다.


우리집에서 새로 지은 신부님 집까지 언덕을 헉헉거리며 걸어올라가야 하는데 매일 밥주고 물주고 그리고 다른 동물이 해꼬지 하지않는지 걱정되어 오르내렸다.


그런데 어느날 모이를 주러 올라가는데 그애들 집이 길 중간까지 내려와 뒤집어져 있었다.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모습과 같이 둥지는 둥지대로 나가떨어져 있고 집도 다시 쓸수 없겠다는 판단이 설 정도였다.

일단 닭집을 다시 제자리로 옮겨놓고 보니 닭들이 어디로 도망갔는지 찾을수가 없었다.


이거야 원, 역시 우린 동물 키우는 것은 어려운가 보다 등등 별의 별 생각을 다하며 맥빠져 했다.
그런데 일단 닭들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날 신부님 집에서 공부하고 잔 아들 선우가 집 근처에서 닭울음소리가 날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보니 집 뒤 나무 아래서 세마리가 사이좋게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닭장 밖에 모이를 주었더니 우리가 없으면 내려와 모이랑 물을 먹고 가곤했다.

며칠 뒤에 신부님이 오셔서 함께 닭장을 수리해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닭을 어떻게 잡아서 닭장에 넣어주느냐였다.
닭은 밤에 눈이 제구실을 못하기때문에 밤에 잡아 닭장에 넣어주기로 했고 세 마리인니 신부님과 나 그리고 선우가 한마리씩 담당해서 잡기로 했다.

 

세 마리가 신부님네 집 뒤 보일러 위에서 잠을 자는 것을 한마리씩 덮치기로 하고 하나, 둘, 셋 하고 덮쳤는데 선우가 잡았다가 놓쳤다.

나중에 다시 잡아  무사히 세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을 지나도 알은 커녕 그림자도 없었다.





알때문에 키우는 것은 아니지만 알을 낳으면 흥미로울 것 같아서 매일 둥지를 확인해도 깨끗했다.
우리에게 무슨 유정란이 굴러들어올까라며 서서히 흥미를 잃어갈 즈음 알을 낳은 것이다.
한번에 두 개씩...





신기하고 하여 꺼내다 주현이랑 들여다 보고 깨서 그냥 먹어도 보고 하니 옛날 생각이 났다.


엄마가 뜨거운 밥 가운데를 숟가락으로 파서 거기에 계란을 깨넣어주시면 간장넣고 참기름넣고 비벼먹었었다.

그렇게 하루에 두 개씩 거의 우리 가족의 입을 즐겁게 해줄 때, 신부님께서 이제는 꺼내는 것을 먹지 말고 보관했다가 나중에 암탉이 품으면 다시 넣어주라고 귀뜸을 해주셨다.


그러다보니 정말 어미닭이 품기 시작했고 보관하고 있던 알을 못넣어주었다. 품고 있는데다가 냉장고에 보관했던 것이라서...

품으면서 낳은 것까지해서 모두 8개를 품기 시작했다.



 



암탉은 죽으나 사나 품고 앉아있었다. 그 위 호수밭에서 일하다가 가보면 또 앉아 있고 앉아있고 배고플텐데 수탉이 먹여주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더 자주 가보았는데 아주 가끔 내려와 모이를 먹고 다시 올라가는 것이었다.

야콘밭에는 지렁이가 많다.


유기농이니 당연한 거지만 풀을 뽑다보면 아내가 자주 놀란다.
뱀인줄 알고, 사실 나도 가끔 놀랄때가 있다 무심결에 풀을 뽑으면 그 아래서 기어나와서 말이다.


오늘은 그 놈을 몇 마리 잡아다 닭장에 넣어주니 수탉이 알을 품느라 고생하는 암탉에게 양보를 한다.
암탉이 아주 잘먹는다.





그리니까 임신부에게 영양식이 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품는 날이 오래되었는데 깨어나질 않는다. 새끼가.


매일 들여다 보아도 매일 품고만 있다.
인터넷을 뒤져서 알아보니 15일 정도면 깨어 나온다는데 우리집 알은 깨어날줄을 몰랐다.
이제 거의 관심을 놓고 속으로 기대치도 많이 바닥으로 떨어져있던 어느날보니 어미닭있는데서 삐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미닭은 계속 마저 품고 먼저 깨어나온 병아리는 밖이 궁금한지 자꾸 기어나오려고 하면 어미닭은 도로 날개로 끌어안고 그런다.
내가 동물을 이렇게 자세히 끈덕지게 관찰한적이 없는 것 같다.

하여간 네 마리가 깨어났다.


어느날보니 어떻게 내려왔는지 바닥으로 내려와 있다.
어떻게 내려왔을까 무지 궁금하다.


그렇게 신기해하고 기뻐하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한 마리가 죽었다.
머리를 뜯겨서 죽어 있다.


근처의 땅을 파고 묻어주었다.


왜 죽었을까.

안그래도 다른 동물들이 침입해서 물어 죽일 것 같아서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산골에서 병아리 키우는 것은 이렇구나 싶어서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확인하고 문단속을 하고 내려왔다가 야콘밭에 가면서 또 가보니 또 죽었다.
그역시 비슷한 상황에서 죽어 있었다.


밭에 갈 기운도 안났다. 나머지도 죽이게 생겼으니 대책이 서질 않았다.

다시 밭에서 내려와 아내에게 말했더니 하루에 다 죽었으니 어차피 거기에 두면 또 죽게 된다며 나머지 두 마리를 데리고 내려오란다.
어쩌려고???

박스에서 키워보잔다.


그게 더 안전하다고...
물론 어미옆에서 자라는 것이 최상이지만 지금처럼 사망률이 높은 상황에서는 모험을 걸어야한단다.

이럴 때는 단호한다.





내가 생각해도 당분간 몸집을 키워 보내주면 어떨까 생각하며 두놈을 데리고 내려왔다.

주현이가 바쁘다.

인터넷 먼저 뒤진다.

이제부터 인터넷으로 병아리 키우기가 시작되었다.
박스를 가져오고, 박스안에 병아리들이 춥다고 신문지를 갈기갈기 찍어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검색하더니 추위에 약하므로 패트병에 물을 뜨겁게해서 넣어주던지 전구를 넣어주던지 하여 체온유지에 조심하라고 되어 있다며 패트병에 물을 넣어 주었다.




그랬더니 꼭 패트병만 새로 넣어주면 그 옆에서 두 놈이 붙어 잔다.

생후 5일째 되는날 병아리 집을 청소해야 한단다. 똥을 쌌으니 신문지도 갈아주고 물도 갈아주고. 그러는동안 잠시 외출..
5일된 병아리이다.



주현이는 학교갔다오면 병아리를 돌보느라 바쁘다.
손님들이 오면 못만지게 해야 한다고 당부당부를 한다.
엄마도 만지지 말라고..


애들이 겁도 먹지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인터넷으로 병아리를 키우고 있다.

인터넷이 시키는대로 주현이는 연구를 하고, 실험을 해보고 자기 의견을 덧붙여 두 병아리를 보살폈다.

그리고는 또 흙을 넣어주란다.
흙을 먹어야 소화를 시킨다고...

중3인 아이에게 새로운 경험이고 더없이 신비로움 체험일 것이다.


생각해 보니 태어나자마자 엄마 떨어져 5일밖에 안된 생명이니 얼마나 사람이 무서울까.
나도 들여다만 봤지 만지지않았다.


그런 주현이는 인터넷에서 계란을 삶아 노른자만 주라고 했다며 계란을 삷는다.

정말 보니까 잘먹는다.
그런데 그것두 너무 오래 먹이면 안된다며 하루에 반개만 주라고 지엄마에게 부탁한다.





주현이는 가끔 넓은데에서 운동도 시켜야 한다며 꺼내준다.
똥도 닦아주는 주현이다.
 

내가 물을 갈아주려고 하면 겁을 먹고 막 두망가는 녀석들이 주현이가 손을 내밀면 닥아와서 같이 논다. 신기하다.




주일에 성당에 다녀온 주현이가 병아리들이 이제 어미품으로 돌아가는 연습으로 바깥세상 적응훈련을 해야한다며 데리고 나간다.
꽃밭에서 적응훈련 첫째날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것을 쓰는동안 나 반성많이 했다.
귀농전 아이들이 어려서 내가 이렇게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키웠다면 아내에게 상받았을 것이다.
안그래도 아내가 애들 어려서 기저귀 갈아준 것이 다섯 손가락도 남는다고 심심하면 그 레파토리를 꺼내는데 사실이니 난 할말이 없다.


그래도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놓자면, 그때 소장이 되기 전이니 물불 안가리고 일할 때다.


그러다 소장이라는 완장을 어린 나이에 채워주니 더 목숨걸고 일하고...
그렇게 일한 것에는 조금도 후회없다.


남자로 태어나 내가 한 직장생활의 모습이 나로서는 아주 최선이었고 만족한다.
그래서 이사님께 사표를 낼 때도 조금의 후회도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쏟을 시간이 없었다.


목에 넥타이줄 매고 다니는 직장인 아빠들이 많은 부분 그랬다고 위로도 해본다.

다른 아빠들처럼 달콤한 아빠가 되어주지 못했는데도 아내는 바가지 긁지않고 참아주어 그게 요즘 고맙다.
귀농을 안했으면 아직도 이런 반성을 못했을 것이다.


암만 그래도 그 놈의 다섯 손가락 기저귀 얘기는 좀 안했으면 좋겠다. ㅎㅎ

1탄은  여기까지다.


더 하면 날짜도 엉키고 이제 잘 적어두었다 2탄에서 성장기를 보고하겠다.

내가 귀농일기도 이렇게 자세히, 여러 날의 상황을 적어가며 이렇게 순서를 정해 쓰지못했는데 뼝아리들때문에 이런 경험도 해보았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

귀농하자고 막무가내로 주동한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아낙의 산골밥상--세상에서 제일 쓴 골뱅이 무침
+   [산골밥상]   |  2009. 8. 31. 13:03  

"엄마, 왜이렇게 쓴 거야?

"엄마, 어디서 또 무슨 소리 들으신 거지?"

"그래두 먹어지. 내가 좋아하는 골뱅이가 들었으니... 끙(애들의 이 앓는 소리)~~~ㅜㅜ"

니들이 그러면 나도 머리를 쓰지...

요즘 신종플루때문에 난리다.
무엇이 원인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지만 중요한 것은 현대인들의 면역체계가 엉망인 것은 사실이고, 그것만 강하게 하면 어떤 질병에도 잘 견딜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현대인들 아파트 생활, 더군다나 듣기로는 요즘은 창문도 열 수 없게 지어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로 살아간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니 숲의 소리나 냄새, 냄새 등을 경험하는 일은 드물다.

머리는 영악해져 자연을 대체할만한 것들은 쏟아져 나오나 그것들이 처음엔 관심을 받지만 이내 신통치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곤 한다.

자연을 대체할만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는 장담한다.
면역체계를 튼튼히 하는데 자연 이상 없다고 본다.
신종플루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쓴 야채를 많이 먹으라고들 한다.

하여간 쓴 것을 산골가족들에게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야콘밭의 풀을 평정하다 말고 내려왔다.
부랴부랴 내려와 호미들고 텃밭으로 올라가니 초보농사꾼이 뭔 일인가 한다.

밭이며 들에서 씀바귀류를 뜯었다.
그리고 치커리와 깻잎, 민들레 잎파리 등도 수북이...

집에 들어와 흐르는 물에 대충 씻으면 준비 끝...

이 쓴 것들을 어떻게 산골가족 입에 술술 넘어가도록 한다냐??
이게 숙제다.

그렇다면 산골가족이 좋아하는 골뱅이를 이용하자.
골뱅이 무침에 치커리 정도는 들어갔지만 이렇게 쓴 것들이 대량 투입되기는 첨이다.

들풀(?)을 썰고, 고춧가루에 매운 고추를 송송 썰어 넣는다.
다진 마늘에 설탕 대신 효소 원액을 넣고, 식초를 넣어 새콤달콤하게 했다.

식탁에 올라온 골뱅이 무침을 보더니 모두 환호성을 지른다.
서둘러 한 입씩 입에 넣는 산골가족...
표정이 말씀이 아니다.

그러더니 위의 대사가 마구 쏟아져 나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에게 인사해야 되, 이렇게 좋은 음식 주니까... 이것들아~~(웃찾사 버전)"

아이들과 그런 대화를 하니 초보농사꾼이 웃는다.
쓰거나 말거나 그날 접시를 딱딱 긁는 소리로 저녁 식사가 끝났다.

그럼 내 임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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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일기--내 얼굴에 침뱉는 얘기지만, 그래도...
+   [귀농일기]   |  2009. 6. 22. 00:25  

2007년 5월 30일

오늘의 얘기를 하는 것은 결국에 '내 얼굴에 침뱉기'기때문에 안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날의 일을 얘기함으로써 다른 귀농인도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글을 올린다.
이왕 얼굴에 침은 뭍은 것 리얼하게 표현해야 하는데 내 글솜씨가 시원찮아 그 날의 그 웃음을 다 전할 수 있을런지는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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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마당 공사에 이어 오늘도 마당 넗히는 마무리 공사를 하는 날이다.
일단은 잘 알고 믿는 포크레인 사장님이기에 일을 맡기고 난 새점 고구마밭의 골을 짓기 위해 간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오늘따라 평소에 없는 준비정신이 발동하여 기름을 충분히 가지고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집에 기름이 없고 그것을 사러 가려면 12분 정도 소요되므로 이웃의 인혜네로 빌리러 가기 위해 전화를 때렸다.
인혜어머님 말씀이 기름이 한통 가득 있으니 와서 가져가란다.

바로 인혜네로 갔다.
인혜네는 우리보다 1년 정도 먼저 귀농한 이웃이다.
차를 타고 인혜네로 가니 인혜 어머님 얘기가 자기네 관리기로 가져다가 쓰란다.
물론 인혜네 것이 더 낫지만 그래도 내 기계로 하루라도 손에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양을 하고 기름만 한통 싣고 관리기가 있는 답운재 야콘밭으로 갔다.

기름을 단숨에(이 말이 아주 중요함) 관리기에 퍼붓고 위풍당당하게 시동을 걸었으나 안되었다.
시동이 안걸릴 이유가 없었다.
야콘밭의 골도 이것으로 다 만들었는데 시동이 왜 안걸리는지 ...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시간만 축내고 다시 인혜네로 갔다.
인혜네 관리기를 빌리러....

인혜 아버님 성격이 꼼꼼하셔서 인혜 아버님 허락없이 가능하겠냐는 농담을 했더니 이 집부터 시작해서 모든 재산이 내 이름으로 되어 있으니 아무 걱정말고 싣고 가란다.
그 대목에서 우리 둘은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다.

하여간 재산의 주인이 빌려가라는데 당당하게 차에 실었다.
인혜 아버님이 새점 밭에서 일을 하신다기에 관리기의 골 폭을 조절해 달라고 하기 위해 관리기를 싣고 새점으로 갔다.
갔더니 인혜네 관리기도 우리 호수밭 골짓다가 굴러서 지금 작동이 어렵다는 말씀이시다.

그래서 우리 것은 인혜네서 기름을 가져다 부었는데 시동이 안걸린다고 했더니
"어?? 우리 집에는 휘발유가 없는데...."

"예???"

그리고 그 다음 물음이 죽음이다.

"내 기계에도 그 기름 넣었어???"

눈이 둥그레지셔서 물으신다.

아니라고요~~~

사실인즉, 인혜네서 가져간 것은 휘발유가 아니고 경유였다.
그래서 시동이 안걸린 것이었다.

"아니?농사꾼이 휘발유인지 , 경유인지도 모르고 기름을 넣었단 말야??"
하며 웃으신다.

나야 관리기에 기름을 넣으려고 하는데 기름이 없다고 했고 인혜 어머님이 우리 집에 한통 까득(!) 있다고 하여 한통 까득 쏟아 부은 죄밖에 없다고 했다.

다시 인혜네 관리기를 싣고 인혜네로 갔다.
새점에서 인혜네까지는 다시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다.
인혜네에 가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인혜어머님이 웃기 시작하는데 그만둘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나 역시 한참을 웃다가 고민에 빠졌다.

오늘 골을 지어 놓아야 이 인근의 길포장 공사로 길이 막혀 못들어가는 일이 없게 된다.
어쩌나 하다가 친구의 관리기를 빌리러 다시 답운재로 갔다.
답운재에서 관리기를 빌려 다시 새점밭으로 달리고 달려 가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아내였다.
비가 오는데 그만 골짓고 집으로 오라고...
자기도 항아리를 볏집으로 소독하다가 비가 쏟아져 그냥 포기하고 들어왔단다.

골을 무슨 골...
지금 새점밭 근처도 못갔는데...
왜 그리 되었느냐고 아내가 의아해 하지만 난 설명하기에 너무 황당하고 긴 소설이라 말로 하기 힘드니 인혜네 전화를 하여 형수님께 들으라고 했다.

날씨까지 나를 조롱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비가 왔다, 햇살이 따가웠다, 다시 비가 쏟아졌다, 다시 햇살이 눈부셨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비를 맞고 골을 다 지었다.
그날 생 쑈를 했기때문에 저녁에 오늘 쑈의 당사자끼리 술을 한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에서 인혜네와 저녁을 먹었다.

인혜 아버님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인혜 어머님더러 "당신은 무슨 기름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주었냐?"로 시작하여
"준다고 아무 생각없이 다 집어 넣은 사람은 또 뭐야?"
"귀농 8년차에 그러면 망신이지..."

얼굴을 못들지경이지만 처녀가 애들 배도 할말은 있다고 나도 할말이 있었다.
관리기에 넣을 기름이라는 말을 했고 기름있다고 형수님이 당당하게 말을 해서 당연히 넣었다, 죄라면 이웃 아주머님을 의심하지 않은 죄밖에 없다,,,,등등

그날 웃음이 심해서 울다 웃다를 반복하는 두 집 아줌마들...

인혜어머님 말씀이 더 작품이다.

"아니, 우리 집도 땅도 다 내 이름으로 되어 있었는데 관리기만 인혜 아빠 이름으로 되어 있는줄 몰랐네..."선우아빠의 이 귀중한 경험이 없었다면 관리기도 내 명의로 되었는줄 알고 살았을텐데..아쉽따~~~하시며 그렇게 웃으셨다.
목이 쉬도록...나중엔 뱃가죽이 아프단다.
난 속이 씨린데....

정말이다.
그 댁도 집이랑 땅이 다 인혜 어머님 이름으로 되어 있고 진짜 하필 하고많은 물건중에 단 관리기만 홍선생님 이름으로 되어 있다고 했다.
그때 웃은 양은 산골을 떠내려 보낼 정도였다.

그날 쏘주잔을 기울이며 웃다못해 울고 여자들은 난리였다.
내 가슴은 아픈줄도 모르고...

사실 그렇다.
귀농 8년차에 확인사살을 하고 기름을 넣었어야 했다.
그랬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그나저나 관리기에 한가득 들어있는 저 경유를 어떻게 빼는지...
기름이야 빼면 되겠지만 기계 속속들이 들어갔을 저 경유는.... 휴...

그래도 즐거운 하루가 아니었는지..
이렇게 웃을수 있는 날이 어디 흔한감...

내 얼굴에 침뱉는 얘기라도 이정도는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까...

저녁을 먹고 헤어지는 마당에 두분께 부탁을 했다.
제발 소문내지 말아달라고.. ㅎㅎ
그랬더니 오늘 먹은 거로는 부족하단다. 크~~~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산골편지 -- 이젠 손대지 않으마...
+   [산골편지]   |  2008. 11. 2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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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1일


이것은 두어 달 전에 써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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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이 ‘기도는 하루를 여는 아침의 열쇠이고,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의 빗장’이라고 했듯이 아침에 눈을 뜨면 성호 먼저 긋습니다.
절로 절로 그리됩니다.

이런 아름다운 아침을 그것도 사지 멀쩡하게 맞이 할 수 있게 해 주신 신께 감사기도가 절로 납니다.
그리고 검정 고무신을 꾀차고 들로 나섰습니다.
야콘을 심은 호수밭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기 때문에 단숨에는 힘듭니다.

마음이 거북할 때처럼 숨도 가쁩니다.
그런데 길바닥에 금방 나무에서 떨어진듯 윤이 반지르르 흐르는 알밤이 하나 떨어져 있습니다.

‘어?? 가차운 곳엔 밤나무도 없는데...’

그것을 주워 낼름 한 입 깨물었더니 우윳빛 속살이 어찌나 미어터지게 들어 있던지요.
오물오물 넘기며 생각해 보니 다람쥐가 가을걷이 해가다 히에 부쳐 떨어뜨린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생각이 그에 미치자 아무 생각없이 홀랑 먹어치운 것이 미안스러워졌습니다.
분명 그에게도 식솔이 있을텐데...
겨우내 그 식솔들 목에 거미줄치게 하지 않으려고 그리 바삐 가을걷이하려던 것을...

자기 자식들에게 주려고 가장 좋은 것을 구하느라 발품도 많이 팔았을텐데...
이것을 다시 찾으러 올지도 모를 일인데...

야콘밭으로 올라가던 걸음을 돌려 두릅산 아래 밤나무로 갔습니다.
그 나무 아래를 아무리 눈씻고 봐도 아까처럼 반지르하고 튼실한 놈은 없습니다.
가시를 찔려가며 뒤집어 봐도...

겨우 하나 찾아냈지만 아깟 것 어림반푼어치도 없습니다.
그래도 그것을 주워다 아까 남의 것을 훔쳐(?) 먹은 자리에 갖다 놓았습니다.
한참만에 야콘밭에서 내려오며 그 자리를 살폈습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다음부터는 손대지 않으마' 다짐다짐합니다.

가장으로서 제일 좋은 것을 주려는 마음이 인간보다 깊은데 이 부실한 것을 가져갈 리가 없겠지요.
밤 한 톨이 마음 무겁게 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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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동안 날짜가 흐르고 산골의 늙은 대추나무 아래서 대추를 주웠습니다.
그리고 태양 아래 얼굴이 쪼글거릴 때까지 말렸습니다.
나 역시 겨우내 식솔들에게 줄 겨울 양식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누군가 먹다 두고 간 것도 있고 흐트러지기도 한 것입니다.
누굴까...
서씨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통창으로 보니 다람쥐가 내 양식에 손을 대는 것이었습니다.
완전자동으로 나가려던 작동을 멈추었습니다.
나도 네 양식을 덥석해놓고 내 것은 이렇게 앙칼지게 지키려는 내 모습이 우스웠습니다.

따지고 보면 자연에서 났으니 너나 나나 서로 나누어 먹고 겨울을 잘 나면 될 일입니다.
내 것, 니 것이 없다는 거지요.
너도 먹고, 나도 먹고...
서로서로 나누어 먹으면 될 일이지요.

요즘 다람쥐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된서리 오고는 집 안에서 겨울을 날 모양입니다.
이제 흉내내어 열심히 가을걷이할 도반도 안보이니 그를 생각하며 열심히 가을걷이를 끝내야겠습니다.

이제 가을이 집니다.
마지막 은행잎 떨어지는 소리가 쿵하고 가슴을 칩니다.
이제 한 해를 마감해야 하는 시기라는 경고음같습니다.

아직도 그 울림이 남아 가슴에 잔물결을 일으킵니다.

올해는 한 해를 마감하기 전에 한 해 동안 수고한 나에게 편지를 쓰려고 합니다.
나를 격려하고,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이 때만큼은 ...

평소에는 닦달하고, 지청구를 하고, 바보라고 손가락질했던 나에게 이때만큼은 따사로운 말 한 마디를 해주고 싶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산골편지10 --뜨거운 거름
+   [산골편지]   |  2008. 8. 2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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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시골길 곳곳이 다 콘크리트 포장길이다.
그래서인지 소달구지 덜컹대는 시골길이라는 표현이나 모습은 옛날 사진에서나 봄직하다.

다행히 우리 오두막으로 올라오는 길은 100미터 정도가 비포장 도로이다.
한쪽 산을 깎아 만든 길인데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툇마루에서 그 길로 걸어 들어오는 하교길 아이들의 모습은 눈을 하늘에 행구고
다시 볼 정도이다.

그이와 약속했다.
저 길은 끝까지 비포장길로 놓아 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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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방학 때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앞마당에 여러 가지 꽃들이 제일 먼저 와서 안기곤 했다.
우리 부모님이 아이들만큼은  서울에서 공부시킨다며 서울로 다 데리고 가면서도 늙으신 부모님이 걱정되어 둘째언니를 부러 두고 왔었단다.

그래서 둘째 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를 서울로 모실 때까지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 생각을 하면 둘째 언니에게 미안타.

그 언니가 동생들 온다고 할머니와 꽃밭을 매년 그렇게 아름답게 꾸며준 탓에 그나마 내가 조금 서정적이지 않았나 싶다.

그런 생각에서 우리 산골 아이들에게도 동요 가사처럼 꽃밭가득 예쁘게 과꽃을 보여주려고 앞마당에 큰 꽃밭을 만들었다.

작년에 받아둔 씨앗이 별반 없는 탓에 과꽃, 봉선화, 나리꽃, 채송화, 홍화 등을 고루 뿌렸다.
요즘 한창 한두 송이씩 시샘하는 듯 타는 가슴을 터뜨리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꽃밭 전면에는 머리내미는 것이 없었다.

'이상하다. 앞면에 더 예쁜 꽃을 고루 뿌린듯 한데...'
그 이유를 오늘 발견했다.

주범은 박씨 일가!
애비나 아이들이나 기회만 있으면 꽃밭에 대고 노상방뇨를 하는 바람에 그만 씨가
뜨거워 죽은  것이었다.

그곳에 꽃씨가 들어 앉았으니 고맙게 거름은 안줘도 된다는 경고를 여러 차례 했었다.
도시 같았으면 노상방뇨는 5만원 벌금은 족히 내야 했을 터이지만 난 산골아줌마로 마음이 넉넉하니 경고로 끝냈다.

그러나 버릇은 못고친다.
결국 꽃밭이 뒤에만 예쁘게 꽃이 피고 앞면엔 기계충 앓은 듯 하다.
그 상황을 직접 확인하였으면서도 요즘에도 착실하게 뜨거운 거름을 주고들 있다.

그렇게 된 데에는 내 탓도 있다.
귀농하고 한동안을 박씨 일가는 그냥 마당이나 길에다 대고 볼 일을 보는 거였다.

"당신 농부 맞아? 그 아까운 거름을 길바닥에 쏟아 버리다니...."
그 날 이후 꽃밭에 거름을 주려고 그리 했다니 나 또한 별반 할말을 잃을 수 밖에.

꽃밭을 볼 때마다 아쉬워 오늘은 대머리에 머리카락 이식하듯 꽃 이식을 했다.
앞에만 호미로 골을 파고 아이들 줄세우듯 홍화와 봉선화를 옮겨 심었다.

꽃도 자리텃을 하는지 며칠 몸살을 앓더니 그만 황달이 들었다.
한 밭 가득 이식하려던 욕심을 버리고 그대로 두었다.
식구들 눈요기 하자고 녀석들 자리텃하는 걸 볼 수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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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고 하더니 별들이 슬리퍼신고 마실나온 걸로 보아 비오는 것도 글렀지싶다.
초보농사꾼이 내일은 야콘밭에 풀 뽑자고 한다.

오늘까지 고추밭 풀 뽑았는데 종목을 좀 달라하지 며칠을 한 종목만 하니 싫증이 난다.

그래도 너무 진지하고 열심인 초보농사꾼을 봐서라도 나의 주특기인 김매는 일을 충실히
해야겠다..

2001. 7. 12

넓은 잎을 벌리고 나를 반길 야콘들을 생각하며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 (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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