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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인터넷으로 병아리 키우기[1탄]
+   [귀농일기]   |  2009. 10. 16. 10:11  




2009년 10월


지금부터 우리집 새식구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좀 찔리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니 닭이야기이다.


닭이야기를 하려니 선우 , 주현이를 이렇게 관심갖고 키웠으면 아마 아내가 옛날 이야기하며 궁시렁거리지 않았을 것이다.
남자들이란 다 같은 이유를 둘러대지 않는가.


인생살이가 바빠서 그랬다고, 나도 자식 이쁜줄 안다고 변명을 들이대지만 사실 설득력없는 이유라는 것을 남자들도 안다.

이렇게 오늘은 거창하게 서론이 나가는 것으로 보면 본론도 무지 길거라는 상상을 하실 거다. 맞다.
이야기가 길다보니 이제나 저제나 미루어 왔던 이야기인데 이제는 막다른 골목에 왔다.


지금 이야기할 꺼리가 많으니까 1탄, 2탄으로라도 해야 나중에 진행상황을 까먹지않는다는 판단이 서서 요즘 개복숭아 씨 심느라고 무지 힘들지만 기억을 더듬어 쓰려고 한다.


예전에 논산의 이원무신부님께서 관상용 닭을 사올테니 키워보라고 하셔서 아내와 나는 자신이 없다고 말씀을 드렸다.
신부님은 산골에서 닭을 키우고 병아리를 키우는 재미도 보고, 또 유정란을 낳으면 가족끼리 먹는 재미도 있고 하여 마음을 써주신 것이다.
신부님은 늘 그렇게 마음을 써주셨다.


예전에, 귀농초에도 토종닭을 연구하시는 분이 진주에서 여기까지 직접 그 많은 닭을 실어다 주고 가셨다.
공짜로...


정말 보니까 덩치도 작고 색깔도 일반 닭과는 달랐다.새박사라고 했는데 정말 그냥 말하는 박사가 아니고 조류쪽을 전공하신 분이셨다.
얼마나 고맙던지..용기를 내어 키우는데 까마귀가 그랬는지 들짐승이 그랬는지 자꾸 닭을 물어 죽이는 거였다.


나중에는 폐그물을 얻어다가 쳐주곤 했는데 겨우 목숨을 부지하던 놈들을 개가 풀려서 결국은 다 잡아 죽이고 말았다.
개는 죽여만 놓았지 먹지도 않는다.


얼마나 마음이 안좋은지 다시는 닭을 안키운다고 아내와 다짐을 했다.

그러다 아이들 운동회때 경기 우승으로 받은 닭도 개가 물어 죽이고 하여간 우린 동물이랑은 인연이 없었다.


그렇게 아픈 상처만 남기고 닭은 물건너 갔고, 꿈에도 닭을 키우지않겠다고 했는데 신부님이 관상용 닭이라며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그런 이유로 자신이 없다는 말씀을 드렸다.


신부님 생각은 유정란을 꺼내 먹을 수 있고 , 말 그대로 관상용이니까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병아리 낳으면 길러도 보면 참 좋을 거라는 배려에서였지만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7월에 따가운 날에 신부님은 트럭에 닭장이랑 닭이랑 싣고 신부님도 차로 오셨다.
닭장은 조립할 수 있도록 하여 오셨기때문에 여기와서 조립을 했는데 그럴듯한 단독주택이 되었다.
물론 이것도 사오신 것이다.


 




그렇게 하여 새생명이 우리집에 다시 들어오게 되었다.
사냥개 벤자민 이후 또 다른 생명을 들인 것이다.


그런데 신부님이 가시고 나서 다음 날 한마리가 죽었다.
얼마나 마음이 안좋은지...


또 그렇게 마음을 써주셔서 가져오신 것을 금방 한마리 죽였으니 할말이 없었다.

나 역시 잘 자라주기를, 이번에 닭은 어디 한번 잘 키워보려고 마음을 먹었건만 바로 다음날 원인모를 이유로 죽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세마리랑 함께 살았다.


우리집에서 새로 지은 신부님 집까지 언덕을 헉헉거리며 걸어올라가야 하는데 매일 밥주고 물주고 그리고 다른 동물이 해꼬지 하지않는지 걱정되어 오르내렸다.


그런데 어느날 모이를 주러 올라가는데 그애들 집이 길 중간까지 내려와 뒤집어져 있었다.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모습과 같이 둥지는 둥지대로 나가떨어져 있고 집도 다시 쓸수 없겠다는 판단이 설 정도였다.

일단 닭집을 다시 제자리로 옮겨놓고 보니 닭들이 어디로 도망갔는지 찾을수가 없었다.


이거야 원, 역시 우린 동물 키우는 것은 어려운가 보다 등등 별의 별 생각을 다하며 맥빠져 했다.
그런데 일단 닭들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날 신부님 집에서 공부하고 잔 아들 선우가 집 근처에서 닭울음소리가 날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보니 집 뒤 나무 아래서 세마리가 사이좋게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닭장 밖에 모이를 주었더니 우리가 없으면 내려와 모이랑 물을 먹고 가곤했다.

며칠 뒤에 신부님이 오셔서 함께 닭장을 수리해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닭을 어떻게 잡아서 닭장에 넣어주느냐였다.
닭은 밤에 눈이 제구실을 못하기때문에 밤에 잡아 닭장에 넣어주기로 했고 세 마리인니 신부님과 나 그리고 선우가 한마리씩 담당해서 잡기로 했다.

 

세 마리가 신부님네 집 뒤 보일러 위에서 잠을 자는 것을 한마리씩 덮치기로 하고 하나, 둘, 셋 하고 덮쳤는데 선우가 잡았다가 놓쳤다.

나중에 다시 잡아  무사히 세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을 지나도 알은 커녕 그림자도 없었다.





알때문에 키우는 것은 아니지만 알을 낳으면 흥미로울 것 같아서 매일 둥지를 확인해도 깨끗했다.
우리에게 무슨 유정란이 굴러들어올까라며 서서히 흥미를 잃어갈 즈음 알을 낳은 것이다.
한번에 두 개씩...





신기하고 하여 꺼내다 주현이랑 들여다 보고 깨서 그냥 먹어도 보고 하니 옛날 생각이 났다.


엄마가 뜨거운 밥 가운데를 숟가락으로 파서 거기에 계란을 깨넣어주시면 간장넣고 참기름넣고 비벼먹었었다.

그렇게 하루에 두 개씩 거의 우리 가족의 입을 즐겁게 해줄 때, 신부님께서 이제는 꺼내는 것을 먹지 말고 보관했다가 나중에 암탉이 품으면 다시 넣어주라고 귀뜸을 해주셨다.


그러다보니 정말 어미닭이 품기 시작했고 보관하고 있던 알을 못넣어주었다. 품고 있는데다가 냉장고에 보관했던 것이라서...

품으면서 낳은 것까지해서 모두 8개를 품기 시작했다.



 



암탉은 죽으나 사나 품고 앉아있었다. 그 위 호수밭에서 일하다가 가보면 또 앉아 있고 앉아있고 배고플텐데 수탉이 먹여주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더 자주 가보았는데 아주 가끔 내려와 모이를 먹고 다시 올라가는 것이었다.

야콘밭에는 지렁이가 많다.


유기농이니 당연한 거지만 풀을 뽑다보면 아내가 자주 놀란다.
뱀인줄 알고, 사실 나도 가끔 놀랄때가 있다 무심결에 풀을 뽑으면 그 아래서 기어나와서 말이다.


오늘은 그 놈을 몇 마리 잡아다 닭장에 넣어주니 수탉이 알을 품느라 고생하는 암탉에게 양보를 한다.
암탉이 아주 잘먹는다.





그리니까 임신부에게 영양식이 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품는 날이 오래되었는데 깨어나질 않는다. 새끼가.


매일 들여다 보아도 매일 품고만 있다.
인터넷을 뒤져서 알아보니 15일 정도면 깨어 나온다는데 우리집 알은 깨어날줄을 몰랐다.
이제 거의 관심을 놓고 속으로 기대치도 많이 바닥으로 떨어져있던 어느날보니 어미닭있는데서 삐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미닭은 계속 마저 품고 먼저 깨어나온 병아리는 밖이 궁금한지 자꾸 기어나오려고 하면 어미닭은 도로 날개로 끌어안고 그런다.
내가 동물을 이렇게 자세히 끈덕지게 관찰한적이 없는 것 같다.

하여간 네 마리가 깨어났다.


어느날보니 어떻게 내려왔는지 바닥으로 내려와 있다.
어떻게 내려왔을까 무지 궁금하다.


그렇게 신기해하고 기뻐하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한 마리가 죽었다.
머리를 뜯겨서 죽어 있다.


근처의 땅을 파고 묻어주었다.


왜 죽었을까.

안그래도 다른 동물들이 침입해서 물어 죽일 것 같아서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산골에서 병아리 키우는 것은 이렇구나 싶어서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확인하고 문단속을 하고 내려왔다가 야콘밭에 가면서 또 가보니 또 죽었다.
그역시 비슷한 상황에서 죽어 있었다.


밭에 갈 기운도 안났다. 나머지도 죽이게 생겼으니 대책이 서질 않았다.

다시 밭에서 내려와 아내에게 말했더니 하루에 다 죽었으니 어차피 거기에 두면 또 죽게 된다며 나머지 두 마리를 데리고 내려오란다.
어쩌려고???

박스에서 키워보잔다.


그게 더 안전하다고...
물론 어미옆에서 자라는 것이 최상이지만 지금처럼 사망률이 높은 상황에서는 모험을 걸어야한단다.

이럴 때는 단호한다.





내가 생각해도 당분간 몸집을 키워 보내주면 어떨까 생각하며 두놈을 데리고 내려왔다.

주현이가 바쁘다.

인터넷 먼저 뒤진다.

이제부터 인터넷으로 병아리 키우기가 시작되었다.
박스를 가져오고, 박스안에 병아리들이 춥다고 신문지를 갈기갈기 찍어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검색하더니 추위에 약하므로 패트병에 물을 뜨겁게해서 넣어주던지 전구를 넣어주던지 하여 체온유지에 조심하라고 되어 있다며 패트병에 물을 넣어 주었다.




그랬더니 꼭 패트병만 새로 넣어주면 그 옆에서 두 놈이 붙어 잔다.

생후 5일째 되는날 병아리 집을 청소해야 한단다. 똥을 쌌으니 신문지도 갈아주고 물도 갈아주고. 그러는동안 잠시 외출..
5일된 병아리이다.



주현이는 학교갔다오면 병아리를 돌보느라 바쁘다.
손님들이 오면 못만지게 해야 한다고 당부당부를 한다.
엄마도 만지지 말라고..


애들이 겁도 먹지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인터넷으로 병아리를 키우고 있다.

인터넷이 시키는대로 주현이는 연구를 하고, 실험을 해보고 자기 의견을 덧붙여 두 병아리를 보살폈다.

그리고는 또 흙을 넣어주란다.
흙을 먹어야 소화를 시킨다고...

중3인 아이에게 새로운 경험이고 더없이 신비로움 체험일 것이다.


생각해 보니 태어나자마자 엄마 떨어져 5일밖에 안된 생명이니 얼마나 사람이 무서울까.
나도 들여다만 봤지 만지지않았다.


그런 주현이는 인터넷에서 계란을 삶아 노른자만 주라고 했다며 계란을 삷는다.

정말 보니까 잘먹는다.
그런데 그것두 너무 오래 먹이면 안된다며 하루에 반개만 주라고 지엄마에게 부탁한다.





주현이는 가끔 넓은데에서 운동도 시켜야 한다며 꺼내준다.
똥도 닦아주는 주현이다.
 

내가 물을 갈아주려고 하면 겁을 먹고 막 두망가는 녀석들이 주현이가 손을 내밀면 닥아와서 같이 논다. 신기하다.




주일에 성당에 다녀온 주현이가 병아리들이 이제 어미품으로 돌아가는 연습으로 바깥세상 적응훈련을 해야한다며 데리고 나간다.
꽃밭에서 적응훈련 첫째날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것을 쓰는동안 나 반성많이 했다.
귀농전 아이들이 어려서 내가 이렇게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키웠다면 아내에게 상받았을 것이다.
안그래도 아내가 애들 어려서 기저귀 갈아준 것이 다섯 손가락도 남는다고 심심하면 그 레파토리를 꺼내는데 사실이니 난 할말이 없다.


그래도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놓자면, 그때 소장이 되기 전이니 물불 안가리고 일할 때다.


그러다 소장이라는 완장을 어린 나이에 채워주니 더 목숨걸고 일하고...
그렇게 일한 것에는 조금도 후회없다.


남자로 태어나 내가 한 직장생활의 모습이 나로서는 아주 최선이었고 만족한다.
그래서 이사님께 사표를 낼 때도 조금의 후회도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쏟을 시간이 없었다.


목에 넥타이줄 매고 다니는 직장인 아빠들이 많은 부분 그랬다고 위로도 해본다.

다른 아빠들처럼 달콤한 아빠가 되어주지 못했는데도 아내는 바가지 긁지않고 참아주어 그게 요즘 고맙다.
귀농을 안했으면 아직도 이런 반성을 못했을 것이다.


암만 그래도 그 놈의 다섯 손가락 기저귀 얘기는 좀 안했으면 좋겠다. ㅎㅎ

1탄은  여기까지다.


더 하면 날짜도 엉키고 이제 잘 적어두었다 2탄에서 성장기를 보고하겠다.

내가 귀농일기도 이렇게 자세히, 여러 날의 상황을 적어가며 이렇게 순서를 정해 쓰지못했는데 뼝아리들때문에 이런 경험도 해보았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

귀농하자고 막무가내로 주동한 초보농사꾼 박찬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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