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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_해당되는 글 2건
2009.08.25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산골의 미니 번개 
2009.07.07   귀농풍경--내가 꿈꾸는 모습 1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산골의 미니 번개
+   [산골편지]   |  2009. 8. 25. 17:50  


2009년 8월 10일

서울에 갔었다.
두 번째 책 내는 일로 출판사도 가야 했고, 과천에 있는 농수축산부에 들릴 일도 있고, 다른 일도 볼겸해서 나섰다.

산골을 한번 뜨려면 이런 저런 일들이 걸려 미루다 보니 여러 가지 일을 그르칠 때가 많았다.
이번 서울행은 이틀 예정으로 떴는데 사흘이나 있다가 오게 되었다.
우리 산골소녀 주현 낭자랑 시간을 보내느라 그랬다.
오랫만에 갖는 둘 만의 쇼핑 시간.

무엇을 사서가 아니고 엄마가 좋아하는 것도 말하고, 우리 주현이가 좋아하는 것도 말하고, 그렇게 몇 시간 함께 한 것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렇게 일을 보는데 미니 번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스쳤다.

하늘마음농장을 사랑하는 분들이 두 번의 번개를 가졌었다.
한 번은 '청계천 번개'였는데 그때는 우리가 참석도 하지 못했는데들 모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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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후기를 읽고 얼마나 고맙고, 가슴벅찼는지 모른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음 번개 때에는 부부 중 한 사람만이라도 꼭 참석하리라고...

그리고 한참 후에 '삼성동 번개'가 있었다.
그때는 초보농사꾼이 참석했었다.
고마운 분들이 많이 나오셨고, 초보농사꾼도 돌아와 설명해 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나서 이른 봄에 울진 산골에서 번개를 했었다.
그 바쁘신 분들이 많이 참석하셔서 하룻밤을 보내시고 가신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울진 번개 때에 마침  일이 있어 못오신 분들이 몇 분 계셔서 늘 아쉬운 마음을 안고 살았었다.
그러다 이번 서울에 갔을 때 문득  여름이 가기 전에 못오신 분들을 초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일을 보면서 한 분 한 분께 문자를 드렸다.
치자꽃님, 산천어님, 김요셉 교수님, 김남걸님, 은행장님, 굼뱅이 엄니, 문영미님...

메히틸다 언니는 다른 언니들과 모임을 갖기 때문에 함께 오는 것이 나을 것같아 문자를 생략했다.
그리고 당수님께 이런 모임을 가지려고 한다고 문자로 보고도 드렸다.^^

사실 갑자기 생각한 일이라 분명 내가 나쁜 머리에 기억 못하고 빠뜨려 발등을 찍을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건망증이 심한 거야 홈의 사랑방에 오시는 분들 모두 아는 사실이라 "생긴대로 살자!"를 외치며 실행에 옮겼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일이 있어 어렵다고 하셨고, 김요셉 교수님은 회답을 받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 토요일에 산골로 오신 분이 김남걸 님 부부와 문영미님이었다.

문영미님은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
면에 있는 곳에 내리기로 하여 내가 마중을 나갔다.

정거장에서 우린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가방이 무겁길래 집에 와 보니 가방안에서 밑반찬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산골아낙이 손님맞이에 바쁠까봐 밑반찬을 열 가지 정도 가지고 왔고, 시계가 하루 전날 고장나서 초보농사꾼이 낭패를 보았는데 어찌 그리 귀신같이 알았는지 이쁜 시계와 내가 좋아하는 빵(^^)을 사가지고 왔다.
버스를 갈아타고 불편했을텐데...생각하니 마음이 찡~~~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김남걸 님 부부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늦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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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미님은 장갑끼고 호미들고 마당의 풀을 뽑기 시작하는데 정말 '개가 핥은 것'같았다.
어찌나 손을 잽싸게 놀리는지 태풍이 지나간 것처럼 말끔해졌다.
그러나 내 마음은 동동거리기 시작했다.

이 산골에 왔는데 자연이라도 많이 보여줘야 하는데 풀을 뽑고 있다니...
서둘러 소광리로 '500년 된 소나무'를 보러 가자고 했다.
소광리로 들어서서부터 울진 금강송에 감동하는 영미님,...

쭉쭉 뻣은 소나무들과 흙길을 걸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자지러지듯 가을을 준비하는 소광리 계곡에 잠시 차를 세우고 맑디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손을 담그며 서로 감탄했다.

그렇게 돌아오니 김남걸님 부부가 도착해 계셨다.
저녁은 데크에서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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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저녁 메뉴는 오갈피와 뽕나무를 넣은 닭백숙을 하려고 했는데 닭 잡아 주는 곳에서 하루 전에 주문을 했어야 했단다. 엊그제만 해도 보는데서 잡아주드만...
벌써 오갈피 나무와 뽕나무를 톱으로 베어다 놓았는데 헛수고가 되었다.

할 수 없이 메뉴를 삼겹살로...
안개비가 내리는데도 모두가 밖의 데크에서 먹자고 하여 우리는 돛자리를 펴고, 삼겹살을 구웠다.
김남걸님은 초보농사꾼이 좋아하는 1회용 생맥주 통과 여성팬들이 좋아할 와인과 맛난 꽈자, 집에서 신는 신발, 내가 좋아하는 빵(^^) 등을 사오셨다.

선우와 초보농사꾼이 그런다.
얼마나 빵을 좋아한다고 광고를 했으면 오시는 분들마다 빵을 사오시느냐고...ㅠㅠ

그렇게 소주잔과 와인잔을 기울이며 산골이야기를 들으시고, 사랑방 손님들을 떠올리며 늦도록 식사를 했다.

그런데 문제는 김남걸님께서 우리 산골가족을 생각하시어 백암온천에 숙소를 정해놓고 미리 돈도 지불하시고 가방 하나도 그곳에 두고 오셨다는 거였다.

산골에서 모두 같이 자면 되는데 왜 그러셨냐며 볼멘소리를 했고, 결국은 숙박비를 포기하고 산골에서 주무시기로 했다.
가방은 내일 아침 일찍 찾아서 다시 산골로 오시기로 하고...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사랑방 손님들은 어쩜 그리 눈매가 선하디 선하신지...
오래 전에 만난 인연같고, 오빠같고, 동생같고 그랬다.
그래서 한없이 든든하고 ...

다음날, 김남걸 님 부부는 백암온천에서 가방을 찾아 오셨다.
어제 산골을 둘러보신 후, 집 꼭대기에 말벌집이 있다며 철거해야 한다고 한 걱정을 하시더니 에프킬라 두 통을 사오셨다.
그리고 초보농사꾼과 말벌집 소탕작전을 개시!!!

산골의 집은 워낙 지붕이 높아 아무리 높은 사다리를 펴도 해결이 안되다 보니 제일 긴 철 장대(하우스 대)로 해결하기로 했다.

우선 두 사람 모두 비옷을 입었다.
업무분장도 했다.
초보농사꾼은 엄청 긴 철 작대기로 벌집을 털어내는 일을 맡았다.
그리고 김남걸님은 에프킬라 두 통을 쏘면서 벌이 벌떼처럼 사람에게 달려들 것을 막기 위해 에프킬라를 양손으로 쏘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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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붕이 워낙 높기 때문에 철 작대기로 여러 번 휘둘러서야 커다란 말벌집이 떨어졌다.
벌집이 공격을 당하자 말벌들이 주위의 두 침략자(?)를 향해 달려들기도 했으니 김남걸님의 쌍권총에 모두 나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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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들은 다리 아래로 , 머리 위로 달려들었지만 김남걸 님의 그 예리한 눈과 판단력과 지혜에는 꼼짝을 하지 못했다.
저렇듯 2인 1조로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또 사람만 두 명 있다고 가능한가??
아니다.

칼같은 판단력과 작전, 그리고 민첩한 행동 등 3박자가 맞아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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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이 성격과 달리 말벌집 흔적을 말끔히 털어내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 달 쯤 전에도 말벌집을 그 자리에 지었었다.
초보농사꾼과 선우가 위험을 부릅쓰고 소탕을 했었다.
그런데 그 말벌집이 바닥에 떨어지자 그 많은 말벌들이 우와좌왕하느라 난리다.

왜 안그렇겠는가.
입장바꿔 생각하면 똑같지.

그렇게 떨어뜨리고 잽싸게 집에 도망들어와 밖의 부서진 말벌집을 구경하고 다음날 보니 그 큰 말벌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거다.

아들 선우 말이 자연물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며 감탄한다.

그런데 조금의 흔적이 남아있는 바로 그곳에 예전 것보다 더 큰 말벌집을 지은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다시 짓는단다.

아들 선우가 한번 재해를 당하면 저런 생명체들은 다음에는 더 크고, 튼튼한 것으로 재연을 한단다.
어디서 알았냐고 하니 책에서 보았단다.
책 값 하는 선우 ㅎㅎㅎ
주현 낭자는 서울 가 있는 관계로 이런 모습을 못보고 함께 하지 못해 아쉽고 그립고 그랬었다.


여하튼 나머지 사람들은 밖에서 두 남자들이 소탕작전에 몸을 바치는 동안 집 안에서 현관문을 꼭 닫고 통창으로 그 생생하고 스릴있는 ‘말벌소탕작전’을 관람(?)했다.




 

그 안에서는 통통한 애벌레가 쏟아져 나왔다.
정말 신기하다.
말벌집 구조도 신기하고, 시치로폼처럼 생긴 하얀 것들이 저들이 만들 공간이라는 사실도 신기하고, 그 안에서 애벌레가 살아 움직이는 것도 신기했다


나머지 벌들은 집이 쑥대밭 되었으니 웬 놈들이냐며 웽웽거렸고, 그 기세를 노련하신 김남걸 님이 에프킬러로 짓눌렀다.

더운 날 비옷을 입고 그 놈들을 소탕하느라 두 사람 모두 땀이 범벅이 되었다.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신 김남걸님은 다른 곳에 또 벌집이 있는지 늘 주의해서 다니라고 신신당부를 하신다.

대단위 작전이 끝나고 모두 소광리로 출발.
울진의 황루시아 가족(채영 아빠, 용선이, 채영 공주)를 소광리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내가 죽변항에서 회를 좀 사다 달라고 부탁했더니 회를 찾아 싣고서...
백산님네 부부는 영양의 수비에 펜션을 돌봐야 해서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했다.

모두 소광리 끝에 있는 500년된 소나무를 보고 소광리 계곡과 소나무 숲길 등에 감탄을 하며 둘러보았다.
벌써 계곡의 돌에는 돌에 붙은 잎사귀에 단풍물이 들기 시작했다.
어찌나 가슴으로 달려드는지...

소광리와 불영계곡이 만나는 곳에서 발을 담그고, 루시아가 사준 옥수수를 먹으며 잠시 시간을 보내다 산골로 돌아왔다.
김남걸님 네가 먼저 가셔야 한단다.
죽변항에서 사온 싱싱한 회 맛도 못 보시고 한 분은 부산으로, 한 분은 안양으로 가셔야 했기 때문에 먼저 아쉬운 이별을 했다.
그리고 루시아네 가족과 문영미님은 좀더 이야기 시간을 갖다가 문영미님이 서면에서 동서울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나와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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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을 같이 했는데 이별의 끈은 왜그리 길고 질긴지...
면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서로의 손을 잡았다.
영미님은 좋은 시간 보내고 간다고 했지만 먼 길 온 영미님께 미안한 마음만 가득했다.
손이 왜 그리 차갑던지...
스웨터라도 입혀 보낼 것을...

버스가 도착했고, 차창으로 손을 흔들고는 버스 뒤꽁무니만 바라보았다.
불영계곡을 돌아 집으로 오는 길...
차를 몇 번이나 세우고 마음을 눌렀다.
버스를 갈아타며 돌고 돌아 온 분들...
영미님에게 문자를 보내고 산골로 돌아왔다.

황루시아 가족들과 저녁을 먹었다.
루시아 가족 역시 늘 우리 산골가족에게 든든한 위로자인 사람들.
채영 아빠는 어쩜 그리 착한지(물론 루시아도 착하구..삐지지 말길...), 초보농사꾼에게 형님, 형님 하는 모습이 그리 이쁠(?) 수가 없다.
그 모습은 귀농 초에 만난 모습 그대로다.
세월이 변해도 늘 한결같은 마음 그대로인 사람.

루시아네 가족이 떠나고 나의 사랑하는 인연들이 산골을 다 빠져 나간 시간...
한참, 꽃밭 주위를 서성였다.
코스모스도 손을 내밀고, 노란 서양국화도 길게 허리를 굽혀 내 치맛가락을 스치며 아는체를 한다.
그것이 그들의 위로방법이다.

내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지,
나의 길이 어떤 발자국을 남겨야 하는지,
내 살아가는 향기가 들꽃처럼 어떤 잔잔한 파장을 남겨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한참을 서성였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풍경--내가 꿈꾸는 모습
+   [산골풍경]   |  2009. 7. 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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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우체부 아저씨가 오셨다.
야콘즙을 한 봉지 뜯어서 드렸다.
아저씨는 농사지은 것을 아시는지라 한 방울까지 다 드시려고 하신다.

그 모습을 보며 농사를 더 열심히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체부 아저씨가 건네 주신 우편물을 뜯어보니 내가 자빠지는 책 한 권이 들어 있다.

한창 바쁜 시절에 마주한 우편으로 배달 된 책 ...
그것은 우주가 한쪽으로 기울만큼의 감동이었다.

그리고 봉투에서 따라 나오는 카드 한 장...
들여다 보는 순간...

"아!  @#^%$#&#@"

그림의 모습이 참 넉넉해 보인다.
두른 앞치마가 그렇고, 주위의 들꽃들이 그렇고, 주인공의 꾸미지 않은 머리칼이 그렇다.

나도 저런 모습으로 나이를 먹고 싶다.
물론 카드 속의 주인공은 나보다 젊어보이지만 언제나 늘 푸른 소나무처럼 그렇게 얼굴에서 풍기는 것이 푸르게 늙고 싶었다.

카드를 거실에서 눈에 잘 띄는 곳에 올려놓았다.
어머님이 평생 모으신 수석과 조화를 이루어 놓았다.
카드 앞의 수석 제목은 '연인'이다.
내가 붙인 제목이다.

'연인'과 여인

오늘 책과 카드 한 장이 이렇게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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