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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 _해당되는 글 4건
2009.05.24   귀농풍경--너 아직도 그러고 있었구나 
2008.12.18   귀농풍경 -- 별에 못을 박다 
2008.11.29   산골풍경 -- 기다림의 시간(대림) 
2008.11.23   산골편지 -- 이젠 손대지 않으마... 

 

귀농풍경--너 아직도 그러고 있었구나
+   [산골풍경]   |  2009. 5. 2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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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운재밭에 갔었다.
그러니까 봄되고 처음으로...

그런데 작년에 보았던 갈대를 보고 입에서 튀어 나온 말...

"너, 아직도 그러고 있었구나, 가을에 본 그 모습  그래로구나..."

그랬다.
가을에 야콘을 캐러 왔을 때에도 그러고 있었다.
답운재밭의 야콘을 조금 남겨두고 달밭의 야콘을 캐러 갔었다.

거기서 몇 며칠 야콘을 캤다.
그리고 모든 밭의 야콘을 다 캤을 때는 서리도 오고 날도 많이 추워 있었다.

다시 초보농사꾼과 둘이서 답운재밭에 와서 몇 골 못캔 야콘을 캐는 날도 얼마나 춥던지 손이 시려 호호 불어가며 캤다.
그리고 둘이 추운데 야콘을 다 캐고 허리를 펴고 그동안 수고한 야콘밭을 둘러 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우리는 서로의 손바닥을 마주 치며 서로에게
"수고했어"를 외쳤다.

대지도 수고했고, 농부도 수고했고...
그런 모습을 갈대는 다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린 겨울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 봄에도 그 녀석을 그렇게 서있었다.
그렇게 서서 대지의 도반이 되어 주었던 모양이다.
반갑고, 반가워 한번 흔들어 주고 왔다.

햇살 아래 눈부신 그를 한참 들여다 보았다.

이제 너도 나도 새봄을 시작해 보자.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


 
 
        

 

귀농풍경 -- 별에 못을 박다
+   [산골풍경]   |  2008. 12. 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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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에 못을 박다

// 어렸을 때 나는
별들이 누군가 못을 박았던
흔적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별들이 못구멍이라면
그건 누군가
아픔을 걸었던 자리겠지///



산골에 살면서
별과 달을 볼 때...
제일 많이 해마다 생각이 변한다.

더 오묘해지고
더 친근해지고
더 도반같은 느낌을 느낀다.

귀농 전에는 현실만 바라보던 눈을
귀농하면서 서서히 자연에 눈을 돌려서일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오늘 류시화님의 '별에 못을 박다'라는 시를 읽으며 이곳에서 함께 감흥을 나누려고 올렸다.
오늘 하루...
연말의 바쁜 와중이지만 함께 별을 볼 수 있는 밤이길...
입김을 호호 불며........

(사진은 오두막에 살 때 우리 주현이 몇 년 전 모습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산골풍경 -- 기다림의 시간(대림)
+   [산골풍경]   |  2008. 11. 2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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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콘 캐기 막바지 노동에 젖어 있을 때,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꼭 하고 싶은 일...

이 원무 대베다 신부님께서 작년에 선물로 사주신 '예수님 구유 셋트'를 다락방에 꺼내 놓고 싶은 일...
밭에서는 오늘 밤에 꼭 해야지...
밭에서 들어오면 저녁 먹고, 치우고, 빨래 하고, 발송준비하고...겨우 밤늦은 시간에 자고...

다시 다음 날 밭에서
'오늘 내 무슨 일이 있어도....'벼르지만 ...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도저히 내가 나를 관장을 못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깊어진 날 밤,
구유 셋트를 넣어둔 장에서 하나하나 싸둔 것을 꺼내 다락방으로 가지고 올라갔다.

어느 매트를 깔까...
고민하다가 올해는 이 크리스마스풍 매트를 깔기로 했다.
작년에는 황금색 매트를 깔았는데...

설명서에 나와 있는대로 위치를 배정하고 매트 둘레에 내가 잘 간직해 둔 크리스마스 트리 세트 중 금색, 은색 알이 있는 줄을 둘렀다.

다 놓고 나니 기도가 하고 싶어졌다.
촛불을 켜고 그 새벽에 난 묵주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제 대림 주일이다.
대림... 주님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성탄때까지 주님을 기다리며 난 어떤 묵상을 할 것인지...

귀농을 결정해야 할 때, 정말 두려웠다.
멀쩡히 직장다니는 사람이 직장을 제 손으로 그만두고 농사지으러 , 아이들을 자연에서 키운다고 산중의 산중으로 간다는 사실이 제정신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정말 두려웠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신은 나에게 무엇을 바라실까, 내가 어떤 결정을 하기를 바라실까, 나에게 어떤 기회를 주신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몰입했다.
몰입하면 할수록 알 수 없는 힘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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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도 성당이 있을 것이고 남편이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으니 그곳에서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으리...

그렇게 믿었던 분...
그 분은 내게 늘 힘을 주었고, 힘든 일이 누구의 영어 책 제목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힘들게 할 때도 도반이 되어 주었다.

지금 난 그 도반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대림초를 켤 시간이 닥아오고 있다.
목구멍이 뜻뜻해진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산골편지 -- 이젠 손대지 않으마...
+   [산골편지]   |  2008. 11. 2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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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1일


이것은 두어 달 전에 써둔 글이다.

------------

법정 스님이 ‘기도는 하루를 여는 아침의 열쇠이고,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의 빗장’이라고 했듯이 아침에 눈을 뜨면 성호 먼저 긋습니다.
절로 절로 그리됩니다.

이런 아름다운 아침을 그것도 사지 멀쩡하게 맞이 할 수 있게 해 주신 신께 감사기도가 절로 납니다.
그리고 검정 고무신을 꾀차고 들로 나섰습니다.
야콘을 심은 호수밭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기 때문에 단숨에는 힘듭니다.

마음이 거북할 때처럼 숨도 가쁩니다.
그런데 길바닥에 금방 나무에서 떨어진듯 윤이 반지르르 흐르는 알밤이 하나 떨어져 있습니다.

‘어?? 가차운 곳엔 밤나무도 없는데...’

그것을 주워 낼름 한 입 깨물었더니 우윳빛 속살이 어찌나 미어터지게 들어 있던지요.
오물오물 넘기며 생각해 보니 다람쥐가 가을걷이 해가다 히에 부쳐 떨어뜨린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생각이 그에 미치자 아무 생각없이 홀랑 먹어치운 것이 미안스러워졌습니다.
분명 그에게도 식솔이 있을텐데...
겨우내 그 식솔들 목에 거미줄치게 하지 않으려고 그리 바삐 가을걷이하려던 것을...

자기 자식들에게 주려고 가장 좋은 것을 구하느라 발품도 많이 팔았을텐데...
이것을 다시 찾으러 올지도 모를 일인데...

야콘밭으로 올라가던 걸음을 돌려 두릅산 아래 밤나무로 갔습니다.
그 나무 아래를 아무리 눈씻고 봐도 아까처럼 반지르하고 튼실한 놈은 없습니다.
가시를 찔려가며 뒤집어 봐도...

겨우 하나 찾아냈지만 아깟 것 어림반푼어치도 없습니다.
그래도 그것을 주워다 아까 남의 것을 훔쳐(?) 먹은 자리에 갖다 놓았습니다.
한참만에 야콘밭에서 내려오며 그 자리를 살폈습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다음부터는 손대지 않으마' 다짐다짐합니다.

가장으로서 제일 좋은 것을 주려는 마음이 인간보다 깊은데 이 부실한 것을 가져갈 리가 없겠지요.
밤 한 톨이 마음 무겁게 하는 날입니다.
---------------------------

그리고 한동안 날짜가 흐르고 산골의 늙은 대추나무 아래서 대추를 주웠습니다.
그리고 태양 아래 얼굴이 쪼글거릴 때까지 말렸습니다.
나 역시 겨우내 식솔들에게 줄 겨울 양식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누군가 먹다 두고 간 것도 있고 흐트러지기도 한 것입니다.
누굴까...
서씨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통창으로 보니 다람쥐가 내 양식에 손을 대는 것이었습니다.
완전자동으로 나가려던 작동을 멈추었습니다.
나도 네 양식을 덥석해놓고 내 것은 이렇게 앙칼지게 지키려는 내 모습이 우스웠습니다.

따지고 보면 자연에서 났으니 너나 나나 서로 나누어 먹고 겨울을 잘 나면 될 일입니다.
내 것, 니 것이 없다는 거지요.
너도 먹고, 나도 먹고...
서로서로 나누어 먹으면 될 일이지요.

요즘 다람쥐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된서리 오고는 집 안에서 겨울을 날 모양입니다.
이제 흉내내어 열심히 가을걷이할 도반도 안보이니 그를 생각하며 열심히 가을걷이를 끝내야겠습니다.

이제 가을이 집니다.
마지막 은행잎 떨어지는 소리가 쿵하고 가슴을 칩니다.
이제 한 해를 마감해야 하는 시기라는 경고음같습니다.

아직도 그 울림이 남아 가슴에 잔물결을 일으킵니다.

올해는 한 해를 마감하기 전에 한 해 동안 수고한 나에게 편지를 쓰려고 합니다.
나를 격려하고,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이 때만큼은 ...

평소에는 닦달하고, 지청구를 하고, 바보라고 손가락질했던 나에게 이때만큼은 따사로운 말 한 마디를 해주고 싶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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