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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풍경 -- 기다림의 시간(대림)
+   [산골풍경]   |  2008. 11. 2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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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콘 캐기 막바지 노동에 젖어 있을 때,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꼭 하고 싶은 일...

이 원무 대베다 신부님께서 작년에 선물로 사주신 '예수님 구유 셋트'를 다락방에 꺼내 놓고 싶은 일...
밭에서는 오늘 밤에 꼭 해야지...
밭에서 들어오면 저녁 먹고, 치우고, 빨래 하고, 발송준비하고...겨우 밤늦은 시간에 자고...

다시 다음 날 밭에서
'오늘 내 무슨 일이 있어도....'벼르지만 ...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도저히 내가 나를 관장을 못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깊어진 날 밤,
구유 셋트를 넣어둔 장에서 하나하나 싸둔 것을 꺼내 다락방으로 가지고 올라갔다.

어느 매트를 깔까...
고민하다가 올해는 이 크리스마스풍 매트를 깔기로 했다.
작년에는 황금색 매트를 깔았는데...

설명서에 나와 있는대로 위치를 배정하고 매트 둘레에 내가 잘 간직해 둔 크리스마스 트리 세트 중 금색, 은색 알이 있는 줄을 둘렀다.

다 놓고 나니 기도가 하고 싶어졌다.
촛불을 켜고 그 새벽에 난 묵주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제 대림 주일이다.
대림... 주님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성탄때까지 주님을 기다리며 난 어떤 묵상을 할 것인지...

귀농을 결정해야 할 때, 정말 두려웠다.
멀쩡히 직장다니는 사람이 직장을 제 손으로 그만두고 농사지으러 , 아이들을 자연에서 키운다고 산중의 산중으로 간다는 사실이 제정신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정말 두려웠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신은 나에게 무엇을 바라실까, 내가 어떤 결정을 하기를 바라실까, 나에게 어떤 기회를 주신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몰입했다.
몰입하면 할수록 알 수 없는 힘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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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도 성당이 있을 것이고 남편이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으니 그곳에서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으리...

그렇게 믿었던 분...
그 분은 내게 늘 힘을 주었고, 힘든 일이 누구의 영어 책 제목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힘들게 할 때도 도반이 되어 주었다.

지금 난 그 도반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대림초를 켤 시간이 닥아오고 있다.
목구멍이 뜻뜻해진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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