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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_해당되는 글 14건
2010.06.30   귀농일기, 대지에 영양을 주는 날 
2010.03.05   귀농일기--밭으로 출근하고 싶다. 
2009.09.03   귀농일기--왜 자살했을까?? 
2009.07.12   귀농일기--거름뒤집기 
2009.06.09   귀농일기--다른 일 재껴두고 
2009.06.08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또 하나 아웃되고... 
2009.06.03   귀농일기--비오면 우비입고 심자하신다(야콘심는 날) 
2009.05.24   귀농풍경--너 아직도 그러고 있었구나 
2009.05.11   귀농일기--마음이 느슨해지는 일 1
2009.05.11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상황설명만 하면... 

 

귀농일기, 대지에 영양을 주는 날
+   [귀농일기]   |  2010. 6. 30. 18:45  

 2010년 4월

 

올해는 유독 춥다.


겨울이 추웠다는 뜻도 되고 봄이 되었는데, 4월이 되었는데도 한겨울 날씨처럼 춥다.

날씨가 추우면 없는 사람들이 고생한다더니 우리 역시 나무를 때는지라 나무해나르느라 고생이다.
눈도 자주 왔기 때문에 쓰러진 나무 등을 해오는 일이 쉽지 않은 해였다.

 

그런데 봄인데도 이렇게 춥고 얼음이 얼고 하다보니 봄농사준비 역시 차질이 생겼다.
이제는 춥던지, 눈이 오던지 농사 준비를 해야 한다.
다른 해에 비해 늦은감이 있지만 날씨는 여전히 매섭게 땅으로 나선 농부의 등을 떠민다.

 

 

 

주일이라 성당에 다녀오면 늘 그렇지만 긴장이 풀려서인지 몰라도 축 늘어진다.
옷을 갈아입으려면 시간도 걸린다.
그때 주저앉으면 끝장이다. 하루 일은.

 

그래서 커피를 마시고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마음의 준비작업을 한 다음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나서야 한다.
물론 농사꾼도 주일이 있겠지만 비오는 날, 눈오는 날이 휴일이니 굳이 주일이라고 해서 긴장을 풀 수는 없는 일이다.

 

또 갑자기 일이 생기면 또 하루를 일을 못하니 그렇게 치면 평소에 그냥 열심히 하면 될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답운재 양 모두 퇴비를 뿌리려고 하는데 무리이긴 무리다.


그런데 아내가 따로 할 일이 있을텐데 따라나선다.
자기 삽도 가져가라고 큰소리로 말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 한 몫 하려는 모양이다.

 

 

아내는 체구는 작지만 일할 때는 나와 성격이 비슷해서 너 죽고 나 살기로 한다.
그리고 쉴 때 쉬더라도 할 때는 그런 식이다.


아내가 찢어진 장화를 억지로 껴신는다.
다른 곳은 멍쩡한데 이상하게 뒤꿈치 거기만 찍어진다며 끙끙거리고 낀다.

답운재밭에 일단 퇴비를 군데군데 던져 놓은 일은 지난번에 다 해두었으니 오늘은 그것을 뿌리는 일이다.

 

아내의 일이 따로 있다.
아내는 칼로 퇴비비닐을 X자로 가른 다음 퇴비를 그 곳에 쏟아놓으면 내가 삽으로 그것을 떠서 골고루 뿌리는 일이다.

 

 

 

겉으로 보기에 아내의 일이 아주 쉬워 보여도 그렇지가 않다.
허리를 구부려 칼로 자르고 다시 퇴비를 다 털어서 빈 봉투를 손에 잡고 다니며 작업을 하다가 손에 비닐이 많아지면 한 곳에 봉투를 모아 두었다가 묶어서 마을에서 모아두는 곳에 내놓아야 한다.

 

 

 

어쨌거나 이 일을 내가 혼자 하면 정말 진도가 안나간다.
그러면 일이 배로 힘들어진다.


일의 진척 정도가 눈에 들어와야 사람이 기운찬데 하는지 마는지 하고 있는 듯 보이면 벌써 성격이 급해진다.

아내의 일이 그래서 아주 소중하고 큰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작은 덩치가 돌아다니며 퇴비 봉투를 갈라 엎어주고 다닌다.

 

 

 

아내는 성격이 잘 안쉰다.
나야 힘들면 담배 한 대 피우며 쉬는데 아내는 쉬지도 않는다.
얼른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은 나와 같아서 자주 밥 때도 넘기곤 한다.

 

“이것만 다 해놓고 먹자”이런 식으로 손발이 맞는다.
퇴비를 한참 뿌리다 보니 옆구리가 아프다.


아내와 잠시 쉬자면 가져온 참도 먹고, 담배도 한 대 피워문다.
땅바닥에 허리를 이렇게 펴고 있으면 정말 좋다.

 

 

담배 맛도 좋고, 하늘을 보고 심호흡하면 그것이 뼈속깊이 스며드는 기분이라 좋고, 허리가 쭉 펴지니 시원해서 좋다.
쉬는 시간엔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작년에 이 대지는 농부에게 조금의 수확만 하도록 허락했다.
난 대지의 그 뜻을 잘 받아들여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올해 수확 역시 대지의 몫이다.
나는 아내와 최선을 다해 농부로서의 일을 하면 나머지는 대지가 알아서 할 일이다.

아내가 퇴비봉투 작업을 다 마치고 삽을 찾는다.


퇴비를 뿌리는 아내.

지금 속으로 귀농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몰라...ㅎㅎ
꼼꼼하게 골고루 뿌린다.

 

계속 산골이야기, 아이들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일해주니 난 고마울뿐.

 

아내가 뿌리는 일을 거드니 속도가 팍팍 나간다.


혼자 뿌리는 일을 했으면 결국 답운재밭 양쪽을 다는 못했을 것이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서서히 기운도 빠질 시간이지만 함께 진도를 해나가니 일이 수워해진다.
일을 다 마치고 나니 6시가 넘었다.
시골에서 6시면 모두 일을 마칠 시간이다.

 

하기야 우린 일이 남았으면 어두워 안보일 때까지 하는 성격이지만 마침 이때 답운재밭은 끝이 났다.

이제 제일 경사가 심한 집 뒤의 호수밭과 새점밭의 퇴비만 뿌리면 될 일이다.

아내와 돌아오는 길,


너무 마음이 좋다.
도시에서 퇴근시간이 이렇게 뿌듯하고, 개운하고, 상큼할까??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그러나 산골로 와서 대지로 출근해서 대지에서 퇴근을 하는 삶이 시작되고는 하루를 마치는 시간이 참으로 개운하고 상큼하다.

거기에 내 땀냄새를 내가 맡을 때의 그 기분은 더 보람차다.

가면서 마을 입구 유이장님댁 ‘방앗간’에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 상큼한 기분이 절정에 달할 것이다.
“자, 방앗간 앞으로...“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일기--밭으로 출근하고 싶다.
+   [귀농일기]   |  2010. 3. 5. 14:51  

 

2010년 2월

 

산골의 날씨는 아침 저녁으로 뿐만 아니라 벌건 대낮에도 모가지를 바짝 오그릴정도로 춥다.
아래, 위 내복을 입는 것은 기본이고 그 위에 작업복 그 위에 오리털 잠바 정도는 걸쳐 줘야 육신을 제대로 펼수가 있다.

 

야콘즙 작업을 할 때는 그 안이 증탕기의 열로 겉옷을 벗고도 작업을 할수 있지만 문 하나만 열고 나오면 안과 밖의 차이가 엄청나다.
그러나 이틀만 있으면 입춘이다 보니 봄이 어디쯤 와 있는지 자꾸만 밭쪽을 올려다 보게 된다.


귀농 초에는 눈도 엄청 많이 왔고 날도 더 매섭게 추웠었는데 점점 갈수록 눈도 놀랄 정도로 쏟아지지 않고 매섭던 추위도 조금 위세를 덜떠는데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런 날씨의 변화로 도 그렇게 꽁꽁 얼지 않은듯 뭔가 꼼지락거리고 올라 올 것만 같아 을 자꾸 들여다 보게 된다.
잃어버린 돈을 찾는 사람처럼..

농부가 자꾸 밭쪽에 관심을 갖게 되면 봄이 멀지 않은 것이다.


아직은 두꺼운 얼음이 이불처럼 덮여있지만 그 아래에는 파란 물결이 봄처럼 농부의 마음을 자극한다.

이렇게 봄인듯 콧구멍에 바람을 들이지만 4월에도 자중하라고 산골에는 눈이 온다.


입춘을 떠올리는  때지만 아직도 몇 번의 눈이 산골을 찾아올 것이고, 세찬 추위도 몇차례 드나들 것이다.
날이 조금 풀리면 야콘즙을 짜고 난 찌꺼기를 작년 가을에 아내와 심었던 개복숭아 묘목 주위에 줘야겠다.


그러면 어린 묘목 주위에 풀도 덜나고 그것이 거름이 되어 많은 열매를 열 것이다.

빨리 봄이 되어 밭으로 출근하고 싶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에서!!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일기--왜 자살했을까??
+   [귀농일기]   |  2009. 9. 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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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부터 산골아낙이 컴퓨터 책상 앞에 책을 한 권 올려놨다.
인간과 대지를 연결하는 한 농부 철학자의 삶과 사상을 담은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라는 책인데 요즘 하도 피곤해서 책 한권 보지않는 나를 위해서 이것만은 꼭 보라는산골아낙의 시위인 것 같다.


소개글을 보니 삶의 근원인 대지,생명을 경외하는 농부의 마음을 진솔하게 담은 것 같아 꼭 시간을 내서 아니 시간이 없더라도 반드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선우가 학업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예전에도 가끔씩 혼자서 산골주위를 산책하곤 했지만 최근엔 그 횟수와 시간이 점점 더 많아졌다.
고2의 학생이 받는 학업스트레스가 오죽하려니 해서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고 도움이 되지 못하는 애비의 마음도 타 들어간다.

지난 주일의 일이다.그날도 산골을 산책하다가 들어온 선우가 근심에 찬 얼굴로 들어와서는 묻는다.


“아빠, 거북바위옆 포장도로에 지렁이들이 올라와서 자살을 하는 것 같아요?”


근심어린 얼굴이 걱정되어 같이 올라가 보니 정말로 지렁이들이 시멘트 포장도로에서 말라 비틀어진 것도 있고 마지막 남은 목숨 살려보려고 바둥거리는 지렁이들도 보였다.


다른 땅의 지렁이들은 땅 속에서 잘 지내고 있는듯한데 유독 새로 포장한 바로 그 길이만큼만 지렁이들이 목숨을 놓은 것이다.

토양에 지렁이가 많이 산다는 것은 토양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바로미터인데 이 토양에서 지렁이가 탈출하다가 죽는다면 분명히 이 근처의 토양생태계가 나빠졌다는 암시인데 걱정이다.
그렇다고 화학비료나 농약을 친 것도 아닌데….


이 산골처럼 청정한 곳에서 지렁이가 살지 못한다면 …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이었지만 선우의 진지한 모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없어 심각한 표정을 나누어 가졌다.

귀농 전같았으면 피곤하니까 대충 대답을 하고 말았거나 아니면 귀기울일 여유도 없었을테지만 귀농하고의 삶에서 이런 일을 하루의 시간을 종일 바쳐도 아깝지 않은 그런 대화꺼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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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아낙과 주현이는 먼저 성당을 갔고, 선우와 단 둘이 세레스를 타고 미사를 보러가면서 지렁이들이 반란을 일으킨 이유에 대해서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세레스의 그 화통을 삶아먹은듯한 소음에 더 큰목소리로 토론을 벌이자니 목구멍이 다 컬컬해졌다.

선우가 생각하는 지렁이들의 자살이유는 이랬다.

첫번째는 거북바위 옆 밭에는 해마다 고추와 야콘,상추나 푸성귀를 심었는데 올해 아빠가 소나무와 개복숭아 묘목, 천년초 등을 심는 바람에 고추와 야콘만 보아온 지렁이가 자기가 동네가 아닌 줄 알고 착각하고 이사 가다가 변을 당했을 가능성

두번째는 원래 시멘트 포장을 하기 전에도 그 길은 지렁이가 자기처럼 산책하는 산책길이었는데 시멘트포장을 해서(시멘트 포장은 작년 가을에 했음)그걸 모르고 3미터나 되는 시멘트 포장길을 횡단하다가 힘이 빠져 죽었을 가능성

세번째는 아빠가 심어놓은 소나무 골 사이에 잡초 방제용 검은색 부직포를 깔아놔서 너무
어둡고 칙칙해서 따뜻한 남쪽나라 찾아가다가 변을 당했을 가능성 등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산골소년 나름대로 심각하게 이유를 나열했지만 나로써는 수긍할 수가 없어 일단 좀더 정밀 조사를 해 보기로 하고 밭을 둘러 보았다.

우리 산골은 밭 바로 옆에 흐르는 실개천의 물을 그대로 모아서 식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농약이나 비료는 커녕 밭에서 일하다 오줌 싸는 것 까지도 조심을 하는데 이유가 뭘까를 고민하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천년초

집에서 키우면서 식구들 먹으려고 심어놓은 토종선인장이라는 천년초가 범인인 것 같다.
모든 선인장이 가시가 있지만 이 천년초의 가시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미세하다.


바람에도 날라와 사람의 몸에 닿으면 여간 따갑고 가려운 것이 아니라 작업이 아주 힘들다.
가시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제거하기는 더욱더 쉽지 않다.

천년초의 절반은 땅 속에 묻혀있고 나머지는 위에서 자라는데 이 가시가 지렁이들이 반란(?)을 일으키게 한 원인인 것 같다.

아내는 그게 아니라고 했다.


선우의 말대로 새로 시멘트 길을 연결해서 그 부분에서만 지렁이가 죽었으니 아마도 시멘트 길 아래의 지렁이들이 나왔을 가능성이 더 크단다.
우리 주현이도 거기에 끄덕이는 모양이고...

하여간 나는 천년초 가시가 손과 발도 없는 연하고 습한 지렁이 몸통에 붙었으니 답답하고 괴로워서 어떻게든 제거해 보려고 발버둥치다 보니 시멘트 포장에 까지 올라와서 죽은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금더 지켜본 다음에 지렁이를 살릴 것인지 천년초를 살리 것인지를 결정해야겠다.


왜냐하면 산골소년이 주말에 오면 또 지렁이들의 목숨을 살필 것이고 그동안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귀농주동자로서의 얼굴도 서지않으니 말이다.

이거 농사지으랴, 아들의 호기심때문에 지렁이 자살 방지하랴 정신없이 돌아가지만 그래도 난 산골이 좋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로 !!!

산골에서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일기--거름뒤집기
+   [귀농일기]   |  2009. 7. 12. 20:03  

지난 가을부터 시간날때부터 차츰차츰 만들었던 퇴비를 오늘 마지막으로
뒤집었다.
 
퇴비는 15일에 한번 정도씩 뒤집어서 골고루 발효가 되어야
한다는데 나는 오늘로써 총 3번째 마지막으로 뒤집고 비닐을 씌워 띄우는
작업에 들어갔다.
 
부엽토+잔가지+볏짚+쌀겨+왕겨+깻묵을 거의 같은 비율로
한 것 같은데 뒤집으면서 냄새를 맡아보니까 구수한게 아주 잘 부숙된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사실 예전에 어른들은 전부 퇴비를 만들어서 썼는데 이제는 비료 몇포대에
해결되니 거의 퇴비를 만들어서 쓰는 분들이 없다.

그나마 이곳에는 유기농을
하는 귀농자들이 퇴비를 만들어서 쓰니까 서로 비교할 수 있어서 좋다.

내가 관리하는 농토를 전부 자가제조 퇴비로 충당하려면 퇴비뒤집는 기계가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지만 당분간은 그냥 몸(삽)으로 때우고 부족한 양은
비싸지만 유기재배 퇴비를 사다 써야 할 것 같다.

퇴비 뒤집는데 하루 꼬박 걸리고 다음날에는 여기서 한시간 40분이상 걸리는
영덕의 미곡처리장에서 정미작업중 흘린 왕겨와 쌀겨(거의 왕겨 성분이 많다)
를 쓸어담은 포대(300kg /한포대)를 포대당 3000원에 4포대를 샀는데 포대값이
6600원으로 내용물보다 더 비싸다.

하긴 우리가 안가져가면 쓰레기가 될 정미장
바닥청소할 때 나온 것을 지게차로 상차해 주니까 아마 상차비 정도만 받은 것
같다. 포대는 나중에 가져오면 돈으로 환불해 주겠다 한다. 아마 이걸보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인가 보다.

울진으로 오는 해안가에는 농부들이 벌써 밭을 갈면서 농사준비에 여념이 없고
옆에서 개나리가 산들거리며 봄을 알리고 있다.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다른 일 재껴두고
+   [귀농일기]   |  2009. 6. 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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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30일

오늘은 덕거리 할머님들 품을 사서 야콘을 심는 날이다.
어제 아내와 함께 모종을 미리 캐다가 준비를 해두었으니 되었고 문제는 다 심느냐 하는 것이다.
금요일이다 보니 아내는 효소 등의 발송을 해야 하고 참도 준비하고 점심도 싸오지 마시고 같이 먹자고 했으니 점심도 준비해야 했다.

산골이기 때문에 문제는 시장을 금방 봐올수 없다는 점이 아내가 힘든 점일 것이다. 손님이 갑자기 와도 그점때문에 아내는 당황을 더 한다.
아침에 할머님들을 모시러 마을에 내려갔다 와서 집에서 커피 한잔으로 일을 시작하기는 이곳 할머님들도 마찬가지 코스다.
호수밭의 반도 지난번에 모종이 덜 자라서 못심었으니 호수밭을 오전 점심 먹기 전에 끝내야 내려와서 다시 달밭을 채울수 있는데 심어봐야 아는 일이다.

열심히 내가 물을 주다 모종을 놓아주다 하여도 하여튼 식사전까지 호수밭을 다 못끝냈다.
점심을 먹으러 내려와서 아내에게 발송준비를 빨리 하고 오후에는 거들라고 했더니 오늘이 농수산무역신문 원고 마감일이라 그 약속도 지켜야하고 ...쩔쩔맨다.

결국은 야콘심는 것을 먼저 하기로 하고 점심먹고 할머니들과 휴식을 취했다(이때 휴식이란 잠깐 눈부치는 거다. 거의 난 다음 준비로 못쉬는데 요즘은 힘이 부치니 그냥 잠이 쏟아져 나도 잠깐 잤다) 아내만 발송준비하느라 뛰어다니다 함께 밭으로 갔다.
아내가 모종을 놓는데 손놀림이 나랑은 비교도 안된다. 무지 빠르다.
모종을 놓고 나서는 부지런히 또 심는다.
그러다 모종놓고, 오후 참 내오고...

아내랑 다른 일을 두고 도와줘서  결국은 집 뒤 밭을 다 심었다.
계획했던 일을 다해서 기분이 참 좋았다.크게 심는 일이 끝난 것이다.
이 기분...

일이 끝나고 할머님들을 덕거리로 모셔다 드리며 방앗간에서 막걸리를 사드리며 긴장을 풀었다.
그렇다고 심는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아주 조금이지만 답운재밭 끝에  일부 더 심으려고 한다.

그것이 끝나면 장독대도 정리하고 머위도 채취해서 효소를 담아야 하고 말이다.
또 농사에서 큰 일을 차지하는 풀...풀과의 전쟁을 예고라도 하듯이 지금 밭에는 아주 쪼그만 풀들이 다닥다닥 올라와 농부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아내는 술을 못마시기때문에 늘 집에 남는단다.
그게 아니고 주부들은 또 집안일이 그대로 남아있잖는지...

아내가 원고마감일인데도 마감일을 못지켰다고 걱정이다.
이제 답운재끝에 조그만 야콘을 더 심으면 일단 심는 것은 끝이지만 고추 말목도 박아줘야 하고, 이런 저런 일들이 다시 기다리고 있다.
오늘 안내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다 못심을뻔했다.

아내도 그럴까봐 죽으리 심고 모종 놓고 한 모양이다.
이렇게 봄이 지나고 있다.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이 글은 작년의 글이다))
초보농사꾼 (2008-06-01 04:12:42)
데크 난간에 아내가 사열시킨 것이다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또 하나 아웃되고...
+   [산골편지]   |  2009. 6. 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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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5일

얼마 전에 초보농사꾼에게 볼멘소리를 했었다.
왜 세레스 문을 열어 놓고 다니느냐고...
차 문을 닫고 나와야지 왜 그렇게 입을 벌려 놓고 다니는지 이해가 안갔다.

그런데 곧 나의 뱉은 말을 주워담고 싶은 답변을 들었다.
세레스가 재작년인가 작은 언덕에 세워 놓았다가 스스로 구르는 바람에 큰 나무에 문이 받히면서 차 문이 박살난 적이 있었다.
그 문이 박살 났으니 멈췄지 아니었으면 아예 차가 박살날 뻔했다.

그 이후 문짝을 어찌 고쳤는데 그 다음부터는 밖에서 문을 열 수 없게 되었단다.
그러니 창문으로 돈을 넣어 열거나 비오거나 한겨울에 창문을 닫으면 조수석으로 돌아가서 문을 매번 열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아예 차 문을 열어 놓는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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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아픈 사연이 있는 것을 성격이 여물지 못해서 그렇게 벌려 놓고 다니는줄 알았으니...
세레스를 볼 때마다 그 말이 생각나서 미안해지곤 했었다.

오늘은 호수밭의 골타기를 한다고 올라가더니 일찍 내려왔다.
인상이 심상치 않다.
그쯤되면 똥인지 된장인지 물어보지 않아도 이젠 다 안다.

관리기가 말썽이리.
그런데 이번에는 말썽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퍼졌다고 한다.
밭에 있는 것을 들춰 업고 내려와야 할 판 정도인가보다.

혼잣말로
'많이 썼는데 뭐.'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 폐기처분 정도의 수준인가 보다.
지금 한창 관리기 날이 춤을 춰야 할 시기에 퍼졌다니 난감하다.

그렇다고 새 것으로 사는 것은 우리의 철학(?)이 용서못한다.
귀농하고 생긴 삶의 방식...
'중고인생' ㅎㅎ

중고를 산다고 해도 지금 당장 써야할 판이니 사는 것은 무리다.
일단 저 너머 마을에 사는 병도형에게 빌리기로 하고 내려온 초보농사꾼.

병도형에게 연락을 하더니 오늘은 사용하고 있으니 내일은 빌려올 수 있단다.
일단 상심해 있는 초보농사꾼에게 효소담게 머위를 채취하러 가자고 했다.
혼자 간단다.

혼자 호수밭 끝의 언덕으로 올라가는 초보농사꾼의 등이 서늘해보인다.
올해는 일단 빌려서 호수밭과 답운재밭의 골을 타고 내년에나 중고를 알아볼 모양이다.

귀농 10년차가 되다 보니 농부도 고장나기 시작하고 농기계도 하나 둘 폐기처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나보다.

밭에서 힘으로 관리기를 끄집어 내놓은 것을 보니 왠지 초보농사꾼이 아픈 것처럼 보는 사람도 기운이 떨어진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비오면 우비입고 심자하신다(야콘심는 날)
+   [귀농일기]   |  2009. 6. 3. 23:58  

2009년 5월 18일

토요일에 야콘을 대대적으로 심으려고 했다.
해마다 늘 도와주었던 울진자활후견기관에 연락을 했더니 20일에나 시간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팀이 있었는데 시간이 맞질 않았고 비가 온다고 하여 일단 포기했다.

대신 비가 온다고 하니 일단 야콘을 심을 밭 비닐 위의 구멍을 뚫기로 했다.
답운재 밭 중 안쪽의 밭 전체의 구멍을 뚫어 놓았다.
어둡도록 다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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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비만 와준다면 야콘을 심을 때 물주는 일을 덜수 있으니 그것도 큰 일이다.
물을 줄 때는 혼자서 주지만 그 길고 그다지 부드럽지 않은 호스를 끌어주고 당겨줄 남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차피 두사람 몫이라 할수 있다.

이렇게 뚫어 놓고 마침 고맙게 비가 와준다면 두 남자의 품을 아낄수있어 요긴하다.

토요일 정말 비가 왔다.
아주 많이 진종일 쏟아졌다.
내가 구멍을 뚫은 곳으로 빗물이 들어간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지만 오늘 심어야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금방 꼬리를 물고 마음을 흔들었다.

다른 마을 형에게 가서 그 형의 동생 병문안도 하고 등등 남회룡으로 가자고 했다.
또 중3인 주현이 혼자 지내게 해야 했기에 일찍 서둘러 형네로 갔다.
형 집에서 얼마 안있자 전 산림과장님이셨던 임과장님이 소광리에서 '울진소나무 세계화' 행사가 있다며 연락을 주셨다.
죽으라 달리고 달려 소광리 행사장에 다녀왔다.

다음 날 비가 안오면 꾀골재 할매가 야콘을 심어주신다고 했다.

주일날 아침 비가 왔다.
성당에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있는데 할매가 야콘심자며 우비를 안고 오셨다.
비오는데 할매 병난다고 다시 댁으로 모셔다 드리고 성당에 갈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비가 잦아든다.

마음이 헛갈렸다.
결국 성당을 포기하고 꾀골재 할매를 다시 모시러 갔더니 콩을 심고 계신다.
할매는 우리 일이라면 무조건적이시다.
할매가 새벽에 안오셨다면 비오고 나서 땅도 질척이는데 야콘심어달라고 말씀 못드렸을 것이다.
비와도 우비 입고 하면 된다고 새벽에 오셨으니 용기를 내서 심어보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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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할매랑 둘이서 저 넓은 밭을 다 심었다.))


할매를 모시고 아내랑 답운재밭으로 향했다.
뚫어놓은 구멍으로 비가 훔뻑 들어가 앉아있으니 그냥 심기만 하면 되었다.
아내가 오늘 많이 심어놓아야 내일 조금 수월하다며 할매랑 열심히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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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골재 할매는 정말 일을 하셔도 쉬지도 않으시고 야콘모종도 무겁다며 직접 몇묶음씩 들고 다니신다.
허리는 구부정하셔서...
그러지 말라고 아내가 신신당부를 하고 화를 내도 들은척도 안하시고 빨리 모종 놓기나 하라고 하신다.

그렇게 늦도록 구멍 둟어놓은 밭의 야콘을 다 심었다.
두 사람이 약 4천종을 심었으니 많이 심었다고 할수있다.
나는 모종을 놓기도 바빴다.

그럼 남은 모종은 어쩐다지.
일단 1차로 뽑아온 모종은 빨리 심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쉽게 무른다. 야콘 모종은 연해서 그렇다.
토요일에 심는다고 금요일에 뽑아온 것이라 벌써 축축 늘어지는데 내일 다시 심어야 한다.

상황이 그러자 할매가 내일 다시 오신다며 부지런히 심자고 하신다.
이번에는 아내랑 둘이는 힘들 것같아서 남씨 어르신께 전화를 드렸더니 염려말라시며 내일 할매더러 가보라고 하신단다.
사실 이곳의 할매분들은 정말 일로 잔뼈가 굵으셔서 성실히 그리고 힘차게 일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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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두 할매를 모시고 아내랑 답운재 밭으로 갔다.
남씨 할매도 꾀골재 할매랑 같은 성격이시다.
품으로 돈을 버시는 할매가 아니고 당신들 농사짓는 분들이시라서 농사짓는 사람의 사정을 너무 잘 아신다.
그래서 쉬시지도 않는다.

쉴새있음 하나라도 더 심자고...

그렇게 해서 답운재밭의 야콘을 이틀만에 다 심었다.
이제 남은 밭은 달밭인데 거기는 20일에 도와주러 온다고 했으니 그때 심으면 된다.

야콘을 다 심고 돌아와 아내와 손뼉을 서로 마주쳤다.
심는 일이 아주 큰 일이다.
농사에서 심고 수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 않는가.
비때문에 애를 태우고 사람 품을 살수 없어서 애를 태웠는데 해마다 할매들이 급할때마다 도와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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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으며 고맙다고 하니까 할매들이 그분들의 고마움을 말씀하신다.
그건 고마운 일이 정말 아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그렇게 고맙게 생각하고 그러신다고 아내도 당부했다. 제발 그렇게 생각지마시라고 당부를 했지만 할매들은 안그렇다고 하시며 머리를 흔드신다.

아는 할매들이랑 야콘을 심으면 그렇게 맘이 편할수가 없다.
품을 사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참시간을 꼭꼭 맞춰야 하고 땅이 질어도 신경쓰이고 뭐가 어떻고 뭐가 어떻고 ...온 신경을 거기에 서야 한다.
그런데 두 할매들은 그냥 식구다.

김태경 형님이 힘들 때 참하라고 보내주신 '참참참' 쌀국수를 끓여드린다고 해도 못하게 하신다. 하나라도 더 심어야지 참먹을 시간이 어딨냐고 하신다.
국수를 끓여드릴려면 사정을 하고 장갑을 빼앗고 해야 드릴수가 있다.
그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서로의 마음을 알고 막무가내로 우기는 것 . 서로 마음을 생각해서 우기는 것..그런 것..
그렇게 따뜻한 마음을 안고 답운재밭의 야콘을 다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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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이 키가 커서 축늘어졌다.
저러다가 스스로 일어서기도 하고, 살기를 포기하기도 한다.
이제 농부의 한 시름을 놓게 되어 기쁘다.
오늘은 다리뻗고 자야지...

아직도 초보농사꾼 박찬득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풍경--너 아직도 그러고 있었구나
+   [산골풍경]   |  2009. 5. 2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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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운재밭에 갔었다.
그러니까 봄되고 처음으로...

그런데 작년에 보았던 갈대를 보고 입에서 튀어 나온 말...

"너, 아직도 그러고 있었구나, 가을에 본 그 모습  그래로구나..."

그랬다.
가을에 야콘을 캐러 왔을 때에도 그러고 있었다.
답운재밭의 야콘을 조금 남겨두고 달밭의 야콘을 캐러 갔었다.

거기서 몇 며칠 야콘을 캤다.
그리고 모든 밭의 야콘을 다 캤을 때는 서리도 오고 날도 많이 추워 있었다.

다시 초보농사꾼과 둘이서 답운재밭에 와서 몇 골 못캔 야콘을 캐는 날도 얼마나 춥던지 손이 시려 호호 불어가며 캤다.
그리고 둘이 추운데 야콘을 다 캐고 허리를 펴고 그동안 수고한 야콘밭을 둘러 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우리는 서로의 손바닥을 마주 치며 서로에게
"수고했어"를 외쳤다.

대지도 수고했고, 농부도 수고했고...
그런 모습을 갈대는 다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린 겨울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 봄에도 그 녀석을 그렇게 서있었다.
그렇게 서서 대지의 도반이 되어 주었던 모양이다.
반갑고, 반가워 한번 흔들어 주고 왔다.

햇살 아래 눈부신 그를 한참 들여다 보았다.

이제 너도 나도 새봄을 시작해 보자.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


 
 
        

 

귀농일기--마음이 느슨해지는 일
+   [귀농일기]   |  2009. 5. 1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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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26일

주일에 성당에 가는 날은 조금이라도 늦잠을 자려고 아침을 거르고 온가족이 성당으로 달린다.
울진의 성당 미사는 10시 반인데 그 시간에 대려면 최소한 9시 40분에는 늦어도 산골을 떠야 하는데 산골아낙의 일을 하느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기 때문에 막 달려서 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8시 전에는 잠을 깨우기 시작히야 하지만 농부도 주말이라고 주일에는 잠깨는 일이 어렵다.
한참 잠이 많은 중학생, 고등학생인 아이들도 조금만 더 자는 것을 좋아하니 그렇게 잠을 조금 더 자고 일어나자마자 준비하고 성당으로 간다.

미사 끝나고 점심을 산골가족이 사먹는데 그게 주일의 일상이 되었다.
나야 전날 술을 했으니 칼국수같은 것을 좋아하는데 아내는 아이들에게 밥을 사주려고 한다.
가끔 짜장면도 사먹고 ...
그렇게 미사와 점심을 먹고 산골로 올 때는 아주 졸리다.
거의 졸리지않았던 적이 드물다.

배불리 먹었고 날도 따뜻하고 주일 긴장도 풀리고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반은 졸며 산골에 도착하면 정말 나른하다.
그때 쇼파에 누우면 일어나기 힘들다.
그러나 농사 일이야 늘 바쁘다보니 주일이라고 쉬는 법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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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솔직히 그 나른함을 떨치고 일어서는 것이 쉽지않다.
오늘도 그랬다. 졸면서 도착한 집에서 조금 쉬니 일어나 밭에 가는 일이 몸이 무겁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나섰다.
출퇴근이 있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 마음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스스로 채찍을 해야 하는 직업이 농사짓는 일이다.
사실 그게 참 무섭다.
귀농 처음하고 출퇴근없이 나 혼자 나를 관리하는 일이 쉽지않았고, 그것은 아주 중요한 요소였기에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스스로 굳건한 마음을 먹곤 했었다.

오늘은 커피 한잔 마시고 바로 작업복으로 갈아입으며 급한 일을 하나라도 해결해야지 하고 생각한 다음 할 일을 정했는데 바로 개복숭아씨심기...

개복숭아 묘목을 파는 곳이 없어서 직접 싹을 틔워 그 작은 싹을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개복숭아는 사람 몸에는 참으로 좋은 재료이기 때문에 효소에도 따다 넣는다.
그 싹을 틔워 묘목을 심고 싶어서 올 봄에는 씨를 다른 방법으로 심는 거다. 2차로...

우선 밭에 풀을 뽑고, 인쟁기로 골을 탄 다음 씨를 땅에 묻어주는 것이다.
쭈그리고 앉아 일일이 타놓은 골에 개복숭아씨를  촘촘히 놓는 일인데 역시 막일 하는 것보다 힘들다.
아내가 할 일이 많은데 도와준다며 밭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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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풀을 뽑는데 손이 무지 빠르다.
골에 촘촘히 개복숭아씨를 놓고 가볍게 흙으로 덮어주었다.
이 놈들이 얼마나 손을 내밀고 내 마음을 기쁘게 해줄지 궁금하고 설레인다.
어서 빨리 싹을 틔우길 바래본다.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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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아낙의 산골편지--상황설명만 하면...
+   [산골편지]   |  2009. 5. 1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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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17일

아침을 먹는둥마는둥하고는 진주로 달렸다.
울진에서 진주를 가려면... 최소한 다섯 시간은 기본이다.
서둘러 진주로 향했고 볼일을 보고 날이 어둡기 전에 주현낭자 혼자 있으니 산골로 달려와야 했다.

진주에서 볼일을 보고 바로 뒤돌아  저녁도 거르고 달려오는데 전화가 왔다.
퇴비가 왔다는 거다.
이번 퇴비는 군에서 일부 지원하고 농부가 일부 자부담을 하는 퇴비다. 물론 농협퇴비도 일부 지원하고 자부담으로 받았지만...

그래서 옆에서 들으니 마당에 쌓아놓고 가라고 했다.
인수증을 받아야 한다기에 우리가 달려갈테니 그럼 그 시간에 맞추어 와달라고 하는 초보농사꾼.
그럼 서울이라도 갔으면 어쩔뻔했는지..

어찌나 초보농사꾼이 고무탄내 나도록 달리는지 터널 안에 사고나서 나와 있는 사람을 칠뻔했다.
......................

미리 연락주면 좋으련만 이 늦은 시간에 온다고....

들려야 할 곳도 있었는데 안들리고 초보농사꾼은 그 퇴비때문에 가야 한단다.
부랴부랴 산골로 접어들었더니 퇴비차가 먼저 와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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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퇴비는 사람이 쌓아 주는 것이 아니고 그냥 쏟아붓는 거란다.
그런 차가 온 것이다.

난감해 하는 초보농사꾼.
지금이 4월 중순이 넘은 시기에 퇴비가 온 것이다.
그것도 전량이 온 것이 아니라 일부만...

퇴비를 뿌리고,  트렉터로 치고,  다시 골을 타고 , 비닐을 펴고 ,그리고 심는다.
농사의 가장 초기 단계에 퇴비가 필요하다.

우린 지난번 농협 퇴비를 주문해서 급한대로 퇴비를 썼다.
오늘  온 퇴비는 일부만 쓰고 차곡차곡 쌓아놓아 주면 갑바로 덮었다가 내년에 써야 한다.
이 다음에 올 퇴비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쓰레기 붓듯 부어놓고 가게 생긴 것.
퇴비가 400포다.
한 포에 20키로 그램이다.

그러면 8톤이나 되는 퇴비를 초보농사꾼이 혼자 쌓아야 한다.
일단 쌓아야 내년에 쓸 수 있다.

또 설령 올해 쓴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부어주는 것이 아니고 농부들의 세레스에 쌓기 좋도록 쌓아주면 농부의 힘이 훨씬 덜 든다.
농협 퇴비는 그렇게 쌓아주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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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농협에 주문한 퇴비이다. 이 퇴비를 밭에 뿌리고 있었다. 군퇴비가 안와서...)

퇴비를 싣고 온 분이야 무슨 죄가 있는지...

하여간 상황만 설명하고 싶다.
일체 이런 일은 홈에 올리지 못하게 하는 초보농사꾼이다.
이 글도 어쩌면 삭제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여 쏟아 놓고 간 퇴비.
8톤이 널브러져 있다.
그것을 쏟는 과정에서 퇴비는 터지고 찢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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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포의 인수증에 싸인을 해달라고 한다.
400포를 누가 확인할 수 있는지..저 상황에...

거기에 수량 확인도 안되는 상황에서 사인하는 초보농사꾼.

안그래도 테니스 엘보가 도져서 고생하는데 안해도 될 퇴비를 8톤을 쌓아야 한다.
다시 오는 더 많은 퇴비는 어쩌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초보농사꾼이 일체의 언급을 못하게 한다.
지금껏은 산골에 살면서, 농사지으면서 이런 일들이 생겨도 일체 홈에 언급을 못하게 해서 안했다.
일체 안했다.

지난번 농협퇴비를 받을 때에도 농협에서 우리 퇴비( 500포, 즉 10톤이다. )를 이장님이 그댁 마당에 내려 놓으라고 했다고 거기에 내려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장님은 없어지면 모르니 빨리 가져가란다.
10톤을 세레스로 싣으려하면 ....상상도 하기 싫다.

10톤이나 되는 퇴비를 주문한 사람집에 가져다 주면 될 일이다.
1톤도 아니고 10톤이나 되는 퇴비...
그런데... 거기에 다 내려놓고 빨리 가져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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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농협과 이장님 사이의 의사전달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거기서 죽어나는 사람은 초보농사꾼이다.
이것도 깊이 얘기할 수가 없다.

10톤을 초보농사꾼이 들어 올려 와야 할 판이다.
초보농사꾼은 어찌 실어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눈치였지만 내가 그렇게는 못한다고 했다.
말이 10톤이지 그것을 사람 혼자 1톤 차에 실어 나른다고 생각해 보라.

이 일 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좋게 좋게 말 안하고 넘어가면서 살아보니 죽으라 고생만 하지 누구하나 총대매고 실수를 인정하는 사람 하나 없으니 개선책은 커녕 잘못 된 일이라는 인식조차 안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일단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국 일단은 농협에서 미안하다며(농협에서만 사과할 일이 아니었건만) 다시 10톤을 차를 실어와 집에 내려주었고 초보농사꾼이 차에 싣기 좋도록 쌓아주고 갔다.

그리고 다시 이 군 퇴비가 문제가 된 것이다.
이 일 역시 홈에 언급도 못하게 했다. 초보농사꾼이..
모든 일이든 다른 사람과 걸린 일은 아무리 속이 숯검뎅이가 되도 말을 못하게 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잘못 된 일을 개선해 나가자는 생각이 우선이다.
무엇이 어찌 되었든 지금 내 심정은 앞으로는 말이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 뿐이다.

농민의 소리도 귀기울이기를...
조금만 신경쓰면 될 일을...그래야 개선되고 농촌이 나아지고 그래야 젊은 귀농자들이 많이 들어와 마을마다 기저귀가 휘날리는 영광의 날을 맛볼 수 있다.
그 뿐이다.

지난번 농협퇴비도 말안하고 그냥 10톤을 죽으라 나른다고 한 것을 그렇게 못한다고 한 것은 앞으로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다시 군에서 이렇게 늦게 퇴비가 나오면서 8톤을 쏟아 놓고 간 것이다.

더는 할말이 없다.
그저, 농촌이 나아지길...
조금이나마 농민의 입장에서 무엇이든 생각해 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리고 퇴비 뿐만이 아니고 여러 가지 일에서 농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 시스템이 이리 돌아가는 농촌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귀농을 희망하는 분들도 알아야겠기에 적어본다.

퇴비차가 돌아가고도 10시간 이상 운전하고 진주다녀온 초보농사꾼이 집에 들어가지 않고 멍하니 어둠 속에 넋이 나가 서성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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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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