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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_해당되는 글 10건
2010.01.06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체 게바라와 노시인의 우정 
2009.12.02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산골 돌팔이의 처방전 
2009.11.25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무서운 대물림 1
2009.11.23   귀농일기--야콘캐는 날 
2009.10.28   귀농아낙의 산골편지--골이 달그락거린다. 
2008.12.11   귀농음식 -- 노릇노릇 단호박전 
2008.11.16   산골편지-- 깊은 산중에서도 외롭지 않은 이유 
2008.10.11   산골에서 쓰는 편지지는요......... 
2008.09.09   산골편지11-- 어디에 눈이 가는가?? 1
2008.08.22   중증 가을병이 도졌다. 2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체 게바라와 노시인의 우정
+   [산골편지]   |  2010. 1. 6. 04:00  
 

옷을 재단할 때는 골무와 실, 바늘, 가위가 필요하다.
그럼 이 지는 가을에 마음을 재단할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난 책과 공책, 펜이 필요하다.


책이라는 것이 꼭 가을에만 폼잡고 읽어야 제맛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눈부시게 파란 하늘에 눈을 씻고 읽으면 활자들은 어느 새 개울에서 물고기 튀어나오듯 파르르 튀어나와 빠른 속도로 가슴 깊숙이에 있는 옹달샘에 몸을 던진다.


또 작은 공책에 지나온 일들을 이 때만큼은 좀 껄쩍지근한 일, 뒤통수가 켕기는 일이라 하더라도 거침 없이 쏟아내고, 자신의 엉덩이를 두드려 주고 싶을 정도로 이쁜 짓을 한 일도 부끄럼 없이 끄집어내고 싶다.

가을은 마음을 죄다 까발려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게 한숨 쉬고 앞으로의 작디 작은 꿈도 공책에 또박또박 새겨보며 제풀에 나가 떨어질 때까지 진지하게 마음을 재단하고 싶다.

그리고 거기에 ‘영혼의 벗’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


이 가을 끝자락에 소개하고 싶은 두 통의 편지글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체 게바라가 시인 레온 펠리뻬에게 보낸 편지와 그 답장으로 쓴 노시인의 편지이다.

체 게바라는 그 살벌한 전장에서도 자신이 존경하는 시인들(파블로 네루다, 세사르 바예흐, 니콜라스 기옌, 레온 펠리뻬 등)의 시를 필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긴장의 연속이고, 잠시도 경계를 게을리할 수 없는 와중에 그가 점 하나, 쉼표 하나 빠뜨리지 않고 그대로 시를 적어내려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멋진 그리고 커피향과 같은 혁명가였다.

다음은 그가 그렇게 존경했던 시인 중 레온 펠리뻬에게 보낸 편지글이다.

 


--거장이신 시인께--

 

몇 해 전 혁명 전쟁에서 승리하고 당신의 칠필 서명이 적힌 막 출간된 당신의 시집 한 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지금까지 전하지 못했지만 항상 그 책만은 들고 다녔습니다.


곁에 두고 읽는 몇 권의 책들 중 하나가 바로 당신의 시집 <사슴>입니다.
비록 그 시집을 읽을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왜냐하면 쿠바에서는 잠자는 것과 시간이 남아돌아 쉰다는 것은 수뇌부 모욕죄처럼 취급받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큰 의미가 있는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나 자신, 행사장을 가득 메운 열정적인 노동자들과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때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좌절한 시인>이 떠올랐고, 그 순간 전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멀리 있기에 당신의 시를 인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의 이 말은 당신에게 대한 찬사이오니 부디 액면 그래도 받아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도전이 당신을 유혹한다면 그것은 반겨야 할 초대입니다.’

 

                                        진정 경의를 표하며
                                        1964년 8월 21일 사령관 체

 


전장통에서 이런 편지를 보낸 36살의 체 게바라에게 노시인 펠리뻬는 다음과 같은 답장 형식의 편지를 보냅니다.


--경애하는 내 친구 체 게바라에게--

 

지금 난 아주 느릿한 늙은이가 되어 자네에게 편지를 쓴다네.
하지만 자넬 힘껏 껴안아주고 싶네. 내 이런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고선 결코 작별을 고할 수 없을 것 같네.
그래서 자넬 무척 존경하는 사람이자 친구인, 내 아내 베르타를 통해 내 마음을 전하네.
얼마 전 쓴 마지막 시의 사본에 서명을 해 보내니 추억거리로 삼으시게나.

                                           행복을 빌며


                                           1965년 3월 27일 멕시코에서
                                           오랜 친구 레온 펠리뻬



이 두 통의 편지를 책에서 읽고 얼굴이 달아올랐었다.
그리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시 편지글을 읽었다.
내가 편지를 보내고 그 편지에 대한 답장을 받은 것처럼 가슴이 뜨거웠었다.


이 바쁜 농사철에 꼴값을 떨고 있다고 입을 씰룩거리는 사람이 있더라도 상관없다.

과연 난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이런 영혼의 도반이 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편지라 그렇듯 읽고 또 읽었다.

피가 끓는 젊디 젊은 혁명가와 노시인.


시인의 펜은 혁명가의 총알과 동질의 효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이번에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이라는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그 펜에서 흘러 나오는 언어가 총알도 되고, 부상병을 치유해 주고, 우울증을 치유해 주는 약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온 삭신이 들쑤시는 날에는 통증을 잊게 해주는 핫 팩이 되어 준다는 것을,
상실감에 젖어 있는 이에게는 용기를,
상처받은 영혼에게는 아까징끼와 맞먹는 효력을 준다는 것도 덤으로 알았다.
나의 언행이 누군가에게 좋게 작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벌렁이는 일이다.


이 가을에 묻고 싶다.

당신은 이 가을끄트머리에 이와 같은 벗이 있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신생아 정수리처럼 말랑말랑해지는지...


그리하여 내가 나를 봐도 그저 흐뭇한 영광의 삶을 살고 있는지...

사실 고개 빳빳이 쳐들고 남에게 물을 일이 아니다.
내 자신에게 질문을 퍼부으니

아까 먹은 빵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기도를 막고 있는지 숨쉬기가 버겁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이 날 이때까지 그런 사람이 되어 주지 못했다고 치더라도 올 해가 가기 전에, 나를 둘러보고 나를 단속하다 보면 어느 새 내 곁에도 이들과 같은 영혼의 도반이 내 어깨에 자신의 팔을 얹으리라 믿으니까....


가을이 물러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가르마처럼 난 오솔길을 걷고 싶다.


내 신발코를 보고 걸으며 내 지나온 걸음의 무게도 달아보고, 그 발자욱의 색깔이 어땠는지도 뚫어지게 들여다 보며 한 해를 갈무리하고 싶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아래 사진의 출처는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입니다. ))


산골 다락방에서 귀농아낙 배동분 소피아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산골 돌팔이의 처방전
+   [산골편지]   |  2009. 12. 2. 03:04  


2009년 10월

 

햇살이 자글자글하던 초여름 무렵, 산골에 살구나무 한 그루 들였습니다.
사실 부끄러운 소리인지 몰라도 살구나무 첨 봤습니다.
이젠 그의 목숨에 내 목숨을 겁니다.

혹여 목이 말라 죽는 것은 아닌지.


넓지도 않은 미간을 찌뿌리기까지 하며 걱정하는 척하지만 난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의 목마름을 잊습니다.

물론 핑계는 다 있습니다. 농사 일로 바쁘다고...
농사가 무슨 벼슬인지,


누구 위해 농사를 짓는지 하여간 그렇습니다.

이 세상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지요.


안 바쁜 사람이 있는지.. 유치원생에게 물어봐도 거의 같은 대답일 것입니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의 목숨을 점검합니다.


뭣도 모르고 돌팔이가 점검해 봤댔자 죄다 오진이겠지만...

그의 목숨을 생각해 준답시고 처방한 것이 개똥입니다.

 

 매일 개똥을 정성껏 갖다 주었습니다.

그런데 한참 지난 어느 날 보니 이파리가 다 떨어지고 돌팔이를 원망하는지 억센 가시만 저를 향해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처방한 개똥이 너무 독했던걸까’
‘가을이라 그런가’
‘속이 타서 목이 말라 저리 기가 죽은 것일까’
‘겨울잠 준비를 다른 나무들보다 먼저 하는지...’

 

이젠 고상하고, 그럴듯한 이유를 다 들먹입니다.

새 봄을 한번 맞이해 보면 결판날 일이나 그 안에 생명을 닫아걸까 그게 겁납니다.

 

이런 초라해지고 꾀죄죄한 살구나무를 며칠 봐서 인지 살구가 탱글탱글 열리는 환상은 벌써 물건너간지 오랩니다.

그런 환상만 갖고 나무를 들였다가 여러 나무 골로 보냈기 때문입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 있을 수 있겠지요.

 

시기가 절절치 못할 때 옮겨서 그럴 수 있고, 또 뿌리가 예민한 부분인데 뭣도 모르고 그저 가져가라고 했다고 신바람이 나서 앞뒤 안가리고  파재껴 와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또 물도 많이 주고 거름도 적당히 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알고도 못한 그 부분은 제 불찰입니다.
처녀가 임신을 해도 할 말은 있다고 전과자는 말합니다. 바빠서 그랬다고...

이제 그런 이유는 내가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어설픈 처방이지만 나무 상태를 휘번뜩이며 관찰한 결과, 나의 처방전에는 물과 개똥 밖에 쓰여 있지 않습니다.
처음 살구나무를 들였을 때의 처방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어쨌거나 팔이 아프도록 물도 열심히 들어다 부어주었고, 개똥도 나무 주위에 소복이 쌓아주었습니다.

이제는 봄만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되어 가시만 곧추세우고 있던 그 자리에 파리한 싹이 돋아나면 나도 파리하게 놀라 환호성을 지르겠지요.

여하튼 생명붙은 것을 산골로 들이는 일은 마음이 많이 쓰입니다.
가을이라 안그래도 해골복잡한데....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에서 보세요.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무서운 대물림
+   [산골편지]   |  2009. 11. 25. 03:15  

 

 

 

2009년 10월

 

저녁을 지어먹고 나무 보일러의 불꽃 상태를 보려고 밖으로 나갑니다.
주위는 검으티티한데 귀를 자극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봅니다.

 

어둠으로 인해 눈은 까막눈이지만 나무들이 옷을 벗어 제 발등을 덮는 소리가 바스락 바스락 하염없습니다.
장작 하나 집어넣으려던 나도 하염없이 서서 그 소리에 귀를 씻어냅니다.

 

나도 하루살이처럼 코 앞의 일에 헉헉거리고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긴 겨울 발등 덮을 것을 미리미리 장만해야겠습니다.
이런 깨달음을 주는 나무의 성은이 하해와 같은 밤입니다.

 

*************************************

 

장손인 아버지가 자식 공부시킨다며 온가족을 데리고 한양으로 갔을 때, 할머니 심정이 어땠을까를 왜 지금 사무치게 느끼는걸까요.
나이를 먹는가 봅니다.
내가 나이 먹는 것을 이제는 마음으로 느끼고 있는 거지요.

 

그렇게 손자, 손녀가 여섯이나 되는 대가족이 살갑게 살다 훌쩍 떠나보냈으니 얼마나 가슴이 휑하셨을까요.
내가 딱 그 처지가 된 것처럼 가슴에 찬바람이 매섭습니다.

 

 

 

 

할머니는 봄부터 여름까지 더 정확히 여름방학때 눈에 넣어도 안아픈 손자, 손녀들이 내려오면 보여준다는 이유 하나로 그 큰 꽃밭을 진종일 지어다니셨습니다.


그 시절, 시골에서 그만한 꽃밭(땅 적은 집 밭만했지요.)을 가꾼다는 것은 거의 사치에 가까웠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할머니는 심고, 풀 뽑고, 함석 물조리개로 물주며 그곳에 치성을 들이셨습니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특유의 향기를 내뿜으며 할머니와 함께 우리를 기다렸지요.

 

어린 나의 눈에 비친 그 꽃밭은 황금 밭이 되어 지금도 내 가슴 한 켠을 도백하고 있다가 내가 힘들 때마다 특유의 향기로 나를 치유해주곤 했습니다.

 

 

 

 

난 지금 농사를 지으면서 내 능력에 부치는 꽃밭을 갖고 있습니다.


내 할머니의 꽃밭에 비하면 쨉도 안되지만...

 

할머니가 삭막한 서울로 가버린 손자, 손녀의 영혼을 위해 꽃밭을 가꾸셨듯이 나 또한 귀농할 때, 얼떨결에 따라 내려온 내 아들, 딸의 영혼을 위해 꽃밭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그 경영은 내가 몇 년을 머리 싸매가며 전공한 ‘이윤추구’를 위한 경영이 아니고 ‘행복추구’를 위한 경영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꽃을 잘 안배하고, 눈높이와 땟깔도 배려하고, 꽃의 모양새도 고려하면서 꽃을 키웠던 나의 할머니를 흉내내어 꽃밭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보니 내 할머니와 똑같이 그러고 있습니다.

그곳이 어찌 아이들을 위한 공간만이겠는지요.


그곳은 내 영혼이 지쳤을 때, 비빌 수 있는 언덕이 되어 주고 있고, 이 연고도 없는 곳에서 임희숙의 노래 가사처럼 ‘등이 휠 것같은 삶의 무게’가 느껴질 때 그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 또한 이곳입니다.

시간이 남아돌아서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페르시아 어느 시인은
"내게 은전 두 닢이 생긴다면 그 중 한 닢으로는 빵을 사고, 나머지 한 닢으로는 내 영혼을 위해 히아신스를 사리라"고 했듯이 아이들의 영혼을 위해 최우선순위를 둔 것뿐입니다.


난 말이예요.
고2, 중3인 산골아이들이 우리집의 코스모스가 제일 아름답다고, 우리집의 국화가 제일 이쁘다고 하면 그 말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나의 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그럴 때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그래, 아가들아! 눈에, 가슴에 찐하게 담아두렴.


그리하여 니들이 험한 세상 살아갈 때 한 자락씩 꺼내 보며 위안을 삼으렴.
그리고 엄마가 엄마의 할머니로부터 보고 배웠듯이 너희도 세월이 많이 흐르면 너희 아이들의 영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늘 생각하렴’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로!!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일기--야콘캐는 날
+   [귀농일기]   |  2009. 11. 23. 21:01  

2009년 11월 1일

 

올해는 참으로 가물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야콘이 작년만 못하다.
야콘을 캐기 전에 몇 번씩 에 가서 샘플로 뽑아보곤 한다.


야콘의 자라는 정도도 보고 수확량도 예측해 보고, 야콘을 언제 거둬 들일지도 감잡기 위해서다.

그렇게 관심을 기울인 결과 작년만 못할 거라는 나름의 판단을 했다.
야콘을 캐기 전에 야콘줄기를 예초기로 잘라준다.


야콘을 그대로 두고 캐다보면 야콘대가 너무 커서 캐고 난 것들끼리 엉켜 나중에 비닐 거둘 때 애를 먹는다.

얼기설기 야콘대가 서로 복잡하게 비닐을 덮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야콘대를 잡고 뽑을 수 있도록 그 정도의 길이만 남겨두고 예초기로 잘라주는 일을 먼저 해준다.

이전부터 주말에 황루시아(채영엄마)님과 다락방님네 부부가 와서 도와준다고 해서 29일에 예초기로 야콘대를 잘라주었다.

 

 

 

일단 호수밭의 예초기작업을 먼저 하고 다음 날 , 답운재 야콘밭의 예초작업을 마쳤다.


문제는 주말에 비가 온다고 며칠전부터 TV에서 떠들어댔기 때문에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여지껏 비가 오지 않아서 애를 태웠는데 정작 야콘을 캐려고 하니 비가 온다고 하는 것이다.


온다면 오는 거지 거기에 불평을 한들 무엇하랴.

일단은 예초 작업을 해놓고 야콘을 캘 마음의 준비와 각종 준비물을 챙겨두었다.

 

드디어 토요일에 황루시아님네 부부와 다락방님네 부부가 왔다.
생각보다 날이 좋아 천만 다행이었다.


비도 안올뿐더러 햇살이 뜨겁지도 않고 그냥 선선한 정도의 바람이 불어왔으니 완연한 가을날씨다웠다.

평소의 가을날씨보다 더 좋았다며 단풍에 눈도 돌리며 야콘을 캤다.

그렇게 야콘을 캐고 있는데 요셉 형님이 갑자기 오셨다.


요셉 형님은 채영이 아빠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막 귀농하고 너무 힘들게 몸으로(?)만 농사를 지을 때, 바람처럼 나타나서 도와주시던 고마운 형님이다.

야콘캔다고 소문도 내지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그 먼길 혼자 오셔서 밭으로 올라오셨기에 조금 야콘을 캐다 우리들의 음료수(쏘주)를 마시며 잠시 땀을 식히고자 했다.

 

 

 

 

“일할 때는 안찍고 꼭 쉴 때 아니면 먹을 때 사진을 찍는다“고 농담을 해서 우린 한참을 웃었다.
모두가 쳐다보고 있는 곳에 누가 있을까?

 

 

다락방님도 누굴 찍고 있는지...
루시아님이 같이 쉬었다 하자해도 혼자 쉬지도 않고 야콘을 다듬고 있다.
어린 채영 공주님은 할머님댁에 맡기고 부부가 온 것이다.

 

 

 

남자 넷이서 야콘을 캐서 무더기 무더기를 만들어 주면 루시아님과 다락방님, 산골아낙이 따라오면서 야콘을 떼내어 정리를 한 다음 노란 박스에 넣는 그런 분업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늦도록 야콘을 캐다가 어두워질 기미가 보여 일단 일을 마쳤다.
저녁을 함께 먹으며 조니워커 블루라벨을 마셨다.


이 산골에 웬거냐 하면, 일전에 김태경님이 산골에 들리셨을 때, 조니워커 블루라벨을 한병 주시면서 야콘캘 때, 루시아님네랑, 백산님네랑 함께 마시라고 아예 못을 박아놓고 가셨다.

 

야콘을 캐느라 모두 고생했는데 저녁을 먹으며 함께 건배를 했다.
"형님 덕분에 모두 잘 마셨습니다"
요셉 형님은 중간이 갑자기 일이 생겨 가시는 바람에 함께 마시지 못해 미안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일할 때 기분좋게, 편한 마음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내도 일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분위기에 예민하다.

안그러면 일을 해도 배로 힘들다.


그런데 오늘은 서로 트집(?)을 잡아가며 배꼽잡으며 일을 해서인지 하나도 힘이 들지않았다.

다음 날은 주일인데다 비가 조금씩 내렸다.
일단 성당을 갔다.


미사를 보고 나왔는데도 비가 조금씩 내렸다.

백산님 부부가 오후에 날이 좋으면 야콘을 캐자고 한다.


일단 비가 오니 비를 맞으며 야콘을 캐게 할 수는 없어서 볼일을 보고 집에 가서 산골에 비가 그치면 전화를 하겠다고 하고 했다.

그런데 산골로 가는 중간쯤에 이르니 날이 개였다.
백산님네 전화를 하니 달려온단다.


루시아님네는 어린 애들 때문에 오지못했다.

집에 와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어제 캐다만 호수밭의 야콘밭으로 갔다.


3시가 넘어서 백산님네 부부가 왔고, 우린 서둘러 남은 야콘을 다 캤다.
막 야콘을 다 캐고 박스에 담고 나머지는 자루에 담으니 그제서야 참았던 비가 내린다.

일단 호수밭의 야콘을 다 캤으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함께 저녁을 먹고 돌아가는 백산님네 부부.

루시아님과 요한님, 그리고 백산님과 다락방님...야콘캐고 몸살을 앓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이제 답운재밭의 야콘만 캐면 된다.


답운재밭의 야콘은 아내랑 둘이서 캐려고 한다.
해마다 도와주러 오는 울진자활후견기관분들이 있지만 올해는 우리 부부가 캐도 될것같다.

가을걷이, 제일 바쁜 철이라는 가을걷이의 반을 한 셈이다.


이제 답운재밭의 야콘을 며칠캐고 나면 땔감을 며칠 해야 한다. 눈오기 전에...
그리고 야콘이 숙성되면 발송을 하고 바로 야콘즙을 만들어야 한다.

비가 오고나서 날씨가 추워진다고 하는데 많이 껴입고 답운재밭의 야콘을 캐러 가야할 것같다.

 

더 자세한 이야기들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로 !!!

 

귀농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아낙의 산골편지--골이 달그락거린다.
+   [산골편지]   |  2009. 10. 28. 21:31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9년 10월


가을이 깊어지는 것을 무엇으로 느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이웃집 할아버지의 부지런함을 보면서도 단박에 알아차린다.


우리 집에서 내려가면 다리결에 이웃집 할아버지의 밭이 있다.
그곳에 메밀을 심으셨다.


여름에 하얗고 앙증맞은 을 피워 오고가는 나를  침을 질질 흘리게 해주더니 지금은 깡똥하게 쌓여져 있다.

할아버지는 벌써 밭을 비워 놓으셨고, 초보농사꾼의 야콘밭은 땅 속에서 아직도 야콘들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


********************************************


얼마 전에 느닷없이 손님이 왔다.
한번도 본적도 , 통화를 한 적도 없는 사람들이었고 들이닥친다고 예고도 없었다.


남자는 귀농에 관심이 있는 부부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며 입가에 잔뜩 불만이 불어 있는 그의 아내를 내 가까이로 잡아끈다.
그의 멘트와는 다르게 그의 아내는 귀농에 관심이 전혀 없어 보인다.


나는 밭에서 일하다 내려왔기 때문에 집으로 들어갈 준비를 한참 해야 했다.


장화를 벗어야 하고,
장화속으로 튀어 들어온 흙과 트분데기를 털어내야 하고,
발이 건조해서 늘 180도 돌아가 있는 양말을 바로 돌려 신어야 하고...


그러는 사이 그의 아내는 나보다 먼저 집에 들어가 앉아가지고서는 내가 보다가 엎어뜨려 놓은 책을 뒤적이더니 한 마디 던진다.

"고려대학교까지 나온 여자가 왜 중이 되었데? 골이 비어도 한참 비었던지, 뭔 하자가 있나부지."한다.


그 책은 고려 대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홍대 미대를 다닌 어느  비구니 스님이 쓴 책이다.

그 말이 꼭 손님 뒤꽁무니를 쫓아 느리게 들어와 차를 준비하려는 내게 던지는 말같다.


입을 씰룩이며 잔뜩 불만에 찬 표정으로 보아 그런 것같다.

'대학원까지 나온 사람들이 왜 귀농해서 땅파먹고 산데?? 골이 비어도 한참 비었던지, 하자가 있나부지?' 내게 내던지는 말같다.





예전 같았으면 남이야 을 파먹던, 골이 비던, 하자가 있던 무슨 상관인가 싶어 나 또한 입이 십리는 나와서 몇 마디 던졌을 것이다.

그러나 귀농하여 자연의 한 자락 빌붙어 살다보니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말인지를 판가름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판가름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지 그런 말을 들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그런 4차원적인 수준에는 못이렀다.

내가 그들에게 귀농하라고 권한 것도 아니고, 한번 다녀가라고 말한 적도 없는 생면부지 사람들이 왜 그럴까... 하고 입은 굳게 다물게 되었다.


거기까지는 되었다.


흙과 나무, 시냇물, 실눈을 뜨고 웃는 초승달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언제, 어느 때 , 어떤 상황에서도 두 팔 벌려 품어주는데
사람 잘못 마주한 날은 진종일 골이 달그락거린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으로!!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음식 -- 노릇노릇 단호박전
+   [산골편지]   |  2008. 12. 1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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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의 이 원무 베다 신부님께서 그곳 분들과 직접 농사지으신 단호박을 택배로 보내주셨다.
이젠 논산에서까지 먹거리를 찬조받는다.

사실 논산에서 찬조받는 것이 먹거리뿐이 아니다.
많은 것을 찬조받고 있다.

단호박을 자르니 아주 잘 속이 찼다.
우선 제일 겉껍질을 칼로 얇게 깎았다.
아주 얇게...

그리고 사진처럼 잘라 튀기려고 하다가 그냥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전처럼 부쳤다.
계란 옷을 입혀서...소금간 하고...

조금 얇은 느낌이다.
조금 도톰하게 해서 다음에는 튀김을 하려고 한다.
언제가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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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손님이 오신다고 하는데 재료가 변변치 않다.
단호박을 채썰어 부침이를 하려고 한다.

날이 비가 왔다 , 햇살이 따가웠다를 반복하고 있다.
사람 가을에 단련시키는중인가 보다.
하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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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산골편지-- 깊은 산중에서도 외롭지 않은 이유
+   [산골편지]   |  2008. 11. 1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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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2일

<font color="#0E73A2">불영계곡의 단풍이 자리저지더니 이제는 조금씩 눈에 띄게 혈색이 안좋아졌다.
얼마 전부터 된서리가 몇 차례 오더니 그럴 때마다 그들의 화려함도 조금씩 을먹어 그 색이 퇴색되어 가고 있는 거다.

사람도 된서리 한번 맞고 나면 앓고 일어나 사람처럼 몰골이 형편없어지는 것과 똑같지 않은가.
자연의 이피를 닮아가는 인생사...

붉다 못해 검게 보이던 단풍나무...
그 머리 꼭대기부터 서리를 맞았음인지 그곳은 드라이 플라워처럼 건조하고 그 희생양 아래의 잎새들은 건재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숲에 귀를 기울였다.
숲이 아주 요란하다.

마른 잎 떨어지는 소리가 바스락 바스락 맑은 것으로 보아 그 건조함이 절정에 이르는 모양이다.
그 소리가 어찌나 맑던지 내 영혼도 말라 부서질 것만 같다.
혼자 숲길을 걸으면 그렇게 이방인에게 숲은 말을 걸어온다.

낯가림도 없고 사람 차별도 없고 타향에서 온 사람이라도 경계하는 눈빛도 없다.
사람이 자연의 1%만 닮는다면 천국이 따로 있겠는지...

제 발 아래로 아래로 잎을 떨구어 발등을 단단히 덮으니까 겨울에 그 많은 눈이 온몸을 짓눌러도 동상걸리지 않는 모양이다.
낙옆이 제 발등을 다 덮고 나면 나무는 맨 몸으로 겨울을 날 것이고, 나 또한 그 곂 산중에서 나무를 흉내내며 겨울을 날 것이다.</font>

*************************************

산골에 낯선 사람이든 지인이든 오면 꼭 묻는 말 중에 하나가 이 깊은 산중에서 외롭지 않느냐는 거다.
대답은 단호하게 No다.

얼마 전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 친구는 귀농하고 어느 교육에서 만났다.
어찌나 착하고 맑던지,,, 또 말끝에 흘리는 충청도 사투리는 그를 내 마음에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우연인지 나와 동갑이었기에 갑장이라는 칭호로 서천과 울진에 멀고 먼 거리를 두고 살아도 우린 늘 마음에 서로를 담고 살았다.

김사업을 크게 하는 친구라서 늘 산골에서 반찬없을 때 먹으라고 김떨어질까봐 앞서서 김을 보내주곤 했다.
나 역시 농산물이 나오면 갑장에게 보내주곤 했다.
멀쩡한 것을 보내주면 굼벵이 먹고, 부러진 것을 보내지 않고 멀쩡한 것을 보냈다고 싫은 소리를 하는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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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린 소꼽친구 이상으로 우정을 쌓아갔다.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번에 김을 넉넉히 보낼테니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도 나누어 주고 산골가족들도 손님들과 먹으라고...
나 바쁜데 전화 붙들고 있으면 안된다고 용건만 말하고 끊는다.

전화를 해도 밤에 하는 친구다.
낮에 일하느라 바쁘다고...

택배를 찾아와 보니 박스가 엄청 컸다.
이 바쁜 성수기에 나에게 이렇게 신경쓰려면 .. 난 다 안다. 바쁜 손이 이런 일을 하려면 얼마나 발을 동동거려야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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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이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진다'는...

그러나 갑장이랑 나랑은 그렇지가 않다.
늘 내 눈 안에 있는듯 함께 있다. 만난지 몇 년 되었어도...

갑장아,,,

잘 받았어.
늘 산골에 마음 써주고 고마워.
자기가 바라는대로 독거 노인분들에게 전할께...

우린 서로 만나기가 쉽지 않지.
갑장은 겨울이 성수기이고 나는 봄부터 가을까지가 바쁘고 말이야.
그러니 서로 얼굴보기 힘들지만  우리 새해에는 얼굴 한번 보자.
얼굴 본지 몇 년일까...

갑장아,
감기조심하고 바쁜 사업이지만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조심해라.
그리고 보고싶다.

***************************************

지난 주에 성당에 갔을 때, 미사가 끝나고 마당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는데 황루시아가 손을 잡아 끈다.
황루시아는 우리 홈에 오는 채영 공주의 엄마이다.
그 남편이 내가 귀농하고 얼마 안되어 정말 똥오줌 못가리고 힘들게 농사일을 시작할 때 바람처럼 연락도 없이 요셉 형님과 나타나 힘들게 하루 종일 농사 일을 도와주고 말없이 돌아간 사람이다.

그때의 그 장면, 그때의 그 감동은 지금은 꽁치 젖갈처럼 진하고 깊게 맛이 남아 있다.
그런 루시아가 일찍부터 우리 홈에 와서 하루도 빠짐없이 다녀가면서도 부끄럽고, 쑥스러워 성당에서 봐도 그 말을 못하고 몇 년을 지낸 거다.

그러면서 고춧가루를 주문한다고 전화를 하면서 말을 해보니 그렇게 산골가족을 사랑하고 있었던 거였다.
얼마나 고맙고 미안하던지...
그때부터 자매처럼 지내고 있었는데 오늘 내 손을 잡아 끈 것이다.

그가 이끄는대로 가보니 그의 차에서 큰 뭉치를 꺼내준다.
내가 싫은 소리할까봐 먼저 입을 연다.

"언니, 이거 죽변항에는 흐드러졌어. 정말이야. 아주 흔한 거야. 알았지?"

생선인 것같았다.
내 차에 싣고 집으로 와서 다듬으려고 비닐팩도 다섯 장 정도 미리 꺼내 놓고 싱크대에 있는 설거지도 다 끝내고 생선을 다듬으려고 비닐을 열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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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살아..."

"내가 못살아..."

연신 이 말을 싱크대에 달라 붙어 연방 해대니 거실에 있던 초보농사꾼이 왜그러냐며 달려온다.
말을 안하고 비닐을 까보였더니 말없이 돌아간다.
초보농사꾼은 왜 내가 그렇게 그 말만 되풀이 하는지를 다 안다.

황루시아는 직장맘이다.
아들이 초딩이고 채영이가 6살이다.
그러니 얼마나 바쁘겠는지...

집에 오면 화장지우고 자기도 바쁠텐데 어린 애들이랑 낮근무, 밤근무가 바뀌는 남편 뒷바라랑, 그 와중에 손빨래까지 하는 알뜰하고 야무진 엄마가 무슨 시간이 있다고 내 생선을 다 손질하여 한번 먹을 분량으로 팩에 넣어서 고등어랑 오징어를 보낸 것이다.

무슨 말이 필요한지..
난 생선을 다듬으려고 준비한 것들을 제자리에 집어 넣으며 생각했다.

'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지...'
'나에게서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하고 말이다.

얼마 전에도 쑥스럽게 성당 마당에서 가방을 건내주던 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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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기 집에 왔을 때 들고 왔던 가방은 책이 안들어 가는 작은 가방이었다며 언니는 책을 넣고 다니니 이만한 것이 필요할 거라 그냥 샀다고...
안비싼 거라고...
내가 한소리 할까봐 먼저 막 말을 늘어놓는 이쁜 루시아...

루시아야!

몇날 며칠 야콘을 캐느라 반찬 없을 때 고등어랑 무 넣고 조림을 해먹었어.
그 반찬만 많이 먹었어.
등푸른 고등어를 보며 나도 누구에겐가 이런 푸르름을 준 적이 있는가를 돌아보았지...

부끄럽더라구.
나보다 어린 루시아가 내가 길 위에서 어떤 모습으로 걸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어.
그래 함께 가자.
그래서 서로의 등불이 되어 주고 잣대가 되어 주면 좋겠지.
난 자신이 없지만 노력해보려구.
그러면서 나도 많이 크겠지...

기도 안에서 늘 함께 살자꾸나.
고마워.

******************************************************************

그렇게 루시아에게 생선을 받아서 달길님네에 들렸다.
들려서 가라는 전화를 받았기에...

달길님을 말이 없는 사람이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라 우린 달길님네서  사과를 마시고 가려고 일어서니 그때서야 쫓아와서 우리차 트렁크에 커다란 무엇을 두 개나 실어준다.

그게 용건이었던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초보농사꾼에게 혹시 당신이 필요하다고 했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대답은 No다.

그럼 그렇지.
달길님은 그런 사람이다.
우리집 어디에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집 공사 중에 무엇을 덜했는데 비올 때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 공사한 것 중에 무엇의 뚜껑을 해닫아야 하는지를 초보농사꾼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고, 준비를 하는 사람이다.

이것은 맨홀 뚜껑이란다.
두 개의 맨홀 뚜껑인데 속은 나무로 동그랗게 맨홀에 딱 들어맞게 파였고 겉은 썩지 말라고 스텐레스로 마감을 야무지게 한 것이다.
물론 기성품이 아니고 만든 것이다.

그것 두 개를 실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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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0E73A2"> 트렁크에 얌전히 앉아 있는 뚜껑...</font>


그것을 싣고 오는데 내 부러져 나간 손가락의 의수를 싣고 오는 그런 기분이었다.
손...
우리 몸의 어느 부분인들 불필요하고 덜 필요한 곳이 있을까마는 제일 많이 쓰는 손이 그리되었을 때 누가 딱 맞는 의수를 만들어 실어준 그런 기분 말이다.

이것 하나가 아니라서 그런다.
집의 기초 공사뿐만 아니고 장독대, 물공사, 창고 앞 하수 공사,,,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 산골의 티도 안나는 공사를 그는 말없이, 따뜻한 손길로 다듬고, 만들어 주고를 봄, 여름, 가을, 겨울 없이, 정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해준 사람이다.

산골에서 진종일 일하면서 기껏 말하는 것이 몇 마디 없다.
작은 소리로 초보농사꾼에게 형님,,,하면서 자근자근 말하는 성품을 지닌 사람...

초보농사꾼이 집 앞의 맨홀에 뚜껑을 닫아 놓았다.
딱 들어 앉아 있는 뚜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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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구의 마음에 그렇게 딱 들어 앉은 적이 있는지...
어쩌다 조금만 무엇을 해도 생생내기 급급한 나는 아니었는지...(아니긴 뭘 아니겠는가.)
행동보다는 입이 앞서서 작동하여 일보다 말이 더 큰 역할을 한 적이 얼마인지...

달길님...

직장다니면서 일일이 산골에 신경을 써주셔서 늘 고마워요.
뚜껑을 싣고 오면서 참 많이 생각했네요.
비가 오면 산골의 어디 어디가 걱정이라며 전화하고, 눈이 많이 와도....

산골에 오셨을 때 초보농사꾼과 두런두런 공사를 상의하는 모습이 제일 따뜻했어요.
외아들이라 형제가 없는 초보농사꾼이라 그런지  나는 그 형님 소리가 참 좋더라구요.

산골은 추워요.
달길도 춥겠지요.
달길님 마음처럼 늘 따뜻하게 지내시고 가을 갈무리 잘 하시길 바래요.

*************************************************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산골에 낯선 사람이든 지인이든 오면 꼭 묻는 말 중에 하나가 이 깊은 산중에서 외롭지 않느냐는 거다.
대답은 단호하게 No다.

내 입에서 대답이 왜그렇게 나오는지는 이제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위에 열거한 일들 뿐이 아니다.
상상할 수 없는 모습과 마음과 색깔로 난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은행나무를 심고 싶다는 말에 부산에서 울진으로 한밤중에 은행나무를 싣고 오신 분, 초보농사꾼 작업화와 아이들 영화 CD를 보내주는 분, 옷이랑 양말, 털신을 보내주시는 분, 내가 이쁜 편지지와 문구류를 좋아한다고 산골아이들과 쓰라고  한 박스 최신 문구류를 보내주신 분, 반찬에, 밭에서 일하고 내려오면 참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나 그러지 못하니 내려와서 쉽게 칼국수 끓여 먹으라며 언니처럼 칼국스를 싸보내주신 분 , 과일, 인형, 수해때 쓰라고 자루며 라면, 물까지 보내주신 분, 내가 어린시절 삼립빵을 그리워 한다고 그 빵을 한 박스 택배로 보내주신 분, 농사일이 고되다고 몸보신 하라고 얼린 고기를 보내주는 분, 또 무엇보다 매일 홈에 안부인사를 전해주며 형제, 자매처럼 따뜻한 위로 노동으로 힘든 몸으 피로를 풀어주시는 분들.......

내 나쁜 머리로 열거도 다 안된다.

사람들이 대부분 이런 용어를 사용할 때 부정적인 용어로 더 많이 쓰인다.
무어냐 하면
'내가 무슨 복이 있다고...'

그런데 난 이 용어를 이렇게 긍정적일 때 사용한다.
'내가 무슨 복이 많아서 이런 관심 가운데에 있는지...'

'이래도 되는지...'라는 말을 어둔 밤에 별을 보며 얼마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이런 생활 속에서 살면서 힘들고, 외롭다니...

내 스스로를 정화하고, 묵상하기 위한 외로움은 필수지만 누군가로부터의 어떤 관계로부터의 외로움이란 있을 새가 없다.
그러니 난 귀농에 성공한 것이고 더 나아가 제2의 이 삶이 없었다면 살아 생전에 맛볼 수 없는 현장에서 나는 서있는 거다.

이제 마당에 나가려고 한다.
달을 보며, 조금씩 그들과 나를 비추어 보려고 한다.
은은한 달이 나를 도와줄 것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산골에서 쓰는 편지지는요.........
+   [산골풍경]   |  2008. 10.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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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그리운 이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평소와는 달리 파란 하늘에 대고 글을 박습니다.

할 얘기가 남았는데 구름은 짓궂게도 왔다갔다 하더니만 다 지워 놓습니다.
같이 놀자는 거지요.
그를 끼워주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파란 편지지에 구름을 붙입니다.
소더비 경매장의 어느 명화보다 더 멋진 그림이 됩니다.

그리운 이들이 그 편지를 펼치면
파아란 글자들이 읽는 이의 가슴으로 후두둑 떨어져 들어가겠지요.
보나마나 그의 가슴에도 잉크빛 물이 들 것입니다.

이제 편지쓰는 일이 끝나면  벌판을 쓸고 다닐 참입니다.
가을걷이하러...

꽃지게 아래 초보농사꾼이 벗어 놓은 작업화에서도 가을물이 떨어질 것같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 www.skyheart.co.kr)

 
 
        

 

산골편지11-- 어디에 눈이 가는가??
+   [산골편지]   |  2008. 9. 9. 00:43  

2008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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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성수기를 맞았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코스모스, 해바라기가 피고 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벌개미취 역시 한 쪽에서는 작은 몽우리를 터뜨리고 한 쪽에서는 검으죽죽하게 졌다.
거기다가 마타리까지 한 쪽에서 지고 있다.

이쯤 되면 마음 단속을 잘 해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넋놓고 있다간 '내 마음 나도 몰라'다.

가을엔 이래저래 단속할 것이 많다.


************************************

산골 집으로 올라오는 미니 언덕에 꽃을 심었다.
예전같았으면 거기까지가 관심의 종착지였다.
밭이 오라고 시도 때도 없이 불러재끼니 별 수 없이 갈 수 밖에...

그렇게 ‘밭의 종‘처럼 불려 다니다 어느 날 보면 꽃모종이 풀에 녹아 흔적도 없이 눈에서 사라지곤 했다.
꽃이 밥먹여 주는 것도 아니다 보니 밭에 아부하며 귀농생활이 익어갔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산중생활도 익숙해지고, 낯선 곳에서 부초처럼 떠다니던 마음도 잔뿌리를 내리게 되자 올해는 관심을 좀 나누어 보자고 이른 봄부터 다짐했었다.

집으로 올라오는 작은 비탈길 왼쪽에는 코스모스를 얻어다 심었다.
오른쪽에는 봉선화와 벌개미취를 심었다.
어린 싹이 나오면 내 작은 눈을 뒤집어 까고 풀을 뽑아주어 꽃모종이 그들에게 놀이갯감이 디지 않도록 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나무 밑에 묻으러 다녀오다가도 째진 눈으로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효소실에 들락거릴 때마다 주저 앉아 맨 손으로 풀을 뽑아 주었다.

그랬더니 어느 새 튼튼하고 의젓하고 멋진 꽃을 피웠다.
길 양쪽에 꽃이 피니 그 느낌이 아주 새롭고 흥분되기까지 했다.
뭐랄까...
의장대를 사열하는 것처럼 괜시리 가슴이 일렁거리곤 했다.

꽃들의 그 순수한 모습을 볼 때면 사악하고 인정머리 없는  인간을 위해 도열해 있는 꽃들에게 미안스러운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마냥 좋고 푸근하고 기분이 째졌다.

얼마 전에 비가 내렸다.
나의 헌신에 힘입어 화사하게 피었던 봉선화 꽃잎이 발 아래 내려와 앉아 있다.
그런데 도열해 있는 싱싱한 꽃에 눈이 가기보다 제 발 아래 꽃잎을 수북이 떨군 꽃에 눈이 자주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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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예 꽃나무 아래만 본다.
그리 눈영접을 하고 나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대도 한 때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젊음과 화려함을 지녔으니...’
예전에는 화려하게 피어 있는 꽃에만 눈이 갔지 그 발 아래는 관심도 없었다.

그렇게 쌓인 꽃잎 위로 다시 비가 내렸다.
굵은 비는 이미 사기를 잃은 자 위를 확인사살하듯 집중적으로 공격을 퍼붓는다.

자연의 변화를 가만 들여다 보면 그 안에 우리네 삶의 모습과 견주어 보며 교훈으로 삼을 것이 쌔고 쌨다.

작년까지만 해도 화려하게 피는 꽃에만 온 신경을 꽂았었다.
그러나 세월밥을 먹을수록 떨어진 꽃에 눈이 더 가고 생각도 그 꽃 위에 함께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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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해가 날 것이다.
그러면  제 몸을 말렸다, 이슬에 적셨다 몇 번 하고 나면 흔적도 없이 내 눈에서 떨어진 꽃들도 사라질 것이다.

사람의 한 생애도 이에 견줄 수 있겠다 생각하니 그 앞에 쭈그리고 있는 내 마음 또한 하염없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중증 가을병이 도졌다.
+   [산골풍경]   |  2008. 8. 2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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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도 잔잔하고, 하늘도 검은 구름이 더 많다.
그 파란 하늘은 잠시 검은 구름에게 자리를 양보한 모양이다.
방금은 파란 하늘이었는데...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졌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려고 대야에 손을 담그면 찌릿한 그 무엇. 그리고 돋아나는 소름..그리고 나면 바로 눈가가 찡해온다.
그것은 한 살을 더 먹기 전에 치러야 하는 홍역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공짜로 나이 먹는 거 아님은 가을에 알아볼 수 있다.
가을 홍역을 치르면서 나이값에 대한 묵상이 깊어진다.

주현이에게 사준 무릎 담요인데 학교에서 못가지고 다니게 한단다.
사실 나도 갖고 싶었었는데 낭비라는 생각에 주현이 것만 샀다.
오늘은 그것을 꺼냈다.

그리고 주현이 어려서 사주었던 곰인형 겸 베개를 꺼냈다.
담요에 곰인형을 뉘웠다.
나도 그 옆에 누워 토닥토닥 가을을 다독이고 있다.
내가 무슨  피천득 선생님이라고...

나이 헛먹었다고 흉봐도 할 수 없다.

난 지금 홍역중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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