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59)
하늘마음농장 소개 (1)
개복숭아효소(발효액) (24)
쇠비름효소(발효액) (23)
산야초효소(발효액) (7)
천연숙성비누 (8)
유기농 야콘, 야콘즙 (12)
산야초, 약초이야기 (5)
산골편지 (132)
귀농일기 (92)
산골아이들의 책이야기 (22)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39)
야콘 이야기 (1)
산골풍경 (74)
산골밥상 (8)
배동분  귀농아낙  야콘  산골 다락방  귀농일기  산골  하늘마음농장  귀농  초보농사꾼  농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농사 _해당되는 글 52건
2009.10.25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작은 보답일 뿐입니다. 
2009.08.27   귀농일기--"선우 엄마, 빨리 뛰어!" 
2009.07.30   귀농아낙의 산골편지-- 귀농주동자의 이상한 버릇 
2009.07.12   귀농일기--거름뒤집기 
2009.07.07   귀농풍경--내가 꿈꾸는 모습 1
2009.07.01   귀농일기--우리 동네 당제사 
2009.07.01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1
2009.07.01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플러그를 뽑은 사람들 
2009.06.27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내가 산골로 온 이유 
2009.06.25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완장찬 자의 무게 그리고 고독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작은 보답일 뿐입니다.
+   [산골편지]   |  2009. 10. 25. 01:32  





2009년 9월 22일


산골가족은 집 옆의 작은 내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끌어다 마시지요.
물론 저희가 효소를 만들기 때문에 매번 철철한 물 검사를 받습니다.

몇 십 항목이 되는 검사를 검사기관에서 물을 바로 떠서 연구소로 보내 검사를 받는데 합격입니다.
마실 때마다 감탄이 벌어진 이빨 사이로 새어나옵니다.


오늘도 그런 감탄을 흘리다 서둘러 꽃밭으로 갔습니다.
나 혼자 갈증을 푸는 것같아서지요.




함석 물조리개에 물을 길어다 꽃밭에 뿌려 주었습니다.
내가 먹는 그 물을 우린 함께 나누어 먹습니다.
금방 꽃의 표정에 생기가 돋는듯했습니다.


뒤늦게 피어난 초롱꽃과 두 송이 장미의 얼굴도 금방 환해집니다.

난 신바람이 나서 시원찮은 허리를 생각지 않고 한 말 정도 들어가는 함석 물조리개를 공기돌 놀리듯 들어 날랐습니다.
모두들 좋아죽겠다는 표정들입니다.


갈증나지 않은 모습으로 열반이 들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참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들이 내게 보여준 사랑과 위로와 격려로 치자면 이건 새발의 피지요.


난 내친김에 할 일도 잊고 그들에게 이야기를 건냅니다.
이야기라고 해봤댔자 농부의 아낙이 농사얘기지요.뭐.


난 퍼질러 앉아 우선 야콘이야기를 했습니다.
야콘이 전체적으로 썩 잘된 농사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가 짧으면 하나가 길거라'는 것을 믿는다는 말도 껌처럼 덧붙였습니다.

꽃밭에 앉은 꽃들은 내 이야기를 시시껄렁한 말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어찌 아냐구요?


아무 말 없다는 것은 긍정한다는 또 다른 언어 아닌가요? ^^

난 해가 기울도록 농사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오늘 역시 한갓진 날이 아니지만 그동안의 은혜에 보답한답시고 한 말이 고작 농사이야기였습니다.

이내 날이 기울었으므로 저녁을 부랴부랴 지어먹고 통창으로 꽃밭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들이 별처럼 초롱초롱 빛나보입니다.


매번 꽃들의 이야기와 향기에 취해 살던 이웃이 뭔 생각이 들어 핏대를 세우며 이야기를 들려 주었는지 몰라도 그 이야기가 싱겁지 않은 모양입니다.


내일은 산야초 이야기를 해줄까?....
산골 아이들의 이야기를 해줄까?...
이제 재미붙였습니다.^^


지나치면 모자라니만 못하다는 말도 알지만 그것은 여기에는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고 스스로 단정지었으므로 난 내일 산야초 이야기를 할 겁니다.

‘사랑이란 서로 상관없는 말에도 귀 기울여 생기돋게 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로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일기--"선우 엄마, 빨리 뛰어!"
+   [귀농일기]   |  2009. 8. 27. 17:48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9년 7월 1일

오늘 우리 부부가 출근하는 곳은 답운재 야콘밭이다.
내가 먼저 예초기를 싣고 보부도 당당하게 세레스를 타고 답운재로 갔고, 아내는 발송하는 날이라 그 준비를 끝내고 답운재밭으로 왔다.

요즘 비가 너무 자주 와서 야콘보다는 풀이 먼저 신바람이 나서 하늘 무서운줄 모르고 자라고 있었다.
남들이 보면 이게 농사꾼 밭인지, 그냥 취미생활로 주말농사짓는 인지 모르겠다고 혀를 차게 생겼다.
사실 요 며칠 엉뚱한 일로 온힘을 바쳐서 일하는 바람에 차질이 많이 생겼는데 그 사건(?)은 내가 한숨 좀 돌리고 나서 귀농일기에 등장시키려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내는 어제와 같이 야콘모종 바로 옆에 난 풀들을 뽑는 일을 했고, 나는 골과 골 사이 즉, 헛골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예초기로 베어주었다.
잘려나가는 풀 소리가 둔탁하게 들리지 않고 날카로운 것은 부지런히 일을 많이 하려고 긴장한 내 마음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닌지 의심이 들정도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내는 내가 먼저 헛골의 풀을 예초기로 날려 주고 나서 쭈그리고 앉아서 야콘모종 바로 옆에 난 풀을 뿁아주다 보니 예초기로 윙윙거리며 나가는 나보다 훨씬 진도가 느렸다.

계속해서 쭈그리고 앉아 모종의 풀을 뽑아주니 이제 힘에 부치는 모양인지 자주 쉬는 모습이 들어온다.
그렇게 각자의 영역에서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갑자기....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겉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
달리고 달렸지만 이미 머리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비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와 만나 온몬을 타고 내린다.

세레스를 세워 놓은 곳까지 뛰어 갔는데도 벌써 중간에서 생쥐처럼  다 젖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랴부랴 세레스에 둘이 들어 앉으니 몸은 젖었어도 마음은 조금 여유롭다.
벌써 차 앞 유리에 빗물이 쏟아져 흘러내린다.
아내와 난 세레스안에서 비구경을 했다.둘다 비를 피할틈도 없이 몸과 머리가 다 젖어 불편했지만 이렇게 비를 피하기 위해 세레스에 들어 앉아 밖의 비오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귀농하고 첨이다.

각자 비를 피한 적은 있어도 둘이서 좁은 세레스에 앉아 밖의 비구경하는 것은 처음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을 다 하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시원하게 내리는 빗물은 마음까지도 씻어주었는지 시원하다.
옆 창문을 내다 보니 순식간에 차가 다니는 길로 물길이 나서 정신없이 흙탕물이 쏟아져 내린다.
멀쩡한 하늘에 구멍이 난 것 처럼 비가 쏟아지는 날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참 비가 그칠 때를 기다리다가 보니 저 쪽 하늘은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조금 나오기 시작한다.
몸도 젖고 야콘도 젖고 풀도 젖었지만 좀더 일을 하고 나서 집으로 향했다.
내일도 마저 같은 과목의 일을 해야 하는데 내일은 이런 일이 없어야 답운재밭을 다 끝내고 호수밭으로 이동하는데 하늘이 보태줄러는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세한 글을 보시려면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로 !!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아낙의 산골편지-- 귀농주동자의 이상한 버릇
+   [산골편지]   |  2009. 7. 30. 15:46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9년 5월 11일

키 작은 돌나물이 찔레꽃 아래 숨어 피었다.
허구 많은 장소 중에 무서운 가시를 곧추세우고 위협하는 찔레꽃 아래에서 땅을 기고 있는지...

스스로를 낮추느라 사람 눈에 띄기 힘들지만 그 초록의 살갗은 금방이라도 배냇향이 날 것만 같다.

오늘은 그렇듯 겸손한(?) 돌나물을 한 줄기 떼어다 제일 높은 자리(?)에 올려놓았다.
항아리를 놓고도 모자라 또 그 위에 항아리를 엎어뜨려 놓고 집을 마련해 주었다.

그렇게 해놓고 생각하니 이건 인간의 욕심이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그 자리가 높든 낮든 상관없이 제 할 일을 하다가 가는 것인데 인간의 욕심이 발동하여 이렇게 쌩뚱맞게 아파트같은 곳에 집을 마련해 준 것은 아닌지...

떼어도 또 몸을 키우고 산골아낙의 발소리를 기다리는 돌나물.
오늘은 돌나물을 뜯어 새콤달콤 무쳤다.
산골가족 입안에 하나 가득 봄이 피어나겠지...

******************************

초보농사꾼이 또 뜨거운 거름을 주고 있다.
그곳에 어린 봉선화랑 코스모스 싹이 들어 있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얘기를 했었다.

그러면 알았다며 대답은 시원시원 잘 했었다.
그러다 다음에 보면 옆으로 조금 이동한 장소에 다시 뜨거운 거름을 붓는다.
거기에 산골소년까지 가세하는 것을 목도했었다.

시간이 흐르자 집을 중심으로 왼쪽 꽃밭은 누가 봐도 꽃밭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데 좌측 꽃밭은 기계충을 앓은 것처럼 파란 싹 하나 없이 초토화시켰다.

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었다.
‘이상하게 싹이 안올라 온다‘ 는 소리만 되풀이 하고 돌아섰었다.
볼수록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러다 하루는 마당을 내다 보니, 범인은 초보농사꾼.

귀농 초에도 이런 일이 있어서 그 버릇을 고친줄 알고 방심했었다.
이제 버릇고치기 어려울듯 싶다.

오늘도 영역표시를 하다 나에게 딱 걸렸다.
귀농 초에도 그런 일이 있어서 그거 단속하느라 애를 먹었었는데 지금껏 그런 모양이다.

순경이 노상방뇨하는 사람을 잡아 세우고 훈계하듯 도대체 왜그러느냐고 눈이 뒤집혀 볼멘소리를 했더니만 돌아오는 대답이 환장할 노릇이다.

변기에 쏟아붓고 물로 씻어내리기가 아깝다나 뭐라나 하며 뒷말을 한다.
“하이고,... 그러셔요...”

폐일언하고, 정녕 아까우면 달밭 개복숭아 심어 놓은 곳에 거름을 부으라 했다.
이제 아들 녀석만 내 째진 레이더에 걸리기만 하면 된다.
그 녀석은 또 어떤 변명을 할런지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농사짓기도 바쁜 세상에 불철주야 노상방뇨 단속까지 하고 있으니 산골아낙은 몇 가지 임무를 수행하는지  원...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제 2년차인 개복숭아 어린 묘목 한 20그루를 줄 세워 놓고 하루가 멀다 하고 들여다 보고 있는데 이거 뜨거운 거름 때문에 개복숭아 나무 다 죽이는 건 아닌지 슬 걱정이 되었다.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고 이 노릇을 어쩐다지...
내일은 다른 곳에 있는 봉선화, 코스모스 모종을 머리카락 이식하듯 이식시키려고 한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자세한 내용은 www.skyheart.co.kr (하늘마음농장)로 오세요.))


 
 
        

 

귀농일기--거름뒤집기
+   [귀농일기]   |  2009. 7. 12. 20:03  

지난 가을부터 시간날때부터 차츰차츰 만들었던 퇴비를 오늘 마지막으로
뒤집었다.
 
퇴비는 15일에 한번 정도씩 뒤집어서 골고루 발효가 되어야
한다는데 나는 오늘로써 총 3번째 마지막으로 뒤집고 비닐을 씌워 띄우는
작업에 들어갔다.
 
부엽토+잔가지+볏짚+쌀겨+왕겨+깻묵을 거의 같은 비율로
한 것 같은데 뒤집으면서 냄새를 맡아보니까 구수한게 아주 잘 부숙된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사실 예전에 어른들은 전부 퇴비를 만들어서 썼는데 이제는 비료 몇포대에
해결되니 거의 퇴비를 만들어서 쓰는 분들이 없다.

그나마 이곳에는 유기농을
하는 귀농자들이 퇴비를 만들어서 쓰니까 서로 비교할 수 있어서 좋다.

내가 관리하는 농토를 전부 자가제조 퇴비로 충당하려면 퇴비뒤집는 기계가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지만 당분간은 그냥 몸(삽)으로 때우고 부족한 양은
비싸지만 유기재배 퇴비를 사다 써야 할 것 같다.

퇴비 뒤집는데 하루 꼬박 걸리고 다음날에는 여기서 한시간 40분이상 걸리는
영덕의 미곡처리장에서 정미작업중 흘린 왕겨와 쌀겨(거의 왕겨 성분이 많다)
를 쓸어담은 포대(300kg /한포대)를 포대당 3000원에 4포대를 샀는데 포대값이
6600원으로 내용물보다 더 비싸다.

하긴 우리가 안가져가면 쓰레기가 될 정미장
바닥청소할 때 나온 것을 지게차로 상차해 주니까 아마 상차비 정도만 받은 것
같다. 포대는 나중에 가져오면 돈으로 환불해 주겠다 한다. 아마 이걸보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인가 보다.

울진으로 오는 해안가에는 농부들이 벌써 밭을 갈면서 농사준비에 여념이 없고
옆에서 개나리가 산들거리며 봄을 알리고 있다.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풍경--내가 꿈꾸는 모습
+   [산골풍경]   |  2009. 7. 7. 19:17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 전에 우체부 아저씨가 오셨다.
야콘즙을 한 봉지 뜯어서 드렸다.
아저씨는 농사지은 것을 아시는지라 한 방울까지 다 드시려고 하신다.

그 모습을 보며 농사를 더 열심히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체부 아저씨가 건네 주신 우편물을 뜯어보니 내가 자빠지는 책 한 권이 들어 있다.

한창 바쁜 시절에 마주한 우편으로 배달 된 책 ...
그것은 우주가 한쪽으로 기울만큼의 감동이었다.

그리고 봉투에서 따라 나오는 카드 한 장...
들여다 보는 순간...

"아!  @#^%$#&#@"

그림의 모습이 참 넉넉해 보인다.
두른 앞치마가 그렇고, 주위의 들꽃들이 그렇고, 주인공의 꾸미지 않은 머리칼이 그렇다.

나도 저런 모습으로 나이를 먹고 싶다.
물론 카드 속의 주인공은 나보다 젊어보이지만 언제나 늘 푸른 소나무처럼 그렇게 얼굴에서 풍기는 것이 푸르게 늙고 싶었다.

카드를 거실에서 눈에 잘 띄는 곳에 올려놓았다.
어머님이 평생 모으신 수석과 조화를 이루어 놓았다.
카드 앞의 수석 제목은 '연인'이다.
내가 붙인 제목이다.

'연인'과 여인

오늘 책과 카드 한 장이 이렇게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우리 동네 당제사
+   [귀농일기]   |  2009. 7. 1. 02:47  

어찌보면 서울놈이 시골와서 출세한 편이다.
왜냐하면 재작년 여름에 이사 오자마자 이 마을의 4반 반장이 되었으니까..
서울에서야 반장 아니  통장얼굴도 모르고 지내지만 이곳은 사정이 다르다.
각종 현황파악,동네 경조사,각종 농자재 신청 등이 이장이나 반장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매년 연말이면 반원들이 반장에게 수고를  준다.
그 수고비를 모곡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쌀로 주었단다.
그런데 요즘은 시대가 시대니만큼그냥 현찰로 준다.
아뭏든 그 이전에 반장을 하시던 분(내가 살고 있는 집의 전주인이시다)이 병으로 입원을 하시자 하는 수없이 내가 인계를 받았다.
단 한 가지 가장 젊다는 이유이다.

하기야 반원들 9가구 중 나만 빼놓고 모두 환갑 내지는 칠순이 넘으신 노인이시고 그 와중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세 가구이니 오죽하겠냐만..
 
동네에는 각 자연부락 단위별로 아니면 각 가구별로 사당(성황당)이 있는데 우리 반에는 딱 한 군데가 있다.
동네 어른들의 말을 빌리자면 새마을 운동 때 모두 철거시키고 거의 사라졌단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우리 반원들의 일년 농사과 자식들의 강복을 비는 제사가 일 년에 한 번씩 정월 대보름을 전후하여 지낸다.

작년에 처음으로 지낼 때는에는 보름 전날에 지냈었는데 올해는 보름 새벽에 한단다.
왜 그러냐고 여쭸더니 날과 시를 잡아서 하는 거지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란다.

작년에는 제사지낼 때 참여만 시켰었다.
그런데 올해는 아예 제소(제사상 차리는 일)와 제관을 겸해라는 동네 어른의 통보(?)가 있었다.
사전 상의 없이 D-3일전에 무슨 종이 쪽지에 콩나물500원, 사과 1500원 등등을 써서 주시면서 그냥 쉬우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고 준비하라신다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쩌랴.
하는 수 없이 주일에 성당끝나자 마자 가운데 한 글자 더 들어간 성(황)당 제사음식준비하러 시장에 갔다.
 마을 어르신이 적어준대로  산 재료를 오늘 새벽 3시에 일어나 아내가 준비를 하고 5시쯤 되어 성황당에 가서 제사를 지냈다.

대충 보니까 일반 제사와 비슷했다.
 다른 점은 강복의 주체가 조상이 아닌 귀신이라는 것 뿐이다.

오늘은 꽤나 바쁠 것 같다.
조금 후 오전 9시쯤 되면 동네분들 우리집에 제사지낸 음식 음복하러 오실 것이고 음복이 끝나면 마을회관에서 윷놀이가 있다니 그것에 참석해야 하고...

박 반장 파이팅!!!

초보농사꾼겸 새밭 반장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   [산골편지]   |  2009. 7. 1. 02:36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법정스님께서 이해인 수녀님께 "수녀님은 그래 시를 쓴다고 하면서도 기껏 아는 게 뻐꾹새 소리밖에 없느냐"고 핀잔을 주시며 일일이 새이름을 구별해 가르쳐 주셨다듯이 나 역시 새소리는 뜸부기,까치,까마귀 소리밖에 모른다.

또 설령 열심히 알려줘도 그 소리가 그 소리같고 그 모습이 그 모습같아 난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 뿐인가.
나물이름,들꽃이름도 매한가지다.

특히 나물은 더 까막눈이라 왼손에 샘플을 들고 다니면서도 똑같은 것 뜯기가 여간 능력에 부치는 것이 아니다.

이웃 형님의 놀림도 놀림이지만 이곳 산골에서 뿌리내릴 사람이다보니 내 자신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오늘은 샘플로 뜯어 준 것이 시들어 꼬부라지도록 똑같은 것을 못뜯었다.
나물과 새와 들꽃들과 정말 친해지고 싶은데 잘 안되니 그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

부모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공부는 엄마주려고 하니? 너 위해서 하지."

내가 한국생산성본부 첫 여자 연구원으로 입사했을 때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난 사실 학교다닐 때 정말이지 엄마위해 공부할 때가 많았어. 그 정도로 엄만 내게 헌신적이셨지."

그 말은 사실이었다.
여느 엄마가 자식에게 헌신적이지 않을까마는 얼굴이 안개꽃처럼 하얀 내 엄마는 당신은 없고 오직 자식만 있었다.

어쩌다 한 겨울 새벽에 도서실가는 것이 귀찮아 포기하려다가도 내 에미 새벽부터 도시락 싸놓고 자식 머리맡에서 시계 초세고 계시는 모습이 가슴저려 졸면서 도서실갈 때가 부지기수였다.

또 개인주택에 산 탓에 한 겨울 자식이 신을 신발을 미리 방안에 갖다놓으시고는 혹여 덜 따뜻할세라 당신 옷으로 덮어두시는 엄마를 생각하면 도서실에서 잠시 졸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곤했었다.

그 덕에 이 머리로 대학.대학원을 수석졸업할 수 있었다.
엄마는 늘 "여자도 많이 배워 활동적인 여자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유학도 자신있으면 해보라고 부추겨서 아버지에게 시집이나 보내지 쓸데없는 소리한다며 핀잔을 들으시기도 했다.

결국 일본유학을 계획하고 사전답사도 다녀왔었다.

그러던중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느라 유학을 덮어놓고 있었다.
몇 달 전에 풍을 맞으신 엄마를 보기 위해 서울에 갔었다.

시원찮은 발을 끌며
"막내야, 그 때 유학을 더 서둘러 보냈더라면 벌써 다녀왔을텐데...."하셨다.
산골에 들어가 뙤앝볕에 고추밭매고 나물뜯는 막내딸이 가슴에 저려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아 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며 눈에서 맑은 물을 흠치셨다.

그 때 내 가슴은 두릅나무 가시보다도 더 큰 가시가 파고드는 것같았다.

그 때 보았다.
우리 고추밭골보다도 더 깊이 깊이 패인 엄마의 주름을...

그도 그럴 것이 엄마는 충청도의 어느 종가집 맏며느리셨다.
머슴까지 13명의 뒷치닥거리를 다 해야 하는 전형적인 종가집.

이러다가 딸 다섯을 다 시골남자와 결혼시키겠다 싶어 밤마다 아버지 옆구리찔러 서울가자 하셨었단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하시던 아버지도 결국 엄마의 끈질긴 설득끝에 아이들을 서울에서 공부시켜 서울남자와 결혼시키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그때 난 코흘리개였고.

그랬더니 결국 막내딸이 다시산골로 들어가 농사짓는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그 에미의 가슴은 어떠했을까.

그 생각만 하면 어느새 목구멍이,목구멍이 불덩이로 막히는 것같다.

병든 엄마가 보고싶을 때마다 읽는 글이 있다.
피천득님의 '엄마'라는 글이다.

"엄마가 나의 엄마였다는 것은 내가 타고난 영광이었다....내 기억으로는 그는 나에게나 남에게나 거짓말한 일이 없고,거만하거나 비겁하거나 몰인정한 적이 없었다.
내게 좋은 점이 있다면 엄마한테서 받은 것이요,내가 많은 결점을 지닌 것은 엄마를 일찍이 잃어버려 그의 사랑 속에서 자라자지 못한 때문이다."

이 글을 맨 처음 읽었을 때 많이 울었다.
이 밤에 혼자 중얼거려본다.

'엄마 나도 엄마가 내 엄마라는 사실이 영광이야. 사람은 어느 하늘 아래에 머리를 두고 살든 착하게 넉넉한 마음으로 살면 행복한거야. 엄마, 너무 마음아파 하지마.'

******************************
오늘은 과꽃같은 우리 엄마가 보고싶을 때 보려고 과꽃씨를 뿌렸다. 가뭄에 말라죽지 않고 흐드러지게 피어 이 산골이 엄마의 향기로 가득찼으면 좋겠다싶어......

도시에 있을 때에도 글을 썼었다. 책으로 내서 울 엄마에게 드리려고..... 이 곳 산골에 와서 더 열심히 쓰고 있다.

오늘따라 하늘에 별도 몇낱없다. 모두 지에미 품에 들어가 자는가보다. 바람도 자고 텃밭의 마늘들도 자겠지.
나도 자기 전에 병든 엄마에게 목소리 공양을 해야겠다.


2001.5.13일
엄마가 무척이나 보고싶던 날에.

산골에서 배 소피아.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플러그를 뽑은 사람들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7. 1. 02:27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 상세보기
스코트 새비지 엮음 지음 | 나무심는사람 펴냄
실질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찾지 못하고 그저 관성에 의지해 나날을 소모적으로 보내는 사람들에게 좀 더...전원플러그를 뽑고 그 대신 자연과 자신의 생명으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삶의 방식을 택한 사람들의 낮고...

이 글은 <플레인 plain>이라는 잡지에 실렸던 글 중 일부를 뽑아 묶은 것이라고 한다.
<플레인>은 아미쉬와 퀘이크의 종교이념과 러다이트 운동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위한 잡지다.

이러한 아미쉬의 생활 모습과 철학을 현대 사회에 적용하려는 미국 대안 생활주의자들의 삶을 나열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기계화나 자동화를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기계적 조직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를 기억한다.

전원 플러그를 뽑는 일만으로도 조직화된 문명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집에서 아이의 출산을 강조한 글, 손빨레하기, 병원을 멀리하고 되도록이면 민간요법 등으로 해결한 것을 담은 글, 스스로 옷을 지어입는 글 등이 동화처럼 소개된다.

물론 그저 단순히 그렇게 하면 좋은 점이 무엇인가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리 해야만 하는 배경을 설명하고 있어 눈을 고정시키게 된다.

또한 삶의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기 훈련과 자기 희생과 자기 절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곳곳에서는 농사지을 때의 상부상조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나의 산골생활 자체가 농사이다보니 어느 부분보다 가슴의 감동이 짙게 묻어났다.
사실 예로부터 우리나라도 품앗이라는 것이 기본이 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품앗이를 보기 힘들다.

그것은 기본적인 그 정신이 바탕이 되지 않다보니 무리가 많은 것 같다.
나 또한 몇 번 해보았지만 이제는 안한다.
차라리 댓가없이 도와주는 것이 훨씬 자유롭다.
일단 상대방이 일손을 필요로 해서 갈 때 우리는 그냥 도우러 간다.
다음에 우리 필요할 때 도와주면 다행이고 못도와줄 상황이라 도움을 못받더라도 미련이 없는 마음으로...

그래야 마음이 홀가분하다.
그런데 상대방이 우리 일을 도와주러 왔고, 다음에 그 집에서 도움을 청할 때 내가 도저히 사정상 도와주지 못할 때가 문제가 된다.

그럴 때 자유로워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서운해하고, 몇 시에 왔고, 몇 시에 갔고까지 따지게 되면 산골생활이 도시보다 더 피곤해지기 때문에 그저 돕고 도움을 받는 선에서 끝내지 일당 기준의 품앗이는 안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품앗이는 기본적인 "마음의 깔림", "믿어주는 마음"(그 사람의 사정을 이해해줄 수 있는)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도시에서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좋은 얘기지.."하고 무심히 읽어내려갔을 것이다.
그러나 나 역시 '삶의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 산골로 와 이 책을 접하니 남다른 느낌이 있다.

책 중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이 세계는 가속도가 붙은 채 내리막 길로 쏜살같이 달음박질치는 기차와 같다. 사람들은 자신이 과연 그 쪽으로 가야만 하는지 의심하면서도 안전하게 뛰어내릴 방법을 찾지 못해 할 수 없이 앉아있는 셈이다..... "

그렇다면 난 안전하게 뛰어내릴 방법을 제대로 찾은 것인지...........

2002년 8월 18일 새벽에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내가 산골로 온 이유
+   [산골편지]   |  2009. 6. 27. 00:04  

1월은 가고, 2월은 도망가고, 3월은 사라진다고 한다.
바람이 제법 쌀쌀한 것을 보니 겨울이 봄에게 자리를 내어 주기 싫어 앙탈을 부리는 듯하다.

봄,여름,가을,겨울이 어우러질듯하다가도 각자 제 밥그릇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는 것같다.

이곳 산골에서 제일 먼저 피는 꽃은 생강나무 꽃이다. 개나리보다 작으면서 색깔은 옅은 노란색이다.
역시 "작은 것이 아름답다."

그렇게 거칠게 굴던 바람도 아침 9시가 지나 햇살이 쪽마루에 나자빠질 때가 되면 이내 소문도 없이 꼬리를 감춘다.

******************
이곳 산골에 둥지를 튼지도 10개월이 되었다. 처음에 이사와서는 짐은 풀었는데 마음을 풀지 못하고 움켜쥐고 있었다.

하기야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루소처럼 우기던 남편은 정작 사표가 반려되고 계속 수리되지 않아 나 먼저 이 산골로 이사와야 했으니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남편은 서울에서, 나와 아이들은 이곳 산골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결국 그이는 한 달 후 대기업 과장의 자리를 미련없이 버리고 이곳 산골에 합류했다.
남편의 산골로의 귀농이유는 어찌보면 간단했다.

남을 밟고 올라가야 내가 서는 생활, 순수한 마음으로 살기보다는 잔머리와 이기적인 생각으로 정년 퇴직때까지 직장생활하다가 죽는다는 생각을 하니 빨리 이 이기적인 도시를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둘째 이유는 내 아이들 만큼은 여러 학원 뺑뺑이질 시키지 않고 자연을 닮고, 자연을 친구로 여기고, 흙을 밟고 살게 하고 싶다는 이유가 다였다.
모두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나 역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던터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여러 날을 고민했다.
결국 아이들 문제때문에 더더욱 결정이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컸을 때에는 지금보다 정서가 가장 중요시되는 사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건 모험이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았다.

남편의 가치관이 뚜렷했고, 지금까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주었고,나름대로 인정받는 모습만 보아왔다.

또 아이들을 자연에서 키우고 싶다는 열망은 나 역시 대단했던 터였다.
거기에 나는 성당에 다니지만 평소 존경하는 법정스님의 무소유와 자연사랑의 철학이 귀농결심에 일조를 하게 되었다.

법정스님은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곧 자기답게 사는 것이다.
자기답게 거듭거듭 시작하며 사는 일이다. 낡은 울타리로부터,낡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거듭거듭 둘레에 에워싼 제방을 무너뜨리고라도 늘 흐르는 쪽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봄에 나와 모든 이에게 묻고 싶다.
"그대는 흐르는 쪽으로 살고 있는가?"

2001.4.11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img:3.jpg,align=,width=500,height=375,vspace=0,hspace=0,border=1]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완장찬 자의 무게 그리고 고독
+   [카테고리 없음]   |  2009. 6. 25. 08:12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7년 6월 14일

요즘 아침 잠을 깨워주던 새들이 기특하기만 했다.
창호문 가까이에다 대고 모닝콜을 해주니 하루가 도시에서보다 부드럽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여간 고마운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 요즘 또 하나 터득한 것은 그런 새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거다.
아침에나 인식했던 새들을 밭에서 일할 때도 그들과 늘 함께 있다는 것을 무딘 내가 인식할 정도니 그 수가 어떤지는 감잡을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증가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일텐데...
첫째, 산골엔 농약을 치지 않으니 귀농 7년차 동안 하나, 둘 새들이 모여 들었을 확률이다.
둘째, 귀농해서도 사는데 바빠 새가 짖는지, 울어 재끼는지 인식 조차 못하다가 이제 숨을 돌릴만 하니 인식할 확률 하나다.

인면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운다는데 그거야 내 귀로 못들어 봤으니 알바 아니고 어떤 이유든 지금 고추밭에서 김매고 있는 내 주위를 돌며 아는체하는 그들의 소리가 제일 아름답다.

*************************************************

오늘은 만사 재껴 놓고 인제로 가야 한다.
초보농사꾼이 귀농 전 현대 본사 교육과에 몸담았던 멤버들이 그대로 지금껏 모임을 갖고 있다.
하나, 둘 현대를 떠나는 사람이 생겼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모임이 이어지고 있으니 특이할만한 모임이지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img src="http://www.skyheart.co.kr/po/S8001828park.jpg">

인제에 도착해 그 시절, 그 사람들이 모여 술잔이 돌아가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아내들은 그들대로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테니스 엘보'라는 병명으로 팔에 붕대를 칭칭감고 참석한 초보농사꾼도 팔의 통증을 '반가운 인연'과의 만남으로 승화시키려는듯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img src="http://www.skyheart.co.kr/po/S8001832park.jpg">

그렇게 일박을 하고 산골로 출발했는데 강가에서 번지점프를 하는 이들이 보였다.
그러니 딸 주현이가 누군가.
호기심 박씨 2세가 아닌가.
바로 뛰어내린다네...

위험한 동작을 하는 놀이라 사실 안전시설면에 내심 의문이 갔던 것이 사실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63M라는데...
그러다 보니 무섭지 않느냐, 중간에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어쩐다로 잔뜩 겁을 주어 포기시키려 했는데 허사였다.
단숨에 뛰어 내릴 수 있단다.

'아니, 중1짜리가 이렇게 스트레스가 쌓였나?'싶을 정도로...

이쯤되면 박씨들의 호기심을 누를 수는 없다.
4만원을 지불하고 애비와 기념 사진까지 박는 주현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
<img src="http://www.skyheart.co.kr/po/S8001838joo.jpg">

같이 사진을 박아주는 초보농사꾼 표정이 딸보다 더 굳어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 꼭대기에서 심호흡을 하고 서 있는 주현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
<img src="http://www.skyheart.co.kr/po/S8001843joo.jpg">

언젠가는 그도 부모에게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와 홀로 바람맞는 벌판에 저리 서야 하리...

잠시 그런 생각을 하는데 벌써 이 놈은 뛰어 내려 공중에 몽당연필만하게 거꾸로 매달려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img src="http://www.skyheart.co.kr/po/S8001845joo.jpg">

거꾸로 보는 세상이 어떠 했을까.
한 경험 하고 온 아이가 다음에 오빠랑 와서 또 뛰어 내리고 싶단다.
선우는 공부하는데 리듬깨진다고 자진 불참했다.

주현이가 안전장비를 착용하러 갔을 때, 막 뛰어 뛰어 내렸다 올라온 젊은이는 어떻더냐고 걱정스러워 묻는 내게 다시 탈 생각이 없다하드만...

저 놈의 박씨 호기심 피는 못속인다.
본인은 아무렇지 않아 하지만 혼자서 긴장하고 무서워 떨었던 난 머리가 아파왔다.
안전 장비를 풀고 온 주현이 눈이 다시 한번 번득거린다.

번지점프 시설 옆에 공처럼 생긴 기구를 본 것이다.
그것은 슬링샷이라고 하는 것으로 번지점프의 변형된 형대란다.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펴고 내려오는 기분이 드는 체험이라는 담당자의 설명에 주현이가 또 침을 흘린다.
호기심의 원조이자 주동자인 초보농사꾼도 놀라는 눈치다.
그러나 타는 곳으로 걸어가는 두 박씨.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슬링샷은 2인 1조란다.
초보농사꾼이 뒷걸음질 치며 어제 마신 술때문에 그러니 나더러 같이 타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img src="http://www.skyheart.co.kr/po/S8001853joo.jpg">

난 호기심과가 아닌 배씨이고, 고소공포증에, 어지럼증 그리고 간이 콩알인데 무슨 수로 그걸 타겠는가.

울며 겨자먹기로 초보농사꾼 기구에 앉았다.
공이 튀기도 전에 바짝 쫄은 초보농사꾼과는 달리 여유만만한 산골소녀.

<img src="http://www.skyheart.co.kr/po/S8001854joo.jpg">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게 사정없이 그 높은 하늘로 공은 쏘아지고 그 공이 허공에서 회전할 때마다 악악 소리가 땅으로 내리 꽂혔다.
그 목소리의 진원지는 초보농사꾼.
주현이는 짹 소리도 없다.

귀농 전, 늘 바쁜 아빠를 이웃집 아저씨 대하듯 하던 주현이는 산골로 와서 아빠와 친구가 되었다.
그 이상 복이 있을까.
주현이는 이것만은 괜히 탔다고 들입다 후회할줄 알았다.
초보농사꾼의 비명소리가 하늘을 찌르기에...

<img src="http://www.skyheart.co.kr/po/S8001856joo.jpg">

그러나 대답은 먼젓 번과 똑같다.
다음에 오빨랑 와서 또 탄다고...

이야기가 여기까지면 오죽이나 좋을까마는 여기까지는 서론이다.
5만원을 다시 지불하고 째진 기분으로 돌아오는 길.

한참을 내달리는데 차의 시동이 꺼지더니 탄내가 나고 동시상영으로 차 앞부분에서 연기가 치솟는 것이었다.
서서히 차선을 바꾸어 갓길에 차를 세웠다.
연기는 더 기승을 부리고 냄새는 더 찐하게 코를 자극했다.

안그래도 긴 주행을 하고 나면 앞부분에서 물끓는 소리가 심했다.
그때 고쳤어야 했는데 고속도로에서 이리 위험한 지경에 처한 것이다.
자주 가는 차센타 사장과 통화를 하고 나서 한참 열을 식힌 다음 차 안에 있는 생수를 죄다 부었는데도 물이 부족하단다.
생수통을 들고  물을 찾아 산기슭으로 들어가는 초보농사꾼을 말렸다.

내가 차에 대해 뭣도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냄새나 연기, 그리고 열로 보아 심각한 상황이니 그냥 렉카차를 부르자고 했다.
그러나 내 말을 들었는지 안들은 척 하는 건지 담배를 피워 물더니 쭈그리고 앉는다.
한참을 서성이는 초보농사꾼.

그때 생각했다.
'아니, 복잡하게 생각할 게 뭐있담. 그냥 렉카차 불러 가면 될 일을... 엣다,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고집부리는 초보농사꾼이 이해되지 않아 난 갓길에 주현이와 앉아 책을 보았다.
한참만에 물을 길어온 초보농사꾼.

구두는 진흙 구덩이에 빠져 엉망이고 바지는 흙물이 튀고 젖어 너덜거렸다.
'뭐하러 저러나. 그냥 차를 부르자니까...'
길어온 물을 붓고 열을 식힌 후 시동을 걸어 보았지만 역시 걸리지 않자 렉카차를 부른다.
오랜 기다림 끝에 결국 렉카차에 우뚝 올라타고 울진으로 향했다.
렉카차에 이렇게 올라타보긴 첨이다.
주현이가 한 마디 거든다.

"엄마, 오늘 너무 많은 경험을 하는 것같아. 번지점프, 슬링샷, 렉카차까지..."

"......................."

한참을 그리 달렸다.
렉카차 기사 옆 자리에 타고 가는 초보농사꾼의 뒷모습이 보였다.
왠지 그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가장'이라는 완장 탄 자만이 짊어지는 무게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상황에 직면했지만 주현이와 난 제3자적 자세였겠지.
어떤 상황에서도 식구를 안심시키고,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마음은 남달랐겠지...
내와 주현이만 타고 가다가 이리 되었다면 내가 갓길에서 책을 보았을까...

왜 그이인들 대뜸 렉카차를 부를줄 몰랐겠는가.
렉카차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책임진 자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을 다 하고자 했을 것이다.

'가장'이라는 완장을 찬 사람들의 가슴에는 다른 사람과는 다른 책임감, 고독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들은 부적처럼 그 부담감을  품고 사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에게 그들의 고독을 담배씨 만큼이라도 헤아려 준다면 그들은 날개를 단듯 날아오르지 않을까.

가족 구성원이 '가장'의 마음을 알아줘도 그만 안알아줘도 그만이겠지만 전자와 같다면 그 가정엔 어떤 어려운 파도도 잘 타넘을 수 있는 특별한 무기를 가진 셈이다.
그러나 요즘 세태는 어떤가.
죽으라 가족들을 위해 전투를 치른 사람에게 그동안의 공적을 치하해 주지는 못할 망정 머리에 서리가 내리면 가족 구성원 중 제일 훌쭈그리한 존재로 평가절하하는 세상이니 참 씁쓸하다.

왜 난 내중 가만 있다가 렉카차에 대뜸 올라타고서야 이 사실을 깨달았을까.
처음 갓길에서 책을 펼 때의 심정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느냐, 부정적으로 생각하느냐의 차이가 아닐까'하는 되먹지 않은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게 아닌 것을...

나도 맞벌이를 해봐서 안다.
대부분의 경우 "당신만 벌어? 나도 벌어"라고 침튀기며 말하는 맞벌이 부부의 싸움 대화가 심심찮다고 한다.
그러나 같이 벌고 안벌고의 문제가 아니다.
같이 벌어 가정에 공평하게 봉사를 해도 마음적으로나마 책임감을 느끼고 사는 쪽은 '가장'이라는 말이다.

다른 얘기가 아니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태어나면서부터 남자라는 이유로 '가장'이라는 완장을 자연스레 부여받고 죽을 때까지 어깨에 또 하나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가족 구성원들이 따뜻한 눈길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렉카차 위에서 해보았다는 말이다.

차 고치는 비용으로 1백30만원주었다.
그러나 그 댓가로 귀한  사실을 깨달았으니 아깝지 않다.
초보농사꾼이 밭에서 돌아오기 전에 그가 좋아하는 매운 고추, 곰취, 마늘을 씻어 놓고 삼겹살을 구워야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이전 | 1 | 2 | 3 | 4 | 5 | 6 | 다음>>

하늘마음농장's Blog is powered by D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