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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아낙 _해당되는 글 80건
2009.04.07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산골의 불문율 
2009.04.06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나도 알고 싶어요. 
2009.03.26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실의의 날엔.......... 2
2009.03.20   귀농아낙의 책이야기--시크릿 
2009.03.17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이 죽일 놈의 건망증 
2009.03.04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영혼을 깨워주는 일 
2009.02.14   귀농아낙의 책이야기--친절한 복희씨 
2009.02.08   귀농아낙의 산골편지--한양에 다녀온 아이들과 저러고 있다. 
2009.01.31   귀농아낙의 산골편지--건물만 봐도 두근두근하는 인연 
2009.01.24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산골의 불문율
+   [산골편지]   |  2009. 4. 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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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에서 난 낮에서 저녁으로 가는 바로 그 교차 시간을 좋아한다.
아주 밝디 밝은 것도 아니고, 어둠이 깔린 것도 아닌, 낮시간 동안에는  돌수제비를 뜨는 것처럼 붕 떠있는 낮시간을 보냈다면 이제 서서히 몸에 , 가슴에 지녔던 것들을 서서히 내려놓는 그 시간이 참 좋다.
뭐랄까, 묵상시간이랄까.

하루 농사 일로 지친 몸을 털고 둥지로 들어가는 그 시간...
도시에서야 꿈엔들 이런 귀한 시간을 느꼈을까.

이제 산중의 모든 자연물도 잠들고, 산골가족들도 그들의 깃털 아래서 잠든 시간.
마음이 달그락거려 때를 놓친 내가 마지막 나무 당번이 되었다.

우리집은 제일 늦게 자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나무 보이러 입 속에 하나 가득 나무먹이를 넣어주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게 싫으면 일찍 자는 게 장땡이다.
아니면 동화에 나오는 곰 앞에서 마냥 죽은채, 아니 자는채 하던지...

창문을 후려치는 바람소리에 먼저 주눅이 들어 코와 눈만 남겨 놓고 목도리로 둘둘둘 미이라처럼 감았다.
나가려고 불을 켜려는데 밖이 훤하다.
달빛이 얼마나 훤하고 은은스럽던지 도시의 무슨 찬란한 수입 크리스탈 조명인지 뭔지는 명함도 못내민다.

그 달빛을 대동하고 보일러실로 들어갔다.
오래 타는 참나무를 골라 보일러 입을 가득 채웠다.
무겁기는 얼마나 무거운지 그 여진이 시원찮은 허리를 자극한다.

그런 후, 부채로 두어 번 그 갈라진 피부를 간지러 주니 좋아죽겠다며 훨훨 탄다.

그 화기를 전해받아  볼까지 뜨거워지면 신문 한 장 바닥에 깔고 아예 주저앉는다.
이제 책임을 다했으니 들어가 자도 누가 눈꼴셔 할 사람은 없는데도 그러고 앉아 있기를 한참 한다.

'무슨 인연으로 이 깊은 산중에서 불을 때고 있을까'

'그 큰 지구상에 어떤 인연으로 이 깊고도 깊은 산중에 들어 앉아 불 앞에서 면접을 보고 있는지...'

'이제 자연에서 얻은 것이 참으로 많고 자연의 한쪽 깃털에서 가족을 찾고 나를 찾고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행운아였는데 이제는 나도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난 구술면접을 보는 사람마냥 중얼중얼거린다.
더없이 소중한 묵상시간이다.

귀농하지 않고 도시같았으면 제정신으로 살지 못했던 낮시간 동안의 피곤에 짓눌려 밤도 그렇듯 무겁게 잠으로만 젖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산중생활에서는 자주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행운인가.

딱 흑미만한 꽃망울까지 하나하나 터지고 있는 이 봄날에도 산골의 밤은 그렇게 또 다른 세계다.
그건 나만 맞이하는 내 영혼 속 세상이다.
이 소중한 내 세상....</font>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나도 알고 싶어요.
+   [산골편지]   |  2009. 4. 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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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26일

40대 이후 세대라면 이 선희라는 가수를 잘 알 것이다.
대학가요제에서 ‘J에게’로 상을 타면서  화려한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그 후로 나오는 노래마다 거의 히트를 치면서 막힘없이 나갔던 가수다.

그 가수 노래 중에 ‘알고 싶어요’라는 곡이 있다.
황진이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가사는 이렇다.

달밝은 밤에 그대는 누구를 생각하세요.
잠이 들면 그대는 무슨 꿈꾸시나요.
깊은 밤에 홀로 깨어 눈물 흘린 적 없나요.
때로는 일기장에 내 얘기도 쓰시나요.
나를 만나 행복했나요.
나의 사랑을 믿나요.
그대 생각하다 보면 모든 게 궁금해요.

하루 중에서 내 생각 얼만큼 많이 하나요.
내가 정말 그대의 마음에 드시나요.
참새처럼 떠들어도 여전히 귀여운가요.
바쁠 때 전화해도 내 목소리 반갑나요.
내가 많이 어여쁜가요.
진정 나를 사랑하나요.
난 정말 알고 싶어요. 얘기를 해주세요.


 

이런 가사를 갖고 있다.
왜 갑자기 오래된 노래를 들먹이나 하면 이 가사 밑에 그 답을 적어 본다면 각자는 어떤 내용을 적을까...생각해 보았다.

만약 어느 부부의 메모가 이리 돌아간다면...

달 밝은 밤에 그대는 누구를 생각하세요.
--> 니 생각 안하니까 신경 끄셔.

잠이 들면 그대는 무슨 꿈꾸시나요.
--> 행여라도 니가 나타날까 무섭다. 납량특집이 따로 있냐?

깊은 밤에 홀로 깨어 눈물 흘린 적 없나요.
--> 바삐 돌아가는 피곤한 세상에 지랄했다고 깨서 훌쩍이냐?

때로는 일기장에 내 얘기도 쓰시나요.
-->니 이름 석자만 들어도 ‘범 본 개 뭐 떨듯’ 부들부들 떨리는고만 어디다 적어 적길...

나를 만나 행복했나요. 나의 사랑을 믿나요.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어쩌다 허구 많은 사람 중에 너를 만났는지 팔자도 우라지게 없는 남자라니깐...

하루 중에서 내 생각 얼만큼 많이 하나요.
--> 뒷 머리카락이라도 생각날까 무섭다. 귀신은 뭐하는지...

내가 정말 그대의 마음에 드시나요.
-->그 놈의 콩깍지가 훌러덩 벗겨지고 나니 모든 게 흉물스럽다. 인간아!!

참새처럼 떠들어도 여전히 귀여운가요.
--> 그냥 있어라. 그냥 입다물고 있어도 머리채가 절로 흔들리고만 귀염질은 아무나 하니??

바쁠 때 전화해도 내 목소리 반갑나요.
-->심심할 때 받아도 협심증 걸릴 지경인데, 콱, 그냥 인간아, 대답도 하고 싶지 않어. 대답도...


부부의 메모가 이리 돌아간다면 얼마나 삭막할까를 생각해 보았다.
얼마 전에 황혼 이혼이 대세라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그 황혼에 서로 등 기대어 훈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더는 못살아’하면서 눈에 독기를 품고 이혼 도장 찍는다면 위의 답변도 과장된 것은 아닌지...

만약 데이트할 때, 노래 가사처럼 같은 질문을 한다면 과연 답이 이렇게 삭막하게 나올까.
아닐거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마음이 변했다는 거다.
찰떡같이 일가친척, 친구, 지인들이 모인 가운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로 사랑하며 어쩌구 저쩌구 약속하고 한 것이 다 헛거라는 거다.
그때 마음은 그때고...이렇게 되는 거다.

사람은 같은 사람인데 마음만 변한 거다.
소주 제목(?)같이 '처음처럼'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가사를 읽어본다.
유행가 가사라고 보면 그저 유치한 표현으로 비칠 수 있는 내용이지만 황진이가 누군가에게 애틋한 마음의 극치를 보였듯이 내용을 보면 새록새록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의 감정이 되살아나 굳어진 마음에 새싹이 돋는다.

다시 한번 가사를 읽어 본다.
그리고 초보농사꾼에게 한 가지 묻고 싶다.
‘나를 만나 행복했냐고’...

나를 택함으로써 다른 여자를 택하지 못한 기회비용을 커버하고도 남음이 있는지 말이다.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남편이 나를 만난 것을 행운으로, 작은 축복으로 알았으면 좋겠다고..
이 험한 세상에, 그리고 단 한번의 인연으로 만나 이 가정을 꾸림에 있어 그 협력자로 나를 만난 것이 그나마 다행으로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이 봄에 눈이 온다.
제법 한겨울처럼 눈보라가 내리친다.

날씨가 이럴수록 마음에는 부부 사이에 장작불을 지펴야 하는데 오늘은 황진이처럼 ‘나를 만나 행복했냐’고 물으면 초보농사꾼은 어떤 대답을 할까...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 하냐고 하지 않을런지...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실의의 날엔..........
+   [산골편지]   |  2009. 3. 26.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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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집을 짓는다고 하면서 마당에 심겨 있던 꽃나무 등을 옮겼었다.
더러는 제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고, 더러는 새로 옮긴 터전에서 열반에 들고, 더러는 새집으로 옮겨지기도 전에 시들어 죽기도 했다.

그 중 자귀나무는 두번째 이유로 열반에 들었다.
늦은 봄이면 내가 좋아하는 핑크빛 꽃으로, 공작새의 깃털처럼 생긴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꽃을 피워 산골 아낙의 사랑을 받던 자귀나무.
딱 한 그루가 멋드러지게 피었었는데 올해도 그 영광은 못누리게 생겼다.

열반에 들기 전
돌확에 내려앉은 자귀나무꽃잎...
물 위에서도 그 품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젠 눈감아야만 볼 수 있는 그리운 모습이다.

*************************************

초등학생, 중학생 시절,  버스 운전석 머리 위나 그 오른쪽에 붙어 있던 것을 기억하는지...
그 중 1위는 ‘오늘도 무사히’라고 써 있는 액자와 어느 여인이 두 손 모으고 있는 액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2위는 무엇이었을까.
지금 기억으로는 초가집 그림과 텃밭 등이 그려진 그림 위에 적힌 이 시가 아니었을까..

삶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실의의 날엔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을 믿으라
이제 곧 기쁨이 오리니
마음은 내일에 사는 것
오늘이 비참하다 해도
모든 것은 한순간에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지나간 것은
언제나 그리워지는 것이다

최소한 이 시의 앞부분, 그러니까 첫 행은 그 시절 사람들 중 모르는 사람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지금도 그 첫 행만 들으면 왠지 진부하고 촌스럽다는 느낌까지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아주 오랜만에 천양희 시인의 ‘시의 숲을 거닐다’라는 책에서 러시아 시인 푸시킨의 이 시를 보았다.
얼마나 반갑던지...그래서 소리내어 읽고 또 읽었다.

지금 세계가 어렵다고 하는 이 상황에서 이 시만큼 심금을 울리는 시도 드물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부하고 촌스럽다고 생각한 이 시가 지금은....
사람의 간사함이란 여기에도 해당되니 씁쓸하다.

한국경제, 아니 세계 경제가 뿌리채 뽑혀 허옇게 흔들리고 있다.
고학력자들인 청년들은 일 자리가 없어 도서실로 출근을 한다.

40~50대 가장은 IMF 이후 또 한번 회사의 타깃이 되었다.

기업들은 그들에게 춘향이처럼 어떤 명목을 모가지에 씌워 내쫓을까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예전에는 상사에게 깨지면
‘ 아, 드러워서. 이 드러운 회사 그만둔다. 그만둬.’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고 성질급한 사람은 와이셔츠 주머니에 사표를 써가지고 다니다가 기회만 오면 내던지고 여봐란듯이 자신이 입버릇처럼 내뱉었던 그 더러운 회사를 뛰쳐나오곤 했다.

지금???

지금은 상사가 어떤 말을 해도 문어처럼 들러붙어 있단다.
애들 대학 졸업할 때까지 회사에서 대학등록금을 다 대주다보니 무슨 소리를 들어도 책상붙들고 있는단다.

그러자니 오죽하겠는지.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거다.

그보다 더 심각한 집은 아버지가 명퇴했는데 애들도 도서관행이니 벌어오는 이는 누구도 없는 집도 허다하단다.

물론 IMF라는 시기에 한번 뜨거운 국물을 마셨지만 이번 세계적인 불경기는 거의 모두에게 비껴갈 수 없는 실망, 좌절을 안겨 주었다.

신문마다 세계적인 기업의 구조조정 이야기가 단골메뉴로 나오니 읽는 사람들도 같이 조정 대상감이 된 기분에 휩싸인다.
그러니 지금 이 마당에 희망적이고, 꿈을 꾸고, 미래를 설계한다는 말이 어울리기나 하는지.

우연히 천양희 시인의 ‘시의 숲을 거닐다’라는 책에서 이 시를 처음 보았을 때는 그 옛날의 진부한 감정이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 행을 읽어 내려 가면서부터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 희망같은 것이 꿈틀거렸다.

다시 읽었다.
지금 이 절망적인 세상을 향해 목이 터져라 외치는 소리같았다.

실의의 날엔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을 믿으라.........“

그렇다.
이런 어수선한 시기엔 제일 먼저 나 자신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가장이라는 완장을 찬 사람도 우선 나를 믿고 추스려야 하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럴 때, 아내된 자가 따사롭게 손 한번 잡아준다면 아무리 험한 파도도 다 헤쳐나가지 않을까.

모두가 힘들다는 이 상황에서 어깨에 맷돌만한 삶의 무게를 안고 사는 이 시대의 가장들에게 이 시를 선물하고 싶다.

가장들이여, 모두 힘내시기를...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책이야기--시크릿
+   [카테고리 없음]   |  2009. 3. 20. 20:34  

시크릿 상세보기
론다 번 지음 | 살림Biz 펴냄
『시크릿』은 수 세기 동안 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었던 &#39;부와 성공의 비밀&#39;을 알려준다. 우리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이 비밀의 힘을 이용하면 좀 더 업그레이드 된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하며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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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 쇼' 홈피를 마비시키고 <해리포터>를 묶어버린, 세계인이 경탄하고 있는 바로 그 책!!"

이것이 책 표지에 박혀 있는 큰 문구이다.

언제부터인지 '오프라 윈프리 쇼' 어쩌구 저쩌구 하는 문구를 인용하는 책이 많이 나옴을 느낀다.
난 그 광고문구가 나와 있다고 하여 더 사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그것을 가장 크게 광고하는 것으로 보면...

이 책은 읽는 사람이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걸러서 읽어가면 유익하지만 잘못 읽으면 오류를 범할 수도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아직 확고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읽으면 약간의 혼란이 올 수도 ,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책은 구성이 약간 다르다.
유명한 사람들이 남긴 말을 죽 나열해 놓은 다음에 적자가 하고 싶은 말을 적는 형식이다.
어찌 보면 어느 것이 작가의 말인지를 알기에 편하게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말하면 "끌어당김의 법칙"에 관한 책이다.
본문을 잠깐 인용해 보면

"우리는 모두 무한하고 유일한 힘에 따라 움직인다. 모두 정확히 똑같은 우주 법칙들을 따라간다. 우주에 흐르는 자연법칙은 매우 정확해서 우리가 우주선을 제작하고, 사람을 달에 보내고, 우주선이 착륙할 시간을 극히 섬세하게 예측할 때, 법칙이 맞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그곳이 인도든, 호주든, 뉴질랜드든, 스톡홀름이던, 런던이든, 토론토든, 몬트리올이든, 뉴욕이든 우리는 모두 동일한 힘에 따라 움직인다. 그 힘은 법칙이고, 그것은 바로 끌어당김의 법칙이다...."
라는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긍정적이고, 행복하고 , 기쁜 생각과 상상을 하면 행복한 일을 끌어당기고, 문가에 대해 불평을 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끌어당김의 법칙에 따라 불평하고 부정적인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건강도, 인간관계도, 돈 등도 모두 끌어당김의 힘에 의해 모두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즉, 생각은 자석이고 생각에는 주파수가 있어 우리들이 생각할 때 그 생각은 우주로 전송이 되어 같은 주파수에 있는 비슷한 것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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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IMG_8658.jpg">

그래서 뭔가에 대해 불평하면, 끌어당김의 법칙에 따라 불평할 일이 더 많이 나타날 거라고 했다.

최근들어 긍정적인 생각에 내용을 담은 책들이 범람하고 있다.
이 책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지 싶다.

읽다 보면 모두가 맞는 말이다.
이미 다른 책의 저자가 언급한 것으로 일맥상통한다.

이 책을 읽으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생기돋게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이 죽일 놈의 건망증
+   [산골편지]   |  2009. 3. 1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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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23일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난 내 새끼들 추울까봐 보일러의 아가리가 터져라 장작을 집어 넣었다.
보일러 숨구멍도 연통크기만한 것을 죄다 열어 재껴 놓았다.
그래도 내 새깨들의 새벽 찬 공기를 걱정하여 두꺼운 이불을 콧구멍만 남겨 두고 덮어 주었다.

새벽에 오줌누러 일어나서도 눈은 반쯤 감고도 가족들 요 밑에 손을 넣어 보고 이불이 가족들 콧구멍 밑에서 알짱거리고 있는지 확인했다.

이불 밑에 따땃함이 손 끝에 달라붙는 순간, 스님의 참선 모습처럼 눈을 감고 꿈인듯 생시인듯 고개를 끄덕이며 잠자리에 다시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니 이게 왠 날벼락인가, 작은 옹기 속이 꽁꽁 얼었다.
그 속에 4마리의 금붕어 가족도 ‘동작 그만’ 명령이라도 받은듯 너무나도 자유로운 동작으로 멈춰 얼음에 끼어 있다.

‘이 죽일 놈의 건망증이 어린 생명까지 목숨 줄 놓게 했구나...‘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나도 금붕어를 흉내내어 그 자리에 오랫동안 ‘얼음’(애들 놀이 할 때 얼음하고 외치면 바로 그 동작상태에서 멈추는 그런 거다)자세로 서있었다.

내 새끼들 추울새라 동동거리며 방정을 떨 때, 금붕어 새끼들 목숨줄 놓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날이 추워 내 가족 챙길 때 주위를 한번 둘러보는 여유만 있었더라면 이런 참변은 없었을 것이다.

요 며칠 하도 따뜻하고 햇살이 좋기에 겨우내 실내에서 지낸 금붕어 가족을 위한답시고 마당에 내다 놓아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갑자기 날이 쌀쌀해진 것을 알면서도 이 몹쓸 놈의 건망증은 그들을 들이는 짓을 허락지 않았다.

산골소년 선우가 주말마다 그들의 안식처인 돌확을 솔로 청소해 주고, 돌확 안의 하얀 돌도 일일이 씻어 넣어 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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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뚝뚝한 초보농사꾼이 매일 아침 밥을 챙겨주곤 했는데...
내가 한 순간에 일을 저질렀으니 산골애들에게 얼굴이 서질 않는다.

내 정신 꼬라지가 이 모양이라 그동안 산골에서 정붙여 산 그들과 석별의 정도 나누지 못했다.

지들 집이 서서히 살얼음으로 변하고 꽁꽁 얼어 올 때 얼마나 당황했을까.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는 왜 봐가지고 상상은 거기까지 미치게 하는지...

금붕어 4마리.
자면서도 눈을 뜨고 잔다더니 죽어서도 눈을 뜨고 그동안 먹이준 산골아낙에게 잘있으라 인사하는 것같다.
그 눈빛은 인간의 원망과 미움에 찬 눈빛과는 사뭇 다르게 온화하다.
그게 더 사무친다.

이제 햇살이 그들을 녹여 주면 난 조촐한 장례라도 치를 생각이다.
언 땅이지만 삽으로 득득 긁어서라도 죽어서의 영혼은 따뜻하라고 흙이불을 두툼하게 덮어줄 참이다.

이제 그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놓고 떠나갔으니  내 영혼이 그들의 무게만큼 한쪽으로 사정없이 기울리라.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영혼을 깨워주는 일
+   [산골편지]   |  2009. 3. 4.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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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7일

작년 말에 신이 나에게 12개가 끼워진 곶감 한 줄을 선물로 주셨다.
그러면서 하나하나 빼먹으며 유익한 양식이 되어야 한다는 간곡한 멘트를 날려주셨다.

이제 하나의 곶감을 빼먹고 두번째 곳감을 집었다.
그리고 하나 먹은 곶감이 유용한 양식이 되었는지 돌아본다.
아니다.
똥밖에 된 게 없는듯하다.

헛된 한 달을 보낸듯 또 한 장의 달력을 찢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

요즘 야콘즙과 야콘칩 작업을 한다.
그러려면 야콘을 일일이 씻어서 슬라이스를 한다.
야콘을 씻는 일은 쉽지 않다.

작년에 가물어서 갈라졌기 때문에 그 갈라진 틈마다 흙이 들어 앉아 있어서 그것을 일일이 후벼 파야 한다.
그런 작업이 끝나면 슬라이스를 한다.

이 일을 초보농사꾼과 둘이 했었는데 산골의 아이들이 한양에 다녀온 기념(?)으로 모두 함께 작업을 하기로 했다.
사실 일을 도와주는 의미도 크지만 가족이 힘든 일을 함께 나눈다는 데에 더 의미를 둔다.

그러다 보니 난 다른 일이 있어도 끼어서 말동무가 되어 주고 애들처럼 장난도 치고 1인 3역 정도는 해내야 한다.

그 일을 하면서 우린 대화를 많이 한다.
서울에 갔을 때 어떤 점이 인상 깊었는지...등등을 물어본다.

그런데 가끔 초보농사꾼이 찬물을 끼얹는다.
가령
"선우야, 내가 알기로는 넌 미술이 허당으로 아는데 서울가면 왜그렇게 미술관, 예술의 전당 등을 이잡듯이 다니냐?"

그냥 미술에 관심 없는 네가 그렇게 미술관 등을 다니니 기특하구나...이런 멘트를 날리면 어디 덧나는지...

선우는 씩 웃으며 대답을 한다.

물론 자기는 그림에는 젬뱅이란다.
그러나 그리는 것을 못하면 보는 안목이라도 키워야 한단다.
네째 이모는 주부이면서도 예술의 전당에서 살지 않느냐,
그 이모가 미술을 잘 그려서 다니는 것은 아니다,
자꾸 다니다 보니 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가들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감동이다,
내가 관심없는 분야라고 신경 끌 일이 아니고 다방면에 조금의 안목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

그런 대답에 초보농사꾼 본전도 못찾았다.

야콘 작업을 하는 시간은 그런 시간이다.
중3이 되는 주현이 역시 스스로 미술관 등을 서울 스케줄에 꼭 넣는다.
주현 낭자는 시를 좋아하다 보니 교보문고에서 시집을 많이 본 모양이다.

광화문 교보문고는 내가 서울살 때도 등에 업고도 자주 가던 곳이다.
주현이는 업고, 선우는 걸리고...

업은 애가 뭘 알까 하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책 냄새, 그리고 서점의 그 풍광이 천리도 본다는 아이가 그것만 안볼 리는 없다는 확신이 있었기때문이다.
아이들이 크면서도 갔었고, 귀농하고도 방학때마다 데리고 갔다.

이제 데리고 안가도 제 발로 찾아가 감동을 담아 오고 있다.

그렇게 야간 작업에 돌입할 태세이니 산골아줌마는 간식을 준비해야 한다.
말벗이 되어 주랴, 간식해 나르랴...

그렇게 서둘러 집으로 올라가는 내 뒤통수에 날아오는 멘트
"선우 엄마, 쏘주 빼먹고 오는 것은 아니것지..."

'요즘 귀신은 뭐하는지...^^"

산골음식이란 <있는 재료로 한다>가 기본 모토다.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다'고 산골가족들도 이 음식에 뭐가 빠졌느니, 뭐니 하는 일은 없다.

오늘의 메뉴는 선우의 강력한 부탁에 의해 비빔국수와 김치부침이로 정했다.
일단 콩나물을 삶아서 넣고,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비빔국수를 만들었다.
김치 부침이는 이곳 어르신이 찬조해 주신 것을 송송 썰어 계란 넣고 부쳤다.

내가 서두르는 이유 두 가지.
첫째는 빨리 갖다가 줘야 세 박씨들이 에너지가 생길 것이고,
두번째는 나 없는 사이 하나밖에 없는 배씨를 간식으로 도마에 올리는 것은 아닌가 불안해서다.^^

노동을 하고 먹는 참은 꿀맛이다.
아니나 다를까.
넉넉히 해간 음식이 바닥이 금방 났다.

방학이라도 진종일 집에만 있는 것은 좋을 게 없다.
동네도 한 바뀌 같이 돌고, 같이 책도 보고, 그리고 저녁에는 이런 운동(?)도 시킨다.

선우가 말한다.
"커서 이런 일들이 많이 그리울 것같아요."

그리운 것이 많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립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시절의 일이 지금 내가 가는 소풍길에 깔려진 낙엽처럼 바스락 바스락 영혼을 깨워주는 소중한 일이기때문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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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아낙의 책이야기--친절한 복희씨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2. 1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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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 상세보기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삶의 정곡을 찌르는 재치와 유머, 원숙한 지혜가 담긴 박완서 신작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 2001년...점원 겸 식모로 들어와 주인의 강탈로 맺어져 부부가 된 여주인공의 삶을 그린 표제작 친절한 복희씨 를...

박완서님은 내가 자빠지게 좋아하는 작가이다.
여러 차례 말했지만 우선 고향그리움이 같은 사람이고, 그 분의 글에서는 그 분만이 묘사할 수 있는 것이 있기때문이다.

이 책까지 읽으면서
'왜 난 박완서님에 열광할까?'를 생각해 보았다.

같은 세대도 아니고, 세대차이도 좀 많이 나고,
그 분이 사용하는 표현들이 우리 세대에 걸맞는 표현이라서도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흐름이나 줄거리, 또는 결론으로 나를 잘 데려다 주어 그런 것도 아니다.

나에게는 서울에서 자란 내 세대들이 느끼지 못하는 고향에 대한 어떤 것을 많이 느끼고 알고 있다.
그것은 세대를 초원한 것도 감지 하는 능력도 갖게 해주는 너그러움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이 세대로 살면서 나보다 이른 세대를 속속들이 다 알고 즐기는 , 그런 양다리 말이다.

하여간 그러다 보니 박완서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내 뱉는 말이 있다.
"맞아, 맞아, 그랬어"

꼭 상대방이 내 코 앞에서 대화를 하는듯이 책에다 대고 맞장구를 제일 많이 치는 책이 박완서님 책이다.

예전부터 이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읽고 있던 책이 많아 참았다가 결국은 또 먼저 읽기 시작한 책이다.
옆에서 선우, 주현이가 왜 그렇게 책을 늦게 읽냐고 구박(?)까지 들으며 다 읽었다.

눈이 너무 나빠져 돋보기 없으면 이젠 너무 힘이 든다.
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돋보기를 맞추리라 결심하고 머리까지 감았으나 CJ몰 '일촌 일명품'에서 새로운 주문이 들어와 결국 외출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돋보기가 그렇게 애절해졌다.
밤에는 아예 책을 못볼 지경이다.
누워서는 더더욱 못본다.

누워서 책을 본다는 것이 그렇게 행복했던 것인지 ...

이 책은 주로 등장인물이 노인들이다.
6,70대 분들...
작가가 80대라 그렇게 등장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

나 역시 이제 멀지 않은 풍경들이라 한 대목 한 대목이 목구멍으로 스며들어왔다.
그래서 감동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 표현력에서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같은 표현도 그렇게 절절히 표현하는 작가도 드물다.
물론 군더더기 없는 글과 표현이 절절한 것 하고는 다르다.
간결하지만 어떤 가슴 깊숙한 감동이 없는 표현들이 허다하다.

9편의 글이 옹기종기 들어 앉아 우리네 사는 모습을 표현해 준 책.

아쉬운 점은 마지막 부분에 끼어져 있는 '해설'이라는 부분이다.
김병익이라는 분이 쓴 이 책에 대한 말하자면 해설이라는 건가본데 글쎄 난 이런 해설은 좋아하지 않는다.
책은 누가 보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이렇듯 해설을 19페이지나 쓸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
이것 역시 내 생각일 뿐이다.

글에 대한 평이라고 할 것도 없는 해설...
그냥 이런 류의 책이고 흐름은 어떻다 정도면 모를까 구구절절이 각 작은 꼭지마다 해설을 붙일 필요가 있을까...

오랫만에 박완서님의 섬세한 표현들을 보니 고향 할머니를 만난 것처럼 그렇게 따뜻한 수가 없다. 마음이..
책을 덮으니 벌써 산골의 하늘에 내 고향 하늘에서 날아다니던 기러기가 V자를 그리며 날아가고 있는듯 아련해진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한양에 다녀온 아이들과 저러고 있다.
+   [산골편지]   |  2009. 2. 8.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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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5일

방학이라 서울에 갔던 아이들이 8일만에 산골에 도착했다.

서울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영주로 해서 봉화, 현동, 분천, 그리고 우리 마을앞을 바로 지나 면에 내려준광다.
우리 마음 앞을 지나면서도 차를 안세워준다.
사정을 해도 소용없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원칙이 있어서일거라고 생각하고 애들에게는 사정해 보라는 말도 안한다.

아이들이 분천을 지나고 있다는 전화를 받고 가공실에서 일하는 초보농사꾼을 조금 돕다가 면에 가니 아이들이 벌써 내려서 어둔 시골 정거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엄마 차를 발견하고 바리바리 싸온 짐보따리를 실기도 전에 엄마 손을 한번씩 잡는 아이들...
잘 다녀왔고 고맙다고 차에 짐을 실으며 그리고 자기 몸을 실으며 먼저 인사를 한다.

"그래, 아빠가 기다리시니 어서 가자"

산골에 도착한 아이들이 절을 해야 한다고 우리 부부의 손을 잡아 끌며 앉으시란다.
우리 둘은 집을 비웠던 아이들의 절을 받았다.

아이들을 일년에 한번 외국을 데리고 나가다 이번에 선우가 2학년이 되면서 졸업할 때까지 참자고 완장찬 가장이 선포해서 못갔고, 서울은 매 방학때마다 경험하라고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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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웃 할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군밤은 선우가 좋아하고, 밥에 넣어먹으라고 말려 주신 그 딱딱한 밤을
과자처럼 먹더니 아예 들고 다니며 먹고 있는 주현낭자))


이번에도 8일 동안의 서울 경험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아들 선우(아론)

늘 방학때마다 광화문 교보문고를 갔지만 이번만큼 감동적이고 느낀 바가 많긴 처음이란다.
예전의 아빠처럼 넥타이맨 아저씨들이 퇴근해서 열심히 책을 읽고 고르고, 어떤 백발의 할아버지는 아예 걸터앉으셔서 열심히 법전을 보시더란다.
그 모습에 애가 놀란 모양이다.

또 한 가지는 엄마랑 방학때 교보에 가면 엄마는 끔쩍도 안하고 1시간이고 얼마고 책을 보고 또 보고 하셨을 때, 사실 지루한 적도 초등학생때는 대부분이었다고...
그런데 이번에 엄마를 너무 이해하게 되었다고 흥분한다.
책많은 곳에서 그 책을 찾아 온 사람들에게 감동먹고, 그곳에 자기가 좋아하는 심리학 등에 대한 책도 맘대로 볼 수 있어서 또 감동먹은 모양이다.

자기도 사고 싶은 책이 많았고, 느낀 점도 많아 이번 방학때 3일을 광화문 교보로 출근해서 점심도 거기서 사먹고 했단다.
또 미술관 또한 감동인 것은 올해도 마찬가지고...
사실 선우는 미술을 아주 싫어한다.
그러면서도 미술관을 자주 가서 보는 것이 신기하다.

여러 감동을 쉼없이 풀어내는 선우...

다음은 주현 낭자 차례...
가장 감동받은 곳은 어디냐고 하니 서대문 형무소란다.
서대문 형무소??... 주소는 현저도 101번지인데... (쓸데 없는 것만 외우고 있다. 난 )

그곳을 지금 두번째 가보는데도 다음에 어디 갈까 한다면 또 갈 거란다.

그리고 교보문고는 두번 갔지만 오빠처럼 깜빡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시집이랑 다른 책들이 많아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데 참으로 좋고 분위기가 좋았단다.

그리고 미술관을 갔었는데 조금 이해하기 힘든 그림이 많았지만 그래도 많이 배우고 그 분위기가 좋았단다.
서울의 사촌형들과 지냈던 이야기, 네째 언니의 아들인 세무가 그 대학생 형이 어린 자기들을 데리고 영화도 보고, 노래방에도 가고, 저녁에는 대화도 해주고 너무 좋았단다.

선우는 세무형을 가장 닮고 싶어한다.
이모에게도 너무 잘하고 그것이  온전히 몸에 배어 있고 이모를 도와 밥차리고 설거지하는 것이 생활이라며 선우가 침이 마른다.

아이들은 서로의 차례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감동을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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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빨랑 나오시라고 하도 그러기에 나갔더니 춥다. 두른 앞치마를 풀어 들고 는 추운 날씨탓에 손에 잔뜩 힘을 쥐었더니 표정도 자세도 영 경직되어 있다.))


일단 거기까지 듣고 오랫만에 네 식구가 식탁에 꽉 들어앉아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도 이야기는 끊어지지 않았다.

선우가 말한다.
우리는 복이 많은 아이라고...
울진의 아이들 중에는 서울에 한번도 못가본 애들도 적지 않다고 하며 서울에 가서 잘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무지 부러워한다고...

그런데 자기들은 이모들이 서로 오라고 하고, 할머니가 무조건 오라고 하시니 저희는 복이라고...

많이 컸다.
아직 그릇이 여물어지지는 않았지만 감동이 늘다보면 그 그릇도 점점 굳어지고 여물어질 것이다.

자식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그들의 길에 불을 밝혀 줄까...부모로서...
그런 생각들이 가슴 한 켠을 늘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커가고 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나서 선우가 교보에서 음악 CD 한 장 사왔는데 함께 듣자고 하니 초보농사꾼이 너희들을 위해 신부님이 선물해 주신 야외용 스피커를 달았다며 한 곡 튼다.

모두 밖으로 나가는 박씨 일가들...
나가보니 난리가 났다.
음악에 맟춰 몸을 흔들고 난리다.

'아이고 박씨들아,
별과 달이 놀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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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먹이를 가지러 내려왔던 노루 등도 자다 놀라겠다.
살금살금 놀거라....'

아이들의 얼굴이 한결 탄탄해 보인다.
한층 가슴이 자라서 내려온 것같아 고맙고 그동안 아이들을 위해 협찬을 아끼지 않은 분들(? 핏줄...) 감사한 밤이다.

한양에 다녀온 아이들과 초보농사꾼이 저러고 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산골편지--건물만 봐도 두근두근하는 인연
+   [산골편지]   |  2009. 1. 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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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31일

서울에 갔었다.
어머님이 명절 쇠시러 산골에 오셨다가 가시는 날이고, 아이들도 방학마다 서울에 가서 며칠 보내다 오기때문에 겸사겸사 모두 같이 나섰다.

연례행사대로라면 올 초에 아이들과 귀농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해외여행을 가야 하지만 선우가 이제 고2라서 고등학교 졸업때까지는 잠깐 쉬는 것이 옳다는 가장의 말에 모두 수긍했다.
공부를 많이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고2정도 되었으면 마음자세, 정신자세라도 거기에 맞추어야 한다고 덧붙여 주었다. 자상하지도 않은 가장이...

그러니 이번에는 서울행으로 여행을 땡쳐야 한다.
해외여행과 상관없이 방학마다 서울엔 보냈었다.
핏줄들도 만나고 나름대로 가보고 싶은 곳도 경험하고...

산골에서 아침을 손님들과 먹고 손님들이 먼저 떠나시고 우린 집단속과 짐정리를 하고 바로 길을 나섰다.
오랫만에 5식구가 한 차로 이동하다보니 모두가 기분좋아한다.

서울가는 날은 3시 30분에 수원의 아주대병원에서 어머님의 MRI결과를 봐야 했기때문에 아침에 서둘렀었다.
병원에서 결과가 좋게 나와 가벼운 마음으로 본가로 가려고 하는데 초보농사꾼이 병원 대기실의 누군가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우린 시누이랑 멀리에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온 초보농사꾼의 얼굴에 그늘이 짙다.
현대자동차 동기란다.
그렇게 착할수가 없는 동기녀석이 회식하고 나오다 잠깐 부딪쳤는데 머리를 다친 모양이라며 말을 잇지 못한다.

우리가 귀농하고 TV에 나온 것을 보았다며 반갑게 메일을 보내주던 친구였다고...
머리를 다쳐서인지 조금 어눌하고 그렇다고...

나중에 산골에 와서서 또 친구가 걱정되었는지 전화를 해서는 답답할텐데 산골에 며칠 다녀가라고 하니까 지금 초등학교 2학년 정도의 수준이라 가기가 어렵다고 하며 웃더란다.

아마도 어느 기능 하나가 고장이 나서 제 구실을 못하는 모양이다.
글과 숫자를 보는 수준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그래도 공기좋은 곳에 다녀가라며 몇번이나 말하고는 힘없이 전화를 끊는 초보농사꾼.
전화를 끊고도 초보농사꾼 마음이 많이 아픈지 서성인다.

무엇이 이리 돌아가는지...

하여간 다시 서울이야기로 돌아가면,,,,
병원을 나와 아이들은 분당의 큰이모네로 보내고 어머님을 본가로 모셔다 드렸다.
어머님과 이른 저녁을 먹고는 분당의 큰언니네 집으로 출발했다.
큰언니네 다니러 친정 엄마가 거기에 와 계신다는 정보를 접수했기때문이다.

그렇게 마천동에서 분당으로 달리는데 여기가 문정동 로데오 거리라며 우리 홈에 오시는 김태경 형님 건물이 나올 거란다.
그 소리를 듣는데 왜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난 카메라를 꺼내 흔들리는 차안에서 건물을 찍었다.
그렇게 인연의 건물을 담고서라도 산골로 가려고...

그런데 초보농사꾼이 형님께 들려 차 한잔 얻어 마시고 가잔다.
안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퇴근 시간이 9시로 들었는데 그리 바쁜 분에게 불쑥 가는 거 아니라고...

그런데도  서운했는지 그래도 딱 차 한잔만 하고 가야지 어떻게 코앞을 지나가냐며 차를 길가 주차장에 세우고 주차료를 지불하고 있다.
초보농사꾼 전화에 건물 현관까지 나오시는 태경 오라버님....

처음 뵙는 얼굴이지만 낯설지 않고 푸근하다.
정말 친오빠처럼 다정한 향기에 끌려 그 분 건물에 있는 사무실로 올라갔다.

일전에 삼성동 벙개때에도 함께 오셨던 이준봉 사장님 사무실에서 들렀는데  농사로 아픈 몸에 테이핑을 해주시는며 이런 저런 주의사항과 함께 테이프를 또 한아름 선물로 주시는 마음이 따사로워 거절도 못하고 덥석 받았다.

그렇게 헤어져 분당으로 가려는데 아쉬우신지 생맥주 한 잔을 권하신다.(이거 초보농사꾼에게는 마약인디....)
생맥주야 초보농사꾼이 거절할 이유가 없지만 술을 마시면 운전하고 분당으로 가는 일이 어려워진다며 가야한다고 말하는 초보농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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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짐이 서운한건 나도 마찬가지라 모두 모즈21 건물 지하에 있는 '샤갈...'로 내려갔다.

생맥주에 아픔과 즐거움을 토해내다 보니 한 잔이, 두 잔되고, 두 잔이 석잔되고, 그렇게 맥주잔을 정신없이 들락거리다 그만 분당으로 가는 것을 포기한 다음에는 편하게 마셨다.
일단 나도 큰언니에게 전화를 하여 오늘은 못가고 내일 산골로 가면서 들리겠다고 연락을 취해 놓았다.

사람의 인연은 어떤 모습일까...
그 완전한 모습을 본 사람이 있을까...
내가 경험하고 상상하는 인연의 깊이는 늘 새로운 인연 앞에서 그 기록이 깨지기 일쑤였다.

진정한 깊이와 향기는 어디까지일까를 분간하기 어렵다.
태경 오라버님과 만난 자리에서, 난 끊임없이  인연의 신비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자리의 사람을 둘러보니  인연의 깊이와 향기의 끝이 어디까지일까 더 의아해지고, 궁금해졌다.

핏줄이고 아니고의 구별이 필요없다.
초보농사꾼은 외아들이라 든든한 형님이 생겨 더더욱 따사로웠을 것이고, 나야 달랑 한 명 있는 오빠가 있을 뿐이다 보니 그 친오빠와 구별이 안되긴 마찬가지다.
산골의 앓이를 토해낼 때는  함께 눈을 찌푸리며 맥주를 들이켰고,  산골의 좋은 일을  언급할 때는 모두 산골살이를 함께 한듯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셨다.

그때 이 두 줄짜리 시가 떠올랐다.
나 태주 시인의 '자운영꽃'

자운영꽃

잃어버린 옛날 이야기가
모두 여기 와 꽃으로 피었을줄이야.


이것 말고 뭘 바라겠는지....
내 아픔과 기쁨을 정녕 머리카락 빠져나갈 구멍 하나 없이 온전히 함께 느끼는데 무엇이 더 필요한지...

태경 오라버님은 내가 대학때 한창 방송에서 난리가 났던 '이산가족찾기'에서 잃어버렸던 막내 여동생을 찾은 사람처럼 그렇게 반가워하시고 좋아하셨다. 손을 잡고 우린 놓지 않았으니까...

과연 난 저렇듯 맑으신 태경 오라버님에게 그 분과 같은 맑은 영혼을 유지하며 기쁨을 드릴 수 있을까....
수없이 자신에게 물어 보았는데 내 안의 난 대답을 신통하게 못한다.

초보농사꾼도 기분이 좋아서 생맥주를 연거푸 마시며 지난일을 토해내고 앞으로의 계획도 말씀드린다.
그 모습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아주 늦은 시간...
이제 헤어져야 한다.

서울에서는 운전을 못하고 울진 신호등 없는 곳에서나 운전을 하는 들떨어진 나는 인연의 힘을 얻어 용기가 났는지 문정동에서 본가까지 초보농사꾼이 시키는대로 운전을 해서 잘 왔다.

늦은 시간, 오늘의 일을 영상으로 떠올리니  잠이 안온다.
인연의 홍역을 앓고 있는중이다.
인연을 떠올릴수록 정신이 맑아지고 자꾸 걷고 싶어진다.

산골살이,
귀농살이,
이제는 나홀로 걸어가는 길이 아니다.

우리 홈에 오시는 많은 분들의 응원과 격려, 관심, 사랑 그리고 기도로 난 밭을 갈고, 씨를 뿌릴 것이며, 풀을 뽑고, 화단에 물을 줄 것이다.
그 자양분으로 난 산골살이를 해나가는 거다.

그러니 어떤 어려움, 힘듬이 있어도 오뚜기처럼 일어나야 한다.
그 응원을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내가 아무리 까막정신이라도 그것만은 잊어서는 안된다.

산골에 비가 온다.
봄비처럼 주룩주룩 비가 온다.
엊그제 내 어깨를 두들겨주던 그 인연의 손길이 느껴지는듯 난 서서 통창으로 그 소리처럼 들린다.
소리는 귀로 듣는데 어깨가 따사로워진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   [산골편지]   |  2009. 1. 2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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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이 “뉴잉글랜드 지방은 아홉 달은 겨울이고, 석 달은 썰매타기에 나쁜 날씨”라고 했다는데 산골도 만만치가 않다.
10월부터(9월에도 간간히) 나무를 때기 시작해서 얼추 5월까지는 그 일을 계속해야 한다.

 

낮의 기온은 봄이라 하더라도 밤기온은 현저히 곤두박질치니 거의 한 해의 반은 나무를 부등켜안고 살아야 한다.

요즘 그나마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고는 하나 산골의 겨울은 이러나 저러나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장작더미 몇 개를 거덜내고서야 끝의 기미가 보인다.

지금 산골의 연통에서는 펑펑 연기가 잘도 나온다.
아무리 불경기라지만 그것을 보는 이의 마음은 풍요롭기만 하다.

*************************

난 사실 TV를 틀줄 모른다.
도시에서야 기본 채널을 틀면 나왔지만 산골은 스카이 라이프인지 뭔지가 있어야 TV가 나온다.
그러다 보니 리모콘의 버튼을 이러 저리 공기돌 놀리듯 돌리면 엄청 많은 채널의 방송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아는 분이 메가 TV인지 뭔지 하나 신청해 달라고 하여 끄덕였더니 TV트는 일이 더 복잡스러워졌다.
단순해도 볼까말까한 TV를 더 틀일이 없다보니 난 혼자 틀줄도 모르게 되었다.


배우고 싶은 마음도 없을뿐더러 TV에 목매일 일이 없으니 불편하지도 않고 아쉽지도 않다.
같은 시간을 주고 TV볼래, 책 볼래 하면 난 단연 후자이니 그깟 TV를 못튼다고 하여 아리고 씨릴 일도 없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초보농사꾼이
“당신이 좋아할 프로가 있어”하며 나를 끌어다 앉히고 채널을 돌려준다.
타샤 튜더 할머니에 대한 방송이었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타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맘이 많이 설겅거렸었다.
그 속내를 아는 초보농사꾼이 그런 마음을 쓴 것이다.

이 프로는 그 분이 돌아가시고 한국인 둘째 며느리랑 동행하면서 찍은 것이다.
그토록 화려하고, 귀티나고, 품격있고 아기자기하던 그 화원은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주인의 그 온기가 사라지자 그 짧은 시간에 정원을 황폐화시키고 있었다.


‘할머니는 이 분신과도 같은 정원을 두고 어떻게 신발을 둘러 신으셨을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에 젖어 있는데 TV에서 며느리의 이 말이 귀에 박혔다.
타샤 할머니는 나이들어서의 삶을 너무 좋아하셨다고 했단다.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좋아할 이유가 없다고...


많이 의아했다.
과연 그럴까.
누구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며느리의 이야기가 계속 되면서 내 의문은 안개걷히듯 사라졌다.

타샤 할머니는 젊어서 이혼을 하고 아이들 셋의 책임을 져야 했단다.
그래서 그림을 그려 팔면서 가정을 꾸려야 하는 가장이 된 것이다.


그것도 힘들 판에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침튀기는 상처가 더 젊은 여자 가장은 버거워 했다는 거다.

신기한 일이다.


남의 일에 그리들 침튀기는지...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왜 깡통은 차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것은 지구상의 악습인가보다.
젊어서는 혼자 벌어 아이들 키우고 가르치는 일에 힘겨워 했다고 했다.


그런 무게를 벗게 되었을 때는 새털처럼 어깨가 가벼웠을 것이다.
그러니 그때부터의 삶은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대로 사는 삶이었으니 그 나이가 얼마나 좋았을까...
그 생각에 미치자 이해가 되었다.


그러다 박경리님의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유고 시집을 사게 되었다.
그 시집을 읽으며 박경리 할매와 타샤 할매가 공통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박 할매 역시 결혼한지 4년만에 남편과 사별하여 가장이 되었단다.


‘옛날의 그 집’이라는 시가 두 할매가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옛날의 그 집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심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번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거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 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그렇게 시는 끝이 났다.
가장으로서의 힘듬도 힘듬이었겠지만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이 으르렁거렸다고 했다.
그 짐승이 무엇이겠는가.

남에게 상처주는 일.


남의 일에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 아무 짝에도 쓸데 없는 모습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음이 분명하다.
지금의 내 상처를 봐도 그렇고...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이 풍진 세상에 왜 그런 일에 사람들은 흥미로워할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박 할매 역시 그냥 두어도 힘든 가장인데 대문 밖 짐승들은 늘 그렇게 발톱을 세웠던 것이다.
그래서
‘모진 세월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며 숨통트여 한 것이다.

타샤 할매는 그나마 위로자가 꽃과 나무였을 것이고, 박 할매는 글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두 분은 늙어서야 편안함을 느끼고 홀가분해 하신 것같다.

오늘 두 분의 책을 다시 읽었다.
책을 유독 느리게 읽는 내가 두 권의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두 분의 삶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우리 모두는 이 두 분의 삶을 내 삶에 접붙이며 살의 상채기를 돌보아야 한다.

살면서 남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양면성이 있어 긍정적인 면, 부정적인 면이 있는데 우리는 전자에 관심을 갖을 일이다.
돈 안드는 말이라고 함부로 해버려서도 안되며, 내 일이 아니라고 감놔라 대추놔라 쉽사리 판단하여 세 치 혀를 놀릴 일도 아님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밤이다.

남의 말할 일이 아니고 내 단속이나 잘 할 일은 아닌지...
내 안의 나에게 여러 번 묻고 또 물어본다.

(사진은 불영사의 모습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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