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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아낙 _해당되는 글 80건
2009.06.08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또 하나 아웃되고... 
2009.06.07   귀농아낙의 책이야기--끌어당김의 법칙 
2009.06.05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흐르는 강물처럼 
2009.06.03   귀농아낙의 책이야기--점선뎐 1
2009.05.26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이건 보약이야." 
2009.05.22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마음설레는 직업 
2009.05.11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상황설명만 하면... 
2009.04.24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천리향 부부 
2009.04.18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초보농사꾼 몰래 해야 한다. 
2009.04.07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황금물고기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또 하나 아웃되고...
+   [산골편지]   |  2009. 6. 8. 03:08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9년 5월 5일

얼마 전에 초보농사꾼에게 볼멘소리를 했었다.
왜 세레스 문을 열어 놓고 다니느냐고...
차 문을 닫고 나와야지 왜 그렇게 입을 벌려 놓고 다니는지 이해가 안갔다.

그런데 곧 나의 뱉은 말을 주워담고 싶은 답변을 들었다.
세레스가 재작년인가 작은 언덕에 세워 놓았다가 스스로 구르는 바람에 큰 나무에 문이 받히면서 차 문이 박살난 적이 있었다.
그 문이 박살 났으니 멈췄지 아니었으면 아예 차가 박살날 뻔했다.

그 이후 문짝을 어찌 고쳤는데 그 다음부터는 밖에서 문을 열 수 없게 되었단다.
그러니 창문으로 돈을 넣어 열거나 비오거나 한겨울에 창문을 닫으면 조수석으로 돌아가서 문을 매번 열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아예 차 문을 열어 놓는다는 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름대로 아픈 사연이 있는 것을 성격이 여물지 못해서 그렇게 벌려 놓고 다니는줄 알았으니...
세레스를 볼 때마다 그 말이 생각나서 미안해지곤 했었다.

오늘은 호수밭의 골타기를 한다고 올라가더니 일찍 내려왔다.
인상이 심상치 않다.
그쯤되면 똥인지 된장인지 물어보지 않아도 이젠 다 안다.

관리기가 말썽이리.
그런데 이번에는 말썽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퍼졌다고 한다.
밭에 있는 것을 들춰 업고 내려와야 할 판 정도인가보다.

혼잣말로
'많이 썼는데 뭐.'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 폐기처분 정도의 수준인가 보다.
지금 한창 관리기 날이 춤을 춰야 할 시기에 퍼졌다니 난감하다.

그렇다고 새 것으로 사는 것은 우리의 철학(?)이 용서못한다.
귀농하고 생긴 삶의 방식...
'중고인생' ㅎㅎ

중고를 산다고 해도 지금 당장 써야할 판이니 사는 것은 무리다.
일단 저 너머 마을에 사는 병도형에게 빌리기로 하고 내려온 초보농사꾼.

병도형에게 연락을 하더니 오늘은 사용하고 있으니 내일은 빌려올 수 있단다.
일단 상심해 있는 초보농사꾼에게 효소담게 머위를 채취하러 가자고 했다.
혼자 간단다.

혼자 호수밭 끝의 언덕으로 올라가는 초보농사꾼의 등이 서늘해보인다.
올해는 일단 빌려서 호수밭과 답운재밭의 골을 타고 내년에나 중고를 알아볼 모양이다.

귀농 10년차가 되다 보니 농부도 고장나기 시작하고 농기계도 하나 둘 폐기처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나보다.

밭에서 힘으로 관리기를 끄집어 내놓은 것을 보니 왠지 초보농사꾼이 아픈 것처럼 보는 사람도 기운이 떨어진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책이야기--끌어당김의 법칙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6. 7. 00:07  

올해는 산골소년 선우(아론) 덕분에 자기계발서류의 책을 많이 읽었다.
그는 여름방학때 서울에 보내놓았더니 매일 아침 광화문 교보문고에 출근해서 점심도 거기서 사먹고 저녁까지 있다가 할머니댁으로 퇴근했단다.

아침이면 그런 손자를 할머니가
"손자 선우 광화문으로 출근하셔야지"하며 깨우셨단다.

그렇게 며칠 출근하면서 배운 점이 많았노라고 고백하는 선우. 다 컸다.
그 중에 나도 읽은 책이 '시크릿' '폰더씨의 하루' '마지막 강의' '목표 그 성취의 기술' 등이었다.

그 책들을 읽으면 하루를 더 긍정적으로 , 힘차게 살아야지 다짐을 하곤 했다.
그러나 모두가 긍정적인 사고와 강한 바램, 그리고 그것을 성취한 듯한 생활태도 등을 강조하지만 뭔지 모를 아쉬운 점이 남는다.

자칫 잘못하면 그런 생각만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듯 비취지다 보면 청소년이나 잘못 이해하면 다른 길로 빠질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었다.
그래서 아들 선우에게도 이제 그런 류의 자기계발서는 이 선에서 멈추고 나중에 대학 들어가면 그때는 가치관도 굳어질테니 그때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선우 역시 아쉬운 점을 토로하면서 맞는 지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책들에서 실천하고, 명심해야 할 소중한 가르침도 많으니 그 점을 매일 인식하면서 지내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고, 선우는 그 책들을 가까이 두고 가끔 들여다 보며 마음을 다잡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같았다.

그런중에 우리 하늘마음농장의 당수님(^^)이신 최일선 파비아노님께서 보내신 '끌어당김의 법칙'을 선물로 받았다.
안그래도 그 책을 책 사이트에서 보았을 때, '시크릿' 뒤에 숨어 있는 비밀의 법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 궁금했었던 터였다.

우체부 아저씨가 전해줄 때 , 그것도 책을 ...참 기분이 하늘이 날 것같다.
책을 서점에서 사는 것과 선물로 받을 때, 그것도 우체부 아저씨가 붉은 우체가방에서 나무 냄새나는 책을 건네주신 때,,, 정말 기분이 좋다.

오늘은 아주 바쁜 하루였다.
산골에서 읍으로 그곳에서 아들도 만나고 볼일 보고, 그리고 어차피 밤인데 나온 김에 도서관에서 잠시 머리를 식히다 간다고 도서관 문닫을 때까지 이 책을 읽다가 다시 불영계곡을 돌아돌아 산골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

올해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의미있게 읽은 책이 아닌가싶다.

쉽게 얘기해서 이 책은 '시크릿'에서 강조한 것을 보다 충실히 실천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책 대문에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자꾸 악화되기만 하는 사람, 또 삐걱거리는 관계만 계속해서 생겨난다고 불평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이때도 역시 끌어당김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다"고 하며서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내 삶은 내가 주의와 에너지와 집중력을 쏟는 대상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긴다"고 했다.

덧붙여 의도적인 끌어당김에 대해 강조하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각 단계마다 설명을 상세히 나열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례를 들어가며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제 1단계--원하는 것을 정의하라.
제2단계--원하는 것에 집중하라.
제3단계--믿으라

즉, 이와 유사한 다른 책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제시를 했다면 이 책은 거기에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실천해야 하는지를 명쾌하고 이해하기 쉽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당수님 덕분에 오늘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도 잠시 사람도 얼마 없는 도서실에서 숨죽이며 그리고 줄을 쳐가며 책에 빠졌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바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끌어당김의 법칙 상세보기
마이클 로지에 지음 | 웅진윙스 펴냄
바로 '끌어당김의 법칙'이다. 이 법칙은 사람들을, 직장을, 이런저런 상황과 관계를 우리 삶으로 끌어당기고...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는 메시지 아래, 끌어당김의 법칙이 당신을 위해 움직이게 만들도록...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흐르는 강물처럼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6. 5. 12:21  

흐르는 강물처럼 상세보기
파울로 코엘료 지음 | 문학동네 펴냄
빛나는 삶으로 이끄는 101가지 지혜의 샘 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일상에서 건져올린 경이로운 삶의 기적들 전세계 1억 독자들의 영혼을 뒤흔든 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 첫 산문집. 당신은...

선우가 방학때 서울에 갔다가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책을 여러 권 사왔다.
그 중에 한 권이다.
선우가 먼저 읽고 아주 감동적으로 읽었다며 나에게 권했다.

아마 엄마도 감동적으로 읽을 거라며...
그 말을 듣고 나니 지금 읽던 책을 일단 후퇴시키고 읽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그렇게 해서 얌체(?)처럼 먼저 내 손에 들어와 앉은 책.
파울로 코엘료는 주현 낭자가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 작가의 책을 감동 그 자체로 읽은 적이 없다.

그렇게 뜨거웠던 '연금술사'도 그렇고...

그래서 이번에는 마음을 정갈히 먹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연금술사'와 같은 느낌이다.

그나마 이 글을 짧은 에세이로 엮은 것이라 어느 꼭지가 감동일 수 있고, 그저 그럴 수도 있고 하여 그렇게 넘어갔다.

어느 책이든 전혀 도움이 안되는 책이란 거의 없다고 본다.
하다못해 문장 하나가 한 권을 대표할 수 있는 책도 있다.
그렇기때문에 단정적으로 이 책은 좋다, 나쁘다로만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또 이건 순전히 내 기인적인 생각이지 아들이 그렇게 감동적으로 읽었고, 내가 감흥이 그에 못미치는데 그럼 이럴 때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모든 책에는 사람처럼 내게 어울리고, 끌리고 , 내게 맞는 책이 있는 것같다.
제 아무리 어떤 사람이 내게 잘해주고, 만나고 싶어 하고 한다고 해도 코드가 맞지 않으면 불편하고, 거리감을 두고 싶어지게 된다.

'흐르는 강물처럼'에서도 함께 나누고 싶은 글들이 몇 꼭지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b><선방 고양이의 가르침>

어느 선원의 방장이자 선불교의 대가인 고승에게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그른 고양이를 얼마나 애지중지했던지 참석 시간에도 항상 함께할 정도였다.

어느 날 아침, 늙은 고숭은 세상을 떠나고 선방의 최고참인 상좌가 그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고양이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수좌들이 묻자 새 방장은 스승을 기리는 뜻에서 참선 시간에 고양이를 들여보내도 좋다고 허락했다.
만행길에 오는 수좌 몇몇이 이 유서 깊은 사찰에서 선방에 고양이를 들이는 모습을 목도했고, 그에 관한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수년이 흘렀다.
선사의 고양이는 죽었지만 고양이에 길든 수좌들은 다른 고양이를 들였다.
그사이 다른 절들도 고양이와 함께 참선 수행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고승의 명성과 가르침의 비결이 고양이에 있다고 믿으며, 정작 입적한 고승이 얼마나 훌륭한 스승이었는가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한 세대가 지나고, 선불교에서 고양이가 참선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에 대한 지침서가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고양이는 집중력을 높여주고 삿된 기운을 물리친다'는, 학계에 퍼져있던 가설을 발전시킨 어느 대학교수의 연구 결과였다.

그렇게 한 세기에 걸쳐 고양이는 이 지역 선불교 연구에서 핵심적인 일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선원에 다른 지역에서 온 이름 높은 선사가 들어왔다.
선사는 동물 털에 알레르기가 있어 일과 수행에 고양이를 참여시키지 못하게 했다.

수좌들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선사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선사의 가르침이 뛰어났던지라 고양이 없이도 수좌들의 수행은 날로 진전을 보였다.

그러자 서서히 다른 선방에서도 고양이들을 내보내게 되었다.
언제나 새로운 사상을 추구해온데다 고양이들을 거두어 먹이는 걱정까지 덜어버리게 되니 참으로 잘 된 일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십 년 후, 혁신적인 새 가설들이 등장했다.
그 가설들은 다음과 같은 그럴듯한 제목을 달고 있었다.

'고양이 없는 참선의 중요성' '동물의 도움 없이 정신력으로 선의 세계에서 평정을 찾는 법'

다시 한 세기가 흐르고, 고양이는 그 지역 참선 수행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는 이백여 년이 걸렸다.
고양이가 왜 참선 수행에 함께 해야 하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기 때문이었다.</b>

********************

이런 이야기이다.

여기사 코엘료는 규칙, 불필요한 제도 ...등을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 이야기를 읽고 한동안 생각했다.
진리라는 것은 어느 시대, 어느 환경, 어느 조건에서도 진리이지 그 상황이라 환경, 조건이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진다면 그건 이미 진리가 아니다.

진리라는 말이 조금 안어울릴 수는 있지만 다른 마땅한 용어가 생각이 안난다.

먹거리도 보면 그렇다.
유행할 때는 그것 안먹으면 막말로 곧 죽을 것처럼 떠들고, 신봉하고, 난리가 아니다.
그러다 유행이 지나 다른 것이 뜨면 이번에는 그거 안먹으면 금방이라도 아토피때문에 죽을 것같은 분위기다.

고양이와 선방...
그것을 어느 대학 교수가 연구결과까지 버젓이 내놓고 .....

선방에 고양이가 없으면 ...

지금 생각하면 웃지만 그때는 그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논문까지...

웃지못할 일이지만 지금도 우리들의 규칙이나 일명 뜨고 있다는 가설, 내용들이 선방의 고양이같은 것이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시대가 복잡해지고, 급하게 돌아갈수록 그런 웃기는 가설들은 더더욱 우리의 영혼을 정신없이 만들고 건조하게 할 것이다.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더욱 가치관 등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들 선우가 이 책을 의미있게 읽었듯이 전체적으로 많은 내용이지만 중간중간 오래 생각해야 할 내용이 들어있다.

책 한 권을 다 읽으면 아주 마음이 뿌듯하다. 누구나 그렇듯이...
그렇게 뿌듯함이 모이면 영혼도 호수처럼 잔잔하게 유지되리라 믿는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책이야기--점선뎐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6. 3. 23:41  

((사진에서 초보농사꾼 담배갑을 보니 또 ... 조금이라도 줄이라고 사정을 해도 안되고...어머님이 끊으라고 협박을 해도 안되고...뭔 수를 서야할지... 왜 갑자기 담배이야기로 기분에 초를 치는지...나도 참))


 


전혀 다른 색깔의 삶을 경험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내 스스로 일을 저지르던지, 아니면 간접 경험을 하던지...

이 책은 후자로서는 손색이 없는 책이다.


김점선 님에 대해 안 것은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서였다.
우선 머리스타일과 표정, 그리고 옷이 놀라웠다.


저렇게 까치집 (본인이 까치집이라고 표현했듯이)을 하고 다니는 화가도 있구나, 표정은 영락없는 남자이고, 옷도 그렇게 꾸미지 않은 그런 모습...놀라웠다.

그러나 이내 화가니까, 예술가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 좀더 가까이 간접 경험을 하게 된 것이 장영희 교수님의 책에서였다.
'축복'이라는 책은 그 안의 시와 장교수님의 글이 감각샘을 자극하고도 남았지만 그 옆에 삽화로 김점선 님의 그림이 들어간 것은 눈 돌아가는 일이었다.


그 '축복'이라는 책을 보고 그림을 갖고 싶다는 충동을 강하게 강하게 느꼈을 정도였다.
하여간, 그렇게 간접 경험을 한 것으로도 벅찬데 도서실에서 본 '점선뎐'이라는 책을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이미 이 세상분이 아니라는 점까지 가세를 하여 이 책을 빌려 가슴에 끌어안고 산골로 돌아왔다.

우선 책 날개에 적힌 작가소개를 하겠다.


<b>김점선</b>

1946년 개성에서 태어나 이화여대를 거쳐 홍익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다.
1972년 제1회 앙데팡당 전에서 백남준, 이우환의 심사로 파리 비엔날레 출품 후보에 선정되며 등단하였다.
자유롭고 파격적인 그림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1987~88년 2년 연속 평론가협회가 선정한 미술 부문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로 선정되었다.
1983년 첫 전시회레를 연 뒤 20년 이상 개인전만 60여  차례 열었으며, 2002년부터 디지털 판화전도 개최했다.
작가는 작품 활동 외에도 KBS-TV '문화지대'의 진행자를 맡는 등 문화 전방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지은 책으로는 '10cm 예술' '나는 성인용이야' '나 김점선' '바보들은 이렇게 묻는다' '김점선 스타일' 그림동화 시리즈 '큰엄마' '어주의 말' '게사니' 등이 있다.




여기까지의 작가 소개로는 그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알기 어렵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느끼는 그의 삶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색다른 세계였다.


프롤로그의 한 문장을 소개하겠다.
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할 의사에게 한 말이다.

"이왕 배를 여는 데 왕창 잘라내주시오. 나는 늘 내 창자들이 쓸데없이 긴 게 불만이었고. 내가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내장은 크로마뇽인과 다름없지 않고. 나는 나의 내장을 디자인하고 싶소. 십이지장에서 항문까지 직선으로 연결하고 나머지 창자들은 잘라서 버려주시오. 나는 이제까지 살면서 긴 창자 때문에 쓸데없이 섬유소를 먹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려왔소. 이왕 배를 열 거면 나를 도와주시오."

이 문장 만으로도 이 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감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자서전 형식으로 쓰여졌고 그러다 보니 사진이 중간중간 차지하고 있다.
작가가 화가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그림도 자주 등장한다.


작가는 말했다.
"내 빛나는 전생은 선인장이었다.
동물이 거의 없는 사막,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수백 년 된 무지 큰 선인장. 무수한 날카로운 가시를 빛살처럼 온몸에서 발산하면서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서 있는 선인장. 나는 그것이었다. 아주 천천히 자라면서 아주 오래오래 멈춰선 듯이 살아 있는, 심한 더위와 혹독한 추위를 비웃으면서 죽은 듯이 서 있는 선인장이었다. 한곳에 멈춰선 채 성장하기만 하는, 늘 같은 장소에서 태양을 바라보고, 늘 같은 그림자를 빙빙 돌리면서.... 나는 그 선인장이었었다. 식물로서의 기억이 현생을 지배한다"


그랬던 것같다.


사막의 오래된 선인장이었던 것 같다.
그의 삶이...

자기 색깔이 너무 분명해서 우리가 느끼기에는 좀 덜익은듯한 사람으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덜익은 것이 아니고 인간으로서 가장 투명한 모습으로 살다가 간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 부러움이 있었다.

내 가치관대로, 누가 뭐래도 난 이런 색깔이야 하고 내 색이 발광하는대로 산다는 것...
그거 쉬운 일 아니다.


아니, 아주 어려운 , 내가 흉내내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부러웠고, 책으로나마 이런 삶을 간접 경험하게 되었다는 것에 안도하고, 행복해 했고, 따라하고 싶었다.
내 색깔을 그대로 발광하도록 두고 싶었다.

김점선...


이 대목이 또 나를 놀라게 했다.


"우리는 세 명의 독신자가 한집에 모여 있는 것처럼 누가 정하지 않았는데도 각자가 해야 할 고유한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단, 자기 담당이 아닌 일에는 완전히 무관심하다.


예를 들어 남편이 긴 여행 중인 동안 고양이가 화분을 밀어서 떨어뜨렸다.
화분이 방 한가운데 떨어진 채 산산조각이 났다.
흙이 쏟아지고 식물의 뿌리가 드러났다.


그래도 아들과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식물을 기르거나 사들이거나 집안을 정리정돈하는 일은 우리 일이 아니다.
아들과 나느 아무리 집 안이 어질러져 있어도 피곤을 느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잘 정돈해 놓아도 감탄하지 않는다. 그런 일은 남편의 일이다.
<중략>


나는 대부분의 내방객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으로 대한다.
나는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고 가고 싶은 데도 없는데 자꾸 누가 오겠다고 하고 어딜 가자고 한다.
그래서 나는 뚱한 채 전혀 집 안을 치우지 않은 상태에서, 내 머리칼이 헝클어지고 손도 더러운 상태로 그냥 사람들과 얘기하는데 남편은 다르다......"

위의 글을 읽었을 때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살아있는 생명을...'하며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내 그것은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다.
누가 다른 사람의 삶에 감내라 대추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럴 때 '너나 잘하세요'하고 말하는 것이 아마 정답일 것이다.

자연 운운하는 것은 그 사람의 가치관이다.
어떤 사람이 남의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 또한 그 사람의 삶의 방식, 가치관으로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 다음 글에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그렇지 손님이 왔는데 머리를 까치집을 하고 , 더러운 손으로 사람들을 대하다니...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또한 세겨 생각해 면 이상할 것이 없다.

분명 작가는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고, 가고 싶은 데도 없는 상태에서 어거지로 사람이 오고, 누군가와 함께 가게 되니 그럴 수 밖에...
누구나 그렇다.


속은 그렇게 궁시렁거리면서 겉으로 내색을 하느냐, 안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난 주로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다.


어떤 사람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면 자신의 삶의 방식대로 사는 것을 손가락질 해서는 안된다고...
그 사람의 삶은 그 사람이 주인공이다.
조언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읽는 내내 진솔한 표현에 난 겉에 흐르던 기름을 한겹 벗겨낸 기분이 들었다.
그 대표적인 대목 중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남편에 대한 대목이다.


"그는 그냥 음악이 좋아서 혼자서 다듬고 즐기다가 죽어버렸다.
그는 노래를 잘했다.


목소리가 금속성 있는 탁음이다.
일상적인 대화도 힘들게 느껴질 만큼 탁음이다............힘들게 쥐어짜야 겨우 소리가 나오는듯, 듣기에도 힘든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날 때부터 그랬을지도 모른다.


서른 가까이에 만났을 때 이미 그런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
그러니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은 아무렇게나 말하는 데 비해 김청남이 말하면 하찮은 말도 아주 힘들게 뱉어내는 듯 들린다.
그래서 그의 일상을 숭배하게 되었다.


그의 비천함과 무식과 탁성과 무능력까지를 숭배하게 된 것이다.
그런 목소리의 그가 노래를 하면 나는 그 순간 죽어도 후회가 없다고 느낀다....그는 그런 사람이다.
그는 그렇게 노래 불렀다. 감히 누가 그렇게 부를 수 있을까. 무지렁이 몇 마리 모아놓고 거는 그렇게 노래 불렀다.
아무라도 서넛만 모이면 그렇게 혼신을 다해서 노래 불렀다.
그래도 그렇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


우선 밥을 안먹고 속이 빈 상태에서 두 홉들이 소주 두 병은 목에 들이부어야 노래가 나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산화지 노래냐?
말 그래도 생명을 태운 거지.


소주 붓고 불 지르면서 그열기와 빛을 보고 지랄한 거지.
그런 데서 감동 안할 동물이 어디 있냐?
최소한의 단위로 만들어진 생명체, 예를 드면 짚신벌레나 아메바라도 감동할 것이다.
왜냐면 뻔하지 않은가?


그가 명예를 바라서 세종문화회관에서 노래하냐?
돈을 바라서 예술의 전당에서 노래하냐?
아니면 스타성을 즐기려고 잠실운동장에서 노래하냐?


오직 거는 작업실 귀통이 나무의자에 앉아서 한두 명 청중을 놓고 카네기홀에 선 듯 몰을 태우는 것이다.
거기서 그의 노래를 듣던 자들이 행여나 그런 사실을 추측이라도 할 능력을 가진 자가 있기나 했을가.
다들 그냥 밥 먹고 나서 배부르니까 심심풀이 땅콩으로 청남이 노래나 듣자고 모인 것이다................"

난 얼마나 소리내어 웃었는지 모른다.


혹자는 그렇게 말할 것이다.


지 남편을 이따위로 표현하는 여자가 뭐가 대단하다고 난리냐고...

여기서는 대단하고 안하고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렇게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난 좋다.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남편에 대한 것이라 언행과 전혀 다른 표현을 하는 사람을 난 더 경멸한다.

그렇다고 하여 작가가 남편을 쉽게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덜했냐 하고 묻는다면 누가 대답할 것인가.

자서전 형식을 빌렸지만 그런 류의 다른 책에 비해 분명 번뜩이는 매력이 있다.


대부분의 이런 류의 책이 어릴 때부터 그렇고 그런 이야기로 전개하다 책장을 덮는 것과는 달리 그의 가치관, 삶의 방식, 그리고 인간관계,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 등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점선뎐 상세보기
김점선 지음 | 시작 펴냄
화가 김점선이 글로 그려낸 자화상 각자의 삶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예술품이다! 자유롭고 파격적인 그림 세계만큼이나, 독립적인 인생의 길을 걸어온 화가 김점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 입학하여...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을 살다간 사람으로서 그가 말하는 것 같다.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난 성격상 이 길을 갔다고...

나도 말하고 싶다.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남들이 다 묻어가던 길을 버리고 다른 길로 접어들었고 그 길이 무의미하지 않았다고...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이건 보약이야."
+   [산골편지]   |  2009. 5. 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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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로 처음 귀농했을 때는 오갈피가 대 유행이었다.
오갈피하면 누가 대가라느니 연일 일간지에도 광고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다 지금은 그  불이 꺼진 상태...

그때는 몰랐는데 귀농하고 몇 년을 지켜보고야 알았다.
지켜만 본 것이 아니고 거기에 함께 춤추었다. 그러고 보니 묘목도 유행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유행...
그 유행을 누가 조장하는가?

의류나 액세서리처럼 유행을 주도하는 부류가 있다.
마찬가지로 묘목도 그렇다는 거다.

어느 때는 영지버섯이, 그리고 운지 버섯이,
그러다 홍화씨가 얼마나 유행했는가.
그거만 먹으면 부러진 뼈도 금방 붙어 바로 일어나 걸을 것처럼 인식하게 되었다.
어쩌면 성경의 앉은뱅이가 걷는 기적을 연상케 했을 것이다.

그리고 너도 나도 홍화씨를 뿌렸다.

그러다 지금은 홍화씨를 누가 거저 줘도 심드렁하다.
또 어느 해인가 오갈피가 난리였다.

정말 젓가락보다 가는 것을 적지 않은 돈에 팔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들이나 산에 가서 오갈피란 오갈피는 죄다 캐다 팔곤 했다.
지금은???

상황버섯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행곡선이 주식시세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가 땅바닥으로 내리 꽂힌다고 하여 그것들의 약성이 변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유행이 변하여 거기에 인간의 간사함이 동조한 탓일 뿐이다.
사람 마음이 간사하여 유행할 때는 당장 그거 안 먹으면 죽는 줄 알고 거금을 주고도 사먹지만 벌써 묘목장사들의 붐 기운이 떨어지면 약기운도 떨어지는 줄 행동한다.

또 어느 해인가 블루베리를 심어보려고 알아보는데  지금은 벌써 너도 나도 많이 심어 묘목장사 좋은 일만 한다며 누가 심는 것을 신중히 생각하라고 조언을 해준다.

그게 안타깝다.
물론 그렇게 붐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신중하길 바라지만 그건 거의 희망적이지 못하다.
그것도 하나의 업이다 보니 이해는 한다.

오늘은 다른 일을 재쳐 놓고 약성이 좋은 오갈피 밭으로 향했다.
이 눔들은 언제나 가시가 먼저 나에게 인사를 한다.
그것도 꼭 스킨십으로....

그 가시만이 액세서리인양 뽐내던 그들이 지금은 어리디 어린 순을 내밀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질 급한 녀석은 벌써 순이 많이 자랐고 이제 막 올라오는 놈, 지금 따기에 딱 좋은 놈 그렇게 섞여 지들 집에서 다리 박고 있었다.

어린 순을 땄다.
따면서

"그 추운 겨울 나고 혼자 이렇게 살을 뚫고 새순을 올렸구나, 고맙다." 고 중얼중얼 고마움을 표시했다.

욕심 부릴 것 없이 산골 네 가족이 먹을 만치만 따서 돌아왔다.
먼저 씻지 않고 끓는 물에 아주 살짝만 대처 찬물에 얼른 헹구었다.
순에 붙어 있는 껍질이 있지만 난 그것을 일일이 다듬지 않고 그냥 건져냈다.

그에 붙어 있는 것도 다 먹으면 약이 되는 법

간장 조금 넣고, 다진 마늘 넣고 참기름 넣고 조물락조물락 버무려 내놓았다.
씹을수록 무지 쓰다.
애들은 벌써 입에 넣는 순간 벌레 씹은 얼굴로 돌변한다.

"그래도 삼켜. 이건 보약이야. 새봄에 나는 쓴 것을 먹어주어야 여름 입맛 없는 시기를 잘 날 수 있는 거야. 그건 옛 어른들의 지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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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씨도 안 먹히는 소리를 해봤댔자 그들의 인상이 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쓴 맛이 지나고 나면 혀에서 단맛을 느낀다.
더군다나 쓴 맛 뒤에 물을 마시면 물이 달다.
우리네 인생사도 그렇지 싶다.
고통 뒤에 기쁨을 주시는 신의 섭리 말이다.

쓴 맛 뒤에 오는 오갈피 순이 달듯이, 우리네 인생사도 고통 뒤에 느끼는 기쁨은 한없이 깊다.

그 자연의 섭리와 배려를 내가 온전히 체득했다면 난 벌써 머리 깎고 어디서 득도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만 아는 것이 어리석은 인간이 알아야 할 몫이지 싶다.

물 속에서 목욕하고 있는 오갈피 어린 순이 해맑아 보인다.
나의 얼굴상도 이렇다면 참 좋겠구나 하는 지혜를 구하는 날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마음설레는 직업
+   [산골편지]   |  2009. 5. 22.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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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21일

바닷가에 사는 이는 아침에 눈뜨면 바닷물이 어디까지 와서 찰랑일까를 내다 볼 것이다.
산중에 사는 이는 아침에 눈 비비면 툇마루에 앉아 해가 어느 산등성까지 밀려들고 있는지 내다 본다.

바다는 어느 날은 성난 모습으로, 어느 날은 내가 키웠던 순하디 순한 맬라뮤트 심성처럼 순하게 밀려 올 것이다.
그러나 해는 감정의 굴곡이 없다. 그 날이 그 날이다. 언제나 그 모습으로 온다.

다만 바다는 결석 없이 찾아오지만,
해님은 결석이 심심잖다. 장마철에는 얼굴 잊을까 겁난다.

바다와 해님은 그런 성격차가 있지만 바닷가에 사는 사람이나 산중에 사는 사람이나 자연에 목매달고 애틋해 하는 사람들은 바다에 안부를 묻고 해에게 안부를 묻는다.

 

***************************************

산골은 지금 퇴비와의 전쟁중이다.


늦게 도착한 퇴비를 한시라도 빨리 땅에 콩고물 뿌리듯 뿌려야 한다.

그런 다음 트렉터로 부실부실하게 땅을 간 다음 골을 타고 비닐을 골골마다 덮어주어야 한다.
그 준비가 끝나면 그 밭의 주인공인 야콘 모종과 고추 모종이 들어와 둥지를 튼다.

봄에 이 모든 과정이 끝나야 농부는 한시름을 놓는다.


그렇다고 하여 시름줄을 아예 놓은 것은 아니다.

조금 후면 삐죽삐죽 올라오는 풀들과의 한판 승부를 몇 달에 걸쳐 치러야 한다.


시간은 흘러 가을이 되면 이제는 서리오기 전에 걷우어 들이느라 또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그렇게 얼추 가을걷이가 끝나고 숨을 돌리면 첫눈이 온다.
농부는 그렇게 또 한 해를 갈무리한다.


이제 귀농 10년차다.
라면 장사 10년이면 눈감고도 끓이고, 10년 사업을 하면 눈감고도 고객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10년 횟집을 하면 눈감고도 날카로운 회칼을 공중제비하며 회를 뜨련만 산골의 초보농사꾼은 농사 10년차에 눈감고도 척척 농기계를 다룰줄 알아야 하건만 아직도 고치러가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귀농10년차가 되니 농사란 나 잘난 멋에 짓는 게 아니라 대지와 하늘의 눈치를 봐가며 짓는다는 것을 터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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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대지에 의존하고 감사해야 하는지를, 내 실력으로만 짓는 농사가 아니라 어느 정도 하늘에 목매달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으니 눈 감고도 라면을 끓이고, 마음을 꿰뚫어 보고, 회를 뜨는 것보다 더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한 해를 시작하는 것처럼 겨울이 지나고 봄농사가 시작되는 시기가 되면 마음이 설렌다.
이렇듯 내 직업은 마음이 설레는 직업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상황설명만 하면...
+   [산골편지]   |  2009. 5. 1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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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17일

아침을 먹는둥마는둥하고는 진주로 달렸다.
울진에서 진주를 가려면... 최소한 다섯 시간은 기본이다.
서둘러 진주로 향했고 볼일을 보고 날이 어둡기 전에 주현낭자 혼자 있으니 산골로 달려와야 했다.

진주에서 볼일을 보고 바로 뒤돌아  저녁도 거르고 달려오는데 전화가 왔다.
퇴비가 왔다는 거다.
이번 퇴비는 군에서 일부 지원하고 농부가 일부 자부담을 하는 퇴비다. 물론 농협퇴비도 일부 지원하고 자부담으로 받았지만...

그래서 옆에서 들으니 마당에 쌓아놓고 가라고 했다.
인수증을 받아야 한다기에 우리가 달려갈테니 그럼 그 시간에 맞추어 와달라고 하는 초보농사꾼.
그럼 서울이라도 갔으면 어쩔뻔했는지..

어찌나 초보농사꾼이 고무탄내 나도록 달리는지 터널 안에 사고나서 나와 있는 사람을 칠뻔했다.
......................

미리 연락주면 좋으련만 이 늦은 시간에 온다고....

들려야 할 곳도 있었는데 안들리고 초보농사꾼은 그 퇴비때문에 가야 한단다.
부랴부랴 산골로 접어들었더니 퇴비차가 먼저 와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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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퇴비는 사람이 쌓아 주는 것이 아니고 그냥 쏟아붓는 거란다.
그런 차가 온 것이다.

난감해 하는 초보농사꾼.
지금이 4월 중순이 넘은 시기에 퇴비가 온 것이다.
그것도 전량이 온 것이 아니라 일부만...

퇴비를 뿌리고,  트렉터로 치고,  다시 골을 타고 , 비닐을 펴고 ,그리고 심는다.
농사의 가장 초기 단계에 퇴비가 필요하다.

우린 지난번 농협 퇴비를 주문해서 급한대로 퇴비를 썼다.
오늘  온 퇴비는 일부만 쓰고 차곡차곡 쌓아놓아 주면 갑바로 덮었다가 내년에 써야 한다.
이 다음에 올 퇴비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쓰레기 붓듯 부어놓고 가게 생긴 것.
퇴비가 400포다.
한 포에 20키로 그램이다.

그러면 8톤이나 되는 퇴비를 초보농사꾼이 혼자 쌓아야 한다.
일단 쌓아야 내년에 쓸 수 있다.

또 설령 올해 쓴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부어주는 것이 아니고 농부들의 세레스에 쌓기 좋도록 쌓아주면 농부의 힘이 훨씬 덜 든다.
농협 퇴비는 그렇게 쌓아주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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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농협에 주문한 퇴비이다. 이 퇴비를 밭에 뿌리고 있었다. 군퇴비가 안와서...)

퇴비를 싣고 온 분이야 무슨 죄가 있는지...

하여간 상황만 설명하고 싶다.
일체 이런 일은 홈에 올리지 못하게 하는 초보농사꾼이다.
이 글도 어쩌면 삭제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여 쏟아 놓고 간 퇴비.
8톤이 널브러져 있다.
그것을 쏟는 과정에서 퇴비는 터지고 찢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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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포의 인수증에 싸인을 해달라고 한다.
400포를 누가 확인할 수 있는지..저 상황에...

거기에 수량 확인도 안되는 상황에서 사인하는 초보농사꾼.

안그래도 테니스 엘보가 도져서 고생하는데 안해도 될 퇴비를 8톤을 쌓아야 한다.
다시 오는 더 많은 퇴비는 어쩌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초보농사꾼이 일체의 언급을 못하게 한다.
지금껏은 산골에 살면서, 농사지으면서 이런 일들이 생겨도 일체 홈에 언급을 못하게 해서 안했다.
일체 안했다.

지난번 농협퇴비를 받을 때에도 농협에서 우리 퇴비( 500포, 즉 10톤이다. )를 이장님이 그댁 마당에 내려 놓으라고 했다고 거기에 내려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장님은 없어지면 모르니 빨리 가져가란다.
10톤을 세레스로 싣으려하면 ....상상도 하기 싫다.

10톤이나 되는 퇴비를 주문한 사람집에 가져다 주면 될 일이다.
1톤도 아니고 10톤이나 되는 퇴비...
그런데... 거기에 다 내려놓고 빨리 가져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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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농협과 이장님 사이의 의사전달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거기서 죽어나는 사람은 초보농사꾼이다.
이것도 깊이 얘기할 수가 없다.

10톤을 초보농사꾼이 들어 올려 와야 할 판이다.
초보농사꾼은 어찌 실어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눈치였지만 내가 그렇게는 못한다고 했다.
말이 10톤이지 그것을 사람 혼자 1톤 차에 실어 나른다고 생각해 보라.

이 일 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좋게 좋게 말 안하고 넘어가면서 살아보니 죽으라 고생만 하지 누구하나 총대매고 실수를 인정하는 사람 하나 없으니 개선책은 커녕 잘못 된 일이라는 인식조차 안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일단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국 일단은 농협에서 미안하다며(농협에서만 사과할 일이 아니었건만) 다시 10톤을 차를 실어와 집에 내려주었고 초보농사꾼이 차에 싣기 좋도록 쌓아주고 갔다.

그리고 다시 이 군 퇴비가 문제가 된 것이다.
이 일 역시 홈에 언급도 못하게 했다. 초보농사꾼이..
모든 일이든 다른 사람과 걸린 일은 아무리 속이 숯검뎅이가 되도 말을 못하게 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잘못 된 일을 개선해 나가자는 생각이 우선이다.
무엇이 어찌 되었든 지금 내 심정은 앞으로는 말이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 뿐이다.

농민의 소리도 귀기울이기를...
조금만 신경쓰면 될 일을...그래야 개선되고 농촌이 나아지고 그래야 젊은 귀농자들이 많이 들어와 마을마다 기저귀가 휘날리는 영광의 날을 맛볼 수 있다.
그 뿐이다.

지난번 농협퇴비도 말안하고 그냥 10톤을 죽으라 나른다고 한 것을 그렇게 못한다고 한 것은 앞으로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다시 군에서 이렇게 늦게 퇴비가 나오면서 8톤을 쏟아 놓고 간 것이다.

더는 할말이 없다.
그저, 농촌이 나아지길...
조금이나마 농민의 입장에서 무엇이든 생각해 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리고 퇴비 뿐만이 아니고 여러 가지 일에서 농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 시스템이 이리 돌아가는 농촌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귀농을 희망하는 분들도 알아야겠기에 적어본다.

퇴비차가 돌아가고도 10시간 이상 운전하고 진주다녀온 초보농사꾼이 집에 들어가지 않고 멍하니 어둠 속에 넋이 나가 서성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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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아낙의 산골편지--천리향 부부
+   [산골편지]   |  2009. 4. 24.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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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11일

얼마  전에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던 ‘천리향’을 선물로 받았다.
무슨 의식을 치르듯 장갑끼고 뿌리의 키만큼 구덩이를 판 다음 조심스럽게 새집에 앉혔다.

‘천리향’... 말 그대로 꽃의 향기가 천리를 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부활절을 코앞에 두고 생각해 본다.

향기가 천리를 간다고 이 꽃나무에 환장을 할 것이 아니라 사람향기도 천리를 간다면??
꽃향기는 거리제한이 있지만 사람향기는 시공을 넘나들지 않은가.

과연 내게서는 어떤 향기가 나며 그 향기의 제한거리는 얼마쯤일까?
엎어지면 정강이라고 그 정도에서 약발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천리향’을 들여다 보며 나 역시 침묵수행중이다.
**********************

내가 아는 젊은 부부가 있다.
산골까지 그 부부의 향기가 흘러넘친다.

산골에 무슨 일이 있으면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 농사일을 나서서 도와주지 못해 안달이 나는 부부다.
늘 우리 홈에 들어와 산골에 무슨 일이 있는지 마음조이며 지켜보는 것은 기본이다.

요즘 그 부부를 보면서 세족례를 흉내내며 내 영혼을 씻어내고 있다.
어쩜 다른 사람의 일에 저토록 온전히 마음을 쓰고 애틋해할까.

하다못해 통화할 일이 있어도 덥석 전화도 못하는 사람들이다.
농사일로 바쁜데 방해된다고, 저녁에 힘든 몸 쉬어야 하는데 방해된다고...
무인도나 다른 없는 이 낯선 울진에서 그들은 그렇게 등대처럼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직장다니면서 어린(7살) 딸과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까지 있는 엄마가 밤마다 시간을 쪼개어 성서쓰기를 미루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농사일로 바쁘다는 좋은 핑계를 끼고 살며 쥐똥만큼 성서쓰기를 해놓은 나로서는 얼마나 부끄럽고 머리에 번개가 치는지 지금은 밀린 성서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들에게서 이웃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배려하는 법을 배운다.
내가 나이먹었다고 더 나은 것 하나도 없다.

요즘 가장 많이 옹알거리는 말이 ‘근묵자흑’이다.
시기와 질투를 일삼고, 남의 말이나 전하는 사람과 가까이 하면 내 영혼이 어찌될지는 불보듯 뻔하다.

그러나 남을  배려하는 이 젊은 부부와 같은 사람을 가까이 하면 내 영혼에도 천리향이 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이들 부부처럼 다른 이의 가슴에 버팀목으로 자리하고 있는지, 두릅가시 보다 더 날카로운 엄나무 가시로 상대방의 가슴에 남아 있는지 자신에게 묻고 또 묻고 있다.
이 봄에 나도 그 젊은 부부처럼 천리향으로 부활하고 싶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초보농사꾼 몰래 해야 한다.
+   [산골편지]   |  2009. 4. 18. 23:48  

2009년 4월 9일

산골엔 이제부터 진달래, 매실꽃이 한창이다.
다른 지역에서 꽃이 피었다고 호들갑을 떨 때 산중의 그것들은 침묵수행을 하다가 다른 지역의 꽃들이 지고 그와 동시에 열광하던 사람들의 기운이 다 떨어졌을 때 서서히 꽃망울을 터뜨린다.

좋게 얘기하면 '느림의 미학'이고
조금 거시기하게 표현하면 산골 아낙처럼 '뒷북'이 아닐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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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선우가 고딩이다 보니 마음이 많이 쓰인다.
마음만 쓰였지 고딩 엄마라고 하여 다른 엄마들처럼 모든 것을 들이대주는 과도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쓰인다는 것은 안스러움이 절반이다.

그래서 읍에 갔다 산골로 왔다 하는 날이 많다.
그 와중에 농사 일도 시작되었고, 작은 공사로 일하시는 분도 점심도 걸려있었다.

읍에 일이 끝나지 않아 도저히 점심 시간 전에 산골에 도착할 수가 없었다.
마음만 탔다.
결국 오후 1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점심은 물건너 갔고, 부랴부랴 발송 준비를 하고 아침겸 점심을 먹었다.
배가 고픈지 쓰린지...
 잘 넘어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속이 삐졌나 보다.

대충 먹고 서둘러 새점밭으로 갔다.
초보농사꾼이 일하고 있기때문에 ...
거의 다 했고 나머지는 퇴비주는 일이니 그냥 집에 가란다.

다시 15분을 달려 산골로 왔다.
시간은 5시
서둘러야 한다.

초보농사꾼이 내가 거름펴는 것을 싫어하니 그가 없을 때 호수밭에 퇴비를 뿌리러 올라갔다.
초보농사꾼이 군데군데 퇴비를 쫙 깔아 놓는 것까지는 했는데 이리뛰고 저리뛰어 다니느라 퇴비를 뿌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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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10년차다 보니 가락은 좀 있어서 올라가기 전에 칼이랑 장갑 그리고 삽, 물 등을 준비하여 올라갔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퇴비 봉투를 칼로 가르는 일이다.
엑스자로 가르면 퇴비 봉투의 구석에 있는 퇴비까지 알뜰히 털어 낼 수 있다.

그렇게 한참을 다니며 칼집을 내어 놓는다.
그런 다음에는 그 비닐을 홀라당(순식간에 해야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아 뿌리기에 좋다) 그 자리에 쏟아놓는다.
비닐은 한데 모아 밭가에 돌로 눌러놓는다.
바람에 비닐이 날아가면 그것 잡으러 다니는 시간이 꽤 걸림을 몇 번 현장실습(?)을 하고 나니 이제는 단단히 눌러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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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쏟아놓은 퇴비를 이제는 콩고물을 뿌리듯 골고루 뿌려주면 된다.
그러나 콩고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쥐는 힘이 유독 없는 난 사실 삽 무게만도 버거운데 그 놈의 퇴비 무게는 또...

그러나 지금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
초보농사꾼이 새점밭 일을 끝내고 돌아오기 전에 조금이라도 뿌려놓아야 그의 고생을 분담할 수 있다.

삽으로 이리저리 뿌리다 보니 우리 산골소녀 주현 낭자가 올 시간이다.
오늘은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잡채를 해주려고 다짐다짐을 했는데 그것도 마음에 걸렸다.
왠 잡채냐 하면 얼마 전에 식당에서 산골아가들이랑 점심을 먹는데 그때 나온 잡채(사실 식당 잡채야 간장, 설탕으로 혀를 자극할 뿐 채소 등은 눈씻고 봐도 두어가닥 밖에 없다)를 너무 맛있게 먹는 거였다.

그게 맘에 걸렸다.
얼마나 잡채를 못해주었으면 저리 맛있게 먹을까...하고

그날 다짐을 했다.
내 무슨 일이 있어도 주현낭자에게 잡채를 해주리라... 그래야 내 맘이 편할 것같아서였다.

잡채가 그 잡채였는데 사실 이틀이나 미루어졌다.
공사하시는 분들 찬도 없는 점심을 해드리고 나면 밭이 부르고 일이 부르니..대낮에 우아하게 잡채를 하고 있게 되질 않았다.
그런데 오늘 못하면 잡채에 넣기 위해 준비한 채소들이 쉴 판이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니 삽이 부리나케 돌아갔고, 퇴비는 공중제비를 하고 땅에 나동그라졌다.
쥐는 힘도 없는 사람이 삽자루에 힘을 바짝 주고 어깨 높이보다 높게 지성껏 쳐올렸다.
그렇게 공중까지 날릴 필요가 없지만 보지도 않고 날리다 보니 공중에서 내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놈도 만만치 않았다.
마른 기침이 날 정도로 콧구멍도 생고생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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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열심히 삽자루를 뒤흔들고 거기에 박자 맞춰 퇴비가 공중에서 춤을 추다 보니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더 서두르면 저 언덕까지는 뿌릴 수 있을 것같았는데 바로 그때, 산골소녀가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이 째진 눈에 포착되었다.

"주현아, 엄마 여깄어. 금방 내려갈께~~~~~~"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놓고 이제는 퇴비만 보고 뒤로, 옆으로, 앞으로 퇴비를 날렸다.
이런 속도로 일하면 하루에 '전농토의 퇴비화'는 문제도 아닐 것같았다.
다만 허리랑 온몸이 박살이 나겠지만...ㅎㅎ

사람이 일 욕심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두어 포만 더 하고 내려가자'고 하며 욕심을 부리고 있는데 초보농사꾼이 다 썩은 트렉터를 답운재밭에서부터 몰고 기차 화통삶아먹는 소리를 내며 오고 있다.

얼마나 배가 고플까.
난 퇴비와 춤추던 박자를 멈추고 슬슬 바구니에 짐을 챙겼다.
1.8리터들이 쏘주병에 들은 먹다 만 물도 챙겨 넣고, 칼이랑, 삽, 장갑을 챙겨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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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퇴비를 마저 다 뿌리고 싶은데 내 계획대로 일을 하도록 다른 상황이 바쳐줄지는 모르겠다.

새들아, 너희들도 들어가 저녁해라. 난 오늘 잡채할꺼다..." 라고 퇴비뿌리는 동안 내 곁에서 도반이 되어 준 새들에게 저녁 인사를 했다.

짧은 시간 안에 조금이나마 초보농사꾼의 일을 거들게 되어 기쁜 마음에 자꾸 퇴비뿌린 밭을 돌아다 보며 내려왔다.

"새들아, 너희들도 들어가 저녁해라. 난 오늘 잡채할꺼다..." 라고 인사를 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황금물고기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4. 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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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클레지오라는 프랑스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이 작품에 대한 찬사에 대한 궁금증이 발동해서다.
그 찬사 중 ‘막 건져 올린 은빛 언어...’등의 표현이 많은 책이기 때문이 첫째이고, 둘째는 작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 두 이유는 앞뒤가 바뀐 것인지도 모른다.
노벨 문학상을 받으며 ‘황금물고기’가 더 표면에 떴기 때문에 그런 찬가들이 이어진 것이라는 말이다.

같은 작품도 그냥 읽으면 그렇다가, 노벨 문학상을 탔데..하면서 읽는 거랑은 다르다.

어쨌거나 내가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읽힌다는 늘 비슷한 전략으로 책을 구입했으나 이번에도 주현이가 먼저 읽고 내가 나중에 읽는 꼴이 되었다.

“예닐곱 살 무렵에 나는 유괴당했다.
그때 일은 잘 기억자지 않는데, 너무 어렸던데다가 그 후에 살아온 모든 나날이 그 기억을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그 일은 차라리 꿈이랄까, 아들하면서도 끔찍한 악몽처엄 밤마다 되살아나고 때로는 낮에도 나를 괴롭힌다. ...............“라는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주인공 밤이라는 뜻을 가진 라일라는 그렇게 자신의 삶을 시작한다.

이 첫문장만으로도 소설 속 주인공 라일라는 어떤 여정을 걸을지는 대충 감잡을 수 있지 싶다.

라일라의 그 어둠 속 생활은 오랫동안 계속 되었다.
밝은 곳에서 숨쉬는 것보다 어둠 속에서 자신을 감추고 사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편안함을 느끼는 주인공의 삶, 언제 어느 때 다시 붙잡혀 속박된 삶을 살지 모르는 불안감은 늘 그의 옷처럼 그의 몸과 마음에 따라다녔다.

여기서 주인공에 대해 느낀 점은 대부분의 이런 상황에서의 주인공은 강한 의지력과 인내력 등을 무기로 자신을 길을 개척해 나가는 면이 부각된다.

그러나 르 클레지오는 라일라를 그렇게 묘사하지는 않았다.
어디에서도 라일라의 강한 극복심이나 의지력 등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결론적으로 달려가다보면 그는 강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주인공에 대한 아픈 일생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런 라일라와 첫 번째 인연을 맺은 랄라아스마라는 노파의 집에 팔려갔지만 그 노파의 향기를 자주 기억해 내며 자신의 삶의 일부로 여긴다.
첫 만남이 그렇게 우리네 삶에도 영향을 미치듯이 라일라 역시 되풀이되는 구속된 삶에서 자주 랄라아스마를 느낀다.

우리네 삶도 들여다 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삶의 역정은 있다.

그러나 르 클레지오만이 그려 낼 수 있는 그 감성적이고 세부적이며 생동감있는 표현력으로 인해 ‘황금물고기’는 라일라의 일생에 더 빛나는 황금색을 입혔다고 생각한다.

소설 중반에 예감했듯이 끝에는 이런 대사가 나오며 그렇게 소설은 주인공의 삶을 마지막으로 비춘다.

“더이상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이제 나는 마침내 내 여행의 끝에 다다랐음을 안다.
어느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이곳이다.
말라붙은 소금처럼 새하얀 거리, 부동의 벽들, 까마귀 움음소리.
십오 년 전에, 영겁의 시간 전에, 물 때문에 생긴 분쟁, 우물을 놓고 벌인 싸움, 복수를 위하여 힐랄 부족의 적인 크리우이가 부족의 누군가가 나를 유괴해 간 곳이 바로 이곳이다.
바닷가에 손을 담그면 물살을 거슬러올라가 어느 강의 물을 만지게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사막 먼지에 손을 올려놓으며, 나는 내가 태어난 땅을 만진다, 내 어머니의 손을 만진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황금 물고기 상세보기
르 클레지오 지음 | 문학동네 펴냄
물고기처럼 순진무구한 천진성과 강한 생명력을 지닌 한 소녀의 역경에 찬 성장기를 그린 프랑스 작가의 장편.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라일라는 어린 나이에 인신 매매범들에게 납치돼 아랍, 프랑스, 미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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