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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편지 _해당되는 글 132건
2009.01.24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2009.01.20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내가 꼭 만나보고 싶은 사람 
2009.01.11   귀농아낙의 신골편지--산골의 첫 벙개 후기 
2009.01.09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빨리 옷을 벗어라!" 
2009.01.08   귀농아낙의 산골편지-- 산골소녀의 버릇 
2008.12.31   귀농아낙의 산골일기--침묵 속에 서보라!! 
2008.12.24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중노릇과 농사 
2008.12.22   귀농아낙의 일기-- '가야 하는데...' 
2008.12.17   산골아낙의 귀농이야기-- 가마솥 지혜 
2008.12.17   산골아낙의 귀농이야기-- 가마솥 지혜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   [산골편지]   |  2009. 1. 2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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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이 “뉴잉글랜드 지방은 아홉 달은 겨울이고, 석 달은 썰매타기에 나쁜 날씨”라고 했다는데 산골도 만만치가 않다.
10월부터(9월에도 간간히) 나무를 때기 시작해서 얼추 5월까지는 그 일을 계속해야 한다.

 

낮의 기온은 봄이라 하더라도 밤기온은 현저히 곤두박질치니 거의 한 해의 반은 나무를 부등켜안고 살아야 한다.

요즘 그나마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고는 하나 산골의 겨울은 이러나 저러나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장작더미 몇 개를 거덜내고서야 끝의 기미가 보인다.

지금 산골의 연통에서는 펑펑 연기가 잘도 나온다.
아무리 불경기라지만 그것을 보는 이의 마음은 풍요롭기만 하다.

*************************

난 사실 TV를 틀줄 모른다.
도시에서야 기본 채널을 틀면 나왔지만 산골은 스카이 라이프인지 뭔지가 있어야 TV가 나온다.
그러다 보니 리모콘의 버튼을 이러 저리 공기돌 놀리듯 돌리면 엄청 많은 채널의 방송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아는 분이 메가 TV인지 뭔지 하나 신청해 달라고 하여 끄덕였더니 TV트는 일이 더 복잡스러워졌다.
단순해도 볼까말까한 TV를 더 틀일이 없다보니 난 혼자 틀줄도 모르게 되었다.


배우고 싶은 마음도 없을뿐더러 TV에 목매일 일이 없으니 불편하지도 않고 아쉽지도 않다.
같은 시간을 주고 TV볼래, 책 볼래 하면 난 단연 후자이니 그깟 TV를 못튼다고 하여 아리고 씨릴 일도 없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초보농사꾼이
“당신이 좋아할 프로가 있어”하며 나를 끌어다 앉히고 채널을 돌려준다.
타샤 튜더 할머니에 대한 방송이었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타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맘이 많이 설겅거렸었다.
그 속내를 아는 초보농사꾼이 그런 마음을 쓴 것이다.

이 프로는 그 분이 돌아가시고 한국인 둘째 며느리랑 동행하면서 찍은 것이다.
그토록 화려하고, 귀티나고, 품격있고 아기자기하던 그 화원은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주인의 그 온기가 사라지자 그 짧은 시간에 정원을 황폐화시키고 있었다.


‘할머니는 이 분신과도 같은 정원을 두고 어떻게 신발을 둘러 신으셨을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에 젖어 있는데 TV에서 며느리의 이 말이 귀에 박혔다.
타샤 할머니는 나이들어서의 삶을 너무 좋아하셨다고 했단다.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좋아할 이유가 없다고...


많이 의아했다.
과연 그럴까.
누구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며느리의 이야기가 계속 되면서 내 의문은 안개걷히듯 사라졌다.

타샤 할머니는 젊어서 이혼을 하고 아이들 셋의 책임을 져야 했단다.
그래서 그림을 그려 팔면서 가정을 꾸려야 하는 가장이 된 것이다.


그것도 힘들 판에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침튀기는 상처가 더 젊은 여자 가장은 버거워 했다는 거다.

신기한 일이다.


남의 일에 그리들 침튀기는지...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왜 깡통은 차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것은 지구상의 악습인가보다.
젊어서는 혼자 벌어 아이들 키우고 가르치는 일에 힘겨워 했다고 했다.


그런 무게를 벗게 되었을 때는 새털처럼 어깨가 가벼웠을 것이다.
그러니 그때부터의 삶은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대로 사는 삶이었으니 그 나이가 얼마나 좋았을까...
그 생각에 미치자 이해가 되었다.


그러다 박경리님의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유고 시집을 사게 되었다.
그 시집을 읽으며 박경리 할매와 타샤 할매가 공통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박 할매 역시 결혼한지 4년만에 남편과 사별하여 가장이 되었단다.


‘옛날의 그 집’이라는 시가 두 할매가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옛날의 그 집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심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번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거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 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그렇게 시는 끝이 났다.
가장으로서의 힘듬도 힘듬이었겠지만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이 으르렁거렸다고 했다.
그 짐승이 무엇이겠는가.

남에게 상처주는 일.


남의 일에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 아무 짝에도 쓸데 없는 모습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음이 분명하다.
지금의 내 상처를 봐도 그렇고...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이 풍진 세상에 왜 그런 일에 사람들은 흥미로워할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박 할매 역시 그냥 두어도 힘든 가장인데 대문 밖 짐승들은 늘 그렇게 발톱을 세웠던 것이다.
그래서
‘모진 세월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며 숨통트여 한 것이다.

타샤 할매는 그나마 위로자가 꽃과 나무였을 것이고, 박 할매는 글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두 분은 늙어서야 편안함을 느끼고 홀가분해 하신 것같다.

오늘 두 분의 책을 다시 읽었다.
책을 유독 느리게 읽는 내가 두 권의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두 분의 삶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우리 모두는 이 두 분의 삶을 내 삶에 접붙이며 살의 상채기를 돌보아야 한다.

살면서 남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양면성이 있어 긍정적인 면, 부정적인 면이 있는데 우리는 전자에 관심을 갖을 일이다.
돈 안드는 말이라고 함부로 해버려서도 안되며, 내 일이 아니라고 감놔라 대추놔라 쉽사리 판단하여 세 치 혀를 놀릴 일도 아님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밤이다.

남의 말할 일이 아니고 내 단속이나 잘 할 일은 아닌지...
내 안의 나에게 여러 번 묻고 또 물어본다.

(사진은 불영사의 모습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내가 꼭 만나보고 싶은 사람
+   [산골편지]   |  2009. 1. 2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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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3일

산골에는 모과나무가 서너 그루있다.
늦가을에 그의 자식들을 따다가 산골아이들이 좋아하는 모과차를 만들어 주곤 했다.


그런 후광을 입었는데도 5월에 연분홍꽃을 피운다는 모과나무가 두릅나무와 찔레꽃 사이에 끼어 있고 후미진 곳에 있다 보니 그 이쁜 꽃을 귀농한 이래 본적이 없다.
 아무리 다른 나무들과 얽혀 있어서 그렇다는 이유를 둘러대더라도 내 무관심 탓으로 밖에 돌릴 수 없다.

산골가족의 사랑을 못받아 일까...
온몸에 개구리복을 입은 것처럼 버즘이 핀 것인지도 모르겠다.

새 달력 5월에 이렇게 적었다.
‘모과나무에게 찾아 갈 것’
**********************************************

사실 난 TV를 잘 보지도 않지만 TV나 책에서 보고 정말 한번은 꼭 만나보고 싶다고 느끼는 분이 있다면 신영복 교수님이다.

교수님이 쓰신 <강의>라는 책 날개에 소개된 글을 옮겨 보겠다.

신영복//

1941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하였다.
숙명여대 경제학과 강사를 거쳐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있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복역한 지 20년 20일만인 1988년 8월 15일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89년부터 현재까지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작년에 정년퇴직하신 것으로 안다)

저서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신영복의 엽서‘가 있으며, 역서로 ’외국무역과 국민경제‘ ’사람아 아! 사람아‘ ’노신전‘(공역) ’중국역대시가선집‘(공역) 등이 있다.

우리에게 알려지기는 이 정도지 싶다.
나 역시 책에서나 보았고 TV프로에서 한 번 뵈었던 것이 전부이니 다른 사람들이랑 아는 정도가 비슷하다고 본다.

그런데 왜 굳이 이 분만은 한번 뵙고 싶어하는 걸까...
위의 책 날개 설명에서도 나왔지만 그 긴 세월 동안 감옥살이 한 분이라고는 누구도 믿지 않을 정도의 향기가 풍겨나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뿐이다.

만나보지 않고 어떻게 향기를 아는냐고 하겠지만 사람의 향기는 코로 맡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 말투로, 언어 구사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그 사람의 사고, 가치관으로 충분히 맡을 수 있다.

그 분은 한겨울 화롯불과 같은 분이다.
온 방안을 건조하게까지 하는 그런 난방이 아니라 혹여 따뜻한 숯덩이가 빨리 삭을까봐 재로 살짝 덮어두고 부짓갱이(지를 뒤집는 그것을 뭐라 하는지 기억에 안난다)로 필요한 만큼만 헤집어 두면 진종일 따사로움을 주는 화롯불...

또 인두도 머금도 있다가 주면 우리네 구겨진 옷뿐만 아니라 구겨진 마음까지도 다림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화롯불...

그 구실만 하는가.
구수한 된장찌개도 올려놓고, 밤이나 고구마도 구워 먹을 수 있듯이 난방이면 난방, 취사도구면 취사도구 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분의 책을 통해 많은 부분 성품을 알았지만 TV에 나와 하시는 말씀을 들으니 참으로 의문나는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첫째, 사람들은 말한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정말 맞는 말이고 나도 그런 말을 많이 할 정도로 체득하며 산다.

그런데 모든 것에도 예외는 있다고 이 분만큼은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에 어긋나는 분이다.
환경이 만들었다고 감옥에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사람의 성품이 그럴 수 있는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버섯이 아무리 곱다한들 화분에 떠서 기르지 않듯이 욕설이 그 속에 아무리 뛰어난 예능을 담고 있다 한들 그것은 기설 응달의 산물이며 불행의 언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분으로서는 감옥에서의 많은 부분들이 견디기 힘드셨겠지만 그 중 욕설 또한 이해하기 힘든 언어였던 것같다.

두 번째는 감옥에서 그렇듯 부대끼고 단순한 생활을 했을텐데 그 분의 지식과 그 앎의 깊이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내가 얻어 들은 바로나 체험한 바로는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서 유명해지려면 그 분야에서 호가 나야한다고 본다.
학문이면 학문, 기술이면 기술, 예능 방면이면 예능방면에서 호가 나야 유명해지고 알려진다.

그러나 학문에 정진한 기간보다도 감방에서 지낸 날이 훨씬 많았던 그분에게는 그렇게 호가 나지 않아도 이렇듯 향기를 끌어 안고 다니니 존경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분들이 자주 TV 등에도 나와야 하는데 요즘 어쩌다 TV를 보면 왠 말장난으로 웃고 넘어가는 예능 프로가 그리도 많은지...
이처럼 보는 이가 달게 먹을 수 있는 프로는 눈을 불을 켜고 건질래야 건질 수가 없다.
그러니 현대인들이 곱씹어 보고 느끼고 반성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회용처럼 일순간 웃고 넘어가는 단순한 삶을 사는 것이다.
나 또한 그 부류에 발 담그고 있으니 더 할 말은 없다.

산골에서 욕심인지는 몰라도 만나보고 싶은 분 중 한 분은 단연 신영복 교수님이다.
나도 그 향기를 맡고 조금이나마 짝퉁같은 흉내라도 내고 싶어서 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신골편지--산골의 첫 벙개 후기
+   [산골편지]   |  2009. 1. 11.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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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9일

오늘만큼은 눈이 오면 안된다.
바쁜 중에 몇 번이나 밖을 내다 보았다.
하늘은 내 초조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누가 봐도 금방 눈을 쏟아낼듯 눈을 잔뜩 모금고 있는 표정이다.
아마도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이다.

하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바람의 느낌도 예사롭지 못하다.
동네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눈이 올 것같다며 초조한 내 마음을 부채질한다.

***********************

오늘은 울진분들 벙개하는 날이다.
전국 단위 벙개를 한번 하고 싶은 맘이야 오래 되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내 마음을 읽지 못했던 것같다.
그러다 안되겠다 싶어 울진분들만이라도 벙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홈에서 요즘 활약하고 계시는 황루시아네 가족과 장현칠님네 부부가 오시기로 한 날이다.
눈이 오면 산골엔 겁나게 많이 쌓이니 오늘 만남도 수포로 돌아간다.
그런데 오늘은 눈이 금방이라도 올 것처럼 내 눈치를 살핀다.
'오늘만은 참아다오............'
몇 번이나 싱크대에 매달려 화살기도를 했다.

처음 벙개에 재뿌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늘이 한 모양이다.
눈은 오지 않았으나 날은 무지 추웠다.
그러나 그쯤이야 감지덕지하다는 생각으로 택배발송준비를 부지런히 끝내고 청소를 하고 나니 4시가 넘었다.

장현칠님 부부와 황루시아 부부 모두 직장생활을 하니 6시가 넘어 퇴근하고 집에 들려 애들 데리고 오려면 7시는 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의 메뉴는 오갈피 백숙...

일단 닭을 주문했다.
집에 키우는 닭을 주문하면 바로 잡아서 연락을 해준다.
그리고 차타고 10분 정도 거리로 닭을 찾으러 가는 일은 초보농사꾼이 맡아주었다.

닭백숙을 하고 7살 채영이가 먹도록 밑반찬 두어 가지 해놓고 준비를 하는데 전화는 많이 오고 맘은 급하고...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퇴근해서 오는 사람들 일찍 밥을 먹여야 하는데 내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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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이는 환영의 뜻으로 풍선을 불어 현관 앞 외등 앞에 걸었다.
지난번 프랑스 신부님들이 오셨을 때 풍선을 샀는데 몇 개 남아서 그걸로 썼다.

장현칠님 부부가 먼저 산골에 도착했다.
정현칠님은 지난 1월 1일 봉평해수욕장에서 있은 해돋이 미사때 와주었다.
산골가족 만난다고...

그때 인사를 했고 그의 부인 외경씨는 초면이다.
그런데 낯설지 않았고 왠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같았다.

집을 둘러보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7시가 넘어서 황루시아 가족이 도착했다.
읍에서 방학인데도 학교를 다니는 선우를 태우고...

다시 인사를 시작했다.
두 가족은 모두 초면...

홈에서 아주 익숙해져서 그런지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나서는 이내 오래 묵은 포도주처럼 농담이 오가고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초딩인 용선이는 어깨 부위를 다쳐서 못오는줄 알고 서운해 했는데 오게 되어 얼마나 반갑던지...
붕대를 감아 조금 불편해 했지만 채영이와 함께 주현이 누나 방에서 선우 형이랑 넷이서 노는 소리가 밖의 자지러지는 소리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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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리에 술이 빠지면 클난다.
술은 이원무 신부님이 찬조해 주신 안동소주로 했다.
20도가 조금 넘는지라 부담이 없다나...

안동소주 총 6병에 1.8리터 들이 소주 패트병에 남아 있던 소주를 다 마셨다.
세 남자들 모두 서로 주거니 받거니 목으로 술 넘어가는 소리에 환하게 터뜨리는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추운 겨울밤에 열기를 더해주었다.

세 남자 중 한 명이라도 술을 마시지 못하면 마시는 사람도 못마시는 사람도 신경이 쓰일테지만 물만난 사람들처럼 술을 만나 즐거워 하는 세 남자들...
초보농사꾼 보다 모두 동생들이라 외아들인 초보농사꾼이 두 동생을 보는 눈빛도 따사롭다.

어깨를 다쳐 못오는줄 알았던 황루시아 아들 용선이가 와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안그래도 오고싶었다고 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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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칠님의 부인 외경씨랑 황루시아는 한끗발 차이...
그러니 그들 또한 동생뻘이라 여간 이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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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칠님이 전날 술을 하고 노래방에서 솜씨를 뽐내다 그만 못이 잠겨 말을 별로 못하자 외경씨가 이쁜 입으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황루시아는 중간중간에 깔끔한 멘트로 분위기를 푸근하게 해주고...그 두 사람이 얼마나 이뻐보이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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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채영 공주는 오면서 차멀미를 했다며 양 미간을 찌뿌리더니 집에 들어오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두꺼운 옷을 벗어 던지고 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내복 패션으로 다큰 언니랑 오빠 틈바구니에서 공주티를 내며 오가는 동작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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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웃고 노는 사이 날은 바뀌고 새벽이 되었다.
헤어지려는데 차 한잔을 따뜻하게 해야 한단다.
일단 상을 밀어 놓고 우린 차를 한 잔 나누었다.

구수한 차 한잔에 '인연'도 구수하게 가슴에 스며든다.

모두가 헤어질 시간,
초보농사꾼이 기념사진 찍는다며 폼을 잡으란다.
칼날같은 바람 사이에 서서 우린 '인연'의 날 기념 사진촬영을 했다.

(찍사가 시원찮아 멋진 얼굴들이 이리 된 점 정말 양해를 구한다.)

각자 차에 몸을 싣고 산골을 빠져 나가는 두 차량...

오늘 하루,,,
직장에서의 작은 피로라도 씻고 갔으면,,,,

살면서
'인연'이라는 단어를 한번이라도 떠올리는 날이었으면....

훗날 지금의 인연이 등시린 날 작은 손난로처럼 느껴지는 그런 순간으로 기억되었으면....

하고 화살기도를 하면서 차량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빨리 옷을 벗어라!"
+   [산골편지]   |  2009. 1. 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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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을 베는 듯한 날카로운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날이었다.
뱃사공은 고기 잡는 그물을 치기 위해 어린 아들을 데리고 강으로 갔다.
아들은 한쪽 뱃전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고, 뱃사공은 강 한가운데로 노를 저었다.

부지런히 노를 젓는 뱃사공의 얼굴에는 어느새 땀이 맺혔고 급기야는 땀이 줄 줄 흐를 정도가 되어 겉옷을 훌훌 벗었다.
그는 뱃전에 기대어 있는 아들이 무척 심심해하는 것 같아 말을 걸었다.

“무척 덥구나. 너도 어서 옷을 벗어라!”

아들은 옷을 벗기 싫었지만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윗옷만 벗었다.
아버지는 다시 입을 열었다.

“냉큼 벗으라는데도!”

어쩔 수 없이 아들은 속옷만 남긴 채 겉옷을 전부 벗었다.
뱃사공은 다시 노를 저어 가기 시작했다.
온몸으로 움직여 노를 젔던 뱃사공의 몸은 또 다시 온통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는 몸에 착 달라붙은 속옷마저 훌렁 벗어 던졌다.

“한겨울인데도 꽤나 덥구나, 더워!”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들은 살피지 않고 노만 저으면서 뱃사공은 아들에게 남은 옷마저 모두 벗으라고 했다.
하지만 아들은 쫌짝도 하지 않았다.

“빨리 옷을 벗어라, 이렇게 더운데 옷을 잔뜩 입고 있으면 되겠냐?”

“..........................”

아들의 대답이 없자 뱃사공능 그때서야 아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들은 뱃전에 기대 웅크리고 있었다.
뱃사공은 다시 큰 소리로 아들을 불렀다.
하지만 아들은 여전히 움직임이 없었다.

뱃사공은 노를 놓고 아들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랬더니 아들이 그만 옆으로 쓰러지는 게 아닌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아들이 그만 얼어 죽어 버린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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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도서관에 갔었다.
책을 읽는데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감기가 걸리려는 신호였던 것이다.

그리 신호가 오면 제일 먼저 머리가 반응을 한다.
지끈지끈...

그러다 보니 책내용도 머리에 잘 안들어 오고, 눈은 점점 감기고... 그러면서도 여기까지 온 것이 아까워 빌린 책을 계속 보았다.
반은 머리에 들어 왔다 나가고 반은 아예 들어오지 않고...

그러다 정신이 화들짝...들게 하는 대목이 있었다.
바로 이 글이었다.

자식이란 내 소유물이 아니라 잠시 동안 신이 맡기신 보물을 잘 간수해야 하는 것...
그 간수라는 것이 의무와 책임,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음을 말할 필요도 없다.

머리로는 아는데 난 곧잘 그 본문에 충실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귀농 전에는 욕심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관계로 소홀했을 것이며, 귀농 후에는 그저 낯선 이곳에 뿌리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 그 의무를 소홀히 했을 것이다.
처녀가 애를 배도 할말이 있다고 할 이유는 있다.
그러나 저러나 결론은 피해가지 못한다.

나에게 인연이 되어 온 아이들에게 사랑과 행복, 기쁨의 씨를 심어주어 싹을 틔우게 했어야 했지만 밥먹듯 그 의무를 소홀히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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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에서처럼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느라 아이들 입장을 잊고 산 것은 아닌지...

날이 차다.
마당에 나섰는데 겨울바람까지 등을 돌려 울적한 마음을 더 얼리고 있다.

바다는 하루에 70만번이나 파도를 쳐서 새로워진다고 하는데 난 몇 번이나 죽비로 내 등을 쳐야 새로워지려는지....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산골편지-- 산골소녀의 버릇
+   [산골편지]   |  2009. 1. 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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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이가 옆에서 몽골 책을 읽고 있다.
어제까지 날더러 빨랑 읽으라도 재촉한 책이라 늦도록 다 읽었다.
그때 하는 말이 왜 그리 책을 빨리 못읽느냐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난 책을 빨리 못읽는다.
그게 답답할 때가 많다.
그렇다고 아주 빨리 읽는 것은 싫어한다.
생각하며 읽을 기회를 잃으니까...

그런데 그렇다 치더라도 좀 늦다.

오늘도 옆에서 엄마 책 왜 그리 늦게 읽느냐고...
자기는 빨리 읽는다고...

선우도 빨리 읽는다.

하여간 난 소리내어 읽는 정도의 수준으로 눈을 굴린다.

그런데 주현이는 저만 책을 읽으면 되지 꼭 읽어준다.
선우는 자주 읽어주지 않고 자기가 정말 감동받은 대목만 읽어준다.
책을 읽어 준다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 이런 경우는 좀 그렇다.

어제 내가 죽도록 읽은 책을 또 읽어준다니...ㅜㅜ
사양했는데 들으란다.
어제 읽었는데 뭐 하러 읽어주라니 자기가 읽어주는 거랑은 다르단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마음을 비우고 들으란다.
말은 잘한다.
이 정도면 공해지 싶다.

왜 읽어주려고 하느냐,,
어제 읽은 것을 읽어준다는 것은 공해다...라고 해도 들으란다.

우린 도대체 왜그러느냐고 하며 한참 웃었다....

주현이가 그리고 선우가 겨울방학 동안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연을 쫓는 아이'를 사려고 한다.............
주현이가 그 작가의 책 잘 읽었다고 어제도 내 옆에서 말했는데....

지금도 이 글에 집중해 있는 내 귀에 몽골이야기는 계속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저 사진은 2005년도에 찍은 것이니 주현이가 초등학교 5학년때 찍은 사진이다. 주현이는 동물사랑이 아주 특별한 아이다. 그것도 귀농하고 안 사실이니 얼마나 큰 수확인지...지금 산골소녀는 새해들어 중3이 된다.

이 사진은 옛날 오두막 집 연통을 뺐던 자리에 새가 알을 낳았다. 이제 어린 새가 엄마의 먹이를 기다리며 입을 벌리고 있다. 손님들이 하도 떠들고 문을 꽝꽝 닫으니 산골소녀는 그게 맘에 걸린 모양이다. 이렇게 경고문을 붙이길 몇 년 전에도 그랬으니...더 어려서.... )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산골일기--침묵 속에 서보라!!
+   [산골편지]   |  2008. 12. 3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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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6일

인디언들은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상징하는 12월을 무엇이라 표현했을까.
한참을 상상해 보았다.


얼굴 흰자들이 약탈자라고, 무식쟁이라고, 야만인에다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했던 인디언들이 과연 그랬을까...

세상이 좋아져서인지 이제야 자연에 귀 기울여서인지 몰라도 현재 스코어 인디언들이 그렇다고 믿는 이들은 거의 없지 싶다.

인디언 크리크족은 12월을 ‘침묵하는 달’이라고 했다.

그 표현이 보통 지혜로운 것이 아님을 새삼 느낀다.
한 해 열두 달 중 가장 침묵해야 하는 달임이 틀림없다.
그동안은 신발을 제대로 꿰차고 달리고 있는지, 급한 마음에 맨발로 내달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헐떡였다.

한겨울 어미 소가 뿜어내는 입김보다 더 허옇게 입김을 뿜어내며, 거품을 물고 얼굴도 그 거품 색깔과 셋트로 만들고는 내달렸다.

그뿐인가.
세 치 혀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고, 기절도 시키고, 자빠지게도 만들고, 반 식물인간을 만들기도 했다.

남보다 더 많이 가져야 하고, 남보다 내가 , 내 가족이 더 삐까 번쩍 광이 나야 했다.
여봐란듯이 떵떵거려야 제대로 산 것같은 착각의 나날들이었다.
그러자니 제정신으로 살지 못하고 그렇게 힘찬 물살에 휩쓸려 살았다.

인디언들의 12월을 부르는 그 표현은 평소에는 그렇게 살았더라도 달랑 남은 한 달 12월만큼은 온갖 욕망과 욕심 등도 죄다 내려 놓으라는 뜻일 것이다.

그렇게 12월은 침묵해야 하는 시기다.


지금껏은 눈 흰자위를 휘번뜩거리며 남에게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12월만큼은 침묵 속에서 내 자신에게 모든 시선을 집중할 일이다.

벌거벗고 서있는 나무가 아무 생각 없이 그러고 있는 것이 아님은 알아야 하는 시기도 바로 12월이다.


그 나무를 흉내내며 나를 벌겨벗겨 보아야 한다.
철저히 나무라고, 질책하고, 야유를 퍼부어야 한다.
내 자신에게 제일 진실해야 하는 시기라 그렇다.


그렇듯 침묵 속에서 나를 저울질 한 다음에는 새해에 힘을 실어주는 의미에서 내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어야 한다.

병주고 약준다는 표현이 여기에 걸맞도록 해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도 힘찰 것이고 믿는다.

이제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시점에 서있다.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기울이고, 내가 내 자신에게 하는 말에 귀울이려고 한다.
그래야 그 지혜로움으로 새해라는 달구지를 잘 끌고 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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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아낙의 산골편지--중노릇과 농사
+   [산골편지]   |  2008. 12. 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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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맞아졌는데도 아침마다 새들이 모닝콜을 해주었었다.
그런데 요즘은 부쩍 그들의 소리가 예전만 못하다.
사기가 죽은 것인지, 자연환경이 그들의 수를 점점 제한해 가고 있는지.. 아니면 지들도 연말이라고 침묵수행중인지...
나 혼자 일어나 앉아 까칠해진 숲을 둘러본다.

**********************************

법정 스님은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책에서
"중노릇이란 어떤 것인가? 하루 스물네 시간 그가 하는 일이 곧 중노릇이다. 일에서 이치를 익히고, 그 이치로써 자신의 삶을 이끌어간다. 순간순간 그가 하는 일이 곧 그의 삶이고 수행이고 정진이다"라고 했다.

내가 귀농하기 전에는 모르고 지나갔는데 귀농하고 나서 책을 읽다보면 농사꾼, 농사에 대한 표현이 최하위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음을 보았다.
(법정 스님 책 이야기 마치자 이 이야기를 하니 혹시 스님 책에서 그런 내용이 있다고 생각할까봐 미리 사족을 붙이면 스님 책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음을 밝혀둔다)

이 이 귀농을 길을 택하기 전에는 별 느낌 없이 읽었던 대목이었는데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농사가 존경받는 직업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존경은 커녕 천대시되었던 것으로 묘사된 내용을 많이 읽었다.

그러나 이제 귀농 9년차에 이르는 동안은 뭣도 모르고 대든 농사였지만 호미질 9년이 되다 보니 나름대로 농사꾼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법정 스님은 하루 스물 네 시간 중이 하는 일이 중노릇이라고 하였듯이 농사꾼의 일 또한 그에 견줄 수 있다.
농사란 땅을 갈고, 거름을 주고, 씨뿌리고, 곡식을 키워 걷우는 일만이 아니다.
하늘과 자연의 섭리를 잘 알아야 한다.

그 섭리를 파악하는 지혜를 갖지 못하고 자신의 욕심과 힘과 어슬픈 기술만 갖고 대들었다가는 낭채보기 십상이다.
그뿐인가.
 거기에서 희망을 싹틔우고, 꿈을 잉태하기는 애시당초 글렸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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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신이 하늘에 걸어놓은 해 있는 동안만 일하는 것이 아니다.
출퇴근의 개념이 불분명한 일이 농사다.
해뜨기 전과 해지고 난 후의 자연이 들려주는 잔잔한 이야기에 귀기울여 지혜를 닦아야 하고, 삶의 가치관을 수시로 점검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농사 이상 종합예술이 없다고 난 생각한다.

불경기인데다 직장마다 명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귀농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고 한다.
귀농...
다만 농사에만 촛점을 맞추기 보다는 보다 넒은 개념의 농사와 그 뒷그림자의 지혜와 자연 혜택 등을 잘 감지할줄 아는 사람만이 흙과 도반이 되고 땅에서 기쁨을 얻을 것이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농사꾼이 되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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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아낙의 일기-- '가야 하는데...'
+   [산골편지]   |  2008. 12. 2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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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부터 눈이 내려 집으로 올라오는 큰 돌 부분이 위험하게 되었다.
결국 성당행을 포기해야 했다.
그런 날은 조금 어수선하다.

꼭 뭐 누고 뭐 안닦은 기분이랄까...
하여간 뭔가 나사 하나 빠진 것같으면서도...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오늘도 약간의 문제가 있다.

선우네 고등학교에서 오늘 축제가 있단다.


당연히 늙은 부모들이야 소용이 없겠지만 이번에는 부모님들도 오셔서 애들 노는 것도 보고 , 함께 호흡도 하고 그러라는 의미로 교장선생님께서 부모님들도 시간되시면 구경오시라고 했단다.
담임선생님 말씀이...

그렇다면 그것도 의미있는 일겠다 싶어 오늘 가려고 했는데 이거 눈이 문제라...
내 운전실력으로는 국도까지가 문제다.
국도는 워낙 울진군이 잘 치우기때문에(이건 진짜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국도까지 가는 길이 위험하다.
그래서 결국 또 포기...

안그러면 초보농사꾼을 대동하고 가야하지만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초보농사꾼도 오늘 일의 스케줄이 빡빡한데...

모든 일에 후회나 실망을 안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짧게 , 다음 해야할 일이나 다짐, 희망은 길게....!!!!
하자고 초보농사꾼과 아침 식사하면서 말했다.
그럼 실천해야지...

산골에 와서 여러 가지 변화에 대해 한번 죽 글로 나열하고 싶다.
내가 이렇게 변했음을 나도 놀라며 나에게 용기를 더 주고 박수도 쳐주기 위해서라도...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사진은 2년전에 산골아이들 모습이다. 겨울의 놀이 또한 무궁무진하다.. 애들이 하도 권하기에 저 자리에 앉았다가 개울가로 박혀 죽는줄 알았다. 그 후로 절대로 저 자리를 탐내지 않는다. )


 
 
        

 

산골아낙의 귀농이야기-- 가마솥 지혜
+   [산골편지]   |  2008. 12. 1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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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의 둥지는 숲으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숲의 나무들은 늘 그날이 그 날 같았습니다.

그런데 귀농 나이테가 늘어날수록 그게 아님을 알았습니다.

어느 날 눈을 들어 보년 나를 놀래키려고 이쁜 옷으로 갈아 입고 서있고, 어떤 날은 립스틱 짙게 바르고 시있기도 합니다.

그 날이 그 날 같던 나무가 있었습니다.

또 어떤 날은 노을을 망토로 두르고는 새침하게 서있곤 했습니다.

또 장난기가 발동한 날엔 하얀 솜이불을 뒤집어 쓰고 ‘나 찾아봐라’하곤 하지요.

그날이 그날같던 나무.

어느 날은 벌거벗고 서서 내게 말합니다.

삶은 그렇게 빈 것이라고...

그날이 그날같던 나무

그가 철학자였고, 미술가이고, 코미디언이었다는 걸 이제 압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매우 기쁜 일이나 그러고 보니 내 나이테가 너무 많이 늘어있습니다.

*****************************

그 날이 그 날 같던 많은 날들이 지나고 이제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낭떠러지 12월에 서있습니다.

새털처럼 많은 날들인듯 가벼이 그를 대했던 것은 아닌지...

내일이 있으니까 하고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는 않았는지...

하루 중에 만난 인연들에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애틋하게 대했는지...

신에게서 두 명의 자녀를 맡은 엄마로서 그 의무에 충실했는지....

이제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에 온 마음을 묶어 놓고 있습니다.

지난 한 달 한 달도 지금처럼 애절하게 보냈다면 지금쯤은 찰떡을 먹은 것처럼 뿌듯하게 세모를 보내겠지요.

그러나 어리석게도 한 해 끝의 내 모습은 패잔병같습니다.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구체적인 나의 중심생각, 삶의 기준이 될 각오 등을 하나하나 적어보면서 새해의 실천을 다짐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에머슨의 이런 말을 적어 읽고 또 읽었습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착오는

지금은 결정적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날 그날이 평생을 통해서 가장 좋은 날이라는 것을

마음 속 깊이 새겨 두어야 한다“

그렇습니다.

당장 지금 이 순간이 평생을 통해서 가장 좋은 날, 내일이란 없고, 오늘만 있다는 생각으로 며 새해는 하루의 퍼즐을 맞추고 싶습니다.

누가 그랬지요.

쓰는 순간 이루어진다고...

이렇게 써보고 다짐하는 것만으로도 한 걸음은 뗀 것이나 마찬가지겠지요.

그러나 가마솥에 무엇을 익히려면 오래 불을 지펴야 하고, 뜸을 들여야 하고 그러고도 한숨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듯 새해에는 오래 불을 지필줄 아는 사람이고 싶고, 금방 반응을 보이기 보다는 뜸을 들이며 안으로 안으로 나를 다스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다릴줄 아는 지혜를 같고 싶습니다.

그것이 바로 가마솥 지혜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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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아낙의 귀농이야기-- 가마솥 지혜
+   [산골편지]   |  2008. 12. 1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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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의 둥지는 숲으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숲의 나무들은 늘 그날이 그 날 같았습니다.

그런데 귀농 나이테가 늘어날수록 그게 아님을 알았습니다.

어느 날 눈을 들어 보년 나를 놀래키려고 이쁜 옷으로 갈아 입고 서있고, 어떤 날은 립스틱 짙게 바르고 시있기도 합니다.

그 날이 그 날 같던 나무가 있었습니다.

또 어떤 날은 노을을 망토로 두르고는 새침하게 서있곤 했습니다.

또 장난기가 발동한 날엔 하얀 솜이불을 뒤집어 쓰고 ‘나 찾아봐라’하곤 하지요.

그날이 그날같던 나무.

어느 날은 벌거벗고 서서 내게 말합니다.

삶은 그렇게 빈 것이라고...

그날이 그날같던 나무

그가 철학자였고, 미술가이고, 코미디언이었다는 걸 이제 압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매우 기쁜 일이나 그러고 보니 내 나이테가 너무 많이 늘어있습니다.

*****************************

그 날이 그 날 같던 많은 날들이 지나고 이제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낭떠러지 12월에 서있습니다.

새털처럼 많은 날들인듯 가벼이 그를 대했던 것은 아닌지...

내일이 있으니까 하고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는 않았는지...

하루 중에 만난 인연들에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애틋하게 대했는지...

신에게서 두 명의 자녀를 맡은 엄마로서 그 의무에 충실했는지....

이제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에 온 마음을 묶어 놓고 있습니다.

지난 한 달 한 달도 지금처럼 애절하게 보냈다면 지금쯤은 찰떡을 먹은 것처럼 뿌듯하게 세모를 보내겠지요.

그러나 어리석게도 한 해 끝의 내 모습은 패잔병같습니다.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구체적인 나의 중심생각, 삶의 기준이 될 각오 등을 하나하나 적어보면서 새해의 실천을 다짐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에머슨의 이런 말을 적어 읽고 또 읽었습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착오는

지금은 결정적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날 그날이 평생을 통해서 가장 좋은 날이라는 것을

마음 속 깊이 새겨 두어야 한다“

그렇습니다.

당장 지금 이 순간이 평생을 통해서 가장 좋은 날, 내일이란 없고, 오늘만 있다는 생각으로 며 새해는 하루의 퍼즐을 맞추고 싶습니다.

누가 그랬지요.

쓰는 순간 이루어진다고...

이렇게 써보고 다짐하는 것만으로도 한 걸음은 뗀 것이나 마찬가지겠지요.

그러나 가마솥에 무엇을 익히려면 오래 불을 지펴야 하고, 뜸을 들여야 하고 그러고도 한숨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듯 새해에는 오래 불을 지필줄 아는 사람이고 싶고, 금방 반응을 보이기 보다는 뜸을 들이며 안으로 안으로 나를 다스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다릴줄 아는 지혜를 같고 싶습니다.

그것이 바로 가마솥 지혜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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