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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편지8-- 산골의 결혼기념일
+   [산골편지]   |  2008. 8. 2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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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가 바람에 많이 부러졌다.
저도 안부러지려 애를 써서인지 부러진 놈의 다른 줄기도 얼굴이 노랗다.
고추줄은 그래서 쳐준다.

일일이 고추 4~5주마다 지주대를 박아 주고 그것을 기둥으로 삼아 줄을 띄운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하는 작업이라 보통 허리가 아픈 일이 아니다.
주인의 손을 기다리지 못하고 부러진 놈은 저대로 서운한 모양인지 땅에 온전히 몸을 붙이지 못하고 어미 몸에 부러진 채 붙어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
한 줄 한 줄 하다보니 어느 새 반은 했다. 더 이상은 허리가 바쳐주지 않으니 그만 내려올 수 밖에 없다.
내일까지는 꼬박해야 되는데 밤새 바람에 잘 버텨줄지......
****************************

사람이 무엇에 길들여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길들여진다는 건 생각없이 당연히 그리해야 되는 것으로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 멜라뮤트(일명 썰매끄는 개)도 밖의 수도에서 물소리가 나면 늑대소리를 내며 짖는다. 주인아저씨가 제 밥주기 전에 꼭 물을 길어다 주었기 때문이다.
개집을 집가까이에서 멀리로 옮겼는데도 그 행동은 여전하다.

하물며 사람이야.
오늘은 우리가 결혼한지 10년째되는 날이다.
도시에서야 며칠 전부터 각자 잔머리 굴리기에 바빴다.

눈치껏 제 속셈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미리부터 이미지관리, 표정관리, 분위기관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루 전날 슬쩍 '욕구’를 풍기면 거의 대부분은 미끼에 걸려들었고 서로의 주머니 사정에 관계없이 그 욕구를 충족시키곤 하였다.
그러나 이곳 산골에서는 뻔한 상황에서 며칠 전부터 잔머리돌릴 일이 없으니 속편하다.

단지 남편이 이 산골로 온 후 그 날을 기억할까만이 궁금했었다.
오늘은 고추줄을 매어 주기로 한 날이라 계획대로 고추줄을 넣은 베낭을 하나씩 등에 메고 줄을 띄웠다.

워낙 더운 날이라 '오늘이 그 날’이라는 기억도 오락가락할 정도였다.
남편이 저 쪽에서 매던 끈을 놓고 오기에 담배 한 대 피우려나 보다 했다.
“선우엄마, 축하해. 달리 줄 것도 없네”하며 쑥스럽게 내미는 것이 있었다.

하얀 개망초꽃
평소에 하도 흐드러지게 피기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는데 하얗고 작은 것이 향기도 그윽했다. 도시에서의 그 어떤 선물이 이에 비길까?

남편은 마음이 야물지 못한 아내의 얼굴에 흐르는 속내를 읽으려고 애쓰는 표정이다.
하얀 선물을 들고 잠시 서있었다.

감정이 제 갈길을 못찾고 헤맨 탓에.....
우리 둘은 밭고랑에 앉았다.

그러자 축하공연이 시작되었다.
해님은 조명을 맡았고, 구름은 소품담당, 나무와 바람은 음향담당.
고추잠자리와 나비가 춤을 추더니 이름 한 번 불러 주지 못한 새들도 제 목청껏 노래를 불러 주었다. 무대를 장식한 꽃들은 향기뿜기에 나 만큼 땀을 흘리고 있다.

밭가에 아주 작은 냇물도 한 목소리한다.
주위를 한 바퀴 둘러 보는 눈가에 흐르는 하얀 물을 흠치며 나도 나의 고마운 친구들에게 답가를 불렀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바람부는 벌판에 서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도시에서는 지금 이 시각쯤이면 아파트에 꽃바구니와 케익,카드가 배달되었을테지만 그런 것은 없어도 내 마음의 구석진 부분까지 읽어 주는 친구들이 있으니 마음든든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정말 선물이 배달되었다.
4시경에 배달되는 나의 산골 아이들.

지에미, 애비가 집에 안보이자 밭으로 직행한 결혼기념선물을 끌어 안았다. 축하공연하느라 비지땀을 흘린 친구들도 같이 안아 주었다. 남편은 선물도 배달되었으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잔다. 하늘, 바람, 구름도 등을 떠민다. 아이들도 좋아라 고추잠자리 앞세우고 집으로 향했다.

남편은 산골 오두막에 촛불을 켜고 주현이에게 축하곡을 부탁했다.
도시에서 피아노를 배우다 산골로 내려온 후 배움을 중지한 주현이는 밑천이 별로 없는 것이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아는게 ‘징글벨’ 외에 몇 곡이 전 재산.
산골에 울려퍼지는 여름밤의 ‘징글벨’소리
************************************

사람이 무엇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무서운 일만은 아니다.
난 이리 익숙해질 것이기 때문에…………….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은 나더러 더 맑아지라 한다.
별은 나더러 더 푸르름을 가슴에 안으라 한다.

2001년 6월 29일 아주 따갑던 날에 산골에서 (하늘마음농장)
배동분 소피아


 
 
        

 

책이야기--따뜻한 밥 한 그릇
+   [산골아이들의 책이야기]   |  2008. 8. 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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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머리에 이 책은 '아무 것도 아닌' 책이라는 말을 남긴다.
아무 것도 아닌 책...

요즘 세상의 판단 기준으로 무엇이 중요하게 여겨지는지 아는 작로서는 이 글이 어쩌면 그 판단기준에 못미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요즘 가치기준은 돈이 되어야 하고, 지식창고에 넣을 수 있는 그런 것이어야 하고, 취미나 흥미위주여야 하고 ...등등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우위에 있어야 할 것이 영혼관리인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작가는 세상의 판단기준으로 그런 말을 첫머리에 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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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잖아 보이는 것들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지닌 아름다움과 예쁨을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의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모두가 비관적으로 보는 가운데서도 희망을 볼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있어야 합니다." (책 내용 중에서)


이제 흐름은 서서히 정신, 정서, 영혼이라는 단어를 들먹이게 되었다고 본다.
벌써부터 그리 되어야 했는데 늦은감이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이 책은 후자의 흐름에 걸맞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손을 잡고 걸어가는'이라는 꼭지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어저께 방송 일을 마치고 나가다가 오십 대 중반쯤의 남성 두 분이 약주가 거나한 채로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걸 보았습니다. 뭔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따뜻했고요.
"거, 남자들끼리 무슨 재미로 손을 잡고 가나, 참 볼썽도 사남게." 이런 말씀하실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오랜 세월을 함께한 친구로 보이는 분들이었습니다.

이러저러한 사연을 지니고 살아온 두 친구가 모처럼 만나 한 잔 두 잔 나누었겠지요. 서로의 고민도 털어놓고, 그런 끝에 서로의 처지가 남의 일 같지 않아 깊은 한숨도 쉬었겠지요.
개구쟁이 시절에는 저도 그랬습니다.
동무끼리 손을 잡고 신바람이 나서 동네를 쏘다닐 무렵에는 세상에 무서운 게 없었습니다.
조금은 비틀거리면서, 그래도 서로의 손을 꼬옥 잡고 걸어가는 그분들의 모습에서 왠지 어린 시절의 더운 기운이랄까요. 뭔가 따뜻한 미더움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전혀 흉하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 난 남편을 떠올렸다.
남자들도 여자와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남자라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행동의 제약을 받을까...
그 제약은 누가 줘서가 아니라 그렇게 되어져 온 , 당연시 되는 것으로 그렇게 살아야 하는 남자들이 아닐까.
그들도 울고 싶을 때도 많고, 친구와 손잡고 수다떨며 걸어가고 싶은 때도 있을텐데....하고...

남편들이 말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아도 가슴 속은 그렇게 요동치고 있음을 아내되는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데...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여기에 실린 글은 작가가 진행하는 라디오 불교방송(BBS-FM)의 프로그램 '살며 생각하며를 진행할 때 수인사로 올렸던 글들을 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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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불 때고 나서 꼭꼭 눌러 담은 화로가 들여지면, 어둑한 방이 그 불빛으로 발그레해졌었지요. 그 위에서 된장뚝배기 같은 게 끓고 있으면 마음이 더없이 든든하고 행복했었습니다.
생각하면 한편 서럽기도 하고 그립기도 한 시절인데 이제 다 흘러가버린 걸까요." (책 내용 중에서)


각양각색의 청취자들에게 모두 울림이 되는 말을 했어야 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참으로 그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신중했을 것으로 알기에 이 글 자체를 놓고 단순히 가치있다, 없다를 판단하는 것을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방송 시작 인사를 엮은 책은 처음으로 읽는다.
방송에 소개된 사연들을 엮은 책이 참으로 많이 나와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지만 그런 책을 한번도 읽은 적이 없었다.

물론 그런 책하고는 다른 책이지만 말이다.

여기에는 불교방송이라는 특정 프로의 성격을 띠지만 글 어디에도 종교를 따로 이야기하거나 종요와 관련된 글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참으로 편안하고 따뜻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자도 이렇게 섬세하고 연한 꽃잎같은 글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일들...
스치면 그냥 스치고 지나갈 일이지 되돌아볼 이유가 없는 그런 일들도 편안하게 풀어내다 보니 방송 수인사라는 글형식이라 가능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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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모범이 되어 줄 수 있는 존재, 친구 같으면서 또 한편으로 스승 같기도 한 존재, 그런 존재가 우리 주위에 한두 사람쯤만 있다해도 덜 외롭고 덜 지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책 내용 중에서)

저자 김사인/

1955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2년부터 시와 문학평론을 발표하였다.
시집 <밤에 쓰는 편지> <가만히 좋아하는>과 <박상률 깊이읽기>등 몇 권의 편저서를 냈으며, 신동엽창작기금과 현대문학상,대산문학상을 받은 바 있다.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BBS FM라디오 불교방송의 심야 프로그램 '살며 생각하며'를 여러 해째 진행하고 있다.

사진작가 신철균/

1929년에 태어나 1950년대 말부터 사진에 입문했다.
제17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전라북도 미술대전 특선 수회, 아시아 유네스코 사진전대상 등을 수상한 원로작가이다.
서민들의 일상에 나타난 진솔한 삶의 표정과 어린이의 천진스런 모습을 흑백으로 표현하는 작품을 내고 있다. 현재 군산에 머무며 창작생활을 하고 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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