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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_해당되는 글 13건
2009.05.22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마음설레는 직업 
2009.02.08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하늘이 바다를 만날 때 
2008.12.02   귀농풍경 -- 이 모습이기를.... 1
2008.08.21   산골편지8-- 산골의 결혼기념일 
2008.08.14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2008.08.14   산골편지6--지어먹은 마음대로.. 
2008.08.13   완득이 
2008.08.13   산골편지5 -- 어디에 마음을 두고 사는가?? 
2008.08.12   귀농일기 --거북바위 이야기 
2008.08.12   산골편지4 --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마음설레는 직업
+   [산골편지]   |  2009. 5. 22.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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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21일

바닷가에 사는 이는 아침에 눈뜨면 바닷물이 어디까지 와서 찰랑일까를 내다 볼 것이다.
산중에 사는 이는 아침에 눈 비비면 툇마루에 앉아 해가 어느 산등성까지 밀려들고 있는지 내다 본다.

바다는 어느 날은 성난 모습으로, 어느 날은 내가 키웠던 순하디 순한 맬라뮤트 심성처럼 순하게 밀려 올 것이다.
그러나 해는 감정의 굴곡이 없다. 그 날이 그 날이다. 언제나 그 모습으로 온다.

다만 바다는 결석 없이 찾아오지만,
해님은 결석이 심심잖다. 장마철에는 얼굴 잊을까 겁난다.

바다와 해님은 그런 성격차가 있지만 바닷가에 사는 사람이나 산중에 사는 사람이나 자연에 목매달고 애틋해 하는 사람들은 바다에 안부를 묻고 해에게 안부를 묻는다.

 

***************************************

산골은 지금 퇴비와의 전쟁중이다.


늦게 도착한 퇴비를 한시라도 빨리 땅에 콩고물 뿌리듯 뿌려야 한다.

그런 다음 트렉터로 부실부실하게 땅을 간 다음 골을 타고 비닐을 골골마다 덮어주어야 한다.
그 준비가 끝나면 그 밭의 주인공인 야콘 모종과 고추 모종이 들어와 둥지를 튼다.

봄에 이 모든 과정이 끝나야 농부는 한시름을 놓는다.


그렇다고 하여 시름줄을 아예 놓은 것은 아니다.

조금 후면 삐죽삐죽 올라오는 풀들과의 한판 승부를 몇 달에 걸쳐 치러야 한다.


시간은 흘러 가을이 되면 이제는 서리오기 전에 걷우어 들이느라 또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그렇게 얼추 가을걷이가 끝나고 숨을 돌리면 첫눈이 온다.
농부는 그렇게 또 한 해를 갈무리한다.


이제 귀농 10년차다.
라면 장사 10년이면 눈감고도 끓이고, 10년 사업을 하면 눈감고도 고객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10년 횟집을 하면 눈감고도 날카로운 회칼을 공중제비하며 회를 뜨련만 산골의 초보농사꾼은 농사 10년차에 눈감고도 척척 농기계를 다룰줄 알아야 하건만 아직도 고치러가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귀농10년차가 되니 농사란 나 잘난 멋에 짓는 게 아니라 대지와 하늘의 눈치를 봐가며 짓는다는 것을 터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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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대지에 의존하고 감사해야 하는지를, 내 실력으로만 짓는 농사가 아니라 어느 정도 하늘에 목매달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으니 눈 감고도 라면을 끓이고, 마음을 꿰뚫어 보고, 회를 뜨는 것보다 더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한 해를 시작하는 것처럼 겨울이 지나고 봄농사가 시작되는 시기가 되면 마음이 설렌다.
이렇듯 내 직업은 마음이 설레는 직업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하늘이 바다를 만날 때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2. 8. 20:12  

수필집이나 소설책을 선물로 받는 경우는 자주 있다.
그러나 시집을 선물로 받는 경우는 드물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수필집이나 소설책보다 시집을 선물한 경우가 드물다.

이번에는 우리 홈에 좋은 시를 매일 따끈하게 배달해 주시는 문영미님으로부터 시집을 선물로 받았다.
한 권은 주현낭자가 서울가면서 가져갔고, 한 권은 지그 내가 읽고 있다.
빨리 읽고 다른 한 권도 서둘러 읽고 싶어진다.

이 시집은 제목 위에 '작은 詩앗 채송화'라고 되어 있어서 무슨 뜻일까 했었다.
그런데 여는 글을 읽어보니 충분히 그 뜻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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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의 두 곳을 인용하면 그 뜻을 제대로 알 수 있다.

"이즈음은 큰 것들의 시절입니다. 큰 것들이 맹위를 떨칩니다. 그 틈바구니에서 작은 것들은 힘을 못 씁니다. 빠른 속도에 눌려 느린 것들은 잘 보이질 않습니다.

우리 시도 점점 길어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거인국같이 될까 두렵습니다. 이 현란한 시대에 할 말이 많아서일 겝니다...."

"꽃은 크고 화려한 꽃만이 아니라, 땅에 기대어 가장 낮게 자라는 '채송화'같은 꽃도 있습니다.
채송화를 자세히 보려면 머리를 낮게 숙여야 한다. 그렇게 숙여서 하늘을 향하면 온갖 것들이 다 보입니다.저희는 그 '채송화'를 닮은 시를 쓰고자 합니다"라고 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짧고 간결하다.
군더더기 없는 시라서 읽을수록 상큼해진다.

일본의 한 줄 시처럼 짧은 시 긴 감동이다.
머리가 복잡하게 얽힐 때 읽으면 단순해지고, 기분 업될 것같다.

시 한편 소개하면..


 

달력을 걸며 (오 인태)

또, 깍아 곶감 한 줄 달다


 

기막히네요.
곶감처럼 하나하나 빼먹다가 세월보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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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늦은 시간에 시집을 읽고 또 읽으며 여유를 부려 봅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풍경 -- 이 모습이기를....
+   [산골풍경]   |  2008. 12. 2. 12:25  
오늘 아침 이 시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축복의 기도

이제 또 한 사람의 여행자가

우리 곁에 왔네.

그가 우리와 함께 지내는 날들이

웃음으로 가득하기를....

하늘의 따뜻한 바람이

그의 집 위로 부드럽게 불기를..

위대한 정령이 그의 집에 들어가는

모든 이들을 축복하기를...

그의 모카신 신발이

여기저기 눈 위에

행복한 발자국을 남기기를...


-체로키 족 인디언들의 아이의 탄생을 축복하는 기도-


경제난으로 제 자식을 죽이고 본인도 죽으려는 가장이 있다는 뉴스도 보았지만
울진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네요.
너무 마음 아픈 일입니다.

산골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 맨 끝에 이 인형이 있습니다.
밖으로 내다 놓으려다 들여 놓은 이유가 있습니다.

엄마는 아이를 업고 아버지는 지게에 나무를 해 오는 모습입니다.
시골 풍경이지요.
그 모습이 얼마나 따뜻하던지요.

아마 엄마는 아이를 업고도 같이 일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는 나무를 지게에 지고 오는 모습이라고 상상하며 늘 봅니다.

이런 따뜻한 가정...
입고 먹고 할 것은 풍족치 않으나
마음은 풍족한 이런 가정....

오늘
이런 가정이 많기를, 이 불경기에 이런 가정이 많기를 소망해 봅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산골편지8-- 산골의 결혼기념일
+   [산골편지]   |  2008. 8. 2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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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가 바람에 많이 부러졌다.
저도 안부러지려 애를 써서인지 부러진 놈의 다른 줄기도 얼굴이 노랗다.
고추줄은 그래서 쳐준다.

일일이 고추 4~5주마다 지주대를 박아 주고 그것을 기둥으로 삼아 줄을 띄운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하는 작업이라 보통 허리가 아픈 일이 아니다.
주인의 손을 기다리지 못하고 부러진 놈은 저대로 서운한 모양인지 땅에 온전히 몸을 붙이지 못하고 어미 몸에 부러진 채 붙어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
한 줄 한 줄 하다보니 어느 새 반은 했다. 더 이상은 허리가 바쳐주지 않으니 그만 내려올 수 밖에 없다.
내일까지는 꼬박해야 되는데 밤새 바람에 잘 버텨줄지......
****************************

사람이 무엇에 길들여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길들여진다는 건 생각없이 당연히 그리해야 되는 것으로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 멜라뮤트(일명 썰매끄는 개)도 밖의 수도에서 물소리가 나면 늑대소리를 내며 짖는다. 주인아저씨가 제 밥주기 전에 꼭 물을 길어다 주었기 때문이다.
개집을 집가까이에서 멀리로 옮겼는데도 그 행동은 여전하다.

하물며 사람이야.
오늘은 우리가 결혼한지 10년째되는 날이다.
도시에서야 며칠 전부터 각자 잔머리 굴리기에 바빴다.

눈치껏 제 속셈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미리부터 이미지관리, 표정관리, 분위기관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루 전날 슬쩍 '욕구’를 풍기면 거의 대부분은 미끼에 걸려들었고 서로의 주머니 사정에 관계없이 그 욕구를 충족시키곤 하였다.
그러나 이곳 산골에서는 뻔한 상황에서 며칠 전부터 잔머리돌릴 일이 없으니 속편하다.

단지 남편이 이 산골로 온 후 그 날을 기억할까만이 궁금했었다.
오늘은 고추줄을 매어 주기로 한 날이라 계획대로 고추줄을 넣은 베낭을 하나씩 등에 메고 줄을 띄웠다.

워낙 더운 날이라 '오늘이 그 날’이라는 기억도 오락가락할 정도였다.
남편이 저 쪽에서 매던 끈을 놓고 오기에 담배 한 대 피우려나 보다 했다.
“선우엄마, 축하해. 달리 줄 것도 없네”하며 쑥스럽게 내미는 것이 있었다.

하얀 개망초꽃
평소에 하도 흐드러지게 피기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는데 하얗고 작은 것이 향기도 그윽했다. 도시에서의 그 어떤 선물이 이에 비길까?

남편은 마음이 야물지 못한 아내의 얼굴에 흐르는 속내를 읽으려고 애쓰는 표정이다.
하얀 선물을 들고 잠시 서있었다.

감정이 제 갈길을 못찾고 헤맨 탓에.....
우리 둘은 밭고랑에 앉았다.

그러자 축하공연이 시작되었다.
해님은 조명을 맡았고, 구름은 소품담당, 나무와 바람은 음향담당.
고추잠자리와 나비가 춤을 추더니 이름 한 번 불러 주지 못한 새들도 제 목청껏 노래를 불러 주었다. 무대를 장식한 꽃들은 향기뿜기에 나 만큼 땀을 흘리고 있다.

밭가에 아주 작은 냇물도 한 목소리한다.
주위를 한 바퀴 둘러 보는 눈가에 흐르는 하얀 물을 흠치며 나도 나의 고마운 친구들에게 답가를 불렀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바람부는 벌판에 서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도시에서는 지금 이 시각쯤이면 아파트에 꽃바구니와 케익,카드가 배달되었을테지만 그런 것은 없어도 내 마음의 구석진 부분까지 읽어 주는 친구들이 있으니 마음든든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정말 선물이 배달되었다.
4시경에 배달되는 나의 산골 아이들.

지에미, 애비가 집에 안보이자 밭으로 직행한 결혼기념선물을 끌어 안았다. 축하공연하느라 비지땀을 흘린 친구들도 같이 안아 주었다. 남편은 선물도 배달되었으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잔다. 하늘, 바람, 구름도 등을 떠민다. 아이들도 좋아라 고추잠자리 앞세우고 집으로 향했다.

남편은 산골 오두막에 촛불을 켜고 주현이에게 축하곡을 부탁했다.
도시에서 피아노를 배우다 산골로 내려온 후 배움을 중지한 주현이는 밑천이 별로 없는 것이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아는게 ‘징글벨’ 외에 몇 곡이 전 재산.
산골에 울려퍼지는 여름밤의 ‘징글벨’소리
************************************

사람이 무엇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무서운 일만은 아니다.
난 이리 익숙해질 것이기 때문에…………….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은 나더러 더 맑아지라 한다.
별은 나더러 더 푸르름을 가슴에 안으라 한다.

2001년 6월 29일 아주 따갑던 날에 산골에서 (하늘마음농장)
배동분 소피아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8. 8. 1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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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읽다보면 코스모스가 떠오른다.

맑간 하늘에 대고 무언가 소리없는 언어로 속내를 털어내는....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게 하는 글과 코스모스는 여간 어울리는 것이 아니다.
수녀님의 책들이 그렇듯이 각 장마다 독특한 향기가 배어나온다.

1장에서는 풀과 비와 꽃에 대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박혀 있다.
"좋은 냄새든, 역겨운 냄새든 사람들도 그 인품만큼의 향기를 풍긴다"는 말에 코를 내 몸에 대고 킁킁거려보았다.

2장에서는 수녀원에서의 일상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은 주제로 다소곳이 풀어내고 있다.

3장에서는 말 한 마디를 표현하더라도 진심으로 하고, 듣는 사람도 갖추어야 할 모습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4장은 순간 순간의 일들을 기도로 승화시킨 장이다.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강렬한 기도가 하늘에 닿기 전에 세상을 먼저 비출 것만 같다.

마지막 장에서는 수녀님께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보내온 편지와 수녀님이 벗에게 쓴 편지 등이 조가비와 함께 사연을 토해내고 있다.
평소에 나 또한 편지쓰기를 좋아하는데 농사일에 치여 멎었던 편지를 쓰게 만들 정도로 편지에는 정이 묻어나오는 것임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 *************

나는 책을 편식하는 편이다.
수녀님 외에도 법정 스님, 작고한 정채봉 님 , 이철수 님 등의 책은 나의 목을 길어지게 만든다.
그러나 산골에 와서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자연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편식을 고쳐보려고 기를 쓰고 취향과는 다른 책을 부러 사서 읽었더니 그 나름대로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이든 음식이든 편식을 좋은 습관이 아님을 새삼 산골에서 느꼈으니 얼마나 둔한 사람인지....

이 책에서는 수녀님이 쓰신 다른 책과는 달리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언급하셨다는 점이 특이한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소풍을 접는다.
다만 그 때가 언제이냐가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그러니 평소에 '지금 내가 죽는다면'이라는 가정을 자주 떠올리며 주변 청소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수녀님의 정갈한 책을 읽었으니 당분간은 나도 코스모스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2002년 7월 22일에 산골 오두막에서 (하늘마음농장)

 
 
        

 

산골편지6--지어먹은 마음대로..
+   [산골편지]   |  2008. 8. 1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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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갔었다.
4식구 올망 졸망 방파제를 지나 해송처럼 뾰족 뾰족 튀어나온 바위 위에 앉아 놀았다.

선우가 성당교육이 있는 날이라 미사시간까지 근 3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자장면 사먹고 서점에서 서로 다투어 책도 사고 이내 바다로 달렸다. 나도 닥아가고 바닷새도 마중나오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바다에 취한다.
바다를 보니 문득 몇 달 전에 바다를 언제나 품고 사시다 엄마별에게 가신 작가 정채봉 님이 생각났다.

주현이는 애기 홍함을 3개 뜯어서는 주머니에 넣고 미역줄거리도 반찬해먹는다고 자기 끝 손가락만한 것을 딱 1개 뜯어 주머니에 넣는다.
오랫만에 바닷가에 섰다.

저만치서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달려와서는 내 발 앞에 엎어진다.
그리고는 침을 하얗게 뱉어 놓고 되돌아갔다 다시와 침을 뱉는다.
바다는 자연을 닮은 것만 받아들이고 인간이 내다버리는 것들은 그대로 밀어낸다.

증오, 이기심, 시기, 쓰레기 등은 거칠게 밖으로 밖으로 밀어낸다. 그래도 세상에 불만이 많은지 침까지 뱉는다.

**********************************

사람은 똑같은 사람인데 얼마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이렇게 다른 의미로 닥아와 있는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린듯 싶다. 그 평범하고 단순한 진리를 지금 깨닫고 실천하고 있다.

도시에서야 부족함이 있었던가. 그래도 늘 마음이 깔끔하지 못하고 안개 속을 걷듯 답답하기만 했었다.

열 수만 있다면 마음 속을 열고 비설거지하듯 씻어낸 후 햇볕에 말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을 정도로.

그 길이 진리인줄 알고 살았었고 지금도들 살고 있다.

돌이켜 보면 행복, 여유로움도 내 마음이 짓기 나름인 것을.
그저 큰 바람없이 지금 갖고 있는 작은 것으로도 만족하고 혹여 바람이 있다면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작은 시냇물이 흐르듯 소박하고 가슴절인 바람이라면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올 겨울은 유독 눈이 많이 왔었다.
그 눈오는 어느 날 정채봉 님이 돌아가셨다는 내용을 카톨릭신문에서 접했다.
순간 눈내리는 소리를 들으려고 한 동안 기를 쓰고 있었다.

불과 몇 달 전에 살았던 도시같았으면 '안됐네'라는 짧은 생각이 다 였으리라.

그러나 이곳 산골에서 접한 한 작가의 죽음을 두고 두고 마음에서 접었다 폈다하게 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그것은 그 분의 책을 통해서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얻었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정채봉 님에게는 열일곱에 시집와서 열여덟에 아들낳고 꽃다운 스무 살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얼굴은 기억 못해도 어머니의 내음은 때때로 떠오른다고 하였다. 그것은 바닷바람에 묻어 오는 해송타는 내음.

어떤 책에선가 어머니의 산소를 이장하러 가는데 스무 살 어머니가 머리가 히끗히끗한 늙은 아들을 보면 마음아파하신다며 머리에 처음으로 염색을 하고 갔다는 글을 읽었다.

그 분의 글 곳곳에는 어머니에 대한 절제된 그리움이 얼룩져 있다.
그래서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간혹 할머니를 힘들게 하면 할머니는 팔을 베어 버리고 천 리나 만 리나 도망가 버리겠다고 하였단다.

그런 밤이면 팔베개를 내준 할머니가 팔을 베어 버리고 도망가실까봐 할머니 속적삼 옷고름을 손가락에 묶어 두고 잠들곤하였다고 마음아픈 어린 시절을 고백하기도 하셨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이 남의 일로, 남의 가슴앓이로 내 가슴을 내어 놓은 적이 있는가.
그저 내 가슴 속의 것들만 아프다고 후벼파내 보이며 반응을 구걸하지 않았던가.


그저 굳어져만 가는 가슴과 차가운 마음을 보물처럼 끌어안고 앞만 보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사람은 평소에 지어먹은 마음대로 되는가보다.

정채봉 님은
"엄마, 하느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엄마를 만나러 그쪽 별로 가는 때도 눈내리는 달이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어요."
라는 실개천같은 바램을 안고 살았었는데 정말 1월 눈이 내리는 날 엄마별에게 가셨다.

눈이 그토록 많이 내리는 날, 눈 위에 속세의 발자국을 남기며....

**********************************
산골에서는 나 모르게 피었다가 지는 꽃도 많다.
나 알게 피어도 워낙 꽃이름에 까막눈인 내가 이름 한 번 불러 줄 순 없지만 눈길 한 번, 손길 한 번 줄 수는 있는데 말이다.

지금은 하얀 찔레꽃이 구석진 곳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작년 두릅밭 언덕에 찔레나무가 너무 많아 하도 팔과 다리를 찌르기에 '쓸모 없는 건 지천이고 정작 요긴한 것은 드물고....'라며 서툰 낫솜씨로 구박했던 일이 미안스럽다.

세상 어디에도 쓸모 없는 것은 없는 것을.......
어찌나 하얀 다섯 손가락이 여리고 예쁘던지. 향기 또한 진하지도 않은 것이 제 몸의 가시를 감추고도 남음이 있다.
난 내 몸에 고슴도치처럼 돋은 가시를 무엇으로 가릴 것인가.

2001년 오월 26일에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가


 
 
        

 

완득이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8. 8. 1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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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고 한마디'에 산천어님이 추천을 해주셨을 때 일전에 서점에서 표지를 보았을 때 만화였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표지가 청소년 만화같았거든요.

그런데 만화가 아니었습니다.

현재 선우, 주현이, 저 이렇게 셋 다 보았고 초보농사꾼이 한 반 정도 읽은 것같습니다.

저는 젊은 작가가 참 예리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책 날개에 작가 소개와 사진을 번갈아 보면서 작가 사진에서 그런 책을 쓸 정도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인상이 강해보였습니다.
젊은 작가가 현실을 그런 방면으로 비출 수 있다는 것이 참 멋있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욕도 리얼하고 나옵니다.
또 학생이 선생이 죽기를 교회에서 기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 읽고 나면 모든 것이 이해가 되고, 아름답고, 그리고 맘 아프고, 아리합니다.

소설에 그럴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될까요?

현실을 꼬집는 방법이 참으로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딱딱하기는 커녕 계속 읽으면서 너도 나도 킥킥 웃게 됩니다.

욕도 자주 나오지만 상스럽지 않더라구요.

온가족이 보기에 참 좋은 책인 것같습니다.
함께 거기에 나온 용어를 쓰면서 얼마나 웃는지 몰라요.
먼저 읽은 우리 세 사람은 그렇게 재미나게 웃는데 읽지 않은 초보농사꾼만 멍하니 있습니다.

이제 초보농사꾼도 반 정도는 읽었으니 함께 대화할 수 있겠지요.
청소년이 있는 가정에서는 더더욱 가족 모두가 함께 읽고 웃고 대화하기 참 좋은 책입니다.

주현이가 그런 책 안읽는다고 쭉 빼다가 내가 다시 권해서 읽었는데 내가 그 말 하면 웃고 제 방으로 들어갑니다.

슬픈 이야기인데 슬픔은 한 쪽 구석에 두고, 한 쪽은 웃게 하는 재주를 젊은 작가가 가졌네요.

조카들이 오면 보게 하려구요.
그리고 주현이 친구들에게 빌려주라고 했습니다.

식구 모두가 읽으려면 한권 사는 것도 괜찮지만 빌려 읽는게  좋을 것같습니다.
선우가 '선우 주현이의 책이야기' 코너에 후기를 썼기때문에 안올리려고 하다가 그래도 내 느낌을 전하고 싶어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비가 옵니다.
빗소리가  그만 자라고 하는 소리로 들리네요. 너무 늦은 시간이지요??
그래도 빗소리를 더 듣다 자려고 합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산골편지5 -- 어디에 마음을 두고 사는가??
+   [산골편지]   |  2008. 8. 1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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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장날이다.
성당에 선우교육이 있어서 6월까지는 매주 토요일에 아이를 데리고 다녀야 한다.

차로 50분 되는 거리를 꼬불 꼬불 불영계곡을 따라 몸도 같이 휘두르고 간다.
성당에 도착하면 어찌나 어지러운지 주현이는 그만 토할 때가 종종 있다.

아이를 성당 교리실에 보내고 나머지 식구들은 장보러 나섰다.
토마토,방울토마토,가지,오이,수박,참외,고구마 모종을 샀다.

과일에도 워낙 종약,제초제를 많이 치는터라 아이들 간식거리를 넉넉히 준비한 셈이다. 몇 낱 열릴지 몰라도....

아이들위해 이것 저것 고르는 무늬만 농부인 그이의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내일은 아이들과 먹을거리 심는다고 부산을 떨 박씨 일가를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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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을 허락하자 그이는 사표수리도 되지 않은채 차 먼저 처분했다.
지금 차는 농촌에서 너무 사치스럽다고.

그래 구입한 것이 포터 더블캡이다.
앞에 여섯 명이 탈 수 있는 트럭.

그 트럭을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것을 보고 그만 혼자 울었다.
처음 그 트럭을 타고 나가는데 얼굴이 화끈거리고 몸둘바를 몰라 하는데 아이들은 좋단다.
뒤에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다나.

처음 그 트럭을 타고 광화문에 있는 한국생산성본부에 원고갖다 주러 가는데 내내 우울했었다.

옆에 탄 남편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창 밖을 보니 다 나만 쳐다보는 것같고 괜히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이 표정은 나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듯했다.

그리고 귀농!!!

귀농 후에는 처음보다 조금 덤덤해지긴 했지만 솔직히 아무렇지 않은듯하지는 않았다.

손도 그을릴대로 그을리고 나물캐고 고추심느라 갈라지고 터져 시장이나 성당에서 무엇을 집으려다가 내 손에 내가 놀라 움츠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내 산골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산골차림에는 그 터진 손이 너무 자연스러우니까.

우리는 흔히 나 위해서 산다고 한다.
그리 강조하는 걸보면 남위해 사는 부분 또한 크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어떨까'하는 마음에 집착하다보면 우선 주체성을 잃게 되고 겉치레에 치중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 내가 얼마만큼 주인으로서 자리잡고 있느 하는 것이다.

내가 중고트럭을 타고도 행복하면 그만이고 다 갈라진 손으로 다녀도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으면 그만이다.

처음에는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았는데 이제는 일치되어가고 있다.

도시에서 좋은 차타고 좋은 옷입고 다니면서 제일 행복해했는가.
불평도 없고 자식,남편에게 만족하며 살았는가 반문해 보고 싶다.
몸뚱아리의 주인인 마음이 평화로운가가 문제라고 본다.

우리 산골에 심심잖게 손님이 찾아온다.
가족이나 부부가 올 때가 많은데 대부분 남자는 이 생활을 동경하는 눈치인데 부인은 거침없이 "이런데서 살으라면 난 못살아요"한다.

이곳이 사람살 데가 아닌가? 듣고 나면 이내 마음이 언잖다.
그럴 때 묻고 싶다.

"그대는 도시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인가?"

난 말이다.
우리 하늘마음농장에 오는 다른 이들이 평화롭기를 바란다.
이곳에 돈을 벌기 위해 오지 않았다.

돈은 도시에서 버는 편이 훨씬 고상하고 빠르다.

그러나 나만이 평화롭기 보다는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평화를 맛보기를 바란다.
도시에서 찌든 때를 벗어버리고 싶을 때 조용히 마음을 감싸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그저 바람처럼 왔다가 세속의 모든 가슴앓이를 내려놓고 갈 수 있도록 빈 자리를 마련해 놓고 싶다.

지금 이 순간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달라이라마는 말했다.

"진정한 자비심은 물질을 나눠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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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안온다고들 야단이다.
아닌게 아니라 마늘들도 삐죽 삐죽 고슴도치 가시처럼 쑥쑥 돋아나더니 얼굴이 노래가지고 땅만 쳐다보고 있다.

길가에 뿌려둔 조그만 꽃씨들도 꼭꼭 숨어 어디에 있는지 찾지도 못하고 있다.
하늘을 본다.

별들이 소풍나온듯 여기 저기서 보물찾기를 하고 있다. 내일도 나의 이웃에게 물주기는 틀린듯하다.

내일은 하다못해 물을 길어다가라도 먹여야겠다. 마늘,채송화,목화,홍화,매실나무에게....................


2001년 오월 13일에
개구리소리 요란한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

 
 
        

 

귀농일기 --거북바위 이야기
+   [귀농일기]   |  2008. 8. 12.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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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기이한 노릇이다.

서울서 이곳으로 귀농하려고 땅 주인과 가격협상을 할 때 땅 주인 아저씨께서

이 터가 육관 손석우가 헬기타고 봐 둔 명당터이며 금구몰니(金龜沒泥)형이니

비싸게 땅값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당시로서는 나는 그냥 토지를 파는 사람이야 당연히 많이 팔고싶은 욕심에 그려려니

하고서는 적당한 가격에 매수를 해서 살았다.


그런데 작년에 집 앞에 큰 바위가 있고 그옆에 두릅나무 밭을 조성했던 것을 두릅나무가

죽어서 밭을 개간하다가 그 큰 바위가 거북바위 몸통이었고 땅속에 묻혀진 거북이 머리부분을 발견

했던 것이다.(사진에 보이듯 검은 부분이 밖으로 드러나 있었고 흰부분은 당시에 묻혀있던

것을 드러낸 것이다.)


처음에는 거북바위를 보고 깜짝놀라 당시에 터를 살때 금구몰니니 명당터니 하던말이 진짜인것

같아서 가슴이 덜컹덜컹 했으나 지금은 그저 우리집을 지켜주는 수호 거북이가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는 마음으로 매일 올라가 마음속으로 대화하며 산다.


 
 
        

 

산골편지4 --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   [산골편지]   |  2008. 8. 12.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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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께서 이해인 수녀님께 "수녀님은 그래 시를 쓴다고 하면서도 기껏 아는 게 뻐꾹새 소리밖에 없느냐"고 핀잔을 주시며 일일이 새이름을 구별해 가르쳐 주셨다듯이 나 역시 새소리는 뜸부기,까치,까마귀 소리밖에 모른다.

또 설령 열심히 알려줘도 그 소리가 그 소리같고 그 모습이 그 모습같아 난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 뿐인가.
나물이름,들꽃이름도 매한가지다.

특히 나물은 더 까막눈이라 왼손에 샘플을 들고 다니면서도 똑같은 것 뜯기가 여간 능력에 부치는 것이 아니다.

이웃 형님의 놀림도 놀림이지만 이곳 산골에서 뿌리내릴 사람이다보니 내 자신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오늘은 샘플로 뜯어 준 것이 시들어 꼬부라지도록 똑같은 것을 못뜯었다.
나물과 새와 들꽃들과 정말 친해지고 싶은데 잘 안되니 그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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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공부는 엄마주려고 하니? 너 위해서 하지."

내가 한국생산성본부 첫 여자 연구원으로 입사했을 때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난 사실 학교다닐 때 정말이지 엄마위해 공부할 때가 많았어. 그 정도로 엄만 내게 헌신적이셨지."

그 말은 사실이었다.
여느 엄마가 자식에게 헌신적이지 않을까마는 얼굴이 안개꽃처럼 하얀 내 엄마는 당신은 없고 오직 자식만 있었다.

어쩌다 한 겨울 새벽에 도서실가는 것이 귀찮아 포기하려다가도 내 에미 새벽부터 도시락 싸놓고 자식 머리맡에서 시계 초세고 계시는 모습이 가슴저려 졸면서 도서실갈 때가 부지기수였다.

또 개인주택에 산 탓에 한 겨울 자식이 신을 신발을 미리 방안에 갖다놓으시고는 혹여 덜 따뜻할세라 당신 옷으로 덮어두시는 엄마를 생각하면 도서실에서 잠시 졸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곤했었다.

그 덕에 이 머리로 대학.대학원을 수석졸업할 수 있었다.
엄마는 늘 "여자도 많이 배워 활동적인 여자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유학도 자신있으면 해보라고 부추겨서 아버지에게 시집이나 보내지 쓸데없는 소리한다며 핀잔을 들으시기도 했다.

결국 일본유학을 계획하고 사전답사도 다녀왔었다.

그러던중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느라 유학을 덮어놓고 있었다.
몇 달 전에 풍을 맞으신 엄마를 보기 위해 서울에 갔었다.

시원찮은 발을 끌며
"막내야, 그 때 유학을 더 서둘러 보냈더라면 벌써 다녀왔을텐데...."하셨다.
산골에 들어가 뙤앝볕에 고추밭매고 나물뜯는 막내딸이 가슴에 저려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아 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며 눈에서 맑은 물을 흠치셨다.

그 때 내 가슴은 두릅나무 가시보다도 더 큰 가시가 파고드는 것같았다.

그 때 보았다.
우리 고추밭골보다도 더 깊이 깊이 패인 엄마의 주름을...

그도 그럴 것이 엄마는 충청도의 어느 종가집 맏며느리셨다.
머슴까지 13명의 뒷치닥거리를 다 해야 하는 전형적인 종가집.

이러다가 딸 다섯을 다 시골남자와 결혼시키겠다 싶어 밤마다 아버지 옆구리찔러 서울가자 하셨었단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하시던 아버지도 결국 엄마의 끈질긴 설득끝에 아이들을 서울에서 공부시켜 서울남자와 결혼시키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그때 난 코흘리개였고.

그랬더니 결국 막내딸이 다시산골로 들어가 농사짓는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그 에미의 가슴은 어떠했을까.

그 생각만 하면 어느새 목구멍이,목구멍이 불덩이로 막히는 것같다.

병든 엄마가 보고싶을 때마다 읽는 글이 있다.
피천득님의 '엄마'라는 글이다.

"엄마가 나의 엄마였다는 것은 내가 타고난 영광이었다....내 기억으로는 그는 나에게나 남에게나 거짓말한 일이 없고,거만하거나 비겁하거나 몰인정한 적이 없었다.
내게 좋은 점이 있다면 엄마한테서 받은 것이요,내가 많은 결점을 지닌 것은 엄마를 일찍이 잃어버려 그의 사랑 속에서 자라자지 못한 때문이다."

이 글을 맨 처음 읽었을 때 많이 울었다.
이 밤에 혼자 중얼거려본다.

'엄마 나도 엄마가 내 엄마라는 사실이 영광이야. 사람은 어느 하늘 아래에 머리를 두고 살든 착하게 넉넉한 마음으로 살면 행복한거야. 엄마, 너무 마음아파 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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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과꽃같은 우리 엄마가 보고싶을 때 보려고 과꽃씨를 뿌렸다. 가뭄에 말라죽지 않고 흐드러지게 피어 이 산골이 엄마의 향기로 가득찼으면 좋겠다싶어......

도시에 있을 때에도 글을 썼었다. 책으로 내서 울 엄마에게 드리려고..... 이 곳 산골에 와서 더 열심히 쓰고 있다.

오늘따라 하늘에 별도 몇낱없다. 모두 지에미 품에 들어가 자는가보다. 바람도 자고 텃밭의 마늘들도 자겠지.
나도 자기 전에 병든 엄마에게 목소리 공양을 해야겠다.


2001.5.13일
엄마가 무척이나 보고싶던 날에.

산골에서 배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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