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의 둥지는 숲으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숲의 나무들은 늘 그날이 그 날 같았습니다.
그런데 귀농 나이테가 늘어날수록 그게 아님을 알았습니다.
어느 날 눈을 들어 보년 나를 놀래키려고 이쁜 옷으로 갈아 입고 서있고, 어떤 날은 립스틱 짙게 바르고 시있기도 합니다.
그 날이 그 날 같던 나무가 있었습니다.
또 어떤 날은 노을을 망토로 두르고는 새침하게 서있곤 했습니다.
또 장난기가 발동한 날엔 하얀 솜이불을 뒤집어 쓰고 ‘나 찾아봐라’하곤 하지요.
그날이 그날같던 나무.
어느 날은 벌거벗고 서서 내게 말합니다.
삶은 그렇게 빈 것이라고...
그날이 그날같던 나무
그가 철학자였고, 미술가이고, 코미디언이었다는 걸 이제 압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매우 기쁜 일이나 그러고 보니 내 나이테가 너무 많이 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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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이 그 날 같던 많은 날들이 지나고 이제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낭떠러지 12월에 서있습니다.
새털처럼 많은 날들인듯 가벼이 그를 대했던 것은 아닌지...
내일이 있으니까 하고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는 않았는지...
하루 중에 만난 인연들에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애틋하게 대했는지...
신에게서 두 명의 자녀를 맡은 엄마로서 그 의무에 충실했는지....
이제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에 온 마음을 묶어 놓고 있습니다.
지난 한 달 한 달도 지금처럼 애절하게 보냈다면 지금쯤은 찰떡을 먹은 것처럼 뿌듯하게 세모를 보내겠지요.
그러나 어리석게도 한 해 끝의 내 모습은 패잔병같습니다.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구체적인 나의 중심생각, 삶의 기준이 될 각오 등을 하나하나 적어보면서 새해의 실천을 다짐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에머슨의 이런 말을 적어 읽고 또 읽었습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착오는
지금은 결정적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날 그날이 평생을 통해서 가장 좋은 날이라는 것을
마음 속 깊이 새겨 두어야 한다“
그렇습니다.
당장 지금 이 순간이 평생을 통해서 가장 좋은 날, 내일이란 없고, 오늘만 있다는 생각으로 며 새해는 하루의 퍼즐을 맞추고 싶습니다.
누가 그랬지요.
쓰는 순간 이루어진다고...
이렇게 써보고 다짐하는 것만으로도 한 걸음은 뗀 것이나 마찬가지겠지요.
그러나 가마솥에 무엇을 익히려면 오래 불을 지펴야 하고, 뜸을 들여야 하고 그러고도 한숨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듯 새해에는 오래 불을 지필줄 아는 사람이고 싶고, 금방 반응을 보이기 보다는 뜸을 들이며 안으로 안으로 나를 다스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다릴줄 아는 지혜를 같고 싶습니다.
그것이 바로 가마솥 지혜가 아닐런지요....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