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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0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아직 늦지 않으리...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아직 늦지 않으리...
+   [산골편지]   |  2009. 6. 20.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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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26일

아이들을 볼 때, '때'가 지났음을 느낀다.
어려서 데리고 온 산골.
처음 몇 년은 이곳에 적응하느라 맘껏 아이들에게 전념하지 못했던 것같다.
그것이 맘에 걸린다.

나를 아는 이들은 산골 아이들만큼 행복한 아이들이 없다고 위로 하나 나로서는 성이 차질 않는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르다'는 논리에 들이대면 늦은 것은 아니겠지.

하기야 중1, 중3이면 고등학생보다야 빠른 것이 아닐까.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 놓어 본다.

오늘은 주현이랑 고추를 심기로 했다.
일전에 심었는데 모종이 모자라 청양초 3판을 심기 위해 호수밭으로 갔다.
초보농사꾼은 '테니스 엘보'가 심해져 병원으로 등을 떠미었다.

주현이에게 요즘 배우고 있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밭으로 올라갔다.
호수밭의 위치로 보아 숨이 넘어가야 하지만 딸아이와 노래를 부르며 걷는 길이라 그런지 신기하게도 숨이 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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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흔한 말로 '사랑의 힘'이라 할 수 있겠지.
사실 주현이가 중1이면 가장 예민한 시절이지 싶다.
그러나 부모가 자식의 예민한 속을 어찌 다 알까?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함께 노래부르기'였다.

일단 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배우기로 했다.
SG워너비와 KCM이 부른 '가시리'를 먼저 도전하기로 했다.
처음엔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니까 하고 대들었는데 가사나 리듬이 우리 세대에게도 그렇게 낯설지가 않았다.

뜨거운 뙤약볕에 고추를 심으면서도 계속 주현이랑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을 위해서 요즘 애들 노래를 배우려고 했는데 내가 좋아하게 된 것이 주현이는 좋은가 보다.

"엄마, 다른 노래도 알려줄까??"

"그럼 좋지"

그래서 '한여름 날의 꿈'과 '아리랑'도 함께 들었다.
한참 고추를 심다보니 덥고 힘들고...

주현이랑 밭에 주저 앉아 노래를 불렀다.
주현이가 뽑아준 가사를 들여다 보며...

옛날에는 한 두어 번 들으면 바로 가사를 외웠는데 지금은 열댓번 들어도 못외워 장부(?)를 자꾸 들여다 보게 된다.
주현이가 모종을 놓아주었는데 더 마르기 전에 심어야 하는데 이제 눈도 자꾸 고장이 나가는 시절이라 장부를 가까이 들여다 보게 된다.

주현이와 다 심고 내려오는 길.
함께 노래를 부르며, 춤도 추고...
주현이는 엄마가 철없이 그러는 것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우리 주현이가 커서 엄마의 지금 행동을 기억하며 말을 꺼내겠지.
"우리 엄마, 그때는 정말 애들같았어"라고 말이다.

주현이 선우와 함께 대화하고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마음을 서로 읽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곡을 배워야 할 것같다.
선우, 주현이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산골의 밤공기를 들이켜야겠다.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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