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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_해당되는 글 20건
2009.09.14   김수환추기경님의 사랑을 쫓아서... 
2009.09.03   귀농일기--왜 자살했을까?? 
2009.07.10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지어먹은 마음대로... 
2009.07.07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마음을 어디에 두고 사는가. 
2009.07.06   귀농아낙의 책이야기--일기일회 
2009.07.01   귀농일기--우리 동네 당제사 
2009.06.03   귀농일기--비오면 우비입고 심자하신다(야콘심는 날) 
2009.05.26   귀농일기--드디어 비닐펴는 날 
2009.05.22   귀농풍경--이런 꽃을 받고 싶습니다 
2009.03.16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아버지 신부님 

 

김수환추기경님의 사랑을 쫓아서...
+   [산골편지]   |  2009. 9. 14.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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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받은 우편물이 한동안 멍하게 합니다.

뜯어보니 장기기증증서... 

김수환 추기경님이 돌아가시면서 남기신 또 하나의 사랑 실천 운동이지요.

 

그래서 우리 부부도 성당에서 신청을 했습니다.

  증서에 적힌 사항들을 찬찬히 뜯어 봅니다.

 

장기기증희망등록증

 

한마음한몸 055114 KONOS 554149

이름 박찬득

등록일 2009년 7월 2일

뇌사시 장기기증 조직기증

 

신분증과 함께 늘 소지하시고 기증상활 발생 시 바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뇌사시(장기기증)연락처 굴립장기이식관리센터 02.2260.7029

사망시(각막, 조직기증)연락처 서울성모병원 안은행 02.2258.1217

서울성모병원 조직은행 02.2259.1167

 

 

 

 

그 다음은 제 것입니다.

 

 

                                                                            장기기증희망등록증

 

한마음한몸 055113 KONOS 554134

이름 배동분

등록일 2009년 7월 2일

뇌사시 장기기증 사후 각막기증

 

 

 

그 아래에 적힌 안내는 우리 초보농사꾼 것과 똑같습니다.

 

이것을 보는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나네요.

 

세상에 오면서 거저 받은 몸, 세상에 거저 주고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렇게 오고 감이 이루어지는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오늘 하루도 소중히 알차게 그리고 의미있게 보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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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제는 아들 선우(아론)가 학교에 헌혈차가 왔기에 헌혈을 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할 수만 있다면 헌혈 정도는 일도 아니라고 하면서 증서를 내게 건내줍니다.

 

고딩이라 머리를 써서 그런지 헌혈하고 나니 조금 띵했다고 하네요.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생각하면 띵한 정도는 일도 아니니 푹 쉬면 된다고 했습니다.

 

앞으로도 기회만 있으면 헌혈할 거라고 아들이 그러네요.

잘했다고, 훌륭하다고 저보다 더 높이에 있는 아들 어깨를 두들겨 주었습니다.

누가 언제 어느 때 어떤 사람의 도움을 받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도 해주었습니다.

 

주현이 학교에는 헌혈차가 안왔다고 하네요.

중학생들은 나이상 어려서 그런지는 모르겠네요.

 

하늘이 오늘은 조금 흐립니다.

그래도 맑은 하늘을 건강히 바라볼 수 있으니 감사할 일이지요. 

지금도 병원에서 이 한 시간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고통을 참는 분들을 위해 두 손 모았습니다.

한 주를 시작하는 오늘 늘 평화로우시길 빕니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로!!

 울진 산골로 귀농배동분 소피아


 
 
        

 

귀농일기--왜 자살했을까??
+   [귀농일기]   |  2009. 9. 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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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부터 산골아낙이 컴퓨터 책상 앞에 책을 한 권 올려놨다.
인간과 대지를 연결하는 한 농부 철학자의 삶과 사상을 담은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라는 책인데 요즘 하도 피곤해서 책 한권 보지않는 나를 위해서 이것만은 꼭 보라는산골아낙의 시위인 것 같다.


소개글을 보니 삶의 근원인 대지,생명을 경외하는 농부의 마음을 진솔하게 담은 것 같아 꼭 시간을 내서 아니 시간이 없더라도 반드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선우가 학업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예전에도 가끔씩 혼자서 산골주위를 산책하곤 했지만 최근엔 그 횟수와 시간이 점점 더 많아졌다.
고2의 학생이 받는 학업스트레스가 오죽하려니 해서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고 도움이 되지 못하는 애비의 마음도 타 들어간다.

지난 주일의 일이다.그날도 산골을 산책하다가 들어온 선우가 근심에 찬 얼굴로 들어와서는 묻는다.


“아빠, 거북바위옆 포장도로에 지렁이들이 올라와서 자살을 하는 것 같아요?”


근심어린 얼굴이 걱정되어 같이 올라가 보니 정말로 지렁이들이 시멘트 포장도로에서 말라 비틀어진 것도 있고 마지막 남은 목숨 살려보려고 바둥거리는 지렁이들도 보였다.


다른 땅의 지렁이들은 땅 속에서 잘 지내고 있는듯한데 유독 새로 포장한 바로 그 길이만큼만 지렁이들이 목숨을 놓은 것이다.

토양에 지렁이가 많이 산다는 것은 토양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바로미터인데 이 토양에서 지렁이가 탈출하다가 죽는다면 분명히 이 근처의 토양생태계가 나빠졌다는 암시인데 걱정이다.
그렇다고 화학비료나 농약을 친 것도 아닌데….


이 산골처럼 청정한 곳에서 지렁이가 살지 못한다면 …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이었지만 선우의 진지한 모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없어 심각한 표정을 나누어 가졌다.

귀농 전같았으면 피곤하니까 대충 대답을 하고 말았거나 아니면 귀기울일 여유도 없었을테지만 귀농하고의 삶에서 이런 일을 하루의 시간을 종일 바쳐도 아깝지 않은 그런 대화꺼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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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아낙과 주현이는 먼저 성당을 갔고, 선우와 단 둘이 세레스를 타고 미사를 보러가면서 지렁이들이 반란을 일으킨 이유에 대해서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세레스의 그 화통을 삶아먹은듯한 소음에 더 큰목소리로 토론을 벌이자니 목구멍이 다 컬컬해졌다.

선우가 생각하는 지렁이들의 자살이유는 이랬다.

첫번째는 거북바위 옆 밭에는 해마다 고추와 야콘,상추나 푸성귀를 심었는데 올해 아빠가 소나무와 개복숭아 묘목, 천년초 등을 심는 바람에 고추와 야콘만 보아온 지렁이가 자기가 동네가 아닌 줄 알고 착각하고 이사 가다가 변을 당했을 가능성

두번째는 원래 시멘트 포장을 하기 전에도 그 길은 지렁이가 자기처럼 산책하는 산책길이었는데 시멘트포장을 해서(시멘트 포장은 작년 가을에 했음)그걸 모르고 3미터나 되는 시멘트 포장길을 횡단하다가 힘이 빠져 죽었을 가능성

세번째는 아빠가 심어놓은 소나무 골 사이에 잡초 방제용 검은색 부직포를 깔아놔서 너무
어둡고 칙칙해서 따뜻한 남쪽나라 찾아가다가 변을 당했을 가능성 등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산골소년 나름대로 심각하게 이유를 나열했지만 나로써는 수긍할 수가 없어 일단 좀더 정밀 조사를 해 보기로 하고 밭을 둘러 보았다.

우리 산골은 밭 바로 옆에 흐르는 실개천의 물을 그대로 모아서 식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농약이나 비료는 커녕 밭에서 일하다 오줌 싸는 것 까지도 조심을 하는데 이유가 뭘까를 고민하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천년초

집에서 키우면서 식구들 먹으려고 심어놓은 토종선인장이라는 천년초가 범인인 것 같다.
모든 선인장이 가시가 있지만 이 천년초의 가시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미세하다.


바람에도 날라와 사람의 몸에 닿으면 여간 따갑고 가려운 것이 아니라 작업이 아주 힘들다.
가시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제거하기는 더욱더 쉽지 않다.

천년초의 절반은 땅 속에 묻혀있고 나머지는 위에서 자라는데 이 가시가 지렁이들이 반란(?)을 일으키게 한 원인인 것 같다.

아내는 그게 아니라고 했다.


선우의 말대로 새로 시멘트 길을 연결해서 그 부분에서만 지렁이가 죽었으니 아마도 시멘트 길 아래의 지렁이들이 나왔을 가능성이 더 크단다.
우리 주현이도 거기에 끄덕이는 모양이고...

하여간 나는 천년초 가시가 손과 발도 없는 연하고 습한 지렁이 몸통에 붙었으니 답답하고 괴로워서 어떻게든 제거해 보려고 발버둥치다 보니 시멘트 포장에 까지 올라와서 죽은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금더 지켜본 다음에 지렁이를 살릴 것인지 천년초를 살리 것인지를 결정해야겠다.


왜냐하면 산골소년이 주말에 오면 또 지렁이들의 목숨을 살필 것이고 그동안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귀농주동자로서의 얼굴도 서지않으니 말이다.

이거 농사지으랴, 아들의 호기심때문에 지렁이 자살 방지하랴 정신없이 돌아가지만 그래도 난 산골이 좋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 www.skyheart.co.kr  로 !!!

산골에서 초보농사꾼 박찬득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지어먹은 마음대로...
+   [산골편지]   |  2009. 7. 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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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갔었다.
4식구 올망 졸망 방파제를 지나 해송처럼 뾰족 뾰족 튀어나온 바위 위에 앉아 놀았다.

선우가 성당교육이 있는 날이라 미사시간까지 근 3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자장면 사먹고 서점에서 서로 다투어 책도 사고 이내 바다로 달렸다. 나도 닥아가고 바닷새도 마중나오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바다에 취한다.
바다를 보니 문득 몇 달 전에 바다를 언제나 품고 사시다 엄마별에게 가신 작가 정채봉 님이 생각났다.

주현이는 애기 홍함을 3개 뜯어서는 주머니에 넣고 미역줄거리도 반찬해먹는다고 자기 끝 손가락만한 것을 딱 1개 뜯어 주머니에 넣는다.
오랫만에 바닷가에 섰다.

저만치서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달려와서는 내 발 앞에 엎어진다.
그리고는 침을 하얗게 뱉어 놓고 되돌아갔다 다시와 침을 뱉는다.
바다는 자연을 닮은 것만 받아들이고 인간이 내다버리는 것들은 그대로 밀어낸다.

증오, 이기심, 시기, 쓰레기 등은 거칠게 밖으로 밖으로 밀어낸다. 그래도 세상에 불만이 많은지 침까지 뱉는다.

**********************************

사람은 똑같은 사람인데 얼마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이렇게 다른 의미로 닥아와 있는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린듯 싶다. 그 평범하고 단순한 진리를 지금 깨닫고 실천하고 있다.

도시에서야 부족함이 있었던가. 그래도 늘 마음이 깔끔하지 못하고 안개 속을 걷듯 답답하기만 했었다.

열 수만 있다면 마음 속을 열고 비설거지하듯 씻어낸 후 햇볕에 말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을 정도로.

그 길이 진리인줄 알고 살았었고 지금도들 살고 있다.

돌이켜 보면 행복, 여유로움도 내 마음이 짓기 나름인 것을.
그저 큰 바람없이 지금 갖고 있는 작은 것으로도 만족하고 혹여 바람이 있다면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작은 시냇물이 흐르듯 소박하고 가슴절인 바람이라면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올 겨울은 유독 눈이 많이 왔었다.
그 눈오는 어느 날 정채봉 님이 돌아가셨다는 내용을 카톨릭신문에서 접했다.
순간 눈내리는 소리를 들으려고 한 동안 기를 쓰고 있었다.

불과 몇 달 전에 살았던 도시같았으면 '안됐네'라는 짧은 생각이 다 였으리라.

그러나 이곳 산골에서 접한 한 작가의 죽음을 두고 두고 마음에서 접었다 폈다하게 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그것은 그 분의 책을 통해서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얻었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정채봉 님에게는 열일곱에 시집와서 열여덟에 아들낳고 꽃다운 스무 살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얼굴은 기억 못해도 어머니의 내음은 때때로 떠오른다고 하였다. 그것은 바닷바람에 묻어 오는 해송타는 내음.

어떤 책에선가 어머니의 산소를 이장하러 가는데 스무 살 어머니가 머리가 히끗히끗한 늙은 아들을 보면 마음아파하신다며 머리에 처음으로 염색을 하고 갔다는 글을 읽었다.

그 분의 글 곳곳에는 어머니에 대한 절제된 그리움이 얼룩져 있다.
그래서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간혹 할머니를 힘들게 하면 할머니는 팔을 베어 버리고 천 리나 만 리나 도망가 버리겠다고 하였단다.

그런 밤이면 팔베개를 내준 할머니가 팔을 베어 버리고 도망가실까봐 할머니 속적삼 옷고름을 손가락에 묶어 두고 잠들곤하였다고 마음아픈 어린 시절을 고백하기도 하셨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이 남의 일로, 남의 가슴앓이로 내 가슴을 내어 놓은 적이 있는가.
그저 내 가슴 속의 것들만 아프다고 후벼파내 보이며 반응을 구걸하지 않았던가.


그저 굳어져만 가는 가슴과 차가운 마음을 보물처럼 끌어안고 앞만 보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사람은 평소에 지어먹은 마음대로 되는가보다.

정채봉 님은
"엄마, 하느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엄마를 만나러 그쪽 별로 가는 때도 눈내리는 달이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어요."
라는 실개천같은 바램을 안고 살았었는데 정말 1월 눈이 내리는 날 엄마별에게 가셨다.

눈이 그토록 많이 내리는 날, 눈 위에 속세의 발자국을 남기며....

**********************************
산골에서는 나 모르게 피었다가 지는 꽃도 많다.
나 알게 피어도 워낙 꽃이름에 까막눈인 내가 이름 한 번 불러 줄 순 없지만 눈길 한 번, 손길 한 번 줄 수는 있는데 말이다.

지금은 하얀 찔레꽃이 구석진 곳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작년 두릅밭 언덕에 찔레나무가 너무 많아 하도 팔과 다리를 찌르기에 '쓸모 없는 건 지천이고 정작 요긴한 것은 드물고....'라며 서툰 낫솜씨로 구박했던 일이 미안스럽다.

세상 어디에도 쓸모 없는 것은 없는 것을.......
어찌나 하얀 다섯 손가락이 여리고 예쁘던지. 향기 또한 진하지도 않은 것이 제 몸의 가시를 감추고도 남음이 있다.
난 내 몸에 고슴도치처럼 돋은 가시를 무엇으로 가릴 것인가.

2001년 오월 26일에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가(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img src="http://www.skyheart.co.kr/ttboard/data/002/tree%20101-0130_IMG.jpg">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마음을 어디에 두고 사는가.
+   [산골편지]   |  2009. 7. 7. 18:54  

울진 장날이다.
성당에 선우교육이 있어서 6월까지는 매주 토요일에 아이를 데리고 다녀야 한다.

차로 50분 되는 거리를 꼬불 꼬불 불영계곡을 따라 몸도 같이 휘두르고 간다.
성당에 도착하면 어찌나 어지러운지 주현이는 그만 토할 때가 종종 있다.

아이를 성당 교리실에 보내고 나머지 식구들은 장보러 나섰다.
토마토,방울토마토,가지,오이,수박,참외,고구마 모종을 샀다.

과일에도 워낙 종약,제초제를 많이 치는터라 아이들 간식거리를 넉넉히 준비한 셈이다. 몇 낱 열릴지 몰라도....

아이들위해 이것 저것 고르는 무늬만 농부인 그이의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내일은 아이들과 먹을거리 심는다고 부산을 떨 박씨 일가를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

귀농을 허락하자 그이는 사표수리도 되지 않은채 차 먼저 처분했다.
지금 차는 농촌에서 너무 사치스럽다고.

그래 구입한 것이 포터 더블캡이다.
앞에 여섯 명이 탈 수 있는 트럭.

그 트럭을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것을 보고 그만 혼자 울었다.
처음 그 트럭을 타고 나가는데 얼굴이 화끈거리고 몸둘바를 몰라 하는데 아이들은 좋단다.
뒤에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다나.

처음 그 트럭을 타고 광화문에 있는 한국생산성본부에 원고갖다 주러 가는데 내내 우울했었다.

옆에 탄 남편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창 밖을 보니 다 나만 쳐다보는 것같고 괜히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이 표정은 나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듯했다.

그리고 귀농!!!

귀농 후에는 처음보다 조금 덤덤해지긴 했지만 솔직히 아무렇지 않은듯하지는 않았다.

손도 그을릴대로 그을리고 나물캐고 고추심느라 갈라지고 터져 시장이나 성당에서 무엇을 집으려다가 내 손에 내가 놀라 움츠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내 산골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산골차림에는 그 터진 손이 너무 자연스러우니까.

우리는 흔히 나 위해서 산다고 한다.
그리 강조하는 걸보면 남위해 사는 부분 또한 크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어떨까'하는 마음에 집착하다보면 우선 주체성을 잃게 되고 겉치레에 치중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 내가 얼마만큼 주인으로서 자리잡고 있느 하는 것이다.

내가 중고트럭을 타고도 행복하면 그만이고 다 갈라진 손으로 다녀도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으면 그만이다.

처음에는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았는데 이제는 일치되어가고 있다.

도시에서 좋은 차타고 좋은 옷입고 다니면서 제일 행복해했는가.
불평도 없고 자식,남편에게 만족하며 살았는가 반문해 보고 싶다.
몸뚱아리의 주인인 마음이 평화로운가가 문제라고 본다.

우리 산골에 심심잖게 손님이 찾아온다.
가족이나 부부가 올 때가 많은데 대부분 남자는 이 생활을 동경하는 눈치인데 부인은 거침없이 "이런데서 살으라면 난 못살아요"한다.

이곳이 사람살 데가 아닌가? 듣고 나면 이내 마음이 언잖다.
그럴 때 묻고 싶다.

"그대는 도시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인가?"

난 말이다.
우리 하늘마음농장에 오는 다른 이들이 평화롭기를 바란다.
이곳에 돈을 벌기 위해 오지 않았다.

돈은 도시에서 버는 편이 훨씬 고상하고 빠르다.

그러나 나만이 평화롭기 보다는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평화를 맛보기를 바란다.
도시에서 찌든 때를 벗어버리고 싶을 때 조용히 마음을 감싸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그저 바람처럼 왔다가 세속의 모든 가슴앓이를 내려놓고 갈 수 있도록 빈 자리를 마련해 놓고 싶다.

지금 이 순간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달라이라마는 말했다.

"진정한 자비심은 물질을 나눠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라고............

*******************************
비가 안온다고들 야단이다.
아닌게 아니라 마늘들도 삐죽 삐죽 고슴도치 가시처럼 쑥쑥 돋아나더니 얼굴이 노래가지고 땅만 쳐다보고 있다.

길가에 뿌려둔 조그만 꽃씨들도 꼭꼭 숨어 어디에 있는지 찾지도 못하고 있다.
하늘을 본다.

별들이 소풍나온듯 여기 저기서 보물찾기를 하고 있다. 내일도 나의 이웃에게 물주기는 틀린듯하다.

내일은 하다못해 물을 길어다가라도 먹여야겠다. 마늘,채송화,목화,홍화,매실나무에게....................


2001년 오월 13일에
개구리소리 요란한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책이야기--일기일회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7. 6. 23:31  

일기일회(一期一會) 상세보기
법정 지음 | 문학의숲 펴냄
법정 스님의 법문을 최초로 기록한 『일기일회(一期一會) : 법정 스님 법문집1』. 많은 것을 가졌지만...▶ 일기일회(一期一會)란? &#39;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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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들 선우가 바쁜 고딩이면서도 , 딸 주현이도 영혼을 위해 책을 더 열심히 읽듯이 나 또한 아들과 딸이랑 다양한 공감대와 대화꺼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의 영혼의 쉼을 위해서 틈을 만들어 읽고 있다.

그 중 눈이 번쩍 뜨이는 책 한 권...
내가 좋아하는 법정 스님의 책이다.
이것은 법문집이다.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 책 처음에 '일러두기'의 일부를 그대로 소개하면 좋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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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그동안 법정 스님이 대중과 학인을 상대로 법문한 내용을 글로 옮긴 것이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행한 정기업회 법문, 여름안거와 겨울안거 결제 및 해제 법문, 부처님 오신날 법문과 창건법회 법문 등이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원불교 서울 청운회와 뉴욕 불광사 초청법회, 교보문고 및 맑고향기롭게 대구와 광주 처청 특별강연 법문 등이 포함되었다."

이 처럼 이 글은 산문집이 아니고 법문이다 보니 스님이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이 가슴에 더 콕콕 와서 박힌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흘러들을 일이 아니다.

과연 이 복잡하고, 건조하고, 제정신으로 살지 못하는 살벌한 세상에 단비처럼 마음을 씻어줄 분이 얼마나 될까.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말씀을 해주실 분이 얼마나 될까.
쓴소리를 거침없이 할 수 있는 분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너무 그런 목소리에 굶주려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안으로 안으로 들이미는 시대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 법문집은 또 다른 세계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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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오두막에서 눈을 헤치고, 장맛비를 만나 옷을 다 적시며 내를 건너 대중에게 말씀하신다.

삶 자체가 수행이 되어야 한다고....

또 다른 말이 무엇이 필요한지...

읽고 또 읽으며 하루를 그리고 나의 일상을 돌아보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여름안거, 겨울안거를 함께 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나는 천주교 신자지만 절을 좋아하고, 풍경을 좋아하고, 부처님의 말씀을 좋아한다.
부처님의 말씀과 하느님의 말씀에 모두 귀기울이면 좀더 맑아지지 않을까...
여기에 무슨 종교의 벽을 말하고, 내 종교 니 종교를 말하는지...

이 책 중간에 들어가는 글에 이런 대목이 있다.

"불기 2549년 부처님오신날 법회가 끝나고 저녁에 열린 길상 음악회는 매우 특별한 자리였다.
3천여 명이 빼곡히 들어찬 절마당으로 김수환 추기경님이 들어오자 청중은 일제히 환호하며 기립박수를 쳤다.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고 다정하게 추기경님을 맞이했다.
수녀님 30여분과 신부님들도 함께 자리를 빛냈다.
종교 간의 화합과 감동적인 장면들에 음악회장은 시작 전부터 열기로 가득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지...
이 대목을 읽으며 새삼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과 모습이 그리워졌다.
이런 어른들이 세상에 많이 계셔야 하는데....

스님의 각양각색의 색깔로 무뎌질대로 무뎌진 현대인을 가슴을 노크하신다.

" 내가 누글 위해서 삽니까?
각자의 인생을 위해서 사는데, 누구 탓을 하지 마십시오. 원망하면 내 마음이 구겨집니다. 모든 것을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어려운 일도 잘 풀립니다........................."

스님은 거듭거듭 강조하셨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재가불자들이 승단에 귀의하는 것은 그 청정성 때문입니다.
청정성과 진실성이 승가의 생명력입니다.
스님들과 개인적으로 친분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세속적인 인정에 매달리지 마십시요.
흔히 "나만 믿고 살라"고 하면서 신도들에게 무책임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중은 믿을 것이 못됩니다.
자기 집도 떠나온 이들을 어떻게 믿습니까?
언제 변할지 모르는데, 믿을 게 따로 있지, 그런 데 속지 마십시오. 그것은 불교가 아닙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디에 의지해서 살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부처님이 "나만 믿고 살라." 같은 소리는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기 자신을 의지하고 진리에 의지하라.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으라."............................"

일기일회(一期一會) 상세보기
법정 지음 | 문학의숲 펴냄
법정 스님의 법문을 최초로 기록한 『일기일회(一期一會) : 법정 스님 법문집1』. 많은 것을 가졌지만...▶ 일기일회(一期一會)란? &#39;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어제 성당에 가면서 법정스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깨어 있어야 합니다. 왜 절에 가는가?
왜 교회에 가는가? 그때그때 스스로 물어서 어떤 의지를 가지고 가야 합니다................"

물론 왜 교회에 가는지, 절에 가는지 몰라서 가는 사람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님은 늘 깨어 묻고 또 물으라는 말씀이지 싶다.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었다.
조금 두껍기는 하지만 책값이 1만5천원으로 조금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한 권 구입하여 휴가철 짐 속에 넣어가면 올 한 해 나머지 날들을 더 청명하고, 맑게 , 기쁘게 , 그리고 향기롭게 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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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좋은 말씀, 꼭 소개드리고 싶은 말씀이 많은데 이제 밭으로 풀뽑으러 가야 하는 관계로 아쉬운 책을 덮는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우리 동네 당제사
+   [귀농일기]   |  2009. 7. 1. 02:47  

어찌보면 서울놈이 시골와서 출세한 편이다.
왜냐하면 재작년 여름에 이사 오자마자 이 마을의 4반 반장이 되었으니까..
서울에서야 반장 아니  통장얼굴도 모르고 지내지만 이곳은 사정이 다르다.
각종 현황파악,동네 경조사,각종 농자재 신청 등이 이장이나 반장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매년 연말이면 반원들이 반장에게 수고를  준다.
그 수고비를 모곡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쌀로 주었단다.
그런데 요즘은 시대가 시대니만큼그냥 현찰로 준다.
아뭏든 그 이전에 반장을 하시던 분(내가 살고 있는 집의 전주인이시다)이 병으로 입원을 하시자 하는 수없이 내가 인계를 받았다.
단 한 가지 가장 젊다는 이유이다.

하기야 반원들 9가구 중 나만 빼놓고 모두 환갑 내지는 칠순이 넘으신 노인이시고 그 와중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세 가구이니 오죽하겠냐만..
 
동네에는 각 자연부락 단위별로 아니면 각 가구별로 사당(성황당)이 있는데 우리 반에는 딱 한 군데가 있다.
동네 어른들의 말을 빌리자면 새마을 운동 때 모두 철거시키고 거의 사라졌단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우리 반원들의 일년 농사과 자식들의 강복을 비는 제사가 일 년에 한 번씩 정월 대보름을 전후하여 지낸다.

작년에 처음으로 지낼 때는에는 보름 전날에 지냈었는데 올해는 보름 새벽에 한단다.
왜 그러냐고 여쭸더니 날과 시를 잡아서 하는 거지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란다.

작년에는 제사지낼 때 참여만 시켰었다.
그런데 올해는 아예 제소(제사상 차리는 일)와 제관을 겸해라는 동네 어른의 통보(?)가 있었다.
사전 상의 없이 D-3일전에 무슨 종이 쪽지에 콩나물500원, 사과 1500원 등등을 써서 주시면서 그냥 쉬우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고 준비하라신다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쩌랴.
하는 수 없이 주일에 성당끝나자 마자 가운데 한 글자 더 들어간 성(황)당 제사음식준비하러 시장에 갔다.
 마을 어르신이 적어준대로  산 재료를 오늘 새벽 3시에 일어나 아내가 준비를 하고 5시쯤 되어 성황당에 가서 제사를 지냈다.

대충 보니까 일반 제사와 비슷했다.
 다른 점은 강복의 주체가 조상이 아닌 귀신이라는 것 뿐이다.

오늘은 꽤나 바쁠 것 같다.
조금 후 오전 9시쯤 되면 동네분들 우리집에 제사지낸 음식 음복하러 오실 것이고 음복이 끝나면 마을회관에서 윷놀이가 있다니 그것에 참석해야 하고...

박 반장 파이팅!!!

초보농사꾼겸 새밭 반장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비오면 우비입고 심자하신다(야콘심는 날)
+   [귀농일기]   |  2009. 6. 3. 23:58  

2009년 5월 18일

토요일에 야콘을 대대적으로 심으려고 했다.
해마다 늘 도와주었던 울진자활후견기관에 연락을 했더니 20일에나 시간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팀이 있었는데 시간이 맞질 않았고 비가 온다고 하여 일단 포기했다.

대신 비가 온다고 하니 일단 야콘을 심을 밭 비닐 위의 구멍을 뚫기로 했다.
답운재 밭 중 안쪽의 밭 전체의 구멍을 뚫어 놓았다.
어둡도록 다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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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S8005275.jpg">

내일 비만 와준다면 야콘을 심을 때 물주는 일을 덜수 있으니 그것도 큰 일이다.
물을 줄 때는 혼자서 주지만 그 길고 그다지 부드럽지 않은 호스를 끌어주고 당겨줄 남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차피 두사람 몫이라 할수 있다.

이렇게 뚫어 놓고 마침 고맙게 비가 와준다면 두 남자의 품을 아낄수있어 요긴하다.

토요일 정말 비가 왔다.
아주 많이 진종일 쏟아졌다.
내가 구멍을 뚫은 곳으로 빗물이 들어간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지만 오늘 심어야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금방 꼬리를 물고 마음을 흔들었다.

다른 마을 형에게 가서 그 형의 동생 병문안도 하고 등등 남회룡으로 가자고 했다.
또 중3인 주현이 혼자 지내게 해야 했기에 일찍 서둘러 형네로 갔다.
형 집에서 얼마 안있자 전 산림과장님이셨던 임과장님이 소광리에서 '울진소나무 세계화' 행사가 있다며 연락을 주셨다.
죽으라 달리고 달려 소광리 행사장에 다녀왔다.

다음 날 비가 안오면 꾀골재 할매가 야콘을 심어주신다고 했다.

주일날 아침 비가 왔다.
성당에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있는데 할매가 야콘심자며 우비를 안고 오셨다.
비오는데 할매 병난다고 다시 댁으로 모셔다 드리고 성당에 갈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비가 잦아든다.

마음이 헛갈렸다.
결국 성당을 포기하고 꾀골재 할매를 다시 모시러 갔더니 콩을 심고 계신다.
할매는 우리 일이라면 무조건적이시다.
할매가 새벽에 안오셨다면 비오고 나서 땅도 질척이는데 야콘심어달라고 말씀 못드렸을 것이다.
비와도 우비 입고 하면 된다고 새벽에 오셨으니 용기를 내서 심어보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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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skyheart.co.kr/po/S8005276.jpg">
((아내와 할매랑 둘이서 저 넓은 밭을 다 심었다.))


할매를 모시고 아내랑 답운재밭으로 향했다.
뚫어놓은 구멍으로 비가 훔뻑 들어가 앉아있으니 그냥 심기만 하면 되었다.
아내가 오늘 많이 심어놓아야 내일 조금 수월하다며 할매랑 열심히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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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골재 할매는 정말 일을 하셔도 쉬지도 않으시고 야콘모종도 무겁다며 직접 몇묶음씩 들고 다니신다.
허리는 구부정하셔서...
그러지 말라고 아내가 신신당부를 하고 화를 내도 들은척도 안하시고 빨리 모종 놓기나 하라고 하신다.

그렇게 늦도록 구멍 둟어놓은 밭의 야콘을 다 심었다.
두 사람이 약 4천종을 심었으니 많이 심었다고 할수있다.
나는 모종을 놓기도 바빴다.

그럼 남은 모종은 어쩐다지.
일단 1차로 뽑아온 모종은 빨리 심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쉽게 무른다. 야콘 모종은 연해서 그렇다.
토요일에 심는다고 금요일에 뽑아온 것이라 벌써 축축 늘어지는데 내일 다시 심어야 한다.

상황이 그러자 할매가 내일 다시 오신다며 부지런히 심자고 하신다.
이번에는 아내랑 둘이는 힘들 것같아서 남씨 어르신께 전화를 드렸더니 염려말라시며 내일 할매더러 가보라고 하신단다.
사실 이곳의 할매분들은 정말 일로 잔뼈가 굵으셔서 성실히 그리고 힘차게 일하신다.

<img src="http://www.skyheart.co.kr/po/S8005278.jpg">

아침에 두 할매를 모시고 아내랑 답운재 밭으로 갔다.
남씨 할매도 꾀골재 할매랑 같은 성격이시다.
품으로 돈을 버시는 할매가 아니고 당신들 농사짓는 분들이시라서 농사짓는 사람의 사정을 너무 잘 아신다.
그래서 쉬시지도 않는다.

쉴새있음 하나라도 더 심자고...

그렇게 해서 답운재밭의 야콘을 이틀만에 다 심었다.
이제 남은 밭은 달밭인데 거기는 20일에 도와주러 온다고 했으니 그때 심으면 된다.

야콘을 다 심고 돌아와 아내와 손뼉을 서로 마주쳤다.
심는 일이 아주 큰 일이다.
농사에서 심고 수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 않는가.
비때문에 애를 태우고 사람 품을 살수 없어서 애를 태웠는데 해마다 할매들이 급할때마다 도와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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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으며 고맙다고 하니까 할매들이 그분들의 고마움을 말씀하신다.
그건 고마운 일이 정말 아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그렇게 고맙게 생각하고 그러신다고 아내도 당부했다. 제발 그렇게 생각지마시라고 당부를 했지만 할매들은 안그렇다고 하시며 머리를 흔드신다.

아는 할매들이랑 야콘을 심으면 그렇게 맘이 편할수가 없다.
품을 사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참시간을 꼭꼭 맞춰야 하고 땅이 질어도 신경쓰이고 뭐가 어떻고 뭐가 어떻고 ...온 신경을 거기에 서야 한다.
그런데 두 할매들은 그냥 식구다.

김태경 형님이 힘들 때 참하라고 보내주신 '참참참' 쌀국수를 끓여드린다고 해도 못하게 하신다. 하나라도 더 심어야지 참먹을 시간이 어딨냐고 하신다.
국수를 끓여드릴려면 사정을 하고 장갑을 빼앗고 해야 드릴수가 있다.
그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서로의 마음을 알고 막무가내로 우기는 것 . 서로 마음을 생각해서 우기는 것..그런 것..
그렇게 따뜻한 마음을 안고 답운재밭의 야콘을 다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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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이 키가 커서 축늘어졌다.
저러다가 스스로 일어서기도 하고, 살기를 포기하기도 한다.
이제 농부의 한 시름을 놓게 되어 기쁘다.
오늘은 다리뻗고 자야지...

아직도 초보농사꾼 박찬득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일기--드디어 비닐펴는 날
+   [귀농일기]   |  2009. 5. 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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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0일

농사라는 것을  봄이면 심는 것만 연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그전에 해야 할 작업이 만만치않다.
일단 퇴비를 펴야 하고, 퇴비한다고 호밀씨는 초겨울에 뿌렸는데 그것이 자라서 파란 싹을 내고 있었으니 그것을 트렉터로 갈아야 한다.
물론 땅을 곱게 갈아야 하는 것이 주 목적이지만 파란 호밀도 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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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후 골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골이 엉망이다.
그것은 트렉터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바람에 땅이 제대로 갈기지를 않았다.
트렉터로 곱고 깊게 갈아야 두둑을 높게 만들수가 있는데 트렉터가 워낙 고물이라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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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어제, 오늘은 비닐을 깔았다.
어제는 답운재밭, 그리고 오늘은 호수밭의 비닐을 깔았다.
백산님과 다락방님이 와서 도와주었다.
황루시아님도 와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시댁에 일이 있어서 못오고 채영이 아빠는 근무가 3교대라서 못온다며 많이 아쉬워 했단다. 아내 말이...

백산님은 울진에서 태어나 농사지으시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사람이라 그런지 일을 잘했다.
그런가하면 다락방님은 한번도 안해본 일이지만 삽들고 일일이 비닐이 바람에 날아가지 말라고 흙을 떠부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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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백산님은 비닐 펴는 기계로 비닐을 펴면 아내와 다락방님은 삽들고 흙을 군데 군데 떠 넣었다.
오늘은 우리 가족이 성당에 가서 미사를 보고 백산님네 부부와 만나 같이 칼국수를 먹고 산골로 와서 호수밭의 비닐을 깔았다.
날이 어두워져 안보일 때까지 깔았는데 아주 조금을 남겨두고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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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백산님이 가져온 송이술과 안주(돔배기라고 했다)로 하루의 피곤을 풀었다.
이제 비닐을 다 폈으니 날을 잡아 야콘과 고추를 심으면 된다.

백산님과 다락방님, 고생많았습니다.
삽질을 못하는 선우엄마도 수고했우.

귀농하자고 옆구리찌른 주동자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풍경--이런 꽃을 받고 싶습니다
+   [산골풍경]   |  2009. 5. 22.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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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꽃을 사보면
무슨 포장을 그렇게 덕지덕지 그것도 모자라 리본으로 칭칭 감고 그것도 모자라 꽃에 반짝이도 뿌리고, 향수도 뿌리고...
그 난리다.


받은 꽃송이는 몇 안되도 포장지랑 풀어놓은 리본은 과장을 조금 해서 한 가마니다.

그게 아름다운지...

꽃은 꽃만 보아야 한다.


그것의 포장에 너무 지나치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액세서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옷도 화려하게 입고...


그런데 액세서리 등이 너무 지나치면 사람이 다니는 것인지 목과 귀에 디스크 걸릴 정도의 목거리, 귀거리가 걸어다니는 것인지 분간되지 않는다.
그런 사람과 마주 앉으면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사람 입에서 나오는 말이 진실이더라도 왠지 드라이 플라워처럼 마음이 건조하고 시간이 아깝다.
무슨 물건과 앉아 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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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안보이고 액세서리, 화려한 옷만 보이니 말이다.

몇 해 전 필리핀의 재래시장에 갔을 때 만난 꽃파는 소년이다.
그 앞의 꽃만큼이나 맑고 밝다.


그들은 꽃을 팔 때 신문지에 싸주거나 비닐 봉투에 담아 주었다.
그 꽃을 사가는 사람은 주로 성당이나 성모님 앞에 놓는다고 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이 사진을 자주 꺼내 본다.


이 봄 언저리에  신문지에 싼 꽃 한송이 선물로 받고 싶다.

난 지금 무엇이 주고 무엇이 부인지 잘 알며 조화롭게 살고 있는지....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아버지 신부님
+   [산골편지]   |  2009. 3. 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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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32CC09">요즘 산골날씨가 좀 녹녹하다 보니 슬슬 봄생각이 끼어든다.
인간의 간사함은 이런 데서도 제 구실을 잘 하고 있다.
이러다 엊그제처럼 맹추위가 기세를 떨치면
‘봄은 무슨 얼어죽을 봄’하면서 자신의 경박함에 쐐기를 박는다.

귀농 초같았으면 지금 온천지가 눈으로 덮여 있어 어디가 밭이고, 어디가 개울인지 이곳에 몸붙이고 사는 자 말고는 어림짐작을 하기도 어려울 지경일 것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인지 뭔지 발음도 어려운 현상으로 지금 산골에 눈이 없다.
냉이가 금방이라도 머리를 치박고 땅 위로 튀어나올 것만 같아 쭈그리고 앉아 땅의 간지러움을 함께 느끼고 있다.

오늘은 요정도로 물러나지만 다음에는 봄바구니와 칼을 옆에 차고 가리라 다짐하는 날이다.</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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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살면서 팔다리가 갑자기 없어진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지...
난 말이다.
머리 털나고 처음으로 팔 다리가 갑자기 없어진 사람처럼 내 몸 하나 건사하기 벅찼던 때가 있었다.

낯설고 물선 곳으로의 귀농.
누가 등을 떠밀어서 내려온 것도 아니고 내 스스로 선택하여 내려온 곳이지만 핏줄들이 바글바글하게 살고 있는 곳을 떠나 무인도나 다름없는 낯선 울진으로의 귀농은 내게 그런 경험을 하게 했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모르는 사람들뿐이고, 핏줄의 그림도 없는 이곳 울진으로의 귀농을 결심하고 내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운 적이 있었다.

‘신은 어디에도 계시고 그곳에도 성당이 있을 것이다’
그 한 줄의 주문을 믿고 난 주동자인 초보농사꾼보다 더 서둘러 귀농을 했다.
그 한 줄이 나의 빽이었고, 든든한 후원자였고, 영원한 도반이었다.

그렇게 울진으로 내려와 처음 간 곳이 울진성당.
그때 주임 신부님이신 분이 이 상복 비오 신부님이시다.
신부님은 어디에도 아는 사람이 없는 이곳 울진에서  등을 비비도록 언덕이 되어 주셨던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사를 시켜 주셨고 그것도 모자라 상대방이 관심이 있던 없던 상세설명까지 잊지 않으셨다.
귀농 전에 무엇을 하던 사람들이고, 지금은 서면에 귀농해서....하시면서...

신부님의 그런 사랑과 관심으로 난 숨을 쉴 수 있었고, 모가지에 깁스한 사람처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사람의 일이 어떻게 여봐란듯이 쭉 좋은 쪽으로만 작용하는지...
신부님이 함창본당으로 발령받아 가셨다.
그때의 허전함과 서운함과 절망감이란...
다시 한번 등이 시리도록 외로움을 느껴야 했다.

신부님이 함창 본당으로 가시고도 우린 몇 번 찾아 갔었다.(한번만 신부님을 뵐 수 있었지만...)
 야콘을 수확하면 제일 먼저 보내드리고 싶어 신부님 모습을 떠올리며 하나하나 포장을 했었다.

그러다 오늘 신부님이 산골에 오셨다.
내가 오늘 당장 찾아 뵙겠다는 전화를 드렸더니 마침 울진에 오신다며 월요일에 들리시겠단다.
얼마나 좋던지...

아버지 신부님께 새로 지은 집도 보여드리고  선우(아론), 주현(안나)의 큰 모습도 보여드리고 앞으로의 계획도 말씀드려야지....
기다림의 하루는 참으로 길었다.

드디어 신부님이 산골에 오셨다.
신부님 손을 잡았을 때의 그 따사로움은 귀농하고 처음으로 잡았을 때의 그 온기 그대로였다.
또 한 가지 그대로 인 것은 소년처럼 맑은 웃음이었다.

신부님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드렸고, 상의드리고 싶었던 부분도 말씀드렸다.
오랫만에 막내 딸네 오신 친정 아버지에게 말씀드리듯 그렇게 두서 없이 이것저것 드릴 말씀이 입에서 다투어 쏟아져 나왔다.

신부님은 그런 나를 다 이해하시는듯 이래도 웃으시고, 저래도 웃으시며 귀한 말씀을 해주셨다.
홈에 자주 오시어  산골가족의 사는 모습을 잘 보고 간다는 말씀을 하실 때는 엄나무 가시보다 더 굵은 가시가 목구멍에 걸린듯 아리하게 매어왔다.

아쉽게도 두 분의 손님과 함께 오셔서 오래 계시지는 못했다.

신부님은 또 보자며 잘 살라는 말씀을 뒤로 하고 가셨다.

헤어짐은 말이다.
희망의 다른 말이다.
헤어짐은 슬픔이 다가 아니다.
이런 아리한 헤어짐 뒤에는 희망이 돋는다. 시소처럼...

신부님은 우리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가셨고, 나는 훗날 아버지 신부님께 자랑할 꺼리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 것이다.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서 비 맞은 중마냥 중얼거렸다.
“신부님, 건강만 하세요. 저도 잘 살께요...”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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