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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_해당되는 글 6건
2009.07.06   귀농아낙의 책이야기--일기일회 
2009.07.01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1
2009.06.25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향기로 말을 거는 향기처럼 
2008.12.24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중노릇과 농사 
2008.12.13   귀농풍경 -- 법정 스님 주례사 
2008.08.14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귀농아낙의 책이야기--일기일회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7. 6. 23:31  

일기일회(一期一會) 상세보기
법정 지음 | 문학의숲 펴냄
법정 스님의 법문을 최초로 기록한 『일기일회(一期一會) : 법정 스님 법문집1』. 많은 것을 가졌지만...▶ 일기일회(一期一會)란?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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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들 선우가 바쁜 고딩이면서도 , 딸 주현이도 영혼을 위해 책을 더 열심히 읽듯이 나 또한 아들과 딸이랑 다양한 공감대와 대화꺼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의 영혼의 쉼을 위해서 틈을 만들어 읽고 있다.

그 중 눈이 번쩍 뜨이는 책 한 권...
내가 좋아하는 법정 스님의 책이다.
이것은 법문집이다.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 책 처음에 '일러두기'의 일부를 그대로 소개하면 좋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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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그동안 법정 스님이 대중과 학인을 상대로 법문한 내용을 글로 옮긴 것이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행한 정기업회 법문, 여름안거와 겨울안거 결제 및 해제 법문, 부처님 오신날 법문과 창건법회 법문 등이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원불교 서울 청운회와 뉴욕 불광사 초청법회, 교보문고 및 맑고향기롭게 대구와 광주 처청 특별강연 법문 등이 포함되었다."

이 처럼 이 글은 산문집이 아니고 법문이다 보니 스님이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이 가슴에 더 콕콕 와서 박힌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흘러들을 일이 아니다.

과연 이 복잡하고, 건조하고, 제정신으로 살지 못하는 살벌한 세상에 단비처럼 마음을 씻어줄 분이 얼마나 될까.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말씀을 해주실 분이 얼마나 될까.
쓴소리를 거침없이 할 수 있는 분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너무 그런 목소리에 굶주려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안으로 안으로 들이미는 시대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 법문집은 또 다른 세계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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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오두막에서 눈을 헤치고, 장맛비를 만나 옷을 다 적시며 내를 건너 대중에게 말씀하신다.

삶 자체가 수행이 되어야 한다고....

또 다른 말이 무엇이 필요한지...

읽고 또 읽으며 하루를 그리고 나의 일상을 돌아보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여름안거, 겨울안거를 함께 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나는 천주교 신자지만 절을 좋아하고, 풍경을 좋아하고, 부처님의 말씀을 좋아한다.
부처님의 말씀과 하느님의 말씀에 모두 귀기울이면 좀더 맑아지지 않을까...
여기에 무슨 종교의 벽을 말하고, 내 종교 니 종교를 말하는지...

이 책 중간에 들어가는 글에 이런 대목이 있다.

"불기 2549년 부처님오신날 법회가 끝나고 저녁에 열린 길상 음악회는 매우 특별한 자리였다.
3천여 명이 빼곡히 들어찬 절마당으로 김수환 추기경님이 들어오자 청중은 일제히 환호하며 기립박수를 쳤다.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고 다정하게 추기경님을 맞이했다.
수녀님 30여분과 신부님들도 함께 자리를 빛냈다.
종교 간의 화합과 감동적인 장면들에 음악회장은 시작 전부터 열기로 가득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지...
이 대목을 읽으며 새삼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과 모습이 그리워졌다.
이런 어른들이 세상에 많이 계셔야 하는데....

스님의 각양각색의 색깔로 무뎌질대로 무뎌진 현대인을 가슴을 노크하신다.

" 내가 누글 위해서 삽니까?
각자의 인생을 위해서 사는데, 누구 탓을 하지 마십시오. 원망하면 내 마음이 구겨집니다. 모든 것을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어려운 일도 잘 풀립니다........................."

스님은 거듭거듭 강조하셨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재가불자들이 승단에 귀의하는 것은 그 청정성 때문입니다.
청정성과 진실성이 승가의 생명력입니다.
스님들과 개인적으로 친분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세속적인 인정에 매달리지 마십시요.
흔히 "나만 믿고 살라"고 하면서 신도들에게 무책임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중은 믿을 것이 못됩니다.
자기 집도 떠나온 이들을 어떻게 믿습니까?
언제 변할지 모르는데, 믿을 게 따로 있지, 그런 데 속지 마십시오. 그것은 불교가 아닙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디에 의지해서 살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부처님이 "나만 믿고 살라." 같은 소리는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기 자신을 의지하고 진리에 의지하라.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으라."............................"

일기일회(一期一會) 상세보기
법정 지음 | 문학의숲 펴냄
법정 스님의 법문을 최초로 기록한 『일기일회(一期一會) : 법정 스님 법문집1』. 많은 것을 가졌지만...▶ 일기일회(一期一會)란?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어제 성당에 가면서 법정스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깨어 있어야 합니다. 왜 절에 가는가?
왜 교회에 가는가? 그때그때 스스로 물어서 어떤 의지를 가지고 가야 합니다................"

물론 왜 교회에 가는지, 절에 가는지 몰라서 가는 사람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님은 늘 깨어 묻고 또 물으라는 말씀이지 싶다.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었다.
조금 두껍기는 하지만 책값이 1만5천원으로 조금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한 권 구입하여 휴가철 짐 속에 넣어가면 올 한 해 나머지 날들을 더 청명하고, 맑게 , 기쁘게 , 그리고 향기롭게 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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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좋은 말씀, 꼭 소개드리고 싶은 말씀이 많은데 이제 밭으로 풀뽑으러 가야 하는 관계로 아쉬운 책을 덮는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   [산골편지]   |  2009. 7. 1.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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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께서 이해인 수녀님께 "수녀님은 그래 시를 쓴다고 하면서도 기껏 아는 게 뻐꾹새 소리밖에 없느냐"고 핀잔을 주시며 일일이 새이름을 구별해 가르쳐 주셨다듯이 나 역시 새소리는 뜸부기,까치,까마귀 소리밖에 모른다.

또 설령 열심히 알려줘도 그 소리가 그 소리같고 그 모습이 그 모습같아 난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 뿐인가.
나물이름,들꽃이름도 매한가지다.

특히 나물은 더 까막눈이라 왼손에 샘플을 들고 다니면서도 똑같은 것 뜯기가 여간 능력에 부치는 것이 아니다.

이웃 형님의 놀림도 놀림이지만 이곳 산골에서 뿌리내릴 사람이다보니 내 자신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오늘은 샘플로 뜯어 준 것이 시들어 꼬부라지도록 똑같은 것을 못뜯었다.
나물과 새와 들꽃들과 정말 친해지고 싶은데 잘 안되니 그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

부모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공부는 엄마주려고 하니? 너 위해서 하지."

내가 한국생산성본부 첫 여자 연구원으로 입사했을 때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난 사실 학교다닐 때 정말이지 엄마위해 공부할 때가 많았어. 그 정도로 엄만 내게 헌신적이셨지."

그 말은 사실이었다.
여느 엄마가 자식에게 헌신적이지 않을까마는 얼굴이 안개꽃처럼 하얀 내 엄마는 당신은 없고 오직 자식만 있었다.

어쩌다 한 겨울 새벽에 도서실가는 것이 귀찮아 포기하려다가도 내 에미 새벽부터 도시락 싸놓고 자식 머리맡에서 시계 초세고 계시는 모습이 가슴저려 졸면서 도서실갈 때가 부지기수였다.

또 개인주택에 산 탓에 한 겨울 자식이 신을 신발을 미리 방안에 갖다놓으시고는 혹여 덜 따뜻할세라 당신 옷으로 덮어두시는 엄마를 생각하면 도서실에서 잠시 졸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곤했었다.

그 덕에 이 머리로 대학.대학원을 수석졸업할 수 있었다.
엄마는 늘 "여자도 많이 배워 활동적인 여자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유학도 자신있으면 해보라고 부추겨서 아버지에게 시집이나 보내지 쓸데없는 소리한다며 핀잔을 들으시기도 했다.

결국 일본유학을 계획하고 사전답사도 다녀왔었다.

그러던중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느라 유학을 덮어놓고 있었다.
몇 달 전에 풍을 맞으신 엄마를 보기 위해 서울에 갔었다.

시원찮은 발을 끌며
"막내야, 그 때 유학을 더 서둘러 보냈더라면 벌써 다녀왔을텐데...."하셨다.
산골에 들어가 뙤앝볕에 고추밭매고 나물뜯는 막내딸이 가슴에 저려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아 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며 눈에서 맑은 물을 흠치셨다.

그 때 내 가슴은 두릅나무 가시보다도 더 큰 가시가 파고드는 것같았다.

그 때 보았다.
우리 고추밭골보다도 더 깊이 깊이 패인 엄마의 주름을...

그도 그럴 것이 엄마는 충청도의 어느 종가집 맏며느리셨다.
머슴까지 13명의 뒷치닥거리를 다 해야 하는 전형적인 종가집.

이러다가 딸 다섯을 다 시골남자와 결혼시키겠다 싶어 밤마다 아버지 옆구리찔러 서울가자 하셨었단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하시던 아버지도 결국 엄마의 끈질긴 설득끝에 아이들을 서울에서 공부시켜 서울남자와 결혼시키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그때 난 코흘리개였고.

그랬더니 결국 막내딸이 다시산골로 들어가 농사짓는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그 에미의 가슴은 어떠했을까.

그 생각만 하면 어느새 목구멍이,목구멍이 불덩이로 막히는 것같다.

병든 엄마가 보고싶을 때마다 읽는 글이 있다.
피천득님의 '엄마'라는 글이다.

"엄마가 나의 엄마였다는 것은 내가 타고난 영광이었다....내 기억으로는 그는 나에게나 남에게나 거짓말한 일이 없고,거만하거나 비겁하거나 몰인정한 적이 없었다.
내게 좋은 점이 있다면 엄마한테서 받은 것이요,내가 많은 결점을 지닌 것은 엄마를 일찍이 잃어버려 그의 사랑 속에서 자라자지 못한 때문이다."

이 글을 맨 처음 읽었을 때 많이 울었다.
이 밤에 혼자 중얼거려본다.

'엄마 나도 엄마가 내 엄마라는 사실이 영광이야. 사람은 어느 하늘 아래에 머리를 두고 살든 착하게 넉넉한 마음으로 살면 행복한거야. 엄마, 너무 마음아파 하지마.'

******************************
오늘은 과꽃같은 우리 엄마가 보고싶을 때 보려고 과꽃씨를 뿌렸다. 가뭄에 말라죽지 않고 흐드러지게 피어 이 산골이 엄마의 향기로 가득찼으면 좋겠다싶어......

도시에 있을 때에도 글을 썼었다. 책으로 내서 울 엄마에게 드리려고..... 이 곳 산골에 와서 더 열심히 쓰고 있다.

오늘따라 하늘에 별도 몇낱없다. 모두 지에미 품에 들어가 자는가보다. 바람도 자고 텃밭의 마늘들도 자겠지.
나도 자기 전에 병든 엄마에게 목소리 공양을 해야겠다.


2001.5.13일
엄마가 무척이나 보고싶던 날에.

산골에서 배 소피아.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책이야기--향기로 말을 거는 향기처럼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9. 6. 25. 08:49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상세보기
이해인 지음 | 샘터사 펴냄
이해인 수녀의 산문집.'샘터'에 연재했던 '해인의 뜨락'과 그밖의 다른 지면에 실린 글들을 가려뽑아 엮은 산문집이다. 화려한 것들보다 작고 안쓰러운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몸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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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읽다보면 코스모스가 떠오른다.
맑간 하늘에 대고 무언가 소리없는 언어로 속내를 털어내는....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게 하는 글과 코스모스는 여간 어울리는 것이 아니다.
수녀님의 책들이 그렇듯이 각 장마다 독특한 향기가 배어나온다.

1장에서는 풀과 비와 꽃에 대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박혀 있다.
"좋은 냄새든, 역겨운 냄새든 사람들도 그 인품만큼의 향기를 풍긴다"는 말에 코를 내 몸에 대고 킁킁거려보았다.

2장에서는 수녀원에서의 일상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은 주제로 다소곳이 풀어내고 있다.

3장에서는 말 한 마디를 표현하더라도 진심으로 하고, 듣는 사람도 갖추어야 할 모습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4장은 순간 순간의 일들을 기도로 승화시킨 장이다.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강렬한 기도가 하늘에 닿기 전에 세상을 먼저 비출 것만 같다.

마지막 장에서는 수녀님께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보내온 편지와 수녀님이 벗에게 쓴 편지 등이 조가비와 함께 사연을 토해내고 있다.
평소에 나 또한 편지쓰기를 좋아하는데 농사일에 치여 멎었던 편지를 쓰게 만들 정도로 편지에는 정이 묻어나오는 것임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 *************

나는 책을 편식하는 편이다.
수녀님 외에도 법정 스님, 작고한 정채봉 님 , 이철수 님 등의 책은 나의 목을 길어지게 만든다.
그러나 산골에 와서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자연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편식을 고쳐보려고 기를 쓰고 취향과는 다른 책을 부러 사서 읽었더니 그 나름대로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이든 음식이든 편식을 좋은 습관이 아님을 새삼 산골에서 느꼈으니 얼마나 둔한 사람인지....

이 책에서는 수녀님이 쓰신 다른 책과는 달리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언급하셨다는 점이 특이한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소풍을 접는다.
다만 그 때가 언제이냐가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그러니 평소에 '지금 내가 죽는다면'이라는 가정을 자주 떠올리며 주변 청소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수녀님의 정갈한 책을 읽었으니 당분간은 나도 코스모스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2002년 7월 22일에 산골 오두막에서 (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이 코너의 글들은 2002년부터 읽은 책 중에서 깊은 울림이 있었던 책들만을 골라 올려보고자 합니다. 내가 좋은 느낌을 받았다고 해서 다른 분들도 그러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저 오두막에서 편한 마음으로 산골바람을 끼고 읽은 책이라는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같습니다. )


 
 
        

 

귀농아낙의 산골편지--중노릇과 농사
+   [산골편지]   |  2008. 12. 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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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맞아졌는데도 아침마다 새들이 모닝콜을 해주었었다.
그런데 요즘은 부쩍 그들의 소리가 예전만 못하다.
사기가 죽은 것인지, 자연환경이 그들의 수를 점점 제한해 가고 있는지.. 아니면 지들도 연말이라고 침묵수행중인지...
나 혼자 일어나 앉아 까칠해진 숲을 둘러본다.

**********************************

법정 스님은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책에서
"중노릇이란 어떤 것인가? 하루 스물네 시간 그가 하는 일이 곧 중노릇이다. 일에서 이치를 익히고, 그 이치로써 자신의 삶을 이끌어간다. 순간순간 그가 하는 일이 곧 그의 삶이고 수행이고 정진이다"라고 했다.

내가 귀농하기 전에는 모르고 지나갔는데 귀농하고 나서 책을 읽다보면 농사꾼, 농사에 대한 표현이 최하위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음을 보았다.
(법정 스님 책 이야기 마치자 이 이야기를 하니 혹시 스님 책에서 그런 내용이 있다고 생각할까봐 미리 사족을 붙이면 스님 책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음을 밝혀둔다)

이 이 귀농을 길을 택하기 전에는 별 느낌 없이 읽었던 대목이었는데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농사가 존경받는 직업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존경은 커녕 천대시되었던 것으로 묘사된 내용을 많이 읽었다.

그러나 이제 귀농 9년차에 이르는 동안은 뭣도 모르고 대든 농사였지만 호미질 9년이 되다 보니 나름대로 농사꾼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법정 스님은 하루 스물 네 시간 중이 하는 일이 중노릇이라고 하였듯이 농사꾼의 일 또한 그에 견줄 수 있다.
농사란 땅을 갈고, 거름을 주고, 씨뿌리고, 곡식을 키워 걷우는 일만이 아니다.
하늘과 자연의 섭리를 잘 알아야 한다.

그 섭리를 파악하는 지혜를 갖지 못하고 자신의 욕심과 힘과 어슬픈 기술만 갖고 대들었다가는 낭채보기 십상이다.
그뿐인가.
 거기에서 희망을 싹틔우고, 꿈을 잉태하기는 애시당초 글렸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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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신이 하늘에 걸어놓은 해 있는 동안만 일하는 것이 아니다.
출퇴근의 개념이 불분명한 일이 농사다.
해뜨기 전과 해지고 난 후의 자연이 들려주는 잔잔한 이야기에 귀기울여 지혜를 닦아야 하고, 삶의 가치관을 수시로 점검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농사 이상 종합예술이 없다고 난 생각한다.

불경기인데다 직장마다 명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귀농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고 한다.
귀농...
다만 농사에만 촛점을 맞추기 보다는 보다 넒은 개념의 농사와 그 뒷그림자의 지혜와 자연 혜택 등을 잘 감지할줄 아는 사람만이 흙과 도반이 되고 땅에서 기쁨을 얻을 것이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농사꾼이 되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귀농풍경 -- 법정 스님 주례사
+   [산골풍경]   |  2008. 12. 1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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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일찍이 안 하던 짓을 하게 됐다.
20년 전에 지나가는 말로 대꾸한 말빚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사람만이 책임을 질 줄 안다.

오늘 짝을 이루는 두 사람도 자신들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믿음과 사랑으로 하나 되어 세상에 서겠다'고 했으니(청첩장에 박힌 그들의 말이다) 그 믿음과 사랑으로 하나 되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무릇 인간관계는 신의와 예절로써 맺어진다.
인간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그 신의와 예절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같은 공간대, 같은 시간대에서 부부로서 만난 인연을 늘 고맙게 생각하라.
60억 인구이니 30억 대 1의 만남이다.
서로 대등한 인격체로 대해야지 집 안의 가구처럼 당연한 존재로 생각하지 말라.

각자 자기 식대로 살아오던 사람들끼리 한집 안에서 살아가려면 끝없는 인내가 받쳐 주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지 말고 맞은편의 처지에서 생각한다면 이해와 사랑의 길이 막히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화가 났을 때라도 말을 함부로 쏟아버지리 말라.
말은 업이 되고 씨가 되어 그와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결코 막말을 하지 말라.
둘 사이에 금이 간다.
누가 물싸움을 칼로 물베기라고 했는가.
싸우고 나면 마음에 금이 간다.
명심하라.
참는 것이 곧 덕이라는 옛말을 잊지 말라.

탐구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 누구를 물을 것 없이 신속 정확하게 속물이 되고 만다.
공통적인 지적 관심사가 없으면 대화가 단절된다.

대화가 끊어지면 맹목적인 열기도 어느덧 식고 차디찬 의무만 남는다.
삶의 동반자로서 원활한 대화의 지속을 위해, 부모님과 친지들이 지켜보는 이 자리에서 숙제를 내주겠다.

숙제 하나,

한 달에 산문집 2권과 시집 1권을 밖에서 빌리지 않고 사서 읽는다.
산문집은 신랑 신부가 따로 한 권씩 골라서 바꿔 가며 읽고 시집은 두 사람이 함께 선택해서 하루 한 차례씩 적당한 시간에 번갈아 가며 낭송한다.

가슴에 녹이 슬면 삶의 리듬을 잃는다.
시를 낭송함으로써 항상 풋풋한 가슴을 지닐 수 있다.
사는 일이 곧 시가 되어야 한다.

1년이면 36권의 산문집과 시집이 집 안에 들어온다.
이와 같이 해서 쌓인 책들은 이 다음 자식들에게 어머니와 아버지의 삶의 자취로, 정신의 유산으로 물려주라.
그 어떤 유산보다도 값질 것이다.

숙제 둘,

될 수 있는 한 집 안에서 쓰레기를 덜 만들로고 하라.
분에 넘치는 소비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악덕이다.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아예 집 안에 들여놓지 말라.

광고에 속지 말고 충동구매를 극복하라.
가진 것이 많을수록 빼앗기는 것 또한 많다는 사실을 상기하라.
적게 가지고도 멋지게 살 수 있어야 한다.

********************************

이것이 어찌 이제 결혼하는 새부부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겠는가.
새부부에서 지금은 낡을대로 낡은 부부지만 마음은 늘 새로운 날을 짓는가, 그렇지 못하는가로 나이든 부부들은 반성할 일이다.

스님께 내주신 숙제도 의미가 있다.
요즘 한 달에 한 권의 책도 안사서 읽는 사람이 많다는 뉴스나 통계를 보면 아쉬움은 남는다.

책은 사서 읽는 것과 빌려 읽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
물론 꼭히 또 읽을 필요가 없을 때에는 빌려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두고두고 읽고 나중에 아이들까지 읽기에도 손색이 없는 고전이나 좋은 책들은 사서 읽는 것이 좋다.

오늘 이 주례사를 다시 한번 읽으면서 내게 있어 남편은 , 남편에게 있어 나는 어떤 존재로 남아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다짐을 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 글 또한 책에서 얻었으니 책은 더없이 좋은 스승이고 채찍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8. 8. 1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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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읽다보면 코스모스가 떠오른다.

맑간 하늘에 대고 무언가 소리없는 언어로 속내를 털어내는....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게 하는 글과 코스모스는 여간 어울리는 것이 아니다.
수녀님의 책들이 그렇듯이 각 장마다 독특한 향기가 배어나온다.

1장에서는 풀과 비와 꽃에 대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박혀 있다.
"좋은 냄새든, 역겨운 냄새든 사람들도 그 인품만큼의 향기를 풍긴다"는 말에 코를 내 몸에 대고 킁킁거려보았다.

2장에서는 수녀원에서의 일상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은 주제로 다소곳이 풀어내고 있다.

3장에서는 말 한 마디를 표현하더라도 진심으로 하고, 듣는 사람도 갖추어야 할 모습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4장은 순간 순간의 일들을 기도로 승화시킨 장이다.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강렬한 기도가 하늘에 닿기 전에 세상을 먼저 비출 것만 같다.

마지막 장에서는 수녀님께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보내온 편지와 수녀님이 벗에게 쓴 편지 등이 조가비와 함께 사연을 토해내고 있다.
평소에 나 또한 편지쓰기를 좋아하는데 농사일에 치여 멎었던 편지를 쓰게 만들 정도로 편지에는 정이 묻어나오는 것임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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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편식하는 편이다.
수녀님 외에도 법정 스님, 작고한 정채봉 님 , 이철수 님 등의 책은 나의 목을 길어지게 만든다.
그러나 산골에 와서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자연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편식을 고쳐보려고 기를 쓰고 취향과는 다른 책을 부러 사서 읽었더니 그 나름대로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이든 음식이든 편식을 좋은 습관이 아님을 새삼 산골에서 느꼈으니 얼마나 둔한 사람인지....

이 책에서는 수녀님이 쓰신 다른 책과는 달리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언급하셨다는 점이 특이한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소풍을 접는다.
다만 그 때가 언제이냐가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그러니 평소에 '지금 내가 죽는다면'이라는 가정을 자주 떠올리며 주변 청소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수녀님의 정갈한 책을 읽었으니 당분간은 나도 코스모스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2002년 7월 22일에 산골 오두막에서 (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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