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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_해당되는 글 5건
2009.09.27   귀농편지--초보농사꾼을 대신하여 벗들에게 쓴 편지 
2009.07.10   귀농일기--봄비내리는 날 
2009.06.27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내가 산골로 온 이유 
2008.12.15   귀농아낙의 책이야기-- 아름다운 마무리 
2008.11.23   산골편지 -- 이젠 손대지 않으마... 

 

귀농편지--초보농사꾼을 대신하여 벗들에게 쓴 편지
+   [산골편지]   |  2009. 9. 27. 16:01  


2009년 9월 어느 가을날


친구인 초보농사꾼을 대신하여 이 편지를 씁니다.
EBS FM 생방송 인터뷰 선약이 있어서 초보농사꾼과 함께 서울에 갔던 것입니다.

저를 양재동 방송국에 강아지가 똥을 떨구듯(^^) 그렇게 떨구고
"잘해!"라는 말도 부록처럼 붙여 떨구고는 볼일 보러 가더군요.
뭘 잘하라는 말인지...^^


초보농사꾼이 안산에서의  볼일을 다 보고  벗들을 만나 점심 한 끼 하러 간다고 전화했을 때는 방송 일도 다 끝난 시점이었지요.
그리고 난 친정으로 갔습니다.
엄마 얼굴 잠깐 보려고...

풍으로,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교통사고까지 당하셔서 시원찮은 발을 끌고는 운동하러 가시고 안계셨습니다.
운동에서 돌아오신 엄마와 짧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미리 연락을 안했습니다.

혹여 못가게 되면 엄마는 눈이 빠져라 막내 딸을 기다리실 분이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제 손을 잡고 아무 말 없으십니다.


산골로 간 딸이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실 것입니다.

짧은 만남으로 인해 서운한 마음을 있는대로 구겨 가방에 넣고 전철을 탔습니다.
서둘러 본가로 가려구요.


벗들과 점심을 먹고  온 초보농사꾼을 본가에서 만나 산골로 내려오는 시나리오였기 때문입니다.

전철 안에 있는데 담배갑만한 물건이 주머니에서 딥다 흔들어대더니  그의 목소리를 전달해 줍니다.
내용인즉, 점심때 얼굴 못본 벗들과 술 한 잔 하기 위해 저녁에 다시 만났으면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옳커니, 올 것이 왔구나'했지요.


왠지 아세요?

제가 산골을 뜰 때, 여행 가방 하나를 챙겼습니다.


그 가방엔 초보농사꾼 추리닝, 양말 한 켤레, 칫솔, 그리고 내 분칠 도구(화장품 세트^^), 나도 집에서 입는 옷 그렇게 챙겼습니다.

산골을 떠나며 당일 내려오기로 둘이 약속했지만 오랜 벗들과 술 한 잔 하는 호사를 그이에게 누리게 하고 싶은 마음도 크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귀농하니 철이 들어 이런 머리는 절로 잘 돌아갑니다.

생전 안해 본 농사를 하느라 손에 못이 박힌 초보농사꾼.
아이들에게 자연을 벗삼아 주고, 아이들의 친구되어 준 초보농사꾼.


성격에 안어울리게 귀농하고는 아내의 눈빛이 촉촉한지, 생기돋는지까지 파악하며 살고 있는 초보농사꾼에게 그쯤은 당연한 일이지요.

굳이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카피를 들먹이지 않아도...


그래서 전철 안에서 쿨하게 "OK" 하고는 용수철 튕겨나듯 전철에서 튕겨져 내렸습니다.
이왕 산골로 못내려 가게 되었다면 산골아이들의 영혼을 기름지게 해 줄 책을 고르기 위해 광화문 교보문고로 가는 전철을 바꿔 탔지요.

초보농사꾼은 열 명이 넘는 벗들과 즐거운 시간(술에 촉촉히 젖는 시간이었겠지요^^)을 보내고 새벽에 본가로 왔더군요.

그의 얼굴엔 나도 잘 알고 있는 벗들의 얼굴이 겹쳐 보였습니다.


참 건강한 모습이지요.(술에 떡이된 모습을 건강한 모습이라고 하는 이유는 알지요?)

다음 날, 어머님이 챙겨주시는 항아리를 한 차 싣고는 초보농사꾼이 저에게 벗들 얼굴 잠깐 보고 점심도 먹고 가자고 합니다.
벗이 운영하는 방구리 토종 순대국집으로 갔지요.


거기서 세 명(한봉씨, 송철씨, 병화씨)의 벗을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지요.


이 시점에서 한 가지 고백하자면 난 초보농사꾼의 벗들이 제 친구인양 착각할 때가 많습니다.
모두 동갑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결혼 전 데이트할 때부터 함께 만나 와서  그런 것같습니다.

그래서 더러는 내 친구처럼 굴 때가 많은데 그 점은 불쾌하게 생각지 말아 주었으면 합니다.


그 날 따뜻한 점심도 잘 먹었고, 아이들 맛있게 먹이라며 싸준 순대국도 잘 먹였습니다.


산골로 내려 올 일이 급해 오랫만에 산골에서 벗이 왔다며 모여준 나머지 벗들에게 인사도 못하고 온  미안한 마음을 초보농사꾼 얼굴에서 읽었습니다.


초보농사꾼을 대신하여  인사 전합니다.

내려오는 차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중국 명대의 대학자이며 정치가인 뤼신우라는 분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인격을 향상시키고 일을 배우는 때는 청소년기이고,
도리를 분간하고 인격을 완성시키는 때는 중년기이며,
실제로 인(仁)과 의(儀)를 체득하는 때는 만년에 이르러서부터라고 했더군요.


이제 중년이 된 우리들.
주제넘은 소리 같지만 도리를 분간할 수 있도록,
인격을 완성시킬 수 있도록  서로의 거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더러는 유리 파편보다 날카로운 말로 서로를 곧추 세워 주고,
더러는 흙집 아랫목보다 따사로운 말로 처진 벗의 어깨를 감싸주는 서로의 도반이 되어 주었으면 합니다.


늦은 밤에 산골에 도착했습니다.
오래 몸담고 살았던 서울에서 묻혀온 추억들도 소중히 짐과 함께 내려 놓았습니다.


벗이여!

이렇게 살려고 합니다.


주절이 주절이 세 치 혀로 나불대기 보다는 아래 글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얼마 전에 읽은 법정 스님의 일기일회’라는 책의 한 대목입니다.


참으로 좋은 글이라 작은 공책에 적어 놓고 자주 들여다 보며 마음을 맑히는 구절입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선방에 가면 신발벗는 곳에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표찰이 있습니다.
신발 벗는 섬돌에서 자기 발 뿌리를 살피라는 뜻입니다.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놓으라는 말이 아니라, 과연 내가 오른 이 자리에서 출가수행자로서 어떤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스스로 돌아보라는 교훈입니다.
다시 말하면,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저로서는 출가수행자로서가 아니라 자연에서 들어와 사는 사람으로, 자연을 벗 하고자 들어온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늘 살피며 살려고 합니다.
벗의 모습을 지켜봐 주십시오.


친구를 대신하여 아내가 남편의 벗들에게 쓴 편지글은 어느 책에서도 본 적이 없어 부끄러움도 있지만 오랫 동안 함께 만나와서 이런 용기도 내어 보니 이해해 주십시오.

조금 있으면 송이 철입니다.


가뭄이 심해 씨도 안보이지만, 그 놈이 보이면 연락하겠습니다.
그때는 벗들도 바쁜 하루의 짐을 내려놓고 산골에서 소나무 향기 말아넣은 막걸리 한 잔 합시다.

산골의 또 다른 나의 도반인 코스모스가 지기 전에...



 

그대들!
언제나 초보농사꾼의 든든한 벗이 되어 주어 고마운 마음 전하며 늘 건강하시길...

더 자세한 내용은 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로!!

산골 다락방에서 초보농사꾼의 아내 배동분 소피아



 
 
        

 

귀농일기--봄비내리는 날
+   [귀농일기]   |  2009. 7. 10. 11:33  

봄비가 온 산천을 적시고 며칠동안 쉬지않아 피곤한 내 몸도 적셔 주었다.
하루종일 내리는 비를 보며 툇마루에 앉아 뜨거운 차 한잔을 마시면서 온 몸으로
봄을 만끽했다.

모처럼 쉬면서 집안 곳곳을 둘러보니 안 그래도 좁은 집에 내가 필요할 것이라 모아둔
연장이 수 없이 많았다. 사용법도 모르면서 서울가면 무조건 안쓰는 연장을 가져와서
사용도 안하는게 너무 많았다. 드라이버도 그렇다. 일자나 십자 드라이버 한 두개면
족할것을 수십개나 되고 뺀치,망치,도끼등도 마찬가지다. 집사람이 매일 잔소리 할 만
하다.
 
아무데나 던져진 연장을 정리를 하면서 언젠가 읽었던 글이 생각났다. 아무 법정스님의
글인듯 한데...

침묵의 성자로 알려진 인도의 요가 수행자 바바 하리다스가 그의 제자들에게
"한 성자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숲속에서 홀로 살았다. 어느날 다른 성자 한 사람이
찾아와 힌두교 성전을 한 권 주고 가길래 그는 날마다 그 책을 읽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쥐가 쏠아버린 것을 보고, 쥐를 쫓기 위해 고양이를 한 마리 기르게
되었다. 고양이에게 먹일 우유가 필요하게 되자 이번에는 젖소를 키웠고 나중에는 혼자
이 많은 걸 돌볼 수가 없어서 동물들을 돌봐 줄 여자를 한 사람 구했다. 숲속에서 몇해를
지나고 보니 커다란 집과 아내와 두 아이와 고양이떼와 젖소들과 여러가지 잡다한 것들이
마련되었다.

그러자 성자는 걱정이 되었다. 그가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이 혼자서 살때, 자신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돌이켜 보았다. 이제 그는 신을 생각하는 대신 아내와 자식들과 젖소와
고양이들을 걱정하게 되었다.
그는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되었는 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한권의 책이 이토록 엉뚱한
사태를 몰고온 것을 알아차리고 한숨을 지었다."

나도 그럴 것 같아 걱정이다. 연장모아둔다고 창고짓고 창고가 생겼으니 창고에 들어갈 물건
채울 것 없나 걱정할 거고,,.
그러지 전에 빨리 버릴 물건들은 정리해야지....

초보농사꾼 박찬득(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귀농아낙의 산골편지--내가 산골로 온 이유
+   [산골편지]   |  2009. 6. 27. 00:04  

1월은 가고, 2월은 도망가고, 3월은 사라진다고 한다.
바람이 제법 쌀쌀한 것을 보니 겨울이 봄에게 자리를 내어 주기 싫어 앙탈을 부리는 듯하다.

봄,여름,가을,겨울이 어우러질듯하다가도 각자 제 밥그릇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는 것같다.

이곳 산골에서 제일 먼저 피는 꽃은 생강나무 꽃이다. 개나리보다 작으면서 색깔은 옅은 노란색이다.
역시 "작은 것이 아름답다."

그렇게 거칠게 굴던 바람도 아침 9시가 지나 햇살이 쪽마루에 나자빠질 때가 되면 이내 소문도 없이 꼬리를 감춘다.

******************
이곳 산골에 둥지를 튼지도 10개월이 되었다. 처음에 이사와서는 짐은 풀었는데 마음을 풀지 못하고 움켜쥐고 있었다.

하기야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루소처럼 우기던 남편은 정작 사표가 반려되고 계속 수리되지 않아 나 먼저 이 산골로 이사와야 했으니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남편은 서울에서, 나와 아이들은 이곳 산골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결국 그이는 한 달 후 대기업 과장의 자리를 미련없이 버리고 이곳 산골에 합류했다.
남편의 산골로의 귀농이유는 어찌보면 간단했다.

남을 밟고 올라가야 내가 서는 생활, 순수한 마음으로 살기보다는 잔머리와 이기적인 생각으로 정년 퇴직때까지 직장생활하다가 죽는다는 생각을 하니 빨리 이 이기적인 도시를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둘째 이유는 내 아이들 만큼은 여러 학원 뺑뺑이질 시키지 않고 자연을 닮고, 자연을 친구로 여기고, 흙을 밟고 살게 하고 싶다는 이유가 다였다.
모두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나 역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던터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여러 날을 고민했다.
결국 아이들 문제때문에 더더욱 결정이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컸을 때에는 지금보다 정서가 가장 중요시되는 사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건 모험이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았다.

남편의 가치관이 뚜렷했고, 지금까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주었고,나름대로 인정받는 모습만 보아왔다.

또 아이들을 자연에서 키우고 싶다는 열망은 나 역시 대단했던 터였다.
거기에 나는 성당에 다니지만 평소 존경하는 법정스님의 무소유와 자연사랑의 철학이 귀농결심에 일조를 하게 되었다.

법정스님은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곧 자기답게 사는 것이다.
자기답게 거듭거듭 시작하며 사는 일이다. 낡은 울타리로부터,낡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거듭거듭 둘레에 에워싼 제방을 무너뜨리고라도 늘 흐르는 쪽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봄에 나와 모든 이에게 묻고 싶다.
"그대는 흐르는 쪽으로 살고 있는가?"

2001.4.11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www.skyheart.co.kr--하늘마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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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아낙의 책이야기-- 아름다운 마무리
+   [산골아낙의 책 이야기]   |  2008. 12. 1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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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온줄도 몰랐다.
신문에서 이 책이 나온줄 알고 그때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슬리퍼짝 끌고 가서 바로 살 수 있는 귀농 전 같았으면 하던 일을 던지고 아마도 사러 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산골에서 읍까지 가서 사야하는 이 사정이 참 답답하게 만들었다.
어떤 내용일까, 이번에는 어떤 감흥으로 나의 귀농생활, 산골생활에 윤기를 줄까....등등 상상만으로도 행복하고, 뿌듯하고, 기다려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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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법정 스님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모든 사람은 평가가 양면적일 수 밖에 없으니 내가 그분의 책으로 영혼을 맑힐 수 있고, 희망이 싹트고, 나의 가치관에 수혈을 해줄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귀농 전에도 법정 스님 책을 좋아했는데 향한 마음은 귀농 후에도 여전하다.
오히려 더 감흥이 깊어지고 있다.
같은 자연 가까이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리고 나서 읍에 갔을 때 다른 볼일로 뛰어다니면서도 서점에 들러 잽싸게 이 책을 사들고 나왔다.
얼마나 좋은지...
가방을 자꾸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산골로 와서 한반에 읽기 시작했다.

이번 책의 제목은 ‘아름다운 마무리’


스님의 연세도 있고 그 제목이 더 읽는 이로 하여금 지금 서있는 자리를 확인하게 해주었다.

스님의 어느 책이든 그렇듯이 이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책도 글이 담백하고, 군더더기가 없으니 자연에서 느끼고, 자연에서 살아가고, 감동받은 이야기로 엮은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 ‘정신적 스승’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그러나 그분은 삭막한 생활을 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영혼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고, 정신없이 달려가는 우리들에게 잠시 느티나무 아래 서서 그 바람소리를 듣게 하고, 그 이파리 사이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보게 해주는 분임에 틀림없다.


첫장을 넘기면 투명 종이가 나온다.
그것이 더 책의 여운을 미리 읽게 해준다.

“행복할 때는 행복에 매달리지 말라.
불행할 때는 피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라.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 바라보라.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라.“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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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이 책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람은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
좋은 책을 읽고 있으면 내 영혼에 불이 켜진다.


읽는 책을 통해서 사람이 달라진다.“

책읽는 사람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
좀더 세밀히 말하면 빈틈까지 보인다.

현대인들은 빈틈없어 보여야 야무진 삶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진정으로 영혼이 꽉 차 있는 사람이 겉으로 보아서는 빈틈이 보인다.
더 정확히 말하는 여유로워 보인다고 해야 하나 하여간 알 수 없는 넉넉함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어디서 오는가...


책향기, 자연향기, 그리고 침묵 향기가 원인이라는 생각을 한다.
책과 자연향기란 다 더듬어 헤아릴 수 있는 이야기라고 알 수 있겠고, 침묵 향기란 그런 사람일수록 침묵의 시간을 많이 가진다는 것이다.

야콘가공때문에 고단한 몸이지만 영혼을 또릿또릿 맑아지는 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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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속에서 나를 보고,
침묵 속에서 남을 비춰보고,
침묵 속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자만이 그런 여유와 넉넉함을 내비칠 수 있다고 본다.


스님의 일상에서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책이라 권할만 하다.
이제 한 해를 마무리 해야 한다.
그 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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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묵직하고 무거운 시간에 책 한 권이 그대의 침묵과 마무리를 도울 수 있다면 이 책을 떠올려 보시라....

얼마 전에 읽고도 책상 위에 놓고 만지고 만져 보고 있다.
아직도 손끝으로 느껴지는 감흥이 바들바들 떨고 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 -- www.skyheart.co.kr)


 
 
        

 

산골편지 -- 이젠 손대지 않으마...
+   [산골편지]   |  2008. 11. 2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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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1일


이것은 두어 달 전에 써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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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이 ‘기도는 하루를 여는 아침의 열쇠이고,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의 빗장’이라고 했듯이 아침에 눈을 뜨면 성호 먼저 긋습니다.
절로 절로 그리됩니다.

이런 아름다운 아침을 그것도 사지 멀쩡하게 맞이 할 수 있게 해 주신 신께 감사기도가 절로 납니다.
그리고 검정 고무신을 꾀차고 들로 나섰습니다.
야콘을 심은 호수밭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기 때문에 단숨에는 힘듭니다.

마음이 거북할 때처럼 숨도 가쁩니다.
그런데 길바닥에 금방 나무에서 떨어진듯 윤이 반지르르 흐르는 알밤이 하나 떨어져 있습니다.

‘어?? 가차운 곳엔 밤나무도 없는데...’

그것을 주워 낼름 한 입 깨물었더니 우윳빛 속살이 어찌나 미어터지게 들어 있던지요.
오물오물 넘기며 생각해 보니 다람쥐가 가을걷이 해가다 히에 부쳐 떨어뜨린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생각이 그에 미치자 아무 생각없이 홀랑 먹어치운 것이 미안스러워졌습니다.
분명 그에게도 식솔이 있을텐데...
겨우내 그 식솔들 목에 거미줄치게 하지 않으려고 그리 바삐 가을걷이하려던 것을...

자기 자식들에게 주려고 가장 좋은 것을 구하느라 발품도 많이 팔았을텐데...
이것을 다시 찾으러 올지도 모를 일인데...

야콘밭으로 올라가던 걸음을 돌려 두릅산 아래 밤나무로 갔습니다.
그 나무 아래를 아무리 눈씻고 봐도 아까처럼 반지르하고 튼실한 놈은 없습니다.
가시를 찔려가며 뒤집어 봐도...

겨우 하나 찾아냈지만 아깟 것 어림반푼어치도 없습니다.
그래도 그것을 주워다 아까 남의 것을 훔쳐(?) 먹은 자리에 갖다 놓았습니다.
한참만에 야콘밭에서 내려오며 그 자리를 살폈습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다음부터는 손대지 않으마' 다짐다짐합니다.

가장으로서 제일 좋은 것을 주려는 마음이 인간보다 깊은데 이 부실한 것을 가져갈 리가 없겠지요.
밤 한 톨이 마음 무겁게 하는 날입니다.
---------------------------

그리고 한동안 날짜가 흐르고 산골의 늙은 대추나무 아래서 대추를 주웠습니다.
그리고 태양 아래 얼굴이 쪼글거릴 때까지 말렸습니다.
나 역시 겨우내 식솔들에게 줄 겨울 양식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누군가 먹다 두고 간 것도 있고 흐트러지기도 한 것입니다.
누굴까...
서씨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통창으로 보니 다람쥐가 내 양식에 손을 대는 것이었습니다.
완전자동으로 나가려던 작동을 멈추었습니다.
나도 네 양식을 덥석해놓고 내 것은 이렇게 앙칼지게 지키려는 내 모습이 우스웠습니다.

따지고 보면 자연에서 났으니 너나 나나 서로 나누어 먹고 겨울을 잘 나면 될 일입니다.
내 것, 니 것이 없다는 거지요.
너도 먹고, 나도 먹고...
서로서로 나누어 먹으면 될 일이지요.

요즘 다람쥐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된서리 오고는 집 안에서 겨울을 날 모양입니다.
이제 흉내내어 열심히 가을걷이할 도반도 안보이니 그를 생각하며 열심히 가을걷이를 끝내야겠습니다.

이제 가을이 집니다.
마지막 은행잎 떨어지는 소리가 쿵하고 가슴을 칩니다.
이제 한 해를 마감해야 하는 시기라는 경고음같습니다.

아직도 그 울림이 남아 가슴에 잔물결을 일으킵니다.

올해는 한 해를 마감하기 전에 한 해 동안 수고한 나에게 편지를 쓰려고 합니다.
나를 격려하고,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이 때만큼은 ...

평소에는 닦달하고, 지청구를 하고, 바보라고 손가락질했던 나에게 이때만큼은 따사로운 말 한 마디를 해주고 싶습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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